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No에 익숙해지고 실패에 이골이 났다. 그렇다고 아프지 않은건 아니다. 만날 꼴등을 한다 해서 꼴등이 아무렇지 않은 건 아닌데 사람들은 아무렇지 않은 줄 안다. 실패에 적응이 되는 사람은 없다는 걸 실패하지 않은 사람들은 모른다. 그래서 모욕을 준다. 지고도 창피한 줄 모른다고 모욕한다. 바보들!
깨지고 모욕당하면서 배운 것이 있다. 실패했다고 모욕까지 느낄 필요는 없다는 것.
진짜 굴욕스러운 건 실패할까 두려워 싸움을 피하는 것.
겁나서가 아니라 더러워서 피하는 거라고 자신을 속이는 것.
제가 못 먹는 포도는 신 포도라고 박박 우기던 여우처럼, 패배를 부인한 채 비겁하게 사는 것이다.
- P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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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상호작용을 경험하기 전, 사람들은 타인의 성적 매력에대한 첫인상(즉, 피상적 판단)에 동의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일단사회적으로 상호작용할 기회가 주어지면, 사람들의 판단은 각각 달라지기 시작하여 타인의 성격 중에서 자신의 취향에 어필하는 부분을 주목하게 된다. 궁극적으로 타인의 매력을 평가하는 데 있어서, 이처럼 주관적인 사회적 지각은 신체적 외모보다 훨씬 더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폴 이스트윅과 루시 헌트 Lucy Hunt는이렇게썼다. "이러한 별스러움idiosyncrasy은 행운이다. 왜냐하면 거의 모든 사람에게 ‘쌍방이 서로 독특한 이상형으로 간주하는 파트너 관계‘
가 형성될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신체적 매력이 각각 다름에도 불구하고, 대체로 다른 사람과 사회적·성적 행복을 공유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이 얼마나 흐뭇한 생각인가! 짝짓기가치라는 것은 보편적이고 객관적인 척도가 아니라, 상호작용 경험에 입각한 주관적 척도다.
- P366

인간의 페니스는 두 가지 진화 메커니즘이 동시에 작용한 흥미로운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포유류가 체내수정을 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우리는 페니스가 생식에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점을 알 수있다. 그러므로 페니스의 존재와 유지는 자연선택에만 귀속될 수 있다. 그러나 페니스의 다양한 형태학적 측면을 살펴보면, 교미와 수정에 필요한 수준을 넘어선 부분이 존재한다. 그렇다면 그 부분에는 성선택이 작용했을 공산이 크다.
- P3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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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성행동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가운데 우리가 명심해야 할 것은 ‘성gender과 섹슈얼리티 sexuality에 관한 우리의 생각 중 상당 부분이 문화의 영향을 받았다‘라는 것인데, 어떤 학자들은 이를가리켜 문화적으로 구성되었다ulturally constructed 고 한다. 모든 인간은각자 고유의 문화를 내면에 학습하고 있으므로, 우리의 태도와 행동은 (성적인 것이 됐든 그 밖의 것이 됐든) 문화가 진화한 방식을 반영할 수밖에 없다(진화적 맥락 4). 그 결과 전 세계의 인간 군상들 사이에서 언어적·물질적·경제적·인종적·국민적·윤리적·종교적 문화가 매우 다양하게 발달했고, 성적 신념과 관행도 예외가 될 수 없다. 그렇다고 한들, 이러한 기본적 진실이 ‘인간의 섹슈얼리티, 생식, 사회행동은 생물학적인 진화과정(진화적 맥락 1-3)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라는 명백한 사실을 흐리게 하지는 않는다.  - P352

그러면 ‘상호적 배우자선택을 통해 진화한 인간의 성적 형질과 선호들‘을 살펴보는 것을 시발점으로 논의를 전개하기로 하자. 양성이 같은 형질과 선호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제외하면, 상호적 배우자선택은 암컷의 배우자선택과 같은 방식으로 작용한다. 다윈은 나체에 가까운 인간의 피부(체모의 진화적 감소)를가리켜 성적으로 선택된 미적 형질 sexually selected aesthetic trait 로 진화했다‘라고 말했지만, 체모 감소는 ‘장거리를 달릴 때 체온을 쉽게 내리기 위한 적응‘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제모 감소가 미적 형질이든 아니든, 또 하나의 독특한 형질인 ‘특화된 털(겨드랑이, 음부, 두피,
눈썹)의 부분적 잔류‘가 장식용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특정 부위의 모발 잔류가 양성 모두의 공통사항(생물학자들은 이를 성적 단형성 sexual monomorphic이라고 부른다)이라는 점은, 그것이 상호적 배우자선택을 통해 진화했음을 강력히 시사한다. 바다오리, 펭귄, 앵무새, 큰부리새의 암컷과 수컷이 모두 반짝이는 부리와 깃털을 가진 것처럼 말이다. 겨드랑이털과 음모가 성적 신호로써 진화했다는 가설은, 그 털들이 사춘기가 되기 전에는 발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더욱더 명백해 보인다. - P354

인간 남성과 대조적으로, 다른 유인원의 수컷들은 성욕을 제한없이 발산하며, 주어진 성적 기회를 전혀 마다하지 않는다. 고릴라,
침팬지, 오랑우탄의 수컷들은 가능한 한 성적 연결sexual liaison을 모두붙잡으려 들지만, 인간 남성은 이런 면에서 두드러진 차이를 보인다.
인간 남성의 성적 까다로움은, 유인원의 생명의 나무에서 오로지 인간의 가지에서만 나타난 배타적인 특징이다(진화적 맥락 2). 그러므로 인간 남성의 성적 헤픔에 대한 구실을 들이대려고 애쓰는 진화심리학자들과 정반대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 정반대의 자질을 설명하는 진화적 설명이다.
- P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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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8월의 마지막 주가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모든 것이 일상으로 돌아왔다. 관광객들은 떠났다. 마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본래의 고요한 매력을 되찾았다. 동네 사람들은 셀카를 찍는 관광객에게 치일 걱정 없이 다시 길을 가다 멈춰 서서 수다를 떨 수 있게 됐다.
우리는 1년 열두 달 가운데 9월을 가장 좋아했다. 기온이 떨어지지만 낮에는 수영을 즐기고 저녁에는 야외에서 식사를 할 수 있을 만큼 따뜻했다. 카페 테라스에도, 단골 레스토랑에도 언제든지 앉을 자리가 있었다. 여름 내내 바빴던 대자연이 가장 많은 열매를 맺는 시기이기도 했다. 시장에는 그날 새벽에 수확한 과일과 채소와 양상추가 넘쳐났다. 포도밭에도 활력의 징후가 감돌았다. 보통 이맘때 며칠 내리는 비가 먼지를 깨끗이 씻어 내리면 말간 포도알이 산비탈을 영롱한 초록빛으로 물들였다. 여러 가지로 9월은 두번째 봄 같았다.
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 P91

마을 중심가에서는 평소에 거의 입지 않는 옷이나 아주 오래된 옷을 볼 수 있다. 할머니의 모피 모자, 1차 세계대전 당시 군인들이 입던 트렌치코트, 오랜 세월 입지 않아 갈라지고 뻣뻣해진 가죽 장화 등 추위만 막아줄 수 있다면 패션따윈 지옥에나 가라는 태세다.
차가운 날씨는 보통 하룻밤 사이에 언제 그랬냐는 듯 따뜻해져 있었고, 눈을 뜨면 눈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없었다. 짧지만 크리스마스 카드 안에서 살다 나온 기분이었다.
- P146

처음에는 천천히, 하지만 이내 속도를 높여 자연은 다가올 연례행사의 예고편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그중에 으뜸.
은 아몬드나무를 수놓는 흰색과 분홍색 꽃이다. 동시에 앙상한 나뭇가지에서는 연둣빛 새순이 올라오고, 모험심 강한 나비들이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내고, 첫 번째 꽃봉오리가 맺하고, 죽은 줄 알았던 식물들이 갑자기 벽을 타고 올라가기시작한다. 어디를 봐도 만물이 소생하는 작은 징후들을 찾을 수 있다. 들판에 핀 샛노란 꽃의 물결부터 몇 달 동안 열매를 맺지 않았는데도 싱그럽게 초록색으로 다시 빛나는 포도밭에 이르기까지, 그다지 작지 않은 징후들도 있다. 사실 보이는 모든 것이 새 단장을 한 것만 같다.
- P187

마침내 한 시가 되면 임무를 완수한 가판대 주인들이 짐을 싸기 시작한다. 모두 끝났다. 이제 다음 주까지 기다려야한다. 다음 주가 되면 바구니는 다시 신선한 먹을거리로 가득 찰 것이다. 위장도 다시 융숭한 대접을 받을 것이다.
이제 그만 일어나야겠다. 점심이 나를 부른다.
- P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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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구애조직, 특히 마나킨새의 구애조직이 협동적 사회현상으로 진화했다‘는 가설을 뒷받침하는 증거는 무엇일까? 사실,
이 진화적 가설을 검증하기는 매우 어렵다. 분명히 말하지만, 영토를 가진 새 중에서 구애조직을 보유한 종은 그러지 않은 종들보다.
구성원에게 공간적 관용patial tolerance 을 베푸는 성향이 훨씬 더 강하다. 따라서 근본적인 관점에서 볼 때, 수컷 마나킨새를 비롯한 ‘구애조직을 보유한 수컷들‘은 사회적으로 다소 독특한 면이 있다. 그러나 암컷의 선택이 수컷의 사회행동을 변화시킨 원인인지 아닌지를 알아내기는 어렵다. 그나마 천만다행인 것은, 마나킨새 사이에서 널리 성행하는 구애행동 중에 고도의 다양성을 보이는 것이 하나 있어,
집단적 구애행동의 기본적 특징인 협동성 cooperativeness에 대한 통찰을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마나킨새 중에서 많은 종의 수컷들은 단순한 ‘평화공존‘의 수준을 훨씬 넘어서는 사회적 관계를 형성한다. 그들은 두 마리 이상이 모여 매우 정교하고 조직화된 과시행동에 참여하는데, 행동이완벽하게 조율되려면 수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과시행동의 구체적내용은 종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조직화된 협동행동을 보인다는것은 여러 종에 걸쳐서 나타나는, 수컷 마나킨새들의 전형적인 특징이다.
- P326

맥도널드는 수컷 긴꼬리마나킨들이 의무적 협응적으로 펼치는
‘옆으로 재주넘기‘ 동작에 관한 10년치 데이터를 이용하여, 젊은 수컷의 미래의 성적 성공sexual success을 예측할 수 있는 최고의 지표는 사회적 네트워크와의 연계성‘임을 증명했다. 다시 말해서, 사회적관계에 충실한 젊은 수컷들(즉, 여러 집단과 연계하여 협응적 구애활동에 꾸준히 참여하는 수컷들)은 알파 수컷의 지위로 상승함으로써 나중에 성적 성공률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브렛 라이더와 동료들은 실꼬리마나킨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사회적 연계성이 높은 수컷일수록 추후 사회적 신분이 상승하고 성적으로 성공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기술했다.
이러한 데이터들을 종합하면, 수컷들 간에 친밀한 사회적 관계(즉, 지배와 공격이 아닌 브로맨스)를 구축하는 것이 마나킨새 사회에서 성적으로 성공하는 지름길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다른수컷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외톨이, 비사교적인 수컷들은 구애조직에서 성적 패배자가 될 것이다.
- P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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