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절주절 적었지만, 그저 ‘낭만‘이라 줄이면 더 좋을 것이다. 낭만은 무형의 사랑을 일컫는다. 사랑을 구축하려는 자세. 그 자체를의미한다. 세간 사람들은 낭만을 마치 우습게 하는데, 남만을 알기 전에 사랑을 먼저 알 수는 없는 법이다. 사랑은만 아래 있으니까. 사랑이 낭만보다 뒷장에 적혔을 테니까.
- P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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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한 해 나는 몇 가지 급진적이라 할 수 있는 변화를맞이했는데, 흔히들 사람 쉽게 변하지 않는다지만, 어떤 측면에서는 사람이란 지나치리만큼 간단하게 변해버리지 않나 싶다. 
- P136

삼삼오오 모여 술기운을 곁들여서라도 애써 상기시키지 않으면 기억 속에서 영영 사라져 버릴지도 모르는 가련한 옛 추억들. 해가 묵을수록 속상한 일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더 많은 기록을 남겨둬야 했다. 입에서 입으로 남겨도좋고, 사진도, 글도 아무렴 다 좋다. 뭐가 됐든 더 많은 추먹거리를 만들어야 했다. 하지만, 그때는 미처 몰랐는걸.
그저 성인이 되면 훨씬 더 재미난 일들이 마구 일어날 줄알았는걸.
- P159

나는 낭만을 언제나, 어디에나 있는 것이라 믿고 싶다.
다만, 그게 늘 눈에 보이지는 않는다는 것쯤은 알고 있다.
언제나, 어디서나 무수히 다양한 형태로 우리들 일상에 녹아 있지만, 그러니만큼 특별히 관심을 갖지 않으면 못 보고지나쳐 보내기 십상이다.
- P160

의학적으로 기억은 왜곡이 가능하다. 즉, 조작이 가능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꼭 지나간 일들이 아름답게만 기되는 현상을 향해 기억이 왜곡됐다 단정 지을 수는 없다.
시간이 지나야 진가를 발휘하는 낭만도 있기 때문이다. 학창 시절이란 그러한 설익은 낭만의 농도가 매우 높은 시기다. 그리고 나는 그 설익은 낭만이 가장 때깔 좋게 영근 때를 보내고 있는 듯하다.
- P161

버스에 올라타는 사람들이 왜 그렇게까지 피곤에 절어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때는 잘 몰랐던 거다. 이제막 예고에 입학한 십 대와 벌써 몇 년째 같은 버스에 올라탔고, 앞으로 몇 년이나 더 그래야 하는지 장담할 수 없는어른들 사이에는 우주만큼 큰 차이가 있다는 거.
- P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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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물건 매입을 위한 가격 협상은 주로 사장인 릭이 도맡는데, 판매자가 가게에 물건을 가지고 와서 간략한 설명을 하면, 릭은상당히 수준 높은 별나라 지식을 동원해 누구도 물어보지많은 얘기를 주절주절 떠들어 판매자의 기를 눌러 놓는다.
그 부분이 나 같은 사람에겐 꽤 유익하다.  - P129

그런 의미에서 필자는 미니멀리스트는 물론이거니와 ‘무소유‘의 불자 또한 결코 될 수 없을 듯하다. 이거야 원, 누가들으면 돈깨나 버는 사람인 줄 알겠다.
- P132

일전에 미니멀리즘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는데, 반성을 많이 했다. ‘나‘를 내가 가진 ‘물건‘으로 표현하고충족시키려는 태도는 확실히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생각을했다. 하지만, 내일은 주문한 CD와 레코드가 도착하는 날이다. 뿐더러 조만간 턴테이블을 올릴 오디오 랙을 구매할예정이다. 훗날 새로 구입할 턴테이블과 어울릴 물건을 찾고 있자니 며칠째 눈알이 흘러내릴 것처럼 아프다.
- P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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볕 드는 지상으로 나와 쾌적한 공기를 들이마시는 순간 노랫말이 들려왔다. 뭐랄까, 마음은 무거워 죽겠는데 걸음은 가볍고, 슬퍼 죽겠는데 용기는 불끈 솟았다. 그 길로 ‘굿바이 서울‘을 들으며 별 받고서당차게 걸었다.
- P23

그리워할 각오 없이는 무엇과도 작별하지 못한다. 그리위할 각오가 됐다면, 작별의 순간이 다가왔다는 신호다. 
- P24

서울이든 부산이든, 사람이든 물건이든, 추억이든 감정이든 간에 열심히 쓰다 보면 나도 어느 독자와 친밀도 94도를 이루는 사이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 P24

부모님은 내가 여태 담담한 척 견뎌온 고통의 크기를 헤아려 주셨다. 다만, 서두르지 말라는 말씀은 하셨다. 비로소 지난 세월과의 작별까지는 오로지 내 몫만 남게 되었다.
- P25

가끔 좋은 소설을 만나면 지면 위의 활자들이 머릿속에서 살아 움직인다. 잉크가 지형과 지물을 이루고 색과 냄새, 생물과 영혼을 창조하는 것이다. 
- P27

때로는 얼떨결에 밸는 말이 가장 정답에 가깝다.
- P29

그들은 등장인물에게 서술할 가치가 있는 생각만을 부여하고, 전개에 필요한 행동만을 허락한다. 소설가에게 그렇지 않은 부분은 실수다. 어쩌다 범했더라도 세심히 걷어내야 하는 실수.
- P30

삶이 무의미하다 느껴지면 한 번쯤 되돌아보는 게 좋다. 하루를 서술할 가치가 있는 생각과 행동으로채워 나가고 있는지, 혹은 그렇지 않은지. 취미 삼아 소설을 써보는 것도 좋다. 별 싱거운 삶을 살고 있다면 글에서 절절히 느껴질 것이다.
- P31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를 갖는 것 자체가 우울증을이겨내기 시작했다는 증거라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을 떠올리는 거다.
- P38

아,
가능하다면 고층 빌딩은 싹 밀어버리고, 세계의 모든 연인들이 오전 10시에서 오후 3시 사이에 밖으로 나와 별과 함께 데이트를 즐겼으면 좋겠다. 그 정도 되는 세상이 온다면내 머릿속에 엉켜있는 잡념쯤은 단번에 술술 풀려 줄지도모른다.
- P39

동행자로는 유한 사람이 좋아요. 그렇지 않다면 밤바다 앞에서 한없이 우울해지니까요. 어쨌든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자 먼 길 떠났겠지요. 밤바다 앞이라 할지언정 우울보단 낭만을 느끼는편이 좋습니다.
- P42

 반면, 이 책은 우주에 비해 인간 개인은하둥 먼지도 못 된다는 사실을 알려주면서도, 그렇기에 나름의 의미를 찾아가며 살아가고 있는 우리 자신이 얼마나 고귀한 존재인지를 똑똑히 짚어준다.
- P57

아직은 당장 손에 잡힐 듯 선명한 기억이지만, 갈수록 희미해져 간다. 측두엽은 기억을 편집하고 편집하다 마침내는 썩 많은 걸 남겨두지 않겠지. 그 황량한 정취를 느끼기위한 과정은 점점 더 복잡한 절차를 요구하면서도 이전만큼의 향수를 일으키지는 못하겠지. 이내 기억 속 세계에 내리는 비에 속옷까지 젖기란 아예 불가능해질 거야. 어쩔 수없는 일이라지만, 허망하다. 노스텔지어는 역시 통증에 가까운 걸까.
- P72

밸런스가 좋은 여행이었어. 피타고라스와 세계의 많은예술가를 사로잡은 황금비가 떠오를 만큼 얻은 것과 내려놓은 것의 비, 1: 1.618. 과감하게 뛰어든 일탈과 소소하게누린 안주의 비.1 : 1,618. 눈으로 담은 풍경과 기록을 남긴 풍경의 비, 1: 1.618. 길을 잃는 두려움과 헤쳐나간 즐거움의 비, 1: 1.618. 다만, 알아들은 만과 얼떨결에 고개만 끄덕인 문장의 비는 1: 99.
- P73

그러니 이렇게 미리 덧붙이는 게 좋겠습니다. 명품으로 온몸을 휘감은 이들이 느끼는 알량한 허영심마저도 과시가 전부가 아닌, 스스로를 사랑하기 위함이라면 그건 그것대로 낭만일 수밖에 없다고.
- P81

‘알아서 할게‘의 미학이 세상에 널리 통용되었으면 좋죄다. 왜 이런 얘기를 하냐면, 어련히 알아서 할 일들이 세상엔 많은데, 그런 걸 일일이 참견하고 싶어 하는 이들도 그만큼이나 많기 때문이다. 다소 쌀쌀맞아 보이겠지만, 용기를 내 ‘알아서 할게‘라 말하자. 너도 나도 그런 말을 대수롭지 않게 하다 보면 ‘알아서 할게‘ 쯤은 그다지 쌀쌀맞은 말이 아니게 되지 않을까. 그래서야 세상이 너무 날카롭게변하지 않겠냐고? 글쎄, 이런 식으로 서로 괴롭히는 것보단 그게 몇 배는 낫다고 생각한다.
- P92

현실과 이상은 원래 양극성 말고는 별관계가 없는데, 내가 매일 지나쳐 온 ‘오늘‘과 꿈꿔 온 ‘내일‘
사이에는 정말 일말의 연관도 없을지 몰라. 이렇듯 봄을 맞닥뜨리는 내 마음가짐은 늘 무언가 들끓는 동시에 딱 그만한 무언가가 결여되어 있어.
- P94

취미가 됐든 뭐가 됐든, 무언가를 ‘꾸준히 하는 건 인생에 있어 무척 중요한 일인데, ‘꾸준히‘를 지켜나가기 위해서는 철저한 계획을 세운다거나, 끊임없이 동기를 부여하는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그저 ‘꾸준히‘라는 단어의 의미를 보다 포괄적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려는 자세가필요하지 않을까. 그러지 않고서는 무언가를 꾸준히 한다는 건 지나치게 어려운 일이 되어버리고 만다. 
- P103

 그렇다고 힘을 빼는 법을 깨닫는다고 해서 모두가 일류가 되는 것 또한 아니지만 적어도 일류가 될지도 모른다는 어떤 가능성은 힘을 떼지 못하는 사람에겐 허락되지 않는다. 사실 일류가되고 못 되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작전 상 후퇴‘를 모르면 결국은 ‘완패‘할 수밖에 없는 것이 바로 이 세계를 둘러싸고 있는 비밀인 것이다. 단언컨대, 모든, 모오든 일이 그렇다. 일종의 공식으로 모두가 숙지하고 있을 필요가 있다.
- P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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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경은 수많은 소녀들의 삶을바꾸었을지도 모른다. 최후에 다른 선택을 했다고 해서 재경이 바꾸었던 숱한 삶의 경로들이 되돌려지는 것은 아니다. 가윤이 바로 그 증거 중 하나였다. 가윤은 한때 재경을보며 우주의 꿈을 꾸던 소녀였고, 이제 재경 다음에 온 사람이 되었다.
- P312

과학기술 자체가 더 좋은 세상을 담보하는 것이 아니라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과학기술 발전의 귀결이 유토피아인지 디스토피아인지를 따져 묻는 이분법적인 질문은 아닐 것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사는 세계와 복잡하게 연루되어있는 유토피아 혹은 디스토피아를 구체적으로 상상해보는과정 자체일지 모른다. 
- P322

진정한 유토피아란 신체적인 결함이 말끔하게 소거된 세상도, 그렇다고 장애를 가진 사람들만을 격리해놓은 세상도 아닐지 모른다고. 오히려 장애와 더불어차별을, 사랑과 더불어 배제를 완벽함과 더불어 고통을 함게 붙잡고 고민하는 세상일지 모른다고. 어쩌면 폐기해야할 것은 소수자들의 신체적 결함이나 질병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극복해야 할 것으로 규정하는 정상성 개념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 P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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