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저스의 또 다른 추론: 사슴과 엘크, 이들이 너무 많다는이 지역의 주된 포식자인 회색늑대가 전멸한 지 80년쯤 되었다. 이 시기는 판도의 줄기가 마지막으로 크게 번성했던 시기와 일치한다. 이 지역의 퓨마 개체군 역시 지난 세기에 급격히 수가 줄었는데 처음에는 1913년에서 1959년까지 거의 4,000마리의 생명을 앗아 간 포상금 프로그램 때문이었고, 이후에는 사냥꾼들에게 허가 없이 아무 때나 고양잇과의 큰 동물을 몇 마리든 마음대로 잡도록 허용했던 사냥규정 때문이었다. 포식자가 사시나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판도에서 북쪽으로, 옐로스톤국립공원의 크리스털강 지역까지 일직선으로 약 560km를 가 보면 도움이 된다. 옐로스톤국립공원에 널리 살던 회색늑대는 1926년을 마지막으로 전멸했다. 그 후 1990년대 중반 늑대 31마리를 국립공원에 다시 들여왔으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아 효과가 나타났다. 당시 옐로스톤국립공원에는 1만 8,000마리 정도의 엘크가 있었다. 항상 배가 고팠던 이들이 즐겨 먹는 간식 중 하나가 어린 사시나무 줄기의 잎이었다. 그러나 늑대 역시 항상 배가 고팠고 이들이 즐겨 먹는 간식 중 하나가 엘크였다. 늑대가 잘하는 일을 하기 시작하자, 엘크는 오랜 시간 한 장소에 머물면서 사시나무 숲 전체를 먹어 치우지 못하게 되었다. 오래지 않아 옐로스톤국립공원의 사시나무 숲은 크리스털강 주변처럼 번서하게 되었다. - P154
므두셀라 Methuselah, 4,850 살로 지구에서 가장 나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 단일 나무이며, 이집트 최초의 피라미드가 세워질 무렵에 발아했다. 므두셀라가어디 있는지는 소수의 몇몇 사람만 알고 있으며 이들은 이 나무가 언약궤(Ark of the Covenant, 『구약성서』에 나오는 솔로몬 성전의 지성소, 즉 1년에 한번 대제사장만 들어갈 수 있는 곳에 안치되어 있던 거룩한 상자-옮긴이)라도 되는듯이 그곳의 위치를 보호해 왔다. •••••• 므두셀라의 표지판이 내려졌을 무렵 톰 할런Tom Harlan이라는 연륜연대학자(나무의 나이테를 통해 과거의 기후변화와 자연환경을 밝혀내는 학문을 연구하는 사람 옮긴이)가 므두셀라보다 훨씬 오래된 강털소나무를 확인했다고 말하고 다니기 시작했다. 할런을 아는 사람 중 누구도 그가 그런 주장을 지어냈을 거라고 믿는 사람은 없는 것 같았다. 그러나 이 애리조나대학의 연구가는 오래도록 자신의 발견을 발표하려고하지 않았고, 2013년 이 나무의 위치에 대한 비밀을 무덤까지 가져갔다.17 할런의 동료들이 의문에 싸인 이 나무에 대해 단서를 찾기 위해 그의 메모와 핵심 표존 모음을 샅샅이 뒤졌지만 아무 흔적도 나오지 않았다. 내 추측에는 할런이 므두셀라에게 숨 쉴 여유를 조금 더 주기 위해 이야기를 지어냈을 가능성이 있다. - P159
일반적으로 히드라는 약 1.3cm 이상 크지 않으며 야생에서 그리오래 살지 못한다. 그래서 마르티네스는 히드라가 사실 영원히 살지못한다는 것을 입증하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여겼다. "1년 반 정도면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로부터 4년 뒤 내 생각이 틀렸다는 논문을 발표해야 했어요." 그가 내게 말했다. 히드라가 오래 살 수 있는 잠재적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줄기세포다. 히드라는 거의 전부 줄기세포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므로 마르티네스 실험실의 이 폴립은 더 많은 줄기세포를 지속적으로 만드는 데필요한 깨끗한 물과 이틀에 한 번씩 먹을 수 있는 약간의 브라인슈림 - P169
프 (brine shrimmy, 하등 갑각류인 풍년새우의 하나 옮긴이)만 확보할 수 있다면, 언제까지나 오래된 세포를 새로운 세포로 대체할 수 있다. 그리고 지금까지 기력이 쇠하는 어떠한 징후도 보이지 않은 채 계속 이렇게 해오고 있다. 그러나 줄기세포가 많이 공급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마르티네스가 히드라의 놀라운 장수를 탐구할 때에 핵심이 되는 것은 히드라 유전체가 세포의 스트레스에 대응하여 줄기세포에 어떤 지시를 내리는지, 그리고 세포 성장과 관련된 유전자의 발현을 언제 통제하는지이다. 24 이러한 연구 경로를 따라 마르티네스와 다른 히드라 연구가들은 히드라 불가리스의 중요한 줄기세포 조절자 FOXO3에 관심을 돌리게 되었다. 한 생명체가 특정 유전자로 뭔가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흥미가 생길 수 있다. 이런 생명체를 두 개 발견한다면 우연의 일치일 수도있다. 그러나 이런 생명체를 많이 발견하기 시작하고, 게다가 이들이 그 일을 할 때 쓰이는 유전자가 우리에게도 있는 유전자라면 이는 하나의 단서가 된다. - P170
스트레스야말로 하나의 종이 장수 생물로 진화하는 데 꼭 필요하다. 단, 세포가 이러한 스트레스에 쓰러졌을 때 손쉽게 이를 재생할방법이 있는 경우에 한해서다. 모노라피스 쿠니는 이 점에서 유리했다. 이 해면은 줄기세포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비록 건물 철거용쇠뭉치를 미친 듯이 내려치는 것 같은 환경에서 존재했을 수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그들은 세포를 재생할 수 있는 내장 방식의 벽돌공장도 몸 안에 지니고 있었다. - P181
마치 속도를 위해 만들어진 동물처럼 아무 결점이 없어 보이는 치타의 신체 설계에도 불구하고, 세상에서 가장 빠른 고양잇과 동물은 동물 왕국에서 속도가 차지하는 역할을 알고자 하는 생물학자에게 맨 먼저 하나의 문제를 제기한다. 동물의 신체 크기가 커지는 데따라 왜 절대속도가 늘어나지 않는가 하는 점이다. 집고양이가 시속48km로 달릴 수 있고 이보다 큰 스라소니가 시속 80km로 달릴 수 있으며 스라소니보다 큰 치타가 시속 96km로 달릴 수 있다면, 왜 치타보다 훨씬 큰 호랑이는 더 빠르게 달리지 못할까? 생태학자 미리암 히르트Myriam Hirt는 더 커다란 고양잇과 동물이 더 빨리 달릴 수도 있다고 믿는다. 적어도 이론상으로는 대체로 커다란 동물은 같은 과의 작은 동물에 비해 빠른 연축근육이 더 많아서이 근육에 공급되는 산소가 너무 빠르게 고갈되지만 않는다면 이를 이용하여 더 오랜 기간 속도를 높일 수 있다. 호랑이가 산소를 빠르게 재공급함으로써 빠른연축근육에 약물 투여 효과를 낼 수 있다면, 커다란 몸 크기에 비례하여 세상에서 가장 빠른 고양잇과 동물이 될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독일 에코넷랩 Eco NetLab의 히르트와 동료들은 현실 세계에서는 큰 몸집을 움직이는 데 필요한 연료가 이론상의 최대 속도에 도달하기 훨씬 오래전에 고갈된다는 이론을 세웠다. 이들의 이론에 따르면, 크고 힘차게 발걸음을 내디딜 정도로 몸집이 큰 것과 산소를 근육 운동으로 잘 전환할 만큼 몸집이 작은 것 사이에는 ‘최적의 접점‘이 있다. - P194
다음번의 대멸종 사건(우리 인간으로 인한 멸종)이 일어났을 때, 치타가 여전히 해로운 돌연변이를 축적하는 과정에 있었는지, 아니면 매우 더딘 회복 과정에 놓여 있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우리가 아는것은 홍적세 개체군 병목현상의 결과로 나타난 종이, 측정 가능한거의 모든 점에서 유전체의 극심한 감소를 보인다는 점이다. 즉, 단일염기 변이의 부족, 미토콘드리아 DNA의 다양성 부족, 그리고 면역반응을 지원하는 세포 표면 단백질의 결핍 등을 보인다. 조직 적합성이라고도 알려진 마지막 범주의 유전적 단일성에 한 줄기 희망이 있다면, 그것은 거의 모든 치타가 형제자매인 것처럼 다른 치타의 피부이식을 매우 잘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어쩌면 그들의 생존을 위협했던 유전적 다양성의 부족 자체에 해답이 있을지 모른다. 기본적으로 근육 수축, 스트레스, 심폐 반응에 적응하도록 암호화된 치타의 속도유전자‘로만 한정되어 DNA 선택 범위가 좁았을 것이다. 빠른 치타끼리 교배하면 무리에게 실패를 안겨 줄 ‘유전적으로 느린 치타는 절대로 나올 수 없다. 그리하여 아주 느린 먹이를 잡는 데는 불필요했을지라도, 오랜 진화의 시간 동안 그런 속도를 유지함으로써 치타는 유전적 불리함을 상쇄할 진화적 초과 이득을 누렸을 것이다. - P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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