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과거를 지워드립니다
비프케 로렌츠 지음, 서유리 옮김 / 레드박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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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2012년에 출간된 <당신의 과거를 지워드립니다>가 2018년에 표지를 새로 하고 개정판으로 출간되었다.


최근에 읽는 소설책 중 이렇게 주인공을 비호라 여기며 읽었던 적이 있던가? 란 생각을 하게 만든 비프케 로렌츠의 <당신의 과거를 지워드립니다>를 만났다. 어쩌면 비프케 로렌츠는 독자로부터 주인공을 이해하고 공감하길 바라기보단 오히려 좀 더 뒤틀어서 유쾌하지도 않고 가볍지도 않으며 슬프기만 상황을 찰리라는 인물을 통해 소개하는 걸까? 우리에게 정작 말하려는 건 무엇이었을까?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저지른다. 잊고 싶고 돌아가서 다시 고치고 싶은 사건이 어찌 없을 수 있겠는가. 더불어, 만일~ 만약에~ 란 말을 종종 하며 살기도 한다. 만약 내가 그때 이랬더라면... 이란 상상은 누구나 한다. 나 역시 와인을 마시며 종종 신랑과 대화를 한다. 우리가 만약 결혼을 하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스파이더맨에서의 유명한 명언 중 "With great power comes great responsibility." 이 생각이 난다. 큰 힘에는 그만큼 큰 책임이 따르는데, 나의 소중한 인생에서 내리는 수많은 결정들의 책임은 내가 지어야 하는 법, 내가 내린 그 결정을 어떻게 좋은 방향으로 바꾸어나가느냐에 따라 인생이 달라진다.

찰리는 인생에서 지워버리고 싶은 일들이 너무 많다. 서른이 거의 다 되었는데 카페 겸 술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대학교는 중퇴를 했고, 돈도 없고 제대로 된 남자친구와 교재를 해본 적도 없다. 부모님에게는 좋은 딸이 되고 싶지만 실천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죄책감을 항상 가지고 있다. 화려한 스펙에 번듯한 직업을 가진 동창들에 비해 한없이 초라하고 작고 한심하게 느끼는 찰리는 기억을 지우고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실현된다.

찰리라는 인물을 통해 모순된 우리의 행동을 발견한다. 새로운 삶을 얻게 된 찰리는 날씬해지고 첫사랑이었던 모리츠의 아내가 되어 대저택에 살고 번듯한 직장에 다니고 곁에는 잘 나가는 친구들이 있다. 하지만 뭔가 잘못된 것 같고 원하는 삶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떨쳐버리질 못하며 예전의 삶에서 알고 지낸 사람들을 찾아 헤맨다. 난 오히려 이 대목에서 찰리가 너무 이기적인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노력은 하기 싫고 뭔가 기억에서 지우고 싶은 일들은 사실 본인이 초래했고, 새로운 삶이 주었지만 여전히 상황에 맞게 행동하고 개선하려는 노력은 전혀 없다. 다 갖고 싶어 하며 더 갖고 싶은 사람이라고 느꼈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더니. 교양 있고 품위를 지키며 하는 행동이 꼭 겉멋이 든 것이라거나 솔직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컨설팅 회사를 다니며 하는 업무가 항상 비굴하고 영업을 엄청 해서 프로젝트를 따야 하고 인맥 쌓기에 혈안이 되어 잘못된 인생을, 행복하지 않는 인생을 사는 것이라 어찌 판정하랴. 좋은 학교를 졸업하고 인맥을 쌓는 모임을 만드는 것이 꼭 진정성이 없다고 결론을 내리는 부분이 매우 거슬렸다. 찰리가 뒤늦게 팀을 만나게 되어 앞뒤 상황 고려 안 하고 팀의 부인 앞에서 그렇게 행동하는 모습 또한 그녀의 행동거지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생각이 될 뿐, 동정이나 공감이 가지 않았다. 그냥 이 책에 등장하는 찰리가 정말 나에겐 너무 비호감이라 이야기를 읽는 내내 좀 짜증이 났다.

새로운 인생에서도 과거의 인생에서처럼 '헤픈 여자'라고 적힌 티셔츠를 입고 만족스럽게 거울 앞에 서는 장면이 있는데, 이는 당당히 자신의 추구하는 인생을 살려는 행동이라기보단 찰리의 깊은 내면에는 "나 좀 봐줘요~"라는 애정결핍이 있다고 밖에 보이지 않았다. 물론 모리츠와 계속 결혼생활을 하기를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새로운 인생에 들어와 모리츠와 주변 사람들에게 준 피해는 여전히 있다고 생각한다.

책 초반에 자신이 초라하다 생각이 된다며 열거된 내용은 공감이 된다. 동창회가 있어도 나 역시 참석을 안 하기 때문이다. 다른 동기들은 다 잘 나가는데 나만 집에서 육아를 하고 있고, 몸은 퍼질 대로 퍼져있고 화장은 언제 마지막으로 했던가란 생각을 하니 기분이 한없이 가라앉는다. 화장실에서 화장품 몇 개를 꺼내들었다. 그런데 너무 오래되어 다 말라버렸고 아이섀도는 분홍색하고 하늘색(내가 이걸 대체 왜 샀을까?)밖에 없고 마스카라도 그다지 상태가 좋아 보이지 않았다. pg59 나 역시 매일 화장을 하지 않는 요즘이기에 누군가를 만나야 하는 약속이 생겼을 때 언제 샀는지 기억도 안 나는 마스카라의 상태를 보고 좀 우울함을 느꼈던 기억이 났었다. 하지만 마스카라는 새로 사면 되는 것이고 나의 현실에 귀여운 아이들과 함께 지내며 소중한 추억을 만들 수 있는 특혜를 누리고 있으니 이 또한 행복한 삶이라 생각하며 하루를 또 보내게 된다.

술술 읽게 되는 책은 맞다. 주인공 찰리처럼 행복한 인생의 정의를 내리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들게 하는 책이기도 하다.


- 책 속으로

나는 아무것도 끝까지 해내지 못했고 남자와도 정상적인 관계를 맺지 못하고 있어. 게다가 이미 몇 년 전에 대학을 그만둔 사실을 부모님한테 말할 용기조차 없어. 난 술도 마시고 담배도 너무 많이 피워. 남성 편력은 말할 것도 없고. 허벅지랑 팔에도 점점 탄력이 떨어지고 있어. 그런데 운동을 하기에는 너무 게을러. 내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조깅을 하려고 시도한 적이 있는데, 바퀴 달린 장바구니를 끌고 가는 어떤 할머니한테 추월당한 후 2분 만에 그만뒀어. 균형 잡힌 영양식은 나하고는 너무 거리가 먼 얘기고 그저 정크푸드와 맥주로 연명하고 있어. pg63

찰리에게 주는 나의 조언: Stop complaining and do somthing about it!

인생은 수없이 많은 가능성으로 이루어져 있죠. 우리는 매일매일 여러 가지 가능성 중에서 수많은 선택을 하며 살아가고 매분 매초 인생에 영향을 미치는 결정을 내립니다. 우리는 일단 어떤 결정을 내리고 나면 그에 따르는 모든 결과를 안고 살아가게 되죠. pg 123

나의 생각: 현명한 결정을 내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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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터 1 : 식이조절 편 - 건강한 생활을 위한 본격 다이어트 웹툰 다이어터 1
네온비 지음, 캐러멜 그림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1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너무 재미있게 읽은 책이다. 실제 내 머릿속 시스템도 확 바꾼 것 같다.
이 만화는 자신의 몸속 세상이 질서가 바로잡힌 나라로 바뀌어 가도록 노력하는 수지양의 투쟁기이다. 실제 주인이자 무책임한 방관자가 아닌 책임감 있게 몸속 질서를 잡힌 나라의 주인으로 거듭나야겠다고 다짐을 하게 된다.

큰 기대 안 하고 다이어터 2와 3을 먼저 읽었다. 그리고 1권을 읽었는데, 지은이가 가하는 일침에 반성을 하고 열심히 몸속 정화를 시작했다.

살을 빼기 위함이 아니라 건강한 삶을 살기 위한 프로젝트인 다이어트이다.
단백질, 지방, 셀룰라이트, 탄수화물 등을 이렇게 그림으로 표현해주니, 내가 뭔가를 먹을 때 나의 몸 안에서도 그림에서 보여준 것과 같은 증상이 일어날 것만 같아 돼지같이 먹기를 그만두게 된다. 매우 효과적이다. 어차피 내가 아는 그 맛인 것을.

운동해야 하는데.... 하고 고민하지 말고, 그냥 하면 될 것을... 먹으면 안 되는데.. 하는 건 그냥 나중에 낮에나 치팅데이에 먹으면 될 것을...이라고 생각하니, 왕성했던 식욕도 땡겨했던 술도 사라져버렸다. 술은 정말 대박! 거의 매일 맥주 한캔을 마셨던 내가... cold turkey로 확 끊다니... 스스로도 대견하다.
30만 원짜리 자전거가 한낱 옷걸이로 추락한 우리 집에 있는 자전거를 바라보며, 비록 자전거를 매일 타지는 못하고 있지만, 그래도 평상시에 더 움직이리라! 하며 실천하고 있다.

몸이 가벼워지는 느낌은 들지만 아직 외관상 달라진 건 없다. 나만 느낄 수 있는 정도랄까.
급하게 빼면 요요가 오니, 먹고 싶은 것 다 먹되 꼭꼭 씹어먹고, 탄수화물 위주가 아닌 단백질 위주로 현명하게 먹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그리고 수지의 부장님 같은 사람들을 덜 만나야겠다고 다짐을 하며, 올여름엔 비키니 도전을 다시 해봐야겠다!

이 책은 남녀노소 꼭 읽어보면 좋을 것 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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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신은 내게 도와 달라고 말했다 그리고 신은
한스 라트 지음, 박종대 옮김 / 열린책들 / 2018년 3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읽으며 한스 라트의 골수 팬이 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의 재치와 위트에 감탄은 전작인 <그리고 신은 얘기나 좀 하자고 말했다>에서 <그리고 신은 내게 도와 달라고 말했다>까지 이어진다. 어떻게 이런 대화를 이 시점에서 할 수 있지? 하는 생각을 읽으며, 입밖으로 껄껄 웃기도 하며 읽었다. 재치가 있지 유치하진 않다. 비종교인이 읽어도 너무 공감이 되고, 신에 대한 소재를 이렇게 신선하게 다룰 수 있다는 점이 너무 신기하기만 하다. 그리고 한스 라트가 이 소설을 바탕으로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주려 하는지 주목할만하다.

전작에서 자신이 신이라고 주장하던 아벨 바우만이 죽었다. 그리고 4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야콥 야코비 박사는 원래의 삶을 살고 있다. 책의 시작부터 심상치 않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야콥은 길거리에서 좀도둑을 만나 소장하고 있는 시계, 지갑 등을 다 털린다. 그리고 지나가던 노숙자에게 그나마 가지고 있던 털모자와 털장갑마저 선물로 주고 집으로 돌아온다. 물질에 대한 소유욕이 자유로운 야콥이 너무 부럽기만 하다. 그래서였을까? 4년 만에 돌아온 아벨이 야콥에게 도와달라고 한다. 메시아가 되어 이 세상을 좀 더 나은 세상으로 만들어 달라고 한다. 그러는 과정이 정말 너무 재밌고 유쾌하고 감동적이다. 물론 야콥은 사양을 하고, 그에 대한 이유를 들으며 이 역시 너무 공감을 하게 된다. 야콥 한 사람이 어떻게 세상을 바꿀 수 있겠는가. 야콥을 보면서 우리나라의 기부천사인 션과 황혜영 부부가 생각이 났다. 그렇게 통 큰 기부가 꼭 아니더라도 선의를 베풀고 나눔의 즐거움을 더 느끼는 삶을 사는 것이 더 꽉 찬 삶을 사는 것이라는 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신이 다시 십계명을 작성해야겠다며 고민하는 부분이 너무 웃겼다. 그러더니 드디어 만들었다고 한다. 인간들은 어차피 기억을 못할 테니, 하나로 가자고 하면서 "무관심하지 마라"라고 말씀하신다. 인간들이 마치 이 지구상의 모든 문제들과 관련이 없다는 듯 행동을 하지 말고 주변을 둘러보라는 것이다. 정말 너무 공감되고 창피하고 반성하고 실천해야겠노라 다짐하게 하는 대목이었다.

야콥의 사도 중 노숙자였던 프란츠가 말도 안 되는 음모론을 이야기한다. 만일 사람의 건강 상태를 위성으로 체크할 수 있다면, 우리의 고유 정보가 고스란히 노출이 되고 이용이 된다면, 얼마 안 가 건강한 사람들만 집을 구하고 직장을 얻고 의료 보험에 가입하고 할부 금융을 신청할 수 있게 될거요. 그러면서 "어머나! 그럴수도 있겠구나"란 생각을 했다. 영화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 우리의 미래에 충분히 일어날 수도 있겠구나란 생각에 소름이 끼쳤다. 한번도 이렇게까지 생각해본 적이 없기에.  갑자기 영화 가타카 GATTACA 가 생각이 났다. 상상일 수 있겠지만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기술의 발전이 그다지 좋게만 받아들이지 않는 나로선 더욱 프란츠의 음모설이 뇌리에 박힌다.

꼭 읽기를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정말 재미있고 유익하다. <악마도 때론 인간일 뿐이다>를 읽어야겠다.


- 책 속으로


"이미 말했듯이 이건 시작일 뿐이야. 물론 자네한테 예수처럼 열두 명의 사도가 필요한지는 좀 의문스러워. 그 열두 사도 중에는 썩은 계란도 몇 개 있었거든. 하지만 어쨌든 비상시에 자네의 교리를 퍼뜨려 줄 사람들을 주변에 모아야 하는 건 분명해.
"비상시라니, 어떤 상황을 말하는 거야?"
"뭐 예를 들면... 자네가 십자가에 못 박힌다거나, 아니면
pg119


대부분의 사람들은 안락한 걸 원하고 비겁해. 심지어 자기 이익만 생각할 때가 많아. 내가 심리 치료사로서 장담하자면, 자네는 나를 잘못 골랐어. 평범하기 짝이 없는 인간을 메시아로 뽑은 거라고. 내가 메시아의 자질을 갖고 있을 가능성은 3퍼센트 이하야. pg241

"내 아빠인 신하고 방금 통화 중이었나 보네." 아우어바흐(악마)가 말한다. pg 244

견딜 만해. 다만, 저렇게 몰상식하게 돈지랄을 하는거야 내가 뭐라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지만, 저렇게 의미 없이 날려 버리는 돈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은 들어. 더 좋은 일에 돈을 쓸 수도 있을 텐데 말이야. pg 248

어쩌면 자네는 아주 쓸만한 메시아가 되었을지도 몰라. 신의 종들에게서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도덕적 우월감도 벌써 갖추고 있고. 다만 쾌락을 너무 부정적으로 보는 태도는 좀 고칠 필요가 있어. 그런 부정적인 생각은 너무 편협한 쪽으로 흐를 수 있거든. 또 한편으로는 자네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에게 너무 관대한 점도 좀 염려스러워. 그것도 바꿔야 해. pg 248

당신들 인간은 원래 그래. 주위를 둘러봐. 여기서도 어떤 사람은 시중을 들고 어떤 사람은 시중을 받아. 어느 나라건 어느 시대건 마찬가지야. 인간들은 제도를 바꾸기보다는 소외받는 이들이 약간 대우받는 느낌이 들도록 그저 월급과 사회 복지 같은 걸 발명했을 뿐이야. 이게 위선이 아니고 뭐겠어? 당연히 위선이지. 왜냐고? 진정한 정의가 없어서 그래. 도덕과 이타심은 거짓말과 어중간한 진실을 버무려서 만든 것에 불과해. 당신들 인간을 가장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존경할 만한 동기들이 아니라 비열함과 음험함이야. 인간들은 겉으론 고상한 척하지만 속은 악질이지. pg 251


사람들에게 무관심하지 말고, 동물들에게 무관심하지 말고, 식물과 이 지구에 무관심하지 말고, 굶주림과 고통에 무관심하지 말고, 전쟁과 불의에 무관심하지 말고, 환경 파괴를 비롯해 인류 스스로를 망치는 모든 것에 무관심하지 말라는 거지. 이 복음의 의미는 내가 어린 양들에게 기대하는 것이 결코 영웅적인 행위가 아니라는 거야. 다만 내가 바라는 것은, 인간들이 마치 이 지구상의 모든 문제들과 조금도 관련이 없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을 당장 그만두어야 한다는 것이지. pg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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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신은 얘기나 좀 하자고 말했다 그리고 신은
한스 라트 지음, 박종대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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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스 라트의 신작 <그리고 신은 내게 도와 달라고 말했다>가 출간되었다. 아는 지인이 한스 라트의 작품을 너무 재있게 읽었다는 얘기에 나 역시 읽고 싶어졌다. 신작도 나왔다는 소문을 듣고 첫 작품인 <그리고 신은 얘기나 좀 하자고 말했다>를 먼저 읽고 신작을 읽어야지란 마음을 먹고 서둘러 도서관에서 데리고 왔다. 그리고 첫 장, 두 번째 장을 읽다 책 한 권을 홀라당 다 읽어버렸다. 나름 세워둔 책 읽기 우선순위를 모두 무시한 채 말이다.

한스 라트의 재치 있는 위트와 이야기의 빠른 전개, 이야기를 통해 시사하는 바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더불어 독일의 문화에 대해서도 살짝 엿볼 수 있었다. 이야기 진행이 소설 속에서만 가능한 것인지는 아직 확실치 않지만, 등장인물들의 대화 수위나 상황들을 미루어 봤을 때 우리나라와 다른 점을 흥미롭게 지켜보게 된다. 기존 유럽 국가의 책들을 읽어오며 느꼈던 가족, 결혼, 데이트, 직업윤리 등에 대해 이질감을 느낄 수 있었다.

우선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다 고급 와인과 샴페인을 선호하고 갈망하며 산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술주정뱅이로 비추어지는 것이 아닌, 인생을 음미할 줄 아는 사람으로 필자는 받아들였달까. 그리고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 '신'이란 소재라서 종교적인 내용이 언급이 되며 이야기가 구성된다. 나 역시 야콥 야코비처럼 신을 전적으로 믿지도 부정하지도 않기에 유머가 깃든 구성이 매우 재미있다.

어느 날 야콥 야코비의 삶에 아벨 바우만이라는 남자가 등장한다. 그는 자신이 신이라며 고민 상담을 하자고 한다. 물론 야콥은 아벨이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어서 왜 자신이 신이라 믿게 되었는지에 대해 분석을 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이 과정에서 크고 작은 일들이 일어난다.

야콥이 '아벨 바우만'의 정체에 대해 고민을 하며 파악을 하려 할 때, 어느새 나도 심리 상담자가 되어 곰곰이 분석하려는 자세로 책을 읽는다. 나도 점점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면서 아벨이 한낮 정신병자가 아닌, 진짜 신이길 바라고 있는 듯했다. 자신이 신이라는 자가 하는 고민들의 나열이 너무 웃기고 새롭고 재치가 넘친다. 정말 진짜 신이 아벨 바우만의 몸을 빌려 이 세계 어딘가에 있다면, 나 역시 그와 대화를 나누며 우정 아닌 우정을 쌓아가고 싶을 정도로 매력적이다. 한스 라트의 표현이 웃긴 것이 많다. 그냥 어떤 신사에 대해 설명을 할 때, '늑대로 변신 중인 늑대 인간처럼 보인다'라고 묘사를 하거나, 마시고 싶은 와인들을 보며, '선반에는 최고급 보르도 와인 여섯 병이 기품있게 누워 목을 따주길 얌전히 기다리고 있다'는 표현이 너무 인상적이었다.

위에서도 언급을 했듯, 문화의 차이를 느꼈던 가장 큰 사건은, 야콥의 동생인 요나스의 아이를 가졌다고 야콥에게 하는 대화였다. 미혼모인 상태에서 임신을 했기에 자신의 부모님께 말씀을 드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고민하는 와중에 야콥이 하는 조언을 보고 깜짝 놀랐다. 한국이었으면 어느 부모도 이와 같은 반응을 하지 않을 테니.

유쾌하고 재미있는 소재를 더욱더 신선하게 이야기를 풀어주는 책이다. 주변에서 재미있는 책 추천을 해달라고 할 때, <그리고 신은 얘기나 좀 하자고 말했다>를 꼽을 것이다. 빨리 그의 신작 <그리고 신은 내게 도와달라고 말했다>를 읽어야겠다.

 

- 책 속으로

그건 모르겠소. 그걸 당신이 뭐라 부르든 상관없소. 사실 난 종교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게다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가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해 주거나 천국에 한자리쯤 마련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기도를 할 뿐이죠. pg77

"신이 노름꾼이라고요? 거참 흥미롭네요. 예전에 아인슈타인이 이런 말을 했죠. 신은 주사위를 던지지 않는다고."
"나도 알아요. 아인슈타인은 낄 데 안 낄 데 모르고 아는 척하기 좋아하는 인간이죠. 신은 주사위를 던질 뿐 아니라 룰렛도 아주 좋아해요. pg84

아직도 떠오르는 게 없어? 인간은 언제 만족해야 하는지 몰라. 어디서든 어떤 일에서든 그래. 먹을 때도 그렇고, 일할 때나 술 마실 때나 돈 문제에서도 그래. 잘사는 사람은 더 잘살길 바라고, 더 잘사는 사람은 또 그보다 더 잘살길 원해. pg93

인간들 없이는 내가 뭐겠어? 인간이 없으면 난 아무것도 아냐. 나는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이 나를 믿을 때만 움직일 수 있어. pg104

나는 방금 깨달은 것이 있었다. 아벨 바우만이 정신적으로 문제가 많은 광대든 신이든 원칙적으로 아무 차이가 없다는 사실이다. 또한 아벨이 내게 보여 준 것이 진짜 기적이든 눈속임 마술이든 그것도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아벨의 체험이 나와 내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다는 사실이다. 신이 있다고 해도 더 이상은 신에게 요구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pg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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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틀 사이언스 : 코딩 - 레볼루션 왕국을 지켜라! - 와! 이토록 재미있는 미래과학상식 배틀 사이언스
박승현 지음, 주성윤 그림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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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이 되고 나니 게임이라는 새로운 놀이에 눈이 떴다. 이제는 게임기를 대놓고 사주길 바란다. 게임에 한번 빠지면 헤어 나오질 못하고 세상의 모든 것이 시시해질 것이라고 생각이 들기에 아직 엄마의 힘으로 게임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아이는 집 밖에서 친구들을 통해 암암리에 게임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 그러던 중, 코딩이라는 걸 학습만화나 책, 친구들에게 접하고 나선, 게임을 하지 못하면 코딩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한다.

나는 대학교 때 컴퓨터공학이 뭔지도 모르고 전공을 하였다. 시작은 간단하다. 나 역시 게임을 너무 좋아해 게임중독으로 패인의 삶을 살던 중, 게임을 좋아하니 컴퓨터 전공을 해야겠다는 어처구니없는 생각을 하고 전공을 바꾸었다. 인생에서 가장 큰 실수를 했다면 바로 컴퓨터공학으로 전공을 바꾼 것이 아닐까 싶다. 무지 힘들게 공부했고 무지 힘들게 졸업했다.

우선 게임과 코딩은 다르다. 전혀 상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게임을 좋아한다고 코딩까지 좋아할 수는 없다. 코딩은 컴퓨터 언어를 배우는 수단이고, 결국 알고리즘을 잘 짜서 나의 생각을 코딩이란 언어로 구연을 하는 것이니 말이다.

"엄마는 컴퓨터를 잘해. 엄마는 코딩을 할 수 있어!"라며 엄청 자랑스러워하는 아들을 위해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나와 같은 오해를 빨리 없애주기 위해 책을 많이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 <배틀 사이언스 코딩>은 재미있는 만화로 개념을 정확하게 소개해주는 것 같아 아이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 책은 게임을 무척 좋아하는 한바름 학생이 몬스터들의 침공 때문에 엉망진창으로 변한 레볼루션 왕국을 구해야 하는 미션을 가지고 게임 속에 빨려 들어가며 이야기가 시작이 된다. 게임에 관심이 많고 코딩이 무엇인지 궁금해하는 아들인지라 초집중모드로 책을 읽는다. 코딩에 대한 스토리텔링뿐 아니라 실제 '사이언스 지식탐험'이란 코너에서 스크래치 코딩 프로그램의 실제 사용 사례를 보여주어 더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뜬구름 잡는 얘기가 아니라 비주얼 하게 보여주니 더 이해가 잘 되는 것 같다.

코딩이란 우리 인간이 쓰는 말을 컴퓨터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바꾸어 입력하는 것이다. 즉, 영어, 국어가 있든 코딩에도 다양한 언어인 자바, 파이썬, C, C++, 그리고 이 책에 소개된 스크래치(Scratch)가 있다.

꼭 프로그램을 만들지 않더라도 컴퓨터처럼 생각해 보는 코딩 교육은 어린이들의 두뇌 개발과 로봇, 인공지능 등 미래산업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 저자는 말한다. 나 역시 수학적인 개념이 없는데 어떻게 프로그램을 배우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이 책에서 소개된 스크래치를 보니 아이들도 할 수 있는 정도의 수준으로 코딩을 시작할 수 있겠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우리 아이들이 본격적으로 컴퓨터 수업을 듣기 전에 기본 상식으로 가지고 갈 수 있게 도움을 주는 재미있는 학습만화를 미리 보여주는 것도 유익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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