우부메의 여름 - 개정판 백귀야행(교고쿠도) 시리즈
쿄고쿠 나츠히코 지음 / 손안의책 / 2013년 11월
평점 :
절판


-아는 언니한테 작년에 생일 선물로 받아서 읽어보게 된 <우부메의 여름> 독서 취향이 잘 맞는 언니의 최애책이라고 해서 믿고 읽는다는 기대감이 생겼지만 “가독성이 굉장히 떨어진다”는 언니의 말에 두려움도 함께 생겼다. 오만가지 감정과 함께 만나게 된 일명 ‘교고쿠도 시리즈’ 그래서인지 선뜻 손이 가지 않았는데, 오랜만에 일본 문학 특히 장르문학이 너무 고파서 언니 픽 도서를 손에 집어 들었다. 근데 이 책 스토리도 좀 난해 하지만, 책을 읽으며 양면적인 감정이 더욱 난해하게 들었다. ‘완벽한 추리소설’ 이라는 최고의 칭찬과 ‘굉장히 지루하고 재미없는’ 이라는 최악의 불만이 동시에 드는 책이었다.

-구온지가의 밀실에서 한 남성이 연기처럼 사라지는 사건이 발생한다. 그 충격 때문인지 그의 아내는 임신 후 20개월 동안 출산을 하지 못하고 있다. 우연히 이 이야기를 듣게 된 주인공은 의견을 묻기 위해 고서점 주인인 교고쿠도를 찾아가게 되고, 사라진 남성이 본인들의 선배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마음이 쓰여 그냥 넘어갈 수 만은 없게 된 교고쿠도는 주인공에게 사건의 진상을 알아봐 달라는 부탁을 한다. 그러나 어쩐지 그 외의 사람들은 구온지가의 사건에 엮이고 싶지 않아 하는데 묘하게 장녀 료코에게 마음이 쓰인 주인공은 사건 깊숙이 들어가게 된다.

-보통 장르소설은 도대체 어떻게 글을 써야할지 감이 잡히지 않아서, 얼마나 재미있고 난해하고 신선한지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게 되는데 처음으로 할 말이 정말 많은 추리소설을 만났다. 두 가지 감정과 평가가 대등하게 마음 속에 솟구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정말로 가독성이 ‘심하게’ 떨어진다. 문체나 전개의 문제가 아니라 내가 지금 추리 소설을 읽고 있는 건지, 뇌과학 도서를 읽는 건지 모를 만큼 광범위한 과학적인 지식이 담겨져 있으며 심지어 과하다 싶을 만큼 자주, 많이 등장한다. 지루하기도 지루하거니와 과학과 사이가 좋지 않은 독자들에게는 그야말로 눈이 핑핑 돌 지경인 것이다. 도무지 진도가 나가지 않을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여기서 아이러니 한 것은 그렇기 때문에 더욱 전문적이고 현실적인 사건의 발생과 해결이 된다는 것이다. 그저 소설에서만 등장하는 재미에의한 재미를 위한 트릭이나 장치가 아닌 현실적이고 심지어 과학적인 이야기인 것이다. 책을 읽는 내내 이 작가 진짜 천재 아니야? 싶을 정도로 뇌에 관한 지식이 완벽에 가깝고 풍부했다. 그것도 1990년대의 지식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운 정도의 수준으로. 또 동시에 그 지식을 너무 과시하고 싶었던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개인적으로 가장 불만적인 부분은 당시 일본의 풍류가 아주 짙다는 점인데, 특히 특유의 젠체하는 말투와 행동에 도무지 등장인물들에게 정이 가지 않았다. 그러나 이것 또한 일본문학을 제대로 느끼고 있다는 감각까지 동시에 전해준다. 90년대 일본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작품인 것이다. 그것도 고전이 아닌 장르 문학으로! 주인공의 성격은 너무 답답하고 교고쿠도의 성격은 너무 재수없어서 등장인물들에 정이 안가기도 했는데, 이것 또한 페이지를 넘길 수록 매력적으로 느껴진다는 것이 아이러니다. 또한 추리소설에 ‘요괴’라는 설정을 도입해 민간전승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읽을 수 있다는 점이 색다르게 느껴졌는데, 결국 요괴는 그 이름과 전승만 빌려왔을 따름이라 사기당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점은 ‘현실적인’ 추리소설의 한계를 <우부메의 여름>을 통해서 확실히 알 수 있다는 점이다. 그건 교고쿠도가 하는 추리가 확신이 아닌 가정이라는 부분에서 알 수 있다. 현실적이지만 속이 시원하지는 않은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진짜 추리소설이 아닐까 하는 생각과 동시에 그렇다고 우리가 이런 진짜 추리소설을 원했는가 하는 진지한(?) 고민을 하게 된다. 아이러니한 점은 묘하게 매력적이라 교고쿠도 시리즈를 다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이 감정을 정확하게 표현 하자면 마치 ‘준며들었다’는 느낌. 그러니까 이 경우에는 ‘교며들었다’고 표현해야 할까. 하여간 여러모로 매력적이면서 반감이 드는 책이었다. 이 시리즈의 다른 작품들은 과연 전개가 어떻게 되는지 궁금해서라도 찾아보게 될 것 같다. 이런 묘한 작품을 경험하게해준 언니에게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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