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Q84 1 - 4月-6月 1Q84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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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의 이야기 속에는 언제나 다양한 음악이 흐르고 있었다. 하지만 한 번도 그의 이야기를 읽으며, 책 속의 주인공과 같은 음악을 들으며 동화되었던 적은 한 번도 없다. 재즈에 관심이 있는 것도 아니고, 내가 아는 가수도 아니고, 그렇다고 음악자체를 즐겨듣는 것도 아니니 굳이 번거롭게 책 속에 등장하는 음악을 찾는 수고를 할 필요자체를 느끼지 못했고, 그저 하나의 무대장치일 뿐 별 의미가 없다는 생각만을 할 뿐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아니다. 굳이 책 속의 음악을 찾아 음악사이트를 돌아다닐 필요도, 음반을 사기 위해 핫트랙으로 갈 필요도 없었다. 책 속에 아오마메가 들었던 야나체크의 신포니에타 음악CD가 들어있었기 때문에, 처음으로 주인공이 들었던 음악을 들으며 편안한 자세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렇게 오늘 새벽 12시쯤 읽기 시작한 1Q84는 여느때의 하루키의 소설처럼 변함없이 이야기에 빠져들게 하는 뭔가가 있었고, 결국 난 밤을 꼴딱 새우며 하루키의 이야기에 정신없이 빠져들어 헤어나올 수가 없었다. 

1Q84의 주인공은 자신의 행동에 대해 목적의 정당성을 들며, 이 세계의 사람을 양심의 가책없이 저세계로 보내는, 헬스클럽 인스트럭터이면서 살인범인 아오마메와 입시학원의 수학강사로, 쉬는 요일엔 소설을 쓰며 지내는 덴고였다. 언뜻 보기엔 아무런 접점도 없는 그들이, 한 명은 다른 여성을 가차없이 괴롭힌 남성들을 처치하며, 한 명은 소설을 쓰고, 자신이 매료된 소설을 리라이팅하며 자신도 모르는 사이 1984년에서 1Q84년으로 이동해왔고,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 너무나도 큰 일에 얽매이게 되었다. 단지 길이 막히는 고속도로에서 남들이 하지 않는, 비상계단을 타고 고속도로를 벗어난 것때문에, 자신에게 너무나도 흥미로운 이야기로 다가오지만 글솜씨가 미숙한 한 편의 소설때문에 말이다..   

그렇게 자신들도 모르는 채 거대한 일에 얽매여 자신의 의지대로, 또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수많은 사건을 겪는 덴고와 아오마메, 그리고 후카에리의 이야기는 책에서 손을 떼지 못할 정도로 재미있었다. 하지만 이야기를 다 읽었음에도 찝찝한 느낌이 든다.. 언제나처럼 모호한 결말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여러 의문점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하나, 결국 덴고는 아오마메를 찾았을까? 바로 며칠전에 읽은 <스푸트니크의 연인>에서 스미레가 돌아왔다는 이야기를 할 뿐 실제 돌아왔는지, 그를 다시 만나게 되었는지를 알 수 없었던 것처럼, 덴고 역시 아오마메를 찾는다는 결심을 한 채 이야기가 끝나 버렸다. 아오마메가 들려주는 마지막 이야기에선 그녀가 죽는지 사는지조차 모호하다. 만약 아오마메가 죽었다면 1Q84년이든 1984년이든 그녀는 실제로 죽은 것이니 덴고가 찾을 수 없을 것이고, 만약 그녀가 죽지않았더라면 리더가 해준 말과는 다른 결말이고.. 과연 그녀는 살아있는 것인지, 죽어있는 것인지, 그리고 20년을 마음 속에 담아두었던 덴고는 그녀를 찾을지 못찾을지 정말 궁금하다.. 

둘, 리틀 피플은 어떻게 될까? 공기 번데기를 만들어 자신들의 통로와 도터를 만들고, 자신들의 뜻을 전할 리시버와 퍼시버를 찾아 이용하고, 자신들의 뜻을 방해하는 사람들을 직접 가해할 수는 없지만 그들의 약한 부분을 건드리던 그들은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 아직 1Q84년의 세계에서 덴고와 아오마메가 있는것으로 보아, 그들 역시 존재하는 것일텐데 리시버를 잃은 후 과연 그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그리고 이 책 속의 리틀피플은 하루키의 또 다른 소설인 <TV피플>속의 그들과 같은 존재일까? 물론 리틀피플은 손가락만한 존재들이 크기를 맘대로 조절하며 60cm정도로 커지기도 하고 다시 작아지기도 하는 반면, TV 피플은 사람의 모양을 하고 성인의 8할정도의 크기이니 크기 자체는 TV피플이 훨씬 크다. 하지만 TV피플이 TV를 들고 와 설치를 하여도 아무도 이의를 하지 않고, 그렇다고 그들이 보이지 않는 것은 아니며, 그들이 하는 말은 특정인에게 들리는 것처럼 리틀 피플도 누구에게나 보이는 것도 아니고, 누구에게나 말을 거는 것도 아니며, 그들이 만든 세계를 누구나 알아차리는 것은 아니었다. 그런 면에서 어쩜 같은 존재인데 모습만 다른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아니면 "피플"이라는 단어때문에 두 존재를 연관되게 생각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확실히 그들의 존재는 신비하고, 궁금한 존재이다..   

셋, 후카에리는 어떻게 되었을까? 덴고가 고양이 도시에 다녀올 동안 덴고의 집에 머물며, 덴고를 기다리던 후카에리의 이야기는 모호하게조차 끝나지도 않았다. 그저 기다리고 있을뿐, 덴고처럼 어떤 결심을 한 것도 아니니 말이다. 리틀 피플에 있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고, 제일 먼저 도터를 만든 만큼 리틀피플과의 이야기에서 그녀가 어떻게 될지도 중요할 것 같은데.. 리틀피플과 더불어 후카에리의 이야기에 대한 언급이 더 필요한 것 같다.. 

그리고, 비록 덴고와 아오마메, 후카에리처럼 이야기의 주축은 아니지만 덴고와 후카에리를 만나게 해주었던 고마쓰가 일주일째 연락두절상태로 남아있고, 후카에리를 돌봐주던 에비스노선생님이 선구에 맞서 후카에리의 부모를 찾기 위해, 그리고 그 곳에서 일어나는 일을 파헤치기 위해 그런 계략을 쓴만큼 선구가 어떻게 되는지, 에비스노 선생님에겐 별일이 없는지에 대해 약간의 언급도 없고, 아오마메를 친딸처럼 생각하던 노부인과 가족이라 여기기 시작한 다마루의 이야기 역시 미완성인 상태다.. 

우물 속에서 자신의 부인을 찾아 헤매고, 결국 우물을 벗어나 다시 자신으로 돌아온 <태엽감는 새>의 주인공처럼, 결국은 양을 없애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버린 친구를 찾았던 <양을 쫓는 모험>의 주인공처럼 뭔가 정리되는 듯한 분위기였으면 더 좋았을텐데 <1Q84>는 분명 이야기가 더 있을 것 같은데 그냥 모호함을 남긴채, 1Q84년에 남은 채 아오마메와 덴고의 이야기가 끝나버리니 조금은 아쉬운 결말이었다.   

☆ 이런.... 내년에 3권이 출간될 예정이란다.. 진작 알았으면 지금 안읽었을텐데.. 1권을 산 뒤, 2권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느라 안읽었고, 다른 책을 먼저 사느라 미뤄오던 2권을 엊그제 산 뒤 완결이라 생각하며 열심히 읽었는데.. 3권이 내년에 나온다니.. 분명 그 때쯤가면 대략의 줄거리 외엔 기억나지 않을테니 다시 읽어야 될테고, 다시 읽는 것보다 내년까지 찝찝한 상태로 남아있어야된다니... 진작에 알았으면 그냥 안 읽고 가만히 모셔둔채 3권이 나오기만을 기다렸을텐데... 이건 뭐 다 읽고 알아버렸으니.. 차라리 번역이 늦게늦게 이뤄져서 내년에 이 책이 출간되었으면 더 좋았을 것을.. 너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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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피스 1~59 (묶음) - 59권 묶음 세트
오다 에이이치로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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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다 에이치로의 상상력에 푹 빠져버리게 되는 원피스!!매번다음권이기다려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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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의 구
김이환 지음 / 예담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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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느끼지 못했지만 읽다보니 주제 사라마구의 <눈먼자들의 도시>와 비교되는 책이었다. <절망의 구>에선 어느날 커다란 검정색 구가 사람을 삼키는 것을 본 정수가 주인공으로 사람이 사라진 세상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면, <눈먼자들의 도시>에선 어느날 갑자기 사람들이 실명을 하기 시작하고, 실명한 사람들의 집단에서 유일하게 눈이 멀지 않은 의사의 부인이 그 세계에서 일어난 일을 말하고 있다. 그 누구에게도 자신이 제일 처음 목격자라는 것을 말하지 못하는 정수나 자신이 눈이 멀지 않았음을 남편이외에는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는 부인, 사람들이 사라지는 곳에서 약탈자의 이야기를 전하는 정수와 눈먼자들의 세계에서 또 다른 권력을 휘두르는 무법천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인.. 단지 "검은 구 빨려들어간다는 것"과 "실명"이라는 차이만 있을 뿐, 정수와 의사부인은 세상에 드리운 절망을 고스란히 맛보며 언제 자신도 검은 구에 빨려들어갈지, 아니면 실명을 할지 불안해하며 하루하루를 버틸 뿐이었다. 

실명을 한 사람들이 갑자기 보이지 않는 세상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고, 심한 질병에 걸린 사람처럼 인간보다도 못한 존재로 취급되며 격리수용되는 것을 보고, 그런 세상의 모습에 절망을 느끼면서도 실명을 했지만 사랑하는 남편과 그리고 함께하는 사람들에 책임을 한줄기 희망을 놓치않던 의사부인과는 달리 검은 구, 사람들에 의해 "절망의 구"로 불리우는 그 구에 빨려들어가는 것도 끔찍한 고통이겠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정수의 마음은 그보다 더 큰 절망감을 느낄 뿐이었고, 그 절망을 공유할 사람들마저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그저 담배를 사러나왔을 뿐이었는데..  

그 누구도 아닌 자신이 제일 처음 구를 목격했고, 그 구가 사람을 삼키는 것을 본 후 정수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더욱 끔찍하 두려움을 느끼며 부모님과 함께 도망치기 위해 애를 쓰지만 결국 혼자남게 되었다. 검정색 구를 다루는 방법을 알아냈다는 정부의 이야기와는 달리 점점 늘어나는 구에 두려움을 느끼며, 다른 사람들에 의해 안정을 느끼다, 다른 사람에 의해 목숨을 잃을뻔하다 세상에 남은 단 두명의 사람이 되어 구에 빨려들어가지 않고 살아가는 법을 깨달은 채 고독을 느끼고, 절망을 느끼며 하루하루를 지낼 뿐이었다. 그나마도 자신들의 부주의에 의해 결국 혼자만 남게되지만..  

그리고 어느날 갑자기 실명했던 사람들이 시력을 되찾듯, 절망의 구 역시 어느날 갑자기 사라져버렸다. 그 누구도 원인도 모르는 채, 과연 그 구가 무엇이었는지 모르는데 어느날 갑자기 나타났던 것처럼 갑자기 사라져버렸다. 그렇게 사라진 구를 향한 사람들의 분노는 애꿏은 사람에게 화살을 돌렸다. 복수를 하는 것이 유행이라고 말하던 사람들 무리에 두려움이 느껴졌던것처럼, 자신들의 분노를 표출하기 위해 하나로 똘똘 뭉쳐 하나의 희생양을 찾기 시작하는 사람들의 모습.. 최초로 목격했음에도 신고조차 하지 못했던 정수가 자신의 희생양이 될까 두려워 다른 사람을 몰아부치는 모습이 "두려움에 의한 회피"로 느껴졌다면, 희생양을 찾는 사람들의 모습은 이기심으로 똘똘 뭉친 인간집단일 뿐이었다. 희생양을 희생시킨다고 할 지라도 해결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음에도 자신들의 만족을 위해 희생양을 찾고, 이성적인 판단을 하기보단 여론에 떠밀려 아무런 죄책감도 느끼지 못하는 그런 집단으로 전락한 사람들.. 과연 노인은 정수에게 무엇을 조심하라고 한 것일까? 위급할 때 자신밖에 생각못하는 인간의 이기심? 아니면 군중심리에 의해 생각이라는 것도 하지 않은 채 우루루 몰려가는 그런 모습?  

부모님한테서도 버림받은 정수는 과연 그 후에 어떻게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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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18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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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리뷰어처럼 나 역시 얼마전서부터는 일본추리소설을 읽어도 딱히 "이거야!!"라는 감정을 느끼게 되는 책을 만나지 못했었다. 재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내가 좋아하지 않는 연애소설처럼 뻔하지도 않고, 가끔가다 만나는 고전소설 속의 난해함도 없고, 잔혹한 범죄묘사나 범인을 찾는 형사를 뒤쫓아가는 이야기는 추리소설이라는 기본적인 골격은 같을지라도 다 다른 매력이 있고, 긴장감이 넘치니 전혀 지루하지도 않다. 하지만 딱 와닿는 소설은 없다.. 서평단 도서 <귀를 막고 밤을 달리다>을 읽을 때에도 "알라우네" 어쩌구 하는 이야기에 흥미를 느껴 순식간에 읽었고, 끔찍한 현장묘사에 그리고 범인의 심리상태에 놀라게 되는 반면 그 작가의 다른 작품을 읽고싶다는 생각을 이끌어내지는 못하는 책이었다.. 가가형사시리즈로 비교적 최근에 만난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도 그냥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이기에 의식적으로 읽어내는 것뿐이고..긴다이치 쿄스케도 김전일의 할아버지이니 찾아 읽는 것에 불과했다.. 이전에 미야베 미유키의 <화차>와 <스나크 사냥>, 히가시노 게이고의 <방황하는 칼날>을 만날 때의 감동은 없는 것일까라는 회의감이 들때 바로 이 책, <고백>을 만나게 되었다.. 

<고백>은 표지는 전혀 내 취향이 아니고, 언제서부터인가 일본소설은 도서관에서 빌려읽는 편이고(소설만 읽는다고 엄마와 동생들에게 한소리를 들은 뒤, 가급적 책은 역사, 예술같은 인문관련 책을 사려고 노력중이다..), 딱히 관심을 가지고 신간소설을 살펴보는 것은 아니라 어쩌면 평생 안 읽었을 수도 있는 책이었다. 하지만 며칠내내 알라딘서재의 블로거베스트셀러에 오르는 이 촌스럽기 짝이 없는 표지(이건 절대적으로 내 취향이긴하다..),..그리고 "고백"이란 간략한 제목..도대체 무슨 내용이길래 이렇게 인기가 있나 싶어 줄거리를 보게되었고, 도저히 읽지않고는 못배기게 되었다.   

"내 딸 마나미는 사고로 죽은 것이 아니라 살해당했습니다. 그 범인은 바로 우리 반에 있습니다." 술렁대는 학생들에게 유코는 또 하나의 충격적인 고백을 던진다. "저는 두 사람이 생명의 무게와 소중함을 알았으면 합니다. 자신이 저지른 죄의 무게를 깨닫고 그 죄를 지고 살아가길 원합니다. 그래서…." 그녀가 준비한 복수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이런 소개글을 읽고서도 이 책을 읽지않는 사람은 정말로 자제력이 강한 사람일 것이다. 나는 그녀가 범인들에게 한 복수가 무엇일지, 그리고 사고가 아닌 살해당한 딸은 과연 어떤 방식으로 죽임을 당한 것인지 그것이 알고싶어 약간의 고민(결국 이건,, 책을 사기위한 정당화의 한 방편이었을 뿐이었다.. 고민도 없이 책을 사대면 조금 찔리니까..)끝에 당일배송을 받아 읽기 시작했다.. 

오랜만이었다.. 이런 소설은.. 가을이 깊어져가다보니 원래 쌀쌀하기도 하지만.. 따뜻한 방구석에앉아 포근한 이불을 덮은 채 밤을 지새우며 읽었다. 새벽 세시에 이 책을 집은 것도 문제이긴 하지만, 2시간 정도면 읽을 것이라 생각했던 책이 작가의 필력을 곱씹느라 자꾸 앞페이지를 뒤적거리다보니 어느새 아침이었다..   

첫 시작은 유코의 이야기였다. 요즘 청소년은 처벌하지 않는 법과 루나시 사건을 이야기하며 자신의 딸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학생들에게 들려주는  교사 유코의 이야기는 때론 아직 미성년자이기에 실수가 아닌 "살해"라는 끔찍한 동기를 가지고 살해했음에도 약한 처벌을 받으며 반성하지 않는 미성년자를 직접 처벌하기 위해 살인범이 되어야했던 아버지의 이야기인 <방황하는 칼날>을 떠올리게도 했고, 때론 중고등학생이 처벌을 받지않기 위해 자신들보다 어린 초등학생을 시켜 범행을 저질렀던 TV 속 뉴스를 떠올리게도 했다.  

확실히 요즘 청소년들은 무섭다. 왕따당하지않기 위해 일진학생에게 성상납을 하고, 마음에 안드는 애를 집단폭행하며. 범죄이유에 "재미로"라고 대답을 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그리고 그런 아이들 중엔 분명 유코가 말한 루나시처럼 주변의 관심을 끌기위해 사건을 저지르는 경우도 있을테고(물론 이건 청소년뿐만 아니라 성인범죄에도 종종 있는 것같다..), 그런 경우 언론매체의 관심이 오히려 가해자를 더 자극해주는 요인이 될 수 있을거라는 생각을 하니 참 씁쓸하다.. 사건의 전달도 중요하지만 모방범죄의 가능성과 선정성을 강조하는 언론의 모습은 양면적이니 말이다.. 아무튼.. 유코는 가해자가 원하는 대로 사건을 공개하기보단, 자신이 스스로 그들이 스스로 죄를 뉘우치며 살도록 하는 방법으로 복수를 하겠다고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5개의 고백.. 유코의 반 학생이었던 미즈키와 범인 나오키와 그의 엄마, 그리고 또 다른 범인 슈야와 마지막 유코의 고백이었다. 한 가지 사건이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다른 사건으로 보여지던 <라쇼몽>에서처럼 유코의 아이가 죽은 사건을 서로의 시각에서 바라보며(쓰고 보니 다른 리뷰에도 이 얘기가 있다.. 역시 잘못 느낀게 아니었다..), 사건 속에 숨겨진 진실들이 하나씩 툭툭 떨어지기 시작했다.  

살해하려는 마음을 지녔던 학생과 모른 채 살해를 하게된 학생.. 그리고 그 학생들에게 복수를 하려는 선생님이라는 것에 시작된 <고백>.. 한 사람 한 사람의 섬세한 내면묘사와 고백을 통해 밝혀지는 사건의 진실, 그리고 유코가 행한 복수이야기라는 조금은 뻔한 주제같으면서도 기존의 이야기에서 느끼지못했던 느낌의 이야기였다..  그리고 어느것 하나 우연에 의해 일어난 일이기보단 무엇인가가 시발점이 되어 나타나게 된 사건과 그 사건의 끝.. 정말이지 한 편 한 편의 고백을 읽을 때마다 새롭게 밝혀지는 사건의 이면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정말 이 책이 이 작가의 데뷔작인것조차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잘 짜여진 직물처럼 어느 것 하나 버릴 것없이 깔끔하면서도 충격적이면서 긴장감이 넘치던 이야기였다.. 거두절미하고 꼭 한 번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은 책 중의 하나가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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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위의 딸 펭귄클래식 29
알렉산드르 세르게비치 푸시킨 지음, 심지은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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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의 <청춘의 독서>를 읽은 뒤 생긴 필독도서리스트 14권.. 인생의 초반에 있어 인생을 살아갈 나침반과 같은 책이 되어준다는 책임에도 불구하고 <죄와 벌>과 짧게읽은 <사기>이외에는 읽은 책이 없어 조금은 창피했었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라는 시로 유명한 푸시킨의 책은 그나마 민음사의 벨킨이야기를 읽었던 적은 있지만 러시아의 상황도 모르고, 이야기자체의 매력을 충분히 못느껴 별다른 기억이 안난다. 그런 점에서 보면 <대위의 딸>을 통해 푸시킨을 처음 만나는 것과도 같았다. 

이 책의 주인공인 페트루샤는 태어나지도 않은, 엄마의 복중에 있을 때부터 중사로 등록되었고, 열일곱 아버지의 말에 의하면 군대 갈 나이가 되어 페테르부르크가 아닌 일반부대에서 군복무를 시작하게 되었다. 열일곱. 오늘날 우리나라로 따지면 고1정도의 나이니 아직은 철부지임에 틀림없건만, 완고한 아버지에 의해 군대에 가게된 페트루샤는 자신이 철부지임을 몸소 보여주고 있었다. 자신을 지극히 위해주는 하인이 잠시 없는 동안 흥청망청 술에 취하고, 거금을 잃지않나, 길을 잃은 자신들을 안내해준 사람에게 하인 사벨리치가 반대함에도 불구하고 좋은 옷을 아낌없이 주고, 아버지의 호통에 하인을 잡는 그의 모습에 기가 찰 뿐이었다. 아무리 철이 없다고 해도, 이렇게까지 분별없이 행동을 하나 싶을 정도였다. 그런 그였으니 결혼한다고 했을 때 아버지가 반대를 하는 것도 당연하다 싶을 정도였다. 

그런 그가 사랑에 의해, 그리고 전쟁에 의해 조금씩 변해갔다. 어리숙하게만 보이던 그가, 사벨리치가 반대함에도 후하게 인정을 베풀었던 우연에 의해 반란을 일으킨 푸가쵸프앞에서도 목숨을 구할 수 있었고, 사랑하는 여인도 무사하게 구출할 수도 있었다. 자신과 반대편이란 이유로, 자신에게 복종을 맹세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한 치의 망설임없이 대위와 소위를 죽였던 것과는 달리 자신에게 베풀었던 인정을 인정으로 갚았던 푸가쵸프의 인간적인 면모에 의해 우연히도 목숨을 구하고, 우연히도 마리야가 만난 여인이 여제였기때문에 페트루샤와리야의 사랑은 행복한 결말을 맞이했다. 확실히 지나친 "우연"에 의해 행복한 결말을 맞이했고, 그래서인지 역사적 이야기라기보단 통속적인 사랑이야기라고 느껴지는, 아주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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