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에 대한 기독교적 이미지가

계몽주의 이후의 예술을 천지개벽으로 생각해 온

서구인들의 이미지와 가장 분명하게 차이가 나는 부분은 바로 이 점이다.

그것은 바로 예술의 책임에 대한 관점에 있다.

그리스도인은 예술가를 인류의 소명에 동참하는,

하나님 앞에서 책임 있는 대리인으로 본다.

반면에 서구인들은 고갱의 이미지 속에서처럼

예술가를 모든 책임에서 면제되고 단지 무제한의 자유를 누리는 가운데

자신을 표현하려고 몸부림치는 존재로 본다.


- 니콜라스 월터스토프, 『행동하는 예술』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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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복수 주식회사
요나스 요나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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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이 제멋대로의 천방지축 캐릭터들이 난무하는 재미있는 이야기는 뭘까작가의 전작인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의 소문은 자주 들었지만 기회가 닿지 않아 아직 읽어보지 못했었는데이 책을 보니 앞선 책들도 재미있겠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500페이지가 넘는 작품인데도 출퇴근 하는 지하철 안에서 이틀 만에 거의 다 읽어버렸을 정도로 재미있고흡입력이 좋다.


이야기를 재미있게 만들어주는 건 역시 캐릭터다2의 히틀러를 꿈꾸고 있는 스웨덴(!)의 한 극우망상가 빅토르그가 자신의 계획을 실현하기 위한 중간단계로 결혼한 옌뉘(빅토르가 일하던 미술갤러리 사장님의 어린 딸이다), 빅토르와 관계를 맺던 여성으로부터 어느 날 갑자기 떠안게 된 소년 케빈케냐에 유기된 케빈을 데려다 양아들로 받아들이고 마사이 전사(?)로 교육한 유쾌한 치유사 소 올레 음바티안그리고 잘 나가던 광고회사를 때려치우고 복수대행회사를 차린 후고까지.


언뜻 들으면 스웨덴과 케냐미술갤러리와 네오나치마사이족 전사와 치유사 같은 소재가 어떻게 하나의 이야기 안에 엮여 들어갈지그리고 여기에 실존하는 화가인 이르마 스턴이라는 인물과 그의 작품까지 포함되는 국제적이고 통섭적(?)인 이야기의 전개 방향이 쉽게 예측되지 않는다그리고 이 무리할 것 같은 이야기가 우당탕탕 어찌어찌 진행되어 가는 게 백미고.


예컨대 빅토르에게 모든 재산을 빼앗기고 이혼을 당한 옌뉘와 사자밥이 될 뻔 했다가 마사이 전사로 성장한 후 스웨덴으로 돌아온 케빈이 약혼을 하고두 사람에게 나쁜 짓을 한 빅토르에게 복수하기 위해 재미있는 일을 찾던 후고가 차린 복수대행 회사에 들어와 무급직원으로 일하며 복수를 계획한다는 설정은 누구도 쉽게 만들어 내기 어렵지 않은 이야기 아닌가.



복수라는조금은 찜찜할 수 있는 주제를 다룸에도 불구하고책을 읽어가면서 느껴지는 전반적인 정서가 웃음이었던 건우선은 회사의 사장인 후고가 어지간하면 합법적인 틀 안에서 자신의 사업을 진행하려고 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그가 생각하는 복수란정확히 말하면 일종의 큰 골탕 먹이기 정도여서예를 들면 축구 코치에게 꼭 축구공처럼 칠해놓은 콘크리트 공을 차도록 유도하는 식이다(물론 뼈가 부러지긴 했다).


하지만 그 못지않은 또 하나의 중요한 이유는역시 등장인물들이 전반적으로 조금은 소심하면서도 증오에 사로잡힌 광정인 캐릭터가 아니라는 점이다옌뉘와 케빈은 둘 다 빅토르 때문에 인생을 날릴 뻔했지만 어쨌든 살아남았고복수도 그 수준으로 하기를 바랐다.


그리고 여기에 빼놓을 수 없는 건 케빈의 양아버지이자 케냐의 마사이 전통 치유사인 소 올레 음바티안이라는 캐릭터인데시종일관 말이 통하지 않는 것 같으면서도 확실한 주관을 가지고 제 잘난 맛에 살아가고 있는 그 덕분에 이 복수 작업은 전혀 예상치 못한 데로 통통 튀어 다니게 된다미워할 수 없는 고집쟁이랄까.



책 전반에 작가의 현대미술에 대한 애정이 묻어나는 작품이다관련 분야에 관심이 있다면 조금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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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감 2022-11-21 15: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나손 작품은 전부 타임 킬링용으로 제격입니다.
휴가철에 읽으면 딱 좋으실거에요 :)

노란가방 2022-11-21 16:53   좋아요 1 | URL
네 그럴 듯도 하네요 ^^
 
유럽 최후의 대국, 우크라이나의 역사 - 장대한 동슬라브 종가의 고난에 찬 대서사시
구로카와 유지 지음, 안선주 옮김 / 글항아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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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하면서 시작된 전쟁이 연말까지 이어지고 있다수많은 뉴스들이 나오면서 우크라이나라는 나라에 대한 관심이 제법 높아진 것 같다전에는 어지간히 관심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어디에 있는지도 정확히 짚지 못했을 텐데 말이다이 책은 그런 우크라이나 역사를 전반적으로 훑어가는 책이다.


사실 책을 쓴 사람이 누구인지는 주의 깊게 살펴보지 않았는데막연히 유럽이나 미국쪽 역사가겠지라고 생각하고 있었나 보다그런데 흥미롭게도 저자가 일본인이다주 우크라이나 일본 대사를 역임한 외교관으로 우크라니아 연구회라는 조직을 이끌고 있기도 하다고.


대사는 우리나라로 치면 차관급 대우를 받는(일부 국가는 장관급고위 공무원이다이런 고위공무원의 경험은 중요한 국가적 자산이기도 하고그런 경험을 이렇게 책으로 엮어서 일반인들과 나눈다는 건 엘리트의 사명 비슷한 것이기도 할 듯하다확실히 못난 점이 적지 않은 나라이기도 하지만이런 부분에서는 닮아야 할 부분도 많다.





우크라이나는 현재 러시아 다음으로 유럽에서 넓은 영토를 가진 국가이다남부 지역에는 비옥한 땅이 있어서 엄청난 농업생산력을 자랑하고 있기도 하고그래서 최근 전쟁으로 이 곡물 추수와 수출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국제 곡물가격이 급등하기도 했을 정도다지리적으로도동유럽의 최동단에 위치해 러시아와 서쪽 유럽 사이를 잇는 통로이기도 하고남쪽으로는 지금은 러시아에 의해 불법 점유되고 있는 크름반도를 통해 흑해로 연결되는 자리이기도 하다이런 중요도에 비해 우리의 관심과 지식은 얼마나 적은지...


책은 이 흑해 북부 연안에 살았던 것으로 기록에 남아있는 스키타이인으로 시작한다물론 이들은 오늘날 우크라이나인들과 직접적인 혈연적 연관은 부족하지만아무튼 그 지역의 역사를 말하려면 빼놓을 수 없는 이야기이기도 하니까. BC 8세기 경 이 지역으로 들어온 유목민족인 스키타이인은 상당 시간 동안 꽤 번성하면서 오늘날까지도 남아있는 황금유물을 남겼다.


이후 오랫동안 여러 유목민족들이 지배하던 이 지역에 본격적으로 슬라브족이 나타나게 된 건 9세기나 되어서였다비로소 키예프 루스라는슬라브족 계통의 최초의 중요한 정치적 실체가 등장한 것이다이 나라는 오늘날 러시아벨라루스그리고 우크라이나의 기원 격이 되는데그래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서로 자신들이 이 국가의 후예임을 자칭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 나라는 몽골의 침입으로 약화되었고동쪽에는 모스크바를 중심으로 한 모스크바 대공국이 나타나 세력을 키우고서쪽은 리투아니아와 폴란드 등의 지배 아래 들어가게 된다이 기간 동안 자생적인 무장집단인 코사크가 나타나기 시작했고그 수장인 헤트만이 사실상 지배하는 지역이 나타났다일명 헤트만 국가.


그러나 헤트만 국가는 태생적으로 불안한 지위에 있었고결국 이 땅은 동쪽의 (모스크바 대공국을 이은러시아 제국과 서쪽의 (폴란드를 밀어내고 그 자리를 차지한오스트리아 제국에 의해 분점되는 상황을 맞는다. 20세기 초 독립을 위한 다양한 정치세력들이 난립했지만 결국 독립을 이루지 못한 채 러시아 제국의 뒤를 이은 소련 치하에 들어가고이 기간 엄청난 수탈과 희생을 겪게 되었다그리고 마침내 1990년 대 초 소련의 붕괴를 틈타 우크라이나는 독립을 얻어낸다.





한 나라의 역사를 이렇게 전체적으로 훑어보는 경험은 특별한 느낌을 준다뭔가 웅장한 음악을 들은 것처럼 감동이 느껴지기도 하고그 안에 쉴 새 없이 등장하는 인간의 연약함을 보면서 답답할 때도 있다당연히 이런 긴 역사에서는 배울 점도 많고물론 정리된 역사를 보는 우리와 달리실제 그 역사 안에 있는 사람은 자신의 판단을 완전히 객관적으로 보는 게 어렵긴 하지만그래서 우리가 더 역사를 익혀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저자가 일본인이었기에책 가운데 종종 일본과의 연관성을 언급하는 부분이 눈에 띤다동아시아 끝자락에 있는 일본과 유럽의 우크라이나 사이에 무슨 역사적 공통분모가 있을까 싶지만우크라이나와의 작은 만남도 책 속에 몇 문단으로 넣을 수 있는 것도다 이런 책을 쓴 사람의 특권이겠지 싶다.


그래도 스키타이의 황금 유물을(물론 신라를 언급하긴 하지만), 비슷한 시기도 아니고 그 후대의 일본과도 뭔가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것처럼 억지로 가져다 붙이는 부분은 살짝 웃음이 났다한반도를 통해 문화를 수입하고 발전시킨 일본의 태생적인 한계를 극복하고 싶어 안달하는 일본 역사학계의 초조함이 엿보인 달까.


그리 어렵지 않은 문체와너무 두껍지 않은 분량으로 우크라이나라는 나라를 전체적으로 훑는 데 도움이 될 만한 괜찮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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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신경 쓰지 말자, 마릴라는 생각했다.

이미 저지른 실수를 되돌릴 방법은 없다.

하지만 내일이 되면 잘못을 바로잡을 시간이 충분할 것이다.


세라 매코이, 『초록지붕집의 마릴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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