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시대정신이 되다 - 낯선 세계를 상상하고 현실의 답을 찾는 문학의 힘 서가명강 시리즈 27
이동신 지음 / 21세기북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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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는 사실 SF(Science Fiction) 소설을 접한 것은 불과 2년 전쯤이다. 학교 다닐 때까지만 해도 꽤 열심히 책을 읽었지만, 사회 생활을 하면서 책을 점점 멀리했다. 급기야 40세 이후에는 업무상 필요한 책이 아니고서는 1년에 10권도 못 읽었다. '시간이 없어서'란 당시 핑계였고, 지나서 생각해보니 '술' 때문이었다고 자책도 했다. 그러나 사회 생활하는 데는 몇 년 책을 읽지 않았다고 해도 일상에 지장이 없어서 별 문제 없이 '무독(無讀)'의 세월을 보내기도 했다. 그러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재택 근무가 많아지면서 무료하고 무의미한 생활을 한두 달 하다 보니 어느 날 한 권 마음 잡고 샀던 책이 추리소설이었다. 오랜 만에 읽었음에도 독서의 재미를 다시 찾을 수 있었다.

이후 책은 다시 일상의 일부가 되었다. 주로 새로 나온 출판물은 감염병 시대에 걸맞은 위로와 격려가 주제인 에세이가 쏟아져 나왔고, 이어 '코로나 블루'가 유행처럼 번지자 정신의학의 칼 융이나 아들러의 심리학 책과 그에 관련된 연구 서적도 번역돼 나왔다. 그리고 예술서적, 특히 미술서적도 늘 베스트셀러 명단에 올랐다. 독자의 느낌은 책을 읽는 것보다는 이젠 보는 시대가 된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이 무렵 소설책 한 권을 선물 받았다. 이 책과 관련된 책이 아니니 도서명이나 저자 이야기는 할 필요가 없을 듯하다. 그러나 그 소설은 분명 영화화가 결정되었다고 책 표지부터 요란한 홍보 문구가 적혀 있었다. 심심풀이 느낌으로 한 번 읽었다. 의외로 새로운 세계에 대한 이야기인 데다 스토리마저 흥미로웠다. 나오는 용어들이 생경했으나 원래 SF 소설을 읽지 않아서 SF 문외한이어서 그러려니 했다. 이미 독자가 책을 읽지 않은 동안 SF 소설이나 영화가 대세가 되어 있었다.

 


 

원래 판타지나 과학 공상 소설을 읽지 않은 경향의 독서 스타일이어서 내키지 않아 손에 잡지 않았다. 우연히, 정말 우연히 선물 받은 소설 한 권이 SF 소설에 발을 들여놓은 계기가 됐다. 시간을 보내기에는 나름 꽤 흥미진진한 스토리가 매력이었다. 그 다음은 과학기술에 대한 이해도 조금씩 높아지게 됐다. 스토리의 전개가 조금은 황당무계한, 시간을 넘나들어 과거와 현재를 마음대로 오가는 소설이었다. 지금은 SF 소설도 꽤 즐겨 읽는 독자가 됐다. 이 책 『SF, 시대정신이 되다』은 서점가를 비롯하여 OTT, 극장 할 것 없이 대세가 된 SF에 대한 이야기다. 저자 이동신은 현대 미국소설, SF 문학, 고딕 소설 등을 가르치는 서울대학교 교수다. 출판사의 ‘서가명강(서울대 가지 않아도 들을 수 있는 명강의)’ 시리즈의 스물일곱 번째 책이라고 한다. 저자는 아이작 아시모프부터 김초엽까지 많은 SF 소설들이 앞다투어 영상화되고 있으며, 대중들은 이에 열광적으로 반응하고 있다는 말로써 책을 시작한다. 이 책의 주제는 SF는 왜 대세가 되었는가?에 대한 답으로서 쓰였다고 한다. 물론 SF를 좋아하는 독자들에게도 더할 나위 없이 즐거운 책이 될 것이다. 좋아하는 장르를 얼마나 넓고 깊게 경험할 수 있는지 엿볼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을 안겨줄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다만 문외한인 독자가 이해하기에는 너무 기초 지식이 없어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지 다소 걱정이 되긴 했지만, 강의식으로 해설해주는 책이라고 믿고 읽었다. 예상대로 이 책은 SF 작품을 면면히 살피며 SF가 가진 매력과 개성, 그리고 정체성까지 속속들이 설명해준다. SF의 매력은 무엇일까. 저자의 답은 "인간의 상상력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흥미롭게 보여준다는 것"이다. 타임머신, 우주여행, 외계인부터 시작해서 모든 것이 평평한 2차원 세계, 살아 숨 쉬는 무생물까지…. 이 책에 등장하는 SF 작품들 속 상상의 향연을 접하다 보면 그 새로움과 다양한 매력에 흠뻑 빠진다.

 

 

그저 신기하다고만 해서 이렇게까지 많은 이들이 열광할까. 저자는 SF가 우리로 하여금 세상을 바라보는 다른 시각을 심어준다고 말한다. 시간을 비틀고, 공간을 확장하며 다른 세상을 보여줌으로써 지금 현재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시간’과 ‘공간’에 대하여 되돌아보게 하는 것이다. 이는 우리가 속한 현재가 어떻고, 그리고 어떠해야 하는지를 논의할 계기를 만들어준다. 저자에 따르면 SF는 초기에 일부 독자들에게만 인기 있는 대중문화의 작은 영역이었다. 하지만 현재는 상상력을 무한대로 넓혀가며 현재를 통찰하게 하는 장르로 성장했다. 높은 오락성으로 마니아층을 모은 SF는 한계에 부딪힐 때마다 “왜 쓰고, 왜 읽는가”에 대해서 독자와 작가가 질문하고, 그 질문에 답을 하며 성장해왔다.

시대에 맞춰 확장하고 변화하는 SF를 보며, 소수를 위한 장르가 어떻게 시대정신이 되었는지까지 알 수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이는 어떻게 우리가 시대적 요구에 유연하게 답하며 성장할 수 있는지를 배울 실마리를 제공한다. SF적 사고력이 미래사회를 준비하기 위해 필요한 자질이 되고 있는 시대라는 주장이다. 미래사회가 현재의 경제·인종·성·이념·환경 등의 문제를 악화시킬 거라는 우려가 현실로 입증되는 지금, 이런 문제를 극복하거나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기존의 지식체계가 아닌 그 너머의 생각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의 마지막 챕터는 현대인의 사고의 틀을 넓혀주는 ‘사변 소설’에 대해서 다루기도 한다. 사변 소설은 과학에 지나치게 얽매이지 않아 인공지능, 동물, 사물 등 온갖 영역에 대해 사변하는 작품들을 일컫는다. 우리 주변의 것들을 새롭게 바라보는 사변 소설처럼, 우리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바라볼 시각이 필요하다고 저자는 역설한다.

 


 

이에 따라 SF는 시대정신이라 할 만하다. 저자 이동신이 “재미 이상의 무언가를 생각할 계기를 마련해주는 데 있다”라고 말한 이 책의 목표는 SF라는 장르 그 자체의 목표이기도 한 것이다.

“과학이 설명하는 어떤 세계 너머의 과학이 있어야만 한다. 아니면 과학 밖 실재를 이야기하는 소설이 필요하다. 그래서 원칙상으로 이 실험적 과학이 불가능하고 실제로 알려지지도 않은 세상을 상상하는 소설이 이 시대에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이다. 이런 작업을 해야 하는 이유는 지금 우리가 살면서 겪고 있는 그리고 앞으로 겪게 될 많은 현상이, 우리가 기존에 생각하던 방식으로는 설명되지 않기 때문이다. 너무 복잡하거나 아니면 너무 거대한 일이라서 과학이 그것을 충분히 설명해줄 때까지 기다리거나, 철학이 충분히 그 의미를 파악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그럴 수 없다. 이런 이유로 문학도 적극적인 참여를 해야 하고 그런 면에서는 SF도 제 역할을 해야 한다.”(p.207~208)

이 책은 모두 4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SF가 다루는 ‘시간’에 대해서 알아본다. SF는 “여기는 언제인가?”라는 질문을 던짐으로써 자신이 지금 있는 ‘이 세계’가 어떤 곳인지 파악한다. 시간을 통제 가능한 영역으로 끌어들인 소설 『타임머신』을 비롯해 ‘다중적 시간관’이라는 지금 우리의 시간관과는 전혀 다른 시간관을 다룬 영화 〈컨택트〉도 살펴본다. 2부에서는 SF가 다루는 ‘공간’에 대해서 알아본다. 〈스타워즈〉, 〈스타트렉〉의 배경인 우주는 물론이고, 〈매트릭스〉 속 사이버 스페이스까지… SF가 새로운 공간으로 영역을 넓혀가며 확장해온 장르라는 것을 보여준다. 3부에서는 ‘SF를 왜 읽고 쓰는가?’에 대해서 다룬다.

 


 

이 책은 한마디로 SF를 통해서 우리가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를 짚어낸 책이다. SF의 가장 대표적인 소재인 ‘시간’과 ‘공간’을 문학이 어떻게 다루어왔고 또 어떻게 확장하여 뻗어가고 있는지 뜯어본다. 이와 함께 이런 SF를 우리가 왜 읽고 쓰는지, 나아가 SF가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서 무엇을 하고자 하는지까지, 문학 안팎으로 확장하여 다채로운 질문을 던진다. 이 책이 선보이는 다양한 작품들을 맛보며 저자의 해석을 따라가다 보면 SF라는 장르의 매력은 물론 SF를 읽어야 할 시대적 이유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SF의 특징에 대해 두 가지 용어로 규정한다. 이는 1960년대와 1970년대에 걸쳐 세계적인 SF 비평가의 정의를 따른다. "SF는 새로운 것, 특히 과학기술로 가능해진 새로운 발명품이나 법칙 혹은 개념 등을 다룬다는 점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수빈은 앞서 말한 두 가지 문제를 고민한 결과 SF의 특징은 '인지적 낯섦'과 '노붐'이다. 인지적 낯섦은 인지란 단어와 낯섦이란 단어의 상호 역행적 단어가 한데 붙어 모순된 듯하지만 SF 세계에서 가능한 특징이라는 주장이다. 또 노붐은 SF가 항상 뭔가 알 것 같지만 모르겠고, 또 모를 것 같지만 아는 모호한 상태를 계속 유지하는 장르다. 이렇게 낯섦이 판타지와의 차별점인데, SF는 그 새로운 것들을 계속 만들어낸다. 이 새로운 것들은 과학기술에 기반한 발명품이나 아이디어인데 수빈은 이를 '노붐'이라고 정의한다. 이에 대한 설명으로 저자는 영화 〈컨텍트〉를 꼽는다. 책에 따르면 이 영화는 휴고상과 네블러상을 수상한 테드 창의 단편집 『네 인생의 이야기』를 각색한 작품이다. 영화에는 외계인이 등장하는데 이들은 지구를 정복하려는 게 아니라 소통을 원한다. 문제는 외계인의 언어와 인간의 언어가 다르다는 데 있다. 주인공인 언어학자 루이스와 외계인과 소통하려 노력하는데, 그 결과 단지 언어만 배우는 데 그치지 않고 외계인의 시간관을 공유하게 된다. 그 결과 루이스는 세상을 다르게 보게 되면서 과거-현재-미래의 구분이 사라진다.

 


 

이 책은 SF의 역사도 짚어보고 있다. 물론 다른 문학 장르와 달리 SF의 역사는 짧다. 더욱이 독자처럼 SF 문외한은 어떤 작품이 SF 문학의 첫 작품인지도 모르는 상태지만 이 책에서 개념을 확립하고 역사도 배울 수 있었다. 특히 낯선 용어와 핵심어 등은 저자가 심혈을 기울여 따로 정리하기도 하고, 본문에서 사용하며 설명하기도 한다. 미진한 게 있다 싶으면 장(章)의 끝에 별도의 'Q & A'란을 만들어 추가하고 있다. 이 덕분에 앞으로 대하는 SF 작품은 문학이든 영화이든 거의 이해할 수 있을 정도, 혹은 조금 더 공부한다면(과학까지) SF를 잘 아는 독자 축에 낄 자신감을 심어주었다. 독자로서는 특히 '스페이스 오페라'라는 의미를 잘 모르고 있었지만 이 책에서 매우 비중 있게 다루며 자세한 설명을 덧붙이고 있다. 스페이스 오페라란 용어의 정확한 의미뿐만 아니라 SF 전반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 자세한 해석과 사례 설명도 곁들이고 있다.

책은 이 용어를 설명하면서 우주선과 우주여행에 대한 상상력을 동원해 쓴 웰스의 『타임머신』을 적절한 예로 들고 있다. 우주선과 우주여행의 개념이 웰스에 의해 창조되지만 20세기 초반 유럽은 그것에 대한 상상력을 꽃 피우기에는 너무 큰 피해를 입었다.(아마 제 1차 세계대전을 두고 한 말인 듯.) 이에 따라 미국에서 성행한 것으로 본다는 주장이 저자의 견해인 것 같다. 1941년(제 2차 세계대전 중) 윌슨 터커는 이 작품들을 '스페이스 오페라'라고 명명했다. 그렇게 부른 이유는 당시 라디오에서는 멜로 드라마가 방송됐는데 드라마 중간에 비누 광고가 나왔다. 그래서 그런 류의 드라마를 '소프 오페라'라고 불렀고 소프 오페라는 하나의 장르가 된다. 그 후 1940년대에 미국에서는 서부극이 상당한 인기몰이를 했고, 이를 '호스 오페라'라고 불렀다. '말을 타고 다니는 오페라'라는 의미다. 소프 오레파는 감정적인 부분, 특히 사랑과 우정 등 인간의 감성적인 면을 강조한 드라마였다. 따라서 스페이스 오페라는 이 두 가지를 우주 공간으로 옮긴 것이라 볼 수 있다.

 


 

저자는 서양의 SF를 넘어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의 SF에 대한 연구도 적잖은 성과를 올린 것으로 이해된다. 저자는 아이작 아시모프, 필립 K. 딕 등 SF의 황금시대를 대표하는 작가들의 주요 작품을 다루면서 SF를 쓰고 읽는 이유를 SF가 싹트고 성장하며 변화하고 진화하는 과정을 살피며 답을 찾는다. 그리고 인종·성별·국가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작가들이 약진하는 과정을 그리며 다채로운 작품들을 소개한다. 일본의 〈아키라〉, 중국의〈삼체〉, 한국의 〈괴물〉등의 작품을 언급하며 아시아의 SF를 다룬 부분도 눈길을 끈다. 4부에서는 “SF는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 질문하며 ‘사변 소설’이 필요함을 강조한다. 사변 소설의 대표작 『플랫랜드』를 비롯하여 인공지능, 동물, 사물 등을 사변한 다양한 작품을 폭넓게 소개한다. 이와 함께 이제 SF가 어떤 장르로 성장해야 하고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해, SF의 사명감에 대해 말한다. SF 작품이든, 다른 작품이든 저자의 SF에 대한 해석은 독창적이고 통사적이며, 통찰력을 곁들였다고 독자는 이해된다.

 

저자 : 이동신

 

가장 문학적으로 혜안을 찾아내는 영어영문학자.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친 후 텍사스 A&M대학교에서 영문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현재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현대 미국소설, SF 문학, 고딕 소설 등을 가르치며, 포스트휴머니즘이라는 틀에서 연구하고 있다. 문학과 문화 그리고 사회에서 비인간존재가 재현되고 사용되는 방식과 목적을 결정하는 인간중심주의를 비판하는 작업을 한다. 최근 몇 년간은 다양한 분야의 학자들과 함께 ‘인간-동물 연구 네트워크’를 구성하여 인간-동물관계의 성격과 문제점을 논의하며 좀더 윤리적이고 실천적인 관계를 모색하고 있다.

저서로는 A Genealogy of Cyborgothic: Aesthetics and Ethics in the Age of Posthumanism,『다르게 함께 살기: 인간과 동물』등이 있고, 『갈라테아 2.2』를 번역했다. 『포스트휴머니즘의 쟁점들』, 『관계와 경계: 코로나시대의 인간과 동물』, 『21세기 사상의 최전선』, 『영미 소설 속 장르』, 『동물의 품 안에서: 인간-동물 관계 연구』등을 공저했고, 주요 논문으로 「좀비반, 사람반: 좀비 서사의 한계와 감염의 윤리」, 「좀비라는 것들: 신사물론과 좀비」, 「망가진 머리: 인공지능과 윤리」, 「Gulliver, Heidegger’s Man: Swift’s Satire of Man in Captivation」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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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 전까지 병원 갈 일 없는 스트레칭 - 일생 중 가장 긴 노년, 반짝하는 ‘예쁜’ 몸이 능사가 아니다, 오래 쓰는 몸을 만들어라, 최신 개정판
제시카 매튜스 지음, 박서령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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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만 반짝하는 ‘예쁜’ 몸이 능사가 아니다, 오래 쓰는 몸을 만들어라. 100세 시대다. 노년은 길다. 건강하게 오래 쓰는 몸을 위해서는 스트레칭이 최고의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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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잘 모르겠지만 독자가 어린 시절 학교에서는 체조(맨손체조)를 가르쳤었다. 맨손체조라고도 했고, 도수체조라고도 했다. 5~10분간에 걸쳐 자리에 참석한 어린이들이 모두 함께 동작을 반복하는 맨손체조다. 그것은 독자가 군대 갈 때도 있었다. 매일 아침 6시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도수체조(맨손체조)다. 그 효과는 사실 컸다. 다만 그 체조 동작을 하는 사람들은 별로 느끼지 못할 뿐이다. 전신운동인 데다 각종 동작을 2회 반복함으로써 굳어질 몸을 풀어주고 유연하게 해주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는 것이다. 관계자들과 학계, 의사들까지 동원되어 만들어진 체조라는 사실은 뒤에 가서야 알았다.

맨손체조가 그렇듯 이 책 『죽기 전까지 병원 갈 일 없는 스트레칭』도 몸 전체의 건강한 흐름을 강조하고 있다. 맨손체조도 스트레칭의 모음이다. 저자인 제시카 매튜스는 서양의학의 ‘물리치료’를 기반으로 손쉽게 자세를 교정할 수 있는 스트레칭법을 만들었다. 저자는 책의 서두에 “스트레칭은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이하 존칭어를 예삿말로 바꿈)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세계의 문헌과 예술작품에서 그 원류를 찾을 수 있다. 스트레칭의 신체활동에 미치는 영향은 수 세기 전부터 비교적 최근에 등장한 운동치료 및 물리치료, 전술훈련에 이르기끼지 늘 주효했다. 스트레칭이 심신을 건강하게 지켜주고 전반적인 체력을 키워주기 때문이다."고 밝히고 있다. 인간의 신체는 나이가 들면 '노화'로 인한 각종 부작용이 발생한다. 개인의 차가 있기는 마련이지만 노인병 중 가장 많은 것은 아마 근육 및 관절 이상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병들은 통증을 유발하기 때문에 노인의 경우 가장 괴로운 병일 것이다.

 


 

이들 환자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뒤틀린 자세’다. 저자는 그들의 자세 개선을 위해서도 평소 스트레칭이 좋다는 개념을 적용한 것으로 보인다. 자세가 바르지 않으면 몸의 하중 균형이 무너져 관절과 근육 기능이 저하되고 장기와 신경, 혈관까지도 압박한다. 그 결과 어깨 결림, 목 통증, 두통, 피로감, 요통, 불면증 등 다양한 문제를 일으킨다고 한다. 다르게 말하면 자세만 바로잡으면 이 모든 질병을 어느 정도 혹은 아주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셈이다. 하루 5분 미만 투자해 스트레칭을 이용, 몸의 균형과 자세를 바로잡을 수 있다면 노인들이 고통을 호소하는 근육이나 관절 질환 등은 현저히 줄일 수 있을 것이란 게 저자의 생각이었을 것이다. 저자는 체육학 전공자여서 유연성 강화 운동을 책으로 접한 적이 있고, 스트레칭의 원리도 머리로는 이해하고 있었다.

그러나 유연성이 건강을 지키고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 데 얼마나 중요한지 진정으로 깨달은 것은 첫 요가 수업을 듣고 나서였다고 말한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는 유산소 운동과 근력 기반 운동이 주를 이루었고 스트레칭에 시간을 할애하는 경우는 드물었기 때문에 운동을 학업과 일로 병행하던 저자나 고강도 유산소 운동법 지도자들도 근육이 늘 긴장된 상태로 지내긴 매한가지였다고 이 책 「머리말」에서 밝힌다. 하지만 스트레칭을 규칙적으로 반복하면서 운동할 때는 물론이고 일상생활도 한결 편해졌다고 한다. 관절 주변 근육이 늘어나 관절이 움직이는 범위도 넓어지면서 유연성이 크게 향상되었고 늘 달고 살았던 통증도 점차 줄어들었다는 것. 이로써 저자는 매일 스트레칭을 하며 깊이, 천천히 호흡하고 내 몸과 마주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느긋한 삶과 내 몸에 귀를 기울이는 경청의 미덕을 깨닫게 되었다고 털어놓는다.

 


 

이 책의 저자는 앞서 언급한 대로 운동학 권위자이자 요가 지도자인 제시카 매튜스다. 그는 운동법 지도에 몸담아 온 16년간의 경험을 통해 스트레칭이야말로 100세 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최고의 운동이라고 말한다. 관절이 움직이는 범위(관절가동범위)를 넓히고 주요 근육군을 골고루 늘여 유연성을 키워주는 스트레칭은 근력 강화, 통증 완화, 신체 기능 개선, 운동 능력 증진, 부상 예방, 우울증 완화 등의 효과가 있어 신체·정신 건강을 조화롭게 증진시킬 수 있다. 아프지 않고 사는 ‘건강수명’ 연장은 비단 노년의 얘기만은 아니다. 예쁜 몸을 ‘디자인’하는 데 치중하는 젊은 세대, 오래 앉아 일하는 중장년 세대, 약과 통증을 달고 사는 노년 세대를 막론하고 모두에게 스트레칭이 필요한 이유다. 34개의 주요 관절 스트레칭 동작을 상세히 소개하고 이들 개별 동작을 엮은 일상활동별·만성질환별·주제별·운동별 스트레칭 프로그램을 총망라한 이 책은 활기차고 독립적인 삶을 위한 필수 가이드북이다.

일상적인 활동을 할 때 힘이 달려 몸을 마음대로 움직이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면 신체활동이 줄어서가 아니라 으레 근력이 부족한 게 문제라고 잘못 넘겨짚기 쉽다. 체력을 키워볼 생각으로 찾은 피트니스 센터에서는 개개인의 몸 상태나 연령, 운동 수준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몸을 ‘예쁘게’ 디자인하기 위해 근육을 도드라지게 만드는 데만 급급하다. 근력 강화에 치중한 운동을 강행하면 금세 지치고 쉽게 다친다는 사실을 경시하는 것이다. 부상을 입으면 운동 능력이 더 빨리 퇴보하고 다시 운동할 수 있는 수준까지 몸을 회복하는 데는 그보다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중요한 건 근력과 유연성의 균형이다. 근육의 부피를 키우기 전에 근육의 길이를 늘여야 운동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저자가 격렬한 근력 강화 중심 운동법에서 유연성 강화 운동 위주의 운동법으로 방향을 바꿔 지도하기 시작한 것도, 프로 운동선수가 유연성 강화 운동을 반드시 실시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게다가 30대 중반부터 서서히 노화가 시작되면 전반적인 신체 기능과 근육도 점차 약화되기 때문에 근육 발달에 집중한 고강도 운동보다는 노화로 변화하는 몸에 걸맞은 강도로 운동을 해야 부상을 방지하면서도 오래 쓰는 몸을 만들 수 있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운동 목표도, 운동 방법도 자연스레 달라져야 한다는 얘기다. 스트레칭이 가장 적합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연령과 체력을 불문하고 누구나 손쉽게 할 수 있는 효과적인 유연성 운동이기 때문이다.

유연성은 관절이 정상 ‘관절가동(운동)범위’ 내에서 자유롭게 회전 운동을 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어깨·팔목·발목·무릎·고관절·척추 등 우리 몸을 지탱하고 제어하는 주요 관절의 유연성이 늘면 움직임이 한결 수월해져 어떤 활동을 하더라도 불편함을 최소화할 수 있다. 경직된 부위가 부드럽게 이완돼 통증도 점차 사라진다. 활동이 편해지면 움직임도 덩달아 늘어 차츰 근력이 붙고 기력이 회복된다. 몸을 움직이는 습관이 자리를 잡으면 생활에 다시금 활기가 넘치고 일상이 즐거워진다. 비로소 선순환을 되찾는 것이다. 무엇보다 우리 몸의 생리학적 기능을 떨어뜨리는 노화를 최대한 늦출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스트레칭은 흔히 생각하는 준비운동 이상이다.

 


 

누구나 독립적인 삶을 꿈꾼다. 한편으론 누구나 제 몸을 외부에 의탁하는 순간이 찾아올 그날을 두려워한다. 위기감은 내 몸을 새롭게 바라보고 점검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우선 일상 속 작은 생활습관부터 바꿔보자. 지금부터라도 틈틈이 몸을 움직인다. 누워 있다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쭉 뻗어 전신을 최대한 늘려보거나 앉아 있다면 발목을 가볍게 회전시켜 보는 것으로 충분하다. 몸을 지지하기 어렵다면 벽이나 의자에 기댄 상태에서 해도 좋다. 근육을 살살 달래듯 가볍게 압을 가하는 것도 방법이다. 본격적인 활동 전후에도 잊지 않고 관절을 풀어준다. 단, 그날그날 달라지는 컨디션에 따라 강도를 달리해 꾸준히, 규칙적으로 스트레칭하는 것이 중요하다. 얼마 되지 않아 가랑비에 옷 젖듯 몸에도 서서히 변화가 찾아올 것이다. 병원과 약, 타인에 의지하는 노년이 아닌 독립적인 노년의 삶을 꿈꾼다면 지금 당장 일어나 움직여야 한다.

이 책은 3개 파트 15개 챕터(장, 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우선 3개 파트는 1부 〈최강의 운동, 스트레칭〉, 2부 〈신체 부위별 스트레칭〉, 3부 〈하루 30분 스트레칭 프로그램〉이다. 여기에 각 부마다 3~6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제목만 죽 읽어도 이 책이 매우 효율적인 구성으로 나뉘어진 데다 실천 프로그램 중심으로 엮었다는 게 한눈에 보인다. 1부는 「스트레칭의 효과」, 「올바른 스트레칭법」, 「스트레칭에 대한 오해와 진실」 등 3개 챕터로 이뤄져 스트레칭의 개념에 대해 기술했다. 2부엔 신체 부위별 「목, 가슴, 어깨」, 「팔, 손, 손목」, 「등, 몸통」, 「고관절, 둔근」, 「무릎, 허벅지」, 「종아리, 발목, 발」 등 6개 챕터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신체 전체에 걸쳐 스트레칭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3부는 하루 30분 정도의 스트레칭을 장소와 시간, 여러 가지 환경 등을 고려, 하루 동안 약 30분 정도만 지속한다면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스트레칭 총량을 의미한다.

 


 

자세를 바르게 하는 데 스트레칭이나 운동이 필요 없다는 말은 잘못된 주장이다. 노력하지 않고 바른 자세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다만 스트레칭이 현대인들이 가장 적은 노력과 시간을 들이고, 장소에 관계 없이 할 수 있는 운동법으로 개발돼 여기에 적용하기 때문에 굉장히 복잡하게 느낄 수 있지만 사실은 맨손체조를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 책은 가장 쉽게 하루 30분, 어디서나 부분 운동을 가능하게 구성해 놓았기에 일반인들 누구나 자신의 상황이나 환경에 맞게 스트레칭을 함으로써 각종 질병 예방은 물론 통증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 호응을 얻게 되었다. 최근 ‘바른 자세’를 이야기하는 책이 서점에 많이 쏟아져 나왔다. 그 책의 대부분이 스트레칭에 관한 것이다. 또 일부는 스트레칭이나 운동을 권한다. 물론 자세를 유지하려면 근육이 필요하니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많은 책들이 중요한 관점이 빠져 있다. 바로 몸을 ‘부드럽게’ 하는 유연성에 관한 것이다.

바른 자세를 위해선 자세가 틀어진 원인부터 알아야 한다. 그 근본적 원인은 심신의 긴장이라고 저자는 생각한 것 같다. 안 그래도 긴장해서 굳은 몸을 더욱 긴장시켜 바른 자세로 만들려고 하니 좋아지지 않는 것이다.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책 서두에 밝힌 바 있다. 이 책에서 말하는 스트레칭은 몸에 힘을 빼고, 부드럽게 하는 것에 집중한다. 쉽게 설명하자면 힘을 빼고 스트레칭을 하고 또 일부 스트레칭은 근력 강화를 위해 힘이 조금 들어가는 것도 있다. 이때 자세와 호흡이 중요할 것이다. 이 책은 이런 부분에도 자세하게 기술했다. 모두 저자의 경험과 실천에서 나온 지혜일 것이리라는 점을 의심하지 않는다. 힘을 쓸 때와 뺄 때의 호흡에 관한 점 역시 저자의 지적대로 행하면 큰 효과가 기대될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저자는 스트레칭에 대한 8가지 오해를 책에 적었다.(p.35) 이를 독자가 '주의점'으로 바꿔 여기에 적는다. 독자들의 확인을 부탁하기 위해서다.

① 스트레칭은 유연한 사람만 하는 운동이 아니다

② 핵심 근육군을 골고루 늘려라

③ 올바른 자세가 중요하다

④ 다양한 스트레칭으로 지루함을 덜어라

⑤ 통증을 느껴야 유연해지는 것은 아니다

⑥ 천천히, 꾸준히 해야 안전하다

⑦ 가동성과 안정성을 조화롭게 높여라

⑧ 늦은 때란 없다, 지금 바로 시작하라

 

저자 : 제시카 매튜스(Jessica Matthews)

포인트로마나사렛대학, 미라코스타컬리지에서 운동학 및 요가학을 가르치고 있다. 미국운동위원회에서 건강교육 분야 수석고문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미국 건강지 「셰이프」의 객원편집자로 참여하고 있다. CNN, NPR, 오프라 윈프리 네트워크 등 다양한 방송에 출연했으며 「요가저널」, 「헬스」,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워싱턴포스트」를 비롯한 여러 매체에 글을 기고하는 등 미국 언론이 가장 많이 찾는 운동학자 중 한 명이다.

 

역자 : 박서령

십여 년 넘게 암 환자의 심신을 보살피는 일에 전념해 온 현직 간호사. 연세대 간호대학원에서 종양전문간호 석사학위를 받았다. 근무 중 사고로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이라는 희귀통증질환을 얻은 후 만성통증 환자이자 환자의 통증을 살피는 의료인으로서 통증과 함께 사는 삶이 더 이상 소수의 현실이 아님을 절감했다. 통증이라는 개별적 경험과 건강한 회복력을 다양한 방식으로 공유하는 작업에 관심을 두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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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우리도 잘 쓸 수 있습니다 - 카피라이터가 알려주는 글에 마음을 담는 18가지 방법 better me 1
박솔미 지음 / 언더라인 / 202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가 쓰는 모든 글은 ‘오늘 하루’라는 드라마의 대사이자, ‘나’라는 작품의 설명서이며, ‘내 마음’이 읊어 내는 노랫말이다"는 저자의 말에 깊은 감명을 느끼고 이 책을 읽으니 저자의 글 뜻이 더 쉽게 이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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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우리도 잘 쓸 수 있습니다 - 카피라이터가 알려주는 글에 마음을 담는 18가지 방법 better me 1
박솔미 지음 / 언더라인 / 202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어떻게 해야 글을 잘 쓸 수 있을까?"란 질문은 인류가 문자를 발명해서 사용한 이후부터 줄곧 글을 쓰는 사람들의 화두였다. 쓰려는 사람들에겐 꼭 넘어야 할 산으로 느껴졌으리라. 수많은 방법들이 이에 답하기도 하고, 쓸데없는 질문이라고 일축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 두 가지 부류의 답은 모두 정답이다. 수많은 방법은 나름대로 경험하고 수없이 글을 써보고, 평가받은 후에 한 답이라 정답이기도 하다. 또 쓸데없는 질문이라고 말하고 "그럴 시간에 무조건 써보는 것이 지름길이다"라고 표현한 것도 정답에 가깝다.

이런 저런 답들을 모두 종합하면 한두 문장으로 압축된다. "글쓰기에 왕도는 없다"와 "3다(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생각하라"이다. 이 두 문장을 압축하면 글을 잘 쓰려면 3다, 즉 다독(多讀), 다(多作), 다사(多思)가 최선의 방법이다. 그러나 빠르고 복잡해진 현대 사회는 글쓰는 방법에 대해 좀더 빠르고 복잡한 방법을 요구하고 있다. 즉 같은 시간에 글쓰기를 효율적으로 하는 방법을 찾고, 다소 복잡하지만 문장의 구성이나 단어의 선택 등에 더 무게를 두고 글쓰기를 장려하는 책 등으로 분류되는 형국이다. 이 책 『글, 우리도 잘 쓸 수 있습니다』의 저자 박솔미는 매일 타인의 글을 읽고, 쓰고, 고치며 좋은 글이 무엇인지를 고민했다. 에디터와 카피라이터가 직업이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저자가 생각하는 좋은 글은 "마음을 잘 정리하여 담아낸 글"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에 따라 이 책은 저자가 10년 간 일하며 배운 글쓰기 방법을 한 권의 책으로 펴낸 것이다. 저자는 이 책에 마음을 잘 다듬어 글로 쓰는 법, 소재를 찾는 법, 단어를 고르는 법 등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18가지 방법을 소개한다. 저자의 글쓰기 목표는 앞서 언급한 대로 마음을 잘 다듬어 글로 쓰는 것이다. 이 사실은 이 책을 어떤 관점에서 읽어야 할까에 대한 답이 되기도 한다.

저자는 "좋든 싫든 우리는 매일 글을 쓰며 산다. 소설가나 시인은 아니지만 다양한 글쓰기 플랫폼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글로 옮겨 구독자와 소통하는 자발적 글쓰기를 하는 사람들은 물론, 글과는 인연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조차도 매일 글을 쓰며 산다"고 전제한다. 21세기 우리 인류는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트위터는 물론 다양한 글쓰기 플랫폼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글로 옮겨 구독자에게 전달한다. 거래처에 보내는 이메일, 불특정 다수에게 전달하는 광고, 보고서, 프레젠테이션 등 다양한 목적의 글쓰기를 한다. 이런 이유로 글쓰기의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어떻게 해야 글을 읽는 이들에게 글의 메시지를 정확하게 전달할 것인지 고민한다.

 

"우리는 글을 시작하고 끝맺을 자격이 있는 사람들입니다. 내 손으로 써나가는 글자의 주인은 우리니까요. 문장과 문장, 문단과 문단 사이의 어색함을 애써 지우고자 습관처럼 깔아오던 글자들을 과감히 지워봅시다. 생각만큼 큰일이 나지 않아요. 오히려 문장에 간결하고 단호한 호흡이 생겨, 글이 숨쉬기 시작할 겁니다."(p.89)

 


 

카피라이터로, 콘텐츠 기획자로, 에세이스트로 일해온 저자가 자주 받는 질문이 있다고 말한다. “마음에 가닿는 좋은 글을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하죠?” 저자 역시 좋은 글은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 좋은 글을 쓸 수 있는지 스스로에게 묻고 고민한 끝에 한 가지 답을 찾았다. 바로 ‘글에 마음을 담는다, 내 마음에서 그 마음으로 잘 전달한다, 잘 정리된 속마음이 진짜 좋은 글’인 것이다. ‘진심이 담긴 글’이 좋은 글쓰기의 핵심이다. 글을 쓰기 위해 고민하는 독자들에게 좋은 글 쓰는 법을 알려주고자 이 책을 집필했다.

저자는 우선 글을 쓰기 전에 마음을 준비하라고 한다. 마음을 준비한다는 뜻은 글의 목적을 생각하는 것이다. 뭐라도 써야 해서 파일은 열었지만, 대체 뭘 써야 할지 모를 때는 글의 목적부터 생각해야 한다. 이 글을 통해 진실로 내가 얻어내고자 하는 것을 생각하는 게, 글쓰기의 첫걸음이다. 저자가 강조하는 글에 마음을 담으라는 말에는 여러 가지 의미를 내포한다. 내 마음을 담았다고 모두 좋은 글은 아니다. 상대를 무시하거나 상처 주기 위해 비난의 마음을 담은 글은 결코 좋은 글이 아니다. 삐딱한 마음을 글로 덮는다 해도 밑에 깔린 마음은 다 보이기 마련이다. 저자는 글을 지키려면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글을 쓴다고 글이 완성되는 게 아니라, 글과 닮은 모습으로 살 때, 글은 비로소 완성됨을 강조한다. 좋은 글을 고민하고, 나은 삶을 살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이 책은 방법을 제시한다. 독자들에게도 신선하고 설득력 있는 방법이라고 믿는다.

 


 

저자는 이어 글에 진심을 담아야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이제는 디테일을 몸에 익혀야 한다. 10년 간 저자가 일하면 배운 좋은 글쓰기의 18가지 방법을 소개한다. 글을 쓰는 이유를 찾았다면 이제는 조금 더 세련되게, 조금 더 정갈하게 문장을 만들어보자.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일이 아닌 만큼 꾸준한 실천을 요구한다. 첫 번째로 뻔한 것들은 빼버린다. 사람들은 수만 번 반복하는 ‘좋아요’를 보고 진짜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보편적인 단어가 떠오는 자리에 가장 낯선 단어를 배치하고, 닳은 단어는 지양하고 새로운 단어로 넣어본다.

두 번째 없어도 되는 것은 과감하게 생략하라. 그런데, 그래서, 사실은 말이야, 다름이 아니라, 혹시 괜찮으면, ㅋㅋ, ^^, ;;;, !!!가 꼭 필요한지를 고민한다. 없어도 된다면, 없앨 줄 아는 용기도 낼 줄 알아야 한다. 세 번째는 노래에 리듬이 필요하듯 글에도 리듬이 필요하다. ‘습니다, 입니다, 합니다’의 말꼬리에 변주하는 것만으로도 문장에 리듬이 생긴다. 네 번째, 글은 간결하게, 비유는 작고 평범할수록 위대하다. 나만 아는 멋있는 것들로 문장을 꾸미기보다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비유를 생각하는 것이 좋다. 다섯 번째는 글의 마무리는 소리 내어 읽어본다. 듣는 사람이 소화하기 벅차진 않은지, 미리 소리 내어 읽으며 다듬는 과정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마음을 글로 옮겨 담을 때 눈치 보지 말 것을 강조한다.

“그 마음을 글로 옮겨 담을 때 너무 눈치 보지 말고, 너무 깎지 마세요. 문장을 다듬는 것도 거기 담긴 마음이 빛을 잃지 않는 선에서 끝내요. 잘 닦인, 그러나 첫 빛을 잃지 않은 문장이 여러분의 하루를 환히 빛낼 겁니다.”

 

 

이 책은 3부로 구성돼 있다. 1부 〈마음을 글에 옮겨 담는 법〉, 2부 〈내 마음에서 그 마음으로, 글이 무사히 도착하도록〉, 3부 〈잘 다듬어진 속마음, 그게 바로 좋은 글〉로 이루어져 있다. 1부는 「쓰고 싶은 건 마음」, 「일부러 쓰는 낯선 단어」, 「있어빌리티의 함정」, 「전송 그 이후에 일어나는 일」 등 4개 장이 독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2부는 「말꼬리라는 재주」, 「색다른 글이라는 과제」, 「없이도 쓸 수 있다(1)」, 「없이도 쓸 수 있다(2)」「자랑과 질투는 옳지 않아」, 「제목, 의리 있는」 등 6개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3부는 「닮은 단어는 새 단어로」, 「강약중강약」, 「비문이라는 못된 카드」, 「뭐든지 한 페이지」, 「뻔한 구석 대청소」, 「마음을 위한 맞춤법」, 「마무리는 소리로」, 「언제나 글보단 삶」 등이다.

모두 여기에 해석과 설명을 할 수는 없어 독자가 임의로 인상적이란 느낌의 장(章) 한두 개만 소개해본다. 1부 「전송 그 이후에 일어나는 일」 장은 글은 보내주는 것이지, 보내버리는 것이 아닙니다'란 부제를 갖고 있다. 요즘 많이 쓰는 이메일 등에 관한 이야기다. "손가락이 거침없이 쏟아지는 말들을 여과 없이 보내서 죄다 엉망으로 만들어버리고 싶은 심정이지만 글을 마음대로 휘갈기게 되면 글을 '보내주는 것이 아니라 보내버리는 것'이 된다"란 설명이다. 자신의 감정을 쏟아내 마음대로 휘갈기는 글은 상대로부터 아무것도 얻어낼 수 없고 오로지 분노나 파괴적 감정만 되살리기 때문에 그런 글을 억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어떤 글도 파괴력을 갖고 태어나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생명력을 갖고 싶어 해요. 가뜩이나 사건 사고가 많은 세상, 글 때문에 누구도 다치지 않기를 바랍니다."(p.55)

 


 

좋은 내용을 마음을 담아 전하려면 마지막에 글을 다듬고 맞춤법과 문장이 올바른지, 의미가 제대로 전달되는지 등을 다시 확인해야 한다. 이를 보통 퇴고라고 하지만 저자는 직업상 표현으로 3부 「「뭐든지 한 페이지」에서 '간결하다고 다 좋은 건 아니지만, 좋은 건 대체로 간결하다'는 부제를 달아 설명한다. 저자는 "글은 짧을수록 좋습니다. 문장뿐 아니라 글 전체 분량도 짧을수록 좋죠. 글이 길어서 좋다는 칭찬은 근래에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모두가 "바쁘다, 바빠"라고 외치는 현대 사회잖아요. 우리에게 진득하게 앉아 글을 곱씹어 읽을 시간은 없으니까요"라고 전제한다.

저자는 "넘쳐 흐르는 마음을 한 장으로 요약해 내려면 깊이 고민해야 합니다. 누가, 어떤 장소에서, 어떤 시각에 읽는 글인지는 염두에 두는 건 기본이죠. 대부분 내 기대에 미치지 못할 정도로 대충 읽는다고 가정하는 편이 좋습니다. 쓰는 사람이 아무리 오래 걸려 완성한 글이라도요. 바쁜 하루, 바쁜 일과에 허덕이는 우리는 글쓴이만큼 마음을 다해 무언가를 읽을 여력이 없습니다. 최악의 경우에는 첫 번째 줄, 세 번째 줄, 그리고 마지막 줄만 읽을지도 몰라요. 다들 바쁘거든요."라고 간결한 글을 강조한다. 분량도 짧게란 의미도 포함된다. 그러나 분량에 대해서는 글의 종류에 따라 다르리라는 게 독자의 생각이다. 여기서 저자가 강조하려는 것은 간결한 문장이지, 짧은 분량이 아님이 분명하리라. 어쩌면 카피라이터나 에디터라는 직업상 분량도 짧아야 한다는 점이 포함되어 있을지 몰라도. 문장이 간결하다는 것은 읽는이로 하여금 호흡과 리듬을 주는 데 좋고, 한 문장이 머리에 쏘옥 들어가 박히기 쉬우니까 짧게 쓰라는 것이다. 주로 비지니스 글에 이런 짧은 분량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은 든다.

 


 

우리가 쓰는 모든 글은 ‘오늘 하루’라는 드라마의 대사이자, ‘나’라는 작품의 설명서이며, ‘내 마음’이 읊어 내는 노랫말이에요. 우리가 우리의 평범한 자리에서 매일 같이 쓰고 있는 글들이 더 나은 작품이 되도록 돕고 싶습니다. 우리가 먹은 마음이 우리가 쓴 글에 잘 담길 수 있도록. 더 정확한 빛깔로, 더 정확한 무게로, 더 정확한 지점에 닿을 수 있도록, 저의 글 노하우를 소개합니다. 여러분이 글을 쓰다 막힐 때, 요긴하게 써먹는 체크리스트가 되길 바랍니다. 몇 가지만 기억하고 다잡으면 오늘부터 잘 쓸 수 있습니다. 우리 각자의 자리에서, 우리의 생활에 멋과 맛과 색을 더해줄 좋은 글을.(p.7)

 

우리가 하루에 수없이 주고받는 이메일이나 메시지도 카피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듣는 사람이 소화하기 벅차진 않은지, 미리 소리 내어 읽으며 다듬어야 합니다. 나의 호흡이 딸리는 구간에서, 그 글을 읽게 될 상대방도 시선을 거둘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 부분을 다듬으세요.. 거기서 숨을 고르고 다시 집중할 수 있도록 말이죠.(p.180)

 

저자 : 박솔미

 

어려서부터 글이 좋았다. 연세대학교에서 영문학을 전공했고 2011년 제일기획에 입사해 카피라이터가 되었다. 2017년 딸에게 물려줄 에세이 『오후를 찾아요』를 출간했다. 같은 해 글로벌 IT 회사로 이직해 앱과 게임을 알리는 글을 써오다 2020년 싱가폴 지사로 옮겨와 AI의 언어를 바르고 정겹게 다듬는 일을 시작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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