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지도로 읽는다 지리와 지명의 세계사 도감 1~2 세트 - 전2권 지도로 읽는다
미야자키 마사카츠 지음, 노은주 옮김 / 이다미디어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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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리와 의지로 겨우겨우 읽은 책 <지리와 지명의 세계사 도감>을 만났다.

정말 공부하듯 책을 읽었다. 사실 억지로 억지로 읽었다. 슝슝 읽을 수 있는 공감백배 느끼는 소설책들이 내 옆에서 '나를 읽어달라' 외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꾹꾹 참고 읽었던 것 같다.

나는 세계사를 잘 모른다. 제대로 책 한 권 읽어본 적 없는 유년기를 보냈고, 어른이 되어서도 결국 제대로 모르겠다. 그래서 사실 더 의도적으로 읽으려 노력하지만 즐겁게 찾아 배우는 재미에 푹 빠져 읽지는 못한다. 사실 세계사도 그렇고 철학도 그런 분야이다 내게는. 하지만 과학과 수학 쪽은 다르다. 물론 어려운 고전문학은 여전히 큰 심호흡을 하고 읽어야 하지만, 감동을 주는 소설, 에세이가 더 쉽게 손이 간다.

그런 나를 닮은 걸까, 내 아들 역시 편독이 매우 심하다. 한국사, 세계사, 인물(위인)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다. 그냥 재미가 없단다. 헉! 사실 뭐라 뭔가를 설명을 하고 싶어도 나 역시 아.는. 것. 이 없다. 책을 권해주고 싶어도 좋은 책이 뭔지 판단하는 눈이 없다. 그래서 더 절실히 나를 위해, 그리고 아이를 위해 세계사에 관심을 가져보기로 결심했다. 쉬운 만화부터 다른 식으로 세계사를 approach 한 책들을 만나보고 있다. <지리와 지명의 세계사 도감>은 역사를 시대적 순서뿐 아니라 지리와 지명을 바탕으로 역사가 전개된다.

지도 하나로 세계를 알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를 고민하던 중, 그 방법으로 연구를 시작했다는 저자 미야자키 마사카츠는 역사와 지리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상관관계가 있다는 걸 발견하고 지명에 숨은 역사를 파헤치는 식으로 '역사'와 '지리'와 '지명'을
잘 접목시켜 세계사를 소개한다.

지도와 다양한 사진이 많이 수록되어 있어 읽으면서 감탄을 자야 낸다. 하지만 여전히 지명의 이름은 어렵고, 제대로 읽고 있는지도 모르겠으며, 익숙하지 않은 이슬람 세계나 중아시아 등에 대한 얘기는 너무 생소하기도 했다. 사실 거의 모든 내용이 생소했다. 한 번쯤 들어봤음직하지만서도 그저 먼 나라 이야기 같기만 했다.

드디어 아시아 민족에 대해 조금 아는 내용이 보일 때도 있었지만, 이렇게 함축된 큰 그림을 지도와 접목해서 본 적이 없어 신선하고 재밌었다. 아는 만큼 보이는가... 뜬구름 잡는 얘기가 거의 전부고, 조금 들어본 적이 있는 명칭, 국가, 지명이 보이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이 책을 시작으로 다른 세계사 책을 보면, 좀 더 반갑게 느끼는 내용이 더 많아지길 바라본다.
휘발성이 너무 강한 세계사 이야기이지만, 지리와 지명을 바탕으로 세계사의 썰을 풀어가는 내용이 재밌기는 했다. 문득, 나만 이렇게 모르나? 싶기도 하고...

지금 전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다양한 문제의 본질적인 원인은 세계사 속에서 읽어낼 수 있다는 저자의 말처럼, 역사와 배경과 문제를 파악하고 시각과 능력을 키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 책을 읽으나 수고했다며 토닥 거리고 싶다. 세계사를 좋아하는 독자들은 분명 나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을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며 또 고민에 빠진다. 우리 아이에게 어떻게 세계사를 재미있게 소개해줄 수 있는가 하고 말이다. 분명 흥미롭고 신기하고, 가보고 싶은 곳이 생기는데.... 세계사 울렁증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어렵기만 한건 어떻게 극복을 하나. 역시 책이 답이던가? 짤막짤막하게 빠른 스피드로 역사를 전반적으로 살펴볼 수 있어 전반적인 흐름을 파악하기에 매우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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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날엔 샴페인을
정지현 지음 / 그여자가웃는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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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재미있고 유익한 <슬픈 날엔 샴페인을>을 만났다. 와인에 대해 설명해주는 듯하지만 왠지 인생사에 대해 논하는 것 같고, 에세이 같은 느낌에 와인과 샴페인, 역사 등에 고루고루 설명해주는데 귀에 쏙쏙 들어온다.

목차만 보고 궁금증을 자아내서 책을 집어 들었다. 최근 한스 라트의 <그리고 신은 내게 도와 달라고 말했다>와 같은 신 시리즈를 읽으며 책 안에 인물들이 와인을 갈망하고 마시며 즐기는 대목을 읽으며 나 역시 어찌나 좋은 와인이 탐나던지. 꼭 좋은 와인이 아니더라도 와인을 마시는 분위기에 취해보고 싶단 생각을 했다. 이 책의 목차를 보고, 와인에 대해 좀 배워볼까~싶어 읽기 시작했다. 저자는 처음부터 와인에 대한 것 자체에 거품을 확 빼준다. 와인에 대해 좀 알면 괜히 있어 보이고 교양 있어 보일 것 같은, 뭐 그런 어줍지않은 생각에 찬물을 확 끼 얻는다. 와인은 그저 음료일 뿐, 특별하지도 않고 그럴 이유도 없으며 그렇게 격식이 필요하거나 지식이 요구하는 그런 것이 아니라고 일침을 가한다. 절로 고개를 끄덕끄덕.... 막걸리나 소주, 맥주는 마시며, 전통과 역사, 만드는 과정, 등급을 다 알고 마셔야 하는 것이 아니니 말이다. 결국, 왜 사람들이 와인을 마시는지, 와인은 무엇인지에 대해, 또는 알아두면 좋은 팁들, 야간의 상식과 흥미 있는 이야기를 듣는 기분으로 이 책을 만나게 된다.

다른 와인에 관한 책 보다 이 책이 더 와닿는 이유는 아마 저자의 자유로운 영혼임을 여기저기에서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정보나 지식보다는 와인 한 잔이 있는 식탁에서 너무 진중하지 않은 인문학과 역사 이야기, 사랑과 사막과, 존재하지 않는 시간에 대해서, 그리고 길지도 짧지도 않은 인생에 대해서 얘기하고 싶었다는 저자의 말을 읽으며 그 순간 작가의 말을 들으며 어찌 빠져들지 아니할 수 있겠는가.

저자 정지현은 괜히 친근감부터 느껴진다. 캘리포니아 주 나파 밸리 근처에서 살았고, 현재 한국의 여러 곳에서 와인과 테마여행에 대해 강의를 하면서 미국 서부 대륙을 가이드하고 있다고 한다. 한때 와인 및 주류 소매점을 운영하기도 했고, 사막과 오지를 여행하는 자유로운 영혼, 현실에 충실하게 사는, 사람 냄새나는 사람일 것 같았다. 나 역시 유년기를 캘리포니아 주에서 지냈고, 와이너리를 구경하고 싶어 나파 밸리 및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다양한 와이너리에 방문해서 작은 피크닉도 했었다. 나파 밸리가 가장 유명한 건 맞지만, 작은 와이너리를 방문하며 소중한 추억을 쌓았던 옛 생각이 들어 더 재미있게 읽었던 것 같다.

저자는 와인을 된장국이나 콩나물국과 같은 본토 한국 음식이나 한국 문화를 많이 언급하며 비교해서 이해하기가 쉬웠고, 와인에 대한 질의응답이 가장 효과적으로 머리에 남는다. 와인 한 병의 원가, 와인병 밑은 왜 움푹 파였는지, 테루, 빈티지, 타닌의 뜻은 무엇이며, 내가 최근 가장 궁금했던, 코르크와 스크루 캡의 차이 중 어떤 것이 더 나은지에 대한 질문 등 다양한 기본 상식 수준의 내용이 담겨 있다. 가장 유익하고 까먹을 때쯤 다시 펼쳐보기에도 좋을 것 같다.

우선 코르크와 스크루 캡 중 어떤 것이 더 나은가? 현실적으로 스크루 캡의 장점이 압도적이지만, 치명적인 약점은 바로 '기능만 있고 문화가 없다'라는 점이다. 실제 와인을 오픈할 때 사람들은 '뽕'하는 소리를 기대하게 되는데 그냥 소주처럼 돌려 따면 왠지 기품이 없어 보이고 재미마저 덜하다. 하지만 코르크의 변질로 인해 와인이 오염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그 매력 또한 떨어진다. 최근 호주에서는 거의 모든 와인병에 스크루 캡을 쓴다고 한다. 최근 구입한 엘로 테일 와인이 스크루캡인 것이 그 이유인가 보다.

와인에 대한 기본 상식과 소소한 이야기가 곁들인 <슬픈날엔 샴페인을>을 읽으며 흐뭇한 미소를 짓게 된다. 나파 밸리, 다시 가보고 싶다.

어머니가 중요한지 아버지가 중요한지를 묻는 것은 우리가 이분법적 사고방식에 길들여져 있기 때문이다. 천당과 지옥, 이것 아니면 저것, 좌와 우, 너와 나를 언제나 구분하고 선택하도록 교육받고 살아왔기 때문이다. 우주에서 내려다보면 어디가 남쪽이고 어디가 북쪽이겠는가? 권력이라는 버스가 오른쪽으로 쏠리면 우파가 되고 왼쪽으로 쏠리면 좌파가 되는 것이다. 천사와 악마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니다. 이성을 잃으면 악마가 되고 본성을 바로 보면 천사가 되는 것이다. 마음이 지옥 같으면 그것이 바로 지금 지옥에 있는 것임을 깨달아야 한다. 현재 전 세계에서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는 전쟁과 갈등과 죽음을 지켜보면, 그리고 내가 살고 있는 지금의 모습을 사유해보면 천국과 지옥이 어디인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pg 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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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타운 베어타운 3부작 1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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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드릭 배크만의 소설을 읽으며 참 따뜻하다란 생각을 했었다. 오베라는 남자 A man called Ove』를 읽으며 얼마나 빵빵 터뜨리며 웃었는지, 울고 웃고를 거듭하며 책을 덮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를 통해 처음 만난 작가인 프레드릭 배크만은, 그의 작품을 계속 만나겠노라 다짐하는 독자 한 명이 여기 한국에 기다리고 있다는 걸 알까?

프레드릭 배크만은 스웨덴 유명 블로거이자 칼럼니스트이다. 데뷔작이자 첫 장편소설인 『오베라는 남자 A man called Ove』는 그의 블로그에서 처음 시작되었다. 수많은 독자들이 ‘오베’라는 캐릭터에 반해 더 써볼 것을 권했고, 그렇게 소설이 탄생했다고 한다. 난 여전히 차량 SAAB를 보면 오베를 연결시켜 생각하게 될 것이다, 배크만이 날 이렇게 만들었다.

베어타운』이란 책 역시 그렇다. 하키 타운으로 소개가 된 베어 타운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를 572쪽의 긴 소설 안에서 알아간다. 그리고 하키란 스포츠에 대해 이토록 흠뻑 빠질 줄이야.

개인적으로 차분히 앉아 책을 읽을 수 없는 상황에서 책을 시작해서인지,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너무 궁금한데 책 진도가 더디게 흘러 답답하기까지 했다. 그 이유는, 책 처음부터, "삼월 말의 어느 날 야밤에 한 십 대 청소년이 쌍발 산탄총을 들고 숲속으로 들어가 누군가의 이마에 대고 방아쇠를 당겼다."라고 시작되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사건의 시작은
200쪽이다. 거기까지만 잘 참고 읽으면, 그 뒤는 슝슝 한숨에 다 읽게 된다. 재미있는데 이상하게 진도가 안 나가고, 했던 같은 얘기를 반복되는 느낌이라 답답함도 함께 느끼기도 했다. 근데 다 전략적이었던 것 같다. 작가의 다른 작품인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도 그랬던 기억이 새삼 났다. 배크만의 매력은 모든 등장인물의 개인개인에 대해 더 알게 되고 빠지게 된다는 점이다. 누구 하나 미워할 수 있는... 무조건 나쁜 사람도 착한 사람도 없다. 같은 사건에 대해 사람들의 견해가 다르고 관점이 다르다는 걸 또 느낀다. 인간이 얼마나 나약하면서 동시에 강한지에 대해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우리 청소년들은 작은 어른이면서 여전히 아이들이라는 점을 잊으면 안 될 것이다. 우리가 어떻게 키우느냐에 따라 아이들이 성장하는지에 대해 모른척하면 안된다. 

등장인물 중 미야가 너무 좋았다. 그녀의 솔직함, 당당함, 불안정함 등이 너무 와닿는다. 그녀 같은 멋진 엄마가 되고 싶다는 생각도 잠시 하게 된다. 그녀가 등장할 때마다 너무 좋았다.

『베어타운』은 자기 자식이 피해자가 됐건 가해자가 됐건, 내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부모가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에 대해 보여준다. 나라면 어땠을까? 피해자의 입장에서 상황을 지켜보다가 내가 가해자의 엄마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소름이 끼쳤다. 나라면 어떻게 행동했을까? 아니, 그보다 훨씬 전에, 그런 남자로 키우면 절대 안 되겠다고 생각이 든다. 진정한 남자가 되는 법을 제대로 가르쳐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끊임없이 하게 되었다. 학교 폭력, 지저분한 농담, 이민자를 멸시하는 아이들과 어른, 눈 가리고 아웅하듯 자신의 이익을 위해 진실에 눈 감는 마을 주민들의 태도, 돈이 전부가 될 수도 있는 사람들, 하지만 누구 하나 미워하기엔 너무 안타깝고, 그들 안에 조금씩 나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어 더 짠하기도 했다.

소설 안의 내용이 현실에서도 발생할 수 있는 일이기에 더 와닿는 것 같다.
역시 베스트셀러 프레드릭 배크만의 <베어타운>이다. 꼭 읽어봐야 할 명작이다. 그의 후속작에 대한 힌트를 살짝 주며 책이 끝난다. 다음 이야기가 벌써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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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탕 2 - 열두 명이 사라진 밤, 김영탁 장편소설
김영탁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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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믿고 볼 수 있는 화제의 책!

숨 가쁘게 빠른 템포로 읽어간 곰탕 2. 아 결국 이렇게 끝나는구나... 하며 책이 끝나도 남는 이 아쉬움이여... 우선, 이 책이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스포일러 완전 주위!!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만나야 제맛을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나 역시 재밌다는 소문만 들었을 뿐, 일부러 서평을 안 읽었다. 조금이라도 아야가 전개를 알면 그 놀라움과 감동이 덜 할 수도 있어서랄까. 곰탕 1을 읽기 시작했다면, 꼭 곰탕 2를 옆에 두고 시작하시라 조언 드리고 싶다. 곰탕 1이 끝났는데 나처럼 곰탕 2가 없으면 정말 감질나기 때문이다. (드디어 곰탕 2가 내 손에 있다. 흐허허허허)

반전에 반전이 거듭되면서, 그리고 등장인물의 내면을 점점 알아가면서, 누구 하나 미워할 수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났다. 살고자 하는 의지가 어떻게 사람을 변하게 할 수 있는가에 놀랐고, 악착같음이 어떤 건지 느끼게 해주는, 그러면서 인간의 목숨이 이렇게 쉽게 끊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을 동시에 했다. 인생의 허무함... 도 함께 느끼기도 했다.

재미있다 이 책, 달리 다른 거창한 형용사를 생각해내기 어렵다.
하지만 좀 뭐랄까, 답답한 마음도 계속 가지고 있었다. 사람들의 행동이 답답했고, 내리는 결정이 답답했고, 안타깝다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다. 나라면... 말도 안 돼, 정말? 왜 이런 행동과 결정을..? 이런 상황도 자주 등장했다. 특히, 할아버지에게 한 짓은.. 할아버지도 가족인데 왜 그랬을까?는 여전히 잘 모르겠다. 더불어 나 같으면 다시 안 돌아갔을 것 같다. 허기사 나 같으면 안 했을 일들이 매번 벌어지니까 이 소설에서는...

내가 만약 과거로 돌아간다면, 난 무슨 일을 하려 할까? 내가 바꾸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누구를 만나고 싶을까? 저자가 아버지를 향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가족에 대해, 내가 가진 이 삶에 대해 좀 더 감사함을 느끼며 살아야 할 것 같다. 미래에 소설 안에서와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기를, 그리고 과거로 돌아오더라도 꼭 이런 행동을 할 필요 없는 사회이기를. ^^ 조만간 후속작이 나올 것 같다. 그 책도 1순위로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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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멋스러운 무단횡단 - 아이들과 함께 유럽 자유여행을 꿈꾸는 부모들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
이은경 지음 / 착한책방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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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며 격하게 공감했다. 내가 지금 느끼는 이 느낌을 고스란히 <우리들의 멋스러운 무단횡단> 프롤로그에서 읽을 수 있었다.

여행... 좋아한다, 상상으로만.

어렸을 땐 돈이 아까워서 여행을 못했고, 직장 다닐 때는 돈 모아야 해서, 혹은 휴가를 내기가 어려워서, 결혼 후 겨우 신혼여행을 다녀오곤, 아이들 출산으로, 어린아이와 어떻게 여행을 하냐며 집에만 있었던 것 같다. 집 나가면 고생이라며.... 그러면서 다른 이들의 여행 에세이, 소설 등을 보며 간접경험을 하는 나를 발견한다. 당연, 부럽다.

어쩌면, 돈도 시간도 딱 봐도 힘들 일정에 익숙하지 않은 타지의 경험이 마냥 ‘두렵기’때문에 시작조차 못하는 것 같다. 더불어 심하게 게으르다. 알아보고 찾아보고 결정하고 (결정장애가 있는 우리 부부에겐 좀 더 결정을 잘하는 내가 다 해야 한다), 그 과정이 기쁘지 않다. 여행을 계획하는 것이 스트레스이니, 아마 그래서 더욱더 집순이로 살고 있는 것 같다.

그러던 중, “이래선 안되겠다! 이번 여름은 뭐라도 하자! 미국으로 고고씽!” 이라 결정을 한지 2~3달 전, 드디어 우여곡절 끝에 비행기 항공권을 구매하고, 지금까지, 아. 무. 것. 도. 안 하고 있다. 비행기 가격, 날짜 결정, 남편과 함께 가는지 아이들만 데리고 가는지에 대한 결정으로 옥신각신하며 진을 다 뺐다.
결정은, 이번 여행은 나와 아이 둘만 데리고 가는 것으로. 상상만 해도 힘들 것 같다. 여행에게 미안해질 정도로. 나 혼자 여행 가라면, 이렇게까지 머리가 복잡하진 않겠지 싶다. 장소도 숙박도 음식도, 나 하나쯤은 이래도 그만 저래도 그만인데, 아이들이라는 복병으로 인해, 더 많은 시나리오와 상상력을 발휘해 최악의 케이스를 생각해 준비해야 할 것 같아, 생각만 하다 그만두고 머리 식힌다며 놀기를 한다. (둘째는 아직 기저귀를 착용하므로, 여전히 저 어린이를 데리고 긴 여행을 가는 게 올바른 선택이었는지...)

이 책을 읽으며 저자의 마음이 어찌나 백 번 공감이 되던지. 미국이란 나라를 다시 가게 되어 기쁘지만, 우울하다. 즐거우려고 행복한 추억 만들려고 계획을 짜던 중, 머리가 아파 암것도 못하겠다 지금은. (둘째 카시트까지 다 들고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을 하던 중, 다시 여행 준비 포기) 그리고 외롭다. 이 모든 걸 다 나 혼자 결정해야 하고, 만약 힘들고 즐겁지 않은 여행이 되면, 고스란히 다 내 탓일 것 같아서다.

여행에 적당한 때가 있는 걸까.
일상을 멈추고 여행지로 떠나기 가장 적당한 때는 언제일까.


저자는 실제 여행을 하며 우여곡절 이야기부터 시작된다. 숙소는 마음에 들지 않았고, 장시간 비행기 여행으로 둘째는 건강이 나빠진듯하고, 음식도 입맛에 안 맞으면서 비싸기만 하고, 시차도 크고, 파리의 낯선 거리로 피곤에 쩔어있을 저자의 가족들이 상상이 된다. 바로 내가 두렵게 생각하는 미국 여행이 이러하다.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돈이다. 줄줄 세는 돈을 좀 더 아껴보겠다고 이것저것 안 하는 것도 웃기고(거기까지 가서), 여행에서 최대한 편하고 알차게 보내고자 계획 없이 돈을 써도 안되기 때문이다.(돌아와서 거덜 난 잔고를 어찌 감당하리)

하지만, 믿어보련다.
저자의 말처럼 “신기한 일은 그때 일어났다.(...) 한국에서 나를 못살게 굴던 종합 스트레스 세트들이 잊혀 버린 것이다.” 한국에서 현실에서의 아등바등 고민하고 스트레스받던 것이, 낯선 땅에서 별일 없이 살아낼 궁리를 하느라 중요한 것이 더 이상 아니게 되어버렸다는, 그 말을 말이다.



여행에 돌아오고 난 후 이 책과 내가 남긴 서평을 보면 새로울 것 같다.
여행 가기 전의 나와 아이들, 그 후의 나와 아이들. ㅋ
여전히 둘째는 그냥 9시부터 4시까지 어린이집에 보내는 게 편한 여름방학을 보내는 것이 아닐까란 생각이 든다(미안해 둘째야). 간식, 매끼 챙기는 것이 난 너무 어렵다. 첫째도 만만치 않다. 방학하는 건 좋은데, 식당은 여전히 열었으면 한다는 나의 불손한 생각. ㅋㅋ 미국에서, 하루 세 끼에 간식 두 번에 밤 야식까지.. 어떻게 다 챙기나... 머리를 절레절레, 닥치면 다 뭔가 괜찮겠지... 란 막연한 생각에 초연한척해 보련다.

이 책을 읽고, 충동적으로 결정한 미국 여행에 대해 좀 더 너그러운 마음으로 조금식 더 준비를 해야겠단 생각이 든다. 그리고 다음 여행지는 유럽으로 해도 좋을 것 같다는 용기와 희망이 든다. (우선 미국 다녀오고 생각 좀 해보... ㅋㅋ) 좌충우돌 여행 이야기가 어찌나 웃기던지, 이쁜 작가 아줌마 (아이 엄마이면서 교사인데 작가)의 가족 이야기가 여느 시트콤보다 웃기고 재미있다.

맨 뒤에 Travel Tip이 있어 유용하다. 매우 실질적이다. 여행 가방 싸는 물품에 대한 것도 생각하지 못했는데, 아~ 필요하겠네~ 싶은 것이 많았다. 아이들과 함께 움직이는 것이므로. 여행자 보험과 자동차 국제면허증도 빨리 알아봐야겠다.

일단 한 번 가보시라


여행은 백번 책을 읽어도 못 느낄 그런 경험을 몸소 체험하는 것이다. 그 경험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겠지.
꼭 해외가 아니어도 좋다. 국내에도 안 가본 곳이 너무나도 많다. 자유여행을 통해 우리 아이들과 예쁜 추억을 만들어야겠다는 동기부여와 용기, 믿음이 생기게 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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