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내가 지금 말한 게 사실이라면, ‘인간 남성의 오르가슴적 쾌락은 왜, 어떻게 진화했을까?‘라는 의문이 떠오르는 게 당연하다. 물론 정답은 심미적인 배우자선택을 통해서‘일 가능성이 높지만 말이다. 침팬지와 고릴라 수컷들은 성적으로 까다롭지 않으며, 어떠한 성행동의 기회라도 주어지면 절대로 놓치지 않는다. 배우자선택이 개입되지 않는 한, 성적 쾌락에 작용하는 모든 진화적 영향력은 오로지 자연선택에 한정된다. 그러나 인간은 유별나게 까다롭게 진화했다. 여성과 남성의 배우자선택을 비롯하여 성행동과 짝짓기의 빈도 지속시간 등의 진화사史. 이 모든 것이 하나같이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의 ‘오르가슴적 쾌락의 미적 공진화와 정교화를 위한 기회‘ 를 제공했다. 남성의 성적 쾌락의 진화적 향상은 ‘싸구려 정자의 헤픈 공급자profligate purveyor of cheap sperm‘라는 진화심리학적 고정관념에서벗어남으로써 빚어진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남성의 성적 쾌락이 생식기능에 필요한 기준선을 넘어 미적으로 공진화한 것은, 그들이 선호하는 여성들에게 호의를 표시하기 위해 다른 성적 기회를 어느정도 포기함으로써(다시 말해서, 배우자선택 메커니즘을 가동함으로써)가능했다. - P418
진화인류학의 지배적 견해는, 호미닌hominin 의 복잡한 사회행동은 ‘남성 간 경쟁‘과 ‘채집생태계에서의 자연선택(즉, 환경 속에서 식량을 좀 더 효율적이고 생산적으로 채취함)‘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진화했다는 것이다. 예컨대, 인류학자 겸 영장류학자인 브라이언 헤어Brian Herr, 빅토리아 워버Victoria Wobber, 리처드 랭엄Richard Wrangham 은 "독특하게 부드럽고 협동적인 보노보의 행동과 기질은 자기가축화self-domestication를 통해 진화했다"라고 제안했다. 자기가축화란 인위적인 가축화와 대비되는 개념으로, ‘인위적 개입이 아닌 생태적 자연선택을 통해 공격성이 순치致되는 과정‘을 말하는데, 그들은 "보노보가 서식하는 채집생태계의 독특한 특징(고품질 먹이가 풍부하고고릴라와 경합할 필요가 없음)이 이러한 과정을 추동했다"라고 상정했다. 세부사항은 아직 확립되지 않았지만, "협동적인 그룹이 보노보사회를 안정시키고 생태적 효율을 전반적으로 향상시켰다"라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다. 자기가축화 가설의 내용을 요약하면, "사회적관용 및 협동은 ‘종의 생태적 적응을 통해 탄생하는 것이지, 수컷의 사회적 성적 행동 개혁‘을 통해 탄생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것이다. - P436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몸집의 성적 이형성이 감소한 경우와 마찬가지로, 송곳니의 미적 무장해제가 비리비리하고 겁 많고 순종적인 남성의 탄생으로 귀결되지는 않았다. 그와 정반대로, 여성의 짝짓기선호는 매력적인 남성 형질(예: 이상적인 신체 비율, 넘치는 성적 매력)을 지속적으로 진화시켰다. 여성이 남성을 개인적으로 지배하는것은 진화적 이점이 전혀 없으며, 진화적으로 유리한 것은 오로지선택의 자유뿐이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은 적응적이 아니어서, 인간과 환경 사이의 적합성이 조금도 향상되지 않는다. 인류가 이런방향으로 진화한 이유는, 여성의 성적 자율성이 ‘남성의 성적 강제‘로 인한 피해를 감소시켰기 때문이다. 그 결과 영아의 생존율이 증가하고, 여성의 직접적 피해가 감소하고, 개체군의 성장률이 증가했다. - P448
동성 간 성행동에 관한 진화 이론들은 대부분 오늘날까지 ‘생식성과 감소에 대한 적응적 해법daptive solution‘이라는 논리를 내세워 동성 간 성행동을 설명해왔다. 예컨대 널리 인정된 가설에 따르면, "동성 간 선호를 지닌 개인들은 대가족extended family 내 다른 구성원들의생존 및 생식성과에 기여할 수 있다"라고 한다. 이를 혈연선택 가설kin selection hypothesis이라고 하는데, 그 핵심은 "동성 간의 행동이 이어지는 이유는, 동성 간 선호를 지닌 비생식개체nonreproductive individual들이 어린 형제자매, 조카, 조카딸, 삼촌 등을 보살피는 데 실질적으로기여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런 도우미 삼촌(또는 숙모)들HelpfulUncles or Aunts 은 친척들과 유전자를 공유하므로, 동성 간의 선호에 기여한 유전자의 복사본이 다른 대가족 구성원을 통해 간접적으로다음 세대에게 전달될 수 있다. - P459
그 과정에서 ‘조류관찰과 과학이란 게 결국은 세상에서 자아를 탐구하는 방법이며, (주변에 존재하는 자연계의 다양성, 복잡성에 몰입하는) 자기표현 self-expression 및 의미 찾기 경로와 병행된다‘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나 나는 아직도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그 사실이 여전히 진리라니! 지식이 살아 움직이며, 풍부하고 심오한 경험과 감동적 발견을 위한 기회를 창조하며,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이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하다니! 나는 아직도 다음 기회, 다음 발견 그리고 다음에 관찰할 새롭고 아름다운 새를 상상하며 흥분한다. 메인주에서 맞이했던, 기대에 가득 찬 안개 낀 아침에 그랬던 것처럼. - P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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