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라아빌루 - 어부 나망이 사막 소녀 랄라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J.M.G. 르 클레지오 지음, 김화영 옮김, 조르주 르무안 그림 / 문학동네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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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성장의 경계에서]

 

늘 그랬었던 것 같다. 마치 자신이 비주류인양~~무슨 상을 탄 작품이라면 먼저 뒷편으로 미루어두는 습관..르 클레지오라는 작가도 너무나 유명한데다 노벨상을 탔다는 그것만으로도 선입견에 미루어두었던 작가이다.

그의 작품 중의 한 부분을 따 어린이를 위한 그림책을 만들었다고 했을 때도 솔직히 시대에 편승하는 한 부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반반이었다 .그러면서도 내가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표지에서 보여주는 독특한 인물의 표정때문이었다. 콧수염을 기르고 동양적인 눈매를 가지고 있는 한 사내가 손등에 한 마리의 새를 올려놓고 바라보고 있는 모습은 아름답기 보다는 아련한 바람과 그리움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랄라가 바닷가 노인에게 이야기를 듣는 이야기 형식의 액자식 구성으로 형성된 이 이야기는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이야기를 품고 있다. 품고? 내가 하고도 약간은 어색하지만 알맞은 말이라고 생각되는 단어다. 너무도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나를 바쳐도 아깝지가 않은 한 남자와 자신을 아끼는 사람이 있는지도 모르는 한 여인이 이 이야기의 축이 된다. 공주를 죽음의 그림자에서 구해내기 위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 아름다운 울음 소리를 내는 한 마리의 새가 되어 버린 남자. 그 남자의 이름이 바로 발라아빌루..공주가 죽은 후에 둘은 만날 수 있었다는 여운을 남기면서 끝나는 이야기...

발라아빌루의 이야기를 들은 바닷가 소녀인 마망은 모두가 돌아간 바닷가에서도 여운을 느끼면서 서성이고 있다. 그 의미는 무엇인지 ..바로 사랑과 성자의 경계에서 뭔가를 느껴가고 있는 한 사람을 비춰주는 것은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그을 읽는 아이들도 사랑과 성장의 경계에서 그렇게 서성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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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희 - 난초를 닮은 서화가 어린이미술관 2
안성희 지음 / 나무숲 / 200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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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씨 쓰듯 난초를 그리고 난초 그리듯 글씨를 쓰다]

 

추사 김정희에 대한 책은 정말 꾸준히 나오고 있는 것 같다. 김정희를 말할 때 추사체라는 그만의 글씨와 세한도를 주로 이야기하게 되는데 인물에 대해서 알아가다보면 결코 어느 한 부분으로 간단하게 설명하기 힘들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어른들이 알아가도 쉽지 않은 인물이지만 우리 아이들에게 올곧은 인물에 대한 이야기와 그의 작품들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컸다.

초등 4학년 딸이 [신사임당]을 통해서 만나게 된 나무숲의 '어린이 미술관'시리즈는 정말 소장할 만한 가치가 있는 책 중의 하나가 아닌가 싶다. 집에도 김홍도나 정선 등의 책을 소장하고 있지만 김정희는 이번에 대하게 되었다. 엄마가 보는 책으로만 홀로 만나던 김정희에 대한 이야기를 처음으로 딸 아이에게 전달해 주게 된 것이다.

처음 제목을 보면서 "난초를 닮은 서화가..'라고 표현해서 잠시 고개를 갸우뚱했다. 김정희는 보통 세한도나 추사체와 연관지어 소개할 때가 많아서 그럴까? 그러나 찬찬히 생각해보면 난초와 김정희 역시 잘 어울린다 싶다. 그의 곧고 우직한 삶에 대한 열정과 서화에 대한 지극한 정성이 그를 난초와 비슷한 이미지로 표현하는데 주저함을 없게 만든다.

김정희의 비범함은 어려서부터 집 앞에 쓴 '입춘대길'이라는 글자를 통해서 박제가의 눈에까지 든다. 그렇게 책읽기와 글쓰기를 남달리 즐겼던 김정희의 어린 시절에 대한 이야기부터 김정희가 살았던 충남 예산의 추사 고택이 담긴 사진, 그가 남긴 글씨와 그림을 하나하나 숨죽여 보다가 묻득...'글씨 그리기와 난초 쓰기'라는 제목에 멈추게 된다. 글씨를 쓸 때는 난초를 그리듯이 했고 난초를 그릴 때는글씨 쓰듯이 했다는 말에서 그가 글쓰기와 난초 그리기를 동일시 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을 난초를 닮은 화가라고 한 것의 또 다른 의미를 알게 된다.

김정희라는 인물은 물론 그의 작품 세계를 엿보는 즐거움과 더불어 부록에서 김정희 저택을 다녀온 아이의 글을 보면서 아직 걸음하지 못했던 추사의 고택을 꼭 한번 가보고 싶다는 바람을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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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달라 파랑새 그림책 73
이치카와 사토미 글.그림, 조민영 옮김 / 파랑새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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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한 제목에 많은 것을 담은 책]

 

그림책에서 보이는 소년은 분명 이슬람 계의 소년인 듯한데 그림책 작가는 일본인이어서 고개를 갸웃했다. 작가 소개를 보니 작가는 20살에 프랑스로 건너가 그림책을 만든다고 한다. 이러한 작가 양력과 그림을 보면서 한 나라에 국한되지 않는 세계 어린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싶어하는 작가가 아닌가 추측해 본다.

달라달라..제목이 참 재미있다. 처음 제목만 보고 난 '다르다'를 연상했고 7살 아들은 노래라고 생각했단다. 그런데 막상 책에서 보니 우리 둘의 생각과는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달라달라는 작은 버스의 이름인데 예전에 이 버스를 타려는 사람들은 1달러를 내야했기 때문에 이 작은 버스를 달라달라라고 불렀다고 한다. 이렇게 해서 얼핏 나와 다른 문화에 사는 아이의 이야기를 전해듣게 된다.

그림책의 주인공인 어린 소년 쥐마에게 가장 커 보이는 사람은 다른 아닌 아버지와 할아버지이다. 작은 소년에게 롤모델이 자신의 가족이라는 점이 참 마음에 든다. 할아버지는 쥐마에게 더 좋은 직업을 가지라고 하지만 쥐마는 달라달라를 모는 사람이 가장 멋져 보인다. 아버지가 쉬는 날이면 달라달라를 타고 동쪽 끝으로 혹은 서쪽 끝으로 드라이브를 간다. 그렇게 하면 늘 만나게 되는 것은 바다..쥐마가 살고 있는 곳은 섬이기에 만나게 되는 바다를 보면서 쥐마는 또 다른 꿈을 꾸게 된다. 자신은 나중에 이 바다를 건너갈 수도 있는 달라달라의 운전사가 되고 싶다는 것 ..

책을 통해서 아이가 미래의 직업을 꿈꾸는 과정도 보면서 직업의 의미도 찾아 보기도 하지만 이 외에도 마음에 드는 점이 많은 책이다. 어린 소년이 자신의 아버지와 할아버지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점이라든가, 책 속에 이슬람 문화를 얼핏얼핏 소개하는 장면-예를 들면 알라신에게 감사의 기도를 드리는 장면-이 그렇다. 늘 느끼지만 좋은  그림책 한권을 통해서 다양한 생각과 감성을 배우게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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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어 - 어린이를 위한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이야기, 마음을 키워주는 책 1
김정빈 지음, 오성수 그림 / 처음주니어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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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지혜를 배울 수 있는 책]

 

창작 동화를 읽으면서 감성을 키우는 것도 좋겠지만 가끔은 아이들에게 지극히 바른 이야기를 들려주고도 싶다. 어린이를 위한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이야기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은 첫느낌이 유대인들의 자녀교육서라고 할 수 있는 탈무드가 떠올랐다. 저자의 의도를 살피니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라든가 많이 전해져오는 이야기, 그리고 저자가 지은 이야기 등이 복합적으로 담겨 있다고 한다. 그 모든 것의 주제는 삶의 지혜로움을 전해준다는 것이라고 한다.

목차를 살피니 이야기를 조금 구분지어서 들려주고자 했나 보다. 착한 마음을 가꾸는 이야기, 명랑한 심성을 기르는 이야기, 슬기로움을 깨닫는 이야기,꿋꿋한 품성을 배우는 이야기, 행복을 발견하는 이야기..총 5개의 항목으로 구분해서 이야기를 소개한다.  구지 그 항목에 끼워 놓을 필요는 없지만 책을 보는 아이들은 이런 항목에서 필요한 이야기를 골라 읽는 재미는 있겠구나 싶다.

한 권에 50여개가 넘는 이야기가 있으니 당연히 소개되는 이야기 하나하나는 짧은 편이다. 어떤 상황을 제시하고 구지 정리해서 가르쳐주는 부분은 없다. 이야기만 전달해주고 배우고 느끼는 것은 아이들 개개인의 몫으로 남겨놓는다. 그래서 이런 짧은 이야기를 읽으면서 생각하는 시간만큼 삶의 지혜로움을 간접적으로 배울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요즘 아이들, 너무도 바쁜 일상을 보내는데 그런 아이들에게 잠시 빠른 템포를 벗어나 생각하는 쉼표를 만들어주는 책인 것 같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하는 숭어 이야기를 살짝 전하자면, 이 글은 지금 자기가 있는 곳보다 미지의 곳에 대한 동경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전하는 이야기이다.  해뜨는 동쪽 끝에서 출발한 다랑어와 해지는 서쪽 끝에서 출발한 숭어는 서로 자신이 살고 있는 정반대의 곳을 향해 바다를 헤엄쳐 가고 있었다. 모두 그곳이 천국같은 세상이라고 꿈꾸면서 말이다. 그러나 바다 한가운데서 자신이 동경하는 그 곳에서 출발한 상대를 만나면서 천국은 먼곳에 있지 않음을 알게 된다.  내가 서 있는 이 곳이 바로 천상이 될 수도 있음을 전해주는 삶의 지혜. 한 권의 책 속에서 많은 이야기를 통해서 이러한 삶의 지혜를 배울 수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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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이트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3
셔먼 알렉시 지음, 박윤정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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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에서 비상으로, 자신의  삶을 건지다]

역사라는 것은 그 나라의 사람이 아니면 이웃한 타자로 바라보게 된다. 그래서 냉철하게 바라볼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아닌 타인의 삶을 방관하듯 보는 태도도 갖게 된다. 미국이라는 나라는 우리 나라와는 참으로 각별한 나라임에는 틀림없다. 그것이 옳든 그르든. 미국의 역사에 있어서 치부? 숨기고 싶은 한 부분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바로 미대륙의 원주민인 인디언들의 역사이다. 지금 아메리카 대륙을 호령하던 수많은 인디언들은 너무도 비극적인  삶의 주인공이 되었다는 것은 세상 사람들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우리에게도 미국 역사의 한 부분인 인디언들의 삶, 그리고 현재 진행형으로 풀어야 할 이 문제를 미국의 역사라는 측면으로 바라보는 것말고 인권의 문제로 접근한다면 보는 시각이 상당히 달라지지 않을까 싶다.

flight ....'도망'이라는 뜻도 있으면서 동시에 '비상'이라는 뜻을 가진 이 단어는 정말 이 책 속의 주인공으로 인디언의 피가 흐르는 방황하는 15세 소년의 삶을 단적으로 나타내는 말이다. 인디언 아빠와 아일랜드계 엄마 사이에서 축복받지 못한 삶을 부여받은 소년 '여드름'은 세상에 대한 증오로 가득차 있다. 자신을 버린 아버지와 일찍 죽은 어머니.그리고 20여 곳을 전전하면서 사랑받지 못한 삶을 살게 한 양부모들, 그리고 자신을 이렇게 밖에 살게하지 못하는 가진 자들에 대한 불만이 극에 달한다. 사실 이런 여드름의 모습을 보면서 미국 사회에서 잘 살아볼려고 해도 인디언보호 구역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사육당하는 그들의 삶을 알기에 안타까운 마음 뿐이었다.

이 작품이 지극히 현실적인 것에만 촛점을 맞추었다면 식상함을 가졌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책을 읽은지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이 책의 신선한 발상에 빠져들게 된다. 여드름이 우연히 만난 백인 소년 저스티스로부터 받은 권총 두 자루. 이것을 들고  은행에서 난사하고 쓰러진 이후...여드름은 더 이상 15살 소년의 몸을 하고 있지 않는다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 이 작품에서 화자는 분명 처음의 15살 소년 여드름이지만 그가 만나는 수많은 순간들은 그의 것이 아니다. 다양한 시대의 다양한 인물의 몸속으로 들어가게 된다는 설정이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실제로 작가는 영화제작자로도 활동한다고 한다.

여하튼 15세 소년에서 인디언 운동가들을 잡아서 학살하다시피 하는 백인 FBI요원, 인디언과 미기마병들의 최후의 전쟁이 벌어졌던 당시의 상황을 겪게 되는 어린 인디언 소년, 인디언 마을을 돌며 인디언 소탕을 벌이는 군대의 한 군인으로, 그리고 바다를 향해 비행기를 몰아가는 백인,  마지막으로 그가 그렇게도 외면하고 원망했던 또 한 명의 인디언이었던 자신의 아버지의 모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사실 마지막 아버지의 몸속으로 들어가 자신의 품에서 꺼낸 어린 자기 모습을 바라보는 순간 온몸에 전율이 일었다. 자신의 입장에서 이해하지 못했던 수많은 삶을 경험하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버지가 되어서 그의 삶을 이해하게 되는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작가라는 수식어가 무색하지 않다. 셔먼 알렉시..사실 나는 이 작가를 처음 만나지만 그의 냉소적이면서 유머와 풍자가 담긴 작품에서는 미국 역사의 치부이자 숨죽인 인디언들의 삶을 드러내고자 하는 모습이 보인다. 누군가의 말처럼 그의 작품에는 유머러스함 속에서 인디언 역사의 본질적이 슬픔이 베어나오는 것 같다.

마지막 자신의 아버지의 삶까지 경험하고 은행에서 난사 직전의 자신으로 돌아온 여드름. 많은 사람들의 삶을 경험한 그가 택한 것은 그동안의 모습과는 다른 삶이었다. 자신을 아껴주던 경찰관의 양아들로 들어가서 처음으로 행복한 가정을 맛보게 된다. 그럴 수 있었던 것은  더 이상 세상을 비아냥거리면서 한탄하고 아웃사이더가 아닌 사람으로 살고자 하는 의지가 생겼기 때문이 아닐까. 물론 그 바탕에는 그가 경험한 사람들을 통해서 자신의 삶외에 타인을 이해할 수 있을만큼  성장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도망에서 비상으로..그렇게 변화하는 한 소년을 만난 것도 행운이지만 이런 독특한 형식으로 글을 써내려가는 비범한 작가 한 명을 알게 된 것도 행운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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