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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하는 여자, 영혜 - 과학 없이 못 사는 공대 여자의 생활 밀착형 과학 이야기
이영혜 지음, 고고핑크 그림 / 새움 / 2018년 3월
평점 :
아니 이 책의 장르가 무엇인가? 읽는 내내 웃겨 죽는 줄~~ 입담, 재치 신선 게다가 명확한 근거가 있는 과학적 주장에 매료된 채 책을 읽어나갔다. 하필 근로자의 날에 체육 대회가 겹쳐 아이들이 일찍 하교하는 바람에 책을 읽는 흐름이 끊겨 아쉬웠다. 너무 계속 읽고 싶고 너무 궁금한데 이리저리 바쁘고 분주했다.
과학 없이 못 사는 공대 여자의 생활 밀착형 과학 이야기라는 부제를 읽었을 때만 해도 이 책이 이렇게 코믹할 줄 누가 알았을까. 기자로서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기사를 쓰며 그동안의 이야기를 담은 책인
데 완전 시트콤이 따로 없다. 아~ 개인적으로 만나면 너무 유쾌하고 재밌는 분일 것 같다.
기자 생활이 무료해지면 코믹한 소설이나 에세이를 써도 너무 잘 쓸 것 같은 기대감이 마구 주는 작가님이시다.
이영혜 기자 겸 작가는 다이어트, 독도, 아나콘다, 태풍, 막춤, 그리고 생활을 살면서 크고 작게 느끼는 사건들에 대해 취재를 한다. 그녀가 직간접적으로 느끼는 불만, 궁금증 등을 동기부여로 삼아 추진해나가는 모습이 멋지다. 그중 저주파 소음에 대한 사건, 방사선에 노출된 물고기 현화, 그리고 측정 방법, 과연 안전할까? 생리대, 편리함으로 포장되어 건강을 덜 생각하게 하는 포장 등을 읽으며 내 주변에 더 관심을 갖게 된다. 수많은 과학 저널, 논문, 인터뷰 등을 통해 전문성을 유지하려면 엄청난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에 기자의 삶도 열정이 없으면 힘들겠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극한직업이었을 줄이야.
책 내용 중 장기하의 '막춤'에 대해 언급이 되었는데, 생각해보니 가수 장기하의 노래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 그저 서울대 졸업생이라는 것과 상대적으로 굉장히 어린 가수 아이유와 사귀었다는 점밖에. '장기하 막춤'을 검색하고 시청을 하는데 완전 빵 터졌다. 기분이 우울하거나 괜히 푼수 짓을 떨고 싶을 때 보고 따라 춰봐도 정신건강에 좋을 것 같다. 장기하, 다시 보인다. 정말 능력자임을 인정한다.
이 책을 읽던 중, 핸드폰을 분실했다. 처음에는 '그냥 어쩔 수 없지 모, 그냥 잊어야지...' 싶었는데, 주민번호 해킹 등에 대한 글을 읽으며, 적어도 경찰서, 통신사, 제조사에 분실신고는 접수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에서 주민번호 해킹이 이렇게 쉽다는 것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이렇게 로직이 너무 간단하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우리 생활 속에서 이유를 모른 채 그냥 살아가다가 하나 둘 과학 이야기로 알려주는 과정이 너무 흥미진진하고 과학적 용어가 나오더라도 적당히 넘어가며 이해할 수 있을 만큼 독자에 대한 배려가 많은 책이라고도 생각했다. 과학 책이 아니라 코믹 책이라고 해도 부족함이 없는 과학에 대해 다른 시선을 시사한, 재미있는 책 <실험하는 여자, 영혜>을 강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