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3년부터 계속되어온 수단의 2차 내전은 원주민들 사이의 인종 전쟁까지 겹쳐 상황이 매우 복잡했다. 엎친 데덮친 격으로 9월 11일 오사마 빈라덴의 알카에다가 미국에 테러 공격을 감행하자, 미국은 수단 정부군과 함께 북부 지역에 있는 알카에다 세력과 연계된 조직을 색출하기 시작했다. - P152
자궁수축제와 포도당을 주사하기 위해 토니켓(노란 고무줄을 부탁했는데 그것마저 없었다. 하는 수 없이 다른 사람이 손으로 환자의 팔을 누른 채 혈관을 겨우겨우 잡아 주삿바늘에 링거를 연결했다. 정말 무엇 하나 제대로 갖추어진 것이 없어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 P156
진료를 마치고 수도원으로 돌아온 그는 열악한 진료소 환경에고개를 저었다. 나름대로 준비와 각오를 다지고 왔지만, 상상을 초원하는 상황 앞에서는 황당하다는 생각만 들 뿐이었다. - P156
그는 하루 시틀 지날수록 진료소의 열악한 환경과 부족한 필수품, 지저분한 환자에 조금씩 익숙해져갔다. 모든 것을 자신의 방식으로 바꾸기보다 이곳 상황에 적응하는 것이 선교사의 자세라고 생각하면서부터는 마음이 편해지기 시작했다. - P162
"비그리스도교 국가에서 살레시오 회원은 그 지역의고유한 문화적·종교적 가치를 존중하면서 우리의 고유한 교육적이며 사목적인 방법을 적용하여 신앙에로 회심하는 자유로운 여정에알맞은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 살레시오회의 방침이었다. - P170
"아주머니, 한센병이 아니네요. 다행입니다." 그의 말에 아이 어머니는 망연한 눈길로 손에 들고 있는, 때가잔뜩 낀 빈 비닐포대를 바라봤다. 곡식을 받기 위해 갖고 온 비닐포대였다. 그 순간, 이태석 신부는 기쁨 대신 실망으로 가득한 아이와 어머니의 눈을 보면서 가난의 끔찍함을 몸서리치게 느꼈다. - P179
신부님, 한국의 공영방송인 KBS에서 저와 톤즈 수도원을 취재하고 싶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저는 이 취재가 저 개인에 대한 취재인 동시에 톤즈 수도원, 더 넓게는 살레시오회의 아프리카 선교에 대한 취재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공영방송이기에 종교적인 부분은 최소화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방송이 나가면 톤즈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좀 더 많은 후원자가 생길 가능성도 있을 것 같습니다. - P196
망설여지기도 하지만 이곳의 가난한 사람들뿐만 아니라, 풍족한 생활을 하면서도 감사한 줄 모르고 살아가는 한국의 많은 사람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 P197
"나누기엔 가진 것이 너무 적다고 걱정하지 마십시오. 우리에겐하찮을 수 있는 1%가 누군가에게는 100%가 될 수 있습니다." - P200
떠날 때가 되면 떠나고, 새롭게 사역할 선교지가 생기면그곳으로 가야 하는 것이 선교사였다. - P210
길가다가 목이 마를 때 시원한 콜라나 사이다, 맥주 등을 쉽게 살 수 있는 것, 자동차 연료가 바닥일 때 언제든 주유소에 가서 기름을 주입할 수 있는 것, 시골구석 마을까지 아스팔트가 깔려 있어 편하게 다닐 수있는 것, 입력만 하면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곳을 안내해주는 내비게이션에까지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다.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구할 수 있다"는 한국이 신기하게 느껴질 만큼 그는 톤즈 사람이 되어있었다. - P218
이태석: 나는 지금 2차 항암 치료를 위해 병원에 있어 체력도 괜찮고, 식사도잘하고 있어. 나를 위해 열심히 기도해줘. 샤이젠: 예, 저도 열심히 기도하고 있고, 톤즈에서도 많은 분이 신부님을 위해 기도하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기적을 만들어주실 거예요. 이태석: 예수님께서 너무 많은 사람이 나를 위해 기도한다고 짜증 내시지 않을까? - P241
원석아, 축하한다. 우리의 인생이 짧으면 짧다고 할 수 있겠지만, 주님 안에서 나 이외의 누군가를 위해서 우리의 인생을 불태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불우한 젊은이들을 위해 태우는 모닥불 중 하나의 장작으로 널 초대한다. 이태석 신부가 위원석 수사에게 보낸 축일 카드(1994년 5월 30일) - P242
하지만 항암 치료가 계속되면서 그의 체력은 점점 약해졌고, 정신적으로 무력감이 깊어졌다. 어느 날은 톤즈로 꼭 다시 돌아가기 위해 건강을 회복해야 한다며 마음을 다잡았다가, 또 어느 날에는 이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에 빠지곤 했다. - P245
그럴 때마다 위원석 수사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위로를 건넸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무력감은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됐다는 자괴감과 절망으로 바뀌었다. 자신이 믿고 의지하던 예수님이라는 친구를 잃어버린 것 같다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 P245
‘억울하게 얻은 암‘이라는 부정적인 세계에서 긍정적인 세계로 탈피를 해야 할 것 같아. 나에게 이런 큰 시련을 주신 하느님께서는 분명히 어떤 계획을 가지고 계실 거야. 이젠 진지하게 그 계획을 숙고하고 성찰해서 성숙된 성직자로서 멋있게 살고 싶어. - P251
요한아, 아프리카로 돌아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하느님의 나라로 가는 것도 아주 중요하다. - P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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