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365일 1
블란카 리핀스카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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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의 저택에서 365

 

이 책은?

 

이 책 365은 소설이다장편소설.

 

저자는 블란카 리핀스카폴란드 소설가다.

<폴란드를 비롯한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작가이자 영향력 있는 여성.

365오늘또 다른 365』 3부작을 썼고해당 시리즈는 폴란드 내에서만 150만 부의 판매고를 올리며 25개국에 판권이 수출되었다독일헝가리브라질 등 발 빠르게 출간한 나라에서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 상위에 랭크되었고슈피겔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며 그 영향력을 실감케 했다.>

 

이 책의 내용은?

 

등장인물과 줄거리를 먼저 살펴보자.

 

여주인공은 라우라호텔 직원인 그녀는 남자친구와 함께 휴가차 시칠리아로 여행을 떠난다.

남주인공은 시칠리아의 마피아 두목(? 수장)인 돈 마시모.

그는 어떤 환상을 보고그 여인을 만나려고 애를 쓰는데그 여인이 바로,,,,

 

이 소설일단 시작이 신선하다.

환상사람들은 환상을 좇고또한 쫓는다해서 현실에선 없는 이야기있을 수 없는 이야기에 끌린다.

 

먼저 첫 번째 환상.

남자 주인공 마시모는 몇 년 전 죽음의 고비를 넘긴 뒤로 자신의 환상 속에 매일 라우라가 등장한다고 주장한다그래서 그의 환상 속에 나타난 여인의 모습을 마치 현상 수배 몽타쥬 그려놓듯이 그려낸다.

 

지금부터 내가 들려줄 이야기는 믿기 어려울 거야나도 공항에서 널 보기 전까지는 실제로 널 만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니까벽난로 위에 있는 그림을 봐,”

난 남자가 가리키는 곳으로 눈길을 돌렸다그 순간 온몸이 굳어버렸다어떤 여자의 초상화였다저건 내 얼굴이잖아. (59) 

난 화가를 불러서 꿈 속 여자를 그리게 했어바로 네 그림을. (59)

여자는 그 말들 듣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해?’(59)

 

두 번째 환상마시모이런 남자세상에없다없을 것이다.

 

첫째로그는 가질만큼 다 가졌다돈도권력도 심지어 무력완력이란 말이 맞다 도 가지고 있는 남자다.

 

권력그는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을 권총으로 직접 쏘아죽이기도 한다.

 

또한 재력무시무시하다가지고 있는 사업체가 몇 개인지?

또한 그녀를 위한 마음 씀씀이대단하다.

 

옷을 사러 가게 -  부티크 등등 - 에 갔다.

거기에서 그녀가 고른 옷들, ‘나는 옷에 붙은 가격표를 보고 깜짝 놀라 눈을 뗄 수가 없었다안토니오가 입으라고 쌓아둔 자그마한 드레스 무더기의 가격을 합하면 바르샤바의 아파트 한 채도 살 수 있었다’(91)고 할 정도로 통 큰 쇼핑을 허용할 수 있는 사람.

 

내 방하나만 해도 적어도 24평은 되어 보였고안에는 내가 갖고 싶어 할만한 모든 게 갖추어져 있었다예를 들어 커다란 드레스룸은 <섹스 앤 시티>에 나올만한 규모였다. (80)

 

두 번째 그의 캐릭터도 여자가 끌릴만하다.

 

온화한 야만인이라고 해야 할까그런 표현이 딱 맞는다위험하고 거침없고반항을 용납하지 않지만 동시에 너무나 자상하고 섬세한 남자이 모든 점이 혼합된 이 남자는 무섭지만 매혹적이었고그래서 자꾸만 알고 싶어졌다. (87)

 

시칠리아 마피아 가문의 수장 마시모였기에 가능한 일이다.

일반인 장삼이사로서는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다이런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드는 게 환상이다그런 환상이기에 소설이고그런 소설이기에 눈을 뗄 수 없다몰입도세다.

 

시칠리아에서 라우라는 마시모에게 납치되고 사로잡혀그와 사랑에 빠질 수 있도록 365일의 시간을 달라는뿌리칠 수 없는 제안을 받는다허용된 기간은 365소설의 제목이기도 하다.

 

다시이 책은?

 

그렇게 감금되다시피한 상황에서 지내는 동안 라우라의 심리가 묘하게 변하기 시작한다.

이런 심리 묘사저자가 여성이라서 가능한 것인가?

또한 농익은 성애의 묘사 또한 독자의 눈길을 사로잡기 충분하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2개월둘은 어느새 한 몸이 되기도 한 상태에서 결혼을 하기로줄거리가 진행이 된다그래서 그렇게 둘이 결혼식장으로 들어가나 싶었는데.......

 

이걸 깜빡했다이 작품이 3부작 365오늘또 다른 365』 이라는 것을.

이게 단권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어쩐지 너무 스트리가 순순하게 흘러간다 싶었더니마지막 페이지를 앞두고갑자기 변수가 생긴다.

 

그래서 다음 권을 읽어야 한다이 책은 그저 서론 격이라는 것해서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 어떤 일이 생겼나 말하는 순간스포일러가 된다는 것 알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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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에게 갔었어
신경숙 지음 / 창비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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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를 살아낸 거룩한 존재 아버지에게 갔었어

 

이 책은?

 

이 책 아버지에게 갔었어는 소설이다장편소설.

저자는 신경숙신경숙의 8번째 장편소설이자, 2020년 6월부터 12월까지 6개월간 [매거진 창비]에서 연재한 작품을 공들여 수정·보완하여 새롭게 선보이는 작품이다.

 

이 책의 내용은?

 

살아가는 것은 사건이다사건의 연속으로 삶의 모습이 구체화되는 것이다.

그 사건을 통해그 사건을 통과하면서 사람은 사람이 되어간다.

소설도 그렇다사건으로 이어지면서사람을 그려내고그 사람의 모습을 알게 해준다.

 

이 소설은 특히 더 그렇다.

이무렇지도 않게 보이던 아버지의 모습그저 평범하게 보이던 그의 모습이 하나의 사건이 발생하면서 서서히 드러난다.

이 소설사건이 시작되면서 그건 알지 못했던아니 구태여 알려고 하지 않았던 아버지의 모습을 알아가기 시작한다.

 

나는 아버지를 한번도 개별적 인간으로 보지 않았다는 것도 그제야 깨달았다아버지를 농부로전쟁을 겪은 세대로소를 기르는 사람으로 뭉뚱그려서 생각하는 버릇이 들어서 아버지 개인에 대해서는 정확히 아는 게 없고 알려고 하지도 않았다는 것을. (197)

 

그 사건은 <엄마가 입원>한 사건이요엄마가 입원한 동안 < J시 집에 홀로 남게 된 아버지를 보러 가기 위해 가 5년 만에 기차에 오르>는 것이 이어지는 사건이고그 사건을 시작으로 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한 사람은 아버지다.

 

여기서 소설의 배경이 되는 J시라고 이니셜로 등장하는 도시는전라북도 정읍시다근처에 내장사가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그렇다또한 C시는 전라북도의 도청소재지인 전주시다예수병원이 있는 곳이라 하니전주시가 맞다.

 

그렇게 기차를 타고 정읍으로 내려간 화자아버지의 큰 딸이다.

큰 오빠둘째 오빠셋째 오빠그리고 화자그리고 여동생 이삐그리고 막내 동생아들이다이렇게 4남 2녀의 큰 딸이다.

 

아버지라는 존재는?

 

저자 소개말에 이런 글이 보인다.

 

삶과 세상에 대한 무르익은 통찰과 철학여러겹의 아버지의 모습과 가족을 향한 연민에서 비롯된 깊은 사유를 시리고도 찬란하게 펼쳐놓는다. (앞표지 날개)

 

해서 이 소설에서는 아버지의 모습이 여러겹으로 펼쳐져 나타난다.

 

아버지는 어느날의 바람 소리어느날의 전쟁어느날의 날아가는 새어느날의 폭설어느날의 살아봐야겠다는 의지,로 겨우 메워져 덩어리진 익명의 존재아버지 내면에 억눌려 있는 표현되지 못하고 문드러져 있는 말해지지 않은 것들. (76)

 

그 익명의 존재가 이제 4남 2녀의 자식들의 아버지이자한 여자의 남편으로 구체화되기 시작하는 것이다.

 

어떻게?

 

먼저 화자인 큰딸의 눈으로다음 헛간의 궤짝에서 찾아낸 큰오빠와 아버지의 오고간 편지를 통해서다음에는 <그에 대해 말하기>에서 둘째 아들의 눈으로엄마 정다래의 입으로그 다음 아버지와 함께 전쟁을 겪어낸 박무릉의 입으로또 손자의 눈으로 아버지의 모습이 변주되어 나타내 보인다.

 

1933아버지가 그해에 태어났기 때문에 나는 어디서든 1933년이라는 연호를 발견하면 잠깐 그 숫자에 시선을 멈추곤 했다. (23)

 

딸과 함께 이 집에 오면 저 침대에 셋이 누워서 아버지 얘기를 나누곤 했다딸은 엄마가 하는 아버지 얘기를 들을 때마다 그게 사실이에요책에서 나오는 얘기 같아요하면서 귀를 기울이곤 했다. (48)

 

큰오빠가 파견근무로 리비아에 나가 있었을 때 아버지에게 보낸 편지 묶음.

그리고 아버지가 그 편지에 답장한 것들.

 

집에 혼자 나머서 애들 기르고 현이랑 셋째까지 데리고 있는 니 처 생각하면 미안한 마음뿐이다.

성푸미 오나한 사람인줄은 이미 알앗지마는

고마운 일이다 멀리서도 공경하고 성실하고 상냥히 대히라

나는 더 바랄 거시 업다. 1989년 4월 18일 아버지가.

 

아버지는 익숙하지 않은 책 읽기와 쓰기를 위해 한글을 배우러 야학에 다녔다.

덕분일까처음엔 단문이던 아버지의 편지는 때로 복문이 되기도 하고 부호와 마침표를 쓰기도 하며 길이도 점점 길어졌다. (182)

 

아버지가 가장 많이 쓰는 말은 말할 것이 없제였다말할 것이 없다........아버지는 기쁜 일이 생겨 그걸 표현할 때도 말할 것이 없제라고 했고고통스러운 일이 생겼을 때도 말할 것이 없다,고 했다. (198)

 

점점점점 아버지의 모습은 그렇게 살을 입고옷을 입어가면서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한다. 

 

다시이 책은?

 

언젠가 내가 아버지에게 당신에 대한 글을 쓰겠다고 하자 아버지는 내가 무엇을 했다고했다아버지가 한 일이 얼마나 많은데요내가 응수하자 아버지는 한숨을 쉬듯 내뱉었다나는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살아냈을 뿐이다,.

(7쪽,제사)

 

그렇게 세월을 살아낸, ‘우리들의’ 아버지가 이 책에 있다.

 

더 하나이것 기록해두고 싶다.

인생이 무어냐고 물으신다면?

 

내용을 다 잊었는데 하나는 생각나는군.

삶에는 기습이 있다라는 문장 말일세. (323).

 

아버지와 전쟁통에서 만나 생사를 같이 했던 박무릉의 말이다.

 

살아가는 시간 속엔 기습이 있지기습으로만 이루어진 인생도 있어왜 이런 일이 내게 생기나 하늘에다 대고 땅에다 대고 가슴을 뜯어 보이며 막말로 외치고 싶은데 말문이 막혀 한마디도 내뱉을 수도 없는…… 그래도 살아내는 게 인간 아닌가. (323)

 

이건 아버지뿐만 아니라우리 모두에게 해당되는 말이니밑줄 굵게 긋고 새겨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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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에서도 바다는 푸르다 1
이철환 지음 / 특별한서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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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에서도 바다는 푸르다 1

 

이 책은?

 

이 책 어둠 속에서도 바다는 푸르다은 소설이다장편 소설,

1,2 권 모두 두 권으로 출판되었는데그 중의 첫 번째 책이다.

 

저자는 이철환, <소설과 동화를 쓰는 작가이다수년 동안 여러 지면에 침묵의 소리와 풍경 너머의 풍경을 주제로 그림을 연재했다지난 10여 년간 TV·라디오 방송과 학교기타 공공기관 및 기업체 등에서 1000회 이상 강연을 했으며풀무야학에서 오랫동안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했다.>

 

펴낸 책으로는 연탄길(3)』 외 많은 작품이 있는데연탄길(3)을 읽은 적이 있다.

 

이 책의 내용은?

 

소설이니등장인물을 먼저 살펴보자.

 

배경은 고래반점중국집중국음식을 요리하여 판매하는 식당이다.

 

그곳의 운영자인 장용팔과 그의 부인 영선이 등장한다.

그리고 그 부부의 아들동현과 동배가 있다.

 

동현의 학교 같은 반 친구서연과 아버지 최대출.

최대출은 고래반점 건물의 건물주이기도 하다.

 

고래반점에 짜장면을 먹으러 온 인혜인석 남매고아다.

 

정인하장용팔이 독서모임에 만난 사람으로 전직 역사 교사다.

 

이런 인물들이 모여만나서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용팔고래반점의 주인이다그는 대단한 지식인이다.

알고 있는 것도 많고독서 모임에 출석하며 꾸준히 책을 읽어 자기 자신을 채워가는 사람이다.

 

부인인 영선이 아이들에게 하는 말들어보자.

아빠는 워낙 책을 많이 읽어서 상상력 하나는 끝내주거든아빠 어릴 적엔 동화 작가가 되는 게 꿈이었대.” (217)

 

용팔이 영선에게 하는 말, “먼저 들어가나는 책 좀 읽다가 자려고.” (333)

해서 그의 머리에는 웬만한 지식은 다 들어있다엄청남 지식을 구사하는 사람이다.

아들 방에 붙어있는 글귀를 보고 단박에 그 말의 출처를 알아낸다.

 

진보는 2보도, 3보도, n+1보도 아니다진보는 1보다.”(167,203)

 

발터 벤야민이 한 말이다.

그는 아들에게 이런 말도 해준다발터 벤야민의 발언이다.

 

유토피아는 미래에 다가올 이상적인 사회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유토피아는 위기의 순간 섬광처럼 번쩍이는 과거의 기억 속에 있다.” (204)

 

그가 즉석에서 발터 벤야민의 역사 철학의 테제에서 풀어낸 말이다.

그는 이말을 풀어주면서아들에게 묻는다.

동의할 수 있겠어?” 그 아들은 고등학교 2학년이다.

 

읽는 책에 대한 평가도수준급이다.

고도를 기다리며』 사무엘 베케트 (332)에 대한 평이다.

 

재미도 없고 마음 속에 남는 대사도 없는데 이야기 전체가 묵직한 서사로 남아이게 아닌데이게 아닌데생각하면서도 부조리한 세계를 빠져나올 수 없는 인간의 실존이 사무엘 베케트만의 고유한 방식으로 그려져 있다고 할까?” (332)

 

그는 책을 단지 지적 호기심을 채우기 위해 읽는 게 아니다책을 읽고그 책에서 얻은 통찰력을 현실 세계에 적용하기도 한다.

 

어린왕자에 등장하는 장미를 들어 부인과 대화를 한다. (39)

 

또한 영화뮤지컬도 두루 두루 꿰뚫고 있다뮤지컬 <캐츠> (12)

또한 그는 틈이 나면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들을 휴대하고 다니는 수첩에 적어놓는다.

그의 수첩에는 그런 생각들이 차곡차곡 담겨진다.

 

마음이 불러주는대로 적는다. (42)

불현듯 다가온 문장 (60)

불현듯 떠오른 문장이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지기 전에 (67)

어디서 왔는지 모르는 문장 (101)

바람이 들려준 이야기 (264들을 수첩에 적어 놓는다.

 

주인공 용팔의 수첩 중에서 (몇 개 발췌)

 

수평선을 그려본 사람은 안다하늘과 땅의 경계가 없음을어째서 허접한 인간의 삶이 하늘의 질서와 맞닿아있는지를. (96)

 

용팔은 문득 자신의 이십대 시절이 생각났다용팔이 지나온 청춘의 풍경은 그들과 분명히 달랐다용팔은 윗주머니에서 스프링 수첩과 볼펜을 꺼냈다용팔은 차분한 마음으로 떠오른 생각을 수첩에 써내려갔다.

 

수치로 환산될 수 없는 가치가 있다그것을 증명하려고 숫자 0이 존재하는 것은 아닐까? (180쪽)

 

어둠은 어둠이 아니었다어둠이 감추고 있는 빛의 실체가 있었다카를 구스타프 융은 그것을 어둠의 빛이라 명명했다캄캄한 시간을 통해서만 깨닫게 되는 것이 있었다오직 어둠을 통해서만 인도되는 빛이었다어둠 속에서도 바다는 푸르다.(107)

 

빨간색과 흰색을 섞으면 분홍이 된다정말 그럴까?

문제는 비율이다. (333)

 

문명에 대한 통찰 :

역사의 전개 과정에서 문명의 중심축은 끊임없이 이동했다중심이 변방이 되기도 하고변방이 중심이 되기도 했다.

세계 4대 문명인 황하문명인더스 문명메소포타미아 문명이집트 문명의 중심축은 서양의 그리스로 이동했다그리스 문명은 서양 문명의 근간이 되었지만 그리스를 주도했던 아테나와 스파르타는 27년간 1,2 차 펠로폰네소스 전쟁을 치루며 힘을 잃었다그후 문명의 중심축은 이탈리아 로마로 향했다. (237)

 

그는 이런 사람들의 말을 즐겨 인용한다.

고미숙(67), 최진석 (95), 김누리 (127, 258),

 

정인하의 경우를 살펴보자.

 

또한 고래반점에 들러서 음식을 먹는 정인하역시 대단한 지성인이다.

그는 역사를 가르치는 교사 생활을 10년간 하다가 시력 때문에 그만두고 글을 쓰고 있다.

장용팔과는 독서모임에서 만난 사이(118).

 

그는 장용팔이 가겟세 인상을 걱정하자협상 전문가인 스튜어트 다이아몬드(51)를 거론하며 협상의 방법을 알려준다.

 

그림에도 일가견이 있다마네와 모네의 구별법 (54)

마네와 모네의 그림을 구분할 때 사용되는 미술계의 유명한 이야기가 있어요.

사람이 많으면 마네의 그림이래요사람이 많아서 마네하는 것입니다.” (54)

 

그는 장용팔과 더불어 양명학(144)을 주제로 깊은 대화를 나눈다. 

신영복(123), 클라우스 슈밥(188), 정재승(188), 송진구 (188등이 입에서 술술 나온다.

  

다시이 책은?

 

이런 인물들이 모여만나서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1권 마지막까지 큰 사건은 일어나지 않는다그들의 평범한 일상을 보여줄 뿐이다.

그들이 어떻게 살아가며 어떤 생각들을 하고 살아가는지보여준다.

 

문제는 1권에서 뜸을 들여온 사건들이 있다는 것이다.

아직은 예열단계다그 폭발을 예고하는 조짐들이 여기 저기 보인다.

그래서 기대가 된다.

 

1권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그렇게 고상한 지식과 철학을 지닌 사람들인데평범을 넘어선 지식을 가진 사람들이 과연 그런 폭발성 있는 상황들을 어떻게 견뎌낼지은근히 기대가 되는 것이다.

평범한 사람이 아닌 평범한 사람들은그런 일을 어떻게 헤쳐나갈지슬기로운 대처가 과연 가능할지아니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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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스토텔레스 시학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35
아리스토텔레스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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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문학의 기본 -  아리스토텔레스 시학

 

이 책은?

 

이 책 아리스토텔레스 시학은 아리스토텔레스가 쓴 문학론이다.

 

여기서 시학(詩學)’에서의 란 지금의 에 한정하는 것이 아니라비극희극서사시서정시 등을 모두 포함하는 넓은 개념이다.

 

저자인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는 B.C. 384~322에 살았던 사람이다.

<그는 스승인 플라톤과 함께 2천여 년 서양철학사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고 있다.

그가 다룬 분야들은 논리학형이상학인식론심리학윤리학정치학수사학미학동물학식물학자연학철학사정치사 등으로 아주 폭이 넓었다.

그의 대표적 저서로는 이 책 시학을 비롯하여 니코마코스 윤리학형이상학자연학정치학범주론명제론수사학』 등이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지금도살아있다!

 

드라마 구성과 전개플롯 구성의 방법이 담겨 있는 이 책은 2천여 년이 지난 지금도 살아있다해서 책놀라움의 해부(베라 토빈)에서 다음과 같이 아리스토텔레스를 만난다.

 

도로시 세이어즈 -  탐정소설가 는 1935년 한 강연에서 아리스토텔레스가 제시한 비극의 풀롯 구성 원칙중 다수가 자신이 주로 쓰는 장르인 탐정소설에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

아리스토텔레스는 제대로 된 비극이라면 사건들이 점점 더 복잡하게 중첩되어야 하며예측 가능하지 않아야 하지만 그렇다고 뒤죽박죽이어서도 안 된다고 말한다.

사건들이 예기치 않게그러나 인과관계에 따라일어나고(1452a 2-4), 급전에서 절정을 이루며이상적으로라면 이와 동시에 무지에서 앎으로의 이행이 일어나고그에 이어지는 설명에 의해 앞에서 얽혔던 문제가 모두 풀리거나 소멸되면서 종결되어야 그 비극이 가장 효과적일 수 있다. (219)

 

위의 책에 언급된 시학』 (1452a 2-4)는 어떤 내용일까?

 

시인은 완결된 사건 뿐 아니라 공포와 연민을 불러일으키는 사건도 모방한다그러한 행위가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인과관계로 인해 일어난다면그 효과는 극대화된다.(이 책, 38)

 

비극은 완결된 행동의 모방일 뿐 아니라 공포와 연민의 감정을 불러 일으키는 사건의 모방이다이런 사건들은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상호간의 인과관계에서 일어날 때 최대의 효과를 거둔다. (시학천병희 역, 374)

 

이렇게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비극의 플롯 구성 원칙>이 지금도 적용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시학』 은 그래서 극작을 하는 작가들에게 지금도 영감과 통찰을 제공하고 있다그걸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시학몇가지 정리해 본다.

 

플롯  

가장 훌륭하다는 평을 받는 플롯은?

오디세이아

이중적 플롯을 전개해 나가다가고귀한 인물과 악한 인물이 서로 정반대의 결말을 맞는다. (49)

 

연민과 공포

 

연민은 사람이 부당하게 대접받는 모습을 볼 때 생기는 감정.

공포는 우리와 똑같은 사람과 관련이 있다. (46)

 

미덕과 정의가 남달리 뛰어나지는 않지만악덕이나 악행이 아니라어떤 실수나 결함 때문에 불행해진 사람이어야 한다.

훌륭한 플롯은 결말이 단일해야지이중적이어서는 안 된다. (47)

 

가장 훌륭한 비극은 플롯이 단순하지 않고 복합적이어야 하고공포와 연민을 불러일으키는 행위나 사건이 있어야 한다(이것이 비극이라는 모방의 고유한 특징이다).

그렇기 때문에 고귀한 사람이 행복했다가 불행해지는 것을 보여주어서는 안 된다그런 일은 공포나 연민이 아니라 거부감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다음으로는 악인이 불행을 겪다가 행복해지는 것을 보여주어서도 안 된다그런 것은 비극적인 것과는 가장 거리가 멀고비극의 효과를 조금도 낼 수 없기 때문이다사람들이 수긍할 수도 없고연민이나 공포도 느끼지 못한다. (45)

 

성격 ;

성격 -  선함적합성유사성일관성

 

반전 :

상황이 앞에서 일어난 것과 정반대로 변하는 것이다. (40)

이것도 개연성이나 필연성에 따라 일어나야 한다.

오이디푸스 왕의 경우코린토에서 사자가 와서 오이디푸스를 기쁘게 해주고어머니에 대한 두려움에서 벗어나게 하려 했지만정작 오이디푸스의 정체가 드러나자 상황은 정반대로 흘러간다. (40)

 

인지 전에 모르던 일이 갑자기 드러나는 것으로 특히 어떤 일이 나타나면서 대단원이나 결말로 이어지는 것을 말한다 (61)

 

이때 등장인물은 극에서 설정한 행운이나 불운에 따라 친국 혹은 원수가 된다.

이런 일이 반전과 동시에 일어날 때 최고의 인지가 된다. (41)

가장 훌륭한 예가 오이디푸스 왕의 경우다.

 

이 책그리스 비극 공부에 도움이 된다.

 

비극의 발전과정을 알게 된다.

 

아이스킬로스는 처음으로 배우의 수를 한 명에서 두 명으로 늘렸고합창을 줄이고 극이 대화 위주로 진행되게도 했다.

소포클레스는 배우의 수를 세 명으로 늘렸고무대에 배경 그림을 도입했다. (21)

 

아리스토텔레스의 작품 분석

 

아리스토텔레스는 시학에서 극작 이론을 설명하는 가운데호메로스와 그리스 3대 비극작가를 비롯한 여러 작가들의 실제 작품을 예로 들어 구체적인 사례를 분석제시하고 있다.

 

아이스킬로스

제주를 바치는 여인들, 64

필록테테스』 89, 95

 

소포클레스

오이디푸스 왕』 40, 41, 46, 50, 59,65, 100,115

안티고네』 53,

부상당한 오디세우스』 52,

테레우스』 63,

엘렉트라』 100

 

에우리피데스

타우리케의 이피게네이아』 42, 63, 64, 65, 67

아울리스의 이피게네이아』 58

메데이아』 52, 58, 112

크레스폰데스』 54,

오레스테스』 57, 112

트로이의 여자들, 95

 

호메로스에 대하여는?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를 남긴 호메로스에 대하여도역시 분석을 하고 있다.

 

반면에 호메로스는 다른 점에서도 뛰어나지만배워서 익힌 것이든 타고난 것이든 이 점을 잘 알았던 것 같다오디세이아를 쓸 때 호메로스는 주인공에게 일어난 일을 다 다루지는 않았다예컨대 주인공이 파르낫소스 산에서 다친 일이나출전하지 않으려고 미친 척한 일 같은 것은 다루지 않았다이 두 사건은 개연성이나 필연성 측면에서 주인공에게 일어난 다른 일과 연관성이 없기 때문이었다도리어 호메로스는 앞에서 말한 하나의 통일된 행위를 중심으로 오디세이아를 구성했고일리아스도 마찬가지였다. (34)

 

다시이 책은?

 

시학에는 비극편만 들어있다희극편은 없다.

학자들은 원래 시학에는 희극편도 들어있었는데 중간에 망실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이런 사실을 근거로 하여 움베르토 에코는 장미의 이름이란 걸작을 썼다.

그러니 아리스토텔레스는 남아있는 비극편으로도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없어진 부분으로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으니이 책 시학』 대단한 책이라는 것다시 확인하게 된다.

 

무엇보다도 이 책을 읽지 않고서는 문학을 논할 수 없다는 점강조하고 싶다해서 이 책은 모든 문학을 이해하기 위해서 꼭 읽어야 할 기본 텍스트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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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의 거울 - 바로크 미술에 담긴 철학의 초상
유성애 지음 / 미진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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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모습을 비춰볼 수 있는 철학자의 거울

 

이 책은?

 

이 책 철학자의 거울은 바로크 미술에 담긴 철학의 초상>을 매개로 하여 엮어내는 철학책이다.

 

저자는 유성애, <한양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수학했다문신저술상한국조각평론상 등을 수상했다주요 관심사는 예술과 정치철학이다관심 분야에서 다양한 글쓰기를 모색 중이다. 15년째 공부모임을 이어오며 예술 관련 주제를 공부 중이다대학시절 미술가의 꿈을 품었으나지금은 읽고 쓰는 사람으로 예술과 함께한다예술의 중립성과 객관성이라는 허상을 뛰어넘어현실과 연계된 예술의 가능성을 찾고자 한다최근에는 예술과 감정정치적 가치에 주목하고 있다.>

 

이 책의 내용은?

 

일단 철학자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물론 근대 이후의 철학자들은 사진이란 문명의 이기 덕분에 그 얼굴을 알고 있지만예컨대 고대 그리스 시대의 철학자들 얼굴 어디 생각할 수나 있었나헌데 이 책에서 그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화가들이 그려 놓은 덕분이다.

 

데모크리토스헤라클레이토스디오게네스(41), 아리스토텔레스 (37),

소크라테스 (95), 아스파시아(226), 플라톤 (325)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들의 모습을 그린 화가들은디오게네스 라에르티오스의 기록플루타르코스호라티우스의 역사서 등을 참고해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223)

 

디오니게스는 특히 많은 화가들이 즐겨 선택한 철학자다.

디오니게스는 여러 명의 화가들이 그렸는데다음과 같은 작품들이다.

 

<디오니게스가 있는 풍경> 41

<컵을 버리는 디오니게스> 46
<인간을 찾아다니는 디오니게스> 90

<정직한 인간을 찾아다니는 디오니게스> 95

<참된 인간을 찾아다니는 디오니게스> 281

 

17세기 바로크 시대

 

이 책을 관통하는 시대는 바로크 시대다. 17세기의 예술인 바로크.

 

바로크 작품 속 철학자는 자기 반성적 인간을 상징한다특히 거울을 든 철학자 이미지는 17세기 철학자 그림의 핵심을 분명하게 보여준다거울은 철학자의 도구자기 발견의 매개다

거울은 내면을 비추는 은유다. (323)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이 철학자의 거울인 것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그림 속의 철학자는가난한 모습으로 등장하는 게 대부분이다.

그런 이유를 저자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철학자는 자발적으로 가난한 삶을 선택하지만가난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진정한 목적은 자유다자기를 옭아매는 모든 것에서 벗어나려 한다소유는 언제나 타인과 연관되어 있다더 많이 가지려면 내가 다른 사람의 마음에 들거나반대로 그를 제압해야 한다. (61)

 

철학과 철학자저자는 철학자들의 모습을 살펴보면서철학자들이 추구한 철학이 무엇인지를 찾아내려고 한다해서 다음과 같은 발언은 철학의 모습들이다.

 

철학자의 진리는 타인을 항상 필요로 한다타인은 새로운 가능성의 원천인 동시에 취약점이다. (76)

 

질문과 의심은 철학자의 주요 무기다철학자가 던지는 질문은 소통의 도구다. (98)

 

과거 없이 미래를 모색할 수 없다고대 그리스인은 시간을 뛰어넘어 기억되는 불멸을 꿈꿨다철학자의 지혜는 자기 시대에 한정되지 않는다시대마다 재해석되어 기억된다. (162)

 

그림 몇 개 살펴보자.

 

<호메로스 두상을 보는 아리스토텔레스> (74)

 

네델란드 화가 렘브란트는 아리스토텔레스를 그렸다호메로스의 두상을 바라보고 있는 아리스토텔레스가 등장한다.

작품 속 아리스토텔레스는 부유한 귀족 같다매끈한 원단에 풍성하게 주름 잡힌 우아한 옷과 화려한 장신구가 돋보인다하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고요하다 못해 적막하다남자의 표정을 읽기 어렵다좋은 추억에 젖은 듯 미소 지은 얼굴에는 문즉 회한이 스친다.

장막 뒤 가득 쌓여 있는 책이 눈에 띈다책은 과거와 미래를 잇는다글쓴이는 죽어서도 현재의 독자와 함께 살 수 있다아리스토텔레스는 호메로스라는 과거에 빚을 지고 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두른 금빛 사슬은 그저 장식 요소가 아니다일리아스의 황금 밧줄 이야기를 암시한다. (…… 아리스토텔레스의 금빛 사슬은 흔들리지 않는 정신고양의 가능성을 상징한다호메로스의 유산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사유 안에서 새로운 생명을 얻는다

 

 

자크루이 다비드가 그린 <소크라테스의 죽음>

 

18세기 신고전주의의 대표 화가 자크루이 다비드가 그린 <소크라테스의 죽음>을 살펴보자.

 

먼저 이 그림에 등장하는 인물이 누구인지 알아보자.

소크라테스가 있다그는 작품의 중앙에 침대에 앉아왼손을 들고 하늘을 가리키고 있다.

그리고 그의 왼쪽에 서 있는 사람손에 잔을 들고 있다소크라테스가 마셔야 할 독이 든 잔이다그는 소크라테스를 차마 똑바로 보지 못하고그저 잔만 건네고 있다.

 

그리고 소크라테스의 무릎에 손을 얹고 있는 사람은?

크리톤이다.

플라톤이 저술한 크리톤의 실제 인물이다그는 소크라테스에게 탈옥과 망명을 권유한 사람이다그 과정이 크리톤에 생생하게 기록되어 있다.

그런 그가 이제 소크라테스의 마지막 현장에 같이 있는 것이다.

 

그밖의 인물은?

오른 편에 있는 사람들은 소크라테스의 죽음에 비통해하는 모습으로 등장하는 것을 보니그의 추종자 또는 제자로 짐작이 된다.

 

그런데 이상하게 이 그림에서 이상한 모습이 하나 포착이 된다이런 장면과는 전혀 상관없다는 듯등을 돌리고 있는 사람그림의 가장 왼쪽에 앉아 있는 사람이다.

그는 누구이며왜 그렇게 현장과 등을 돌리고 앉아있는 것일까?

 

이 책을 읽다가 그 답을 찾았다여기 소개한다.

 

작품에서 플라톤의 배치가 특이하다등을 돌린 플라톤은 눈을 감은 채 고개를 숙이고 있다.

마치 등 뒤의 소란과 아무 상관없다는 듯그는 다른 인물과 전혀 섞이지 않는다.

 

역사적 사실에 비추어보면 왜곡된 묘사다.

소크라테스의 형 집행 당시, 20대 청년이던 플라톤은 현장에 없었다.

다비드는 왜 부재했던 플라톤의 자리를 만들고 그를 중년으로 묘사했을까?

플라톤 밑에 놓인 종이와 잉크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이 작품에는 다중의 시간과 해석이 겹쳐있다.

플라톤은 소크라테스의 죽음 이후 시간에 있다그는 스승의 죽음을 생각하고 있다플라톤 뒤에서 벌어지는 일은 그의 머릿속에서 재현된 과거이다.

그는 중년을 훌쩍 넘긴 나이에 소크라테스의 죽음을 글로 썼다.

우리가 알고 있는 소크라테스의 죽음은 실화를 바탕으로 플라톤이 구성하고 의미 부여한 이야기다플라톤이 아니었다면 소크라테스의 사유와 선택은 지금처럼 이해되지 못했을 것이다.

(152)

 

 

베르나르도 스트로치의 <운명의 세 여신 >The Three Fates

 

헤시오도스가 쓴 신들의 계보에 의하면운명의 여신은 이렇게 세상에 태어났다.

 

밤은 또 운명의 여신들과 무자비하게 응징하는 죽음의 여신들을 낳으니,

이 여신들은 인간들과 신들의 범법을 추척하되

죄지은 자들을 응징하기 전에는 무서운 노여움을

결코 풀지 않는다.

 

운명의 여신이란,

[인간들이 태어날 때 그들에게 행운과 불행을 정해주는

클로토와 라케시스와 아트로포스를말한다.

(신들의 계보헤시오도스천병희 역, 47)

 

이에 대하여 역자는 다음과 같은 각주를 달아놓았다.

 

운명의 여신들(Morai / Fata 또는 Parcae) 은 각자가 맡은 몫이란 뜻의 morai(Moirai의 단수형)가 신격화된 것으로호메로스 이후에는 클로토(Klotho, 실 잣는 여자), 라케시스(Lachesis, 할당하는 여자), 아트로포스(Atropos, 되돌릴 수 없는 여자가차없는 여자세 자매인데한 명이 실을 자으면다른 한 명은 이를 감고나머지 한 명은 명()이 다하면 이를 끊음으로써 각자의 수명을 조절하는 것으로 생각되었다.

 

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그 세 여신을 이미지로 살펴보자.

 

17세기 회화에서 운은 주로 고대 그리스 로마 신화 속 운의 여신 형상을 활용해서 그려진다운의 여신이라고 다 같지 않다운명 (fate)과 운(fortune)은 구분된다.

운명의 여신은 인생 행로의 필연성을 강조한다.

 

베르나르도 스트로치의 작품 속 세 여인은 그리스 신화에서 운명을 관장하는 여신모이라이(Moirai).

이들의 상징은 실타래다바구니에 실타래가 가득하다실은 인생을 뜻한다.

왼편에서 실을 뽑는 여인은 클로토(Clotho), 옆의 백발 여인은 라케시스(Lachesis), 실을 자르려는 노파는 아트로포스(Atropos).

이들은 각각 인간의 시간을 대표하기도 한다실을 뽑는 클로토는 생이 진행되는 현재실의 길이를 재고 있는 라케시스는 과거생의 마지막을 결정하는 아트로포스는 미래를 가리킨다.

누구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조합이다.

 

라케시스의 역할이 특히 눈에 띈다실의 재료인 솜뭉치가 라케시스의 머리에 닿아서마치 클로토의 왼손이 라케시스의 머리카락 끝을 쥐고 있는 듯하다.

한편 라케시스는 아트로포스의 뒤에 있어라케시스가 이미 골라낸 실은 아트로포스의 가위가 닿지 않는다.

세 여인의 위치와 행동은 인간 시간의 독특한 관계를 보여주는 듯하다.

현재는 과거가 녹아들어 있다과거는 미래와 그리 멀지 않지만서로 함부로 침범해서는 안 된다한 가지 분명한 사실이 있다모든 실의 시작과 끝은 세 여신의 손에 달려 있다.

(189)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조르다노가 그린 플라톤은 자기와 투쟁하는 인간이다.

작은 탁자에는 법률의 한 구절이 적혀 있다.

최고의 승리는 자기 자신에게 이기는 것.” (325)

 

자기 자신에게 이겨야 한다는 말의 원조가 바로 플라톤이라는 것이제 알게 된다.

 

다시이 책은?

 

저자는 왜 철학자를 17세기를 나타내는 인물들로 뽑은 것일까?

저자는 이에 대하여 이렇게 말한다.

 

철학자는 17 세기 화가들이 세운 가장 아름다운 인간이다그는 일상인도그렇다고 영웅도 아니다인간 능력의 한도 내에서 자기 삶을 의미 짓고 책임지려는 사람이다. (219)

 

그래서 자기 삶을 책임 지고의미를 부여하려는 철학자그들은 비록 누더기를 걸쳤다 하더라도 아름답다.

 

아름다움은 인간 삶을 의미 지우는 가치다거지 철학자의 누더기는 언제 보아도 예쁘다고 할 수 없다그러나 성실한 믿음으로 고통과 시련을 인내하는 인간의 아름다움은 부정될 수 없다. (73)

 

철학은 반드시 철학자만 하는 게 아니다이 글을 읽는 모든 사람은 철학을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여기 보여주는 초상화를 자기 자신의 얼굴로 대신해보면어떨까?

자화상이 철학하는 자로 보인다면내면도 외면을 따라 철학자가 될지 모른다아름다운 모습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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