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우리피데스의 <탄원하는 여인들>은 앞서 살펴보았던 아이스킬로스의 〈오레스테이아〉보다 공연 시기가 무려 40년이나 늦는데도 불구하고, 두 작품 모두 주제 면에서 비슷한 구조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 드러난다.
첫째, 두 비극 모두에서 아르고스는 아테네로부터 큰 은혜를 입은 나라로 그려진다. 오레스테스는 아테네에 와서 죄 씻음을 받을 수 있었으며, 아르고스 일곱 장군의 주검은 아테네인들에 의해 합당한 장례의식에 따라 무사히 매장될 수 있었다. 따라서 아르고스는 아테네를 도와주어야 하며, 절대로 아테네를 침입하거나 적대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 강조되고 있다. 〈오레스테이아〉에서 아르고스 왕자 오레스테스가 아테네에 한 맹세나, 탄원하는 여인들>에서 아르고스 왕 아드라스토스가 한 맹세는 거의 동일하다.
둘째, 아테네는 ‘정의로운 시민들의 국가’라는 것이다. 두 비극 모두에서 아테네는 민주정적 의사결정 방식을 가진 나라로 부각되고 있다. 오레스테스의 무죄 판결은 아테네의 배심원단에 의한 투표로 확정되었으며, 테세우스는 왕이지만 시민들의 동의를 얻은 다음에야 비로소 테바이와 싸우러 떠난다. 특히 참주정을 자랑하는 테바이 전령에게 테세우스는 아테네에는 참주가 없다고 자랑스럽게 선언하고 있다.(118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