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복수 발터 풀라스키 형사 시리즈 1
안드레아스 그루버 지음, 송경은 옮김 / 단숨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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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Rachesommer, 2009

  작가 - 안드레아스 그루버

 

 

 

 

 

 

 

 

  ‘발터 풀라스키’ 형사 시리즈의 첫 번째 이야기다. 표지를 보면 매혹적인 여인의 얼굴이 보이는데, 주인공 발터 형사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 아쉽게도 발터의 성별은 남자다.

 

 

  오스트리아 빈에서 명망 있는 중년의 남자들이 죽는 사건이 연속적으로 일어난다. 경찰은 자살로 결론지었지만, 변호사인 ‘에블린’은 뭔가 석연치 않았다. 사건 현장의 주변 CCTV를 조사하던 그녀는 매 사건마다 미모의 금발 여인이 현장에 있었다는 사실을 알아낸다. 남자친구이자 사립탐정인 ‘파트릭’의 도움으로 그녀는 죽은 남자들의 연관성을 밝혀낸다. 그녀는 연결 고리를 찾아 독일로 향하는데…….

 

 

  독일 라이프치히의 한 정신병원에서 소녀가 죽은 채로 발견된다. 처음에는 자살로 보였던 사건이지만, ‘발터’ 형사는 그녀가 살해당했다는 사실을 알아낸다. 그리고 그녀와 비슷한 수법으로 죽은 다른 또래 환자가 있었다는 제보를 받는다. 그들 모두는 발견되었을 당시에, 신원을 알 수 없었고 엄청난 충격을 받은 상태였으며 성적 학대를 받은 기록이 있었다. 도대체 누가 그들을 자살로 위장해 죽이고 다니는 걸까? 발터 형사는 실마리를 찾아 그들을 처음 치료했던 병원으로 향하는데…….

 

 

  책은 한번 집어 들자 중간에 놓을 수가 없었다. 500쪽 정도 되는 분량이지만, 지루할 틈이 없었다. 에블린과 발터 그리고 살인범의 상황이 번갈아가면서 나오기도 하고, 앞에서 스치듯이 지나간 말이 뒤에서 중요한 힌트가 되어 다시 넘겨보기도 하고, 예상치 못한 전개가 나오면서 ‘어, 이게 뭐야? 헐?’하면서 놀라기 바빴다.

 

 

  특히 두 개의 다른 나라에서 일어난 사건이 하나로 연결되는 장면에서는 소름이 끼쳤다. 그 절묘함도 놀라웠지만, 그보다 ‘이 미친 새X들이!’라는 분노가 먼저 일었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이런저런 욕설이 튀어나오면서, '잘 죽었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내가 평소에 욕을 모르는 사람이었는데, 이 책은 읽으면서 방언 터지듯이 욕이 나왔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 읽은 넬레 노이하우스의 소설 ‘사악한 늑대 Boser Wolf, 2012’도 비슷한 범죄를 저지르는 조직이 등장한다. 아무래도 독일에서 비슷한 사건이 실제로 있었던 모양이다. 그러지 않고서야 그런 범죄를 그렇게 조직적으로 저지른다는 설정이 비슷한 시기에 두 사람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을 리가……. 아니, 잠깐만. 그러면 비슷한 사건이 진짜 있었다는 얘긴데……. 하아, 그냥 작가의 뛰어난 상상력이 빚어낸 결과물이라고 믿고 싶었다. 하지만 인터넷의 도움으로 벨기에에서 비슷한 사건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인터넷 나쁘다! 내 믿음을 단 몇 초 만에 부숴버리다니.

 

 

  그러고 보니 우리나라에서도 만만치 않은 사건들이 계속 드러나고 있다. 섬마을 강간사건도 그렇고, 스무 명이나 되는 고등학생들의 집단 강간 사건도 그렇고……. 생각할수록 그런 X끼들과 같은 공기를 마신다는 게 너무 끔찍하다. 그런 놈들이 호흡하라고 존재하는 산소가 아닐 텐데.

 

 

  세상은 점점 더 누군가를 믿기 힘들어지고 있다. 뉴스를 보면 하늘에서 벼락이 떨어져 멸망하지 않은 게 신기할 정도다. 혹시 에블린이나 발터처럼 위험을 무릅쓰면서 진실을 파헤치려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일까? 그런 사람들이 적어도 열 명이 넘었기에, 아직 불과 유황이 떨어지지 않은 모양이다. 음, 그러면 개별적으로 불화살을 내려주시면 안 될까하는 생각을 잠시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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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기원 엘러리 퀸 컬렉션 Ellery Queen Collection
엘러리 퀸 지음, 이가형 옮김 / 검은숲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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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The Origin of Evil, 1951

  작가 - 엘러리 퀸

 



 

 


 

 

 

  제목만 보면 대를 이은 복수극이라든지, 집안 특유의 분위기 때문에 악하게 자란 범죄자가 나올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아버지의 아버지의 그리고 그 아버지 대 또는 어머니의 어머니의 어머니 대 부터 내려온 끈적끈적하고 암울한 뭔가가 옭죄어 몸부림치며 방황하는 악당의 이야기가 아닐까 싶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대를 이은 복수극 같은 건 나오지 않았다. 음, 1950년대에는 그런 게 별로 유행하지 않았나보다.

 

 

  엘러리에게 ‘로렐’이라는 아가씨가 찾아온다. 그녀는 어느 날 집에 놓인 죽은 개와 같이 있던 편지 때문에 아버지가 죽었다는 얘기를 꺼낸다. 그리고 로렐 아버지의 동업자인 ‘프라이엄’의 부인인 ‘달리아’도 찾아와, 자신의 남편도 의문의 선물을 받았다고 얘기한다. 호기심을 느낀 엘러리는 현장으로 달려간다. 하지만 프라이엄은 협조를 거부하고, 의문의 상자들을 연이어 받기 시작한다. 두 집안은 알 수 없는 불안감에 휩싸이고, 엘러리는 그곳에 숨겨진 비밀을 파헤치기 시작하는데…….

 

 

  제목에 나오는 ‘악의 기원’은 다윈의 ‘종의 기원’을 살짝 바꾼 단어였다. 범인이 희생자들에게 보내는 선물에게서 그런 힌트를 얻었다. 그러고 보니, 엘러리 퀸의 다른 작품인 ‘미친 티 파티 The Adventure of the Mad Tea-Party’와 ‘최후의 일격 The Finishing Stroke, 1958’에서도 비슷한 설정이 있었다. 범인이 보내온 선물들을 분석해 의도를 파악하는 것이다. 여기서도 그러했다. 내용물이 선물이라고 부르기엔 부적합했지만, 그것을 보낸 의미를 알아내어 범인의 정체를 밝혀낸다.

 

 

  사실 범인은 잡히길 바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지 않고서야 이렇게 노골적인 선물을 보낼 리가 없다. 차분히 생각만 해보면 이게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있는 것들을……. 아, 물론 이건 명탐정에게만 해당하는 얘기다. 안타깝게도 난 설명을 읽고서야 겨우 알았으니까. 아니면 자신의 의도를 그 누구도 파악하지 못하고, 잡히지 않을 자신이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마치 ‘내 천재적인 사악한 발상을 알아차릴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이런 심정이었나 보다. 자의식 과잉이라고 해야 할까?

 

 

  하지만 범인에게는 불행히도 그 동네에 엘러리 퀸이 집필 활동을 위해 찾아온다. 거의 모든 명탐정이 가는 곳에는 꼭 사건사고가 일어나는 법칙처럼, 엘러리 퀸이 집필 활동을 위해 찾아간 마을에서는 반드시 사건이 일어난다. 제 2의 고향이 되어버린 라이츠빌도 그랬고 이번 사건의 배경인 헐리우드도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엘러리는 그냥 뉴욕의 자기 집에서 글을 써야할 팔자 같다. 어디 돌아다니지 말고.

 

 

  이번 이야기에서 마음에 안 드는 것은, 달리아에 대한 엘러리의 태도였다. 그녀의 고혹적이면서 섹시하고 사람들을 끄는 마력을 보여주기 위해서였을까? 엘러리는 그녀를 만날 때마다 정신줄을 놓지 않으려고 애쓴다. 아, 이후 한참 쓰다가 어쩐지 비밀을 드러내는 것 같아서 생략한다. 하여간 여기서 엘러리의 태도가 무척이나 마음에 들지 않았다.

 

 

  게다가 ‘맥’이라는 달리아의 아들이 로렐에게 사랑한다고 고백을 하는데, 그 대사가 참……. “요 쪼그만 게 못 하는 소리가 없네. 난 너를 두 동강 내어 반쪽씩 내 바지 주머니에 속에 쑤셔 넣을 수도 있어. 아기가 어떻게 태어나는지 알게 된 무렵부터 널 사랑했다는 걸 몰라?” 저기요, 두 동강 내겠다니 이건 널 죽여 버리겠다는 의미 아닌가요? 이게 사랑 고백? 살인 예고 같은데? 1950년대 미국 젊은이들이 생각하는 낭만에 대해 의구심이 들었다. 마더 구즈 동화를 어릴 적부터 듣고 자란 부작용인가?

 

 

  아, 시대적 배경이 1951년이니만큼 소설 곳곳에 한국 전쟁에 대한 얘기가 등장한다. 한국전에 참전하는 청년도 나오고, 그 당시 미국 사람들이 느꼈던 3차 대전에 대한 공포심도 드러나 있다. 하지만 한국 여자들이 좋아하는 향수가 마늘이라는 표현은……. 이런 무식한 놈들!!!

 

 

  이번 이야기는 트릭이나 범죄의 분위기는 좋았는데, 몇몇 표현들 때문에 많이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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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 소년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2-3 링컨 라임 시리즈 3
제프리 디버 지음, 유소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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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 - The Empty Chair, 2000

  작가 - 제프리 디버

 

 

 

 

 

 

 

  링컨 라임 시리즈 세 번째 이야기다.

 

 

  두 번째 이야기도 아슬아슬했는데, 이번 책은 와- 너무 긴장되고 심장이 두근거려서 중간에 한두 번 책을 덮어야했다. 1권보다 2권이, 2권보다 3권이 더 아슬아슬하고 조마조마했다. 이런 추세라면 4권은 어떨지 상상하니 두렵기도 하고 즐겁기도 하다. 나중에 읽다가 심장마비 걸리는 건 아닐지 걱정이다.

 

 

  성공확률이 낮지만 해볼 만한 수술을 받기 위해 먼 길을 달려온 ‘라임’과 ‘색스’ 그리고 ‘톰’. 그런데 인근 지역의 보안관이 그가 왔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온다. ‘곤충소년’이라 불리는 마을의 골칫거리인 소년 ‘개릿’이 한 건의 살인과 두 건의 납치를 저지르고 도주 중인데, 그를 잡도록 도와달라는 것이다. 수술 날짜까지 남은 시간은 만 하루. 링컨은 보안관을 돕기로 결정한다. 열악한 상황에서 겨우 소년을 잡는데 성공한 색스와 라임. 하지만 예상치 못한 사건이 일어나며 두 사람의 생명을 위협하는데…….

 

 

  이 책은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눌 수 있다. 그런데 전반부보다 후반부가 더 극적이고 휘몰아치는 맛이 있다. 마치 ‘어땠어? 지금까지는 숨 쉴 만 했지? 그런데 어떡하지? 이제부터는 숨도 못 쉬게 해줄 건데’라고 작가가 사악하게 웃는 것 같았다. 전반부에서는 추격자의 입장이었다면, 후반부는 사냥감이 되어 쫓기는 기분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한참 쓰다 보니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서 싹 지웠다. 그랬더니 내용이 반으로 확 줄었다. 으앙! 이건 순전히 너무도 치밀하고 촘촘하게 구성을 짠 작가 탓이다. 복선과 암시는 물론이고 흐름을 너무 자연스럽게 잘 짜놓아서 뭐라고 한마디만 해도 뒷부분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그 놈의 돈이 뭔지, 읽으면서 한숨이 절로 나왔다. 자기 가족은 좋은 집에서 비싼 차에 좋은 음식 먹이면서, 남의 가족은 병에 걸려 죽건 말건 전혀 상관하지 않는 인간들이라니……. 자신이 왜 죽는지도 모르고 억울하게 죽어간 사람들과 이유도 모른 체 병에 걸린 사람들을 보면서 아무런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한다는 게 너무 놀라웠다. 다행히도 이 책에서는 그나마 책임을 진 사람들이 있었다. 현실은 죽은 사람만 있고 책임지는 사람은 없는 사례들이 많았는데, 소설에서나마 정의가 실현되니 기분이 좋았다.

 

 

  색스의 돌출 행동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그녀를 믿는 라임의 신뢰관계가 참 훈훈했다. 그러니 파트너를 할 수 있는 거겠지. 우정과 애정과 배려, 상대방의 능력에 대한 믿음과 그 믿음에 걸맞은 능력 등등이 마구 뒤섞인 두 사람의 관계가 참 좋았다.

 

 

  4권을 읽기 전에는 청심환을 미리 먹어야 심장이 너무 빨리 두근거리는 걸 예방할 수 있을까?

 





안타까운 점은 이 3권만 책등이 다르다는 것이다. 

4권도 좀 다르긴 하지만, 3권은 완전히 티가 난다.

그래서 책장을 보면 어쩐지 마음이 안정되지 않고 화가 난다.

왜 이렇게 만들었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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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핀 댄서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2-2 링컨 라임 시리즈 2
제프리 디버 지음, 유소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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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The Coffin Dancer, 1998

  작가 - 제프리 디버

 

 

 

 

 

 

  링컨 라임 시리즈 두 번째 이야기.

 

 

  대배심 증언을 이틀 앞둔 증인이 비행기 사고로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경찰과 FBI는 단순 사고가 아니라 생각하여 링컨 라임 팀에게 찾아온다. 그들은 범인이 어떤 방법으로 비행기를 폭파시켰는지 알아내고, 다른 두 증인을 살해하기 전에 잡도록 도와달라고 의뢰한다. ‘링컨 라임’은 특유의 천재성으로 범인 자신도 남겼는지 몰랐던 증거를 분석하고, ‘아멜리아 색스’는 현장에서 냉철한 판단력으로 증거를 수집하며 상황을 파악해나간다. 그리고 마침내 범인을 함정으로 몰아넣기에 이르지만…….

 

 

  지난번에 읽은 ‘본 컬렉터 The Bone Collector, 1997’가 등장인물 소개에 집중했던 편이라면, 이번 이야기는 그들의 활동을 보여주는 편이었다.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자리에서 움직일 수 없는 링컨이지만, 책을 읽는 내내 그가 전 지역을 뛰어다니는 착각이 들었다. 그 정도로 그는 모든 현장을 분석하고 파악했으며 완벽하게 장악하고 있었다. 진짜 카리스마가 와……. 공중에서 폭발한 비행기의 잔해를 주워오라는 말에 어이없어하면서도 따르는 사람들을 보면서, ‘헐!’하고 놀랐다. 누군가 그런 말을 하면, ‘저건 또 무슨 새로운 갑질이람?’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내용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링컨이 그런 말을 하면, 황당해하지만 믿고 따른다. 그가 그런 얘기를 하는 건 다 이유가 있기 때문이고, 확실한 결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런 능력을 갖고 있기에, 사람들이 믿고 따르는 모양이다.

 

 

  아멜리아는 이번 이야기에서 달라진 모습을 보여준다. 전편에서는 어쩌다가 사건에 뛰어들어 머뭇거리는 태도를 보였지만, 이번에는 적극적으로 범인을 잡기 위해 노력한다. 그동안 갈고닦은 사격 실력을 선보이고, 링컨이 칭찬해마지않는 그녀만의 냉철함과 빠른 판단력으로 현장을 장악한다. 간발의 차로 범인을 놓치고 자기 자신에게 화를 낸다거나, 범인을 잡기 위해 위험도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은 강인하면서도 멋졌다. 그런데 그런 장면을 읽으면서 자꾸만 안젤리나 졸리의 모습이 오버랩 되는 건, 아무래도 영화 ‘본 콜렉터 The Bone Collector , 1999’의 이미지가 너무 강했나보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녀 이외의 다른 아멜리아는 떠오르지 않는다.

 

 

  게다가 부록처럼 두 사람 사이의 미묘한 감정이 은은하게 깔려서, 읽는 사람 마음을 두근두근하게 만들었다. 이미 한 번의 아픈 사랑을 경험했고, 같이 일하는 동료관계의 두 사람이라 더 조심스럽고 신중했다. 그래서 그런 대목이 나올 때면, 나도 모르게 팝콘을 찾고 있었다. 구경하는 재미가 있으니까.

 

 

  책은 그런 두 사람을 보는 재미 말고도 다른 여러 가지 요소가 곳곳에 숨어있었다. 증인들이 비행기 운송 관련업을 하고 있기에, 탁 트인 공항 활주로에서 벌어지는 총격전이라든지 비행기에 설치된 폭탄이 터지지 않도록 비행하는 과정 등이 아슬아슬하게 그려져 있었다. 특히 비행기 장면은 읽는 내내 너무 긴장해서, 마치 여기서 내가 숨 쉬는 소리라도 냈다가는 큰일이 날 것 같았다.

 

 

  또한 ‘코핀댄서’라고 불리는 일류 암살자 역시 흥미를 끄는 인물이었다. 자신이 맡은 의뢰는 성공률 100%를 자랑하고, 그 흔하다는 목격자나 증거 하나 남기지 않았다. 다만 실수인지 고의인지 모르지만, 단 한 명의 목격자만이 살아남는다. 하지만 그 사람도 그의 얼굴을 본 것이 아니라, 팔에 새겨진 문신만 보았을 뿐이다. 그 때문에 그에게 코핀댄서라는 별명이 붙었지만, 그에 대해서는 알려진 게 하나도 없었다. 이런 설정만 봐도, 만만치 않은 상대라는 걸 알 수 있다. 그래서 그를 잡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 도리어 반격을 가해서 링컨 라임 팀에 큰 피해를 주기도 하고, 막판에는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읽는 내 뒤통수를 엄청난 힘으로 후려치기도 했다. 아, 진짜 아팠다. 나쁜 놈 같으니라고. 난 단지 링컨과 아멜리아가 빨리 그를 잡기만 빌었을 뿐인데…….

 

 

  아멜리아가 전직 순찰경관이었고 여자라는 이유로 우습게보고 희롱하던 다른 경찰들이 나오는 대목에서는 화가 났다. 하지만 그녀가 무심한 표정으로 행동만으로 그들에게 한방 먹이는 장면은 무척이나 통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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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 따위 이겨주마 - 시각장애인인 내가 변호사가 된 이유
오고다 마코토 지음, 오시연 옮김 / 꼼지락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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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全盲の僕が弁護士になった理由

  부제 - 시각장애인인 내가 변호사가 된 이유

  저자 - 오고다 마코토

 

 

 

 

 




 

   부제를 보면, 이 책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추측할 수 있다. 시각장애를 가진 저자가 비장애인도 하기 어렵다는 변호사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그렸다고 예상할 수 있다.

 

 

  저자는 어릴 때 '선천성 녹내장'으로 열두 살이 되던 해에 시력을 완전히 잃었다고 한다. 공교롭게도 그보다 세 살 어린 남동생 역시 같은 병으로 시력을 잃어버린다. 태어나서 육 개월 만에 선천성 녹내장을 판정받은 두 아들을 앞에 두고, 부모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좌절할까 아니면 아이들의 장래를 위해 준비해야 할까? 저자의 부모는 두 아들이 앞을 보지 못해도 충분히 살아갈 수 있도록 자립심을 길러주었다. 그래서 저자는 스스로 자신의 앞길을 헤쳐 나가는 사람이 될 수 있었다.

 

 

  책을 읽다가 '약점을 극복하고 살기 위해 중요한 것은 남의 도움을 잘 받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라는 문장에 고개를 끄덕였다.

 

 

  저자가 알아서 자기 길을 개척하는 사람이긴 했지만, 혼자서 그렇게 된 것은 아니었다. 공부를 하기 위해 교과서를 점자책이나 CD로 만들어준 사람도 필요했고, 변호사 생활을 하는 현재도 옆에서 사무를 도와주는 조수가 있다.

 

 

  앞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핑계 삼아 무조건 남에게 의지하고 기대는 것이 아니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과 못하는 것을 구별해 도움을 받기도 하고,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은 스스로 한 것이다. 그 사실을 구별하여 적절하게 사용한 결과, 그는 남들보다 좀 힘들긴 했지만 변호사 시험공부를 할 수 있었고 합격 통지를 거머쥘 수 있었다.

 

 

  저자는 현재 시각장애인 학교에서 만난 부인과 딸을 하나 얻었다고 한다. 그는 책에서 자신이 느끼고 있는 불안감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자신의 부모가 자신에게 해주었던 것만큼 딸에게 베풀어주지 못할까봐, 자신의 손이 닿지 못하는 곳에서 딸이 상처를 받을까봐 두렵다고 그는 얘기한다. 부부가 둘 다 시각장애인이니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읽으면서 나도 '어떡하나'라는 생각을 했으니까. 하지만 위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저자는 남의 도움을 현명하게 구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육아에서도 그는 주위 사람들과 협동하여 잘 대처하고 있었다.

 

 

  그는 자신처럼 장애를 가졌거나 소외된 사람들을 돕기 위해 변호사가 되었다고 밝혔다. 남의 도움을 받은 적이 있기에, 남을 도울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동정심으로 시혜를 베푸는 듯한 도움이 아니라 진짜로 필요한 때에 적절한 도움을 받았기에, 그 역시 다른 사람들에게 그런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다.

 

 

  책은 전체적으로 희망과 용기, 그리고 의지로 가득했다. 앞이 보이지 않는 두 아들을 둔 부모의 한숨이나 시각장애인이 된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는 어조는 보이지 않았다. 대신, 저자의 표현을 빌면 '보이지 않으니 포기하자가 아니라 보이지 않으니 어떻게 하면 될까?'라는 도전으로 가득했다.

 

 

  읽다보니 나까지도 '할 수 있다'는 도전의식과 용기가 생기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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