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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의 살인 1
베르나르 미니에 지음, 윤진 옮김 / 밝은세상 / 2017년 7월
평점 :
절판
'여름'이라고 하면 극장가에 <공포영화>가 어김없이 등장하듯이 서점가에도 <추리소설>, <스릴러물>이
등장하기 마련입니다.
오히려 찌는 듯한 더위가 싫지만 그래도 기다려지는 건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어줄 추리물, 스릴러물이 있기 때문은 아닐까 싶습니다.
저 역시도 계절의 변화를 책과 함께 맞이하곤 합니다.
'봄'이면 '사랑'이 가득한 로맨스!
'여름'이면 '스릴러'가 가득한 추리!
'가을'이면 '사랑' 때론 '이별'에 대해!
'겨울'이면 가슴 따뜻한 이야기를!
이번에도 그런 저를 위한 책이 출간되었습니다.
『눈의 살인』

책의 표지에 적힌 문구를 보니 읽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오싹하면서도 짜릿한 긴장감을 주었습니다.
멈출 수 없었던 일탈,
벗어날 수 없었던 비극!
피레네의 하얀 눈 위에 뿌려진
인간의 광기와 이기적인 욕망!
어서 빨리 작가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야겠습니다.
어떤 사건이, 이로 인해 추악한 인간의 모습은 어떨지......
해발 2천 미터 케이블카 로프에 무언가가 매달려 있습니다.
야생독수리인가?
아니었습니다.
"본부? 위스망스입니다! 빨리 헌병대(프랑스의 치안 관리는 내무부의 통제를 받는 '국가 경찰' 외 육군에 속하면서 경찰 업무에
있어서는 내무부의 통제를 받는 '국가 헌병'으로 이원화되어 있다. 지방 소도시의 치안 업무는 헌병대가 주로 담당한다 : 옮긴이)에 알려야
합니다. 빨리! 빨리 오라고 해요! 케이블카 승강대 위에 말의 사체가 매달려 있어요! 어떤 미치광이가 고약한 짓을 해놨어요!" -
page 14 ~ 15
이 사건은 단순히 미치광이의 짓이 아니었습니다.
현장에서 발견된 DNA를 추적한 결과 바르니에 치료감호소에 있는 연쇄살인범 '쥘리앙 이르트만'이었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왜? 이런 의문을 품고 수사를 진행할수록 15년 전에 일어난 사건과의 연결 고리가 있게 됩니다.
너무나 치밀하고 완벽하게 계획된 범죄.
그 속의 진실을 향해 달려가는 모습에는 충격적인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책의 표지가 흑과 백인 이유.
책 속에서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흰색은 순진무구, 천진, 순결 따위를 상징하지만 온통 흰색 일색인 이곳에 무시무시한 살인마들이 수용돼 있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했다.
"디안 베르그 선생,. 당신도 알다시피 원래 흰색은 죽음과 장례식을 상징하는 색입니다."
...
"동양에서는 지금도 그런 의미로 인식되고 있죠. 흰색은 검은색과 마찬가지로 극한의 의미를 담고 있기도 합니다. 이를테면 새로운
세계로 넘어가는 단계와 관련 있는 색이죠.
..." - page 87
극한의 의미.
아이러니함을 담고 있는 흑과 백 속에 우리는 어느 경계에 머무르고 있는 것일까......
또한 책 속엔 이런 문장이 있었습니다.
인간은 수면 아래에 잠겨 있는 빙산과도 같다. 수면 아래에 잠겨 보이지 않는 거대한 얼음덩어리 속에 말 못 할 고통이나 온갖 비밀을
숨겨두고 있으니까. 인간은 수면 위로 드러나 있는 모습이 전부는 아니다. - page 103
이 말처럼 책 속의 인물들 역시도 빙산과도 같기에 그 깊이를 알고자하니 인간의 이기적인 욕망과 원초적인 광기가 드러나 때론 오싹하게, 때론
그 모습이 우리의 일부인 듯 하여 치부가 드러난 것 같은 느낌을 받곤 하였습니다.
저에게 너무나 인상깊었던 이야기가 있습니다.
"우리는 바다에서 가장 깊은 심해와 연결돼 있어요. 선생님은 아직 모르겠지만 우리는 실제로 존재하는 게 아니거든요. 우리는
생각으로만 존재해요. 우리는 2천 미터 깊이의 바다 속에서 살아가는 심해생명체들의 정신이 발현된 존재들일 뿐이죠. 2천 미터 깊이 심해는 영원한
암흑의 왕국이죠. 햇빛이 닿지 않는 곳이라 늘 어두워요."
...
"심해는 대단히 춥죠. 게다가 엄청난 압력이 가해져요. 10미터에 1기압씩 낮아지니까요. 원래부터 심해에 사는 생명체가 아닐 경우
절대로 감당할 수 없는 압력이죠. 우리도 그렇지만 심해의 생명체들은 죄다 괴물 같아요. 눈이 엄청나게 크고, 턱에는 뾰족한 이빨이 있고, 몸속
장기들이 반짝거리는 빛을 발산하죠. 심해의 생명체들은 바닷물 위쪽에서 떨어지는 썩은 고기나 각종 시체를 먹고 살아요. 살아 있는 먹이가 나타나면
단숨에 잡아먹기도 하는 포식자들이죠. 심해에는 암흑과 잔혹만이 존재하죠. 우리와 똑같아요.
...
이 모든 고기들이 단 한 번도 빛을 못 보고 살죠. 그 고기들은 절대로 위로 올라오지 않아요. 우리와 비슷해요. 왜 그런지 아시죠?
우린 선생님과 달리 여기에 진짜로 살지 않아요. 우린 심해 생물체들의 영혼에서 분비되었거든요. 그 중 하나가 죽을 때마다 우리도 하나씩
죽어요." - page 173 ~ 174
아름다움과 잔혹, 침묵과 절규, 고독과 혼잡, 공포와 호기심 등.
이 상반되는 개념들이 혼재되어 있다가 결국 하나로 모이는 과정은 실로 복잡하면서도 두렵기만하였습니다.
책을 읽고나서 쉽사리 공포감에서 벗어날 순 없었습니다.
사건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그 끝엔 인간의 이기적인 욕망과 광기가 맞물려 있다는 사실이 조금은 충격적이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 소설의 배경이 너무나도 맞물려 있었기에, 또한 실존하는 곳이었기에, 연쇄살인마의 모습이 흡사 낯설게 느껴지지 않았기에 더
그러하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작가, '베르나르 미니에'.
그의 다른 작품 역시도 기대가 되었습니다.
그 속엔 인간의 어떤 면모가 담겨 있을지, 또다시 우리의 치부가 드러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지만 그를 통해 보다 '인간다움'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가 마련되어 또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