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 말하면 내 감정을 들여다보면 볼수록 인간이란, 한낱 짐승이며, 사랑만이 인간을 높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 P70
어떻게 너는 때로는 유쾌해졌다가 때로는 슬퍼할 수 있니? 나는 미칠 듯한 즐거움 속에서도 이따금 쓰디쓴 회상에 사로잡히곤 해. 그래, 나는 알고 있어. 앞으로 영영 나는 결코 경박하게 그저 즐거워하며 지낼 수는 없을거라는 걸! 내 앞에는 언제나 도달할 수 없는 ‘이상‘의유령이 서 있을 테니까! - P72
너의 영혼이 지상의 얽매여 있다고? 공부하라! 희망을 가지라! 사랑하라! 독서하라! - P73
세월은 흐르고우리를 시들게 해. 그러나 실제로 변한 것은 아무것도없어. 우리는 늘 우리일 뿐이야. 아무것도 변한 것은 없어, 기운이 빠지고 나이를 먹었다는 느낌 외에는. - P76
너는 이 황량한 세상에서 나를 위해 피어난 다정한 장미꽃이고, 너의 정다운 가슴속 깊이 나의 어두운 슬픔을 파묻어 줘! - P77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읽기 시작했어. 아, 벗이여, 이것이야말로 모든 책 중의 책이라는 생각이들어! - P77
추신 - 이 편지를 간직해 줘 네 마음이 처량해질 때, 그리고보람 없이 어둠 속에서 부르짖는 일이 있을 때 이 글을 다시 읽어줘. - P78
나는 고민하고 사랑하고 희망하기 위해 태어났고, 또한희망하고 사랑하고 고민하고 있어! 내 일생의 이야기는단 두 줄로 요약될 수 있어. 나에게 살아가는 힘을 주는것은 사랑, 그리고 나에게는 단 하나의 사랑이 있을 뿐인데, 그건 너야! - P82
그러나 이모든 것은 글로 표현할 수 없어! 글로 쓴다는 것은 한 송이의 꽃을 찍은 사진과 같으니까! - P83
아마도 너는 도움과 위로와 희망이 필요할 텐데, 나는 애정의 말은 커녕 고작 자신을 위해서 밖에 살지 못하는 에고이스트의 한탄만을 섞어 보내는구나. 사랑하는 벗이여, 용서해 줘! 다른 말은 쓸 수가 없다. 나는 지금 위기를 겪고 있어. 지금 나의 마음은 산골짜기의 자갈밭보다도 더 메말라 있어! 모든 것에 대한 불안., 또 나 자신에 대한 불안, 이것이 가장 잔인한 괴로움 아닐까? - P84
또 그의 긴 얼굴은, 선이 분명하고 의지가 강하면서도 조용하며 난폭한 데라고는 조금도보이지 않는 턱까지 길게 뻗어 내렸다. 그는 겁먹은 빛도 없이, 그렇다고 도전적인 기색도 없이 호텔 주인의 질문을 받아넘겼다. - P87
다니엘은 대꾸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그는 타협하는 듯한 표정으로 자크가 화내는 것을 아무 저항 없이 바라보았다. 그리고 미안하다는 듯이 미소를 띠었다. 그의 미소는 독특했다. 입술이 치켜진 그의 작은 입이 슬쩍 왼쪽으로 올라가며 치아가 드러났다. 그리고 이러한 뜻밖의 명랑한 모습은 그의 진지한 얼굴에 매력적인 환상 같은 것이 감돌게 했다. - P90
다니엘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는 방금 또다시 내면의경고를 들었다. 집을 떠난 뒤에 벌써 여러 번 듣는 경고였다. 그러나 이번만은 도저히 그 소리로부터 도망칠 수 없었다. 그소리를 똑바로 의식해야만 했다. 그의 마음속에서 불만에 찬목소리가 반대하고 있었다. - P93
그러자 그는 금방 위안과 안도를 느꼈다. 이제 그는 혼자가 아니었고 어떤 초자연적인 존재가 그를 감싸 주고 있었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새로운 공포감이 그를 사로잡았다. 집을 떠나 온 뒤로 그는 단 한 번도 하느님을 생각해 본 일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 갑자기 보이지 않는그 ‘시선‘이 그를 굽어보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것은 그의 마음속 깊이 숨겨진 많은 생각을 꿰뚫고 들여다보는 것 같았다! - P100
다니엘은자기들이 배를 타지 못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아무튼 반드시 그러리라고 확신하지는 않았다. 때로는 자기 생각이 틀렸기를 바라기도 했고, 환상이 상식을 뛰어넘어 이겨주었으면 하고 바라기까지 했다. - P113
그렇게 되는 건 때때로 또다른 한 사람 - 불행하고 신분도 낮고 조금만 돌봐 주면 반드시 구해 줄 수 있을 그런 사람을 동정하기 때문일 수가 있어.... - P139
그리고 머리를 숙이고 자기도 모르는 그 무엇을 기다리면서 울고 싶기도 하고 웃고 싶기도 한 심정을 동시에 느끼면서 서 있었다. 그의 가슴속에는 그토록 애정이 복받쳐 있었다! - P151
그는 생기 없는 얼굴을 들었다. 지금 하느님에게 자신의 실망과 이 새로운 시련을 바치고 있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부터 모든 원한을 풀어 버린 그는 지금 아버지로서 길 잃은 자식을 위해 기도를 드렸다. 기도대 아래에 있는종교 서적들 틈에서 묵주를 꺼냈다. 그것은 그가 최초의 성체배령 때 받은 묵주로서 사십 년 동안 길이 들어 이제는 손가락사이에서 저절로 굴렀다. 그는 두 눈을 감았다. 그러나 이마는여전히 그리스도를 향했다. 그의 일상생활에서 이러한 내면적인 미소, 이 꾸밈 없는 행복한 얼굴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 P154
그는 어떤 구원책이라고나 할 수 있는, 숨 막힐 듯이 가슴을 가득 채우고 있는 애정을 한꺼번에 다 쏟아 버릴 수 있는영웅적이고도 엉뚱한 희생이나 속 시원히 헌신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질 수 있었으면 하고 생각했다. 그러면서도 때때로 자기 연민에 빠져 머리를 번쩍 들고는 알아주지 않는 사랑과 증오와 자부심이 하레 뭉친 비뚤어진 쾌감의 한순간을 맛보기도 했다. - P155
자크는 목구멍에서 울음이 터져 나오지 않도록, 그리고얼굴 근육 하나에라도 그 표정이 나타나지 않도록 주머니 속에서 주먹을 불끈 쥐고, 턱을 가슴께로 바짝 끌어당겼다. 용서를 빌지 못한 것이 얼마나 괴로운 일이었으며, 자기도 다니엘처럼만 맞아 주었더라면 얼마나 따뜻한 눈물을 흘렸겠는가를아는 사람은 오직 자기 자신뿐이었다! 그렇다! 어차피 이렇게된 이상, 아버지에 대한 자기의 심정, 원한이 섞인 이 동물적인 애정, 서로 주고받을 수 있다는 희망을 더 이상 가질 수 없게 된 뒤로 오히려 더 복받치기까지 하는 이 동물적인 애정을결코 누구도 눈치채지 못해야 했다! - P157
지금 그에게는 오직 자신의 이 절망적인 광경을 다른 사람에게 보이지 않겠다는 의식만이 겨우 남아 있을 뿐이었다. - P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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