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로 안 된다고 못을 박았습니다. 어머니는 이렇게 말했습니다.이혼한 여자의 몸으로 어떻게 살아가려고 그러니.저는 어머니의 입에서 나온 말들 중에서 유독 ‘몸‘이라는 단어에 귀가 커졌습니다. 어머니가 저를 딸로 보지 않고 몸으로 보고 있다는 것을 그때처음으로 깨달았습니다. 어머니는 세상의 모든 여성을 인간으로 보지 않고 몸으로 보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어머니에게 이런 문자를 보낸 뒤이혼을 감행했습니다.- 엄마, 나는 내 몸이 아니라 그냥 나야. 나는 내 몸으로 말해지는 존재가 아니라, 내가 행하는 것으로 말해지는 존재야. - P65
-영석 언니, 사람들은 섹스를 마음껏 즐기는게 건강한 삶이라고 말하지만, 나처럼 섹스가 싫 - P113
은 사람도 존재해, 나 같은 사람에게 그런 말은 폭력으로 느껴져. 섹스에 내 몸을 사용하고 싶지 않으니까.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 대화하고, 맛있는 것을 먹고, 아름다운 풍경을 보고, 시원한 맥주를 마시고, 깊은 잠을 자는 것엔 내 몸을 실컷 사용하고 싶지만 섹스엔 사용하고 싶지 않아. 나는 그런 사람이야. 만일 내가 섹스를 한다면, 나하고만 하고 싶어. 내 몸에 상처 입히지 않고, 내 마음을 깊이 짐작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나밖에 없으니까. - P114
[로재나』는 어느 면으로 보나 어마어마하게 매력적인 책이다. 이 자리에서 자세한 플롯이나 범죄의 해결에 관해 누설할마음은 없지만, 한 가지만 짚어두겠다. 아마도 『로재나』는 범죄소설에서 시간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이야기로는 최초일 것이다. 이 소설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시기가 자주 길게 이어진다. 로재나라는 여성을 살해하여 예타운하에 던진 범인에 대한 수사가 답답하게 답보하는 시기다. 그러다가 불과 몇 센티미터쯤 진척이 있는가 싶더니, 또 덜컥 멈춰 선다. 마르틴 베크와 동료들에게는 하염없이 흐르는 시간이 절망의 근원인 동시에 필요악이다. 참을성이 없는 수사관이란 중요한 도구 하나가 부족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소설에서는 반 년이 흐르고서야 비로소 범죄가 해결된다. 그때쯤에는 우리 독자들도 안 - P16
다. 수사에 오년이 걸릴 수도 있었다는 것을. 그래도 경찰들은 포기하지 않았으리란 것을 [로재나』는 경찰의 근본적인 덕목, 즉 참을성에 관해 이야기하는 책이다.- 헨닝 망켈 - P17
마르틴 베크는 몸을 곧추세웠다. ‘경찰관에게 필요한 세 가지 중요한 덕목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그는 속다짐을 했다. ‘나는 끈질기고, 논리적이고, 완벽하게 냉정하다. 평정을 잃지 않으며, 어떤 사건에서든 전문가답게 행동한다. 역겹다, 끔찍하다, 야만적이다. 이런 단어들은 신문기사에나 쓰일 뿐 내 머릿속에는 없다. 살인범도 인간이다. 남들보다 좀더 불운하고 좀더 부적응적인 인간일 뿐이다.‘ - P88
꼭 그것 때문이 아니라도 왠지 그는 집에서 쉴 맘이 내키지 않았다."몸도 안 좋으면서 왜 이러고 있나?"콜베리가 물었다."나는 아무렇지 않아.""그렇게 골똘히 사건을 파고들지 말라니까. 우리가 실패한 게 이게 처음도 아니고, 마지막도 아닐 거야. 자네도 나 못지않게 잘 알면서 그러나 사건 하나 때문에 우리가 더 좋아질 것도, 더 못나질 것도 없어.""꼭 그 사건 때문만은 아니야.""사색에 빠지지 마. 그러면 사기가 꺾여.""사기가 꺾여?""그래, 생각해봐. 시간이 넘치는 사람이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것들을 잔뜩 몽상해내는지. 지나친 사색은 비능률의 어머니야."그 말을 남기고 콜베리는 나갔다.별다른 사건도 없고 지루한 하루였다. 기침과 침 뱉기와 지겨운 일과로 점철된 하루였다. 마르틴 베크는 알베리의 기운을 돋우려는 의도에서 모탈라에 두 번 전화를 걸었다. - P97
사실이었다. 마르틴 베크는 듣고 있었다. 하지만 마지막 십분 동안 콜베리의 목소리는 그의 뇌리에서 점점 멀어졌다. 전혀다른 두 가지 생각이 불현듯 떠올랐기 때문이다. 하나는 일전에 누군가로부터 들었던 말과 관련된 것이었는데, 그 생각은 떠오르자마자 냉큼 바닥으로 가라앉아서 손에 잡히지 않는 상념으로 흩어져버렸다. 반면에 다른 하나는 더 구체적인 생각이었다. 잘하면 괜찮은 성과를 낼 법한 새로운 수사 계획이었다."그녀는 틀림없이 선상에서 그를 만났을 거야."마르틴 베크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 P213
"When my mother..."She stopped and looked at me. Then she began to read again. Papa stood outside thescreen door, listening."When my mother, Sarah, came, she came by train. I didn‘t know I‘d love her, but Caleb did. Papa didn‘t know, either, but he does love her. I have seen them kiss."" Sarah smiled at me. "And I have seen the way he looks at her and the way he touches her hair. My mother, Sarah, doesn‘t love the prairie. She tries, but she can‘t help remembering what she knew first.""Sarah stopped and closed the book, holding it close to her."You like it," I said."I like it," said Sarah softly.She put her arms around me, and I saw Papa watching us. - P54
Cute Caleb!
"Will you worry if it doesn‘t rain?" asked Caleb."Yes, but we‘ll get along," said Papa. "We always get along.""Imagine having to leave," said Sarah.Papa took off his jacket."We‘d never leave, Sarah," he said. "We were born here. Our names are written in this land."When Papa and Sarah went inside, Caleb looked at me. I knew what he was going to say, and I didn‘t want to hear it. - P6
"Sarah wasn‘t born here," he said.I picked up the pail of grain for the chickens."I know that, Caleb," I said crossly. "Papa knows it, too."Caleb took a stick and bent down in the dirt. I watched him write SARA. He lookedup at me."I‘m writing Sarah‘s name in the land," he said."You can‘t even spell, Caleb," I said. "You can‘t."I walked away. When I turned to look at Caleb, he was staring at me. I wanted to say I was sorry for being cross with him. But I didn‘t. - P7
"You fell in love with us," said Caleb in the doorway."I did that," she said. "First your letters. Then you.""Did you fall in love with Papa‘s letters, too? Before you knew him?" asked Caleb.I sat on the bed and watched Sarah‘s faceas as she remembered."Yes, I loved your Papa‘s letters," said Sarah softly. "I loved what was between the lines most.""What was between the lines?" Caleb asked.Sarah looked at me when she answered. - P12
"His life," she said simply. "That was what was between the lines.""Papa‘s not always good with words," I said."Sometimes, yes," said Sarah, laughing. "But when I read your Papa‘s letters, I could see this farm, and the animals and the sky. And you. Sometimes, what people choose to write down on paper is more important than what they say."Caleb didn‘t know what Sarah meant. But I knew. I wrote in my journal every night. And when I read what I had written, I could see myself there, clearer than when I looked in the mirror. I could see all of us: Papa, who couldn‘t always say the things he felt; Caleb, who said everything, and Sarah, who didn‘t know that she had changed us all. - P13
인터뷰 싫어하는 헤밍웨이. 4건의 인터뷰 중 제대로 된 인터뷰는 한 건 뿐이고, 나머지 3건 중 2건은 사전 약속없이 무작정 들이대기. 글쓰기에 대해서는 말로 설명하면 다 사라져 버린다고, 홀로 고독하게 써야만 한다고, 질문에 답변을 거부하는 헤밍웨이. 서서 글쓰는, 때론 까칠하고 때론 다정한, 노년의 헤밍웨이를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