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강물처럼 말해요 작은 곰자리 49
조던 스콧 지음, 시드니 스미스 그림, 김지은 옮김 / 책읽는곰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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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책은 말을 더듬었던 작가(조던 스콧)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학교에서 발표 시간에 말을 더듬어 속상해하던 소년이 아버지와 함께 강가에 가게 되고, 그곳에서 아버지는 우울해하는 소년에게 소년이 강물처럼 말하는 사람임을 알려준다는 내용이었다.





하나의 큰 줄기로 흘러가는 것처럼 보이는 강물도 자세히 보면 하나의 흐름으로만 흘러가지는 않는다. 어떤 곳에서는 잔잔히 흘러가다가, 어떤 곳에 이르면 갑자기 빨라지기도 하고, 또 어떤 곳에서는 바위에 부딪혀 부서지고 느려지기도 한다. 강물은 다양한 모습의 흐름이 합쳐져 하나의 큰 흐름으로 흘러가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강물뿐 아니라 산도, 하늘도, 바람도, 자연에 존재하는 것들은 다 같은 모습인 것 같다. 소년은 말을 더듬게 될 때마다 자신이 강물처럼 말하는 사람임을 떠올리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스스로의 모습을 긍정하게 된다.





소년의 아버지는 소년에게 강물처럼 말하는 것을 넘어서 강물처럼 살아가는 것을 알려주었던 것 같다. 이 책은 새로운 시도 앞에서나 서툰 일들 앞에서 힘들어하는 내 모습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기보다, 그것이 자연스러운 일임을 받아들이고 그러한 모습 또한 강물의 큰 흐름에 따라 나아가는 것임을 이해하는 태도를 알려주었다. 버벅거리고 실수하고 넘어지는 것도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의 일부이다. 내 삶이 어딘가로 흘러가다 변화를 맞이하는 곳에서, 특히 속도가 느려지고 무언가에 가로막히고 부딪혔다는 생각이 들 때, 나 역시 소년이 그랬듯이 강물과 같은 존재임을 떠올리게 될 것 같다.



좋은 그림책을 만나 즐겁고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다. 성인이 보기에도 참 좋은 그림책이었다. 마음이 지쳐 위로가 필요한 이에게 <나는 강물처럼 말해요>를 추천하고 싶다. 이 책을 통해 어지러운 마음을 가다듬고 앞으로 나아갈 새로운 힘을 얻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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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유리코는 혼자가 되었다
기도 소타 지음, 부윤아 옮김 / 해냄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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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에서 소설은 한 여학생이 학교 옥상에 위태롭게 서 있는 장면을 보여준다. 발아래에서 허둥거리며 소리치는 학생들과 선생님들의 소리가 시끄럽게 들려오고, 여학생은 잠시 망설이다 허공에 몸을 날린다. 곧이어 극심한 통증을 느끼며 의식이 희미해져갔고, 주변에서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겨우 ······ 내 이름은, 유리코라고.’ 라는 대답을 내뱉으며 장면은 끝이 난다.



고베시의 명문 사립고 유리가하라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유리코는 학교 선배로부터 이상한 전설을 듣게 된다. 이 학교에는 특권 신분의유리코 님이 한 명 있는데, 학교 재학생이라면 모두 유리코 님에게 복종하고 섬기게 된다는 것이었다. 유리코 님은 유리코라는 이름을 가진 여학생들만이 후보가 되며, 전교에서 딱 한 명 유리코 님만을 남기고는 나머지는 모두 퇴학이나 전학, 불의의 사고 등으로 학교를 떠나게 된다고 했다.



소설의 첫 장면에서 죽어간 유리코는 누구였을까. 그리고 의도치 않게 유리코 님이 되기 위한 경쟁에 휘말리게 된 주인공 유리코의 운명은 어떻게 되었을까. 소설은 다소 황당한 설정을 보여주며 시작되었지만 흥미롭게 전개되어 계속 페이지를 넘기도록 만들었다. 앞부분은 그런대로 빠져들어 읽어 나갔지만, 뒤로 가면서는 조금씩 힘이 빠졌다. 특히 중후반부에 트릭을 풀이하는 장면이 길고 지루하게 느껴졌다. ‘18회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대상 작품이라고 해서 기대가 너무 컸던 것이 소설을 읽는데 방해가 되었던 것 같다.



가벼운 미스터리 소설을 한 편 보고 싶은 이에게, 미스터리 학원물 찾는 이에게 <그리고, 유리코는 혼자가 되었다>는 그런대로 재밌게 읽힐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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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여행사 히라이스
고호 지음 / 델피노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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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RAETH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곳으로 가고 싶은 마음을 뜻하는 웨일스어’(본문 발췌)라고 한다. 사실.. 난 이 책의 제목을 오랫동안 하이라이스로 알고 있었다. 그래서 하이라이스를 파는 식당에서 음식을 먹으며 과거를 회상하는 이야기일 거라 멋대로 상상해왔었다. (작가님죄송합니다...) 그러다 얼마 전 블로그 이웃 쥬디님의 리뷰에서 이 책이 말 그대로 과거를 여행하도록 도와주는 과거 여행사 이야기라는 걸 알게 되었고, 시간 여행이라는 흥미로운 소재 때문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첫 페이지부터 소설은 히라이스 여행사에서 판매 중인 관광상품을 소개했다. 거기에는유년 시절’, ‘부모님과 보내는 시간’, ‘신혼 시절등 자신의 과거를 여행하는 상품도 있고, ‘햄릿의 초연이나칭기즈칸 즉위식’, ‘비틀스 데뷔 무대같은 역사적인 순간이나 유명인을 볼 수 있는 과거 여행도 있었다. 이런 여행이 정말 가능하다면 나는언제가 가장 그리울까 생각해 보았다. 학교를 마치고 집에 돌아가 먹었던 따뜻한 저녁밥, 아무 걱정 없이 놀 거리만 생각하던 어린 시절, 너무나 귀여웠던 아이의 아기 시절도 떠올랐다. 마음속에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던 순간들은 모두 그리웠고 다시 한번 만나보고 싶은 순간들이었다. 소설 속 설정처럼 좋아하는 작가, 화가, 가수의 초연이나 전성기 때의 공연을 보고 싶기도 하다. 상상만으로도 정말 즐겁고 설레는 여행이다.


그렇다면 소설 속 과거 여행은 어떤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어떤 시간대로 떠나게 될까 궁금했다. 즐거운 기억의 시간으로 되돌아가 그 순간의 기쁨을 다시 느끼고 돌아올까, 아니면 후회되던 과거로 되돌아가 잘못되었다고 느꼈던 것들을 바로잡으려고 할까. 왠지 후자여야 소설이 재미있어질 것 같긴 한데. 흥미로운 소재의 소설은 어떤 스토리를 들려줄는지. 마치 여행을 앞두고 설레는 기분처럼 나는 소설이 본격적인 이야기를 꺼내기도 전부터 매우 기대에 차 있었다.



소설은 각 장마다 제각각의 이유로 히라이스 여행사를 찾아온 사람들의 삶을 들려주었다. 소설은 각 고객들의 이야기를 하나씩 따로 들려주지만, 중간중간 다른 고객의 에피소드에 나왔던 이야기들이 섞여 나오기도 했다. 이는 단편처럼 느껴질 수 있던 소설의 이야기들을 하나의 큰 줄기로 엮이게 만들었고, 소설의 재미를 더 높여주는 장치도 되어 주었다.


소설 속에는 부모의 결혼을 방해하려는 딸, 시한부 소녀의 타이타닉 여행기, 어릴 적 고아원에서 헤어진 여동생을 찾으려는 오빠 등 재미있는 이야기로 가득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요양 보호사와 함께 여행을 떠나는 할머니의 이야기였다. 여행사의 가장 비싼 프리미엄 상품을 구매한 할머니는 자신이 살아오면서 마음에 응어리로 남았던 시간들로 돌아가 보고 싶은 이를 보기도 하고, 숨겨진 진실을 알게 되기도 하고, 미처 표현 못 했던 고마움을 표하고 오기도 한다. 타인의 살아온 이야기를 듣고 나면 우리는 그를 전보다 더 잘 이해하게 된다. 때로는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습조차도 말이다. 요양 보호사의 눈에는 그저 까다롭고 비위생적이었던 이태백 할머니도 한때는 누군가의 귀한 자식이기도, 누군가의 첫사랑이기도 했었다. 이 부분을 읽으며 나는 젊음과 나이 듦에 대해, 후회에 대해 생각해 보기도 했고, 지나온 과거 속에 내가 모른 채로 지나간 누군가의 호의는 없었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여러 생각들을 떠오르게 만든 에피소드라 이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나의 경우 당시엔 나쁜 일이라 여겼던 것들이 현재에 와선 도움이 되었던 일들도 있었고, 그 반대의 경우도 있었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그 모든 것들은 지금의 나를 만들었고, 지금 나의 경험은 미래의 나를 만들고 있다. 이 소설을 읽고 나니 과거만을 바라보며 지금을 허비하는 일은 미래에 후회할 순간을 하나 더 만들어내는 일 일뿐, 지금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하는 태도가 가장 중요하단 걸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소설 속 과거 여행을 떠났던 여행자들은 그곳에서 무엇을 얻고 돌아왔을까. 소설의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고 나니 그들의 뒷이야기가 궁금해졌다.



흥미로운 소재를 기대 이상으로 재미있게 풀어낸 소설이었다. 완벽하게 착착 맞아떨어지는 소설은 아니지만 재미만을 놓고 보자면 매우 괜찮은 소설이다. 과거로의 시간 여행이라는 소재에 흥미를 느낀다면, 재미있게 술술 읽히는 소설을 찾는다면 이 책 <과거여행사 히라이스>는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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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 박완서 작가 10주기 에세이 결정판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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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고 박완서 작가의 10주기를 기념하여, 그녀가 남긴 글들 중 베스트만 추려 펴낸 것이다.여기에는 그녀의 에세이 35편이 실려있다.



책 속에 실린 박완서 작가의 글은 솔직하고, 재미있고, 따뜻했다. 그녀의 표현력은 항상 놀랍다. 별거 없는 일상을 이야기할 때조차 그녀의 글은 살아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작가는 많은 이들이 그저 흘려보낸 생각과 감정을 사라지지 않게 부여잡고 캐어내는 사람 같았다. 감추고 싶었던 부끄러운 마음도 그녀는 솔직하게 꺼내 보인다. 그래서 그녀의 글이 좋다. 그녀의 글을 읽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어떤 때는 할머니가 들려주시는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 같다가도, 또 어떤 때에는 세대를 넘어 그저 같은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의 이야기로 들리기도 했다. 그것은 이전 세대의 삶이나 지금 세대의 삶이나 많이 바뀐 듯 보여도 포장을 벗겨낸 알맹이는 여전히 비슷하기 때문인 것 같다. 그래서 그녀의 말은 시대를 초월해 지금의 나에게 닿았는지도 모른다.



공중전화 에피소드 같은 과거를 추억할 만한 소재들이 심어져 있는 것도 이 책을 읽는 재미 중의 하나였다. 좋은 글들로 가득했지만, 그중에서도 그녀가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쓴 부분들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작가의 할머니, 어머니, 그리고 손주에 대한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이 책을 읽고 있으니 좋은 것, 바른 것으로 마음이 차올랐다. 누구에게나 추천할 만한 책을 꼽으라면 이 책을 고르고 싶다.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는 쉽게 읽히고 재미있지만 무게감 있게 여운을 남긴다. 날이 선선해질수록 이 책은 온기를 더욱 따스히 뿜어낼 것만 같다. 그래서 겨울이 오면 이불 속에서 귤을 까먹으며 이 책을 천천히 다시 한번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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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인문학 강사 윤지원과 함께 하는 영화가 나를 위로하는 시간
윤지원 지음 / 성안당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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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는 영화 인문학 강사로, 영화를 통해 삶을 새롭게 바라볼 기회를 만들고 그로 인해 자신을 알아가도록 이끄는 강연을 한다고 한다. 이 책 역시 저자가 하는 일과 같은 방향에서 쓰인 책이었다. 저자는 영화의 스토리를 소개하고 영화 속 주인공의 생각과 마음을 이해해 보도록 만든 다음 그것들을 나에게 적용시켜 보도록 이끌어 준다. 덕분에 읽는 이는 영화의 스토리를 즐기고 그 내용을 이해하려 노력하는 동안 몰랐던 나를 만나게 되기도 하고, 품고 있었던 고민에 대한 답을 찾게 되기도 한다.



여기에는 <모아나>, <미드나잇 인 파리>,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인생은 아름다워> 등 총 17편의 영화 이야기가 실려 있다. 이 중에는 내가 좋아하는 영화들이 꽤 있어서 더욱 반가운 마음으로 읽게 되었다.




머물러 있는 것 같아서 괴로운 마음이 든다는 건 어제보다 오늘 더 앞으로 나아가려는 마음이 있다는 증거라는 것을. 흐르는 강물에서 멈춰 있을 수는 없다. 나아가거나 후퇴하거나 둘 중 하나일 뿐. 그러니 내가 지금 멈춰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면 거센 물결을 거슬러 올라가는 중임을 알아차리자. 나아가는 사람이 만나는 모든 경험은 유의미하다. 성공이든 실패든 거기에 배움이 있을 테니까. (p. 153, 『리틀 포레스트 : 인생의 계절을 대하는 지혜』 중에서)




어떤 순간에도 인생이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은 세상이 핑크빛이라고 느끼는 낙천적인 긍정 때문이 아니다. 인생이 아름다운 건 오히려 삶은 늘 비극임을 인식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있는 힘껏 행복하려는 의지와 모든 것을 뛰어넘는 사랑 덕분이다.  ( ··· 중략 ··· ) 죽음 앞에서도 의연하게 웃을 수 있었던 귀도는 강한 사람이다. 귀도의 인생은 아름다웠다. 우리의 인생도 그러하기를 바란다. (p. 229, 『인생은 아름다워 : 아름다운 인생은 무엇인가』 중에서)




때론 어떤 문제 앞에서 가까운 이의 위로도 소용없을 때가 있다. 그러다 머리를 식힐 겸 생각을 멈출 겸 보기 시작한 영화나 책에서 어디에서도 찾지 못한 뜻밖의 위로 또는 답을 얻게 되기도 한다. 그럴 때 나에게 필요한 말들은 사실 내 안에 오래전부터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깊숙이 숨어 있어 몰랐지만 영화를 (또는 책을) 매개로 그것을 꺼낼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책은 영화와 관련된 질문들을 통해 내 마음 깊은 곳에 있었던 생각을 끄집어 내어준다.


영화를 스토리와 볼거리 위주로 즐기는 것도 나름의 의미는 있지만, 조금 더 나아가 깊이 있는 사고까지 이어질 수 있다면 영화를 즐기는 새로운 재미를 얻게 될 것이다. 작품을 보고 자신만의 시각과 해석을 가질 수 있는 사람에게는 이 책이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막 영화를 깊이 있게 바라보길 시작한 사람이라면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마음이 지쳐 위로가 필요한 사람, 영화를 통해 나를 더 자세히 알아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 <영화가 나를 위로하는 시간>을 읽어보는 것도 괜찮은 경험이 될 것이다.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만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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