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몬드 나무들이 꽃을 활짝 피우고 크로커스들이 싹을틔운 가운데, 북쪽 하늘은 이탈리아의 하늘 같은 색조를 띄어 대청색과 청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 P51

하지만 그런 것들은 그저추상적인 이야기- 숫자, 통계, 정보였다. 한 사람이백만 명을 위해 고통스러워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하지만 그 세 명의 아이들, 내가 알고 있었고 내 눈으로 보았던 그 아이들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였다. 
- P66

내가 알고 있던것은 여기가 시작도 끝도 없는 내 나라, 내 집이며, 유대인으로 태어났다는 것은 붉은 머리가 아니라 검은 머리로 태어났다는 사실만큼도 중요하지 않다는 것뿐이었다. 첫째로 우리는 슈바벤 사람이었고 그다음은 독일인이었고 그다음이 유대인이었다. 내가 그 외에 달리어떻게 느낄 수 있었을까? 우리 아버지나 아버지의 아버지들이 달리 어떻게 느낄 수 있었을까?
- P81

그리고 또 나는 모욕을 당하기보다는차라리 외톨이가 되겠어. 나는 세상의 모든 호엔펠스집안 사람들 못지않게 가치 있는 사람이야. 분명히 말하는데, 나는 누구도 나를 모욕하게 놓아두지 않을 거야. 그 어떤 왕도, 왕자도, 백작도.
- P116

상황이 다시는 전과 같아지지 않을 것이며 이제 우리의 우정과 어린 시절의 종말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우리 둘 모두 알고 있었다.
- P122

하지만 나는 더 잘 알고 있다. 내가 정말로 하고 싶었던 일, 그러니까 훌륭한 책 한 권과 한 편의좋은 시를 쓰는 일은 결코 하지 못했다는 것을 처음엔돈이 없었기 때문에 용기를 내지 못했고 돈이 있는 지금은 자신감이 없기 때문에 용기를 내지 못한다. 
- P142

그러고 나서 나는 명단을 내려놓고 - 기다렸다.
10분을 기다리고, 30분을 더 기다리는 내내 나의 오래전 과거라는 지옥으로부터 온 그 인쇄물을 바라보면서. 그것은 초대도 받지 않고 와서 내 마음의 평화를 깨뜨리며 내가 잊으려고 그처럼 애를 썼던 무엇인가를 긁어 올리고 있었다.
- P150

나는 조그만 인명부를 집어 들고 막 찢어 버리려던참이었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에 내 손을 멈췄다. 그런다음 마음을 굳게 먹고 떨면서 H로 시작되는 페이지를펼쳐 읽었다.
<폰 호엔펠스, 콘라딘 히틀러 암살 음모에 연루, 처형>
- P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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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이 작은(minor) 걸작이란 설명의 서문. 최악의 비극을 향수어림으로해서 마이너란 표현을 썼다는게 슬프게도 따뜻하네.










1901년 독일 슈투트가르트의 중산층 유대계 가정에서 태어났다.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했으며 히틀러가 집권한 후 1933년 독일을떠나야 했다. 처음에 프랑스로 망명한 그는 그림으로 생계를 꾸리며 화가로서의 경력을 쌓았고 1935년 파리에서 첫 번째 개인전을열었다. 1936년에는 스페인으로 갔으나 스페인 내전이 발발하여다시 그곳을 떠나야 했다. 같은해 9월 영국으로 건너가 정착했고1985년 런던에서 세상을 떠났다.
프레드 울만은 자신을 예술가로 만들어 주고 평생 <낭만적>으로살게 한 것은 자신의 고향이라고 강조했다. 떠나온 고향에 대한그의 애정은 동급생」의 여러 구절에서 빛을 발한다. 영어로 쓰인「동급생」이 1971년 처음 출간되었을 때의 반응은 미미했으나, 이소설을 <작은 걸작이라고 평가한 아서 케스틀러의 서문과 함께1977년 재출간되어 큰 주목을 받았다.
히틀러가 권력을 잡고 나치가 독일을 장악해 가는 1930년대를 배경으로 유대인 소년과 독일 귀족 소년의 우정을 그린 이 소설은유럽 여러 나라에서 스테디셀러로 사랑을 받고 있다. 1989년에는제리 샤츠버그 감독, 해럴드 핀터 각본으로 영화화되었다.
- P1

그것은 책의 크기가 작다는 것,
그리고 주제가 인류 역사상 최악의 비극인데도 향수 어린 단조minor로 쓰였다는 느낌을 말하기 위함이었다.
- P9

단편은 하나의 일화, 삶의 한 단면을 다루는 데 비해 중편은 뭔가 더 완전한것, 즉 장편의 축소판이 되기를 추구한다. 그 점에서 울만은 훌륭하게 성공을 거두었는데 그것은 아마도 화가들이 구도를 캔버스의 크기에 맞추어 잡을 줄 아는 반면 작가들에게는, 불행히도, 무한정 공급되는 종이가주어지기 때문일 것이다.
- P10

프레드 울만의 소설에서 더할 나위 없고 비길 데 없는 것은 인간의 위대함과 완전무결함으로부터 분리할 수 없는 천박함, 어리석음, 잔인함도같이 보여 주고 있다는 점이다. 이 책은 우리를 슬픔과공포 속으로 던져 넣고 마지막 행에서는 우리에게 희망을 품을 이유를 되살려 준다. 
- P18

영국에서 살았던 유대계독일인 화가가 쓴 몇 페이지의 글이 단테, 셰익스피어밀턴 또는 파스칼의 위대한 구성들과 공통적으로 지난특성은 이것이다. 최악의 것에 언제나 의지할 수는 없고,
저주받은 것들 가운데는 항상 정의가 있으며 그 정의는마지막 순간에 하느님이 어둠 속에서 끌어 올린다는 것.
- P18

그는 1932년 2월에 내 삶으로 들어와서 다시는 떠나지 않았다. 그로부터 사반세기가 넘는 9천 일이 넘는세월이 지났다. 별다른 희망도 없이 그저 애쓰거나 일한다는 느낌으로 공허한 날이 가고 달이 가고 해가 갔다. 그중 많은 나날들이 죽은 나무에 매달린 마른 잎들처럼 종작없고 따분했다.
- P21

온갖 영광에 감싸인 그가 어떻게 내 수줍음을 내 의심스러운 자존심과 상처를 입을까 두려워하는 마음을이해할 수 있었을까? 그가, 콘라딘 폰 호엔펠스가 자신감과 세련된 우아함을 그렇게도 원하는 나, 한스 슈바르츠와 공통으로 가진 것이 무엇이었을까?
-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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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부솔호와 아스트롤라베호가 재난을 당한 그 유명한 섬에 갈 수 있겠군요?"
"그게 당신 소원이라면."
"바니코로에는 언제쯤 도착합니까?"
"벌써 도착했습니다."
- P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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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력과 창의성 뿐 아니라, 이런표현을 쓸 수 있다니. 원래 고양이 혀 라는 명칭이 있는건가?










내가 우리 모험에 대해 일기를 쓰기 시작한 것은 바로 그날이었다. 그래서나는 상세하고 정확하게 우리의 모험을 기록할 수 있었다. 기묘한 일이지만, 나는 해초로 만든 종이에 일기를 썼다.
11월 11일 새벽, 신선한 공기가 노틸러스호 안을 흐르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배가 산소를 보충하려고 다시 수면 위로 올라간 것을 알았다.
- P142

높은 하늘에 흩어져 있던 구름이 온갖 현란한 색깔로 물들었다. 수많은 고양이 혀‘ (가장자리가 톱니처럼깔쭉깔쭉하고 가볍고 작은 구름)가 온종일 바람이 불 것을 예고하고 있었다.
- P143

미지 세계를 발견하는 기쁨, 또는 미지 세계의 자원을 탈취하려는 욕망에 떠밀려.
해저 탐험가들은 미지의 세계를 정복하기 위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 P149

이 수중 산책이 준 감동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그런 경이로움은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다. 화가의 붓도 심해의 독특한 효과를 제대로 묘사할 수 없는데, 펜이 어떻게 그것을 묘사할 수 있겠는가?
- P158

햇빛의 침투력은 놀라울 정도였다. 수면보다 10미터나 밑에 있는 바닥을환히 비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햇빛은 물을 쉽게 통과했지만, 햇빛의 색깔은 분산되었다. 100미터쯤 떨어져 있는 물체는 또렷이 볼 수 있었다. 그 너머에 있는 물은 아름다운 군청색을 띠고 있었고, 거리가 멀어질수록 물빛은점점 파래져서 몽롱한 어둠 속으로 서서히 사라져갔다. 나를 둘러싸고 있는물은 육지의 대기보다 더 밀도가 높지만 거의 대기만큼 투명한 일종의 공기였다. 머리 위에 잔잔한 수면이 보였다.
- P158

"이 바다를 보세요. 박사, 바다야말로 진정한 생명을 갖고 있지 않습니까?
화를 내기도 하고 때로는 부드러워지는 순간도 있지 않습니까? 어제는 바다도 우리처럼 잠들었지만, 평화로운 밤을 보내고 이제 다시 깨어나고 있군요!"
안녕하나는 말도 잘 잤느냐는 말도 없었다! 남이 들었다면, 이미 시작된대화를 계속하고 있는 줄 알았을 것이다.
- P173

이 항해에서는 바다가 가장 놀라운 광경을 끊임없이 그리고 아낌없이 보여주었다. 그런 광경들은 한없이 다양하게 바뀌었다. 바다는 우리를 즐겁게 해주려고 무대와 배경을 계속 바꾸었고, 거기에 초대된 우리는 물속에서 조물주의 작품을 감상했을 뿐만 아니라 바다의 가장 무서운 신비도 보았다.
- P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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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해. 네드." 콩세유가 조용히 타일렀다. "너무 성급하게 흥분하지 마.
아직 프라이팬 속에 들어간 건 아니니까."
"프라이팬은 아니지만, 우리는 지금 오븐 속에 있어. (이하생략) "
- P70

"드디어 앞을 볼 수 있게 됐군." 네드 랜드가 사냥칼을 꼬나들고 방어 자세를 취한 채 소리쳤다.
"그래." 나는 일단 대답한 뒤, 감히 정반대의 말을 덧붙였다. "하지만 상황은 조금도 밝아지지 않았어."
"주인님이 인내심을 가지신다면." 콩세유가 침착하게 말했다.
- P71

나이는 서른다섯 살로 보이기도 하고쉰 살로 보이기도 했다. 어느 쪽에 더가까운지는 알 수 없었다. 
- P73

"말도 안 돼!"
"왜요? 적당한 기회가 올지도 모릅니다. 그 기회를 잡지 말라는 법은 없지요. 이 배에 타고 있는 사람이 스무 명뿐이라면, 프랑스인 두 명과 캐나다인한 명에게 맞서지는 못할 겁니다. 안그래요?"
그런 의견에는 반대하기보다 찬성하는 편이 현명했다. 그래서 나는 말했다.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좀 두고 보세. 하지만 그때까지는 화가 나더라도꾹 참아주면 좋겠네. 우리가 성공하려면 책략을 쓸 수밖에 없는데, 화를 내면 유리한 기회를 만들 수 없을 거야. 그러니까 일이 어떻게 돌아가든, 너무짜증만 내지 말고 순순히 받아들이겠다고 약속하게."
- P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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