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 허풍담 5 - 휴가
요른 릴 지음, 지연리 옮김 / 열림원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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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의 많은 국가들은 인류의 삶의 한 모델이 되는 것 같다. 높은 소득, 높은 세금으로 복지국가의 선진적 모델이 되고 있어 더 모범적으로 보인다. 이른바 스칸디나비아 3국으로 일컬어지는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를 말함이다. 그들의 높은 소득은 첨단 산업이나 앞선 기술에 의하기보다는 수산업과 농업, 관광 산업 그리고 모범적 첨단 산업이 균형적으로 발전되어 있다. 그들의 모범적 국가 운영은 그야말로 본받아야 할 모델이 되기에 충분하다. 석유나 가스 자원이 풍부해 광해산업으로 높은 소득을 올리지 않는다. 그들의 영토는 대부분 추운 지역이라 인구 밀도도 낮다. '대국'으로 평가받기에 어렵다.

이 소설이 쓰여진 배경은 그린란드이다. 덴마크령이지만 덴마크령으로 되어 있는 빙하의 나라다. 인구가 5만 명밖에 안 된다고 들은 곳이다. 여기에서 국가를 이루고 사람이 산다는 것도 이 책을 보며 처음 알았다. 어디에 있는지는 알지만 우리의 기억에서 지워진 땅이다. 최근 자료에는 이 지역의 복지국가라는 범위에 아이슬란드도 들어가 있다. 인구 30만 정도에 머무는 말 그대로 빙하에 둘러싸인 나라다. 오랫동안 아무도 주목하지 않아 지구상의 '버려진 땅'이었다. 그들의 축구팀이 러시아 월드컵에서 놀랄 만한 실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러시아 영토가 아닌 극지방이다.

 


그린란드 일룰리사트 항구의 모습(출처: 게티이미지 코리아)

 

네이버백과에 따르면 이곳은 덴마크어로 ‘그뢴란(Grønland)’이라고 하는 그린란드의 인구는 약 5만 명, 행정 중심지는 누크이고 전 국토의 약 85%가 빙상1)으로 덮여 있다. 빙상의 높이는 내륙부로 들어가면서 점차 높아져 최고 3,300m에 달한다. 섬의 날씨는 빙하 지역에서 뿜어 나오는 차가운 공기로 언제나 서늘하다. 이곳에서는 영상 5~10℃까지는 따스한 기온이고, 영하 10℃는 그저 쾌적한 온도로 통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린란드라고 하면 얼음과 추위 그리고 어두움을 연상한다. 하지만 혹독한 추위는 그렇더라도 어두움의 경우는 잘못된 고정관념이다. 어두움이 전 지역을 오랫동안 지배하는 경우도 있지만, 여름철에는 약 3개월 동안 태양이 지지 않는 곳도 있기 때문이다. 그린란드의 기후는 꽤나 예측하기 힘들다. 각 지역마다 다르기도 하지만 갑자기 변하는 날씨는 기상대라고 해도 예측하기 힘들 정도다. 따라서 날씨에 관한 정보는 원주민에게 물어보는 것이 상책이다. 이렇게 불리한 기후 조건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의 교육 수준은 꽤나 높은 편이며, 이것이 그린란드를 현대적으로 성장시키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그린란드(덴마크령)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누이트(Inuit)이라고 불리는 에스키모인들이다. 아주 옛날에 시베리아를 비롯한 중앙아시아로부터 넘어온 그들의 선조는 우리나라 사람들과 얼굴이 닮은 몽골 인종이었다. 그 후 알래스카, 캐나다, 덴마크 등에서 이주해 온 서양 사람들과 섞여서, 1980년대에 이르러서는 북서쪽 끝의 툴레 주위와 동그린란드에서만 순수한 이누이트를 볼 수 있게 되었다.

 


 

이 소설 『북극 허풍담 5』 「휴가」 편은 시리즈 다섯 번째다. 그동안 1편 「즐거운 장례식」, 2편 「그 후 엠마는 어떻게 되었나?」, 3편 「백작의 유산」, 4편 「지옥의 사제」는 이미 출간됐다. 5편 「휴가」가 최신간이다. 이 『북극 허풍담』 시리즈는 일생 동안 전 세계 곳곳을 탐험한 작가 요른 릴의 자전 소설이라고 한다. 젊은 나이에 그린란드 북동부에 갔다가 북극의 매력에 푹 빠졌던 요른 릴은 그곳에서 무려 16년을 보냈다. 그리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허풍담’이라는 새로운 장르로 불린 단편소설들을 써 내려간다. 사실 요른 릴은 구태여 작가가 되겠다는 생각도, 자신이 쓴 원고들을 어딘가에 발표하겠다는 목표도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가 집필한 단편소설들은, 북극의 사냥꾼들에게 책을 파는 상인의 손에 들어갔다가 그것을 계기로 출간되어 놀라운 성공을 거둔다.

인구가 겨우 500만 명에 불과한 덴마크에서 25만 부 이상 판매되고 전 세계 15개 이상의 국가에 번역 출간된 것이다. 전화기는 꿈도 꿀 수 없고, 이웃집에 가려면 개 썰매를 몰고 며칠을 이동해야 하는 고립의 공간, 북극. 겨울이면 해가 뜨지 않는 긴 밤이 시작되고, 눈보라와 혹독한 추위를 일상처럼 겪어야 한다. 여기, 19세에 그린란드 북동부 탐사에 참여했다가 아예 북극에 눌러앉아버린 한 청년이 있다. 그는 사냥꾼들과 겪은 놀라고 특별한 체험을 잊지 않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하고, 묻힐 뻔한 그의 글은 한 책 장수 덕에 세상 빛을 보게 된다. 경이로운 대자연과 홀가분한 생활을 찾아 북극에 온 사냥꾼들이 거친 기후와 고립감을 유쾌하게 격파해나가는 매일매일의 비범한 에피소드로 채워져 있다.

 


 

소설 『북극 허풍담』은 모두 10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삶을 진정으로 즐기는 북극의 사냥꾼들의 이야기와 삶의 모습이 담겨 있다. 문명 세계에서 온갖 기계와 콘크리트 건물에 둘러싸여 살아가는 우리에게 일상의 해독제이자 활력소가 되어줄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이다. 작품의 배경인 북극은 현대의 문명인들에게는 하루 머무는 것조차 상상하기 힘든 공간이다. 1년에 한 번 도착하는 보급선이 세상 소식을 들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며, 동료 사냥꾼의 집에 방문하려면 개 썰매를 타고 밤낮없이 이동해야 한다. 그뿐인가. 추위는 모든 것을 얼려버릴 만큼 혹독하며, 여름이면 해가 지지 않는 백야가, 겨울이면 해가 뜨지 않는 극야가 시작된다.

『북극 허풍담』에는 이렇듯 혹독한 땅 북극을 제 발로 찾아온 괴짜들이 등장한다. 대자연의 아름다움과 홀가분하고 자유로운 삶을 찾아 덴마크,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등 조국을 떠나 북극에 도착한 이들이건만, 때로는 이들 역시 혹독한 자연과 고립감 때문에 고통스러워한다. 젊음의 혈기를 분출하지 못해 우울증을 앓고, 향수병에 시달린다. 경이로운 풍경에 취해 항해하다가도 성난 파도에 휩쓸려 북극해를 떠돌고, 한밤중에 곰을 마주쳐 죽을 고비를 넘기기도 한다. 그러나 이들은 결코 좌절하지 않는다. 고난과 역경을 유쾌하게 이겨내는 법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작가 요른 릴은 북극에서 배운 것이 “북극에서 사는 법이 아니라, 살아가는 법 자체”였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이처럼 극단적인 환경에서도 삶을 긍정해내는 북극의 인생관을 익히니, 어디서고 행복할 수 있었다는 뜻이리라.

 


 

출판사 측에 따르면 시종일관 즐거운 분위기를 유지하는 『북극 허풍담』에 자주 등장하는 주제는 고독과 죽음이다. 일상적으로 고립감을 느끼고, 늘 죽음의 위협이 뒤따르는 사냥꾼들의 생활을 다루었으니 당연한 일일 것이다. 다만 이 같은 주제 역시 유쾌한 문체로 다루는 작가의 태도는 다소 이색적이다. 『북극 허풍담』 속 사냥꾼들은 동료의 장례식을 즐거운 잔치로 만들어버리고, 종국에는 자신들이 누구를 애도하는지조차 잊고 만다(『북극 허풍담 1』 중 「즐거운 장례식」). 항해 중 생사의 기로에 맞닥뜨렸으면서도 눈앞에 닥친 죽음보다 술을 마시지 못하는 것을 힘겨워하고(『북극 허풍담 2』 중 「짧은 우회」), 외로운 마음에 상상 속의 여인과 사랑에 빠졌다가(『북극 허풍담 1』 중 「차가운 처녀」),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그녀를 떠나보내기도 한다(『북극 허풍담 2』 중 「그 후 엠마는 어떻게 되었나」). 동료 간의 결투에서 패배한 뒤 그 상심으로 인해 죽어버린 한 친구의 시신을 가족에게 온전한 모습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애쓰던 사냥꾼들은, 시신을 보관한 빙산이 떠내려가는 통에 두 계절을 온통 친구를 찾는 데 흘려보낸다(『북극 허풍담 4』 중 「잘 보존된 시체」).

물론 천진한 태도를 하고 있다고 해도, 이러한 주제의 무거움을 실감하지 않는 것은 불가능하다. 발랄한 문체로 쓰여진 이 이야기들이 때때로 섬뜩하고 아프게 느껴지는 이유다. 자신이 쓴 이야기들을 두고 “거짓으로 들릴 수 있는 사실 혹은 그 반대”라고 말하며 “허풍담”이라 이름 붙인 요른 릴은, 때로는 과장처럼 느껴지는 활기찬 일상을 묘사하면서도 인간의 근본적인 어둠을 함께 그린다. 그렇기에 우리는 이 이야기들을 그저 재미나고 유쾌하게만 읽고 넘길 수 없다.

 


 

저자는 이렇듯 인간의 근본적인 어둠을 수용하고 극복하는 사냥꾼들의 모습을 통해 ‘허풍담’이란 장르에 깊이감을 부여한다. 단편소설의 정석이라 불려도 지나치지 않은 훌륭한 짜임새를 지닌 각각의 이야기들은 웃음과 비극이라는 양면성을 겸비하며 문학사에 더욱 특별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모든 것이 부족한 북극이지만, 작품 속 인물들은 사소한 것에서 큰 행복을 느낀다. 노간주열매로 담근 술이나 종종 찾아드는 따사로운 햇빛, 1년 중 아주 짧은 기간에만 누릴 수 있는 낮과 밤이 있는 날들이 그렇다. 물론 최고의 행복은 동료 사냥꾼들이다. 언제나 죽음의 위협이 도사리는 데다, 막막한 고립감을 견뎌야 하는 북극이란 공간에서 동료들은 최고의 보물일 수밖에 없다. 동료 사냥꾼을 만나려면 개 썰매를 타고 밤낮없이 이동해야 하지만, 『북극 허풍담』 속 사냥꾼들은 곧잘 여정에 나선다. 북극 연안을 떠도는 시시콜콜한 소문을 전하거나, 그저 수다를 떨고 우정을 나누기 위해 긴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또한 사냥꾼들은 서로를 따뜻하게 배려할 줄 안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그저 우애와 배려만으로 북극 공동체가 유지되는 것은 아니다. 서로 믿고 의지하되, 서로의 영역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 북극의 법이다. 자유로운 삶을 찾아 북극을 찾은 이들이니 당연한 이치다. 이들은 씻지 않거나 온종일 잠을 자는 것도, 사냥꾼 자격으로 북극에 머물면서 정작 사냥보다 농사에 집중하는 것도 모두 존중한다. 다만 서로를 존중한다는 원칙을 어기고 함부로 군림하려 한 이에게는 호된 응징을 가하기도 한다. 이들의 삶의 모습과 특성은 1~4편에도 곳곳에 등장하며 웃음을 주고, 때로는 슬픔을 주기도 한다. 이렇듯 『북극 허풍담』은 혹독한 환경에서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모습은 북극의 빙판처럼 깨끗한 거울이 되어 우리를 되돌아보게 한다.

 


 

저자 : 요른 릴(Jørn RIEL)

대자연, 주로 북극을 배경으로 유머와 인간애, 호방한 철학을 담은 독특한 작품을 써온 작가이자 탐험가. 1931년 덴마크 오덴세에서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늘 탐험을 동경하던 그는 19세에 라우게 코크Lauge Koch 박사의 그린란드 북동부 탐사에 참여했다가 그곳의 매력에 흠뻑 빠져 북극 생활을 시작했다. 1년에 한 번 소포와 보급품을 싣고 오는 수송선이 문명 세계와의 유일한 연결 통로인 그린란드 북동부에서 16년을 지내면서, 그곳의 사냥꾼들과 겪은 놀라운 체험, 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들을 잊지 않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했다. 작가가 된다는 생각도 없었고, 자신이 세계적 명작을 쓰고 있다는 사실도, ‘허풍담skrøner’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만들고 있다는 사실도 모른 채였다. 하마터면 묻힐 뻔한 그의 걸작들이 세상의 빛을 보게 된 것은 어떤 뻔뻔한 책 장수 덕분이었다. 북극 사냥꾼들에게 장식용 책을 무게로 달아 파는 그가 요른 릴의 원고를 몰래 빼내 출판업자에게 넘겼고, 그것이 계기가 되어 그의 작품들이 출간되기 시작해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그 후 UN을 위해 중동과 파키스탄에서 파견 근무를 했으며, 파푸아 뉴기니, 알래스카 등지를 여행했다. 수마트라 섬을 걸어서 횡단하는 등 그는 여행하는 곳마다 구경꾼이 아니라 원주민으로 살아왔다. 현재 ‘해동을 위해’ 말레이시아에 거주하고 있다는 작가는 여전히 수시로 그린란드 북동부 지역을 드나들고 있다.

그가 발표한 콩트, 일화집, 단편집, 장편소설 등 40여 권의 책은 대부분 이국적인 자연을 배경으로 한 유머러스한 작품들로, 덴마크는 물론 유럽 여러 국가에서 베스트셀러를 기록하며 오랜 세월 널리 읽히고 있다. <북극 허풍담 시리즈>(전 10권, 1974~1996)는 그의 대표작이다. 문명을 등지고 그린란드 북동부에서 살아가는 괴짜 사냥꾼들이 주인공이다. 한편 우스꽝스럽고 한편 애수 띤 짧은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단편은 독립되어 있으면서도 전체적으로 연결을 가진다. 그 밖의 작품들로는 『내 아버지들의 집』(1970), 『생을 위한 노래』(1989), 『바다의 어머니를 찾으러 간 소녀』(1972), 『뚱뚱하고 하얀 투안』(1974), 『파란 문』(1982), 『혼란』(1992) 등이 있다. 1995년 덴마크 서적상 황금 월계관상을, 2010년 덴마크 학술원 대상을 받았다.

 

역자 : 이지연 (지연리)

그림을 좋아해 화가가 되었습니다. 글을 좋아해 번역을 시작했고, 삽화를 그렸습니다. 한국을 떠나 10여 년간 프랑스에서 살며 세상 곳곳을 여행했습니다. 지금은 태어난 곳으로 돌아와 그간의 경험을 글과 그림으로 옮기고 있습니다. 프랑스와 한국에서 다수의 개인전과 단체전을 가졌고, 『북극에서 온 남자, 울릭』, 『거꾸로 흐르는 강 1,2』, 『오늘도 살아내겠습니다』, 『두 갈래 길』 등 여러 서적을 한국어로 옮겼습니다. 『자기가 누구인지 모르는 코끼리 이야기』는 어른을 위한 동화 『파란심장』에 이어, 그리고 쓴 두 번째 책으로 내가 나로 되어 가는 여정에 있는 모두를 위해 창작되었습니다. 우리는 늘 심장에 박힌 별을 찾아 여행을 떠납니다. 그리고 그 길 끝에서 별과 하나인 자신을 발견합니다. 1995년 성신여자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1999년 프랑스로 건너가 파리 제8대학에서 조형미술을 공부했다. 2004년 정헌메세나 유럽 청년 작가상을 수상했다. 탄생과 소멸, 평면과 입체, 빛과 어둠 등 이분된 양극 사이에 주목한 작품을 [Entre-temps, 1과 2/1] [Entrevoir] [꿈속의 꿈] 등 개인전과 여러 단체전을 통해 꾸준히 발표해 왔다. 현재 서울을 기반으로 화가, 삽화가, 번역가, 그림책 작가로 활동 중이다.

쓰고 그린 책으로 『파란 심장』이 있으며 『내가 혼자 있을 때』 외 다수의 도서에 그림을 그려 넣었다. 『꾸뻬 씨의 행복 여행』을 시작으로 몇몇 필명을 사용해 『행복한 걸인 사무엘』, 『너의 꿈 끝까지 가라』, 『남은 생의 첫날』, 『내가 언제나 바보 늙은이였던 건 아니야』, 『북극에서 온 남자, 울릭』, 『오늘도 살아내겠습니다』, 『두 갈래 길』, 『코끼리에게 필요한 것은?』 등을 우리말로 옮겼고, 옮기고 그린 책으로 『내가 언제나 바보 늙은이였던 건 아니야』 『남은 생의 첫날』 『행복한 걸인 사무엘』 등이 있다. 『술 취한 코끼리 길들이기』, 『Big&bang』, 『매일 아침 1분』, 『세상은 나를 울게 하고 나는 세상을 웃게 한다』 등 한국과 프랑스에서 다수의 도서에 그림을 그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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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새는 울지 않는다 부크크오리지널 6
김설단 지음 / 부크크오리지널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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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 『죽은 새는 울지 않는다』는 사회 비리와 부조리를 풍자하기 위한 리얼리즘 소설의 범주에 속한다. 사회 지도자급의 고위층들의 비리를 파헤치기 위해 가장 적절한 인물이 검사일 터다. 미스터리를 추적하는 역할로 알맞을 테니... 그러나 비리를 추적해야 할 현직 검사가 어느날 지방의 무령으로 간 뒤 실종된다. 소설의 발단이다. 이날 날씨와 주위 배경 묘사로 소설이 시작된다. "바람은 차고 궂었다. 산등성이의 거뭇한 윤곽 위에는 낮부터 내내 먹구름이 걸려 있었는데, 얼핏 보면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검은 연기 같았다."(p.9) 겨울의 눈이 올 듯한 우중충한 분위기가 소설의 분위기를 휘감으며 음산하다. 이런 날 사건이 벌어진다면 필경 추잡한 구석이 드러나게 될 것이란 징조를 보여준다.

겨울 해는 일찍 저문다. 구름 사이를 비집고 나온 불그스레한 노을이 서쪽 산마루에서 섬광탄처럼 반짝이다 이내 사라진다. 콜타르만큼 농밀한 어둠이 작은 마을을 뒤덮는다. 흩날리던 눈발이 이내 굵어져 솜털 같은 함박눈으로 바뀐다. 이곳은 지방의 조그만 군(郡) 단위의 한 마을이다. 낡은 철조망 너머로 단단하게 자리잡은 두 개의 저수지, 첩첩으로 두른 산 사이로 쥐어짜듯 일군 비좁은 논배미와 버려진 집, 멋대로 자란 나무들만이 가득한 작은 고장이다. 이날 바로 현직 검사가 이곳으로 향한 뒤 실종된다. 설상가상으로 얼마 후에는 그의 피 묻은 신분증이 발견되었다는 소식마저 전해진다. 사건을 추적할수록 거액의 비트코인이 엮인 추악한 범죄의 실마리가 서서히 드러난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은 곤히 잠들고 죽은 자는 말없이 잊힌 밤. 과연 검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진실은 모습을 드러낼 것인가.

 


 

이 작품의 저자 김설단은 이 책이 그의 첫 소설이다. 처음 소설을 쓴 사람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탄탄하고 정교한 서사로 글솜씨와 스토리 구성에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거기에 입체적이고 매력적인 등장인물, 한 치 앞도 예상할 수 없는 치밀한 반전 등을 쉴 새 없이 몰아치며 독자들을 사로잡는다. 또한 복잡하게 얽혀 있는 인물들의 심리와 자칫 장황하게 흘러갈 수 있을 법한 배경이나 상황들을 섬세하면서도 감각적인 묘사로 깔끔하게 풀어낸 점도 주목할 만하다. 적지 않은 분량이지만 압도적인 흡인력으로 이끌며 묵직한 존재감을 선보임으로써 우리 문단에 분명한 족적을 남길 것으로 예상된다.

소설 속 사건이 일어난 곳은 인구 팔만 명 남짓의 작은 고장, 무령이다. 현직 부장검사의 실종사건이 발생한다. 현직 검사가 무령에는 왜 왔으며 어디로 사라진 것인가. 사건을 수사하는 형사는 무령경찰서 경장 진태수다. 작은 마을이라 마을 사람이 실종되더라도 큰 사건일진대 현직 부장검사의 실종은 어마어마한 사건으로 온 마을을 발칵 뒤집어놓기에 부족함이 없다. 태수는 사건 발생 시점부터 등장한다. "태수는 빛의 강물을 거스르며 약동하는 노란 생명체(전등에 반짝이는 눈송이)들을 쳐다보았다. 한순간 바람이 잦아들자 레몬색 눈송이들이 공중에 뜬 채 그대로 멈추었다. 마치 누군가 버튼을 눌러 시간을 멈춘 듯 세상이 단 하나의 장면으로 얼어붙었다. 태수 역시 숨을 멈췄다."

 


 

태수는 뒤에 더 큰 범죄가 엮여 있다는 사실을 눈치챈다. 정의를 위해 진실을 파헤쳐야 하는가. 모두의 안위를 위해 이대로 묻어 두어야 하는가. 이러한 태수의 물음에 정길은 ‘적당히 정의롭게 살라’며 넌지시 고개를 젓는다. 태수는 결혼할 여자 유지나와 경찰서 동료다. 이날 당직실 근무자인 유지나 경장과 치킨을 함께 먹자고 선배 강모 형사가 둘 사이에 끼어들어 다리를 놔준 것이다. 시골 경찰서 사건 없는 밤 풍경 그대로다. 드디어 셋이 합석해 치킨을 먹으려는 찰나 당직실 전화벨이 울린다. "무령경찰서입니다. ······네?" 수화기를 뺨에 붙인 지나의 미간에 부챗살처럼 주름이 잡혔다. 여기 경찰서예요. ······여보세요. 여기 경찰서라고요." "왜? 무슨 일인데?" 강모가 물었다. 송화구를 손으로 막으며 지나가 어깨를 으쓱했다. "반반 한 마리 갖다 달라는데요."

순간 강모의 육중한 몸이 어울리지 않을 만큼 빠르게 움직였다. 전화기 쪽으로 내달리는 강모의 옆구리가 책상에 부딪히면서 종이 한 장이 팔랑거리며 땅으로 떨어졌다. 강모는 팔을 뻗어 신고접수용 전화기의 스피커폰 버튼을 눌렀다. 전화기에서 여자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반반 말이에요. 양념 반 후라이드 반이요.' "여기 경찰서인 거 알아요?" 강모가 물었다. '네, 알아요, 안다고요.' 핀볼 기계의 범퍼 사이에서 튀는 쇠공처럼, 세 사람은 빠르게 눈빛을 교환했다. 태수는 굳은 표정으로 치킨을 책상에 내려놓았다. 지나가 벽에 있는 관내 지도의 한 지점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무지개 아파트예요, 라고 속삭였다. 혹시 지금 위험한 상황이면 콜라 큰 거로 달라 카소, 하고 강모가 말했다. '······콜라 큰 거로 주세요.' "본인 외에 다른 인질도 있어요?" '얼마나 걸려요?' 태수가 벽의 지도와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빠르면 십 분, 이십 분." '최대한 빨리 좀 부탁해요.' 태수가 강모에게 물었다. "권총도 챙길까요?" "그래."

 


 

자칫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사건 발단 부분만 요약했다. 모두 40장(章)으로 이 소설의 1장만 독자가 내용만을 임의로 편집한 것이다. 다음 부분은 소설의 중간 중간 이야기의 핵심이 될 만한 내용이 들어 있는 부분을 발췌해 일부만 공개한다.

 

"차창을 두드리는 소리에 태수는 눈을 떴다. 상체를 일으키고 창문을 여니 두꺼운 외투를 껴입은 강모가 콧김을 뿜으며 밖에 서 있었다. 그리고 강모 옆에는 젊고 아담한 여자가 서서 검붉은 체크무늬 담요로 어깨를 감싼 채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여자의 눈가에는 마스카라가 번져 있었다. 투명한 피부에 작고 빨간 코. 얼어붙은 실핏줄이 여자의 양쪽 뺨에 빨간 동그라미를 그렸다."(p.68)

 

"여러분의 도움이 좀 필요합니다.

어떤 도움을 말씀하시는지?

유림은 입술을 다물고 눈을 내리깔았다. 손깍지를 낀 유림의 양손이 배꼽 부근으로 내려오더니 위로 벌어지며 무언가를 떠받치는 듯한 모양을 만들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현직 부장검사 한 사람이 사라졌습니다."(p.104)

 

"그거 루미놀 아니가?

뒤로 좀 물러나이소.

태수는 정길과 함께 한 걸음 뒤로 물러선 다음 왼쪽 소매로 입과 코를 가리고 오른팔을 쭉 뻗어 신분증 위에 용액을 분사했다. 정길도 파카 목깃을 들어 올려 호흡기를 가리고 눈을 가늘게 떴다. 태수는 분무기를 근처 책상에 내려놓은 후 출입구 옆으로 가서 스위치를 눌렀다. 사무실의 불이 모두 꺼지자 순식간에 눈앞이 암흑으로 변했다. 이윽고 일그러진 빛의 고리가 마치 어둠 속에서 형광 막대를 휘저은 잔상처럼 선명히 떠올랐다."(pp.173~174)

 


 

어쩌면 이 소설은 지금 우리가 발 디디고 서 있는 현실의 축약판이다. 검사나 경찰, 군수 같은 그럴듯한 허울 뒤 탐욕과 비리로 물든 그들의 모습은 우리에게 씁쓸함과 차가운 무력감을 안겨준다. 저자 김설단은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분이다. 지금 직업은 뭔지 모르겠지만 검사나 변호사, 판사 등의 법조와 시장, 군수의 행정직 지도자들의 일부 비리 공무원들의 어두운 부분을 잘 아는 것 같다. 그들의 비리 행태나 뒷돈을 챙기는 수법 등에 대해 나름 잘 알 수 있는 위치에 있을 것으로 독자는 판단한다. 단순히 저자의 상상력만으로 이 책처럼 자세하게 비리 수법을 파헤치지는 못할 것이란 예상에서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저마다의 이해와 목적을 앞세워 공조와 배신을 넘나드는 인물들이 여전히 공직의 높은 자리에 앉아 있다. 저자는 ‘적당히’ 눈감아 줄 것을 종용하는 현실, 늘 그렇게 흘러왔듯 결국 변하는 것 하나 없는 결말 등을 통해 “거짓을 한 겹 더 벗겨낸다고 진실을 볼 수 있는 건 아니”(p.349)라거나 “우리가 흔히 진실이라고 부르는 건 서로 합의된 이야기에 불과”(p.366)하다고 이야기하며 묵직한 한 방을 던진다.

이 소설은 우리 사회의 일부이거나 전부일지 모를(?), 얼룩지고 일그러진 민낯을 그린 하드보일드 스릴러다. 독자의 마음 한구석에 쉬이 지워지지 않을 날카로운 흔적을 남길 것이다. 자긍심과 사명감으로 경찰을 꿈꾸고 형사 생활을 해왔던 태수다. 태수는 고민 끝에 자신이 믿는 정의를 위해 나아가기로 마음먹지만 수사를 계속할수록 거대한 권력 앞에 좌절감만 맛보게 될 뿐이다. 그렇게 사건이 흐지부지 마무리된 후 군수는 그에게 “한 번 물속에 잠기면 다시 떠오르지 않는 것들도 있는 법”(p.349)이라며 의미심장한 말을 건넨다. 결국 태수는 경찰을 그만 두고 무령을 떠난다.

 


 

"태수야, 경찰 생활을 하다 보면 사람이라는 존재에 대해서 회의감이 들 때가 있다. 다들 자기 능력에 맞춰서 최대한 악하게 사는 게 사람이지 싶을 때가 있거든."

"저는 잘 모르겠습니더. 그래도 원칙이라는 게 있어야 한다 아닙니꺼."

"원칙이 밥 먹여주더나."(p.179)

 

좀 더 어려운 이야기를 하자면, 비트코인은 법의 테두리 밖에 있어요. 어떤 전자지갑에 거액의 비트코인이 들어 있다고 해보죠. 그리고 그 사실을 세상 사람들이 다 알아요. (중략) 그걸 실제로 회수하려고 들면 문제가 생기죠. 비트코인은 실체가 존재하지 않으니까. 누군가 자신의 전자 지갑에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다면 개인 암호키를 알아야 그 비트코인을 이체할 수 있어요. 지갑 주인이 암호키를 외운 다음 어디에도 흔적을 남겨두지 않는다고 가정해 봐요. 어떻게 할 방도가 없죠. 그러니까 순수하게 이론적으로 따지면, 비트코인은 누구에게도 빼앗기지 않고 완벽하게 지킬 수 있어요. 기억력만 좋다면.(pp.241~242)

 

저자 : 김설단

 

1981년생. 경희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고 사법연수원을 수료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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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 땐 별을 봅니다 - 우리 시대의 명상록
김인현 글, 권오철 사진 / 메이트북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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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들은 고개를 들고 하늘을 쳐다볼 틈도 없이 바쁘게 산다. 일을 할 때 비가 방해할 때를 제외하고는 하늘 쳐다보는 것을 잊고 산다. 비 올 때 쳐다보는 것은 원망을 쏟아내기 위해서다. 독자도 마찬가지로 하늘을 의식하며 쳐다본 것은 멀리 있는 풍경을 감상할 때 눈에 잡히는 때를 제외하고는 기억이 거의 없다. 어렸을 때는 특히 밤하늘을 쳐다본 적이 많았다. 반짝이는 별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도 동심이었을 때의 이야기지 '어른'이 되고는 하늘은 점점 멀어져갔다. 이 책 『힘들 땐 별을 봅니다』처럼 일에 지칠 때라도 하늘을 쳐다본들 아무것도 안 보인다. 왜 우리는 별과 멀어졌을까? 이 책의 '프롤로그'의 제목도 「가장 최근에 별을 본 것이 언제인가요?」 묻고 있다.

최근은 물론 기억에 없을 정도로 까마득한 옛일이다. 특히 요즘은 코로나19로 하루하루 버티기 어려운 나날의 연속이다. 고개를 들어 머리 위에 수놓인 반짝임을 보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위안과 용기를 얻는다는 저자 김인현이 부럽다. 그도 현대인들의 팍팍한 삶을 이해한다. 급격한 도시화로 밝아진 밤 탓에, 그리고 애초에 마음의 여유가 없는 탓에 고개 들어 별을 볼 엄두도 내지 못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저자는 이 때문에 책을 통해 그런 일상을 사는 우리에게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고요함을 선물한다. 세계가 인정한 천체사진가의 어디서도 쉽게 볼 수 없는 별 사진과 함께 지친 심신을 달래는 에세이스트의 진심 어린 문장들이 이 책에 담걌다. 이 다정한 에세이가 보여주는 풍경 앞에 잠시 멈추어보는 건 분명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조용히 책을 읽으며 저자들의 마음에 공감하는 일은 '별을 되찾은' 느낌으로 팍팍한 독자들의 가슴을 촉촉히 적셔줄 것 같다.

 


 

아름다운 별 사진과 정감 어린 글을 따라 포근한 위로에 잠기는 근사하고도 소중한 경험은 어쩌면 우리의 잃어버린 추억과 감성을 되찾을 수 있도록 안내할지도 모른다. 별과 마음을 따스히 보듬어주는 에세이에 흠뻑 빠져 사색한다면 격양된 마음이 차츰 가라앉고, 편안함을 가져다주는 따듯한 별빛 하나를 가슴속에 품고서 내일 하루를 힘차게 살아갈 수 있을 에너지를 불어넣어 줄 것이다.

이 책에 경이로운 밤하늘을 담아준 천체사진가 권오철은 한국인 최초로 NASA ‘오늘의 천체 사진(Astronomy Picture of the Day)’에 선정되었다고 한다. 전 세계인이 다 아는 〈내셔널 지오그래픽〉에 사진을 제공할 만큼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 그는 총총히 반짝이는 하늘, 별의 일주운동, 은하수, 오로라, 개기일식 등 다채로운 별의 움직임과 천문현상을 포착했다. 실제 눈으로 보는 것의 감동을 재현하고자 노력한 전문가의 사진은 모두 놀랍도록 아름답다. 보는 것만으로도 신비감과 오싹한 찬란함을 느낄 수 있는 사진들과 더불어 소소한 별 관련 지식도 얻을 수 있다는 게 이 에세이의 장점이다. 권오철 사진가의 환상적인 별 사진에 에세이스트 김인현의 감동적이고 감성적인 글을 덧붙였다. 저자 김인현은 이 책을 언제나 주변을 맴돌며 우리를 위로하던 별과 같은 책이라고 말한다. 힘든 시간을 견뎌내는 사람들을 다독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책의 차례에 상관없이 아무 곳이나 펼쳐서 봐도 좋게 구성했으니 하루에 한 페이지라도 잠깐잠깐 펼쳐서 별의 세계를, 별의 메시지를 느껴보는 것은 소중한 경험이 될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저자의 질문은 두 번째로 이어진다. "태어나 한 번이라도 쏟아지는 별천지를 본 적이 있나요? 독자도 본 적은 있다. '쏟아져내릴 듯한'이란 표현이 딱 맞다!고 표현할 정도 찬란했다. 해인사 가는 길목에서였다. 수십 년 전 기억을 꺼내는 것은 가장 최근 기억이어서다. 그때 이후로 '쏟아져내릴 듯한' 별무리를 본 적이 없으니까. 신비스럽고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은 누가 만들었을까. 누구든지 마음속에 별들을 하나씩 갖고 있다던 옛 시인의 말처럼 "내 별도 저 안에 있을까"도 생각해보던 시절이다. 이제는 볼 수 없는, 어쩌면 영원히 못 볼지도 모를 그때의 느낌은 신비 속으로 묻혀버릴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이상하게도 별을 본다 해도 이제는 옛날의 그 감정은 아닐 것이라는 불감의 늪에 빠진 느낌이다. 삶에 지쳐서일까? 별을 보던 감성은 없어지고 별 사진을 찍기 위해 세상 오지를 다 돌아다닌 사진예술가가 안쓰럽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 사실 사진예술가는 특히 천체예술가는 빼곡한 별을 보기 위해서는, 또 제대로 된 별 사진을 한번 찍기 위해서는 지구 반대편의 오지로 떠나기도 하고 아무도 없는 황무지를 헤매기도 한다. 하지만 보통의 사람들이라면 별을 보기 위한 장거리 여행은 꿈도 꾸지 못하는 것이 현실일 테다. 그런 당신을 위해 별을 좇아 세상을 누비는 천체사진가가 별이 뜨는 곳곳을 찾아가 그곳의 시간과 풍경을 담아왔다니 고맙기만 하다. 그야말로 힘든 삶에 위로를 주는 별들이다.

 


 

천체예술가 권오철은 전 세계의 광해가 적은 지역들에서 본 쏟아지는 별들을 사진에 담았다. 그가 국내는 물론 호주, 캐나다, 킬리만자로 등 세계 각지로 여행 다니며 찍은 사진들은 평생에 한 번 볼 수 있을까 말까 한 풍경들이다. 이 책에는 단순히 별 사진들이 나열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별을 찾아 떠나는 한 모험가의 뜨거운 열정이 녹아 있는 것 같다. 그러니 단순히 사진을 감상하고 넘기기보다는 그 속에 스며든 별 애호가의 설렘과 에너지를 오롯이 음미해보기를 사진예술가는 권한다.

꿈속 풍경과도 같은 별세계의 이미지와 함께 감동을 주는 글을 들여다보자. 잔잔한 위로를 주는 이 에세이는 누구라도 공감할 만한 이야기로 긴장된 마음을 누그러뜨리고 쉼을 준다. 글쓴이는 우리의 삶은 생각하기 나름이고 성공은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또 희망과 소중한 것은 늘 가까이 있으며 겨자씨만큼이나 작은 믿음으로도 우리는 원하는 걸 이루어낼 수 있음을 별빛에 실어 우리에게 전한다. 무심히 마음을 두드리는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기분이 바뀌어 있음을 느낀다. 불안한 마음으로 무기력한 당신, 끝내 무엇이든 해내지 못할 것 같다고 좌절하고 절망한 사람에게 이 책은 희망과 위로를 함께 전한다. 이 책을 읽고 삶을 대하는 유연한 태도와 지혜를 바탕으로 좀 더 평온한 삶, 만족하는 삶을 살기를 주문하는 것 같다.

 


 

이 책은 모두 7장(章)으로 나뉘어 있다. 1장 「희망은 먼 곳이 아닌 내 곁에 있다」, 2장 「실패도 성공을 위한 하나의 과정이다」, 3장 「모든 성공엔 수줍게 시작한 첫걸음이 있다」, 4장 「긍정 한 줄이면 불가능했던 일들도 가능해진다」, 5장 「정성 없는 사랑은 아무리 커도 헛것이다」, 6장 「태산을 옮기는 힘은 겨자씨만큼이나 작은 믿음이다」, 7장 「별이 친구라는 것을 알아버렸다」로 이루어져 있다. 1장부터 7장까지 나누어 놓은 것은 독자들의 가독성을 높이는 수단일 뿐 특별한 이유는 없다. 굳이 찾는다면 1장부터 7장까지의 제목이 위로이자 격려로 용기를 넣어주는 것이다. 어쩌면 한 문장으로 써도 가능할 것 같다. "실패해도 다시 이루어낼 수 있다는 마음으로 최선의 노력을 다하라, 그러면 별이 친구가 되어 성공을 함께할 것이다." 정도로 해석하면 조금 억지스러운 것 같다. 앞서 저자들의 언급대로 가끔 생각날 때 불쑥 책을 펴들고 아무 페이지나 보고 읽으면 될 일이다. 「모든 별이 친구가 되는 밤」이 될 것이다.

 

일이

사람이

나를 버린 밤.

 

별 하나 가슴에 들어와

친구가 되어준 밤.

 


 

「나를 사랑한 날」엔 이 시가 적절하다.

 

낯선 지구별에서

혼자라고 느낄 때,

 

내 고민 들어줄

친구조차 없다고 느낄 때,

 

길을 잃고 고민하는 나에게

스스로 다정하게 손을 내밀어보자.

 

나를 가장 잘 아는 친구,

뭘 해도 이해해줄 친구.

 

모든 사랑의 시작은

자신을 사랑하는 일에서 시작된다.

 


 

세상에 버려진 듯 절망한 적이 있다. 홀로 남겨진 듯한 외로움, 하는 일마다 실패를 거듭하면서 자존감마저 바닥으로 내려앉은 적도 많다. 나만 실패한 삶을 살아가는 듯한 착각에 빠진 것도 여러 번이다. 그때 나를 일으킨 것은 언제나 같은 자리에서 나를 지켜보던 별이다. 대단한 듯 보이는 사람도 지구에서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 가운데 한 명일 뿐이다. 엄청나게 커 보이는 지구도 결국, 우주 안에선 작고 파란 하나의 별일 뿐이다. 남의 삶이 대단해 보여도 결국 작디 작은 지구에 사는 똑같은 생명체일 뿐이다.(pp.137-138)

 

저자 : 김인현

초등학교 시절부터 여행으로 먹고사는 게 꿈이었다. 그러다 기자가 되어 글을 쓰면서 자연스럽게 여행 작가가 되었고, 사보와 잡지에 여행기를 쓰게 되었다. 청하출판사, 오늘의책, 경희대학교 출판문화원에서 편집장으로 일하면서 80여 종의 책을 기획한 출판기획자이기도 하다. 특히 직접 기획한 카툰 에세이 『포엠툰』은 국내 출판계에 카툰 바람을 불러일으킨 시발점이 되기도 했다. 산문집 『소중한 것들은 언제나 내 곁에 있다』 『당신의 인생을 바꿔줄 마지막 선물』, 시집 『야간열차』, 여행서 『처음 홍콩에 가는 사람이 가장 알고 싶은 것들』 『처음 방콕에 가는 사람이 가장 알고 싶은 것들』과 역사서 『통으로 읽는 중국사』 등을 펴낸 글쟁이이다. 주말이면 사람들을 이끌고 다니며 한국의 아름다움을 전하는 국내 여행 가이드이자 길 위의 도슨트로 활동중이다.

 

사진 : 권오철

서울 대학교 공과 대학을 졸업하고 대기업과 벤처 기업에서 잠수함 설계, 소프트웨어 개발, 유무선 인터넷 관리 등 다양한 일을 했다. 사진가로 전업 후 2001년 NASA ‘오늘의 천문학 사진’에 한국인 최초로 선정되었으며 미국 내셔널 지오그래픽에 사진을 제공하고 있다. 세계 유명 천체 사진가들로 구성된 TWAN(The World At Night)의 일원으로 UNESCO 지정 ‘세계 천문의 해 2009’ 특별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여덟 차례 개인전을 열었으며 지은 책에 『별이 흐르는 하늘』, 『신의 영혼 오로라』, 『진짜 너의 꿈을 꿔라』 등이 있다. 천체 투영관용 VR 영화 「생명의 빛, 오로라」와 「코스모스 오디세이: 우주를 탐구해 온 위대한 여정」을 제작, 감독, 각본, 촬영, 편집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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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설계자 - 성공할 수밖에 없는 FBI식 레벨업 프로그램
조 내버로.토니 시아라 포인터 지음, 허성심 옮김 / 흐름출판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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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비범한 사람에게서 발견한 다섯 가지 특성에 쉬운 것은 없다. 그러나 비범한 사람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 좋은 생각을 하고 행동하라, 그리고 습관화된다면 인격으로 이어진다. 그렇게 다져진 품성은 비범한 인물임을 단박에 알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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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설계자 - 성공할 수밖에 없는 FBI식 레벨업 프로그램
조 내버로.토니 시아라 포인터 지음, 허성심 옮김 / 흐름출판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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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자기 설계자』는 '비범한' 인물이 되는 방법을 제시하는 자기 계발서이다. 대부분의 자기 계발서가 그렇듯이 성공하기 위한 방법으로 좋은 '생각-행동-습관-인격'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에 놓고 자신을 먼저 이기는(극기, 克己)를 제시한다. 공동저자 조 내버로는 전직 FBI 요원으로 활약한 경험을 살려 자신이 만난 사람들에게서 일부 비범한 사람들의 특징과 노력을 제안한다. 또 한 사람의 공동저자 토니 시아라 포인터는 전작 『FBI 비즈니스 심리학』, 『위험한 사람들』을 출간하면서 FBI 요원들과도 많은 경험적 만남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조 내버로의 FBI 요원으로서 비밀 업무를 하는 사람들의 심리 분석에 꽤 능통했을 것으로 예측된다. 그가 만난 많은 사람 중에는 신분을 밝힐 수는 없지만 '특별함을 넘어 비범’한 사람'이 있었다는 이야기다.

일반 사람도 사람과의 만남을 통해 롤 모델을 갖기도 한다. "나도 저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대상일 것이다. 저자 조 내버로는 긍정적인 에너지,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매력, 나까지 특별한 사람처럼 느끼게 만드는 힘, 따르고 싶게 만드는 말과 행동의 사람들로부터 '비범함'을 읽어낸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저런 사람처럼 되고 싶다는 마음에 수십 권의 자기 계발서를 읽고 명사의 강연을 찾아 듣지만 작심은 반짝 타오를 뿐이다. 하려고 했던 운동, 들으려고 했던 강의는 언제 끝났는지도 모르게 흐지부지된다. 문득 정신을 차리면 동경했던 이들은 또 저만큼 앞서가 있다. 비범한 사람들에게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고, 그들에게는 ‘운’이나 타고난 ‘끼’가 있다고 합리화하며 쓰디쓴 마음을 달랠 뿐이다. 이 지점에서 저자 조 내버로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말한다. “맞다. 비범한 사람들에게는 성공할 수밖에 없는 특성이 있다.” 성공하기 위해서는 성공할 만한 것을 하라고 그는 말한다.

 


 

조 내버로는 이 책에 ‘앞서가는 사람들의 필승 성장 비결’ 다섯 가지를 명료하게 정리해 제시한다. 앞서 언급한 대로 조 내버로는 미국 연방수사국(FBI) 요원으로 25년 간 대정보, 대테러 분야에서 활약했고, 세계 최고의 행동 분석 전문가이자 경영 컨설턴트로서 전 세계 여러 조직에 강연과 컨설팅을 제공해 왔다. 베스트셀러 작가로서도 여러 저서를 썼고 그중 『FBI 행동의 심리학』은 19개 언어로 출간되어 한국에서도 현재까지 20만 부가 팔리며 스테디셀러로 자리를 잡았다고 한다. 인간 행동을 파악하고 그 안에 담긴 숨은 의미와 메커니즘을 예리하게 분석해 설득과 협상의 기회를 포착하는 조 내버로의 통찰력은 전 세계 많은 독자들에게 큰 영감을 주었다.

새로 소개하는 이 책 『자기 설계자』는 조 내버로의 40여 년의 경험과 통찰이 압축된 'FBI식 성공학'의 결정체이다. 스파이, 테러범부터 정치인, 세계적 기업의 CEO까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 경험, 그리고 1만여 건의 대면 조사, 행동 연구, 조직 분석에서 불변의 성장 공식을 뽑아냈다. 저자는 모두의 마음을 사고 선두에 서서 변화를 이끄는 독보적인 존재들, 특별함을 넘어서 남다른 존재감을 지닌 이들을 ‘비범한 사람들(The Exceptional)’이라 부른다. 그리고 ‘비범한 사람들의 다섯 가지 특성’을 훈련한다면 우리도 비범한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조 내바로의 책의 첫 머리 '들어가며' 「당신은 '비범'해질 수 있다」를 통해 비범한 인물들이 남들보다 뛰어난 이유를 확인했다. 이들은 학력이나 소득 수준, 타고난 재능과는 관련이 없다는 것도 알게 됐다. 이들은 정말 중요한 측면에서 다른 이들을 능가한다. 다른 사람에게 무슨 말을 하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알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이들 비범한 인물들은 자신의 말과 행동으로 다른 사람에게 신뢰와 존경을 받으며, 우리 중 가장 지쳐 있는 사람을 일으켜 세울 만큼 긍정적으로 영향을 끼치고, 타인에게 영감을 주는 사람들이다. 저자가 단 다섯 가지로 압축한 성장 공식은 이 책에 담겼다. 이로 인해 이 책은 여러 전문가들로부터 당신을 반드시 성장시킬 ‘매뉴얼’, ‘로드맵’이라는 평, 그 자체로 ‘비범하다’는 평을 받았다고 한다. 심리학 연구뿐 아니라 ‘수초화’와 ‘신경 가소성’ 같은 뇌과학 이론으로 이해를 더하고, 여기에 FBI 요원의 실제 훈련 일화, 수사 사례와 세계적 기업의 컨설팅 사례 등을 엮어 독자의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또한 FBI 요원의 감각 훈련법, 점검 질문, 연습 과제 등을 실어 원활한 셀프 멘토링을 이끌어 갈 수 있게 돕는다. 의사소통 상황에서의 주요 몸짓 언어 분석, 성공적인 교류를 위한 소통 기법도 함께 읽어볼 수 있다. 쿠바 혁명을 겪으며 난민으로 여덟 살 어린 나이에 미국으로 이주해 성공적으로 정착하기까지 조 내버로의 이야기 또한 자기 계발의 훌륭한 모델로서 독자들에게 긍정적 에너지를 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조 내바로는 "성공하고 싶다면 성공할 만한 것을 하라"고 한마디로 말한다. 이 책이 제시하는 다섯 가지 특성을 삶에 적용하는 순간, 당신은 압도적 성공으로 가는 폭발적 성장의 첫걸음을 내디딘 것이라고. 조 내버로는 자신의 성장 공식을 스스로 입증해 보인 ‘멘토’로 인정받고 있다. 난민으로서 여덟 살 나이에 미국으로 들어와 처음에는 미국 아이들을 따라잡겠다는 의지로 공부했고, 그다음에는 다른 사람들의 행동과 관습에 담긴 사회 분위기와 문화를 파악하겠다는 마음으로 몸짓 언어를 독학했다고 한다. 비언어적 의사소통 분야에서 그만의 전문성을 인정받아 23살 때 최연소 요원으로 FBI에 스카우트되었다. 이쯤 되면 성공기를 써도 굉장한 인기를 모을 것으로 추측된다.

 


 

상대의 몸짓과 표정을 읽어 협상 기회를 포착하고 친밀감을 전해 상대에게서 주요한 증언과 자백을 받아내는 소통 기법으로 25년간 굵직한 테러 사건과 간첩 사건을 맡아 해결했다. 공직을 마무리한 뒤에는 인간 행동 분석 전문가로서 「포천」지 선정 500대 기업과 조직에 강연과 컨설팅을 제공하며 자신의 전문 지식을 끊임없이 업데이트하고 또 나누고 있다. 그의 삶에는 그가 제시하는 ‘비범한 사람의 다섯 가지 특성’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시작은 매우 단순하다. 저자가 제시한 다섯 가지 중 첫 번째 「자기 통제력」의 설명을 우리 일상에서 찾는다. 매일 콜라를 먹는 습관을 절제하고 대신 물을 마시고, 무의식적으로 넷플릭스를 켜려다가 단념하고 자리에서 일어나서 운동을 하러 나가는 것, 이것이 바로 ‘자기 통제력’이라는 것이다. 내가 나의 관리자이자 멘토, 마스터가 되어 성장을 꼼꼼히 점검하고 훈련을 이어나가는 능력이 있어야만 나쁜 습관을 고치고 긍정적인 성향을 만들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여기에는 강점과 약점을 파악하는 자기 분석, 성장 계획을 명료하게 세우는 자기 설계, 설정된 목표를 꾸준히 해나가는 자기 수련 등이 포함된다.

이어 두 번째 「관찰력」에 대해 말한다. 모든 일은 관계에서 시작한다. 성장의 밑바탕인 나 자신이 준비되었다면 다음으로는 사람과 사람 사이 교류에서 소통의 기회를 선점하고 영향력을 키워야 한다. 협상 자리에서 나의 제안을 듣고 상대가 입술을 한쪽으로 삐죽였다면 이것은 그가 지금 이 제안을 부정적으로 여긴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나는 그의 감정을 환기시킬 다른 제안을 던질 수 있다. 이것이 ‘관찰력’이다. 예리한 관찰력으로 정보를 빠르게 포착하고 상황을 통찰해 소통에서 기회를 선점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를 위해 비언어적 신호를 통해 상대의 의중을 간파할 수 있도록 ‘마음을 알려주는 12가지 몸짓 언어’를 함께 이야기한다. 또한 우리가 ‘보기만’ 하고 놓치는 정보들을 빠르게 파악하고 수집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실제 FBI 요원의 관찰력 훈련 과제를 제시한다.

 


 

세 번째 「소통력」에서는 무엇이 중요할까? 저자는 상대의 말이나 일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 않고 그 의미를 짚어주는 ‘인정’하는 태도가 담겨야 한다고 조언한다. 어려운 협상을 끝낸 동료나 후배에게 눈을 마주치며 “고생하셨어요.”라고 말한다면 마음을 관찰하고 알아주고 받아들여 주는 최고의 ‘소통력’을 발휘한 것이다. 이렇게 소통할 수 있다면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동기를 부여할 수 있고, 우리는 상대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 말만이 중요한 게 아니다. 우리가 하는 행동들은 모두 ‘이게 나다. 네 번째 「행동력」을 설명한다. 이게 나에게 중요하다. 이게 나 자신과 다른 사람들에 대해 느끼는 감정이다.’라고 외치는 비언어적 표현이다. 우리가 날마다 하는 행동이 우리를 정의한다. 때에 맞게 올바른 행동을 한다면 타인에게 ‘같이 일할 만한 사람’이라는 신뢰감을 주고 나를 알리고 각인시킬 수 있다. 이것이 저자가 말하는 ‘행동력’이다.

비범한 사람을 결정짓는 마지막 힘은 무엇일까? 저자는 「심리적 안정」을 전하는 능력이라고 단언한다. 두려움은 탐험을 방해한다. 두려울 때 우리는 행동을 멈추고 결정을 유보한다. 반면 안정되어 있을 때는 새롭게 도전하고 더 빨리 움직이고 더 유능해진다. 또한 대부분 누군가와 함께 일하는 사회에서 타인에게도 신뢰감과 안정감을 전할 수 있다면 사업상 거래나 협상, 일반적인 관계 형성 모두 원활하게 이뤄진다. 함께 성장한다는 이런 친사회적인 행동을 통해 우리는 또다시 영향력을 얻고, 더 큰 변화를 이뤄낼 힘을 얻게 된다. 이 대목에서 독자는 몇 년 전 봤던 우리 영화 〈명량〉의 한 장면이 생각난다. '명량해전'을 앞두고 충무공은 적의 엄청난 숫자로 병사들의 두려움을 용기로 바꿔야 승리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그 방법으로 자신의 죽음을 통해 두려움이 용기로 바뀔 수 있다는 유명한 말을 남긴다. 전쟁에서의 일이니만큼 어쩌면 분노를 끌어올려 용기로 바꾸는 절체절명의 상황을 말한 것이겠지만 이 책의 저자가 말하는 '심리적 안정'과 연관된다고 독자는 믿는다.

 


 

저자는 두려움에 대해 이렇게 기술하고 있다. "두려움에도 목적이 있다. 두려움은 대부분 인간의 생존을 보장하기 위해 발생한다. 그러나 두려움은 우리의 번영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오직 심리적 안정이 우리의 번영을 돕는다. 비범한 사람들은 ① 우리를 마비시키는 두려움을 최소화하고, ② 삶을 즐기고 번영하게 해주는 심리적 안정을 최대화한다는 두 가지 목표를 이뤄 모두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게 노력한다.(p.338~339)

한 사람을 비범한 사람으로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이 책은 시작했다. 저자는 관련된 한 권의 책을 읽었으니 답을 해야 할 차례임을 언급한다. 자신은 이런 대답하기를 꺼린다고 밝힌다. 항상 부족한 점을 찾고 해야 할 일이 더 있다고 스스로 자주 상기시키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 권의 책을 읽은 지금까지 무엇을 배웠나? 그리고 무엇을 더 배울 수 있을까?라고 스스로에게 질문할 것은 주문한다. 책 뒷 부분에 '에필로그' 「마무리하며」를 통해 다섯 가지 특성을 갈고 닦으며 한 가지를 더 확언한다. "비범한 사람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다. 다행이다. 우리 같은 사람도 비범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니 말이다. 시작이 아무리 초라하더라도 우리는 스스로 자신을 지휘할 수 있다. 우리는 우리가 배우고 생각하고 알고 말하고 행동하는 것을 관리하는 능력과 배려심과 책임감을 갖출 수 있다. 그런 다음 능력을 바탕으로 세상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며 다른 사람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다. 비범한 사람의 책무는 황홀한 결승선에서 멈추는 기계가 아니다. 삶에는 그런 결승선이 없다. 비범한 태도란 길러지고 주변에 공유되고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계승된다. '비범한 사람들의 다섯 가지 특성'을 통해서 말이다."(p342~343)

진정한 성장은 혼자만 누리는 것이 아닌 다른 사람과 함께할 때 더 의미가 있다고 강조한다. 두려움으로 인한 증오와 혐오가 퍼져가는 지금, 저자는 ‘선한 영향력’의 힘을 강조하며 책을 마무리한다. 독자에게도 해야 할 일에 대한 영감과 지금 행동해야 할 때임을 자각시키는 훌륭한 책이다.

 


 

저자 : 조 내버로(Joe Navarro)

세계 최고의 비언어 커뮤니케이터이자 행동 분석 전문가. 경찰관으로 근무하던 23세 때 최연소 미국연방수사국FBI 수사관으로 스카우트된 이후 25년간 지능 범죄와 테러리즘 분야의 수사관이자 감독관으로 활약했다. 현직에 있는 동안 비언어 커뮤니케이션을 연구하고 이를 활용한 새로운 수사 기법을 확립했고, 동료들로부터 ‘인간 거짓말 탐지기’라고 불릴 정도로 상대의 마음을 읽는 능력을 선보였다. 또한 대테러와 방첩 분야에서의 공로를 인정받아 FBI뿐만 아니라 다른 정보기관의 수사관들을 훈련시키는 임무도 수행했다. FBI를 은퇴한 이후 《포천》지 선정 500대 기업을 비롯한 유수의 기관·기업에 강연과 컨설팅 활동을 하고 있으며 [NBC 투데이쇼] [폭스 뉴스] [ABC 굿모닝 아메리카] [CBS 얼리쇼], [BBC 뉴스] 등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고정 출연 중이다. 또 《워싱턴포스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사이콜로지투데이》 등 유력 일간지와 잡지에 기고하고 있다. 대선 등 굵직한 정치적 이슈가 있을 때마다 각종 언론 매체에서 후보자의 제스처에 담긴 속뜻을 이해하기 위해 즐겨 자문을 구하는 분석가로 인기가 높다. 비언어적 지능을 비즈니스 전략에 활용하는 방법을 주제로 한 그의 강연은 글로벌 기업 CEO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고, 특히 지난 8년 동안 하버드경영대학원과 세인트리오대학교에서 했던 수업은 학생들로부터 최고의 인기 강의로 평가받았다.

조 내버로가 25년간의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2008년 출간한 《FBI 행동의 심리학》은 한국을 비롯해 미국, 영국, 일본에서 동시에 베스트셀러에 올랐으며, 현재까지 전 세계 29개국에서 출간되었다. 《FBI 행동의 심리학》이 비언어적 능력에 대한 전반적인 분석을 담았다면, 《FBI 비즈니스 심리학》은 그 원칙들을 실제 비즈니스 현장에 적용하여 ‘어떻게 상대의 마음을 읽고 나를 어필할 것인가’라는 심리 해독 및 활용 방법을 집대성한 책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 책이 출간되자마자 “당신의 커리어 관리를 위해 꼭 읽어야 할 최고의 경제경영서 6권” 중 한 권으로 선정했다.

 

저자 : 토니 시아라 포인터(Toni Sciarra Poynter)

30년 경력의 독립 편집자, 작가, 출판 컨설턴트. 조 내버로와 함께 『FBI 비즈니스 심리학』 『위험한 사람들』 『우리는 어떻게 설득당하는가』를 썼다. 저서로는 『From This Day Forward』 등이 있다.

 

역자 : 허성심

제주대학교 수학교육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통번역대학원에서 석사 학위와 영문과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제주대학교 통번역센터 연구원과 통번역대학원 통역 강사로 있었고, 수년째 대학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수학과 과학에 유별난 호기심과 재미를 느끼는 두 자녀를 둔 덕분에 생활 속 수학·과학 이야기나 지식 소설에도 관심이 있으며 아이들과 함께 읽는다. 글밥아카데미 수료 후 바른번역 소속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1일 1페이지, 세상에서 가장 짧은 교양 수업 365』, 『덤벼! 플라스틱』, 『심심할 때 우주 한 조각』, 『어떻게 최고를 이끌어낼 것인가』, 『미래의 교육을 설계한다』, 『수학으로 이해하는 암호의 원리』, 『단테의 인생』, 『우리 아이는 어쩌다 입을 닫았을까』, 『차원이 다른 수학』, 『놀면서 크는 우리 아이 수학력』, 『수학으로 이해하는 암호의 원리』, 『숫자로 읽는 세상의 모든 것』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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