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곶 끝에서 남쪽의 외해를 보면 엄청나게 큰 빙산들이 많았다. 정말로 커다란 탁상빙산도 보였다. 하지만 그곳까지 갈 수 있는 배가 없었다. 조디악으로외해에 나가는 것은 정말 위험한 짓이기 때문이다. 결국은 그 빙산이 이곳으로들어오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는데, 제발 남풍이 불어서 이곳으로 들어오기를애태워 바란 적도 있다. 하지만 해류의 방향과 바람의 방향에 복합적으로 영향을받아 움직이던 빙산이 한때 바람이 바뀐다고 이곳으로 정확히 들어오기는 쉽지가 않았다. 그 거대한 산이 바람의 방향이 바뀌어서 그 진행 방향도 바뀌려면 내가 보이는 이곳이 아니라 저만치 한참 가야 가능했다.
겨울이 오기 전에 빙산 하나가 들어왔다. 드디어 걸려들었다.  - P177

빙산을 자세히 살펴보있다. 처음에는 거대했을 빙산이 점점 작아지면서 무게중심을 맞추기 위해 일부는 물 위로 솟아나 있고, 일부는 수면 아래 잠겨 있었다. 또 그것들이 어느 순간 또 수면 위로 올라오고 다시 잠기고 하는 것을 반복해서 어느 부위는 여인의 풍만한 선처런 우윳빛으로 부드럽게 보이기도 하고, 또갈라져서 떨어져 나간 단면은 거진 얼은이 단만이 칼날처럼 날카롭기까지 했다.
햇빛을 받은 빙산은 투명한 파란빛을 내고 있었다. 그 파란빛은 맑고 청명하다 못해 소름이 끼칠 정도로 깨끗하고 많이했다. 눈길을 주는 것만으로도 뭔가가 베어 나가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지나가는 구름에 잠시 가려지기만 하더라도 좀전의 그 청명함과 단아함은 온데간데 없어졌다. 거대한 몸집을 가진 어둠의 회색빛 공포로 바뀌었다. 이내 눈이 갑작스던 어둠에 익숙해진 후에야 아이스크림 같은 빙산으로 바뀌었다. 코끼리 등처럼 생긴 그 안의 능선은 빙산 꼭대기를 지나 팔부능선 뒤로 넘어가는 듯 아득하게만 보였다. 그 앞에 있는 내가 얼마나 조그마하고 보잘것없던지, 너무나 고요해서 빙산에 부딪치는 물결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아쉬웠지만 한 바퀴 돌고 귀환했다. 다음에 또 빙산이 들어올 기회가 있기를 바랄 뿐이었다. 그것도 탁상형 빙산으로 말이다.
- P179

남극에서 스키를 탈 줄은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하지만 월동대원으로 선발되고 이곳에서 생활을 하게 되면서 꼭 한 번 타 보고 싶었던 것이 스키였다. 상상만 해도 황홀했다. 일단 깨끗이 다듬어 놓은 스키장이 아니라 ‘천연‘의 스키장이란 점이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빼놓을 수 없는 점을 스키장 끝이 바다라는 것이다. 전 세계 스키장 중에 슬로프 끝이 바닷가인 곳이 몇이나 될까. 과연 있기나 한 것일까. 저 넓디넓은 바다를 향해 스키를 타고 내려오는 기분을 만끽하고 싶었다.
- P203

이곳의 물개는 보통사람들이 생각하는 공놀이도 하고 사람들에게 애교도 부리는 그런 물개가 아니다. 너무나 사납고 공격적이다. 말 그대로 개다. 덩치는또 엄청 크다. 더구나 위험의 수단으로 방귀를 뀌기도 하는데 그 냄새는 정말 지독하다. 겉은 무슨 들쥐마냥 거친 털에 짙은 갈색을 하고 있다. 바위 틈에 있으면 절대 구분하기가 힘들다. 나도 산기슭까지 올라온 물개가 옆에 있는 줄도 모르고 지나간 적이 있고, 대원들 모두도 바닷가에서 바위 옆에 있는 물개를 모르고 지나친 경험이 있다. 물 위에서도 행동이 무척이나 빠르고 민첩하다.
- P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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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공항에서는 무조건 김총무님께서 맨 선두에서 상황을 주시하시고, 티켓팅 때 좀 까탈스럽게 구는 직원에게는 총무님이 직접 나서서 스페인어로 한참을 얘기하신다. 우리가 단체로 가기 때문에 전체 짐 무게에서 인원수 별로 나누면 얼마 나가지 않을 것이다. 이래도 얘기가 잘 안 통하면 남미 가수나 연예인들 얘기를 하신다. 또 인기 있는 오래된 연예인들 얘기까지 하곤 하신다. 그때쯤되면 직원들이 고개를 들고 쳐다본다. 워낙 멀어서 동양 사람들은 잘 오지도 않는데, 스페인어에다 자기네들 연예인 얘기까지 하니 신기한 것이다. 우리도 눈이퍼런 녀석이 한국말도 잘하고 갑자기 조용필 씨나 주현미 씨 얘기를 하면 놀랍고 친근감이 가지 않겠는가? 이때 총무님이 슬그머니 내놓는 월동대 스티커와 패치, 가끔은 주객이 전도되어 총무님과 남미 아가씨의 대화가 길어지기도 하지만말이다.
- P143

칠레 기지로 가는 날 마침 나도 따라갔다. 칠레 프레이 기지는 공군기지다.
칠레뿐만 아니라 대부분 남미 국가의 남극 기지는 공군기지다. 서로의 영토라고주장하지는 않지만 미래에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선점하기 위해 군사기지로 운영하고 있다. 우루과이, 아르헨티나 기지도 군인들이 상주하는 군사기지였다. 하지만 겉으로 봐선 전혀 군사기지 같지 않다. 촬영을 할 때도 형식적으로는 허가를 받는다. 하지만 전체 생활은 다른 남극 기지와 마찬가지이고, 이곳에서는 서로 돕고 지내야 하기에 군대라고는 하지만 분위기는 상당히 좋다.
- P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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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좀 더 편안한 삶이나 좀 덜 위험한 삶을 살기 위해 생겨난 특징이 아니라 죽음과 멸종을 절실히 피하려고 생겨난 특징, 다시 말해 생존의 필요성으로 생겨난 특징은 이후 이 필요성이 없어지거나 그다지 자주 생기지 않을 때에도 사라지기 어려운 것 같다. 검 모양송곳니를 지닌 고양잇과 동물에게 습격당하거나 혹은 영장류를 잡아먹는 거대한 독수리에게 공격당해 우리의 일상적 삶이 중단되는일은 거의 없는데도 불구하고, 24 우리는 여전히 교감 신경계에 의존하여 이렇게 흔치 않은 생사의 기로에서 살아남기 위한 아드레날린adrenaline과 노르에피네프린norepinephrine을 대량 분비한다.
- P207

이 진드기의 놀라운 달음박질에 대한 발견은, 생명체의 크기가 작을수록 속도를 높이는 데 필요한 힘이 작아지는 비례에 관한 과학적이론을 보강함으로써 나노 모터의 가능성을 이해할 정보를 제공하게되었다. 나노모터란 분자 수준에서 에너지를 운동으로 전환할 수 있는 유기체 엔진을 말한다.
아울러 이 진드기는 우리가 가속, 감속, 빠른 회전에 적합한 기계를 만들도록 가르쳐 줄 수도 있다. 요컨대 이 작은 진드기는 한순간에 정지할 수도 있고, 빠른 속도와 여러 각도로 회전하여 다른 동물들의 다리 사이로 길을 낼 수도 있다.
- P211

이 밖에 미 해군의 고스트스위머(Gleartswimmer도 있는데, 이는 참치처럼 생겨서 참치처럼 헤엄치도록 설계된 로봇이다. 자동 잠수정인이 로봇은 일명 ‘사일런트 니모 Silent Nemo‘라고 불리는 비밀 연구 및개발 작전의 일부로 고안된 것이다. 매사추세츠공과대학의 로보튜나프로젝트 Robo Tuna project에서 적지 않은 영감을 받았는데, 이 프로젝트의 엔지니어들은 잠수정과 관련하여 200년 이상 된 기존의 사고방식을 버리고 물고기처럼 움직이게 설계된 잠수정을 만들었다. 그 결과기존 무인 잠수정에 비해 쉽게 조종할 수 있고 에너지도 덜 소비되는 잠수정이 탄생했다. 아울러 해양 환경에 더 잘 섞일 수 있었다고 미해군은 빠르게 인정했다.
해군에서 아직 공식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자주 비판받는 냉전 시대의 작전으로서 물밑에서 이루어지는 미 해군 해양 포유류 프로그램Navy Marine Mammal Program, NMMP‘을 고스트스위머가 대신할 수있을 것으로 보인다. 군 조직에서는 수뢰를 찾거나 수중 잠입자를 감시하거나 잃어버린 장비를 회수하는 데 돌고래와 바다사자를 이용하고 있으며, 인간 질병과 건강 문제를 해결할 목적의 중개 연구를 위해 동물을 제공한다. 그러나 후자의 역할은 동물복지 활동가들에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이들은 포획된 동물 연구 활동이 동물의 보존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하여 해군에게 프로그램을 중단하라고 압력을 넣어 왔다. - P223

우리가 직면한 것과 비슷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동물이 자연 속에서 어떻게 진화해 왔는지 살펴봄으로써 우리의 기술을 월등하게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우리의 기술이 향상될수록 더욱 명확해지는 점이 있다.
자연은 우리보다 훨씬 앞서 있다는 사실이다.
- P224

그러나 설골이 큰 만큼, 제법 실질적인 균형trade-off이루어진 것같다. 베네수엘라 붉은고함원숭이는 고환이 정말 작기 때문이다.
••••••
소리 크기와 고환 크기의 반비례 도표를 작성한 냅은 소리가 가장 큰 원숭이의 경우 고환이 가장 작아서 4cm도 안 된다는 것을 알아냈다. 소리가 가장 작은 원숭이의 고환은 가장 커서 무려 22cm나 되었다. 나머지는 반비례 도표 선 안에 들어왔다.
소리가 가장 큰 원숭이는, 무언가를 보완하고 있었던 것 같다.
고환이 작은 원숭이는 생산하는 정자 수가 적다. 이런 이유로, 냅은 그 원숭이가 더 많은 짝짓기 상대의 관심을 끌면서 유전자를 퍼뜨리기 위해 더 열심히 애써야 한다고 판단한다.
- P230

이 거대한 동물은 우리가 수백만 년 동안 알고 있던, 적어도 안다고 생각했던 생물이었지만 우리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복잡했다. 우리는 그동안 줄곧 코끼리가 우리 귀에 들리는 소리만 낸다고 여겼다. 그리하여 코끼리가 놀랐을 때 울부짖고, 몹시 힘든 일을 할 때얼마간 끙끙대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특별히 수다스럽지는 않은, 대체로 조용한 동물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제 진실을 알게 되었다. 코끼리는 세상에서 가장 말이 많은 동물 중 하나였다.
이후 페인이 아프리카에서 추가로 진행한 연구에서는 코끼리가 늘 서로 의사소통한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소리 세기가 90dB(에스프레소 기계가 자이 라테를 휘젓는 동안 그 옆에 서 있을 때 들리는 소리와 같다)에 이르지만 인간에게 들리지 않는 주파수라는 것이다. 매우 낮은 주파수는 높은 주파수에 비해 훨씬 멀리까지 닿을 수 있기 때문에, 코끼리는 길게 뻗은 사바나 전체 곳곳에서 이동하는 동료 코끼리를 상대로 수다를 떨면서 아주 먼 거리까지 의사소통하고 있었다. - P235

이제껏 지구 표면을 걸어 다닌 생명체 가운데 가장 소리가 큰 것이 무엇일지 학생들에게 물었을 때, 거의 항상 첫 번째 추측으로 떠오르는 것이 티라노사우루스다. 그런데 여기에는 작은 문제가 있다.
그렇다. 사실은 정말 큰 문제가 있다.
알다시피 티라노사우루스는 오늘날의 조류나 악어와 같은 조룡祖龍이다. 새는 짹짹거리거나 지저귀거나 팩꽥거리거나 끼룩거린다.
악어는 꾸룩거리거나 으르렁거린다. 그러나 이들 동물 집단의 울음소리는 우리 중 많은 수가 선사시대의 이 거대하고 굶주린 육식동물의 울음소리로 믿고 있는 것과는 다르다.
사자나 호랑이의 울음소리처럼 크고 깊게 울리는 울음소리가 대형 포유류가 아닌 종에게서 진화한 적은 없는 걸로 보이며, 대형 포유류는 공룡이 멸종한 지 한참 뒤에야 생겼다. 37 그렇게 크고 깊게울리는 울음소리는 납작한 네모 형태의 성대에서 만들어진다. 그래야 성대가 안정되어 폐에서 밀려 나오는 공기에 더 잘 반응할 수 있기때문이다. 그러나 공룡은 성대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현대의 조룡과 같은 소리를 낼 때 이용하는 생물학적 도구들, 예를 들어 새의 울대나 악어의 후두는 공룡이 멸종된 지 한참 뒤에 진화했다. 그러므로 공룡의 포효 소리는 잊어라. 어쩌면 발성 자체가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티라노사우루스는 아주 조용한 유형이었을지도 모른다.
공룡이 소리를 냈다면 아마 ‘입을 다문 상태의 발성‘이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연구자들은 주장한다. 타조나 화식조 같은 큰 조류, 또는 앨리게이터나 가비알 등 모든 종류의 악어가 내는 소리처럼 낮게 꾸르륵거리느 소리를 냈을 것이라고 한다.
- P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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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 년 동안 사신의 행차가 자주 에도江戶를 내왕하였다. 그러나 사신으로서 체통을 지키고 임무를 엄중히 수행하느라, 그 나라의 민요와 인물, 험한 요새와 군사력에 관해서는 끝내 털끝만큼도 실상을 파악하지 못한 채 그저 왔다갔다 하기만 했다. 우상은 힘으로는 붓 한 자루도 들지 못할 정도였다. 하지만 그 나라의 알짜를 붓끝으로 남김없이 빨아들여, 만리나 떨어진 섬나라의 수도로 하여금 산천초목이 다 마르게 하였으니,
‘붓 한 자루로 그 나라 강산을 무너뜨렸다‘ 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 P79

그러므로 덕은 그릇에 비유되고, 재주는 그 속에 담기는 물건에 비유된다. 『시경』에도 이런 구절이 있다.
깨끗하고 고운 저 옥 술잔이여 瑟彼玉赞
황금빛 울창주가 그 속에 담겼도다. 黃流在中『주역』 에도 "솥이 발이 부러지니, 임금이 드실 음식이 엎어졌도다" 16.
고 하였다. 덕만 있고 재주가 없으면 그 덕이 빈 그릇이 되고, 재주만 있고 덕이 없으면 그 재주가 담길 곳이 없으며, 그 그릇이 얕으면 넘치기가 쉽다.
- P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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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저스의 또 다른 추론: 사슴과 엘크, 이들이 너무 많다는이 지역의 주된 포식자인 회색늑대가 전멸한 지 80년쯤 되었다. 이 시기는 판도의 줄기가 마지막으로 크게 번성했던 시기와 일치한다.
이 지역의 퓨마 개체군 역시 지난 세기에 급격히 수가 줄었는데 처음에는 1913년에서 1959년까지 거의 4,000마리의 생명을 앗아 간 포상금 프로그램 때문이었고, 이후에는 사냥꾼들에게 허가 없이 아무 때나 고양잇과의 큰 동물을 몇 마리든 마음대로 잡도록 허용했던 사냥규정 때문이었다. 포식자가 사시나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판도에서 북쪽으로, 옐로스톤국립공원의 크리스털강 지역까지 일직선으로 약 560km를 가 보면 도움이 된다.
옐로스톤국립공원에 널리 살던 회색늑대는 1926년을 마지막으로 전멸했다. 그 후 1990년대 중반 늑대 31마리를 국립공원에 다시 들여왔으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아 효과가 나타났다. 당시 옐로스톤국립공원에는 1만 8,000마리 정도의 엘크가 있었다. 항상 배가 고팠던 이들이 즐겨 먹는 간식 중 하나가 어린 사시나무 줄기의 잎이었다. 그러나 늑대 역시 항상 배가 고팠고 이들이 즐겨 먹는 간식 중 하나가 엘크였다. 늑대가 잘하는 일을 하기 시작하자, 엘크는 오랜 시간 한 장소에 머물면서 사시나무 숲 전체를 먹어 치우지 못하게 되었다. 오래지 않아 옐로스톤국립공원의 사시나무 숲은 크리스털강 주변처럼 번서하게 되었다.
- P154

므두셀라 Methuselah,
4,850 살로 지구에서 가장 나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 단일 나무이며, 이집트 최초의 피라미드가 세워질 무렵에 발아했다. 므두셀라가어디 있는지는 소수의 몇몇 사람만 알고 있으며 이들은 이 나무가 언약궤(Ark of the Covenant, 『구약성서』에 나오는 솔로몬 성전의 지성소, 즉 1년에 한번 대제사장만 들어갈 수 있는 곳에 안치되어 있던 거룩한 상자-옮긴이)라도 되는듯이 그곳의 위치를 보호해 왔다.
••••••
므두셀라의 표지판이 내려졌을 무렵 톰 할런Tom Harlan이라는 연륜연대학자(나무의 나이테를 통해 과거의 기후변화와 자연환경을 밝혀내는 학문을 연구하는 사람 옮긴이)가 므두셀라보다 훨씬 오래된 강털소나무를 확인했다고 말하고 다니기 시작했다. 할런을 아는 사람 중 누구도 그가 그런 주장을 지어냈을 거라고 믿는 사람은 없는 것 같았다. 그러나 이 애리조나대학의 연구가는 오래도록 자신의 발견을 발표하려고하지 않았고, 2013년 이 나무의 위치에 대한 비밀을 무덤까지 가져갔다.17 할런의 동료들이 의문에 싸인 이 나무에 대해 단서를 찾기 위해 그의 메모와 핵심 표존 모음을 샅샅이 뒤졌지만 아무 흔적도 나오지 않았다. 내 추측에는 할런이 므두셀라에게 숨 쉴 여유를 조금 더 주기 위해 이야기를 지어냈을 가능성이 있다.
- P159

일반적으로 히드라는 약 1.3cm 이상 크지 않으며 야생에서 그리오래 살지 못한다. 그래서 마르티네스는 히드라가 사실 영원히 살지못한다는 것을 입증하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여겼다. "1년 반 정도면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로부터 4년 뒤 내 생각이 틀렸다는 논문을 발표해야 했어요." 그가 내게 말했다.
히드라가 오래 살 수 있는 잠재적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줄기세포다. 히드라는 거의 전부 줄기세포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므로 마르티네스 실험실의 이 폴립은 더 많은 줄기세포를 지속적으로 만드는 데필요한 깨끗한 물과 이틀에 한 번씩 먹을 수 있는 약간의 브라인슈림 - P169

프 (brine shrimmy, 하등 갑각류인 풍년새우의 하나 옮긴이)만 확보할 수 있다면,
언제까지나 오래된 세포를 새로운 세포로 대체할 수 있다. 그리고 지금까지 기력이 쇠하는 어떠한 징후도 보이지 않은 채 계속 이렇게 해오고 있다.
그러나 줄기세포가 많이 공급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마르티네스가 히드라의 놀라운 장수를 탐구할 때에 핵심이 되는 것은 히드라 유전체가 세포의 스트레스에 대응하여 줄기세포에 어떤 지시를 내리는지, 그리고 세포 성장과 관련된 유전자의 발현을 언제 통제하는지이다. 24 이러한 연구 경로를 따라 마르티네스와 다른 히드라 연구가들은 히드라 불가리스의 중요한 줄기세포 조절자 FOXO3에 관심을 돌리게 되었다.
한 생명체가 특정 유전자로 뭔가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흥미가 생길 수 있다. 이런 생명체를 두 개 발견한다면 우연의 일치일 수도있다. 그러나 이런 생명체를 많이 발견하기 시작하고, 게다가 이들이 그 일을 할 때 쓰이는 유전자가 우리에게도 있는 유전자라면 이는 하나의 단서가 된다.
- P170

스트레스야말로 하나의 종이 장수 생물로 진화하는 데 꼭 필요하다. 단, 세포가 이러한 스트레스에 쓰러졌을 때 손쉽게 이를 재생할방법이 있는 경우에 한해서다. 모노라피스 쿠니는 이 점에서 유리했다. 이 해면은 줄기세포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비록 건물 철거용쇠뭉치를 미친 듯이 내려치는 것 같은 환경에서 존재했을 수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그들은 세포를 재생할 수 있는 내장 방식의 벽돌공장도 몸 안에 지니고 있었다.  - P181

마치 속도를 위해 만들어진 동물처럼 아무 결점이 없어 보이는 치타의 신체 설계에도 불구하고, 세상에서 가장 빠른 고양잇과 동물은 동물 왕국에서 속도가 차지하는 역할을 알고자 하는 생물학자에게 맨 먼저 하나의 문제를 제기한다. 동물의 신체 크기가 커지는 데따라 왜 절대속도가 늘어나지 않는가 하는 점이다. 집고양이가 시속48km로 달릴 수 있고 이보다 큰 스라소니가 시속 80km로 달릴 수 있으며 스라소니보다 큰 치타가 시속 96km로 달릴 수 있다면, 왜 치타보다 훨씬 큰 호랑이는 더 빠르게 달리지 못할까?
생태학자 미리암 히르트Myriam Hirt는 더 커다란 고양잇과 동물이 더 빨리 달릴 수도 있다고 믿는다. 적어도 이론상으로는 대체로 커다란 동물은 같은 과의 작은 동물에 비해 빠른 연축근육이 더 많아서이 근육에 공급되는 산소가 너무 빠르게 고갈되지만 않는다면 이를 이용하여 더 오랜 기간 속도를 높일 수 있다. 호랑이가 산소를 빠르게 재공급함으로써 빠른연축근육에 약물 투여 효과를 낼 수 있다면,
커다란 몸 크기에 비례하여 세상에서 가장 빠른 고양잇과 동물이 될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독일 에코넷랩 Eco NetLab의 히르트와 동료들은 현실 세계에서는 큰 몸집을 움직이는 데 필요한 연료가 이론상의 최대 속도에 도달하기 훨씬 오래전에 고갈된다는 이론을 세웠다. 이들의 이론에 따르면, 크고 힘차게 발걸음을 내디딜 정도로 몸집이 큰 것과 산소를 근육 운동으로 잘 전환할 만큼 몸집이 작은 것 사이에는 ‘최적의 접점‘이 있다.  - P194

다음번의 대멸종 사건(우리 인간으로 인한 멸종)이 일어났을 때, 치타가 여전히 해로운 돌연변이를 축적하는 과정에 있었는지, 아니면 매우 더딘 회복 과정에 놓여 있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우리가 아는것은 홍적세 개체군 병목현상의 결과로 나타난 종이, 측정 가능한거의 모든 점에서 유전체의 극심한 감소를 보인다는 점이다. 즉, 단일염기 변이의 부족, 미토콘드리아 DNA의 다양성 부족, 그리고 면역반응을 지원하는 세포 표면 단백질의 결핍 등을 보인다. 조직 적합성이라고도 알려진 마지막 범주의 유전적 단일성에 한 줄기 희망이 있다면, 그것은 거의 모든 치타가 형제자매인 것처럼 다른 치타의 피부이식을 매우 잘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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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어쩌면 그들의 생존을 위협했던 유전적 다양성의 부족 자체에 해답이 있을지 모른다. 기본적으로 근육 수축, 스트레스, 심폐 반응에 적응하도록 암호화된 치타의 속도유전자‘로만 한정되어 DNA 선택 범위가 좁았을 것이다. 빠른 치타끼리 교배하면 무리에게 실패를 안겨 줄 ‘유전적으로 느린 치타는 절대로 나올 수 없다. 그리하여 아주 느린 먹이를 잡는 데는 불필요했을지라도, 오랜 진화의 시간 동안 그런 속도를 유지함으로써 치타는 유전적 불리함을 상쇄할 진화적 초과 이득을 누렸을 것이다.
- P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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