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 나쁜 세균이 있고, 좋은 세균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좋은 세균을 죽이지 않은 채 나쁜 세균만 죽이는것이 정말 힘들다는 점이다. 페니실린도, 리솔 소독제도 특별히 두 가지를 구별하지 않는다. 게다가 더 큰 문제는 결국 모든 세균이 나쁜세균 혹은 좋은 세균으로 나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하나의 세균이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으며 이는 꼭 우리 건강과 관련해서
연구자들은 실제로 찾고자 하는 것을 더 쉽게 찾기 위해, 흔히 필터를 이용하여 물에서 큰 오염 물질을 걸러낸다. 그런데 밴필드는 충동적으로 보일 수도 있는 엉뚱한 변덕을 부려 보았다. 일반적으로 물을 소독하는 수준 이상으로 계속 조밀한 필터를 이용해 정수한 것이다. 대다수 세균 연구자는 이렇게 하면 결국 모든 세균이 걸러져 애초의 목적을 이루지 못할 거라고 여기는 탓에 이 정도까지 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녀와 라이플 팀은 필터 막에 묻은 것을 긁어내어 유전자 배열 순서를 분석했고 그 결과 789 세트의 유전암호를 발견했다. 이는 이전까지 확인된 다른 어떤 것만큼이나 작은, 어쩌면 그보다 훨씬 작은 생명체와 관련 있었다. 이는 지구상에서 가장 작은 생물체의 완전히 새로운 세계였다. - P97
이 모든 생물체가 생명의 나무 어디쯤에 위치하는지 판단하는 일은 쉽지 않은 것으로 판명되었다. 이들 생물체가 모두 알맞게 놓일만한 자리가 없었다. 정말 크고 넉넉한 여러 자리가 있어야 했는데, 가령 코끼리와 바위너구리를 한데 놓아 두고도 "으음, 완벽하게 잘맞는군."이라고 말할 정도로 말이다. 밴필드 팀은 기존의 7개 문에 새로운 생명체를 위한 자리를 찾아 주고, 나머지에 대해서는 완전히 새로운 28개의 문을 만들어 줘야 했다. DNA가 그만큼 달랐기 때문이다. 미생물학자 로라 허그 LauraHug는 나중에 이렇게 의견을 밝혔다. "포유류의 새로운 종을 발견한것과는 차원이 달랐어요. 말하자면 포유류라는 것이 존재하고 주변에 온통 널려 있는데도 우리가 전혀 알지 못했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같았죠." - P98
그러나 반대쪽에서는 완전히 다른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이제껏 우리 행성에 살았던 것 가운데 가장 작은 생명체를 이미 발견했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이 가능성은 1%의 몇백 분의 1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이제까지 우리는 대략 600만 종류의 미생물을 확인했다. 그러나 1조 개 종의 미생물이 있을 수 있다고 믿는 과학자들도 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 세상에 존재하는 개별적인 새 한 마리 한 마리가 모두 별개의 종이라고 상상해 보라. 자, 머릿속에 다 그렸나? 이제 그 수를 두 배로 늘려라. 그러면 얼추 비슷할 것이다. - P100
각 부분의 목적이 무엇인지 명확해진다. 이와 마찬가지로 아주 기초적인 것만 있는 유전체에 유전자를 다시 하나씩 더해 가면 이들 유전자가 더 복잡한 생명체의 한 부분으로서 어떤 목적을 지니는지 분명해진다. 기본적인 것, 다시 말해 생명 유지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필수 요소에서 시작함으로써 저 신비한 다른 모든 DNA의 목적을 훨씬잘 이해할 수 있다고 연구자들은 믿고 있다. 모든 커다란 것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가장 작은 것에서 시작한다는 원리는 가장 작은 식물에서부터 가장 작은 곤충, 그리고 가장 작은 양서류와 가장 작은 포유류에 이르기까지 많은 집단을 살펴보는 데도 유용하다. 각 영역에서 가장 작은 이 생명 형태들은 다른 모든 것에 관해 뭔가 근본적인 것을 알려 줄 수 있다. 우리가 이들을 놓치지 않는다면. - P109
아울러 에트루리아땃쥐는 우리가 다른 방식으로 사물을 볼 수있게 돕기도 한다. 굴을 파는 많은 동물이 그렇듯이 이 동물 역시 세계 최고의 시력을 갖지는 못했지만, 대신 귀뚜라미 등 먹이가 될 만한것을 알아보며 수염에 귀뚜라미가 스치는 느낌만으로도 30ms(ins는1,000분의 1초이다. 옮긴이) 만에 귀뚜라미를 공격할지 말지 판단한다. 이런 일이 가능하려면, 땃쥐의 뇌는 인간 뇌가 눈으로 수집한 영상을처리하는 속도만큼이나 빨리, 아니 그보다 훨씬 빨리 수염을 통해 형성한 먹이의 ‘영상‘을 처리해야 한다. 셰필드대학 로보틱스센터의 토니 프레스콧Tony Prescott에게 이는 단지 생물학 분야의 경이로운 위업만이 아니라 로봇 분야의 시험대이기도 했다. 세계와 상호작용하는 대다수 로봇은 간단한 카메라에서 레이저빔까지 시각 영역에 의존하는 일종의 인터페이스를 통해 상호작용을한다. 프레스콧은 로봇이 다른 방식으로 주변 세계를 일별하는 방법이 없을지 알아보는 데 관심을 두고 있었다. 그리하여 수염의 촉각으로 먹이를 빠르게 알아보는 땃쥐의 이상한 능력을 알게 되자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그 결과 나온 것이 ‘쉬루봇‘(Shrewbot, 땃쥐를 뜻하는shrew와 robot의 합성어-옮긴이)이었다. 이는 카메라가 없는 로봇으로, 18개수염의 뿌리에 자석이 있으며 이 자석의 움직임을 바탕으로 주변의지도를 그릴 수 있다. 미래에는 연기 가득한 방이나 막힌 파이프, 대기층이 두꺼운 행성, 또는 빛을 사용할 경우 동물 생활에 해를 끼칠수도 있는 깊은 해구 등 다른 감각기가 잘 작동하지 못하는 곳에서이 수염 로봇을 운용할 수 있을 것이다. - P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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