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빵이 좋아!
야마모토 아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6년 3월
평점 :
절판



  원제 - やっぱりパンが好き!, 2012

  작가 - 야마모토 아리

 

 



 

 

 

  아, 역시 세상은 넓고 먹을거리는 넘쳐난다.

 

  밥 먹은 다음이라 다행이야.

 

  책을 읽으면서 든 생각은, 저 두 가지였다. 실제 빵 사진이 아니라 그림이지만, 어쩌면 그리 맛있어 보이는지……. 실제 사진이었으면 어땠을까? 그림으로 된 것이 혹시 독자들을 위한 저자의 배려는 아니었을까?

 



  주로 먹는 빵이라고 봤자, 크림빵, 식빵에 잼 바른 거나 햄과 치즈를 넣은 것, 초코빵 그리고 제일 좋아하는 소시지 빵이 대부분인 나에게 이 책은 신세계였다. 아니, 어떻게 이런 빵이? 헐, 어떻게 빵에 이런 걸 넣을 수 있지? 다양한 크림 종류를 넣은 빵부터 베이컨 같은 고기류는 물론 여러 견과류와 다양한 채소를 첨가한 빵까지 재료를 본 순간 입에 침이 고였다. 이런 것도 넣을 수 있구나! 메밀가루가 들어간 거라든지 먹고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또 어떤 건 조금 고민이 필요했다. 엔초비라든지 홍후추라든지 녹후추가 통으로 들어간 것이나 된장이 들어간 빵은 음…….

 

 

  들어간 다양한 재료만큼 많은 빵을 보면서, 깨달음을 얻었다.


 

  우리는 쌀을 주식으로 한다. 그래서 찹쌀이나 멥쌀, 흑미등의 쌀에 다양한 잡곡과 견과류, 채소, 콩 등을 넣어서 여러 가지 음식을 해먹는다. 떡도 종류가 많고, 밥도 가짓수가 어마어마하다. 떡만 해도 인절미, 백설기, 가래떡, 계피 떡에 송편에 꿀떡 등등이 있고, 밥도 잡곡밥, 비빔밥, 돌솥비빔밥, 콩밥, 팥밥에 죽까지 있다. 죽 종류도 너무 많아서 그건 패스.

 

 

  그러면 빵을 주식으로 하는 나라는 어떨까? 쌀을 가지고 여러 다양한 음식을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것처럼, 그들도 빵을 이용해 여러 가지 요리를 할 것이다. 그래서 이 책에 나온 것처럼 엄청 신기하고 다양한 빵들이 있는 것이다. 나에게 빵은 간식이지만, 그들에게는 주식이니까. 우리가 잡곡밥을 먹는 것처럼 그들도 빵에 이런저런 콩을 넣어 먹고, 비빔밥처럼 빵에 여러 가지 채소를 넣어서 먹는 것이다. 덤으로 된장이나 후추를 넣기도 하고. 게다가 그들은 빵을 간식이나 디저트로도 먹으니, 여러 가지 달달한 재료를 넣은 종류도 만들었고 말이다. 그 때문에 신기한 빵들이 많은 모양이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먹고 싶어.’라든지 ‘우왕! 맛있겠다.’ 같은 소리가 계속 나왔다. 분명 밥을 먹고 읽는 건데도 말이다. 이건 저자가 자신과 친구 캐릭터를 등장시켜서 옆에서 부추기기 때문이다! ‘이 빵을 먹어 봐, 넌 건강해지고. 이 빵을 먹어 봐, 색다른 맛이고.’ 이런 식으로 말이다.

 



 

  아, 감상문을 쓰는 동안 배가 꺼졌는지 입에 침이 고인다. 배가 고파질 때 이 책을 보는 건 위험하니까,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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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후 시즌 3 : 보급판 (6disc) - 한국어 더빙 / 자막 수록
데이빗 테넌트 외 출연 / BBC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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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Doctor Who, 2006

   제작 - 스티븐 모팻, 러셀 데이비스

   출연 - 데이비드 테넌트, 프리마 애즈맨, 존 바로우먼, 존 심






 오랜만에 보는 닥터 후 시리즈다. 범죄수사물이나 호러 영화의 바다에서 헤엄치다보니, SF외계인을 멀리하고 말았다. 반성한다. 특히 이번 시즌은 약간 호러틱한 에피소드들이 많아서, 특히 더 반성했다.


 이번에 닥터와 함께 여행을 다니게 된 사람은 ‘마사 존스’라는 레지던트다. 삼남매의 장녀로, 책임감 있고 똑똑한 성격으로 나온다. 닥터와는 병원 건물이 통째로 우주로 납치될 때 만나, 평생 겪을 고생이란 고생은 다 한다. 게다가 초반에는 1,2시즌의 컴패니언 ‘로즈’와 비교되기까지! 마음고생도 무척 심하게 한 캐릭터였다. 불타는 행성에 빨려가기도 하고, 달렉의 실험체가 될 뻔도 하고, 과거에 갇혀버려 알바를 하며 살기도 했고, 메이드로 일하며 흑인이라 조롱받고……. FBI 프로파일러만 극한직업이라 생각했는데, 닥터의 동행자도 만만찮다.


 3시즌에서는 특이하게 이어지는 이야기가 많았다. ‘Daleks in Manhattan’과 ‘Evolution of the Daleks’은 경제대공황 시절에 인간들을 잡아가 부흥을 꿈꾸는 ‘달렉’의 음모가 다뤄진다. 잡혀간 인간들은 돼지 얼굴이 되어 실험대상이 되거나 노예로 일해야 했는데, 돼지 발언이 떠올라서 씁쓸했다. 같은 지구인에 이어 외계인까지 서민들을 개돼지취급하다니! 아놔 이런!


 그리고 ‘Human Nature’와 ‘The Family of Blood’는 닥터의 영원한 생명을 원하는 외계종족이 등장한다. 그들을 피해 평범한 인간으로 살아가는 닥터와 그런 그를 돌봐야하는 마사. 그런데 마사는 흑인이라 메이드로 그를 섬겨야했고, 아무것도 기억 못하는 닥터는 다른 여자와 사랑에 빠진다. 나중에 외계인들이 마을을 공격하여 닥터가 인간에서 다시 타임로드로 돌아가야 할 때, 닥터의 고뇌가 참 마음 아팠다. 평범한 삶을 원하지만 그렇게 살도록 주변이 놔두지 않으니……. 운명이란 거스를 수 없는 것일까? 하지만 모험을 떠나자고 마사를 꼬여놓고는 메이드로 부려먹었으니 쌤통이다.


 그리고 ‘Utopia’, ‘The Sound of Drums’ 그리고 ‘Last of the Time Lords’ 는 ‘마스터’라는 타임로드가 등장한다. 그 전까지 닥터는 자신이 최후의 타임로드 종족이라 생각했는데, 한 명이 더 있었다. 그는 평범한 인간으로 숨어살고 있었는데, 우연히 닥터와 만나면서 자신이 누구인지 자각하고 만다. 그리고 최면과 세뇌를 통해 영국의 수상이 되어 지구 정복을 꾀한다. 닥터는 잡혀서 힘을 다 잃어버리고, 마사 혼자 온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반격을 준비한다. 극에서는 몇 분 안 걸렸지만, 일 년 내내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 반란군과 함께 한다는 건 하아……. 게다가 그녀의 가족은 마스터에게 인질로 잡혀 있는 상태니, 몸 고생 마음고생이 엄청났을 것이다. 그래서 그녀가 마지막에 그런 선택을 한 것이 이해가 갔다. 나 같으면 아마 처음 위기를 겪고 중도하차했을 것 같다.


 이번 시즌에서 제일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라면, 뭐니 뭐니 해도 ‘Blink’일 것이다. 이건 호러적인 면도 갖추고 있으면서 상상력이 기발한 내용이었다. 이걸 보면서 동상이 밤에 움직인다는 학교 괴담이 떠올랐다. 설마 그런 얘기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걸까? 아니면 설마 진짜로 그런 외계인이나 요괴가 있었던 걸까? 의문이 들었다.


 그나저나 왜 닥터는 여자만 동행자로 데리고 다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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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넌 잘하고 있어 - 101마리의 고양이가 건네는 따뜻한 위로와 용기
하시 카모노 지음, 한양희 옮김 / 썬더버드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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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제 - 101마리의 고양이가 건네는 따뜻한 위로와 용기

  원제 - かくれて、生きよ。101匹の猫に學ぶ「生きるコツ、かわすワザ」, 2014

  저자 - 하시 카모노

 

 

 

 

 


 

 

  책을 펼치자, 글자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대신 눈과 뇌를 사로잡은 것은 고양이들의 다양한 표정과 포즈였다. 사실 기대한 것은 아가 고양이들의 귀여운 모습이었지만, 이 책에는 산전수전공중전까지 다 겪은 어른 고양이들이 더 많이 등장했다. 고양이 사진을 훑어보니, 그제야 옆에 적힌 글이 보였다.

 


 

  『마음이 약해지려 할 때』,『소중한 무언가를 잃을 것 같을 때』,『화가 나서 견딜 수 없을 때』,『사랑에 빠져 괴로울 때』,『무언가에 싫증이 날 때』,『누군가를 믿지 못하게 되었을 때』,『더 이상 웃을 수 없을 때』, 그리고『마음이 자꾸 조급해질 때』라는 소제목이 붙은 8개의 장으로 책은 구성되어 있었다.

 

 

  그리고 각각의 상황에 처했을 때, 읽으면 좋을 글들이 고양이 사진과 함께 들어있었다. 대개 명언이나 유명한 작품에 들어있는 문장들이고, 저자의 개인적인 생각이나 느낌이 덧붙여져 있었다. 그런 글에 어울리는 적절한 고양이 사진은 저자가 직접 찍은 것이라고 한다. 문득 궁금해졌다. 고양이를 보이는 대로 찍어놓고, 명언이나 좋은 글귀를 볼 때마다 ‘아, 여기엔 저번에 찍은 그 사진이 어울리겠다!’라고 만든 걸까? 아니면 좋은 말을 기억하고 있다가 ‘아, 저 고양이 포즈는 그 말에 어울릴 것 같아!’라고 생각해서 찍은 걸까? 쓸데없는 생각이지만, 진짜 궁금하다.

 

 

  다양한 표정을 짓고 나를 보는 고양이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것 같았다. 거기다 옆에 있는 문장까지 읽으면, ‘아, 그렇구나.’라는 생각과 고개를 끄덕일 때도 있었다. 그래, 다 그렇게 사는 거지 뭐. 길고양이에게서 배우는 길 위의 삶에 관한 철학이라고 하면 좋을까? 사실 저자가 갖다 붙인 것이긴 하지만, 어쩐지 진짜로 고양이들이 말하는 거 같았다.

 

 

  하지만 어떤 사진은 문장과 너무도 잘 어울려서 ‘딱이다!’라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또 어떤 경우에는 ‘흐음…….’하고 고개를 갸웃거릴 때도 있었다. 저자의 마음과 내 마음이 똑같지 않을 테니까, 그러려니 했다.



 


  우리 집 근처에도 길고양이들이 몇 마리 있다. 전에는 잘 몰랐지만, 요즘은 자주 봐서 그런지 누가 누군지 구별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매일 똑같은 얼굴에 똑같은 자세로 앉아있다고 생각했는데, 최근에는 표정과 자세가 미묘하게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어떨 때는 집으로 들어가는 계단에 떡하니 누워서 ‘네가 돌아가라.’라는 표정이기도 하고, ‘오늘은 착한 내가 비켜주마.’라는 얼굴로 벌떡 일어서기도 한다. 또 며칠 전에는 만사 귀찮은 표정으로 ‘또 너냐?’라는 듯이 스캔을 하고는 누워버리기도 했다. 오늘은 거리를 두고 멀찌감치 떨어져 앉아 물어봐야겠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니?”라고 말이다. 어떤 대답을 해줄지 기대된다. 잘하고 있다고 칭찬해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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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영진의 평상시
문영진 지음 / 서영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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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문영진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발달은 많은 부분에서 우리 삶의 형식을 바꾸어놓았다. 정보의 빠른 전파와 오남용, 언어의 변질, 그리고 생활 습관의 변화 등등.

 

 

  문학계에서도 그런 현상은 비켜가지 않았다. SNS, 그 중에서 글자 수에 제한이 있는 ‘트위터’가 널리 퍼지면서 짧은 문장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글이 유행을 하였다. 그런 글들은 한 두 문장 속에 풍부한 감수성과 마음을 찌르는 송곳 같은 날카로움, 반전의 묘미로 주는 즐거움까지 담고 있었다. 처음에는 글만 읽으면 ‘으흠’하는 생각이 들다가, 제목까지 읽으면 ‘아하!’하는 감탄사가 나온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이곤 한다.

 

  이 ‘평상시’라는 시집은 저자가 SNS에 올렸던 글 중에서 뽑았다고 한다. 『쓴 사랑엔 달달한 詩럽』,『감성파詩고 힐링하詩오』,『야 인마 이 詩 봐라』,『반전 詩로 詩로』,『회사 욕은 상사 부재詩』,『詩부모』 그리고 『설마 아닐거야 19詩』라는 소제목 아래, 많은 시들이 들어있었다.

 



  어떤 시는 무척 공감이 되면서 달달했고, 또 어떤 시는 여운이 남으면서 울컥하기도 했다. 하지만 『설마 아닐거야 19詩』에 수록된 시들은 좀 당황스럽기도 했다. 제목을 읽으면 ‘그렇군.’하고 고개를 끄덕이지만, 그 전에는 ‘이런 야한!’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음란마귀에 쓰인 게 아니라, 저자의 노림수에 당한 것이라 항변해본다.

 

 

  단순히 말장난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생각할 거리도 던져주고 그 와중에 마음을 따뜻하게도 하는, 괜찮은 시집이었다.

 



  문득 몇 년 전에 ‘ㄱ’작가가 시집을 냈다가 네티즌들의 악플과 조롱으로 도배가 되었던 사건이 떠올랐다. 그 시집을 읽어보진 못했지만, 인터넷에 올라온 몇몇 개를 접할 기회가 있었다. 그때는 나 역시 다소 비판적인 입장이었다. 하지만 요즘 SNS 시라는 것이 유행하면서, 그 작가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 작가가 요즘 시집을 냈으면, 그때처럼 비난을 받지는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그 작가에 대한 평가를 다시 해야 할 때가 아닐까? 어쩌면 그 사람은 시대를 앞서가는 감각을 가졌던 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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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코 씨, 영어를 다시 시작하다 - be동사에서 주저앉은 당신에게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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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제 - be동사에서 주저앉은 당신에게

  원제 - みちこさん英語をやりなおす, 2014

  작가 - 마스다 미리

 

 




 

 

 

  제목을 보고 든 생각은, '이 작가 드디어 교육계에도 진출하는 건가?'였다. 이제는 학습만화에까지 손을 뻗은 건가라는 다소 황당한 상상도 해보았지만, 출판사가 교육과는 관련이 없는 곳이라는 걸 깨닫고 혼자 피식 웃었다.

 

 

  이제 마흔인 미치코 씨는 뉴욕으로 여행가기 전에 영어회화를 배워보기로 결심한다. 그래서 친구의 남동생이자 학습교재 편집부에서 일하는 시마다에게 공부를 가르쳐달라고 부탁한다. '엄마는 언제나 처음만 열심히 하잖아.'라는 어린 딸과 남편의 핀잔을 뒤로 하고, 미치코는 본격적으로 영어 공부를 시작한다. 하지만 그녀는 자꾸만 '왜?'라는 의문이 든다. 예전에는 무조건 시험공부를 위해 외우는데 급급했던, 여전히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결국 그녀는 진도보다는 자신의 궁금증을 해결하는데 더 중점을 두는데…….

 

 

  책을 읽으면서, '아, 처음에 영어를 이렇게 배우면 꽤 재미있겠다.'라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어린 친구들에게 써먹기엔 좀 어려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 책은 본격적인 학습 만화가 아니라, 공부를 시작하는 한 여성의 이야기이끼 때문이다.

 

 

  미치코가 궁금해 하는 부분을 질문하면, 시마다는 그것을 쉽게 풀이해준다. 그녀가 물어보는 것들은 대개 학교에서는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 그냥 '거기서는 이런 식으로 써.'라는 대답으로 넘어갔던 내용들이었다. 그 과정을 통해 미치코는 일본어와 영어의 차이를 깨닫는다. 예를 들면, 일본어는 우선 말을 꺼내고 나중에 얼버무릴 수 있는 실패해도 되는 언어라고 파악하고, 반면에 영어는 말하기 전에 이미 정리를 하고 시작하는 언어라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강조하고 싶은 것을 먼저 말하는 화법을 통해, 의사소통의 재미를 깨닫는다. 어쩌면 그녀는 외국어 학습을 하면서 일본어의 묘미를 배우고 있는 것 같았다.

 

 

  시마다 역시, 그런 그녀와의 대화를 통해 '누군가를 가르친다.'라는 것은 '가르치는 쪽도 시험당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녀의 질문공세가 싫지만은 않았다. 오히려 그녀가 어떤 질문을 할 것인지 기대하기까지 한다. 질문에 답할 준비를 하면서 재미를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그도 곧 깨닫는다. 외국어를 공부한다는 것은 모국어를 돌아보는 계기가 된다는 사실을.

 

 

  그러니까 두 사람 다 '언어', 그 중에서 '모국어(일본어)'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다. 책 중간 중간에 언어에 대한 여러 사람들의 느낌이 들어있는데, 거의 다 모국어의 아름다움에 대한 구절이 많았다.

 

 

  거기다 모르면서 아는 척 하는 허세가 얼마나 무의미한지, 자신이 모르는 것을 솔직하게 질문하는 미치코의 모습을 통해 보여주고 있었다. 아는 척을 하면 평생 모르게 된다. 하지만 모른다는 것을 인정하고 답을 찾으려 한다면, 시야가 넓어지고 이해하는 즐거움을 알게 된다. 그것을 깨달은 미치코의 평범했던 일상은 전보다는 조금은 더 특별한 일상이 되었다.

 

 

  너무도 평범해서 지루하기까지만 했던 생활을 반짝이게 만드는 것은, 결국 자신이 얼마나 외부 세계를 이해하느냐에 달려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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