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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아이들은 모두 춤춘다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유곤 옮김 / 문학사상 / 200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뒤늦게 하루키 소설을 열심히 읽어주고 있다. 최근에 펴낸 작품과 예전 작품을 번갈아가며 읽고 있는데 30년전이나 지금이나 스타일에서 일정한 하루키만의 스타일을 느끼고 있다. 신의 아이들은 모두 춤춘다는 여섯개의 단편을 엮은 연작소설집으로 95년 고베 지진을 모티브로 쓴 작품이다. 서로 고베 대지진이라는 사건을 중심으로 하지만 다른 이야기들이다.
심지어 작품에 고베 지진과 직접 관련된 장면은 전혀 안나온다. 주인공들은 고베 대지진을 겪지 못했으나 자기와 관련있는 타인들이 겪은 참사를 3인칭 시점으로 다루고 있다. 사회적인 주제에 대해 큰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하루키가 옴 진리교 사건과 고베 대지진을 계기로 타인의 삶과 사회참여적인 시각을 가지게 됐다고 한다. 아무래도 하루키가 고베 출신임에 따라 더욱 그런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출간 당시 2000년대를 여는 새로운 문학 지평을 열었다고 평단에서 극찬을 받았는데 과연 소설의 완성도가 높은편이다. 하루키 작품의 특성상 단편이 장편으로 충분히 엮어질 수 있을만큼 구조가 탄탄하고 단편소설이 연작으로 엮어졌음에 따라 유기적인 통일감도 느껴 소설을 무척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UFO가 쿠시로에 내리다˝, ˝다리미가 있는 풍경 ˝, ˝신의 아이들은 모두 춤춘다˝, ˝타일랜드 ˝, ˝개구리 군, 도쿄를 구하다 ˝, ˝벌꿀 파이˝ 총 여섯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고 제목에서 볼 수 있듯이 판타지풍의 작품부터 정밀한 묘사가 돋보이는 작품등 서로 다른 다양한 소설을 읽는 재미가 있다. 개인적으로 벌꿀파이가 가장 재미있었다. 하루키가 동화를 쓴다면 정말 잘쓰지 않을까 생각했다. 혹시 썼나? 아무튼 늦게 배운 도둑질이 무섭다고 하루키만의 세계에 푹 담궈지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