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야상곡 인문 서가에 꽂힌 작가들
안토니오 타부키 지음, 박상진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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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된 친구를 찾아 인도에 도착한 주인공.
사비에르를 찾는 여행은 곧 자기자신을 찾는 여정이 된다.

"하지만 정말 그렇게 생각했어요. 정말로요.
당신의 그 사진하고 약간은 닮았어요. 확대는맥락을 변조하지요. 사물은 멀리서 봐야 해요. 선택된 부분은 신중히 보시기 바랍니다."
- P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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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덱의 보고서
필립 클로델 지음, 이희수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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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덱은 나치 수용소에서 개처럼 굴면서 목숨을 부지했다. 그리고 살아서 고향에 도착했다.
하지만 마을사람들속의 지옥을 다시 맞이하게 된다. 브로덱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다시 개로 살 것인가 아니면 떠나야할 것인가.
무엇인가는 선택해야 한다.

나는 내 인생에 걸맞은 재목이 아니라는 느낌이 든다. 무슨 뜻이냐 하면, 그릇에 비해 삶이 너무 커서 사방으로 넘쳐나고 나 같은 사람의 것이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크게 재단된 삶이라서 그안이 너무 많은 것, 너무 많은 사건, 너무 많은 역경, 너무 많은 균열로 가득 채워져 있다는 말이다. 이것이 나의 잘못일까? 내가 사람답게 살 줄 모르는 것일까? 취할 것과 버릴 것을 구분하지 못하는것일까? 어쩌면 내가 살고 있는 이 시대, 자르고 벗기고 짓이기고토막을 낸 나머지, 이를테면 쓸데없는 잉여 목숨을 내다 버리는 커다란 깔때기의 형상을 한 이 시대의 잘못일지도 모른다. 이따금 머리가 폭발하기 일보 직전 같다. 화약을 잔뜩 쑤셔 넣은 유탄처럼.
- P51

이제 나는 젊은 양반이 아니었다. 수용소에서 수백 살을 먹고늙어 버렸다. 이 점에 대해서 여러 차례 생각해 봤다. 그러나 거기서 기이한 수련을 쌓으면 쌓을수록 우리의 육신은 사라져 버렸다.
떠날 때는 공처럼 동글동글한 모습이었지만 이제는 피골이 상접해있다. 우리는 모두 서로를 닮아 가고 있었다. 서로 비슷비슷한 그림자로 변해 가고 있었다. 사람들은 우리를 구분하지 못했다. 사람들은 매일매일 우리를 조금씩 제거해 나갔다. 몇 명 정도 없어져도즉시 다른 몇 명으로 채워 넣을 수 있었고 표도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항상 똑같은 실루엣에 똑같이 앙상하게 뼈만 남은 얼굴들이 수용소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우리는 더 이상 우리가 아니었다. 우리는 더 이상 우리에 속한 사람들이 아니었다. 이제 우리는 인간이아니었다. 하나의 종(種)에 불과했다.
- P90

나를 희생자로 만든 것은 증오나 내가 알지 못하는 어떤 감정이아니라 타인들이 느낀 두려움, 그것이 가장 컸다. 바로 그 두려움이 어떤 사람들의 목을 졸랐기 때문에 그들이 나를 형리들의 손에넘긴 것이다. 그리고 형리들, 예전에는 나와 다를 게 하나도 없던그들 역시 바로 이 두려움 때문에 괴물로 변해 그들 안에 들어 있던악의 싹을 틔우고 꽃을 만발하게 피운 것이다.
- P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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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이트와 이별하다 - 무의식의 깊은 잠을 깨우는 융 심리학
D. 스티븐슨 본드 지음, 최규은 옮김 / 예문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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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기본적인 융에 대한 이해력이 없다면 어려운 책이다.
하지만 진정 이 책을 다 이해 한다면 한 단계를 넘어선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조금 더 재미있게 썼다면 정말 좋았겠다.

내 삶은 무의식의 자기실현에 관한 한 편의 이야기다. 무의식에 속한 모든것은 밖으로 드러나길 갈구한다. 인격 역시 무의식적 조건으로부터 진화해나가 스스로를 온전한 전체로 경험하고 싶어 한다. 내 안에서 이와 같은성장 과정을 추적하는 데 과학의 언어를 사용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나 자신을 과학적 문제로서 경험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내면의 시각에 비치는 우리의 모습 그리고 보편적 형태 속에 비치는 인간의 모습은 오직 신화를 통해서만 표현될 수 있다. 신화는 과학에 비해 보다 개인적인 속성을 띠며 보다 정확하게 삶을 표현해낸다.
- 칼 융, <기억, 꿈, 회상>중에서 - P117

이 가운데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바로 의식과 인격의관계다. 마음속 깊은 속에서 끊임없이 우리에게 상기시키는 바에 따르면의식은 부분이며 인격은 전체다. 이러한 부분과 전체의 관계를 일컬어융은 개체화‘라 명명했다.
 다시 말해 ‘자아‘ 와 상위의 자기 사이에 존재하는 관계의 축이라 규정한 것이다. 신화의 기능은 바로 이러한 관계의 패턴을 보여주는 데 있다. 중추적 신화‘가 없으면 패턴에 대한 감각을 느낄 수 없을뿐더러 부분과 전체가 서로 관계를 형성하지 못한다. 바로 이것이 정신의 공정, 정신의 작업 즉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균형을회복하는 정신이 담당해야 할 몫이다.
- P3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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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잠깐 설웁다 문학동네 시인선 90
허은실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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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

타인의 손에 이마를 맡기고 있을 때
나는 조금 선량해지는 것 같아
너의 양쪽 손으로 이어진
이마와 이마의 아득한 뒤편을
나는 눈을 감고 걸어가보았다.

이마의 크기가
손바닥의 크기와 비슷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가난한 나의 이마가 부끄러워
뺨 대신 이마를 가리고 웃곤 했는데

세밑의 흰 밤이었다.
어둡게 앓다가 문득 일어나
벙어리처럼 울었다.

내가 오른팔을 이마에 얹고
누워 있었기 때문이었다.
단지 그 자세 때문이었다.
- P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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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의 방 펭귄클래식 99
버지니아 울프 지음, 이소연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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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이나 지금이나 자기만의 조용한 공간은 필요하다.
완전한 인간으로써 고요한 고독을 느낄 공간말이다.

또 교회 안에서 울리던 오르간 소리와 도서관의닫힌 문에 대해서도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 문이 쾅 닫힐 때얼마나 불쾌했는지도 떠올렸지요. 잠긴 문 안쪽에 있는 것이 어쩌면 더 나쁜 일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한쪽 성(性)의 안정과 성공, 한쪽 성의 가난과 불안정, 전통이 미치는 영향과 결핍된 전통이 작가에게 미치는 여파에 대해 생각하면서 나는 이제 하루 동안 있었던 논쟁과 각인된 인상, 분노와 웃음 같은 하루의 쭈글쭈글한 껍질을 둘둘 말아서 울타리 너머로 던져버릴 시간이라고 생각했지요. 수많은 별이 하늘의 푸른 사막 위에서 빛나고 있었습니다. 나는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 사이에서 혼자 남겨진 것 같았습니다. - P64

문명사회에서 맡은 역할이 무엇이건 간에, 거울은 거칠고 영웅적인 행위 전반에 필수적인 것입니다. 바로 이 때문에 나폴레옹과 무솔리니는 둘 다 여성의 열등함을 그토록 단호하게 강조했던 것입니다. 만약 여성이 열등하지 않다면, 남성을 확대해 보여 주는 역할을 더 이상 하지 않을 테니까요.. 이는 왜 여성이 남성에게 그토록 빈번하게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인지를 일부 설명해 줍니다. 또한 왜 남성이 여성의 비평을 받는 상황에 놓이면그토록 불안해하는지를 설명해 주기도 합니다. 즉, 여성이 남성에게 이 책은 그다지 훌륭하지 않다거나 이 그림은 인상적이지못하다는 등 비평을 내놓을 때마다, 남성이 같은 의견을 내놓는경우보다 훨씬 더 큰 고통과 분노를 일으킬 수밖에 없는지를 설명해 줍니다. 여성이 진실을 말하기 시작할 때면, 거울 속 남성의 형상은 줄어들기 때문이지요. 그의 생명력이 줄어들 테니까요. 하지만 아침과 저녁 적어도 하루에 두 번씩 실제 자신보다두 배는 더 큰 모습을 보지 않고서, 어떻게 남성이 계속해서 판결을 내리고, 원주민을 문명화하고, 법을 만들고, 책을 쓰며, 화려한 옷을 입고, 연회에서 연설을 할 수 있겠어요? - P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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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 2021-02-13 2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방을 하나 늘릴 순 없어
4인용 식탁을 하나 다 사서
좀 더 좁아지지만
거실에 뒀어요
어떤 공간 비스무리한 걸 만들어봤어요 ㅎㅎ

몽이엉덩이 2021-02-13 23: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 그것도 한 방법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