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어의 짧은 수명과 큰 뇌가 진화적으로 연관되어 있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초기 두족류는 동료인 연체동물,
복족류, 앵무조개와 마찬가지로 껍데기를 지니고 있었다. 이 껍데기가 없어지면서 몇 가지 뚜렷한 진화적 이점을 얻게 되었는데, 가령 뼈없는 몸을 이용하여 놀라울 만큼 작은 공간 속으로 비집고 들어가 포식자를 피해 몸을 숨기거나 먹이를 사냥할 수 있는 이점 등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다른 포식자에게 훨씬 취약한 상태가 되면서 큰 손실도 생겼다. 이 때문에 지능이 중요해졌다고 고드프리-스미스는 믿는다. 개별 문어 차원에서 더 똑똑해질수록, 그리고 정해진 수명 내에 이 지능을 더 빨리 개발할수록 살아남을 가능성은 커질 것이다.  - P382

문어의 지능이 작동하는 방식은 미식축구 공격진하고 좀 비슷하다. 쿼터백 (quarterback, 공격 팀의 리더로서 전술을 지시할 책임이 있다. 옮긴이)이 플레이를 외치기는 해도 이 명령을 수행하려고 애쓰는 다른 선수들은 이 과정에서 분명 독립적인 판단을 내릴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문어의 중심 뇌가 한 개 혹은 모든 촉수를 향해 바위 밑 공간에 가서 먹이를 찾아보라고 말할 수는 있지만, 일단 그쪽으로 간 촉수는 독립적으로 행동하여 바위 근처의 공간과 틈새를 탐색하기도 하고 그곳에서 무엇이든 맛있는 갑각류를 발견하면 거기에 달라붙는다.
••••••
수백만 년에 걸쳐 문어에 가해진 진화 압력이 함께 작용한 결과,
‘미식축구 팀‘과 같은 분산된 지능의 문제 해결 신경망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곳곳에 드론이 날아다니게 될 미래 사회의 핵심 문제를 해결하는 데 이 신경망이 과학자들에게 새로운 모델을 제공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1,200개 드론을 이용한 인텔 Intel의라이트 쇼를 본 이들에게는 이제 친숙하게 느껴질 작은 드론들의 네트워크는 하나의 원천에서 명령을 받으면서도 독자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날씨나 지리가 연결을 방해할 때는 중앙집중화된 처리 능력을 자유롭게 분산시키는 한편 이중화를 구현한다.
- P383

개미는 훌륭한 등반가이고,여섯 개의 다리와 힘센 집게발로 큰 장애물을 잘 넘어갈 수 있는데도 대개는 뭔가를 넘어가기보다는 그 주변에서 더 쉽게 길을 찾는다. 그러므로 개별 개미의 일은 먹이를 찾는 것뿐 아니라 그 먹이를 찾고 난뒤 거기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길의 여러 가지 순열 조합을 모두 평가하여 다른 개미들이 최소의 에너지를 소비하도록 하는 일까지 포함된다.
맛있는 것을 찾아낸 개미는 이 먹이를 조금 먹은 뒤 다시 개미집으로 향한다. 그 과정에서 페로몬을 분비하여 먹이 있는 곳까지 돌아오는 길을 표시한다. 그러나 개미 한 마리의 페로몬은 그렇게 오래 지속되지 않아서 처음에 페로몬 흔적을 쫓아가는 몇몇 개미는 냄새를 알아내려고 애쓸 때 여전히 조금은 이리저리 헤맨다. 이렇게 헤매다 보면 시간이 흐르면서 애초 최초의 개미도 알아보지 못했던 더 나은 지름길을 찾게 된다. 또 이 행렬에 더 많은 개미가 합류할수록, 페로몬 흔적은 마치 개미집과 먹이 사이에 조명을 환히 밝힌 왕복 고속도로처럼 변해 간다.
이 모든 작업이 이루어지는 방식은 마치 웹 크롤러 web crawler가 인터넷을 돌아다니면서 계속 변하는 월드와이드웹의 구석구석을 살피고 새로운 조각의 정보를 찾는 인터넷 검색 엔진과 같다. 
- P391

개별 개미는 우리보다 아주 많은 단서를 수집하여 처리한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주변 구조물의 형태와 크기, 움직임을 이용하여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찬찬히 살핀 다음 어디로 가야 할지 파악한다. 이밖에도 태양의 위치, 편광偏光 패턴, 바람, 미세한 냄새 변화, 발밑에 닿는 바닥 느낌, 심지어는 집에서 출발한 뒤 걸은 걸음 수까지 이용한다.
개미처럼 길을 찾아가 보고 싶은가? 도시공원 한쪽 끝에서 걷기시작하되, 가는 동안 당신의 걸음 수를 계속 확인한다. 장애물을 만날 때마다, 그리고 공원을 가로지르는 콘크리트 길이나 긴 벤치 등이 나타나 지형이 바뀔 때마다 기억하고, 이전에 만난 지형과 연관 지어 이번 지형의 위치는 어디인지 기억한다. 그러면서도 태양의 위치를 계속 염두에 두고 나무 그늘에 들어설 때에는 다시 햇빛 속으로 나오기까지 이 그늘이 얼마나 길게 이어졌는지 기억한다. 바람은 어느 방향에서 불고 있는가? 이 역시 반드시 알아차려야 한다. 바람에 무슨냄새가 실려 오는가? 어디에 있었을 때 이 냄새가 났는가? 이 또한 기억해야 한다.
아. 그리고 어느 시점에선가 당신보다 몇백 배나 크고 굶주린 생물이 난데없이 나타나 당신을 잡아먹을지도 모른다고 상상해 보라. 그렇다고 이것 때문에 당신이 기억해야 할 것들을 기억하는 데 지장이 생겨서는 안 된다!
- P395

세계에서 가장 복잡한 공학 문제 중 하나인 자율주행차 문제를 해결하고자 애쓰는 사람들에게 이 모든 것은 매우 유용하다. 대체로 무인 자율주행차는 측량과 표시가 잘되어 있는 고속도로에서 잘 작동한다. 그러나 역동적인 도시나 건설 구역에서는 잘 작동하지 않는다. 대체로는 예측 가능하지만 이따금 일대 혼란을 일으키는 자동차주행에서 최선의 방식은 집단 지능과 개별 지능 둘 다에 의존하는 것이라는 사실이 점점 더 명확해지고 있다.
예를 들어 통행량을 줄이는 문제의 열쇠는 집단 지능에 있다. 개미의 수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이들이 어떻게 혼잡을 피하는지 연구한 물리학자 아푸어바 나가르 Apoorva Nagar는 개미 통행량이 정체 없이 계속 움직일 수 있게 하는 세 가지 규칙을 관찰했다. 첫째, 개미는 자아가 없기 때문에 다른 사람보다 앞서가려고 하지 않으며, 추월당했을 때 화내지 않는다. 둘째, 서로 부딪혔을 때 멈추지 않기 때문에 작은 접촉 사고로 통행 흐름이 방해받지 않는다. 셋째, 혼잡이 심할수록 똑바로 꾸준히 나아간다.
••••••
이런 세 가지 규칙이 효과를 발휘하기 위한 수준의 정확성과 규율이 확보되려면 개미나 알고리즘이 그렇듯이 ‘모든‘ 자동차가 규칙을 따라야만 한다.
- P396

분명 식물은 뇌가 없다. 그러나 우리가 정보를 수집하고 저장하고 처리하는 데 이용하는 기관을 갖지 않았다고 해서 식물이 이런 일을하지 못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예컨대 물고기는 폐가 없지만 그래도숨을 쉴 수 있다.
또 점점 명확해지는 사실이 있다. 식물이 학습할 수 있다는 점이다.
••••••
반 볼켄버그는 그렇게 되기를 분명 바라고 있다. 진화의 관점에서볼 때 우리는 모두 진핵생물이며 대략 15억 년 전에 식물, 동물, 균류가 갈라졌다. 그 시점까지 20억 년 동안 우리는 하나의 계통을 공유하면서 같은 유전적 길을 걸었다. 이 외에도 공유하는 것이 있다. 우리의 세포는 뚜렷한 유사성을 지니며 핵, 세포 골격, 세포질, 퍼옥시솜, 골지체, 세포막, 소포체, 리소좀, 미토콘드리아를 지니고 있다. 공통의 긴 DNA 염기서열을 지니고 있는데, 이는 똑같은 이중나선으로되어 있고 똑같은 4개의 뉴클레오티드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는 차이점보다 유사점이 훨씬 더 많아요. 그리고 이를 깨닫게 되면 아마 우리가 지구를 다르게 대하게 될지도 몰라요." 반 볼켄버그가 말했다.
아마 식물은 인간과 다른 방식으로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코끼리도, 돌고래도, 문어도, 개미도, 아메바도 다른 방식으로 생각한다.
- P403

 이들 생물을 비롯하여 세계 최상위 특징을 지닌 다른 많은 생명체는 그저 놀라서 입을 벌리고 바라볼 대상만은 아니다. 이들은 자연보존을 알리는 사절단이다. 우리 세계를 더 깊이 이해하도록 이끌어주는 단서들이다. 삶을 개선하고 심지어는 생명을 살리는 데 이용될수 있는, 실행 가능한 탁월한 지식의 원천이다. 이들은 모든 살아 있는 것의 상호연결성을 위한 연결자이다. - P408

나는 최상의 무언가를 찾으러 갈 것이며, 이 탐색에서 무엇이 나오든 나는 굉장한 것을 얻을 것이다.
- P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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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1801년 — 집주인을 찾아갔다가 막 돌아오는 길이다. 이제부터 사귀어가야 할 그 외로운 이웃 친구를. 여긴 확실히 아름다운 고장이다. 영국을 통틀어도 세상의 소음으로부터 이렇게 완전히 동떨어진 곳을 찾을 수는 없을 것 같다. 사람을 싫어하는 자에겐 다시없는 천국이다. 더구나 히스클리프 씨와 나는 이 쓸쓸함을 나누어 갖기에 썩 알맞은 짝이다. 멋진 친구!  - P7

그는 침대에 올라가서 창을 비틀어 열고 당기면서 격정을 걷잡을 수 없었는지 울음을 터뜨렸다.
"들어와! 들어와!" 그는 흐느꼈다. "캐시, 제발 들어와.
아, 제발 한 번만 더! 아! 그리운 그대, 이번만은 내 말을들어주오, 캐서린, 이번만은!"
- P49

이렇게 걷잡을 수 없는 말괄량이기는 했지만 그 근방에서 가장 눈이 아름답고 웃음이 앳된, 발걸음이 가벼운 아가씨였답니다. 그리고 결국 별로 악의도 없었지요. 일단 누구를 울려놓고도 대개는 그 옆에서 달래느라 붙어 있어서 도리어 아가씨를 위로하기 위해 이쪽에서 울음을 그쳐야만하는 판이었으니까요.
- P70

다음 날 아침에 히스클리프는 일찍 일어났더군요. 그날이 일요일이었던 탓에 기분이 나쁜 채로 벌판으로 나가버리고, 집안사람들이 교회에 갈 때가 되어서야 다시 나타났어요. 먹지도 않고 반성을 하느라 기분은 좀 누그러진 것같았지요. 제 앞에 와서는 한동안 우물거리더니 용기를 내서 불쑥 이렇게 소리쳤어요.
"텔리, 나를 보기 싫지 않게 해줘. 나도 점잖아지고 싶어."
"잘 생각했어, 히스클리프, 너는 캐서린 아가씨를 슬프게 했어. 집에 돌아온 것을 후회하고 있을 거야! 모두들아가씨를 너보다 소중히 하니까 네가 시기하는 것 같아."
저는 말했습니다.
캐서린 아가씨를 시기하는 것 같다는 말은 알아듣지 못했지만, 그녀를 슬프게 한다는 말은 분명히 알아들은 것같았어요.
"캐시가 슬프대?" 그는 매우 심각한 얼굴로 물었어요.
"네가 오늘 아침 다시 나갔대니까 아가씨가 울었어."
"나도 간밤에 울었단 말이야." 그는 대답했어요. "캐시보다도 내가 울 이유가 더 많지." - P93

그는 무릎 위에 두 팔꿈치를 대고손으로 턱을 받치고는 묵묵히 생각에 잠겨 있었어요. 제가무엇을 생각하느냐고 묻자, 그는 침울하게 대답했어요.
"힌들리에게 어떻게 복수를 해줄까 생각하고 있었어. 언전가 할 수만 있다면 기다리는 것쯤 괜찮아. 제발 나보다먼저 죽지나 말았으면!"
"창피한 줄 알아, 히스클리프!" 저는 말했습니다. "고약한 사람들을 벌하는 것은 하나님이 하시는 일이야. 우리는 용서를 배워야지."
"아니야, 하나님은 내가 맛볼 만족감을 맛보시지는 못할거야." 그는 대꾸했어요. "나는 제일 좋은 방법을 알고 싶을 뿐이야! 나를 가만히 놔둬, 생각해 내게, 복수를 생각하는 동안엔 나는 아무렇지도 않아."
- P101

"이건 아무것도 아니야." 아가씨는 외쳤어요. "천국은 내가 갈 곳이 아닌 것 같다고 말하려 했을 뿐이야. 나는 지상으로 돌아오려고 가슴이 터질 만큼 울었어. 그러자 천사들이 몹시 화를 내며 나를 워더링 하이츠의 꼭대기에 있는 벌판 한복판에 내던졌어. 거기서 나는 기뻐서 울다가잠이 깼지. 이것이 다른 것과 마찬가지로 내 비밀을 설명해 줄 거야. 나는 천국에 가지 않아도 되는 것처럼, 에드거 린튼과 꼭 결혼할 필요도 없는 거지. 저 방에 있는 저고약한 사람이 히스클리프를 저렇게 천한 인간으로 만들지않았던들 내가 에드거와 결혼하는 일 같은 것은 생각지도않았을 거야. 그러나 지금 히스클리프와 결혼한다면 격이떨어지지. 그래서 내가 얼마나 그를 사랑하고 있는가 하는것을 그에게 알릴 수가 없어. 히스클리프가 잘생겼기 때문이 아니라, 넬리, 그가 나보다도 더 나 자신이기 때문이야. 우리의 영혼이 무엇으로 되어 있는 그의 영혼과 내 영혼은 같은 거고, 린튼의 영혼은 달빛과 번개, 서리와 불같이 전혀 다른 거야."

린튼에 대한 내 사랑은의 잎사귀와 같아. 겨울이 돼서 나무의 모습이 달라지듯이 세월이 흐르면 그것도 달라지리라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이어. 그러나 히스클리프에 대한 애정은 땅 밑에 있는 영원한 바위와 같아. 눈에 보이는 기쁨의 근원은 아니더라도 없어서는 안 되는 거야. 델리, 내가 바로 히스클리프야. 그는 언제까지나, 언제나 내 마음속에 있어. 나 자신이 반드시 나의 기쁨이 아닌 것처럼 그도 그저 기쁨으로서가 아니라 나 자신으로서 내 마음속에 있는 거야. 그러니 다시는 우리가 헤어진다는 말은 하지 마. 그것은 있을 수 없는일이니까 그리고......"
- P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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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가지 말라리아원충 가운데 열대열 말라리아원충은 가장 흔하며 가장 살해 가능성이 높아서, 매년 21만 5,000명의 죽음에 책임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원자 폭격으로 죽은 사람 수와 거의 같은데, 이런 일이 매년 일어나는 것이다. 그러나 기생충 자체를 공격하는 방법은 말라리아와 싸우는 데 그리 성공적인 전략이 되지 못했다. 특히 가장 널리 쓰이는 말라리아 치료제 클로로퀸chloroquine과 설파독신 - 피리메타민 sulphadoxine-pyrimethamine에 대해 열대열 말라리아원충이 점차 내성을 지니게 되면서 더 그러했다. 
"이 질병의 아킬레스건은 매개체예요." 2016년 세계 최고의 말라리아 퇴치 전문가인 분자생물학자 안드레아 크리산티 Andrea Crisanti가《스미스소니언 Smithsonian > 매거진에서 말했다. 병원체를 공격하면
"결국 내성만 기르게 되니까요."
그런데 매개체를 파괴한다면? 게임 오버다.
- P352

모기는 대략 3,500종 정도 된다. 이 가운데 병을 전파하는 것은 약100 종뿐이다. 게다가 전 세계에 말라리아 감염의 대다수를 전파하는 것은 겨우 8종으로, 모두 형태학적으로는 동일하지만 생식적으로격리 된 아노펠레스 감비아이 Anopheles gambiac 종 복합체에 속한다.
아노펠레스 감비아이가 질병을 퍼뜨리는 것 말고는 우리 세계에서별 의미 있는 생태적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믿는 과학자들이 점점 늘어났다. 그들은 계속 살펴보고, 또 열심히 살펴보았다. 그리고 이 모기가 사라졌을 때 다른 생물로는 결코 채워지지 않는 생태적 틈새도 없음을 알아냈다. 우리가 이제껏 사냥, 서식지 손실, 인간 활동으로인한 기후변화 등으로 많은 동물을 멸종시키긴 했지만, 이제 피 빨아먹는 이 모기들, 그리고 치명적 질병을 옮기는 얼마 되지 않는 이 모기를 최초로 인간의 의도에 따라 지구 표면에서 멸종시켜야 한다고주장하는 사람들이 나타나고 있다.
내가 의도적 멸종intentional extinction이라는 개념에 대해 처음으로 들은 것은 2010년 《네이처》에 실린 저널리스트 재닛 팡Janet Fang의 기사를 통해서였다. "궁극적으로, 다른 생명체는 하지 못하는데 모기만이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어 보인다. 아마도 한 가지만 빼고는. 모기는 한 개체의 피를 빨아 먹은 뒤 이를 다른 개체의 몸속에 주사하는 점에서는 치명적일 정도로 능률적이다. " - P354

그리하여 이 대목에서 유전자 드라이브가 등장한다. 하나의 종을멸종으로 몰아가지 않고 그 대신 이 종을 근본적으로 변형시켜 훨씬털 위험한 형태로 살아남도록 하는 것이 더 나은 해결책이라고 판단하는 과학자들이 있다. 2015년 캘리포니아대학교 어바인의 한 연구팀은 유전자 편집을 쉽게 하는 크리스퍼 캐스CRISPR-Cas9이라는 기술로 모기의 유전자를 변형시켜 열대열 말라리아원충을 죽이는 항체를 옮기도록 했다. 나아가 이 항체 유전자가 월등한 우성유전자가되어 다음 세대에 항체가 유전되는 비율이 99%까지 올라가고 거의 모든 자식, 그리고 그 자식의 자식까지 말라리아를 퍼뜨리지 못하도록 모기의 신체 기관계를 조작했다. 모기의 출생과 번식 주기가 며칠밖에 걸리지 않는다는 것을 고려하면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이런 유전자가 광범위한 개체군 전체에 퍼지게 될 것이다.
- P355

돌고래가 실제로 고조된 감정을 지닐 수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인간보다 자기감정을 훨씬 잘 조절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큰돌고래의 대뇌변연계가 뇌 전체에 퍼져 있는 양상 때문에, 서로 충돌하며 작용하는 감정적 측면과 이성적 측면이 따로 있지 않을 수도 있다(운전중에 분통을 터뜨리는 인간 뇌가 너무도 자주 그렇듯이), 야생 돌고래 프로젝트의 연구 총책임자 데니스 허징Denise Heizing의 믿음에 따르면, 오히려 감정은 모든 돌고래의 생각과 행동에서 훨씬 완전하게 통합된 부분을 이룰 수도 있다. 그 결과 인간보다 훨씬 깊은 감정적 애착을 서로에게 느끼고 다른 생명체에 대해서도 훨씬 큰 공감을 보이게 되는데,
이 공감이 바로 고래목이 가진 인간 감정의 유사물이다.
더욱이 뇌 손상을 입은 인간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시각이나 청각 등 감각 정보의 처리와 관련된 신피질의 뉴런과 대뇌변연계의 뉴런 비율은 감정 절제 능력에 영향을 미친다. 돌고래는 이 비율이 인간보다 훨씬 높다. 야생 돌고래 프로젝트의 과학 고문인 토머스 화이트 Thomas White는 "인간이라면 흥분하여 폭력적 반응을 보였을 법한 상황에서도 돌고래가 인간에게 공격적으로 행동하지 않는이유"가 이런 점으로 설명될 수 있다고 믿는다. 다시 말해, 전형적인 상황에서 돌고래가 가령 사람의 목숨을 빼앗는 것과 같은 특정 행동을 절대 하지 않는다면, 이런 사실은 감정 상태가 고조되어도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정말 그렇다면 이는 감정 지능이 엄청나게 높다는 지표일 것이다.
- P370

비교적 평온한 삶을 살아온 코끼리들의 경우 위협적인 소리에 귀를 쫑긋 세우거나 코를 쳐들어 바람의 냄새를 맡거나 서로 무리를 짓는 방식으로 반응했다. 도살 과정에서 살아남은 코끼리들은 위협적이지 않은 소리는 위협적인 소리든 별반 다르게 반응하지 않았다. 그러한 순간에 응당 느꼈어야 하는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것으로 보였다. 과거의 트라우마를 지닌 사람들이 자신의 물리적 현실에 감정을맞추려고 힘겹게 애쓰는 방식과 다르지 않았다.
당연히 이들 코끼리에게 PTSD에 대해 알려 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연구 팀은 자신들이 목격한 것이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필라네스버그국립공원의 코끼리 떼가 장기간에 걸쳐 심리적 고통을 받아 온 결과라고 결론 내렸다. 인간의 PTSD가 단지 문화적으로 구축된 현상이 아니라 우리의 유전자 속에, 그리고 수천만 년 전 공통조상을 두었던 생물의 유전자 속에 박혀 있는 것임을 입증하는 증거의 토대에 또 하나의 벽돌이 쌓인 것이다.
- P3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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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인구가 점점 늘어나는 상황에서 우리가 하나의 종으로 더 오래 살고자 한다면, 확실히 또 다른 식량 공급원을 찾아보아야 할 것이다. 땅은 많이필요하지 않으면서 오염은 덜 발생하고, 젖소와 돼지와 가금류에 비해 훨씬 더 효율적으로 식물을 단백질로 바꿀 수 있는 식량 공급원을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서는 우리가 음식에 대한 까다로운 성향을 줄여야 한다고 믿고 있다. 곤충을 널리먹기 시작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 P295

군집이 계속 유지될 수 있도록 개미가 보여 주는 행동을 생각할때, 단지 짐작일 뿐이긴 하지만, 인간이 이런 개미를 더 많이 닮기 위해 배울 수 있다고 고무되지 않기란 어려운 일이다. 실제로 인간이 점점 더 서로 연결되는 현실을 고려할 때 어쩌면 그런 방향으로 가고있는지도 모른다. 탁월한 포유동물학자이자 자연에 관해 쓰는 작가인 팀 플래너리 Tim Flannery도 분명 이렇게 믿게 되었다.
플래너리는 다음과 같은 사색을 쓴 적이 있다. "인터넷의 발명으로 우리 종도 이와 비슷한 사회적 진화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세계적인 경제 참사를 막고자 노력하거나 파멸적인 기후변화를 막기위한 세계 조약에 합의할 때, 필연적으로 우리는 개미와 마찬가지로 초개체가 더 효율적으로 기능하는 구조를 구축하게 되는 것이다."  - P305

"근본적으로 담배는 매우 지속 가능한 작물이에요." 엘 사예드는 이렇게 말하면서, 콜럼버스가 도착하기 오래전부터 북미 원주민이 담배를 재배하고 있었으며 1550년대에 처음으로 유럽에서 상업적으로 재배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담배는 잘 번성하는 작물이고,
농업적으로 가치가 아주 높아요. 이미 많은 주가 경제적으로 담배 작물에 의존하고 있어요."
최근 연구에서 담배의 셈브라노이드가 유방 및 전립선 종양 안에새로운 혈관이 자라는 것을 막아 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혀지면서, 엘 사예드는 이제 담배 작물의 이로운 용도와 관련한 연구에 추가적인 투자가 이루어져야 할 때가 무르익었다고 판단했다.  - P322

호주 라트로브대학의 연구자들이 담뱃잎뿐 아니라 식물의 나머지부분에도 연구를 집중하면서 바로 그 일을 해냈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관상용 담배 종의 트럼펫 모양 분홍색과 흰색 꽃에서 NaD1이라는 분자를 발견했다. 암세포에 정밀 타격을 가하는 동안 주변의 건강한 세포가 아무런 해를 입지 않도록 하는 데 이 분자를 이용할 수 있다. 27 이 때문에 라트로브대학의 환경관리및생태학과 과장 수전 롤러 Susan Lawler는 엘 사예드와 비슷하게 미래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잎 말고 꽃을 이용하기 위해 재배하는 담배밭을 상상해 보라. 건강을 고려한 담배 재배의 폭발적 증가로 이어질 것이다. 그녀는 《컨버세이션 The Conversation》에 이렇게 썼다.
실제로 상상해 보라. 뭔가를 위험한 것으로만 바라볼 때, 가장 커다란 위험은 이것이 지닌 진정한 가능성을 놓칠 수 있다는 점이다.
- P324

양서류는 지구에 있었던 몇 차례의 대멸종에도 살아남았다. 그러나 이들은 깨끗한 물과 습기 찬 서식지에 의존하여 흔히 열대우림 같은 곳에 사는데, 이런 곳이 인간의 필요로 과도하게 개발되어 양서류는 특히 홀로세 멸종에서 큰 타격을 받아 왔다.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드는 요인도 있다. 독이 있는 양서류는 독이 없는 친족에 비해 태생적으로 멸종에 직면할 가능성이 무려 60% 정도 더 큰 것 같다는점이다.  그 이유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아마도 독을 만드는 데 너무 많은 에너지가 들거나, 혹은 화학 방어를 하는 동물이 강해져서 생명을 유지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주변부 서식지로 옮겨 간 결과, 장기적으로는 취약해지기 때문일 것이라고 가정해 왔다.
••••••

천연 독은 당연히 의약 분야에서 특히 훌륭한 로드맵 역할을 하는 것으로 입증되었다. 그리고 더 치명적인 독일수록 그 가능성도 훨씬 크다. 독개구리가 하나씩 사라질 때마다 우리는 세계 최고의 조제실을 하나씩 닫아 버리는 셈이다.
- P328

독액을 이해하는 데 더 많은 과학적 노력을 쏟지 않는 주된 이유중 하나는 우리가 말라리아 예방과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연구에 대해서 그렇게 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유이다. 이런 연구로 가장 많은 혜택을 받는 이는 가난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독액 분석도 결국 역사적으로 보면 해독제 만드는 데 중점을 두었는데, 해독제가 필요한사람은 대부분 개발도상국 사람들이었다.
심지어 해독제가 존재하더라도 세계적으로 해독제 공급은 "만성적 격차를 보였으며, 이 때문에 누적 수치로 수백만 명이 목숨을 잃었고, 그보다 수백만 명 더 많은 사람의 신체가 잘렸으며, 많은 국가를 무겁게 짓누르는 가난과 권리 박탈의 무게가 더욱 가중되었다."
호주독액연구소AVRU에 있는 데이비드 윌리엄스 David Williams는 2015년 《영국 의학 저널》에 이렇게 썼다. 국경없는의사회MSF가 뱀에 물린 아프리카 사람들을 치료하기 위해 가장 많이 쓰는 해독제를, 세계 최대 제약 회사 가운데 한 곳이 더는 생산하지 않기로 했다는 뉴스를 접한 뒤였다.
- P336

대부분 먹이를 잡기 위해 거미줄을 치는 거미집은 거미의 가장 상징적 특징 중 하나이며, 만일 거미집이 없었다면 그렇게 치명적인 생물이 되지도 못했을 것이다. 거미줄은 강철보다 강하며 이런 강도를지닌 덕분에 로프, 그물망, 낙하산, 방탄 소재 등을 만드는 제조업자에게 매우 탐나는 물질이다. 또 거미줄은 생체에 거부반응을 일으키지 않으므로 거미줄이 어떤 단백질 때문에 이렇게 강하면서도 탄력적일 수 있는지 탐구하여 인공 인대나 힘줄, 뼈, 피부 등의 소재로 사용 가능한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단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거미는 세력권을 주장하고 흔히 동족을 잡아먹는 일도 많아서 사육하기가 매우 힘들다는 점이다. 이런 이유로 랜디 루이스 Randy Lewis는 거미 대신 염소를 이용한다.
물론 염소는 그물 집을 짓지 않는다. 그러나 루이스는 유타대학에있는 자신의 실험실에서 거미 유전자 두 개를 염소에게 이식하여 거미줄 단백질이 든 염소젖이 나오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 염소젖을 냉동하여 탈지한 뒤 해동해 걸러 내면 흰색의 가는 분말이 나오는데, 이 분말을 용액으로 만들어 주사기 바늘로 뽑아내면 거미의 버팀줄처럼 아주 가볍고 튼튼한 실을 얻을 수 있다.  - P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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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다 2018년 세계에서 가장긴 것으로 알려진 총 320억 염기쌍의 염기서열을 지닌 아홀로틀의 유전체가 발표되면서 과학자들은 의문을 해결하는 데 큰 진전을 이루었다. 이는 인간의 유전체보다 열 배나 길다. 의학 연구의 성배라 할수 있는 재생의 비밀이 이 모든 암호 속에 숨겨져 있다.
- P283

브라디푸스 Bradypits속의 세발가락나무늘보도, 이보다는 아주 약간 빠른 사촌인 콜로이푸스 Chaloeps 속의 두발가락나무늘보도, 아나콘다나 재규어, 부채머리수리 같은 육식동물이 우글거리는 중남미 숲에서 어떤 식으로든 생존해 왔기 때문이다.
••••••
이 약한 동물은 자연선택으로 사라졌어야 하지 않을까??
루시 Lucy Cooke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바로 그 이유로 나무늘보가 결코 약하지 않다고 믿는다. 동물학자이자 내셔널지오그래픽협회 탐험가인 그녀는 나무늘보가 다름 아니라 그렇게 느리기 때문에 우리 주변에서 가장 강인한 동물로 꼽힌다고 여긴다.
2013년 쿡은 다음과 같이 썼다. "나무늘보에게는 결함이라 할 만한 것이 없다. 사실은 매우 성공적인 동물이다. 열대 정글에서 나무늘보는 포유류 생물량의 거의 3분의 2를 이루는데, 이는 ‘난 상당히 잘 지내고 있어요, 고마워요.‘라고 생물학이 대신 말해 주는 것이다.
- P289

이 약한 동물은 자연선택으로 사라졌어야 하지 않을까??
루시 Lucy Cooke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바로 그 이유로 나무늘보가 결코 약하지 않다고 믿는다. 동물학자이자 내셔널지오그래픽협회 탐험가인 그녀는 나무늘보가 다름 아니라 그렇게 느리기 때문에 우리 주변에서 가장 강인한 동물로 꼽힌다고 여긴다.
2013년 쿡은 다음과 같이 썼다. "나무늘보에게는 결함이라 할 만한 것이 없다. 사실은 매우 성공적인 동물이다. 열대 정글에서 나무늘보는 포유류 생물량의 거의 3분의 2를 이루는데, 이는 ‘난 상당히 잘 지내고 있어요, 고마워요.‘라고 생물학이 대신 말해 주는 것이다. - P289

"나무늘보를 잡아먹는 모든 것들에 대해 생각하기보다는, 오히려나무늘보가 먹는 것들에 대해 생각해야 해요."
나무늘보는 잎을 먹는다.
••••••
그 결과 나무늘보가 하루에 약 100칼로리를 연소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는 대략 땅콩버터 1tbsp(큰 스푼을 뜻하며, 약 15ml- 옮긴이)에 해당하는 칼로리이다. 나무늘보가 이제껏 알려진 포유류 가운데 가장 낮은 대사율을보인다는 의미이다. 에너지 소비 및 산출에서 비슷하게나마 이 정도낮은 수준에 근접하는 것은 나무늘보보다 훨씬 몸집이 큰 대왕판다뿐이다. 26대다수 동물은 먹이를 찾으러 다니느라 평생을 보내지만, 나무에사는 나무늘보는 주변이 온통 먹이로 둘러싸여 있다. 파울리가 이렇게 말했다. 잎은 어디에나 있지만 질이 좋지 않은 음식이에요. 그래서 나무늘보는 에너지 소모를 제한하기 위해 생리, 소화, 행동, 해부학과 관련한 일련의 특징들을 진화시켜 왔죠."
먹이를 구해야 하는 필요가 쉽게 해결되다 보니 나무늘보는 다른일, 가령 더 많은 나무늘보를 만드는 일에 집중할 수 있다. 나무늘보는 한 번에 한 마리 새끼만 낳으며 수년간 함께 지낸다. 그러나 수명이 30년에 이를 정도로 비교적 길다 보니 세발가락나무늘보는 개체군 번성의 측면에서 실제로 ‘상당한 성공을 거둘 수 있다. 종의 생존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사실 가끔 나무늘보를 나무에서 떼어내 버려도, 심지어는 자주 이런 일이 있어도 큰 지장은 없다. 그래도 많은 자손을 퍼뜨리기 때문이다.
- P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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