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성행동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가운데 우리가 명심해야 할 것은 ‘성gender과 섹슈얼리티 sexuality에 관한 우리의 생각 중 상당 부분이 문화의 영향을 받았다‘라는 것인데, 어떤 학자들은 이를가리켜 문화적으로 구성되었다ulturally constructed 고 한다. 모든 인간은각자 고유의 문화를 내면에 학습하고 있으므로, 우리의 태도와 행동은 (성적인 것이 됐든 그 밖의 것이 됐든) 문화가 진화한 방식을 반영할 수밖에 없다(진화적 맥락 4). 그 결과 전 세계의 인간 군상들 사이에서 언어적·물질적·경제적·인종적·국민적·윤리적·종교적 문화가 매우 다양하게 발달했고, 성적 신념과 관행도 예외가 될 수 없다. 그렇다고 한들, 이러한 기본적 진실이 ‘인간의 섹슈얼리티, 생식, 사회행동은 생물학적인 진화과정(진화적 맥락 1-3)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라는 명백한 사실을 흐리게 하지는 않는다. - P352
그러면 ‘상호적 배우자선택을 통해 진화한 인간의 성적 형질과 선호들‘을 살펴보는 것을 시발점으로 논의를 전개하기로 하자. 양성이 같은 형질과 선호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제외하면, 상호적 배우자선택은 암컷의 배우자선택과 같은 방식으로 작용한다. 다윈은 나체에 가까운 인간의 피부(체모의 진화적 감소)를가리켜 성적으로 선택된 미적 형질 sexually selected aesthetic trait 로 진화했다‘라고 말했지만, 체모 감소는 ‘장거리를 달릴 때 체온을 쉽게 내리기 위한 적응‘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제모 감소가 미적 형질이든 아니든, 또 하나의 독특한 형질인 ‘특화된 털(겨드랑이, 음부, 두피, 눈썹)의 부분적 잔류‘가 장식용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특정 부위의 모발 잔류가 양성 모두의 공통사항(생물학자들은 이를 성적 단형성 sexual monomorphic이라고 부른다)이라는 점은, 그것이 상호적 배우자선택을 통해 진화했음을 강력히 시사한다. 바다오리, 펭귄, 앵무새, 큰부리새의 암컷과 수컷이 모두 반짝이는 부리와 깃털을 가진 것처럼 말이다. 겨드랑이털과 음모가 성적 신호로써 진화했다는 가설은, 그 털들이 사춘기가 되기 전에는 발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더욱더 명백해 보인다. - P354
인간 남성과 대조적으로, 다른 유인원의 수컷들은 성욕을 제한없이 발산하며, 주어진 성적 기회를 전혀 마다하지 않는다. 고릴라, 침팬지, 오랑우탄의 수컷들은 가능한 한 성적 연결sexual liaison을 모두붙잡으려 들지만, 인간 남성은 이런 면에서 두드러진 차이를 보인다. 인간 남성의 성적 까다로움은, 유인원의 생명의 나무에서 오로지 인간의 가지에서만 나타난 배타적인 특징이다(진화적 맥락 2). 그러므로 인간 남성의 성적 헤픔에 대한 구실을 들이대려고 애쓰는 진화심리학자들과 정반대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 정반대의 자질을 설명하는 진화적 설명이다. - P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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