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생전 떠나는 지옥 관광 - 고전문학, 회화, 신화로 만나는 리얼 지옥 가이드
김태권 지음 / 한겨레출판 / 2021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원래 하지 말라는 행동이 더하고 싶고, 금기시되고 무서운 것에 더 관심이 가는 법인 가보다. 생각하고 싶지도, 절대 가고 싶지 않은 지옥이지만 또 궁금하기도 한마음은 어쩔 수 없는걸 보면 말이다. 세상에 이렇게 많은 지옥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예술작품 속에 등장하는 지옥에 대한 이야기만 모았음에도 책 한 권이 되었다니...

지옥은 두렵고 가고 싶지 않은 곳이지만, 책 속에서 만난 지옥은 꽤나 흥미로웠다. (지옥 자체라기보다는 지옥 관광으로 만들어준 작가의 필력을 칭찬하고 싶다.) 나 역시 종교를 가진 사람이고, 꼬꼬마 시절부터 지옥에 관한 이미지를 쌓아오고 있던 사람 중 하나기에 지옥은 두렵고 절대 가고 싶지 않다. 내가 비옥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불타오르는 뜨거운 이미지다. 한 번도 지옥이 왜 뜨거운지에 대해서는 고민해 본 적도 없고, 의심해본 적은 더더욱 없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왜 지옥이 뜨거운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뜨거운 지옥은 성경에 언급되는데, 성경의 배경이 되는 지역이 워낙 무척 더운 지방이었다는 사실을 이야기한다. 물론 어떤 근거도 없고, 저자의 뇌피셜 적 언급이라고 하지만, 나 역시 저자의 뇌피셜에 한 표를 던져본다.

지옥 모음집이라 할 수 있는 책 속에는 참 여러 모습의 지옥이 등장한다. 회화 속 지옥뿐 아니라 고전문학이나 신화 속 지옥의 모습, 종교의 경전에서 이야기하는 지옥에 대한 이야기도 등장한다. 그뿐만 아니라 피부로 느껴지는 현재 우리의 지옥 또한 이야기한다. 아마도 두 번째 장이 제일 공감이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헬 조선이라고 일컫는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의 이야기 또한 지옥 편에 등장하기 때문에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지옥 관광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씁쓸하기도 하다.

무섭고 두렵고 피부에 와닿는 지옥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는 이 책은 생각보다 무겁지만은 않다. 서두에서 아저씨의 발랄한 문체로 지옥을 소개하겠다는 저자의 약속(?)은 잘 지켜진 것 같다. 요즘 날씨처럼 답답하고 꿉꿉할 것 같은 지옥을 이토록 흥미롭게 만들어줬으니 말이다. 더운 여름에 이 책이 등장한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다. 지옥 하면 간담이 서늘하지만, 또 마냥 공포스럽지만은 않으니 공포물에 길들여진 독자라면 가볍게 읽어도 좋을 것 같다. 또 다른 휴가가 될 듯하니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시시리바의 집 히가 자매 시리즈
사와무라 이치 지음, 이선희 옮김 / arte(아르테) / 202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역시 여름은 스릴러나 호러소설 같은 공포적 요소를 가진 작품이 대세인 것 같다. 단연, 공포나 호러는 일본 소설을 빼놓을 없다. 문제는 일본소설의 경우 이름이 어렵고 낯설어서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름을 적을 필요가 있다는 것.

소장하고 있지만, 아직 읽기 전인 "보기 왕이 온다"의 작가 사와무라 이치의 신작이자, 보기 왕이 온다 와 이어지는 히가 자매 시리즈의 3탄을 먼저 만나게 되었다. 전 자기들을 안 읽어서 잘 모르겠지만, 왠지 이 책이 히가 자매 시리즈의 시작(begin) 같은 느낌이 들었다. 보통 영화 같은 경우도 순서대로 보다 전성기 때의 모습이 먼저 나오고, 후에 시작점의 이야기가 등장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 책도 그런 느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책 속에는 기묘하게 두 시대가 등장하는 것 같다. 과거와 현재. 물론 시시리바의 집이라고 일컬어지는 그곳은 과거와 현재에 공존한다. 프롤로그에 등장하는 유령 저택은 과거 이야기다. 히가 고토코의 과거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연약하고 가난한 소녀였던 히가와 이가라시 데스야는 친구인 하시구치 다쿠토의 집에 초대받는다. 멋진 외관의 집으로 들어가니 내부도 깨끗하고 멋지다. 하시구치의 방에서 한참 유행하던 게임을 하고 있던 중 귀에 거슬리는 이상한 소리와 모습을 보게 된다. 다행이라면 히가와 이가라시 둘 다 그 소리와 모습을 봤다는 사실이다. 알고 보니 하시구치의 여동생인 아사미였고, 그 아이는 3살 때 사망했다는 사실이다. 이후 하시구치 가족은 야반도주를 하게 되고 집은 폐허 상태로 남겨진다.

시간이 흐른 후 남편 유다이를 따라 도쿄로 이사 오고 전업주부가 된 사사쿠라 가호는 백화점 쇼핑을 갔다가 우연히 동창인 히라이와 도시야키를 만나게 되고 집으로 초대를 받게 된다. 근데 집이 좀 이상하다. 집 곳곳에 모래가 쌓여있다. 발에 밟히는 기분도 너무 좋지 않고, 여기저기 모래가 보여서 왠지 찝찝하다. 근데, 도시야키의 아내 아즈사 역시 뭔가 이상하다. 뭔가 쫓기고 힘들어 보이는 인상이다. 아즈사와의 대화를 통해 집과 아즈사의 표정에 대한 찝찝함의 이유가 밝혀지는데...

프롤로그부터 시작해서 괴상한 소리들이 등장한다. 문제는 이 소리가 자꾸 신경이 거슬린다는 사실이다. 처음에는 멋모르고 읽기 시작했는데, 읽다 보니 음성지원이 된다고나 할까? 나도 모르게 책에 몰입되면서 책장을 넘길 때마다 마치 내가 이 유령 저택에 있는 듯한 착각이 들 때가 있다. 책을 덮고 나니 혹시 우리 집에는 모래가 쌓여있지 않나 나도 모르게 한 번씩 두리번거리게 된다. 남편의 야근 등으로 낯선 곳에 혼자 남겨진 가호는 시시리바의 집을 다녀온 후로 공포가 극대화된다. 혼자 있는 게 너무 두렵고 무서워서 집에 있을 수가 없다. 아이들 없이 나 혼자 집에 있었다면 나 또한 그녀 같은 공포를 느끼게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결국은 역주행을 해봐야겠다. 왜 작가에 대해 유명 작가들이 칭찬을 했는지 읽어보니 알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주원규 지음 / 한겨레출판 / 202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의 한 줄 한 줄을 읽어나가면서 끔찍하고 고통스러웠다. 작가가 십 년 넘게 길 위의 아이들을 만나며 알게 된 실제를 기반으로 쓰였기에 소설 속 이야기일 뿐이라고 생각하기에는 왠지 모를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그리고 책 속에 등장하는 지역은 내가 너무나 자주 지나치는 지역이어서 그런지 더 피부에 와닿았다.

지하철역 중에 가장 유명한 1.2호선 환승역인 신도림역. 역사도 새로 지었지만, 디큐브시티라는 복합건물이 들어서게 되면서 보기에 상당히 멋진 외관을 지녔다. 역과 이어지는 공원도, 쇼핑과 영화, 호텔이 한 건물에 있기에 원래도 복잡했던 신도림은 더욱더 복잡해졌다. 하지만 신도림역에서 한 블록만 가도 서울에 이런 집이 있을까 싶을 정도의 가건물들이 과거에 참 많았다. 지금은 새로 건축되긴 했지만 말이다. 작가가 이야기하는 지역이 내가 과거에 봤던 그곳을 말하는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반지하 쪽방촌들 말이다.

청소년기는 질풍노도의 시기라고들 한다. 내 가치에 대해, 내 주변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 생각할 것이 많아지는 그 시기에는 자의식의 성장과 더불어 또래집단과의 관계는 촘촘해지고 가족과의 관계는 한결 느슨해진다. 급기야 부모님과의 불화로 집을 떠나는 청소년들도 생각보다 많다. 문제는 아무런 재정적 기반이 없는 가출 청소년들은 선택의 여지가 많지 않다. 집으로 들어가던가, 돈을 벌기 위해 불법적인 일들을 하던가...

저자는 들어가는 말에서 누군가의 관심이 있는 청소년들은 결국을 제자리로 돌아가게 되지만, 그렇지 못한 청소년들은 가면 안 되는 길을 가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책 속 예지의 경우도 같지 않을까 싶다. 아버지로부터 지속적인 성폭행을 당하는 청소년 예지는 아버지의 폭행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집을 떠난다. 하지만 예지에게 키다리 아저씨 같은 사람은 없다. 그저 집을 나왔다는 사실로 이런 끔찍한 고통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이 참 가슴이 아팠다. 자신과 같은 가출 청소년들과 지내게 되는 예지. 비즈니스라는 명목으로 예지를 성폭행하고, 그걸 찍어서 올려 돈을 버는 사이판과 같은 무리들을 보면 얼마 전 사회문제를 야기했던 버닝 썬이 나 n 번 방 사건이랑 비슷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저자는 십 년 넘게 가출 청소년들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바탕으로 결국 이 소설을 썼다. 읽는 독자도 이렇게 고통스러운데, 실제 그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눈 저자는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추악한 진실을 알리기 위한 방편이었지만 말이다. 답답하지만 실제적인 가출 청소년들의 이야기. 사회가 주목해야 하고 반드시 해결해야 할 내용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뼈의 방 - 법의인류학자가 마주한 죽음 너머의 진실
리옌첸 지음, 정세경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죽음은 참 무섭지만, 그에 대한 진실은 참 궁금하다. 개인적으로 몇 년 전 할아버지가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는데, 뺑소니 형태였던지라 부검을 하게 되었다. 가족 한 명이 동행해야 해서, 아버지가 가족을 대표해서 국과수를 다녀오셨는데 사실 돌아가신 분을 부검한다는 것에 대한 죄스러움을 비롯하여 여러 가지 감정이 오고 갔다.

매체나 책을 통해 법의학자는 그래도 자주 접했지만, 법의인류학자라는 직업은 사실 상당히 낯설다. 법의학자와 법의인류학자 모두 사망원인을 밝히기 위한 직업이지만 둘의 차이라면 법의학자는 시신에서 사망원인을 찾고, 법의인류학자는 뼈에서 사망원인을 찾는다. 법의학자 하면 국과수를 떠올리게 된다. 즉, 사망한 지 얼마 안 된(부패가 진행되지 않은) 시신의 연조직 등을 통해 사망원인을 찾는다. 반면, 법의인류학자는 뼈에서 사망원인을 찾기 때문에 백골화된 시신은 물론 미라화된 시신도 만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법의인류학자는 한 나라에만 속해서 일하기보다는 분쟁지역이나, 다수의 유골이 발견된 곳에서 뼈를 바탕으로 누구의 시신이고 어떤 상황에 처했으며, 어떤 죽음을 맞이했는지 찾는 일을 하기도 한다. 책에는 저자가 겪었던 여러 가지 사연들이 소개된다. 미제 사건을 비롯하여 여러 실종자나 노동자들의 죽음을 밝히고 그들을 가족의 곁으로 보내주는 일을 하며 알게 된 이야기들이나 그 과정들을 설명하고 있는데, 처음 겪는 이야기들이어서 그런지 상당히 놀라웠다. 보통 영화를 통해 고고학자(고고학자도 법의인류학자의 한 분야다.)들이 미라를 발견하는 일을 하는 것을 보긴 했지만, 영화 속에서는 약간의 가십 정도로 다루고 넘어갔는데 실제로는 시신을 발견하고 뼈가 상하지 않게 주의하면서 다루고 사망 시기나 사망원인 등 뼈를 통해 알 수 있는 것들을 조사하고 연구하는 것까지 상당히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한 이미 백골이 된 시신을 만지는 것은 조심스러운 일이고, 부패가 진행된 시신의 경우 냄새를 포함해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다. 그럼에도 그들은 그런 위험과 어려움을 감수하며 죽음의 원인을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죽음을 통해 고인이 남긴 메시지를 발견하기 위해서 말이다.

인류라는 글자가 들어있어서 그런지, 그들은 한 사람의 마지막을 지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것 같다. 한 사람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그의 죽음을 이해하고 밝히기 위해, 방치하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뼈를 통해 죽은 이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고, 더 나아가 남은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주기도 하는 소중한 일을 하는 그들의 수고에 감사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느 날, 죽음이 만나자고 했다 - 죽기로 결심한 의사가 간절히 살리고 싶었던 순간들
정상훈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죽음은 참 두려운 존재이다. 그럼에도 겪어보지 못한 죽음에 대한 궁금증은 켜켜이 쌓인다. 원래 극단은 통한다는 말이 있듯이, 우울증으로 죽고 싶은 감정을 가지고 수많은 죽음 앞에 선 저자의 글을 통해 또 다른 삶의 기적을 맛보게 되었다.

워커홀릭인 저자는 갑작스러운 우울증에서 피폐한 삶을 지속해간다. 의사면서도 인정하고 싶지 않은 우울증의 실체 앞에서 저자는 하루하루를 무의미하게 보내다, 결국 죽음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된다. 너무나 사랑스러운 아들을 바라보면서도 우울감에 허덕이던 그때 저자는 결국 우울증을 인정하고 치료를 시작한다. 그렇게 다시 아들의 사랑스러운 미소를 보며 행복을 찾아가면서 좀 더 깊은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국경 없는 의사회의 문을 두드린다.

저자는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로 이 책을 시작한다. 꽤 오랜 시간 떨어져 지내고 다시금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 큰 아들을 바라보며 느꼈던 감정들과 훗날 그때의 아빠를 향한 불안함과 그리움의 감정들을 듣게 되고 느꼈던 감정이 교차하면서 이 책을 열어간다. 아들에 대한 편지가 앞뒤에 담겨있어서 그런지 이 책은 더 실제적이고, 더 가슴 깊이 다가왔던 것 같다.

저자는 국경 없는 의사회 소속으로 결핵으로 고통받는 서아시아의 아르메니아와 분쟁지역인 레바논 시리아 난민들을 치료하며 보고 겪었던 이야기들을 기록했다. 이 책을 읽을 시점에 코로나 4차 대유행의 위기로 1,200명이 넘는 확진자가 쏟아지고 있었다. 과거 우리나라 역시 결핵으로 엄청난 사람들이 죽었고, 현재도 결핵은 유효한 병이다. 실제로 겪어보지 못했지만, 어마어마한 위기의 상황과 아르메니아의 상황이 왠지 모르게 겹쳐지면서 저자의 경험이 더 피부에 와닿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물론 우리나라의 경우 극단적인 상황에 처해있진 않고, 의료의 혜택을 쉽게 누릴 수 있는 형편이지만 약과 의사의 부족으로 치료해야 할 사람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 속에서 그들은 얼마나 힘들게 치료를 이어갈까 하는 생각에 가슴이 아팠다. 그 선택으로 누군가는 죽고, 누군가는 살 수 있는 생의 아이러니함이 이 책에도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죽음을 수시로 경험하는 곳에서 종사하며 저자는 우울증에서 조금씩 벗어날 수 있었다. 죽음을 피부로 느꼈기에, 죽음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덕분에 나 또한 삶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시간을 갖게 된 것 같아서 감사하다. 이 책의 저자뿐 아니라 지금도 코로나19와 맞서며 한 사람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