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미아가 보고 있다
팀 파워즈 지음, 김민혜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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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석상에 잠시 맡겨놓은 결혼반지로 자신도 모르는 사이 라미아와 결혼하게 된 크로퍼드의 이야기는 팀 버튼 감독의 <유령신부>를 떠올리게 한다. <유령신부>의 빅터는 결혼식 예행연습을 하다 땅 위에 드러나있는 손가락 뼈에 반지를 끼워 빅터 역시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유령신부가 생겼으니 말이다. 하지만 유령신부와 라미아는 차원이 달랐다.  

유령신부는 어떻게 해서든 자신의 남편이 빅터를 자신과 같은 유령으로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반면 라미아는 자신의 남편이 사랑하는 사람을 잔인하게 죽이니 말이다. 그래서 빅터는 살아있는 약혼자 빅토리아와 행복한 결말을 맞이하지만 크로포드는 라미아와 헤어진다하더라도 신부가 없어졌으니.. 과연 그는 어떻게 될까 궁금한 마음에 600페이지가 넘는 두툼한 책임에도 불구하고, 너무나도 작은 글씨에 눈에 쏙 들어오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그렇게 재미있지는 않은 책임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읽어나갈 수 밖에 없던 책이었다.. 

옮긴이의 말에 따르면 이 책의 재미는 크게 두가지에 있다고 했다. 첫째는 라미아라는 존재였고, 둘째는 영국의 낭만주의 시인인 바이런과 셸리, 키츠의 등장이였다. 근데 문제는.. 두 가지 모두 나에게 재미있는 요소가 아니었다..  

첫째, 라미아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인물로 포세이돈의 딸이며 리비아(Libya)의 여왕이자 제우스의 연인이었다고 한다. 헤라의 무시무시한 질투로 인해 자신의 자식을 스스로 죽일 것이라는 저주에 의해 식인괴물로 변한, 상반신은 여자, 하반신은 뱀의 형상을 가진 괴물로 오직 어린아이의 피로만 식사가 가능했으므로 어린아이를 유괴하여 잡아먹은 괴물이란다.. 그리고 라미아라는 존재에 대한 소설과 시도 많다고 한다. 하지만 난 이 책을 통해 "라미아"가 무엇인지를 처음 보게 되었다.. 그래서 크로포드를 구하기 위해 죽은 사람의 입에서 나온 하반신은 뱀의 모습을 한 형상이 등장했을 때에도 "왜 저런 모습이지?"라는 생각을 할 정도였다.. 원래 라미아가 그런 모습인데.. 그러다보니 라미아가 기존의 작품과는 다르게 이중적 성격도 지녔고, 웅장한 기원에 대해 이야기한다고 하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것이니 그냥그냥 돌을 통해 생각을 읽을 수 있고, 물을 못건너며, 이혼을 하기위해선 조금 복잡한 방법이 필요하다는 것 외에는, 요즘 나오는 책들의 흡혈귀에 비애 별 매력이 없었다.. 

둘째, 바이런과 셸리, 키츠 역시 누구인지 모른다는 것이다.. 바로 며칠전 <런던을 속삭여줄께>에서 이름들은 들어봤다.. 하지만 소설에만 관심을 둘 뿐 워낙 시에 관심이 없어 이름을 듣고 지나쳤던 사람들이라 어떤 것이 실화이고 어떤 것이 허구인지 분간이 안될 정도로 재미있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냥 모든 것이 새로운 이야기였다.. 그들의 영감이 라미아에 의한 소재는 좋았던 것 같은데.. 결국 영감을 포기한 채 라미아에 저항을 하기 시작하고, 마침내 네피림이 800년만에 처음으로 다시 동면에 들어가게 되며, 조세핀과 크로포드는 무사히 아이를 낳게 되는 등 해피엔딩으로 이야기를 맺지만.. 아무래도 내가 너무 고전 고딕소설의 매력을 모르기에, 그리고 이 책의 배경인 라미아와 낭만주의 시인들에 대해 아는 것이 없어서인지 정말 책읽는 속도가 절대 빨라지지 않는 책 중의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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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정신 - 일본서기에서 신영성운동까지
이찬수 지음 / 모시는사람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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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드라마를 보고, 일본노래를 들으며, 일본만화와 일본소설을 읽는 것이 일상화된 요즘 가끔씩 드는 의문은.. 일본인은 왜 집안에 불단이 있을까였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추리소설이나 명탐정 코난을 읽을 때엔 살인사건이 있은 뒤 피해자의 집에 방문한 형사들이 먼저 집에 있는 불단을 찾으며 향을 올리고, 식탐정을 보면 죽은 사람을 그리워하며 매일 불단의 음식을 정성스레 바꿔올리는 모습이 어느새부터인가 익숙해지긴 했지만.. 그래도 조금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드는 장면이었다. 그리고 일본여행을 하며 느낀, 가정집 옆에 있는 묘지들의 모습도 그렇고..  

한국에서도 종가집을 보면 위폐를 모셔놓는 사당이 있긴 하지만 그건 극히 일부 가정의 이야기이고, 집에 불단이 있기보단 납골당이나 묘지를 직접 찾아가 인사를 드리는게 일반적이다. 그리고 만약 가정집 주변에 묘로 빽빽히 들어찬 묘지가 있다면, 대번에 집값이 떨어진다며 집을 사지도 않을 것이고, 그런 집을 구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텐데..  

분명 일본은 우리나라를 통해 불교가 전파되었고, 그리스도교는 똑같이 억압을 받은 역사를 지니고 있는데..우리나라와 많은 것이 비슷하다고 하는 일본은 자세히 들여다 보면 너무나도 다른 모습의 나라였다..  

우선, 가장 큰 차이점은 일본엔 그리스도교가 얼마 없다는 사실이었다. 우리나라 같은 경우엔 온갖 박해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리스도교가 널리 전파되어 동네마다 여러개의 교회와 지역마다 여러개의 성당이 있는 것과는 달리, 일본의 경우 민족 종교인 불교를 이용하여 철저히 억압 1%에 미치지 못하는 소수자들만 그리스도교를 믿고 있는다고 하였다.. 

두번째 차이점은 무교든 불교든, 그리스도교든 한 가지 종교를 가지며 그 종교에 맞는 방법으로 살아가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일본사람들은 딱히 불교를 믿는 사람도, 유교를 믿는 사람도 없는, 종교가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정월초하루엔 신사에 가서 일년의 복을 빌고, 우리나라와는 달리 휴일이 아닌 크리스마스에 케익의 초에 불을 붙이고, 캐롤을 들으며, 결혼식은 교회의 예배당에서 하며, 죽어서는 사찰을 향한다는 것이었다. 물론 우리나라의 경우도 딱히 그리스도교가 아니어도 크리스마스를 즐기고, 산에 올라서는 사찰을 구경은 하지만, 그리스도교가 아닌 사람이 성당이나 교회에서 결혼을 하지 않고, 종교와 상관없이 사찰에서 장례를 지내는 것이 아닌 종교에 따라 장례방식도 달라지기에 일본인의 모습은 조금 신기하게 보일 정도였다. 

그런 일본인의 종교이면에 신도와 융합된 불교가 있으며, 조상을 숭배하는 유교정신과 "도"를 중시하는 사무라이 정신이 융합된 독특한 세계가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가 근대화문물을 받아들이며 전통을 무시했던 것과는 달리 전통을 중시하며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습관에 의해 형성된 일본인의 정신세계.. 이렇게 변화를 싫어하는 일본인들이다 보니 50여년 동안 일본을 종식하고 있던 자민당이 민주당에 참패했던 것이 큰 이슈가 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 책 한권을 통해 일본인의 정신을 완전히 이해했다고도 못하겠고, 일본을 안다는 말도 아직은 못하겠지만 은 다른 것은 몰라도 전통을 중시하고 새로운 것을 융화시키려 했던 그런 정신은 배워야할 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요즘이야 전통을 중시한다고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한국은 전통보단 신문물에 열광을 하며 전통을 소홀히하고, 잃어버린 전통을 나중에가서야 후회하니 말이다..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표지는 좀 촌스럽다.. 아무리 일본정신이라곤 해도빨간 표지에 사무라이만 그려놓을 것 까지야.. 촌스럽기도 하고 부담없이 집기엔 너무나도 부담스러운 표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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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2세 작가 재니스 리를 단숨에 베스트셀러 작가로 등극시킨 데뷔작. 2007년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 픽션부문 우수작품으로 선정되며 출간 전부터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2009년 1월에 출간되자마자 「뉴욕 타임스」, 「워싱턴 포스트」, 「시카고 트리뷴」 등 미국 주요 언론에 일제히 서평이 실리며 출간 2주 만에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소설은 세 명의 남녀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중국인 대부호 첸 씨 딸의 피아노 교사로 고용된 영국인 유부녀 클레어, 홍콩 사교계를 주름잡는 미모의 혼혈인 트루디, 그리고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는 매력적인 영국인 남성 윌 트루스데일. 작가는 다양한 인종과 계급이 공존하고 동서양이 혼재하던 영국 식민지 홍콩을 무대로 하여, 참혹한 전쟁과 꼬리를 무는 배신의 소용돌이에 휩싸였던 1940년대와 전후 1950년대를 넘나들며 이들 세 명의 사랑이 어긋나고 좌절되는 과정을 한 편의 영화처럼 감각적이고 흥미롭게 그려낸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왜 책을 주는 이벤트에 더 끌리는 것일까? 예약주문한 사람 10명을 추첨하여 문학동네의 베스트셀러 로드,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속죄, 자기앞의 생, 책도둑을 준다니.. 그냥 읽어볼까 말까 했던 책(분명 처음엔 도서관에서 빌려보려고 했다는..)이 이젠 살까 말까로 마음이 바뀌었다.. 추첨에 붙을 확률도 얼마안되는데..  왜 이런 사소한 이벤트에도 끌리는지.. 

한인 2세의 작품이라는 점도 궁금중을 유발시키는 요인 중의 하나였다.얼마전 <그저 좋은 사람>의 줌파 라히리 역시 인도계 이민자로 정체성을 고민하듯, 그런 느낌이 담겨있는 책은 아닐까 싶은 기대도 되고.. 근데.. 한인 2세이지만 한국어는 전혀 못하는 모양이다. 옮긴이가 따로 있는 것을 보면.. 한인 2세인 만큼 모국어인 한글도 잘하고, 그 나라에서 살기 위한 언어인 영어도 잘했더라면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두 언어로 스스로 풀이할 수 있었을텐데.. 조금은 아쉽다.. 

2009년 서점대상을 비롯하여 제29회 소설추리 신인상, 2008년 미스터리 베스트10 1위 등 다채로운 수상 내역과 발간 1년 만에 누적 판매부수 70만부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수립한 2008년 일본 최고의 화제작. 열세 살 살인자와 그보다 더 어린 희생자…. 허물어진 현대의 상식을 차가운 시선으로 담아냈다.
자신이 근무하는 학교에서 어린 딸을 잃은 여교사 유코는 봄방학을 앞둔 종업식날, 학생들 앞에서 차분하면서도 단호한 목소리로 입을 연다. 불행한 익사 사고로만 알고 있던 학생들에게 느닷없이 공표된, 차마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충격적인 사건의 전말. 나직하고도 상냥한 어조로 시작된 이야기는 점차 잔인한 진실로 이어지고, 걷잡을 수 없는 파문으로 치닫는다. "내 딸 마나미는 사고로 죽은 것이 아니라 살해당했습니다. 그 범인은 바로 우리 반에 있습니다." 술렁대는 학생들에게 유코는 또 하나의 충격적인 고백을 던진다. "저는 두 사람이 생명의 무게와 소중함을 알았으면 합니다. 자신이 저지른 죄의 무게를 깨닫고 그 죄를 지고 살아가길 원합니다. 그래서…." 그녀가 준비한 복수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표지는 정말 관심이 가지 않는 표지이다.. 근데 며칠째 알라딘서재 블로거베스트셀러로 뜨고 있다.. 도대체 뭔 내용이길래 그런가 싶어 줄거리를 봤더니,. 상당히 관심이 끌린다..  자신의 딸을 살해한 범인이 자기 반 학생이라니.. 그리고 범인에게 죄의 무게를 깨닫게 하기 위해 복수를 한다니.. 그냥 일반적인 복수처럼 살해하는 것이 아닌 치밀한 복수일텐데.. 어떤 복수일지 정말 궁금하다..

원래 비채에서 나온 블랙 앤 화이트시리즈(항설백물어도 그렇고, 온다 리쿠의 한낮의 달을 쫓다나 유지니아, 코끼리와 귀울음도 그렇고, 그리고 밤은 되살아난다도 재미있었고.. )의 책들이 믿음직스럽긴한데.. 확 사버려? 라는 생각을 하며 고민 중.. 안그래도 읽을 책이 많은데 계속해서 사고 싶은 책이 생겨버린다..  

런던을 속삭여줄께를 읽으며 보려고 마음먹었던 책들을 먼저 읽어야 하는데.. 그 책들은 어차피 고전이니 신간부터 읽을까싶기도 하고.. 아.. 고민이다..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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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09-10-19 0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저 이 페이퍼 읽다가 맨 위 [피아노 교사]이벤트에 끌려서 검색 들어갑니다. 이런식으로도 지름신은 오는거로군요!

몽자&콩자 2009-10-19 10:20   좋아요 0 | URL
조금은 어이없는 지름신이긴 하죠^^ 그래도 책을 사면 좋은 책을 더 받을 수 있는 이런 이벤트는 정말이지 벗어날수가 없어요~
 
런던을 속삭여줄게 - 언젠가 떠날 너에게
정혜윤 지음 / 푸른숲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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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어떤 해안선도 움직이는 땅에 생긴 일시적인 선일 뿐"이란 말은 옳았다. 아마 워즈워스는 어느 날 자신이 바라보는 호수와 강물이 캄브리아기만큼이나 오래되었다는 걸 생각해냈을 것이다. 그래서 자신의 삶보다 영원한 것을 봤다는 기쁨을 느꼈을 것이고, 자기가 본 것을 먼훗날 인류도 볼 것이란 생각을 했을 것이고, 결국 시간의 흐름을 가슴으로 고요히 받아들였을 것이다.-37쪽

둔황의 하늘에서 비행기를 타고 내려다볼 때 사막이 여성의 에로틱한 엉덩이처럼 부드럽게 보였을 때, 투루판의 모래 바람이 거리의 포도나무를 노랗게 때려대 포도가 모래자국으로 곰보처럼 되었을 때, 바둑판의 나뭇결에서 어느 해 유충이 뚫었던 구명을 발견했을 때, 아스팔트 위에 찍힌 장난꾸러기의 발자국 위로 빗물이 떨어지는 것을 봤을 때..... 그럴 때 세상은 사연으로 이뤄진 시이며 상형문자이다.-118쪽

그에게나 우리에게나 시간은 헤아릴 수도, 셀 수도 없는 미래를 향해 영원히 갈라지고 있다.-26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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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비실록 - 숨겨진 절반의 역사
신명호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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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뒤표지에 실린 말인 "조선의 왕비는 권력과 부귀영화를 모두 쥔 최고의 여성, 조선의 신데렐라였다." 에는 절대 동의할 수가 없다. 대부분의 왕비가 물질적으로 풍요를 느끼긴 했지만 일부 왕비의 경우에만 권력을 쥘 수 있었고, 몇몇 왕비를 제외하곤 명문가의 자녀로 왕비로 간택되었으니 신데렐라라기보단 정략결혼이 더 맞지 않을까?  

그리고 신데렐라가 계모와 언니들에게 모진 구박을 당했지만 자신을 사랑하는 왕자를 만나 그 후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라는 삶을 산 것과는 달리 만약 조선의 왕비들이 왕비가 되지않았더라면 더 행복했을지도 모를 정도로 그녀들의 삶은 바람앞의 등불이었고, 언제나 자신의 목소리가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도록 조심을 해야만 했으며, 신데렐라의 왕자님처럼 왕들이 그녀들을 언제나 사랑하지는 않았으니 말이다..

이 책속에 등장하는 7명의 왕비들 역시 그러했다. 향처인 한씨가 죽은 뒤 이성계가 왕이 되어, 경처에서 왕비의 자리로 오른 신덕왕후 강씨의 경우 인생역전을 했다고 볼 수도 있었다. 남편의 사랑도 듬뿍받고, 자신을 사랑하는 남편에 의해 자신의 아들이 훗날 왕이 될 수있도록 세자의 자리에도 올릴 수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인생사새옹지마라고 살아있는 동안 충분히 행복을 누렸다면, 그녀는 죽은 뒤 온갖 수모를 당했다. 자신의 아들인 방번과 방석은 왕자의 난으로 목숨을 잃고, 자신의 능 또한 도성밖으로 옮겨졌으며 신주 또한 종묘에 올리지 못한, 왕비의 자리에 있었지만 태종에 의해 후궁으로 기록되어 오랫동안 잊혀져야만 했다. 

그리고 두번의 왕자의 난을 통해 겨우 왕이 된 태종의 부인이었던 원경왕후 민씨 역시 남편이 왕이 됨으로써 권력을 손아귀에 넣은 것처럼 보였지만, 그녀는 남편의 사랑을 잃은 채 왕비의 자리에서 폐위될 뻔도 했었다(이 사실은 처음 알았다.. 태종이 점점 원경왕후 민씨를 좋아하지 않게되었던 것은 알고 있었지만, 폐위도 시킬뻔했었다니!! 그래도 자신을 도와 여러모로 노력한 조강지처이자 자신의 참모이고 협력자인데.. 조금 너무했다..). 거기다 자신의 오빠와 동생들이 태종에 의해 목숨을 잃는 수모까지 겪었으니.. 왕비의 자리에 앉아있다하지만 그로 인한 행복보단 가족을 잃고, 사랑을 잃은 고통에 더 괴로워하지 않았을까? 

남편을 일찍 잃고, 자신의 며느리를 내쫓았으며, 결국엔 손자에 의해 큰 봉변을 당하고 죽은 인수대비나 어린 나이 나이많은 임금에게 시집을 와 왕비의 자리에 올랐으나 세자에게 믿음을 주지않던 선조와 적자인 자신의 아들 영창대군에 의해 폐위되기도 하고, 아들도 잃은 인목왕후 김씨, 자신의 가문에 의해 남편이 세자의 자리에서 뒤주안에서 죽는 비참한 몰락을 보았던 혜경궁 홍씨와 시아버지인 흥선대원군과 정치적인 대립을 하며 권력을 잡았지만 일본에 의해 비참한 죽음을 맞이한 명성황후 민씨의 모습까지 그녀들은 신데렐라가 아닌 왕비가 됨으로써 수많은 고통을 겪어야했던 여인들이었다.  

만약 그녀들이 왕비의 자리에 오르지 않았더라면 느지막히 태어난 이쁜 고명딸로, 명석한 두뇌를 지녀 할아버지의 입가에 미소를 짓게만드는 그런 영특하기도 하고 이쁘기도 한 딸이며 손녀로 이쁨을 받으며 살다 좋은 집안으로 시집을 가서 행복하게 살지 않았을까? 하긴.. 조선시대엔 역모누명에 의해 사사당한 사람도 많고 정치적 싸움에 의해 죽임을 당한 사람도 많으니 어쩌면 집안이 몰락했을 수도, 혹은 남편의 수많은 첩들에 의해 고통을 받았을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왕비의 자리에 있는동안의 고통보다는 덜하지 않았을까 싶다..  

이전에 읽은 <조선왕비독살사건>과 <조선을 뒤흔든 16인의 왕후들>이란 책을 읽을 때에도 느꼈지만 정말이지 조선시대의 왕비는 "정치세력의 이해관계에 따라, 자신의 권력욕에 의해 한때는 왕비로 높은 지위를 지니고 있다가도 한순간에 몰락할 수 밖에 없던 존재이고, 조선시대에 있어 여성의 지위론 가장 높은 직위인 왕비일지라도 결국엔 여자로서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했던 존재"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을 뿐이었다.  

덧) 이 책을 받자마자 든 느낌이지만 정말로 누구인지 책 디자인한번 잘했다 싶다.. 겉은 한지느낌이 드는 표지이다 보니 역사서의 느낌과 잘어울리지만(물론!! 코팅표지에 비해 책모서리가 쉽게 닳고, 때도 쉽게 묻는 단점이 있지만..), 왜 하필이면 페이지모서리(이걸 뭐라 불러야하나 한참을 고민했다. 오른쪽페이지엔 오른쪽, 왼쪽 페이지엔 왼쪽에 색깔을 넣은 건데.. )마다 자주색을 물들여놓았는지.. 그리고 그 자주색이란게 프린터에서 사용되는 "마젠타"색상이라 눈이 아프다. 그나마 페이지모서리마다 있는 것은 양호하다.. 장을 구별할 때마다 전체 페이지를 물들인 마젠타색에 정말이지 토나올뻔 했다. 그리고 다른 문집에 씌여있는 내용을 인용할 때도 마젠타색의 글씨를 사용하다니.. 정말이지 책읽는 사람은 생각도 하지않고, 아무 색깔이나 사용한 느낌이다.. 조금만 연한 색을 사용하고, 페이지모서리에 색을 넣지 않았더라면 더욱 좋지 않았을까 싶다.. 

그리고 태종을 강씨의 하수인이라고 표현한 부분은 아무리봐도 이해가 가질 않는다. 태종과 강씨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정몽주를 죽이자고 의논했다고 하는 부분을 보며, 새로운 관점에서 보는 모습이기에 재미있었다. 이제까지 정몽주를 죽인 것은 이방원이 독자적으로 꾸민일로 보았기때문에 계모와 아들이 협력했다는 관점은 새로울 수밖에.. 근데 "하수인"이라는 표현은 조금 눈에 거슬린다. 하수인이란 "남의 밑에서 졸개 노릇을 하는 사람"이란 뜻인데 그럼 이방원은 아무 생각도 없이 자신의 이득을 위해 강씨의 명령을 따랐다는 것인데.. 아무리봐도 강씨와 태종은 손을 잡은 것일 뿐 누가 누구의 위라고는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니 하수인이라는 말은 조금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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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호 2010-01-04 19:29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대단히 감사합니다.

여러모로 고생이 많았읍니다.

앞으로 협력하여 미력이나마 일조를 다해보겠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