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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도행 열차 ㅣ 미래아이문고 8
홍종의 지음, 이우창 그림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9년 3월
평점 :
[피하지 않고 현실을 대하는 선택, 오이도행 열차에 오르다]
누구나 결혼을 하고 누구나 아이를 낳으면 엄마, 아빠가 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현실은 그렇게 물흐르듯 쉽게만 흘러가는 것은 아니다. 현실 속에서 살다보면 예상치 못한 어려움을 만나고 때로는 그 어려움에 좌절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가정 속에서 누군가가 무너질 경우, 그 여파는 혼자가 아닌 가족 구성원 모두에게 전염되듯 강하게 전해진다.
오리도행 열차라는 제목을 보면서 두 가지 생각을 했다. 판타지 소설이던가 아니면 섬이라는 단어에서 연상되는 현실의 어려움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아주 현실적인 소설. 이 소설을 후자였다. 다애라는 5학년 소녀를 통해서 어려운 가정 형편에서도 자신을 잃지 않고 강하게 살아가려는 모습, 그런 가운데 친구들과의 갈등, 더 이상 자신을 속이지 않고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모습을 담은 성장소설이다. 아이들은 늘 아픔을 통해 한층 더 성장하는 느낌이다. 물론 생이 아픔만 가득한 것은 아니지만 성장통이라는 것을 거쳐야 성장하듯 아픔을 통해 더 성숙해 가는가 보다.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지하단칸 방에서 엄마,동생과 살아가는 다예. 자신에게는 공부밖에 없다는 생각으로 학원 하나 다니지 않고도 공부를 잘 해나가는 다예. 게다가 일하고 늦게 들어오는 엄마를 대신해서 유치원에 다니는 동생을 챙기고 밥도 하고 빨래도 하는 모습은 요즘 아이들에게서는 찾아보기 힘든 모습이다. 다예의 동생 역시 다섯살 아이답지 않게 눈치가 빠르고 착한 아이이다. 그렇지만 어른보다도 더 강하고 깊게 생각하는 아이들의 모습에 눈물샘이 자극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엄마보다 더 강하게 서 있던 다예가 친구들에게 더 이상 자신을 속이지 않고 자신의 현실을 보여주려고 하는 대목에서는 혹 왕따를 당하지는 않을까 가슴이 조마조마하다. 실제로 아이들 교실에서는 흔하게 벌어지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가는 또다른 아픔을 가진 새미를 보여준다. 남들에게 늘 당당하고 차갑기만 하던 새미는 사실, 부모님이 교통사고로 돌아가시고 작은 집에서 살고 있다. 다예만큼 자신의 현실을 밝히지 못하고 마음에 아픔을 갖고 있던 아이였다.
다예도 새미도 서로의 아픔을 마음 깊숙이 이해할 지도 모르지만 아직은 힘들다. 서로를 이해한다거나 다른 사람의 아픔까지 보듬어주기는 힘들다. 그냥 그렇게 현실적으로 "난 아파~힘들어~"라는 표현을 하는게 당연한 나이이다. 그렇지만 어린이날, 일 나간 엄마를 대신해서 동생의 손을 이끌고 혹시나 아빠를 다시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으로 오이도행 열차에 오른 다예는 삶에 굴하기보다는 그래도 현실을 마주 대하는 용기를 택한 아이이다. 그래서 이 남매의 오이도행 열차가 너무도 현실적인, 아픔을 담고 있지만 용기를 주는 선택이 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