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설계자 - 성공할 수밖에 없는 FBI식 레벨업 프로그램
조 내버로.토니 시아라 포인터 지음, 허성심 옮김 / 흐름출판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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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자기 설계자』는 '비범한' 인물이 되는 방법을 제시하는 자기 계발서이다. 대부분의 자기 계발서가 그렇듯이 성공하기 위한 방법으로 좋은 '생각-행동-습관-인격'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에 놓고 자신을 먼저 이기는(극기, 克己)를 제시한다. 공동저자 조 내버로는 전직 FBI 요원으로 활약한 경험을 살려 자신이 만난 사람들에게서 일부 비범한 사람들의 특징과 노력을 제안한다. 또 한 사람의 공동저자 토니 시아라 포인터는 전작 『FBI 비즈니스 심리학』, 『위험한 사람들』을 출간하면서 FBI 요원들과도 많은 경험적 만남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조 내버로의 FBI 요원으로서 비밀 업무를 하는 사람들의 심리 분석에 꽤 능통했을 것으로 예측된다. 그가 만난 많은 사람 중에는 신분을 밝힐 수는 없지만 '특별함을 넘어 비범’한 사람'이 있었다는 이야기다.

일반 사람도 사람과의 만남을 통해 롤 모델을 갖기도 한다. "나도 저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대상일 것이다. 저자 조 내버로는 긍정적인 에너지,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매력, 나까지 특별한 사람처럼 느끼게 만드는 힘, 따르고 싶게 만드는 말과 행동의 사람들로부터 '비범함'을 읽어낸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저런 사람처럼 되고 싶다는 마음에 수십 권의 자기 계발서를 읽고 명사의 강연을 찾아 듣지만 작심은 반짝 타오를 뿐이다. 하려고 했던 운동, 들으려고 했던 강의는 언제 끝났는지도 모르게 흐지부지된다. 문득 정신을 차리면 동경했던 이들은 또 저만큼 앞서가 있다. 비범한 사람들에게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고, 그들에게는 ‘운’이나 타고난 ‘끼’가 있다고 합리화하며 쓰디쓴 마음을 달랠 뿐이다. 이 지점에서 저자 조 내버로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말한다. “맞다. 비범한 사람들에게는 성공할 수밖에 없는 특성이 있다.” 성공하기 위해서는 성공할 만한 것을 하라고 그는 말한다.

 


 

조 내버로는 이 책에 ‘앞서가는 사람들의 필승 성장 비결’ 다섯 가지를 명료하게 정리해 제시한다. 앞서 언급한 대로 조 내버로는 미국 연방수사국(FBI) 요원으로 25년 간 대정보, 대테러 분야에서 활약했고, 세계 최고의 행동 분석 전문가이자 경영 컨설턴트로서 전 세계 여러 조직에 강연과 컨설팅을 제공해 왔다. 베스트셀러 작가로서도 여러 저서를 썼고 그중 『FBI 행동의 심리학』은 19개 언어로 출간되어 한국에서도 현재까지 20만 부가 팔리며 스테디셀러로 자리를 잡았다고 한다. 인간 행동을 파악하고 그 안에 담긴 숨은 의미와 메커니즘을 예리하게 분석해 설득과 협상의 기회를 포착하는 조 내버로의 통찰력은 전 세계 많은 독자들에게 큰 영감을 주었다.

새로 소개하는 이 책 『자기 설계자』는 조 내버로의 40여 년의 경험과 통찰이 압축된 'FBI식 성공학'의 결정체이다. 스파이, 테러범부터 정치인, 세계적 기업의 CEO까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 경험, 그리고 1만여 건의 대면 조사, 행동 연구, 조직 분석에서 불변의 성장 공식을 뽑아냈다. 저자는 모두의 마음을 사고 선두에 서서 변화를 이끄는 독보적인 존재들, 특별함을 넘어서 남다른 존재감을 지닌 이들을 ‘비범한 사람들(The Exceptional)’이라 부른다. 그리고 ‘비범한 사람들의 다섯 가지 특성’을 훈련한다면 우리도 비범한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조 내바로의 책의 첫 머리 '들어가며' 「당신은 '비범'해질 수 있다」를 통해 비범한 인물들이 남들보다 뛰어난 이유를 확인했다. 이들은 학력이나 소득 수준, 타고난 재능과는 관련이 없다는 것도 알게 됐다. 이들은 정말 중요한 측면에서 다른 이들을 능가한다. 다른 사람에게 무슨 말을 하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알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이들 비범한 인물들은 자신의 말과 행동으로 다른 사람에게 신뢰와 존경을 받으며, 우리 중 가장 지쳐 있는 사람을 일으켜 세울 만큼 긍정적으로 영향을 끼치고, 타인에게 영감을 주는 사람들이다. 저자가 단 다섯 가지로 압축한 성장 공식은 이 책에 담겼다. 이로 인해 이 책은 여러 전문가들로부터 당신을 반드시 성장시킬 ‘매뉴얼’, ‘로드맵’이라는 평, 그 자체로 ‘비범하다’는 평을 받았다고 한다. 심리학 연구뿐 아니라 ‘수초화’와 ‘신경 가소성’ 같은 뇌과학 이론으로 이해를 더하고, 여기에 FBI 요원의 실제 훈련 일화, 수사 사례와 세계적 기업의 컨설팅 사례 등을 엮어 독자의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또한 FBI 요원의 감각 훈련법, 점검 질문, 연습 과제 등을 실어 원활한 셀프 멘토링을 이끌어 갈 수 있게 돕는다. 의사소통 상황에서의 주요 몸짓 언어 분석, 성공적인 교류를 위한 소통 기법도 함께 읽어볼 수 있다. 쿠바 혁명을 겪으며 난민으로 여덟 살 어린 나이에 미국으로 이주해 성공적으로 정착하기까지 조 내버로의 이야기 또한 자기 계발의 훌륭한 모델로서 독자들에게 긍정적 에너지를 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조 내바로는 "성공하고 싶다면 성공할 만한 것을 하라"고 한마디로 말한다. 이 책이 제시하는 다섯 가지 특성을 삶에 적용하는 순간, 당신은 압도적 성공으로 가는 폭발적 성장의 첫걸음을 내디딘 것이라고. 조 내버로는 자신의 성장 공식을 스스로 입증해 보인 ‘멘토’로 인정받고 있다. 난민으로서 여덟 살 나이에 미국으로 들어와 처음에는 미국 아이들을 따라잡겠다는 의지로 공부했고, 그다음에는 다른 사람들의 행동과 관습에 담긴 사회 분위기와 문화를 파악하겠다는 마음으로 몸짓 언어를 독학했다고 한다. 비언어적 의사소통 분야에서 그만의 전문성을 인정받아 23살 때 최연소 요원으로 FBI에 스카우트되었다. 이쯤 되면 성공기를 써도 굉장한 인기를 모을 것으로 추측된다.

 


 

상대의 몸짓과 표정을 읽어 협상 기회를 포착하고 친밀감을 전해 상대에게서 주요한 증언과 자백을 받아내는 소통 기법으로 25년간 굵직한 테러 사건과 간첩 사건을 맡아 해결했다. 공직을 마무리한 뒤에는 인간 행동 분석 전문가로서 「포천」지 선정 500대 기업과 조직에 강연과 컨설팅을 제공하며 자신의 전문 지식을 끊임없이 업데이트하고 또 나누고 있다. 그의 삶에는 그가 제시하는 ‘비범한 사람의 다섯 가지 특성’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시작은 매우 단순하다. 저자가 제시한 다섯 가지 중 첫 번째 「자기 통제력」의 설명을 우리 일상에서 찾는다. 매일 콜라를 먹는 습관을 절제하고 대신 물을 마시고, 무의식적으로 넷플릭스를 켜려다가 단념하고 자리에서 일어나서 운동을 하러 나가는 것, 이것이 바로 ‘자기 통제력’이라는 것이다. 내가 나의 관리자이자 멘토, 마스터가 되어 성장을 꼼꼼히 점검하고 훈련을 이어나가는 능력이 있어야만 나쁜 습관을 고치고 긍정적인 성향을 만들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여기에는 강점과 약점을 파악하는 자기 분석, 성장 계획을 명료하게 세우는 자기 설계, 설정된 목표를 꾸준히 해나가는 자기 수련 등이 포함된다.

이어 두 번째 「관찰력」에 대해 말한다. 모든 일은 관계에서 시작한다. 성장의 밑바탕인 나 자신이 준비되었다면 다음으로는 사람과 사람 사이 교류에서 소통의 기회를 선점하고 영향력을 키워야 한다. 협상 자리에서 나의 제안을 듣고 상대가 입술을 한쪽으로 삐죽였다면 이것은 그가 지금 이 제안을 부정적으로 여긴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나는 그의 감정을 환기시킬 다른 제안을 던질 수 있다. 이것이 ‘관찰력’이다. 예리한 관찰력으로 정보를 빠르게 포착하고 상황을 통찰해 소통에서 기회를 선점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를 위해 비언어적 신호를 통해 상대의 의중을 간파할 수 있도록 ‘마음을 알려주는 12가지 몸짓 언어’를 함께 이야기한다. 또한 우리가 ‘보기만’ 하고 놓치는 정보들을 빠르게 파악하고 수집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실제 FBI 요원의 관찰력 훈련 과제를 제시한다.

 


 

세 번째 「소통력」에서는 무엇이 중요할까? 저자는 상대의 말이나 일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 않고 그 의미를 짚어주는 ‘인정’하는 태도가 담겨야 한다고 조언한다. 어려운 협상을 끝낸 동료나 후배에게 눈을 마주치며 “고생하셨어요.”라고 말한다면 마음을 관찰하고 알아주고 받아들여 주는 최고의 ‘소통력’을 발휘한 것이다. 이렇게 소통할 수 있다면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동기를 부여할 수 있고, 우리는 상대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 말만이 중요한 게 아니다. 우리가 하는 행동들은 모두 ‘이게 나다. 네 번째 「행동력」을 설명한다. 이게 나에게 중요하다. 이게 나 자신과 다른 사람들에 대해 느끼는 감정이다.’라고 외치는 비언어적 표현이다. 우리가 날마다 하는 행동이 우리를 정의한다. 때에 맞게 올바른 행동을 한다면 타인에게 ‘같이 일할 만한 사람’이라는 신뢰감을 주고 나를 알리고 각인시킬 수 있다. 이것이 저자가 말하는 ‘행동력’이다.

비범한 사람을 결정짓는 마지막 힘은 무엇일까? 저자는 「심리적 안정」을 전하는 능력이라고 단언한다. 두려움은 탐험을 방해한다. 두려울 때 우리는 행동을 멈추고 결정을 유보한다. 반면 안정되어 있을 때는 새롭게 도전하고 더 빨리 움직이고 더 유능해진다. 또한 대부분 누군가와 함께 일하는 사회에서 타인에게도 신뢰감과 안정감을 전할 수 있다면 사업상 거래나 협상, 일반적인 관계 형성 모두 원활하게 이뤄진다. 함께 성장한다는 이런 친사회적인 행동을 통해 우리는 또다시 영향력을 얻고, 더 큰 변화를 이뤄낼 힘을 얻게 된다. 이 대목에서 독자는 몇 년 전 봤던 우리 영화 〈명량〉의 한 장면이 생각난다. '명량해전'을 앞두고 충무공은 적의 엄청난 숫자로 병사들의 두려움을 용기로 바꿔야 승리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그 방법으로 자신의 죽음을 통해 두려움이 용기로 바뀔 수 있다는 유명한 말을 남긴다. 전쟁에서의 일이니만큼 어쩌면 분노를 끌어올려 용기로 바꾸는 절체절명의 상황을 말한 것이겠지만 이 책의 저자가 말하는 '심리적 안정'과 연관된다고 독자는 믿는다.

 


 

저자는 두려움에 대해 이렇게 기술하고 있다. "두려움에도 목적이 있다. 두려움은 대부분 인간의 생존을 보장하기 위해 발생한다. 그러나 두려움은 우리의 번영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오직 심리적 안정이 우리의 번영을 돕는다. 비범한 사람들은 ① 우리를 마비시키는 두려움을 최소화하고, ② 삶을 즐기고 번영하게 해주는 심리적 안정을 최대화한다는 두 가지 목표를 이뤄 모두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게 노력한다.(p.338~339)

한 사람을 비범한 사람으로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이 책은 시작했다. 저자는 관련된 한 권의 책을 읽었으니 답을 해야 할 차례임을 언급한다. 자신은 이런 대답하기를 꺼린다고 밝힌다. 항상 부족한 점을 찾고 해야 할 일이 더 있다고 스스로 자주 상기시키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 권의 책을 읽은 지금까지 무엇을 배웠나? 그리고 무엇을 더 배울 수 있을까?라고 스스로에게 질문할 것은 주문한다. 책 뒷 부분에 '에필로그' 「마무리하며」를 통해 다섯 가지 특성을 갈고 닦으며 한 가지를 더 확언한다. "비범한 사람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다. 다행이다. 우리 같은 사람도 비범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니 말이다. 시작이 아무리 초라하더라도 우리는 스스로 자신을 지휘할 수 있다. 우리는 우리가 배우고 생각하고 알고 말하고 행동하는 것을 관리하는 능력과 배려심과 책임감을 갖출 수 있다. 그런 다음 능력을 바탕으로 세상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며 다른 사람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다. 비범한 사람의 책무는 황홀한 결승선에서 멈추는 기계가 아니다. 삶에는 그런 결승선이 없다. 비범한 태도란 길러지고 주변에 공유되고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계승된다. '비범한 사람들의 다섯 가지 특성'을 통해서 말이다."(p342~343)

진정한 성장은 혼자만 누리는 것이 아닌 다른 사람과 함께할 때 더 의미가 있다고 강조한다. 두려움으로 인한 증오와 혐오가 퍼져가는 지금, 저자는 ‘선한 영향력’의 힘을 강조하며 책을 마무리한다. 독자에게도 해야 할 일에 대한 영감과 지금 행동해야 할 때임을 자각시키는 훌륭한 책이다.

 


 

저자 : 조 내버로(Joe Navarro)

세계 최고의 비언어 커뮤니케이터이자 행동 분석 전문가. 경찰관으로 근무하던 23세 때 최연소 미국연방수사국FBI 수사관으로 스카우트된 이후 25년간 지능 범죄와 테러리즘 분야의 수사관이자 감독관으로 활약했다. 현직에 있는 동안 비언어 커뮤니케이션을 연구하고 이를 활용한 새로운 수사 기법을 확립했고, 동료들로부터 ‘인간 거짓말 탐지기’라고 불릴 정도로 상대의 마음을 읽는 능력을 선보였다. 또한 대테러와 방첩 분야에서의 공로를 인정받아 FBI뿐만 아니라 다른 정보기관의 수사관들을 훈련시키는 임무도 수행했다. FBI를 은퇴한 이후 《포천》지 선정 500대 기업을 비롯한 유수의 기관·기업에 강연과 컨설팅 활동을 하고 있으며 [NBC 투데이쇼] [폭스 뉴스] [ABC 굿모닝 아메리카] [CBS 얼리쇼], [BBC 뉴스] 등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고정 출연 중이다. 또 《워싱턴포스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사이콜로지투데이》 등 유력 일간지와 잡지에 기고하고 있다. 대선 등 굵직한 정치적 이슈가 있을 때마다 각종 언론 매체에서 후보자의 제스처에 담긴 속뜻을 이해하기 위해 즐겨 자문을 구하는 분석가로 인기가 높다. 비언어적 지능을 비즈니스 전략에 활용하는 방법을 주제로 한 그의 강연은 글로벌 기업 CEO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고, 특히 지난 8년 동안 하버드경영대학원과 세인트리오대학교에서 했던 수업은 학생들로부터 최고의 인기 강의로 평가받았다.

조 내버로가 25년간의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2008년 출간한 《FBI 행동의 심리학》은 한국을 비롯해 미국, 영국, 일본에서 동시에 베스트셀러에 올랐으며, 현재까지 전 세계 29개국에서 출간되었다. 《FBI 행동의 심리학》이 비언어적 능력에 대한 전반적인 분석을 담았다면, 《FBI 비즈니스 심리학》은 그 원칙들을 실제 비즈니스 현장에 적용하여 ‘어떻게 상대의 마음을 읽고 나를 어필할 것인가’라는 심리 해독 및 활용 방법을 집대성한 책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 책이 출간되자마자 “당신의 커리어 관리를 위해 꼭 읽어야 할 최고의 경제경영서 6권” 중 한 권으로 선정했다.

 

저자 : 토니 시아라 포인터(Toni Sciarra Poynter)

30년 경력의 독립 편집자, 작가, 출판 컨설턴트. 조 내버로와 함께 『FBI 비즈니스 심리학』 『위험한 사람들』 『우리는 어떻게 설득당하는가』를 썼다. 저서로는 『From This Day Forward』 등이 있다.

 

역자 : 허성심

제주대학교 수학교육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통번역대학원에서 석사 학위와 영문과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제주대학교 통번역센터 연구원과 통번역대학원 통역 강사로 있었고, 수년째 대학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수학과 과학에 유별난 호기심과 재미를 느끼는 두 자녀를 둔 덕분에 생활 속 수학·과학 이야기나 지식 소설에도 관심이 있으며 아이들과 함께 읽는다. 글밥아카데미 수료 후 바른번역 소속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1일 1페이지, 세상에서 가장 짧은 교양 수업 365』, 『덤벼! 플라스틱』, 『심심할 때 우주 한 조각』, 『어떻게 최고를 이끌어낼 것인가』, 『미래의 교육을 설계한다』, 『수학으로 이해하는 암호의 원리』, 『단테의 인생』, 『우리 아이는 어쩌다 입을 닫았을까』, 『차원이 다른 수학』, 『놀면서 크는 우리 아이 수학력』, 『수학으로 이해하는 암호의 원리』, 『숫자로 읽는 세상의 모든 것』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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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가 우리한테 해 준 게 뭔데? - 절박하고도 유쾌한 생물 다양성 보고서
프라우케 피셔.힐케 오버한스베르크 지음, 추미란 옮김 / 북트리거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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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 다양성은 우리를 위해 물과 공기를 정화해 주고 기후를 조절해 주며 병원균을 막아 준다. 양서류를 비롯해 독을 가진 많은 생물들에 대한 연구로 증명된 것처럼 자연은 “그 어떤 거대 제약 회사도 상대가 되지 않는” ‘야생 약국’이라고 저자들은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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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가 우리한테 해 준 게 뭔데? - 절박하고도 유쾌한 생물 다양성 보고서
프라우케 피셔.힐케 오버한스베르크 지음, 추미란 옮김 / 북트리거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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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모기가 우리한테 해 준 게 뭔데?』는 제목부터 이례적이다. 마치 모기가 우리에게 "왜 우리를 박대하느냐?"는 항의해 만물의 영장인 인간이 반문하는 것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모기는 우리에게 선한 일은 하지 않고, 살아 있는 내내 바이러스를 옮기는 '해충'으로 인식되어 왔다. 크기나 존재 이유 또한 인간이 신경 쓸 존재로 여기지 않는 해로운 작은 곤충에 불과하다고 말이다. 한편으론 제목이 주는 유쾌함 때문에 흥미를 끌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이 책은 환경 선진국 독일의 여성 생물학자와 경제학자가 공동 집필한 생물 다양성 보고서이다. 생물학과 경제학의 만남이라고 할 때 서로 상충되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두 저자는 바로 그러한 인식의 허점을 파고들었다.

생물이 더 이상 멸종되지 않도록 지켜야 하는 것은, ‘생명의 평등함’이라는 근본적인 도덕률 외에도 우리가 그토록 추구해 마지않는 경제적 필요 때문임을 증명해 보인다는 점에서 대표적 해충으로 인식돼 온 모기마저도 인간에게 유익한 일을 많이 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생태학자나 환경론자들의 생물 옹호론쯤으로 치부될 수도 있지만 이 책이 제시하는 과학적 근거는 무시할 수 없게 된다. 모기를 비롯해 해충이나 하찮은 존재로 여겨져 서서히 사라져 가고 있는 생물들조차 알고 보면 다양한 영역에 걸쳐 촘촘히 인간의 삶을 지탱하고 있다는 것을 밝혀낸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지구상의 모든 생물뿐만 아니라 무생물마저도 모두 필요한 것들이란 점을 강조한다. 이 책 82페이지에는 책 제목 "모기가 우리한테 해 준 게 뭔데?"라는 인간의 질문에 모기들이 답하고 있다. 하나의 사례일 뿐이지만 모기는 우리 인간이 즐기는 초콜릿을 얻는 원료인 카카오꽃의 수분자 역할을 한다.

 


 

특히 지구상 모든 생물들은 비옥한 땅을 마련해 주고, 홍수를 막아 주고, 물과 공기를 정화해 주고, 천연 약품과 휴양 환경을 제공해 주며, 무엇보다 우리를 먹여 살린다. 책은 이러한 사실을 인간의 양심에 엄중하게 호소하기보다는 뚜렷한 경제적 근거 자료와 유머러스한 입담을 바탕으로 편안하게 이야기한다. 나아가 이러한 깨달음을 바탕으로 인간이 최대한 생물 멸종을 막고 생물 다양성을 유지하며 그들과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이 책은 '프롤로그' 「800만분의 1종인 인간에게」라는 제목에서부터 우리 인간종이 생태계 약 800만 종 가운데 한 종일 뿐임을 강조하면서 시작한다. 그럼에도 전체 생태계에 군림하며 다른 종들을 멸종시키고 있는 현 상황은 한참 잘못됐다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지구상에 생물이 출현한 이래로 이른바 대멸종이 다섯 번 있었다. 그중 2억 5,200만 년 전에 당시 존재하던 생물 90%가 멸종한 것으로 추정한다. 가장 최근의 대멸종은 6,600만 년 전 기후 재앙으로 촉발되었으며, 이때 거대 공룡들도 멸종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인간종은 존재하지 않았으므로 지극히 ‘자연적인’ 멸종이었다. 그러나 대멸종을 제외하면 자연적인 멸종률은 100만분의 1에 불과하다. 1년에 100만 종 중 1종이 멸종한다는 뜻이다. 문제는 이 자연적인 멸종률보다 무려 1,000배 더 높이, 인간들이 현재 지구상의 생물들을 무자비하게 멸종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인간종이 등장해서 생태계에 개입하기 시작한 세월은 지구 나이에 비하면 ‘고작’ 8,000년밖에 안 되는데도, 이 하잘것없이 짧은 개입이 이른바 ‘제6차 대멸종’을 부르고 있는 셈이다.

 


 

국제자연보전연맹은 멸종위기종을 조사해 적색 목록(Red List)을 발표하고 있다. 2020년 초까지 11만 6,000종 이상을 대상으로 멸종 위기의 정도를 조사했고 그중에 27%인 3만 1,000종을 멸종 위기 상태로 분류했다. 이 수치를 근거로 볼 때, 지금까지 다 알려지지 않았지만 존재한다고 추정되는 800만 종 중 200만 종이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고 할 수 있다. 단순히 멸종 위기종의 숫자만 놀라운 것이 아니다. 저자들은 2억 5,200만 년 전 대멸종의 총 기간이 3만 년 정도였던 데 비해, 우리 시대의 멸종은 급속도로 빠르다고 지적한다. 종이 사라지고 있다는 걸 ‘체감’할 수 있을 정도이니 말 다 한 셈이다. 원래 모든 종과 생태계는 변화에 적응해 스스로 발전하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하고 또 새롭게 생겨나기도 하는데, 저자들은 이것을 시침과 초침에 비유한다. 생물이 사라지고 생겨나고 발전하는 진화의 과정은 매우 느리고 거대하므로 시계 시침의 움직임처럼 눈으로 포착되지 않아야 마땅한데, 지금은 그 변화가 마치 초침처럼 우리 눈에 보일 정도로 생태계가 망가져 있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각각 생물학과 경제학 분야의 전문가로서 바로 지금이 생물 멸종의 ‘티핑 포인트’라는 데 목소리를 함께한다. 양동이에 물이 꽉 차 있을 때 한 방울만 더해도 넘치게 되듯이, 멸종하는 종이 한 종만 더 추가되어도 생태계가 순식간에 극적으로 무너질 수 있다는 뜻이다. 과학자들은 언제 어디서 티핑 포인트에 도달할지 전혀 예측할 수 없어서 더 문제라고 보고 있다.

 


 

이러한 상황인데도 우리는 종들이 생태계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 모르는 채 맹목적으로 종들을 멸종시키고 있다고 저자들은 말한다. 이렇듯 “우리 주변의 모든 것을 가까스로 유지하고 있는 그 최후의 한 종이 언제 사라질지는 아무도 모른다”라는 급박함 속에서, 이 책은 생물 다양성이 우리 삶을 얼마나 단단하게 떠받치고 있는지 그 요모조모를 구체적인 실례와 수치를 통해 가시화해 보여 주며 변화를 촉구한다. “인간이 없어도 지구는 잘 돌아간다”라는 말은 강력한 환경 슬로건으로 자주 쓰인다.

자정 능력을 가진 위대한 자연에 비하면 인간은 하찮은 존재라는 자조적인 성찰이 담겨 있다. 인간이 아무것도 하지 않을수록 자연이 원상회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말은 아마도 과학적으로 합당할 터이고, 이 책의 저자들 또한 “지구의 긴 역사를 고려할 때 인간은 ‘생태계를 교란하는 어떤 한 존재’에 불과하고 지금 생태계와 생물 다양성이 그 인간에 그저 반응하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음"을 인정한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인간이 인간의 미래를 포기할 수는 없다는 점이라고 강조한다. 이때 ‘인간의 미래’에서 아주 중요한 한 축이 바로 생물 다양성이다.

이 때문에 이 책은 자연에게도 인간과 동등한 권리가 있으므로 인간이 자연을 ‘착취’해서는 안 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접어 두고, 어떻게 하면 인간이 생물 다양성을 보존해 우리 자신의 미래를 지킬 것인지 이야기한다. 이를 위해 저자들은 ‘자연에 가격표를 다는’ 위험까지도 감수해야 한다고 말한다. 현재의 생물 다양성과 생태계가 인간의 경제 활동에 실제로 얼마나 큰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지, 그것이 막연한 추측이 아니라 명명백백한 수치로 이미 증명되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내야만 우리 모두 경각심을 갖고 생물 멸종을 막기 위해 본격적인 행동에 돌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 과정은 개인의 도덕성에만 의존해서는 불가능하다고 저자들은 단언한다. “자연을 위해 자연을 보존하자는 생각은 정치적·경제적 의사 결정 과정에 반영되기에는 많이 부족하”며, “공기와 물 같은 공공 자원의 가치는 물론이고 나아가 이 공공 자원을 과도하게 이용할 때 치러야 하는 대가까지 철저하게 내면화한 사람이 정치와 경제 분야에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생물학과 경제학이 통합된 관점에서만 나올 수 있는 매우 현실적이고 통렬한 자각으로서, 생물 다양성이 가져다주는 ‘생태계 서비스’에 합당한 가치를 매기는 것, 즉 자연에 가격표를 다는 일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현재 지구상의 가장 큰 난제라고 여겨지는 ‘기후 위기’를 참조해 보자면, 기후변화를 부르는 이산화탄소 배출의 대가는 추가 세금으로든 탄소배출권 거래제로든 경제적으로 가시화되어 있는 편이다. 이와 달리 생물 다양성과 생태계 서비스는 어느 정도의 금전적 가치를 지니는지 여전히 구체적으로 체감할 수단이 부족하다. 이 책이 하려고 하는 일 가운데 하나가 바로 그 수단을 만드는 것이다. 책은 생물 다양성이 갖는 여러 측면의 의미부터 시작해 현재의 멸종 위기 현황을 거쳐, ‘생태계 서비스’라고 명명하기에 충분한 생물 다양성의 풍성한 경제적 가치들을 두루 살펴본다.

마지막으로 자연에 가격표를 다는 일의 딜레마와, 우리가 개인·단체·사회 및 국가 차원에서 당장 실현해야 할 과제들을 알아본다. 특히 2부 ‘생태계라는 종합 돌봄 서비스’에서는 생물 다양성과 음식, 건강, 안전, 도시, 여행, 에너지, 기술이라는 주제를 각각 연결해 인간사 전반에 얽혀 있는 생물 다양성의 이로움을 소개한다. 저자들은 풍부한 실제 사례와 통계 등을 통해 인간의 삶이 어떻게 ‘조직적으로’ 생태계에 빚지고 있으며, 이것들을 경제적 가치로 환산했을 때 어느 정도의 액수인지, 실제로 생물이 멸종되고 생태계가 파괴될 때 그 역할을 인간의 기술과 노동 및 자본으로 대체하는 것이 과연 가능할지, 가능하다고 해도 결과적으로 얼마나 큰 손해를 불러올지 시종일관 명쾌한 어조로 이야기한다.

 


 

이 책은 3부 12개 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1부 〈인간이 없어도 지구는 잘 돌아가겠지만〉, 2부 〈생태계라는 종합 돌봄 서비스〉, 3부 〈인간이 우리한테 해 준 게 뭔데?〉이다. 특히 본론에 해당되는 2부에서는 「식사 준비했습니다-생물 다양성과 음식」, 「빠른 쾌유를 빕니다-생물 다양성과 건강」, 「당신 곁의 슈퍼히어로-생물 다양성과 안전 」, 「같이 좀 삽시다-생물 다양성과 도시」, 「떴다, 인간!-생물 다양성과 여행」, 「세상을 돌리는 힘-생물 다양성과 에너지」, 「살아 숨 쉬는 연구실-생물 다양성과 기술」 등으로 구성돼 있다. 2부는 우리 인간의 삶과 활동이 '생물 다양성'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는 사실을 과학적 근거, 믿을 수 있는 통계 자료, 현재 인간의 과학 기술 등과 연계해 뒷받침하고 있다.

한 예로 우리가 먹는 모든 '음식'은 당연히 '다양한 생물'들로부터 온다. 그런데 우리는 이 모든 식량들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다. 예를 들어 지구상에는 식물 38만 2,000종이 살고 있고 그 가운데 20만 종이 식용 가능하다고 추측되는데, 그중에서 우리가 대량으로 재배하며 주로 먹고 있는 것은 많아야 150종에 불과하다. 축산은 말할 것도 없다. 세계적으로 단 40종의 축산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그중 다섯 종(돼지, 소, 양, 염소, 닭)이 고기, 우유, 달걀의 대부분을 생산한다. “곧 90억 명에 이를 세계 인구를 어떻게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먹여 살릴지에 대한 소박한 하나의 대안”으로서 곤충의 가능성에도 더욱 주목해야 한다.

인간의 망각은 놀랄 만한 것이어서 지금까지 있는 모든 것들이 자신이 죽기 전에 사라질 것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다. 생물 다양성에 장애가 되는 일과 결과가 천천히 진행된다고 느끼기 때문에 인류가 존속하는 한 지금 지구에 있는 것들은 인류와 함께 영원히 함께할 것이라고 멸종의 위험을 잊는다. 건강, 안전, 도시, 여행, 에너지, 기술 등 인류가 누리는 모든 것들이 인류가 만들어낸 것은 분명하지만 지금까지 함께한 생물들의 존속을 위한 노력도 함께해야 한다는 사실을 깊게 각인시켜 준다.

 


 

저자 : 프라우케 피셔(Frauke Fischer)

독일 프랑크푸르트와 미국에서 생물학을 전공했고 독일 뷔르츠부르크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1년 포드의 환경보호상을 수상했으며, 지금까지 100편에 가까운 과학 논문들을 발표했다. 브라질 등 다양한 열대 국가에서 여러 환경 보존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2003년, 환경보호와 생물 다양성에 대한 최초의 비즈니스 컨설팅 기관인 ‘아우프!’(Auf!)를 창설했다.

 

저자 : 힐케 오버한스베르크(Hilke Oberhansberg)

독일의 경제학 박사로 복합환경학을 연구했으며 환경 교육과 자문에 관한 국제기관들에서 수년 동안 일했다. 지속 가능한 환경을 위한 기관 안팎의 소비자, 활동가, 협력자의 역할에 특히 큰 관심을 두고 있다. ‘아우프!’에서 고문으로 활동하며 다양한 환경보호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역자 : 추미란

동국대학교와 인도 델리대학교에서 인도 역사와 철학을 공부했다. 현재 독일에 거주하며, 영어, 독일어 출판 전문 기획 및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자기계발, 철학, 역사, 명상, 종교, 뉴에이지, 뇌 과학, 양자역학, 사진 분야에서 40권이 넘는 책을 번역했다. 옮긴 책으로는 『우리가 알고 싶은 삶의 답은 한 마리 개 안에 있다』, 『나의 반려동물도 나처럼 행복할까』, 『보통의 깨달음』, 『어느 날 갑자기 무기력이 찾아왔다』, 『마음의 평안과 성공을 위한 4가지 신성한 비밀』, 『달라이 라마의 고양이』, 『두려움과의 대화』, 『원네스』, 『자각몽, 또 다른 현실의 문』, 『당신이 플라시보다』, 『나로 살아가는 기쁨』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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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담 싸부 - Chinese Restaurant From 1984
김자령 지음 / 시월이일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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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요리를 소재로 하지만 갖고 있는 큰 줄기, 주제는 환경 변화에 따른 인간의 나약한 모습이 드러나기도 하고, 어떻게 순응해가는지도 잘 보여준다. 인간이 변화를 원하든 원하지 않든 세상은 조금씩 변해간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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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담 싸부 - Chinese Restaurant From 1984
김자령 지음 / 시월이일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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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담(健啖)은 '잘 먹는다', '먹성이 좋다'는 뜻의 한자어라고 한다. 이 책 『건담 싸부』를 읽으면서 처음 알았다. 우리 일상에서 자주 쓰이지 않는 용어라서 중국 혹은 일본의 말을 한자로 표현한 걸까?라고도 생각해 봤지만, 이 책의 저자 김자령이나 소설의 주인공 두위광의 이름으로 미루어 중국 한자어라는 것을 유추할 수 있었다. '건(健)' 자는 '건강'이라는 단어를 많이 쓰기 때문에 쉽게 알았는데 역시 '담(啖)'는 생소하다. 어쩔 수 없이 자전을 찾아보는 수밖에. 입 '구(口' 변을 사용한 것으로 보아 먹는 것과 관련이 있을 듯하다. 찾아보니 '먹을'이란 뜻을 가지고 있고 '건담'은 '잘 먹는다', '많이 먹는다'는 뜻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주방장 두위광이다.

이 책은 독자들의 편의를 위해 등장인물과 중국집 주방의 업무별 직급과 화교 용어를 따로 페이지를 마련해 풀어주고 있다. 이에 따르면 주인공 두위광은 70대 중반의 산둥 출신의 화교 요리사다. 40년 가까이 중국집 '건담'의 주방을 지켜왔다. '펑즈(미친 사람)'라 불릴 정도로 고집스럽고 괴팍하지만 평생 수도승처럼 요리에 정진하며 살아온 중식계의 전설이라고 한다. 서양의 유명한 요리사 중에서도 그런 사람이 있다고 들었는데 자신의 일에 대한 자부심과 자신만의 요리 비법을 간직해 요리에서의 고집은 이해할 만하다. 특이한 점은 '중국식 냉면'이란 말을 꺼내지도 못하게 한다. 사연이 있어 보이지만 누구도 이유를 묻지는 못한다. 어릴 때부터 생계를 책임져야 했던 건담 두위광은 몸으로, 어깨너머로 중식을 배운 인물이다. 그는 자신이 배웠던 방법으로 가르쳤다. 그런데 이유가 그 방법 밖에는 알지 못했으니까라니 조금은 터무니없다.

 


 

이 소설에서는 세대 간의 갈등과 실패자의 도전과 불투명한 미래 앞에서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찾으려 노력하는 사람과 노력 없이 남의 것을 빼앗아 자기 것으로 만드는 사람의 모습들이 우스꽝스럽게, 적나라하게, 짠하게 그려진다. 책을 읽는 동안 드라마를 보는 느낌이 날 정도다. 이런 집이 우리 동네에 하나 있으면 자주 시켜 먹고 싶은 생각이 든다. '건담 식구'들의 이미지가 좁은 주방에서 웍을 돌리고, 화력 좋은 불앞에서 땀을 흘리고, 담벼락에서 담뱃불을 피우며, 좁은 홀안을 우아하게 돌아다닌다. 흔히 동네 중국집에서 보았던 광경이라 큰 거부감은 없다. 두위광 만큼이나 개성 강한 캐릭터들이 자신들의 삶을 살아가는 방식이 때론 독자를 반성케 하고, 독자를 응원하게 하고, 독자를 위로하기도 해서 책을 놓고 싶지 않다. 이 소설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건담 식구는 건담의 식당에서 일하는 직원들을 말한다. 도본경도 그중 한 명이다. 20대 후반으로서 건담 입사 6개월 차의 신입 직원이다. 책에 소개된 대로 읽으면서 쉽게 머릿속에 그려지는 인물이다. 거대한 체격에 잘 웃고, 긍정적이며 매사 심각할 거 하나 없는 단발머리의 청년이다. 설거지를 비롯해 온갖 잡일을 맡아 하는 '싸완(설거지와 잡무를 담당하는 사람)'이면서 동시에 이러저러한 기술적 문제들을 담당하는 해결사이다. 드라마로 표현하는 조연인 셈이다. 중식 만드는 실력으로 봐서는 요리가 처음인 듯한데 가끔 꺼내 드는 요리 핀셋이나 서양 조리용어가 정체를 의심하게 한다.

 


 

이밖에 20대 중반의 건담의 튀김과 후식 담당 강나희. 그녀는 입사 1년을 훌쩍 넘어가지만 다들 그녀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 다기 세트를 챙겨 다니며 항상 차를 마시고 찬바람이 쌩쌩 불 정도로 냉정한 말투와 표정 때문에 '차차'라는 별명이 있다. 흰 피부에 깡말랐고, 머리카락 한 올 빠짐없이 당겨 묶은 말총머리가 트레이드마크다. 고장모는 50대 중반의 지성과 교양을 갖춘 관악대 출신의 매니저이다. 젊어서부터 손님으로 건담을 오가다가 어느 날 이력서를 내밀고 일하기 시작한 지가 20년이 넘었다. 말이 매니저지 홀 담당부터 바쁠 땐 설거지까지, 온갖 잡일을 하면서도 불평불만 한 번 없다. 관악대, 대기업 출신인 그가 왜 건담에 머무르는지 누구나 궁금해한다.

주원신이라는 40대 중반의 건담 만년 실장도 있다. 입사 4년차다. 중국집 실장보다는 배우가 더 어울리는 외모지만 요리학교를 졸업하고 호텔 부주방장을 거치는 등 요리계에서 잔뼈가 굵은 실력파 요리사다. 내리 3번의 폐업을 겪으며 만신창이가 되 채로 떠돌다 두위광의 요리에 반해 일을 시작했다. 초심으로 돌아가 뭐든 배워보겠다는 각오로 입사했지만 제대로 가르쳐주는 법이 없는 데다 괴팍하기까지 한 두위광과 사사건건 부딪친다. 구레나룻이 있고 맵거나 화가 나면 왼쪽 눈썹이 올라간다.

건담에는 긍정적 이미지의 인물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곡미소, 그는 50대 후반의 남자로서 건담의 명동 시절, 주방에 불을 지르고 홀연히 사라졌던 옛 직원이다. 2년 전 연희동에 나타나 곡씨반점을 열고 화교 행세를 하는 중이다. 중국식 냉면(그의 식으로 중화냉면)을 개발했다고 떠들고 다니는데 어느덧 사실처럼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두위광이 '원숭이'라고 부르며 눈앞에서 사라져 버리라고 노래를 부른다. 이밖에도 건담 주방의 칼판(장만옹), 주방의 면판 겸 홀 담당(이정판), 홀 직원(오선주)과 잠깐 얼굴을 비치는 유명 음식평론가 하장식, 대기업 식음료부 총괄 부사장 차금정이 있다.

 


 

마치 드라마 시작할 때 '나오는 사람들'을 보는 기분이다. 중국 화교 음식점에는 나름대로의 담당 업무별 직급이 있는 듯하다. 이 책에는 주방장을 정점으로 아래 업무를 담당하는 직급도 소개하고 있다. 소설을 읽을 때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사항(이해하기 쉽게)이니 소개했을 터, 신중하게 읽는다. 우리가 잘 알다시피 전체 요리를 책임지고 주방과 직원을 관리하는 사람을 '주방장'이라 한다. 업소에 따라 조리장, 실장으로 부르기도 한다. 화교가 운영하는 중식당 주방에서는 '싸부(師傅)'라 불렀다. 다음이 '칼판'이다. 칼질로 재료를 다듬고 준비하는 사람을 이른다. 과거에는 재료 구입까지 도맡은 주방의 최고 서열자였다. 그 대장을 칼판장이라고 한다. 뚠얼(燉兒). '燉'은 '이글거릴 돈'이다.

'불판'이 그 다음 서열에 있다. 불과 웍으로 조리하는 사람으로 음식의 간을 담당하는 자리다. 현재는 칼판보다 우위에 있다. 그 대장을 불판장이라고 한다. 훠얼(火兒). 기름으로 튀기는 일을 전담하는 사람을 튀김장 '짜훠얼'이라 하고, 면을 관리하는 면장, 면장 보조, 손님의 주문을 표에 적는 사람을 '점표(깐딴얼)'이라고 한다. 중식당의 규모는 적어 놓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흔히 말하는 '청요리집' 규모일 것으로 추측되고 종사하는 사람의 수도 늘리거나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용어가 중국말이어서 바로 외우기는 힘들지만 조금만 신경 써서 소설을 읽는 동안 수시로 들춰보면 소설을 다 읽을 무렵이면 익숙해질 것 같다. 지나치게 큰 비중을 두거나 중국어를 배운다고 하다가는 소설의 흥미를 놓쳐버릴 수 있으니 독자들의 주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이 책에 나오는 두위광은 수십 년 간 중화요리를 만들어 온 사람으로 화교이다. 그는 괴팍하고 고집스럽지만 실력 하나만큼은 비길 데가 없는, 걸출한 능력의 소유자이다. 중반부까지 자신의 요리 철학을 답답하리만큼 고수하는 모습이 오히려 보기 좋다. 요리사의 자부심이랄까? 그런 느낌이다. 그런 요리사가 해준 음식은 맛도 훨씬 좋을 것 같은 느낌이다. 그러나 그도 생물체다. 모든 생물체는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적응하지 못하면 도태된다. 어려운 유전학의 정설을 비켜갈 수 없는 인물이다. 결국은 변화를 결심하지만 그 고집스러움은 옛것을 지키려는 장인의 외고집 같은 것이라는 느낌이어서 비범한 사람으로 생각되기도 한다.

하나의 사건을 계기로 두위광은 변화를 모색한다. 아들, 손자뻘인 제자에게 요리를 배우기도 한다. 이전에 고수했던 정통 중화요리를 벗어나 다른 요리와의 접목을 시도도 해본다. 중요한 가치는 고수하되 변화도 받아들일 수 있는 그런 사람이 살아가는 세상이다. 예전에는 자신의 신념이나 철학이 무너지더라도 결코 허리를 굽히거나 무릎을 꿇지 않는 선비의 정신, 정의로운 사람의 행동을 높이 샀다. 지금도 결코 꺾이지 않은 선비 정신을 보여주는 사람도 있다. 그 반대로 변화를 거듭하는 사람들 속에서 그들은 오롯이 빛난다. 주위의 여건 때문에 변화를 모색하는 두위광의 외고집은 오히려 요즘 세상에서 찾기 힘들다. 두위광이 더욱 빛나는 인물도 대접받을 수 있는 이유다. 그의 고집스러움은 꺾이지만 변화를 대하는 태도를 보면 여전히 자신의 요리 철학이나 자부심은 변화되지 않을 거란 생각이 독자에게서 떠나지 않는다. 중국 식당의 일을 소설로 써서 영화처럼 코믹의 소재로 쓰였을 것이란 생각은 착각이고 편견에 불과했다.

이 책은 요리 장인이 자신의 요리 철학을 굽히지 않고 변화에 맞서다 결국은 고집과 변화를 함께하는 것으로 결말을 끌어가지만, 독자들에게는 여운이 남는 생각 많아지는 소설이다. 특히 원칙과 옳은 길을 무시한 채 변화해가는 사람들의 변화와는 다른 결과를 빚어낼 것이란 생각이 소설 끝날 때까지 가시지 않는다. 그것이 이 소설의 목적이 아닐까도 생각해본다.

 


 

「작가의 말」을 통해 저자는 이 요리사의 이야기를 들려주고자 하는 이유에 대해 쓰고 있다. "그가 어떻게 중국식 냉면을 제일 처음 만들어냈고 또 빼앗겼으며, 명동 최고의 화상 주사의 청요리집에서 동네 중국집으로 쪼그라들었는지··· 하는 과거의 이야기들. 하지만 저는 그의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해 더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그의 뜨거운 요리 열정과 그 일을 지키려는 집념, 변해야 한다는 각성,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이들과의 세대를 뛰어넘는 우정 같은 이야기 말이죠. 뜻이 길을 만든다는 의지에 관한 이야기지만 그것을 정답이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을 압니다. 인생은 우연이 지배하는 불합리의 세상을 살아가는 것. 노력과 변화가 언제나 보상을 받는 것은 아니니까요. 다만 그 출렁다리를 건너는 과정에서 누군가가 옆에 있다면, 그 누군가를 붙들 지혜와 용기를 낸다면 실패와 좌절을 견디고 의지를 발휘하는 게 좀 더 쉽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저자는 '산다는 것은 힘겨운 일이지만, 소소한 낙(樂)을 잃어버리지 않는 한 삶은 이울지 않는다'는 어느 선인의 말을 되새기며 사람들과 어울려 좋아하는 일을 하고 살자는 말을 전하고 싶었다고 밝힌다.

 

저자 : 김자령

 

단막극 <고씨 가족 갱생기>로 드라마작가협회 신인상의 최우수상, 장편 영화 <홀>로 부산국제영화제 Film Workshop의 1등상을 수상했고, 몇 편의 장·단편 영화 각본을 썼다. 2022년 첫 장편소설 『건담 싸부』를 출간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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