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날은 전부 휴가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소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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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끌렸던 책이다. 남은 날은 전부 휴가라니! 1달 유급 휴가와 2달 무급 휴가를 받았다는 아는 동생의 이야기에 엄청나게 부러웠는데 쳇바퀴처럼 반복되는 일상을 사는 직장인들에겐 심신이 지칠 때면 내게도 과연 그런 날이 올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책이 주는 유쾌함은 비록 현실은 앞 길이 불투명한 미래지만 긍정적인 에너지가 흐른다는 점이다. 미조구치와 오카다 콤비는 한마디로 말하면 양아치같은 자들이다. 자신들의 먹잇감을 발견하면 지독하게 약점을 물고 늘어져서 돈을 갈취하며 먹고 사는 그저그런 길바닥에 내져진 삶을 살아간다. 오늘과 같은 내일이라도 별로 달라질 것도 없는 인생 밑바닥이다. 비꼬아서 생각하면 직장을 그만두고 다른 곳을 알아보기 전까지 보냈던 시간들이 휴가인 셈이다. 내 멋대로의 무급휴가였다. 이 소설은 과거와 현재를 오가면서 절망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인생은 어떤지 보여준다. 


그렇게 별 볼일 없는 인생을 살아가던 미조구치와 오카다는 우연찮게 다른 사람을 돕게 되면서 인생을 다르게 생각하게 됩니다. 첫번째 이야기는 가정해체를 하기로 결심한 삼인가족이 등장하는데 다시 미조구치는 떠날려는 오카다에게 제안을 하게 된다. "만일 무작위로 메일을 보내서 너와 친구를 하겠다는 사람이 있으면" 이 일을 그만두어도 좋겠다고 한다. 다행히도 초반에 나온 삼인가족에게 메일이 발송하게 되는데 삼인가족은 약간 미심쩍어 하면서도 수락한다. 정말 차를 몰고 온 오카다는 그 삼인가족과 함께 드라이브도 즐기고 외식도 함께 한다. 조직의 보스에게 추적을 받지만 편의점에 차를 세워두고 30분이 지나도 나타나지 않으면 차를 가져도 좋다는 메세지만 남긴 채 사라져 버린다. 오카다는 타인에 의해서 조종받는 삶이 아닌 이제 진짜 자신의 삶을 살아보고자 했기 때문에 조직을 벗어나기로 결심한 것이다.


"어차피 인간은 죽으니까 뭐든 상관없어."하고 말하는 거랑 같잖아. 어차피 언젠가는 죽지만 사는 방식은 중요한거야. 


이 말은 미조구치가 한 말인다. 그 나름의 삶에 대한 철학을 엿볼 수 있다. 사람은 태어나 언제나 죽지만 사는 방식이 중요한다는 말.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 지가 중요한다는 말이 참 가슴에 와닿는다. 하찮은 인생을 살아가는 것 같은 밑바닥 인생이지만 그들도 삶의 방식을 갖고 있다. 유쾌하고 재미있게 읽을만한 소설로 한번쯤 내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문구들이 불쑥 튀어나와 놀라기도 했다. 유쾌함 속에 진지함이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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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불타는 반도 1~5 세트 - 전5권
윤규창 지음 / 밥북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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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불타는 반도>의 시대적 배경이 된 시점은 동학혁명 전후인 듯 보인다. 무려 5권이라는 방대한 분량의 항일 대하소설로 문체를 보면 알겠지만 자신의 제자와 같은 나이대 학생들이 두루 읽어 역사를 잊지 않도록 하기 위해 되도록 쉽게 썼다. 개인적으로는 소설에서 대화가 아닌 지문을 '~습니다'로 맺는 것이 어색했지만 어느새 '진스칸'을 중심으로 이어지는 역사 속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진스칸'은 순종 진돗개인데 소설이라고는 하지만 다소 과장된 묘사가 나온다. 어찌 짐승이 사람의 말을 다 알아듣고 움직일 수 있을까? 이장식은 일찍이 진스칸의 총명함을 알아본 후 그가 익힌 무술을 진스칸에게 전수하는데 훈련하는 걸 보면 사람보다 낫다. 유난히 이장식과 그의 딸 서희를 잘 따랐는데 이야기는 진스칸이 만나는 사람들과 그 과정 속에서 드러나는 조선의 처참한 현실을 보게 된다. 


구한말 탐관오리들이 득세한 걸 보면 얼마나 말단 관리까지 부정부패가 만연해 있는지 볼 수 있다. 특히 동학 혁명의 단초를 제공한 조병갑이라는 자는 말도 안되는 이유를 붙여가며 농민들에게 세금을 과다하게 부과하였다. 세금이라는 것은 그들이 재배한 쌀이었는데 지금 당장 굶고 있는데도 마구잡이로 세금을 거두고 세금이 없는 자는 곤장을 떼리는 등 온갖 패악을 자행한 자다. 백성을 생각하기에 앞서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는 데 급급한 관리들 때문에 조선이 망한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기득권층은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해야 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나라를 팔아서라도 힘있는 일본에 붙는 것이 자신에게 이롭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이 책은 그런 조선의 현실을 이장식과 진스칸을 통해 고발한다. 이 책은 꽤 동학혁명이 일어난 과정들이 역사와 일치할만큼 모든 인물들이 소상하게 기록되어 있다. 그래서 읽는 이로 하여금 현장감을 느끼도록 하기에 충분했고, 부패하고 무능한 관리들을 쳐부술 때는 통쾌함과 짜릿한 맛까지 느낄 수 있다. 동학혁명을 일으킨 전봉준 교수 편에 선 이장식은 자신의 마을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음을 직접 눈으로 목도하고 진스칸과 함께 조병갑을 비롯한 탐관오리들을 징벌하지만 이에 위기감을 느낀 조정이 일본군을 끌어들이는데 동학군은 화력에 절대적으로 앞선 일본군에 맞서 치열하게 싸우지만 결국 패배하고 만다. 이 과정에서 이장식은 일본군에게 죽임을 당하고 진스칸은 그 전란을 빠져나와 서희에게 돌아가는 여정을 그리고 있다.


이 소설에서는 조선이라는 나라가 일본에 의해 서서히 몰락해가는 과정들을 담고 있다. 이미 일본군을 끌어들인 순간보다 조정의 기능은 상실하였으며, 일본에 의해 움직인다. 이 과정에서 일본에 붙는 약삭빠른 앞잡이들이 등장하고 일본의 첨병 역할로써 소임을 다한다. 얼마나 바보스럽고 통탄할만한 일인가. 조선관군은 누구의 편인가? 자신의 백성에게 총칼을 겨누고 서로가 서로를 죽이는 참극은 이미 예견된 일이 아니었을까? 처참한 조선의 현실 앞에 우리는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을까? 아직도 청산되지 못한 과거와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는 오늘은 결코 미래가 밝지 않음을 암시한다. 같은 일은 되풀이되어 일어날 것이며, 우리의 역사를 망각한다면 미래도 없다. 이 책을 쓴 목적이 역사적 사실을 일꺠우고 잘못된 현실을 외면하기 보다는 적극적으로 바꾸기 위해 앞장 선 동학정신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런 좋은 취지는 참 좋았는데 몇 가지 아쉬운 점도 있다. 일관되지 못한 호칭, 간혹 보이는 띄어쓰기와 오타 문제, 문장을 읽을 때면 어색한 어감이 거슬린다. 내 생각에는 전체적으로 교정과 교열을 거쳐서 책으로 나왔으면 좋겠는데 충분한 검수를 거치지 않은건지 그런 부분은 감안하고 봐야했다. 결론적으로 보면 요즘 청소년들이 역사를 제대로 모르는 안타까움에 썼다고 밝혔는데 이 책을 통해서 역사에 재미를 붙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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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인생을 살 것인가 - 하버드대 인생학 명강의
쑤린 지음, 원녕경 옮김 / 다연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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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대학교는 하버드에 입학한 학생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준다는 말이 인상깊었다. 자신을 먼저 사랑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말은 인생에 있어서 중요한 밑바탕을 잘 다져놓으려면 그 출발점은 어떻게 다져놔야 하는지 명확하게 알려준다. 행복의 기준은 자신으로부터 출발하는데 대부분의 불행은 남이 가진 것에 대한 시기와 질투로 인해 발생한다. 그런 비교가 자신을 더욱 비참하게 만들고 앞으로 나아갈 의지와 힘마저 꺽어버린다. 우리는 인생을 살아가는 동안 수없이 많은 질문을 한다. 과연 내가 옳은 길로 가는 것인지. 여러 번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스스로 깨닫게 된다. 내 인생의 기준과 가치관은 무엇인지.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쑤린이 쓴 이 책은 어느 정도 인생을 살아가는 데 뼈가 되고 살이 될만한 이야기들로 가득차 있다. 대부분 하버드대 내에서 혹은 졸업생들에 관한 감동적인 이야기들인데 다른 뻔한 자기계발서와 다르게 동기부여가 되어준다.


아직도 방법을 잘 모르겠다. 여전히 인생은 어렵다. 신경 써야할 것들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그럼에도 이 책에 나온 사람들을 보면 서로를 이끌어주고 땡겨주는 강력한 힘이 느껴진다. 뒤쳐져 있는 사람을 그대로 내버려두지 않는다. 아무리 힘든 순간도 함께 나누고 기꺼이 같이 완주할 마음이 되어 있다. 모든 이야기를 다 읽을 필요는 없다. 자신의 상황에 맞는 부분만 골라서 읽어도 된다. 즉, 강요에 의한 학습이 아닌 본인 스스로 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시작한다면 뭐든 해내지 못할 일은 없을 것이다. "하버드대에서는 위대한 인생이 우리의 상상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말한다." 이 대목도 흥미로운 부분이다. 결국 어떤 인생을 살고 싶은지는 본인에게 달려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가진 상상력은 무한대이기 때문에 뭐든 이루고자 하는 마음만 있으면 성공으로 이르는 생각이 내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에 찬 말이다. 


아마 하버드대가 명문대가 될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이런 점일 듯 싶다. 스스로에게 동기부여를 줌으로써 어려움을 헤쳐나갈 수 있도록 힘을 준다는 점이다. 책을 읽다보면 내게도 많은 힘과 위로가 된다. 정글처럼 어디서 어떤 일들이 벌어질 지 모르는 인생에서 어떤 사람을 만나고 올바른 가치기준을 둬야 하는지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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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눈, 다시 젊어질 수 있다 - 이종호 박사의 그 노안 완전 밝히더라!
이종호 지음 / 느낌이있는책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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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종일 컴퓨터를 보면서 작업하다보니 피곤할 때는 뻑뻑해질 일이 잦다. 충분한 휴식을 취해주지 않으면 금새 피로감이 몰려올 때가 많다. 그래서 가까운 곳보다는 먼 곳을 응시하라는 말을 얼핏 들은 적이 있다. 뻣뻣해진 몸을 스트레칭 하는 것처럼 안구운동으로 피로를 풀어주는 것도 꽤 도움이 된다. 페이지 중간에 알려주는 팁들과 제대로 알기 코너는 실생활에서 적용해볼만한 방법들이고, 자가진단테스트 해보면서 자신에게 어떤 증상은 없는지 확인해볼 수 있다. 가상의 인물이 등장하여 이야기를 전개시키는 방식은 독자들로 하여금 이해하기 쉽도록 설명해준다. 우리 신체 중에 어디 하나 소중하지 않은 부위가 없겠지만, 조금이라도 노안이 왔다고 판단될 때는 안과진료를 받아야 한다.


한마디로 눈에 대해 궁금한 분이라면 이 책에 나와있는 진단법으로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워낙 쉽게 설명해줘서 노안에서 오는 불편함을 듣고보니 건강을 잘 챙겨야겠다는 생각을 들었다. 지금으로부터 13년전에 처음 라식수술이라는 것에 대해서 들은 기억이 있다. 안경을 쓰다보면 생활할 때 여러모로 불편한 점이 많은데 라식수술을 한 뒤로는 세상이 한층 밝아보인다는 말에 부러웠었다. 안경에서 해방되니 더욱 또렷하게 사물을 볼 수 있고 안경에 의지하지 않아도 되니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만 들었다. 경제적인 이유와 두려움 때문에 라식/라섹 수술은 시도해보지 못하고 대신 개선된 안경알도 맞췄다. 기존에 쓰던 안경보다는 내구성도 뛰어나고 더욱 선명하게 사물을 바라볼 수가 있다. 예전보다는 시원한 느낌이 들고 진작에 바꿨어야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안을 막기는 어렵지만 예방은 할 수 있다. 이종호 박사가 제시한 방법으로 스마트폰을 자주 쓰는 우리는 자주 눈을 깜빡여주고 중간중간 충분한 휴식을 취해줘야 한다. 요즘 사람들을 보면 아예 스마트폰에 파묻혀서 장시간 몰두해 있는 것을 보곤 하는데 이는 노안을 빨리 찾아오게 할 뿐 건강에 별로 좋지 못한 생활습관이다. 노안이 찾아올까 두려워하기 보다는 눈에 집중된 피로를 자주 풀어주면서 압박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하겠다. 여러모로 생활에 유용한 방법들로 좋았던 책이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병원 홍보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것이 아쉽다. 그것만 피해갔으면 홍보용이라는 느낌을 받지는 않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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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질한 위인전 - 위인전에 속은 어른들을 위한
함현식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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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이란 무섭다. 이미 그 사람에 대한 이미지가 뇌리에 각인되어 있으면 무슨 의도로 어떤 일을 했든 과대하게 포장되거나 축소시키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가 아는 인물들은 책이나 발췌된 문헌에서 본 그대로의 이미지였는지 이제서야 역사를 뒤집는 책들을 읽게 되면서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제목을 <찌질한 위인전>으로 지칭했지만 사실은 책에 수록된 11명의 위인들의 잘 알려져 있거나 혹은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이야기를 편견없이 들어본다는 점으로 이해가 되었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각 인물들에게 빠져들었고 그 어느 누구보다 멋지게 살 것 같았지만 그들의 삶은 너무나도 인간적이었고 때로는 시대를 뛰어넘었으며, 시대의 희생양이기도 했다. 그리고 꼭 강조하고 싶은 말을 덧붙이자면 <찌질한 위인전>은 인문으로 분류되는 책임에도 너무나도 재미있는 책이라는 점이다. 역사나 인물에 관심없는 사람이라도 탁월한 이야기 전개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을만큼 고루하지 않아서 굉장히 좋았다.


이 책에는 외전까지 포함해서 11명의 인물을 소개하고 있다. 김수영, 빈센트 반 고흐,이중섭, 리처드 파인만, 허균, 파울 괴벨스, 마하트마 간디, 어니스트 헤밍웨이, 넬슨 만델라, 스티브 잡스, 달빛요정만루홈런까지 동서양과 현대사를 가리지 않고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인물들이다. 이 중에서 그래도 대학교때 좀 읽었다고 빈센트 반 고흐의 삶은 대략 알고 있었고, 어니스트 헤밍웨이와 스티브 잡스 정도 내가 아는 범위에 속한다. 조선 최고의 화가였던 이중섭의 삶은 우리에게 알려진 것처럼 가난에 찌든 삶을 오랫동안 살았던 건 아니다. 그가 살았던 원산에서 할아버지가 일군 사업이 크게 되어서 30살에 정신분열증으로 세상을 떠난 아버지를 통해 물려받은 가업을 장남인 중석이 사업을 잘 번창시킨 덕분에 중섭은 30세까지는 최고의 교육을 받았고 일본으로 유학까지 갔으면 미술활동에 전념할 수 있었다. 즉, 본인이 하고 싶은 걸 다하면서 남부럽지 않게 풍족한 삶을 누렸던 것이다. 근데 문제라면 중섭이 태 속에 있을 때 아버지가 돌아갔고 태어났을 때는 줄곧 아버지 없이 어머니 손에 길러져서 모성이 강했다는 점이다. 6.25 전쟁이 발발하면서 중석은 부르주아 집단은 공산당에게 지목을 받아 처형을 당하게 되며 집안의 가세는 급격하게 기울였다. 홀로 가정을 이끌어야 했던 중섭은 아내와 함께 피난길에 올랐는데 생계를 이끌어갈 능력도 없었던 중섭은 반 거지처럼 제주도로 내려가 궁핍한 생활을 이어가야 했다. 그가 늙은 어린아이 같았던 것은 작품에도 그대로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니었을까? 일제강점기와 6.25 전쟁 등 굵직한 현대사를 이어오면서 이중섭은 불행하게도 정신분열증 등으로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야 했던 것은 예술계에서는 참 안타까운 일인 것 같다. 그에게 돈을 관리해줄 매니저나 가족이 곁에 있었다면 그런 비극이 찾아오는 걸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때로는 어느 시대에 태어나느냐 따라 빛을 발하기도 하고 일찍 꺼지는 일들이 일어난다는 점은 안타까운 일이다.


무엇보다 읽으면서 작가의 식견과 명확하게 꼬집어내는 문장력은 탁월했다. 우리가 그 시대를 살아보고 그 상황을 겪어보지 않으면 이해하기 힘든 일들이 많다. 하지만 저자는 그런 오류를 범하지 않으려 애썼고 책 속에 그대로 반영이 되었다. 책에 가장 인상적인 인물을 꼽으라면 최초의 한글소설이자 혁명이 담겨있는 소설 <홍길동전>의 작가로 잘 알려진 조선의 천재 허균에서였다. 선조 때 '허씨 5문장가'로 알려진 대단한 집안에서 태어난 허균은 특히 특출나게 천재적인 기질을 타고난 사람이었다. 머리가 비상하였으면 명과의 외교에서도 다른 이들이 범접할 수 없을 정도로 모든 분야에서 두루 지식을 갖춘데다 엄청난 독서량과 암기력을 갖췄다. 하지만 경직된 조선 사회에서 허균은 받아들일 수 없는 존재였다. 유학, 성리학을 숭상시 하는 조선에서 불교는 받아들일 수 없었으면 성리학 외 다른 학문은 도외시되었던 시대였다. 전란 후 더더욱 피폐한 삶을 살았던 민초들과의 괴리감은 굉장히 컸으며, 실제 삶과는 무관한 뜬구름 잡는 소리였다. 지금과도 허균같은 존재가 조선에서 태어난 것이 안타깝다. 그의 친누이인 허초희(난설현)가 남자보다도 뛰어난 학문을 지녔음에도 단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출세길이 막히고 자신의 재능을 발산한 기회도 없었다. 더더구나 서얼 집단에 대한 차별은 조선의 폐쇄성과 경직된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다. 나중에는 자신의 이루고자 하는 이상향을 현실에서 이루기 위해 광해군과 정권의 실세였던 이이첨에게 접근하였지만 정권을 전복시킬 일을 모의하고 계략을 품던 중 기준격의 발설로 인해 모두 물거품으로 끝나게 된다. 책을 읽다보면 그 당시 시대상황이 이해되면서 허균이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와 절박함이 느껴진다. 누가 과연 괴물이었던 것일까? 체제와 권력쟁탈에만 신경을 쓸 뿐 무능력했던 조선에선 천재들이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분위기와 그릇도 안되었던 것이다. 


읽다보면 그 인물에 집중되어서 모든 정황들이 머릿 속에 그려졌던 것 같다. 사실 위인들의 맨얼굴을 알고나면 그들도 사람인데 특별히 다를 게 무엇이냐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사후에 그들이 세상을 통해 만들고자 했던 것들이 더욱 빛을 발하는 것은 아니었을까? 정말 재밌게 읽은 책으로 역사와 인물에 관심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강력하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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