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나 (반양장) 창비청소년문학 106
이희영 지음 / 창비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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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서 '나'로 돌아갈 시간은 단 일주일!

그 짧고도 귀한 시간의 기록 <나나>를 만났습니다.


나나/이희영/소설Y/창비


소설Y대본집 # 01 [나나]

투명한 나와 또렷한 나가 만난 '나나'

영혼과 육체가 분리된 투명한 '나'가 서로를 받아들여 또렷한 '나'가 되는 의미가 느껴집니다.



버스 교통사고 후 육체를 이탈한 두 영혼 ♡ 18살 한수리와 17살 은류.






그들 앞에 스산한 냉기를 내뿜는 검은 후드를 뒤집어쓰고 보랏빛 눈을 가진 존재가 나타납니다. 그는 자신을 '선령'이라 소개하고 단 일주일, 크리스마스까지! 육체 안에 들어갈 수 있는 기간이라 알려줍니다.


이렇게 만난 수리와 류와 선령, 3인방이 일주일을 어떻게 보내게 될지 두근두근하는 마음으로 대본집을 펼쳤습니다.





대본집이라 해서 신기한 마음으로 기다렸는데 대본집 형식으로 제본된 소설책이었습니다. 홍보용 문구 #K_영어덜트, #페이지터너 처럼 판타지 설정과 맞물려 지극히 현실적인 십대들의 세계가 더 깊숙이 내 가슴을 파고들었습니다. 너무나 다른 듯 비슷한 수리와 류의 이야기에 몰입되어 순식간에 읽었습니다.

단순히 육체에서 튀어나온 영혼이라 쉽게 들어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보이지 않는 투명한 벽, 결계에 가로막혀 자신의 육체를 제삼자처럼 실시간으로 바라보는 두 영혼. 영혼이 없어도 다들 예전과 똑같이 대하는 수리의 육체와 류의 육체를 보면서 영혼만이 느낄 수 있는 이질감이 색다르게 다가옵니다.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느낄지는 모르겠지만 영혼이 없어서 벌어진 일인지는 알 수 없겠죠.


생혼을 데려가야 하는 임무를 맡았다는 '선령'은 그 역할을 마땅치 않아 하면서도 진짜 형처럼, 오빠처럼 육체에서 튀어나온 영혼들을 인도해 주더군요. 바늘처럼 콕콕 찌르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던지는 보랏빛 시선을 지닌 선령은 묘한 존재입니다. 자기 자신을 진심으로 마주 보지 않는 수리와 류에게 차갑게 몰아붙이다가도 그들의 성장을 이끌어주는 츤데레네요. 염라대왕에게 올리는, 투정 어리고 애정 넘치는 '서'를 읽노라면 다들 선령의 매력에 퐁당 빠질 겁니다.


신령의 두 번째 서



작가 미상으로 신청받은 서평단이기에 작가님 맞추는 재미도 있을 것 같았어요. 설정과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신인 같지 않아 청소년 소설을 내셨던 작가님들 중 한 분이시지 않을까 했는데 역시나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인 <페인트> 이희영 작가님이셨어요. 탄탄한 구조와 참신하고 흥미로운 이야기 소재(영혼 이탈, 예스맨으로 무장한 겉모습 안에 생존하고자 애쓰는 어린아이, 자신이 쌓아올린 이미지로 포장한 모습을 지키기 위한 끝없이 채찍질하는 가련한 아이, 선령)로 기존 작품에서와같이 억눌린 십대의 심리를 위로하고 그대로의 자기를 사랑할 수 있도록 보듬아주는, 포근한 이야기였습니다. "아무것도 안 하고 싶어." 토닥토닥. "괜찮아. 누구나 그럴 수 있지."


감성 넘치는 십대 청소년뿐만 아니라 자신을 미워하고 용서하지 못하는 어른,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지 못해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어른도 같이 읽고,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했으면 좋겠습니다.

"자신에게 조금의 자비가 없다."

뜨끔한 이 문장을 지우고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한다."

따뜻한 이 문장을 새기렵니다.

<창비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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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와 함께 산책을 - 세상의 속도에 휩쓸리지 않고 나를 여행하는 법
시라토리 하루히코 지음, 김윤경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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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생활을 지탱해온 세속적 가치관을 무시하고 부정하는, 도끼 같은 책 <니체와 함께 산책을>을 만났다.


니체와 함께 산책을/시라토리 하루히코/김윤경/다산북스




"진정 위대한 모든 생각은 걷기로부터 나온다."

니체



많은 철학자, 사상가, 문학가, 예술가들은 산책과 명상을 즐겼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이 책은 그들이 인생에서 일관되게 체험한 관조, 명상, 초월에 대해 알아보고, 그를 우리가 일상에서 체험할 수 있는 법을 정리해 주고 있다.

'관조'는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을 뜻하며 이는 사고와 감정을 완전히 배제하는 것이다.

'명상'은 언제나 관조와 연결되어 깊어지면 '깨달음'에 이르기도 한다. 따라서 이 세 가지는 경계 없이 서로 이어져 있다. 모든 것을 내려놓았을 때 비로소 깨달음이 불현듯 찾아온다.


1장. 철학자처럼 자유로워지는 법

▶니체, 괴테, 릴케, 프롬, 부버, 다이세쓰, 도겐 선사




소개된 철학자들 중 독일의 종교철학자인 마르틴 부버 이야기가 인상적이다.

『나와 너』는 현실 세계에서 잃어버리기 쉬운 인간성을 회복시켜야 한다는 주제를 담고 있다.



"세계는 사람이 취하는 이중적인 태도에 따라서 사람에게 이중적이다."

마르틴 부버 『나와 너』 첫머리




인간이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에 따라 세계는 두 가지 모습이 된다고 한다. '나와 너' vs '나와 그것'

마음을 열고 진실로 서로를 대할 때 이루어지는 관계인 '나와 너'와

상대가 사람인데도 물건인 양 취급하는 것으로 상대의 조건이나 속성을 자기 이익을 위해서만 이용하는 태도인 '나와 그것'이라는 냉담한 관계이다.

부버는 어린 시절부터 36세까지 수시로 종교 체험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청년이 찾아와 질문을 하였고, 얼마 후 그 청년은 제1차 세계대전 중에 죽었다고 한다. 부버는 그 청년의 친구에게 청년이 생사의 결단을 내리기 위해 자신을 찾아왔다는 것을 전해 듣고는 충격에 빠졌다. 그 당시 아침의 종교 체험에서 현실로 막 돌아왔을 때여서 멍한 상태로 청년과 대화를 나누어서 그 깊은 의미를 미처 헤아리지 못한 것이었다. 청년이 머뭇거리며 찾아와 '나와 너'의 관계를 원했는데 부버는 자신도 모르게 '그것', 즉 잡다한 용건의 하나로 응대한 것을 깊게 후회했다. 이 경험으로 부버는 자기만족에 머물러서는 안된다 느껴 종교 체험과 이별하고 현실의 삶을 소중히 하기로 결심한다.

▷ '나와 너', '나와 그것'의 관계가 깊은 울림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이 책에서 말한 깨달음은 머리로, 뇌로 아는 것이 아니라 체험하는 것, 체감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부버 같은 종교철학자조차 이런 경험을 통해 깨달음을 얻었다. 관조하지 않으면 중요한 바를 놓치게 되는 것은 누구나 마찬가지라는 사실이 크게 다가왔다.


2장. 일상에서 깨달음을 얻는 법

▶ 나만의 가치관을 창조하라

▶ 관조와 명상을 생활화하라

▶ 누구나 자신을 구원할 수 있다.

한두 시간의 산책이 아니라, 8,10시간 혼자 숲속을 거닐고 자연과 함께 하는 순수한 산책을 하던 철학자들을 떠올려 보면 '생각의 눈을 감는다'라는 명상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다.


"모든 고통은 조용히 앉아 혼자가 될 수 없는 곳에서 생겨난다."

앤서니 드 멜로의 책 중 스승이 제자에게


이렇게 혼자 자연 속에서 거닐 때 어느 한순간 자신과 자연의 경계가 사라지는 깨달음이 찾아온다는 사실을 알았다. 우리 또한 어느 순간 벅차오르는 환희와 감동에 휩싸일 때가 있다. 하루 일과에 지쳐 문득 고개를 들었는데 창밖 하늘이 붉은 해를 품고 그 벅참을 우리에게 선보이는 광경에 헉, 숨을 참게 되는 순간이 그렇다. 몇 년 전 오랜만에 대학교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지방으로 내려가기 위해 버스터미널로 가던 중 가로수 길에 발을 딛자마자 나를 환영하는 듯 일제히 울어대던 매미 소리를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그 순간의 환희는 떠올릴 때마다 생명이 넘친다. 이런 체험들이 깨달음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이렇듯 깨달음은 외부, 세상에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일로, 일상에서 체험할 수 있는 극히 개인적인 사건이다.

이 마을에서 공놀이하며 아이들과 노는

봄날은 저물지 않아도 좋으련만.

아이들과 손잡고 봄의 들판에서

봄나물을 따는 것이 즐겁지 아니한가.

- 료칸 스님의 시


현대인들은 매사를 머리로만 파악하려는 습성이 있다. 직접 체험하지 않고 다양한 상황을 논리적으로 '이러할 것이다'라고 예측한다. 뇌로 무언가를 이해하거나 아는 것이 아니라 온몸으로 세계를 체험해서 아는 것이다. 체험으로 이해하는 일이야말로 세상을 살아가는 의미이자 인생의 유일하고도 가장 중요한 의의다.

(151~153쪽)

<니체와 함께 산책을> 이제까지의 관념을 깨는 도끼 같은 책으로

'나와 너'의 관계를 형성하며 세상을 온몸으로 체험해서 깨닫는 인생의 진정한 의미를 일깨워준다.


명상하듯 차분히 한자 한자 읽다 보면 스며드는 책,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다산북스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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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MESTER AT SEA : 바다 위의 학교 - 스무 살, 크루즈로 4대륙 12개국 세계 여행한 기록
임태우 지음 / 바른북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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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크루즈를 타고 4대륙 12개국 세계를 여행하면서 대학 1학기 학점이 인정되는 프로그램이 있다? 없다?

<Semester at Sea>이 바로 그런 프로그램이다.

크루즈를 타고 여행을 다니는데 대학 학점까지 인정받는다.

이 놀라운 소식을 바른북스 출판 블로그에서 보는 순간, 눈이 번쩍 뜨였다.

이 프로그램을 직접 체험한 임태우 저자가 친절하게 책을 출간하였다.


SEMESTER AT SEA : 바다 위의 학교/임태우/바른북스


호기심 가득으로 펼친 책은 다양한 사진과 각국의 여행 정보뿐만 아니라 Semester at Sea 크루즈 학교 프로그램도 설명이 되어 있어서 유익했다.



이후 저자는 6월까지 프랑스 파리에서 프랑스어 학교에 다니면서 어학연수와 문화 체험을 하고, 유럽 여행을 했다고 한다.




Semester at Sea(SAS)는 1963년 Institute for Shipboard Education(ISE) 단체에서 설립한 교환학생 프로그램이다. SAS의 가장 큰 특징은 크루즈가 학교라는 점이다. 600여 명의 대학생들이 크루즈를 타고 세계 일주를 한다. 그 안에서 원하는 수업을 듣는데, 방문하는 국가에 대해서 자신이 선택한 과목의 관점에서 배우게 되며, 에세이도 쓰고 시험도 본다. 배에서 내리면 보통 한나라당 5~6일 정도 방문을 하는데 개별 여행도 할 수 있고, 프로그램에서 단체여행도 인솔해 준다. 그렇게 4개월 정도 세계 여행을 하면서 수업을 들으면 1학기 학점(보통 12~15학점)이 인정되며, 자기 본교로 학점이 넘어가게 되는 교환학생 프로그램이다.


여행에 필요한 준비부터 각국에 대한 지리적 정보, 여행지 정보, 맛집 정보 등 다양한 정보들이 잘 정리되어 있어서 여행 가이드북으로 참고하여도 괜찮을 것 같다. 가족여행 위주로 다녔기 때문에 저자의 스무 살 젊은 감성이 즐기는 세계여행을 접하니 여행을 다녀온 나라들도 색다르게 다가왔다.

그리고 수천 명이 타는 크루즈이고 수업을 하는 학교이기 때문에 크루즈 내부 설명도 재미있었다. 실내수영장, 마사지 스파, 대강당 베를린 홀, 베를린 레스토랑, 도서관, 헬스장, 캠퍼스 스토어, 이용실, 영화관 키노 시네마, 조종실, 야외 수영장, 농구 코트 등 다양한 시설들이 갖춰져 긴 여정 동안 생활하는 데 불편함이 없을 것 같다.


세계 여행뿐만 아니라 크루즈를 타고 움직이는 동안에 수업이 진행되는데 저자는 국제학, 해양학, 세계 음악학, 언어학 개론을 선택하였다. 항구에 도착하기 전 그 나라에 대한 역사, 문화, 경제, 정치 등을 배우고 현지에서 수업하는 현장체험까지 겸하니 더 알찬 수업이 될 듯싶다. 방문하는 나라의 전통 음악과 현대 음악을 배우고 악기를 연주해 보기도 하고, 언어학의 기초를 익히고 방문하는 나라의 언어 현황과 언어 경관을 배웠다고 한다.

언어학 수업 프로젝트로 각 지역의 간판을 사진으로 찍어서 언어 지형을 알아보는 작업을 진행하면서 그 나라 언어 경관에 대해 체감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 프로젝트가 인상적이었다.




계속 태평양의 서쪽으로 넘어가면서 매일 한 시간을 얻어 자기 전 시계를 한 시간 뒤로하였다고 한다. 그러다가 1월 15일 국제 날짜 변경선을 넘어가면서 16일 하루가 사라지고 바로 17일이 되었다고 한다. 쥘 베른의 <80일간의 세계일주>가 떠올랐다.

아시아 대륙의 중국, 홍콩, 베트남, 미얀마 여행 내용은 좀 더 친숙하게 느껴졌다. 홍콩의 디즈니랜드에서 재밌게 놀았던 기억이 있어서 상하이 디즈니랜드 소개 글이 눈에 들어왔다. 규모가 어마어마하게 큰 테마파크라 즐길 거리가 많을 것 같아 가족여행으로 갈만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티피 국수, 우육면, 딤섬 등 지역별 유명한 음식과 맛집도 소개해 줘서 여행할 때 참고할 만한 정보가 가득하다.



베트남 호치민 중앙 우체국이 프랑스 에펠탑을 지은 구스타브 에펠 작품이라는 깜짝 정보도 획득하고, 신발을 벗고 타는 버스 얘기도 상상하며 웃으면서 읽었다. 같은 아시아 대륙에 있는 나라들이지만 제각기 다른 문화들이 존재하기에 책을 통해 간접 체험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요즘 군부 쿠데타로 고통받고 있는 미얀마도 여행한 나라였다. 아픔을 겪기 전 너무나 평화로운 사람들이 찍힌 사진과 글들이라 더 고통스러웠다. 부디 잘 해결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접한 미얀마는 새로움이 가득했다. 부계, 모계 사회가 아니라서 성이 없는 나라로, 일주일에 8일이 있고 그에 따른 8명의 신이 있다고 믿는다 한다. 미얀마식 이름은 자신이 태어난 날이 들어가서 무슨 요일에 태어났는지 알 수 있다. 숫자도 아라비아 숫자가 아닌 다르게 쓴다고 해서 놀라웠다. 미얀마의 명소들을 많이 소개해 줘서 미얀마 사정이 안정화되면 가보고 싶어졌다.




인도, 모리셔스, 남아프리카 공화국, 가나, 모나코 등 12개국의 독특한 문화와 장소, 음식, 역사들을 한 권으로 접할 수 있는 색다른 책이었다. 저자의 말처럼 이런 세계 여행도 있구나, 신세계였다.

크루즈 안에서는 수업과 함께 대학 캠퍼스처럼 운동회, 넵튠데이, 장기자랑 등 다양한 행사도 펼쳐져서 600여 명의 학생들이 다 함께 즐길 수 있는 장이 펼쳐지는 점도 흥미로웠다. 이런 활동들을 통해서 국적이 다른 학생들이 자유롭게 어울리고 소통하면서 인맥 네트워크가 넓어지는 일련의 과정들이 청춘들에게 좋은 자극이 될 것 같다. 저자가 국제고를 다니고 어학연수를 다녀서 외국 곳곳에 친구들이 있어 여행 간 나라에서 현지 친구를 초대해 만나는 시간을 가졌는데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이 SAS 프로그램으로 더 많은 외국인 친구들을 사귀어 세상이 더 팽창되었다.





일반 여행이 아니라 4개월의 기간 동안 학업과 세계 여행을 다양한 외국 학생들과 함께 한 시간의 기록이라 한 권이 묵직하고 정보가 가득하다. 스무 살 이 여행 전과 후 성장하고 변화된 저자의 에필로그를 읽으면서 경험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는다. 결과를 중요시하던 예전과는 달리 과정 중심이 되었다는 저자, 여행을 통해 예측할 수 없는 인생을 실감하고 신념과 방향성을 가지고 살아가면서도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결과를 받아들이자는 자세를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이런 경험으로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을 찾았으니 소중한 시간들이었으리라.

세계 여행을 이렇게도 할 수 있다. 새로운 세상이 펼쳐지는 책, 신기한 간접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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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왕이면 행복해야지
도대체 지음 / Lik-it(라이킷)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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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왕이면 행복해야지』


누구나 주어진 삶을 살아간다. 다양한 일들을 겪으면서 살겠지만, 이왕이면 행복하면 좋겠다. 다들 바라는 바가 아닐까? 그럼 나도 행복하고 너도 행복하고 우리도 행복하고 너희도 행복하고 더 나아가 인간도 행복하고 개, 고양이, 북극곰, 사막 여우 모든 동물도 행복하고 지구도 행복하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




여기 이런 예쁜 마음이 가득한 책이 있다.



이왕이면 행복해야지/도대체 글.그림/Lik_it/은행나무출판


그림과 글이 어우러진 에세이 책을 내시는 도대체 작가님께서 길고양이들을 돌보면서 겪은 일화와 감정

, 생각을 오롯이 담아 <이왕이면 행복해야지>을 엮어냈다.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길고양이뿐만 아니라 생명에 대한 마음가짐, 살아가는 데 필요한 교류와 소통을 고민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어렸을 때 나는 동물에 대한 애정이 넘치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냥 초등학교 시절 학교 정문 앞 병아리 파시는 어른이 있으면 엄마 졸라 한 마리 피우는 정도, 금방 죽어버리니 이 일도 금방 시들해졌다. 그래도 싫다는 아니고 있으면 예쁘다, 없으면 아무 생각 없는 무심한 아이였다.

어느 날, 친구들과 공터에서 놀고 있는데 길고양이 한 마리가 눈에 띄었다. 만지려는 순간 내 손을 훌쩍 넘어갔는데 물컹~한 느낌이 느껴졌다. 고양이 배 쪽이 스친 것 같은데 그 이후로는 동물을 만질 수가 없었다. 이해는 안 되지만 심리적으로 거부하는 거라 그냥 살아왔다. 아이를 낳고 키우다 보니 아이들의 요구에 민감하게 반응하게 된다. 아이들이 개, 고양이를 키우고 싶다는 소리에 만류하기를 몇 번. 그러다 애견, 애묘 카페를 알게 되어서 애들한테 미리 그 환경을 알려주기 위해 3,4번 다녀왔다. 아이들과 좋아하고 아직도 경직되긴 하지만 무릎에 앉혀놓고 쓰다듬어줄 수는 있어서 나도 즐겁게 다녔다. 역시 애들은 애들이라 첨에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울고 아쉬워하더니 몇 번의 체험에 반려견 얘기는 쏘옥 들어갔다. 생명을 가족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에 대한 책임감과 부담감을 몸소 느끼더니 자연스레 포기하였다. 이 또한 아쉽기도 했지만 반려견, 반려묘 양육은 쉽지 않아 신중히 결정할 가족문제이니 온 가족의 뜻이 모아져야 할 것이다.


지구별에 사람 하나, 개 하나, 고양이 둘 이렇게 가족이 되어 살아가기까지의 여정이 기록된 <이왕이면 행복해야지>를 읽으면서 아이들과의 추억도 떠오르고, 산책길에 만나는 터줏대감 길고양이들도 떠올랐다. 우리 동네도 캣맘, 캣대디가 있는지 길고양이들이 제법 많이 눈에 띈다. 아이들과 생태조사 수업 시 길고양이 사진들도 찍는데 사람들에게 애교 부리는 다양한 포즈의 길고양이들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몽글몽글해진다.

다 같이 살아가는 터전인 지구별에서 다른 존재에게 정을 베풀고 더불어 살아가는 이들이 있어서 다행이다 싶고,`고양이 간식거리라도 챙겨서 아이들과 산책을 나서야지.` 하는 소박한 결심도 하게 된다.


대장, 흰둥이, 꼬맹이, 멍충이, 꼬리 잘린 놈, 못난이 등 많은 인연을 접하는 동안 쌓인 그 많은 이야기들은 나를 훈훈하게 만들기도 하고 안타깝게도 만들기도 하고 눈물짓게도 만들었다. 길고양이처럼 단순하게 살고 싶다가도 길고양이의 삶이 우리네 삶과 크게 다르지 않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


<이렇게 된 사연>

꼬맹이가 사라진 지 알았다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찾아 뽕나무 구역으로 데려다 놓은 일이 '정말 다시 데려다 놓은 게 잘한 일인가?'란 의문이 들었다는 작가님. 꼬맹이는 원치 않는데 제가 지나친 개입을 한 것이 아닌가 싶었다고 한다.

인간이 내미는 손길이 고양이가 바라는 것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으며,

도움을 주려다가 자칫 더 위태로운 상황에 처하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한 일이었습니다_85쪽






연이 닿은 꼬맹이, 못난이(장군이)를 가족으로 받아들이기까지 함께 한 태수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책이 끝난다.

작가님이 고양이들에게 건네는 말들이 나에게 건네는 안부 같기도 하고, 작가님과 태수, 길고양이들의 유대가 부럽기도 하였다. 작가님 말씀처럼 미래의 일은 모른다. 태수도 작가님도 생각지도 못한 대가족 생활을 하게 되었지만 매일이 특종이고 매일이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이 가득한 집이어서 바라보는 내가 더 행복하다.


동물보호법도 개정되어 반려동물에 대한 관리도 좀 더 촘촘해지고, 동물 학대에 대한 환기, 각성이 되는 분위기이다. 다들 힘내서 어울려 살아가는 공동체 삶을 조금씩 구현해나갔으면 좋겠다.


우리 모두 이왕이면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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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만 까딱하면 책 먹는 고래 24
황미숙 지음, 김지영 그림 / 고래책빵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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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만 까딱하면/글 황미숙/그림 김지영/고래책빵


예쁜 동화책입니다. 이래서 동화책을 읽나 봅니다. 햇살이 따뜻하게 감싸주는 듯 온몸의 긴장이 풀리고 마음이 편안해지네요.



표제작인 <손가락만 까딱하면>과 5편의 단편동화가 들어있는 이 책은 내용을 잘 표현해 주는 그림과 다양한 주제의 짧은 글로 채워져 있습니다.





<꼬북이 탈출 작전>

꼬북이 탈출 작전


꼬북이 탈출 작전? 제목부터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단편입니다. 어항 속 거북이와 군인이 그려진 그림처럼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느껴지는 따뜻한 이야기네요.




<손가락만 까딱하면>

표제작인 이 단편은 예상대로 휴대폰과 관련된 이야기였습니다. 초등학생이 대상일 줄 알았는데 4살 아이여서 좀 놀랐어요. 휴대폰을 접하는 연령대가 점점 낮아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안타까움이 컸어요. 코로나19로 가정 내 부모 자식 간 갈등이 커지는 주범인 휴대폰에 대한 환기를 요하는 동화였습니다.


<즐거운 제사>

즐거운 제사


제삿날 제사상을 두고 벌어지는 상황이 재미나게 그려진 동화입니다. 수빈이의 마음이 너무 예뻐서 절로 미소가 지어졌네요. 할아버지들께서 맛나게 드시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제사와 관련된 용어들이 나오는데 각주로 풀어주니 아이들이 이해하기 쉽겠어요. :D




<다시 하나, 둘 첨벙>

다시 하나, 둘 첨벙


우리는 언제쯤 살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요? 지수는 수영 강사에게 칭찬받을 만큼 수영에 소질이 있는데 친구들의 험담 때문에 수영장에 가기 싫다고 해서 안타까웠습니다.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에이스 할머니처럼 물살을 가르는 아기 돌고래 같은 지수를 기대해 봅니다. 자신의 체형이나 외모에 상관없이 당당하고 즐겁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으면 참 좋겠습니다.

<노란 꽃무늬 밥상>

노란 꽃무늬 밥상이 새로운 가족을 만나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버려졌지만 아직 쓸만한 밥상을 주워서 산동네 집까지 가지고 올라가시는 할머니를 보면서 항상 물건을 아끼고 또 아끼는 우리네 할머니, 어머니가 떠올랐네요.

<흰 고양이 109>

흰 고양이 109


앞집 치매 할머니에게 책도 읽어주는 마음씨 따뜻한 소민이. 우리 집 아이들도 어렸을 때 아토피 피부병 때문에 고생해서 알레르기가 얼마나 불편한 병인지 압니다. 그런 소민이가 흰 고양이 109가 준 고양이 수염 소원을 다른 걸 빌고 발을 동동 구르는 모습을 떠올려 보면 안타까우면서도 남을 위하는 마음이 큰 소민이는 잘 치료받아 꼭 낫을 것이라는 믿음이 생기네요. 은서랑 사이좋게 잘 지내요.

"흰 고양이 109야. 소민이 소원 꼭 들어주렴."


6편 모두 다정하고 사랑이 넘치는 이야기들이어서 읽으면서 따뜻해졌습니다. 많은 어린이들이 읽고 동화 속 친구들처럼 건강하고 밝고 친절하게 자랐으면 좋겠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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