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어의 짧은 수명과 큰 뇌가 진화적으로 연관되어 있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초기 두족류는 동료인 연체동물, 복족류, 앵무조개와 마찬가지로 껍데기를 지니고 있었다. 이 껍데기가 없어지면서 몇 가지 뚜렷한 진화적 이점을 얻게 되었는데, 가령 뼈없는 몸을 이용하여 놀라울 만큼 작은 공간 속으로 비집고 들어가 포식자를 피해 몸을 숨기거나 먹이를 사냥할 수 있는 이점 등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다른 포식자에게 훨씬 취약한 상태가 되면서 큰 손실도 생겼다. 이 때문에 지능이 중요해졌다고 고드프리-스미스는 믿는다. 개별 문어 차원에서 더 똑똑해질수록, 그리고 정해진 수명 내에 이 지능을 더 빨리 개발할수록 살아남을 가능성은 커질 것이다. - P382
문어의 지능이 작동하는 방식은 미식축구 공격진하고 좀 비슷하다. 쿼터백 (quarterback, 공격 팀의 리더로서 전술을 지시할 책임이 있다. 옮긴이)이 플레이를 외치기는 해도 이 명령을 수행하려고 애쓰는 다른 선수들은 이 과정에서 분명 독립적인 판단을 내릴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문어의 중심 뇌가 한 개 혹은 모든 촉수를 향해 바위 밑 공간에 가서 먹이를 찾아보라고 말할 수는 있지만, 일단 그쪽으로 간 촉수는 독립적으로 행동하여 바위 근처의 공간과 틈새를 탐색하기도 하고 그곳에서 무엇이든 맛있는 갑각류를 발견하면 거기에 달라붙는다. •••••• 수백만 년에 걸쳐 문어에 가해진 진화 압력이 함께 작용한 결과, ‘미식축구 팀‘과 같은 분산된 지능의 문제 해결 신경망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곳곳에 드론이 날아다니게 될 미래 사회의 핵심 문제를 해결하는 데 이 신경망이 과학자들에게 새로운 모델을 제공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1,200개 드론을 이용한 인텔 Intel의라이트 쇼를 본 이들에게는 이제 친숙하게 느껴질 작은 드론들의 네트워크는 하나의 원천에서 명령을 받으면서도 독자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날씨나 지리가 연결을 방해할 때는 중앙집중화된 처리 능력을 자유롭게 분산시키는 한편 이중화를 구현한다. - P383
개미는 훌륭한 등반가이고,여섯 개의 다리와 힘센 집게발로 큰 장애물을 잘 넘어갈 수 있는데도 대개는 뭔가를 넘어가기보다는 그 주변에서 더 쉽게 길을 찾는다. 그러므로 개별 개미의 일은 먹이를 찾는 것뿐 아니라 그 먹이를 찾고 난뒤 거기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길의 여러 가지 순열 조합을 모두 평가하여 다른 개미들이 최소의 에너지를 소비하도록 하는 일까지 포함된다. 맛있는 것을 찾아낸 개미는 이 먹이를 조금 먹은 뒤 다시 개미집으로 향한다. 그 과정에서 페로몬을 분비하여 먹이 있는 곳까지 돌아오는 길을 표시한다. 그러나 개미 한 마리의 페로몬은 그렇게 오래 지속되지 않아서 처음에 페로몬 흔적을 쫓아가는 몇몇 개미는 냄새를 알아내려고 애쓸 때 여전히 조금은 이리저리 헤맨다. 이렇게 헤매다 보면 시간이 흐르면서 애초 최초의 개미도 알아보지 못했던 더 나은 지름길을 찾게 된다. 또 이 행렬에 더 많은 개미가 합류할수록, 페로몬 흔적은 마치 개미집과 먹이 사이에 조명을 환히 밝힌 왕복 고속도로처럼 변해 간다. 이 모든 작업이 이루어지는 방식은 마치 웹 크롤러 web crawler가 인터넷을 돌아다니면서 계속 변하는 월드와이드웹의 구석구석을 살피고 새로운 조각의 정보를 찾는 인터넷 검색 엔진과 같다. - P391
개별 개미는 우리보다 아주 많은 단서를 수집하여 처리한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주변 구조물의 형태와 크기, 움직임을 이용하여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찬찬히 살핀 다음 어디로 가야 할지 파악한다. 이밖에도 태양의 위치, 편광偏光 패턴, 바람, 미세한 냄새 변화, 발밑에 닿는 바닥 느낌, 심지어는 집에서 출발한 뒤 걸은 걸음 수까지 이용한다. 개미처럼 길을 찾아가 보고 싶은가? 도시공원 한쪽 끝에서 걷기시작하되, 가는 동안 당신의 걸음 수를 계속 확인한다. 장애물을 만날 때마다, 그리고 공원을 가로지르는 콘크리트 길이나 긴 벤치 등이 나타나 지형이 바뀔 때마다 기억하고, 이전에 만난 지형과 연관 지어 이번 지형의 위치는 어디인지 기억한다. 그러면서도 태양의 위치를 계속 염두에 두고 나무 그늘에 들어설 때에는 다시 햇빛 속으로 나오기까지 이 그늘이 얼마나 길게 이어졌는지 기억한다. 바람은 어느 방향에서 불고 있는가? 이 역시 반드시 알아차려야 한다. 바람에 무슨냄새가 실려 오는가? 어디에 있었을 때 이 냄새가 났는가? 이 또한 기억해야 한다. 아. 그리고 어느 시점에선가 당신보다 몇백 배나 크고 굶주린 생물이 난데없이 나타나 당신을 잡아먹을지도 모른다고 상상해 보라. 그렇다고 이것 때문에 당신이 기억해야 할 것들을 기억하는 데 지장이 생겨서는 안 된다! - P395
세계에서 가장 복잡한 공학 문제 중 하나인 자율주행차 문제를 해결하고자 애쓰는 사람들에게 이 모든 것은 매우 유용하다. 대체로 무인 자율주행차는 측량과 표시가 잘되어 있는 고속도로에서 잘 작동한다. 그러나 역동적인 도시나 건설 구역에서는 잘 작동하지 않는다. 대체로는 예측 가능하지만 이따금 일대 혼란을 일으키는 자동차주행에서 최선의 방식은 집단 지능과 개별 지능 둘 다에 의존하는 것이라는 사실이 점점 더 명확해지고 있다. 예를 들어 통행량을 줄이는 문제의 열쇠는 집단 지능에 있다. 개미의 수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이들이 어떻게 혼잡을 피하는지 연구한 물리학자 아푸어바 나가르 Apoorva Nagar는 개미 통행량이 정체 없이 계속 움직일 수 있게 하는 세 가지 규칙을 관찰했다. 첫째, 개미는 자아가 없기 때문에 다른 사람보다 앞서가려고 하지 않으며, 추월당했을 때 화내지 않는다. 둘째, 서로 부딪혔을 때 멈추지 않기 때문에 작은 접촉 사고로 통행 흐름이 방해받지 않는다. 셋째, 혼잡이 심할수록 똑바로 꾸준히 나아간다. •••••• 이런 세 가지 규칙이 효과를 발휘하기 위한 수준의 정확성과 규율이 확보되려면 개미나 알고리즘이 그렇듯이 ‘모든‘ 자동차가 규칙을 따라야만 한다. - P396
분명 식물은 뇌가 없다. 그러나 우리가 정보를 수집하고 저장하고 처리하는 데 이용하는 기관을 갖지 않았다고 해서 식물이 이런 일을하지 못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예컨대 물고기는 폐가 없지만 그래도숨을 쉴 수 있다. 또 점점 명확해지는 사실이 있다. 식물이 학습할 수 있다는 점이다. •••••• 반 볼켄버그는 그렇게 되기를 분명 바라고 있다. 진화의 관점에서볼 때 우리는 모두 진핵생물이며 대략 15억 년 전에 식물, 동물, 균류가 갈라졌다. 그 시점까지 20억 년 동안 우리는 하나의 계통을 공유하면서 같은 유전적 길을 걸었다. 이 외에도 공유하는 것이 있다. 우리의 세포는 뚜렷한 유사성을 지니며 핵, 세포 골격, 세포질, 퍼옥시솜, 골지체, 세포막, 소포체, 리소좀, 미토콘드리아를 지니고 있다. 공통의 긴 DNA 염기서열을 지니고 있는데, 이는 똑같은 이중나선으로되어 있고 똑같은 4개의 뉴클레오티드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는 차이점보다 유사점이 훨씬 더 많아요. 그리고 이를 깨닫게 되면 아마 우리가 지구를 다르게 대하게 될지도 몰라요." 반 볼켄버그가 말했다. 아마 식물은 인간과 다른 방식으로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코끼리도, 돌고래도, 문어도, 개미도, 아메바도 다른 방식으로 생각한다. - P403
이들 생물을 비롯하여 세계 최상위 특징을 지닌 다른 많은 생명체는 그저 놀라서 입을 벌리고 바라볼 대상만은 아니다. 이들은 자연보존을 알리는 사절단이다. 우리 세계를 더 깊이 이해하도록 이끌어주는 단서들이다. 삶을 개선하고 심지어는 생명을 살리는 데 이용될수 있는, 실행 가능한 탁월한 지식의 원천이다. 이들은 모든 살아 있는 것의 상호연결성을 위한 연결자이다. - P408
나는 최상의 무언가를 찾으러 갈 것이며, 이 탐색에서 무엇이 나오든 나는 굉장한 것을 얻을 것이다. - P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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