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서양미술사 1 - 선사시대부터 르네상스까지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서양미술사 1
마리옹 오귀스탱 지음, 브뤼노 에이츠 그림, 정재곤 옮김 / 궁리 / 2021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래픽노블인 미술사 개괄서라니자주 하는 말이지만 요즘 아이들이 부럽다구성과 내용이 일반 개론서와 같고 그림이 추가된 방식도 아니다. 드물게 주 중에 완독 후 책장에 올려져 있는 책을 발견(?)하고 혼자 읽어 본다.


파리에 찾아온 할아버지에게 아이들이 고시를 직접 소개하면서 눈에 보이는 예술 작품들을 매개로 할아버지께 미술사 이야기를 듣는 재미난 방식이다나도 이런 수업 따라 다니고 싶다.

 

글자를 다 배우기전에도 아이들은 낙서와 같은 그림 그리기를 먼저 시작한다인류 역시 마찬가지였다문자 이전에 그리고 조각했던 인류의 예술품들로부터 우리가 들을 수 있는 이야기는 무엇무엇일까


미술이나 예술이란 말이 작품들보다 훨씬 더 나중에 생겼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언어에 담은 미술과 예술에 대한 우리의 개념과 인식은 무엇인가 싶다. 하물며 미의 기준이란 것도 시대별로 다 달랐지 않은가.

 

부족한 이해와 생각을 차치하고 그래픽으로 만나는 내용들과 사진들은 여전히 여러 다른 의미로 아름답고 귀하다. 아주 오래전이지만 규모가 작아 재밌는 작은 전시회와 같은 선사시대도 좋고고대중세그리고 한꺼번에 꽃들이 개화하듯 폭발하는 예술들의 축제와 같은 르네상스 시대도 멋지다저자가 전달하고 싶은 지식 정보들이 적지 않아 그래픽노블이지만 글밥이 적지 않다.



 

인간이 지구상에 모습을 드러낸 시기 300만 년 전

최초로 도구를 만들어 썼던 약 200만 년 전

최초의 예술형태 남아프리카 동굴 황토막대 7만 5000년 전쯤

그림이나 조각상은 4만 년 정도

네안데르탈인과 호모 사피엔스는 정교한 물체 보석뼈로 만든 피리(움악 연주)

호모 사피엔스 작은 인물상 만듦(휴대예술)

- 3만 5000년엣 4만 년 사이 독일 남부 홀레 펠스의 비너스상(길이 6cm)

 

기회가 있을 때마다 미술/예술 관련 서적을 읽지만 늘 아는 바가 적고 기억력이 나쁜 것인가 모르는 것들은 넘치게 많다아이들과 함께 읽고 배우고 싶은 책인데 어른으로서 여유는 전혀 느끼지 못하고 집중해서 배우고 싶었다.

 

용어 설명을 보니 막상 설명하지 못할 용어들이 왜 이리 많은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공식의 아름다움 - 원자폭탄에서 비트코인까지 세상을 바꾼 절대 공식
양자학파 지음, 김지혜 옮김, 강미경 감수 / 미디어숲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448쪽이라는 얇지 않은 책의 내용을 다 이해할 수는 없지만 공감하는 부분들은 재밌게 읽었습니다. 수학이야기를 하면 미움을 받는 수순이지만 그래도 해봅니다.

 

수학은 과학인가요? 저는 수학이 언어라고 알고 있습니다. 수학자들만의 언어이니 범주가 다른 것 아니냐고 하실지 모르겠지만, 수학은 가장 보편적인 언어입니다. 다른 언어들은 언어 사용자들에 한정되지만 수학은 문명 전체의 언어니까요.

 

350만 년 전 아프리카에서 두 발로 일어서서 세상을 본 영장류의 후손들이 어떻게 우주선을 만들어서 태양계 밖까지 나가 보았을까요. 스스로 사고할 수 있는 인공지능을 어떻게 만들었을까요. 현상만으로도 믿기 힘든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이런 현대문명의 모든 것은 수학 공식으로부터 만들어진 것들입니다.

 

- 1854년 이전 유럽 수학자들: 데카르트, 라그랑주, 뉴턴, 베이즈, 라플라스,코시, 푸리에, 갈루아, 푸앵카레 등등

- 1935년 까지 독일 수학자들: 가우스, 리만 등

- 1935년 이후 미국 이주 수학자들: 괴델, 아인슈타인, 드베이어, 폰 노이만, 페르미, 폰 카르만, 헤르만 바일 등

 

인간은 잠시 우주에 머무르다 떠나고 육체는 먼지가 되어 바람에 날아가 흔적조차 없이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공식은 그 어떤 흔들림에도 아랑곳없이 뿌리를 단단히 내려 불명의 존재로 우주에 영원히 남게 될 것이다.”

 

그러니 수학은 이름에 오해의 소지가 다분하지만 숫자 계산만이 아닙니다. 그건 연산, 산수라고 하지요. 그리고 물리학을 비롯한 많은 과학의 언어이자 툴 - 도구 - 가 되어줍니다.

 

공식보다 만물의 아름다움을 더 잘 묘사할 수 있는 것은 없다. 공식은 이성과 아름다움의 교차이며, 지극히 간결한 몇 개의 기호들로 자연 만들의 숨은 법칙을 설명한다.”

 

이 책에서는 수많은 공식들 중 23개를 소개하고 관련 이야기도 함께 들려줍니다. 스마트 폰을 사용하는 이들이 양자역학을 이해하는 건 아니고 그럴 필요도 없지만, 어쨌든 수학으로만 표현되고 설명되는 - 그래서 인간으로서 도저히 이해하기가 어려운 - 양자역학이 기술에 사용됩니다.

 

참 신기한 일이지요. 중력의 근원을 아무도 모르지만 원리를 알아내서 필요할 때 물체의 운동을 계산하고, 아무도 이해 못하는 이론으로 제품을 만들고. 관련 내용이 꽤 재미있습니다. 기준이 제 전공 텍스트라서 그에 비해 재미있다는 말은 별 의미가 없을까요?

 

예전엔 참 못마땅(?)했던 양자역학 공식 발견과 이론의 증명도 시험과 관계없는 입장이 되니 마음 편히 즐기며 읽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인슈타인의 거센 공격 - 비난에 가까운 -을 받고 죽기 직전까지 자신의 공식을 점검하던 닐스 보어Niels Henrik David Bohr에 대해서도 이제는 애틋한 기분이 듭니다.

 

제 친구는 첫 장부터 무슨 말인지 모르겠고 1장이 끝나도 이해를 못하겠다, 라고 했지만, 분명 아는 공식들도 꽤 만날 수 있습니다. 수학 역사서처럼 즐겁게(?) 읽으시면 좋겠습니다. 비트코인 투자하신 분들은 이 기회에 페르마의 정리와의 연관성을 알게 되면 재밌지 않으실까요?

 


그리고 도박을 하시려는 분들은 어째서 그만두셔야 하는지도 아주 정확하게 분명하게 잘 설명되어있습니다. 유익하고 유용한 내용입니다. 읽다 보니 수학공식들 중 아주 실용적인 공식들을 담은 책이네요.

 

제가 가장 경애하는 - 이해한다고는 안했습니다. - 공식을 소개합니다.


 

오일러 공식은 마치 한 줄의 아주 완벽하고 간결한 시와 같다.

수학자들은 그의 공식을 신이 창조한 공식,

우리는 그것을 보고만 있을 뿐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다라고 평할 정도다. (...)

수학의 왕자 가우스조차 오일러를 좋아할 수 없는 사람은

평생 일류 수학자가 될 수 없다라고 단언했다.”

 

마지막으로 아주 오래 전 졸업논문에서 가장 중요했던 공식을 소개하며 마칩니다. 혹시 아직 읽고 계신다면 깊이 감사드립니다.

 


"과연 생명체는 엔트로피 증가를 견딜 수 있을까? (...)

<생명이란 무엇인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니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해설서
정동호 지음 / 책세상 / 2021년 9월
평점 :
일시품절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Also spraxh Zarathustra>는 이 책을 완독하는 것을 마지막 만남으로 삼겠다는 생각을 했다독일어 원전을 읽고 이해할 수 없는 독자로서 최고이자 최선의 책이라고 믿는다. 10년에 걸쳐 니체철학의 국제적 정본을 한글로 번역 출간한 출판사의 친절한 해설서이다.

 

책의 구성은 철학과 역사로 나뉜다차라투스트라의 행적에 대한 소개를 처음이라 무척 흥미롭게 읽었다철학 파트는 해설서라도 결코 만만하지 않다당연한 말이지만상징과 비유패러디와 눈에 들어오지 않는 독특한 문체들은 여전하니까.

 

어쩌면 니체는 모든 사람을 위한그러면서도 그 어느 누구를 위한 것도 아닌 책이란 부제에 정직한 경고를 해두었다 할 수 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읽고 싶은 자의 노력만이 남았을 뿐.

 

초인이란 번역어를 사용하지 않아 좋았다뜻이 오독/오용되어 아주 이상한 이미지가 칠해져 있기 때문이다. ‘위버맨쉬Übermensch’라는 원어를 니체 철학 속에서 다시 배우고 정리하는 일은 중요하고 의미가 있다.

 

인간에게 자기 부인은 죽음을 의미한다이는 신이 존재하려면 인간이 죽어 인간이기를 거부해야 한다는 것이 아닌가그러나 누가 뭐라 하든 신은 죽었고 그와 함께 신을 신앙해온 인간도 모두 죽어 무덤에 들지 않았는가.”

 

애초에 신은 죽었다란 말이 왜 그리 많은 관심을 끌었는지 후대의 인간으로 문화과 종교의 영향력이 달라 잘 이해하지 못했다그래서 굳이 유명한 내용을 찾아 전모를 밝혀 보리란 의지 없이 읽다 보니 책의 말미(453)에 가서야 이 구절을 만난다.

 

잘 모르던 20대에도 지금도 어째서 니체가 가장 급진적이고 반사회적 철학자로 꼽히는지는 완전히 공감할 수 없지만 무척 매력적인 철학이라는 점은 동의한다일단 권위 당시에 강조되던 온갖 기존의 미덕들사회적 규칙들에 대한 복종 에 거부반응을 보이는 이의 말은 편하고 좋다.

 

거부와 부정이 없이 발전도 새로움도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자신을 제대로 알기도 전에 마구 주입되는 타인의 가치들이 공동체의 잠시 평화와 안정을 위해 기능할 수 있었을지는 몰라도 유효기간이 긴 처방법은 아니다부디 당시의 역사 사회적 상황을 현재와 비교해서 지금 보니 이런저런 헛소리들한계투성이라는 너무 쉬운 판단은 천천히 하자.

 

신은 죽었으니 막 살아보자는 허무주의도 아니고위버맨쉬Übermensch가 강자가 되어 약자를 모욕하자는 것도 아니며힘에의 의지가 파시스트에 대한 동조도 아니다 내게는 그런 이야기로 들리지 않는다


'자기극복'을 못 해서 하루 종일 위통에 시달리며 산 오늘, 니체의 자기극복을 다시 천천히 읽으며 기록을 남긴다. 처음도 아니고 모르는 바도 아니고 어째서 유사한 스트레스에도 다시 휘둘리는 것일까. 헤세의 <데미안>도 문득 떠오르는 구절들.



니체는 우주가 운용되는 운동의 역학을 통해 이전에 신의 섭리라고 하던 주장들의 종말을 고했을 뿐이다이제 인간으로서 뭐가 되었든 외부의 간섭에 휘둘리지 말고 억눌리지도 말고 스스로의 잠재력을 찾아서 잘 살아보자고 격려한 철학자로 읽힌다.

 

이런 이야기를 왜 이런 형식으로 썼냐고 물으면 나는 할 말이 없지만 그 역시 니체가 살았던 시대를 역사적으로 살피고 이해하는 일이 선행되어야하지 않을까.

 

원작을 읽을 자신이 없어 해설서를 읽은 독자로서 강력한 의견 제시도 민망하긴 하지만정동호 교수의 오랜 연구의 집약체인 이 책은 존중받아 마땅한 귀한 자료이자 가이드 책이다.

 

간혹 참을 수 없을 정도의 오독들이 판치는데 부디 태생과 전파가 괴이한 것들이 사라지도록 이 책의 설명이 설득력을 더 가지길 바란다.

 

친절한 해설서가 있다는 안도감은 크다다시 읽어도 좋은 주제들과 나중에 또 다시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적어도 다 포기하고 싶고 다시 읽어봐야 모를 것이란 절망은 사라졌다.

 

이제 가이드가 생겼으니 언젠가 나도 용감하게 원작의 숲으로 들어서게 될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버드 지혜 수업 - 78가지 사례로 배우는 행복과 성공을 위한 연금술
무천강 지음, 정은지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수업을 듣는 일에 충분히 지친 독자라면 제목 때문에 이 책을 펼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을지 모른다더구나 지혜를 책에서 배울 수 있는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이 책의 화자는 78명이고 78개의 이야기가 담겼다이론이나 강독의 내용이 아니라화자 각자의 삶의 이야기가 먼저 전개되고다른 이론가가 아니라 해당 삶의 당사자가 그래서’ 이런 통찰을 해보았다고 전해 주는 이야기이다.

 

독자의 고통에 공감하려는 자세가 있는 파토스pathos - 화자들의 말은 별 기대가 없던 독자도 한 번 들어보자는 기분이 들게 한다그리고 이 책의 더 큰 장점은 에토스ethos, 말하려는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왔는가를 밝혀서 그들이 누구인가를 알게 하는 것이다.

 

일례를 들면 빈민가 출생마약 중독지독한 가난교육 기회의 부재구걸부모의 병사... 이런 조건에서 살았던 이가 하버드에서 원하는 만큼의 공부를 마치고 다른 많은 사람들을 돕게 되는 삶이다


성취를 이룬 이가 자신이 경험한 삶을 지우지 않고 여전히 유사한 환경에 처한 이들을 기억하는 일은 무척 대단한 일이지만 따라하기는 요원하기도 하다. 흉내 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으로도 충분한 것인지.

 

화자에 따라 삶의 내용이 얼마나 복잡하고 힘겨웠든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단순하고 쉬운 경우도 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체의 삶의 이야기를 먼저 접한 전사로 인해 아무리 간단한 메시지라도 설득의 힘을 갖게 된다.

 

물론 동서양 문화 차이는 여전히 존재하고지리적 요건이 아니더라도 각자의 가정과 인간관계에서 쉽게 따라할 수 없는 제안들도 있다문득 궁금한데현재 아이들을 양육하는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직장에서 일어난 일을 이야기하나요식사할 때 토론하는 분위기를 즐기기도 하나요.

 

행복의 비법을 알려 주려는 책이 아니라 삶의 고비에 마음이 확 꺾일 때불안하고 막막할 때 말을 거는 분위기이다그런데 등장인물들의 삶이 너무나 극적이라... 아무리 독자들도 자신의 삶의 무게가 가장 무겁다고 느낀다해도 힘들다 편하게 말할 분위기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사와 연구를 오래 하고 실제 사례들을 모아 정리한 내용을 나는 재밌게 읽었다유명한 이들도 있고 평범한 이들도 있다독자에게 어떤 울림을 줄 것인가 역시 각자의 몫일 것이다분량도 사연도 다양하고 남들 어떻게 살았나하는 이야기는 잘 읽히는 편이다.

 

지금 내게 필요한 것: ‘감정 조절이 삶의 평화를 부른다.’ 평화까지는 아니더라도 감정 조절!


이대로 계속 늙어가면 괴팍하고 강퍅한 인간이 될 길 밖에...

 

이 책의 키워드는 하버드대학교라 할 수 있는데 저자는 하버드 출신이 아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재능의 불시착
박소연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의 책소개글을 몇 문장 읽고 걷잡을 수 없이 끌렸다설명이 필요 없는 공감을 만났을 때의 무방비한 마음 풀어짐이 느껴졌다모든 수식어에 동의한다. ‘맞말(맞는 말)의 대향연사회인 공감 100%! 직장 하이퍼리얼리즘 소설집’ 

 

모욕을 당해도 침착해야 하는 능력이 도대체 회사 어디에 필요한 걸까요?”

 

내가 만난 많은 그들이삶에 잡아먹히지 않고씩씩하게 살아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자신과 사랑하는 존재를 먹여 살리는 사람들은 특유의 에너지가 있다그 사랑스러운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나는 글을 써나갔다.”

 

나는 아주 일부분을 좋아하는 것뿐이면서 안 맞는 일도 가득 찬 일을 직업으로 골랐다그게 가장 큰 실수였다나에게 이 직업은 지하철에서 파는 델리만쥬 같았던 거다냄새를 맡으면 참을 수 없이 끌리지만 실제로 먹게 되면 예상과 다른간식일 때 만족스러운 음식을 삼시 세끼 먹게 되자 삶이 엉망이 되었다.”

 

나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나쁜 사람은 아니지만 무능한 사람에게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나쁜 의도는 없지만 내 생활을 엉망으로 만드는 무능함에 어떤 태도를 보여야 하는지 말이다.”

 

이동 중에도 읽을 수 있을 듯해 넣어 다녔는데 펼쳐 보니 30쪽이 들려 주는 세계가 통쾌하다. 스스로도 여러 번 말로도 글로도 표현했던 것들인데 누군가 다른 사람이 말끔하게 이해해준다는 사실을 알게 되니 체증은 아니고 있는 줄로 몰랐던 명치 어딘가의 응어리가 사르르 풀어지는 기분이 든다.

 

공감하는 사람들은 더 많을 것이고 세세한 문제들을 해결해주지 않아도 대화를 나누는 것만으로 일단 숨 쉬는 게 좀 편안해 지는 일도 가능할 것이니우리는 혼자 괴로워하는 대신 멈추지 말고 읽고 쓰고 대화해야 한다는 생각이 간절해진다.

 

얇아서 아쉽고 귀한 가제본에 실린 [막내가 사라졌다]는 분량과 상관없는 위력적인 작품이다직장에서 막내라고 불리는 처지를 미리 짐작 못할 바가 아니고 그 따위 호칭을 사용하는 막내의 직장 상사들이 벌써 별로였다. 가족이나 위계가 붙은 호칭을 좋아하는 이들과는 함께 일하고 싶지 않다.

 

그 막내가 사라지면서 남긴 문자는 아주 바람직한 대가이자 처벌이자 복수이다정당하지 아니한가!

 

저는 오늘부로 퇴사합니다필요한 서류는 대리인이 참석해서 처리할 예정입니다.”

 

성추행 가해자 본부장인신공격하던 대리사적인 잡일을 시키던 팀장법률 대리인을 잘 맞이하길!

 

내일까지 두려움에 떨 사람들이 많아 보이네요그러게 회사 다닐 때나 상사고 선배지그만두면 아무 관계도 아닐 사람들끼리 진즉 기본 매너는 지키고 살면 좀 좋아요지금 여기에 다니고 있으니까 껌뻑 죽는 척 해주는 거지나가면 알게 뭐예요말도 제대로 안 섞어줄 동네 아저씨고 모르는 아줌마지.”

 

뭔가 다들 오해하는 것 같은데 퇴사는 대단한 각서를 쓰고 허락을 받아야 나갈 수 있는 게 아니라 적법한 시간과 절차에 맞춰 의사를 표현하면 성립되는 겁니다.”

 

직장이라고해서 인간관계가 마냥 얄팍하고 표리부동할 필요는 없다그런데 이 직장 내 인물 군상들은 아주 난망하다물론 현실은 더 가혹하고 처참한 경우도 부지기수다그러니 이상적인 직장 얘기를 더해보려는 노력은 하지 않겠다대신 상상 속에서 막내 상사들의 따귀를 한 삼십 번쯤.

 

!현실에선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고 절대 그런 폭력은 안 쓸 겁니다!

 

30쪽의 거센 고발필독서가 확실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