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타와 오토와 러셀과 제임스
엠마 후퍼 지음, 노진선 옮김 / 나무옆의자 / 2017년 6월
평점 :
절판


책 제목이 특이하였습니다.

『에타와 오토와 러셀과 제임스』

이 소설에 나오는 등장인물의 이름을 전부 나열한 것일까?

그런 궁금증을 안고 책의 표지를 찬찬히 살펴보았습니다.

그러다 발견한 문구!

전 세계 19개국 수출! 주요 언론의 격찬


마지막 장을 넘긴 뒤에도 오랫동안 꿈을 꾸는 듯한 기분이 든다. - 라이브러리 저널

무슨 내용이길래 이런 격찬과 찬사가 가득한 것인지 더욱 호기심이 갔습니다.

그래서 표지에 그려진 여인과 함께 여행을 떠나고자 합니다.


하나의 편지.

떠납니다. 바다를 본 적이 없어서 보러 가요. 걱정 말아요. 트럭은 두고 가니까. 걸어갈 수 있어요. 잊지 않고 돌아오도록 할게요.


(언제나) 당신의

에타. - page 7

여든 두 살의 에타는 조금씩 기억이 사라지는 병, 치매를 앓고 있습니다.

그런 그녀는 남편에게 바다를 보러 떠난다는 편지를 남긴 채 집을 나섭니다.

그녀의 남편 '오토'는 그녀를 쫓아 같이 떠나고 싶었지만 그녀의 의사를 존중하며 떨리는 손을 진정시키며 집에서 기다리기로 합니다.

하지만 '오토'와는 달리 '러셀'은 그녀를 찾아 나섭니다.

한때 그녀의 연인이었던 그.

이렇게 3명-에타, 오토, 러셀-의 어린 시절, 청년 시절이 이야기 되면서 에타가 보내는 편지와 오버랩이 되면서 삶에 대하여, 사랑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편지'라는 매개체.

요즘은 워낙에 SNS의 발달로 점점 사라지고 있는데 이 책을 통해 다시금 '추억'으로의 여행을 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 느낀 감정을 글로 표현해 다른 이에게 전달하는......

조금은 어리숙하지만 로맨틱한, 하지만 가슴 찡함이 담겨 있어서인지 소설의 내용이 그리 슬프지 않지만 마음만은 아려오곤 하였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에타를 향한 오토의 사랑이 절실히 느껴진 부분이 있었습니다.

당신이 건강했으면 좋겠소. 늘 그늘을 따라 걸으시오. 시간 나면 편지하고. 난 집 안에 사람 목소리가 들리도록 당신 편지를 큰 소리로 읽는다오.


당신의 (잊지 말기를)

오토. - page 127


에타에게


당신이 돌아오면 주려고 뭘 좀 만들었소. 이제야 이해가가는군.당신이 거친 노끈과 갈색 종이로 싸서 내게 보내줬던그 퀴퀴하고 바스러진 쿠키들. 이젠 당신이 멀리있고 내가 여기 있구려. 그러니당신이 돌아올 때까지 난 만들고 또 만들 거요. 집으로 돌아올 이유가 있다는 걸 당신과 내게 상기시키기 위해서. -  page 260

편지를 보낼 주소가 없지만 고이 접어서 간직한 오토의 모습이 아른거렸습니다.

아내의 의사를 존중하기에 멀리서나마 아내에게 응원하는 그의 모습.

그리고 언제나 그 자리에서 기다리겠다는, 돌아와야함을 전하는 그의 모습.

이런 사랑이야말로 진정한 사랑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자신의 기억이 잊혀지는 것에 대해 주머닛 속에 넣어둔 쪽지엔 그녀의 이름, 가족이 적혀있었습니다.

자꾸만 중얼거리는 에타.

그럼에도 그녀에게선 더할나위없는 사랑과 우정, 아름다운 노년의 모습이 보였기에 마지막 장을 읽으면서 오랫동안 긴 여운이 남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인상깊었던 편지글이 있어서 여기에 적어봅니다.

사랑하는 에타


살다 보면 좋은 날도 있고 나쁜 날도 있소. 한번은 당신이 내게 그랬지. 숨 쉬는 걸 기억하라고. 숨을 쉴 수 있는 한 우리는 뭔가 좋은 일을 하는 거라고. 옛것을 없애고 새것을 받아들이는 거라고. 그렇게 앞으로 나아간다고. 전진한다고. 때로는 그것만이, 그저 숨 쉬는 것만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할 일이라고 당신이 그랬소. 그러니 걱정 말아요, 에타. 다른 것은 못 할지라도 난 여전히 숨 쉬고 있소.

당신은 분명 거의 다 갔겠군. 분명 얼마 남지 않았을 거야. 그러기를 바라오. 당신이 모든 것을 보게 되기를.

그저 이렇게 말해주고 싶었소. 난 여기 있으니 걱정 말라고. 여기서 숨 쉬고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고.


오토. - page 352 ~ 353

왠지 그들의 이야기가 끝났다는게 아쉬울 뿐이었습니다.

가슴 한 켠이 아련했던 책.

그래서 더 깊은 여운이 남아 다시금 손이 가는 책.

삶에 대해, 진정한 사랑에 대해 느끼고픈 이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에타와 오토와 러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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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생각이 나서 - 그토록 듣고 싶었던, 정말로 하고 싶었던 이야기
김해찬 지음 / 북로그컴퍼니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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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볼 때 왠지모르게 끌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책 역시도 그랬습니다.

『네 생각이 나서』 

무심코 던진 말 같지만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을 듯한......

그래서 더 애틋하게 들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책의 저자, 김해찬.

알고보니 유명하신 분이셨습니다.

SNS '이름 은유' 열풍의 시초 '해찬글'의주인공

20만 팔로어들을 절제된 감정으로 다독인

베스트셀러 《상처 없는 밤은 없다》의 작가 김해찬

왜 나만 몰랐던건지......

20만 팔로어들의 감정을 다독일만큼의 필력을 자랑한다는 그에게 제 감정도 다독여달라고 조심스레 외쳐보았습니다.

그리고 시작된 그의 이야기

지금, 생각나는 사람이 있습니까?


<프롤로그>부터 인상깊었습니다.

기분이 좋거나 나쁘거나

무슨 일이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때마다의 이유 때문에

나는 늘 누군가를 생각합니다.

때로는 가족. 때로는 친구, 때로는 연인.......

너무 가까이 있어 얼마간 소홀하게 되는

소중한 이들은 물론이고

뭐라 한마디로 규정하기 애매한

얕은 관계 속의 누군가에 이르기까지

나는 매일 누군가를 떠올립니다.

...

"네 생각이 나서."

그 한마디에 왈칵 눈물이 날 만큼

반갑고, 미안하고, 그립고, 고마운 누군가가 있어

지금 이대로 충분한 오늘. - page 4 ~ 5

이 글을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울컥하였습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저 역시도 매 순간 떠오르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나의 엄마, 아빠, 동생, 남편, 아이......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가 생각나는데 막상 누구라도 단정짓기가 애매합니다.

과연 나는 누가 생각이 나는걸까......


<마음의 지옥>에서 인상깊었던 문장들이 있었습니다.

"상처받는 것도 억울한데 뭐하러 그걸

파고들어서 네 마음을 지옥으로 만드는 거야?"

...

세상이 다 내 맘 같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지만 우리가 이미 겪어왔듯 그럴 수는 없다. 피할 수 없는

일. 그러니 그걸 헤집어서 내 마음을 지옥으로 만들지는 말자.

상처는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아물 테지만 지옥이 된 마음은

오래도록 나를 갉아먹을 테니까. 그것만큼 어리석은 짓은 없다. - page 48 ~ 49

공감이 되었습니다.

세상사......

나와 같은 마음인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또 상처받는 것을 피한다고 피할 수 있는 것일까?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라고 하니......

즐기지는 못할지언정 굳이 헤집어 내 마음을 지옥으로 만들지는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위로가 되는 푸념>엔 이런 글이 있었습니다.

어쩌면 불안한 것이 당연한 시기.

조급해지지 말자고 마음을 다잡는다.

앞날이 불확실하다는 건

알 수 없는 불행에 두려운 게 아니라,

어떤 행운이 올지 모르는 설렘이라고. - page 139

청춘들에게 전하는 글이었을지 모르지만 저에게도 위로가 되었습니다.

한 가정의 아내로, 한 아이의 엄마로 매 순간 불안했었습니다.

과연 나는 잘 하고 있는 것일까?

남들은 잘 하는 것 같은데 왜 나는 자꾸만 방황을 하는 것일까?

아마 저에게도 어떤 행운이 올지 모르는 설렘으로 불안한 것이리라 위로를 받게 되었습니다.


책 속엔 수많은 글들이 담겨 있었고 그 속엔 저자의 위로가 담겨 있었습니다.

내가 지금 가는 길이 맞는 것인지, 왜 나만 힘든건지, 누군가에게 속 터놓고 이야기할 수 없었는데 이 책을 읽으며 그의 글이 잔잔히 제 마음에 와 닿아 따스히 감싸안아주었습니다.

글이 전하는 위로의 힘을 다시금 느끼게 해 준 이 책.

왠지 "네 생각이 나서"라고 속삭여주는 것 같아 존재의 의미를 부여해 주어서 기분 좋아졌습니다.

저처럼 누군가의 위로를 받고싶은 이에게 말없이 건네주고 싶은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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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는 엄마에게 - 오롯이 나를 위한 공부를 위해
송수진 지음 / 하나의책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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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하기 전.

나름 회사를 다니며 자기계발을 하며 바쁘게 살아왔습니다.

실수투성이에 어리버리함마저 갖추고 있었기에 남들보다 조금 더 노력을 해야했고 느리더라도 조금씩 발전하는 내 모습을 바라보며 스스로를 만족하며 살아가곤 하였습니다.

그러던 중 결혼을 하게 되었고 천사같은 아이를 선물받게 된 것이었습니다.

설레며 기쁜 마음도 잠시.

한 아이의 엄마가 되면서 '전업주부'로 제2의 도약을 꿈꾸었지만 막상 현실은 호락호락하지 않았습니다.

쉴틈없는 육아와 가정살림.

모든 것을 준비하지 못하였기에 마냥 벅차고 힘들었습니다.

그렇다고 엄마로써, 주부로써의 역할을 가르쳐주지 않았기에 더 방황을 하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흘러......

어느덧 아이는 '어린이집'을 다니게 되고 막상 나만의 시간이 생기는 도무지 어찌해야할지 당혹스럽기까지 하였습니다.

그렇게 무의미하게 시간을 흘러보내다가 이 책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공부하는 엄마에게』 

이 책이 제 눈에 띄었던 점은 바로 이 문구였습니다.

이 책은 자신만의 공부를 꿈꾸는 당신을 위한 것이다.

엄마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 남기를 원하는 당신에게 건네는

이야기가 담겼기 때문이다.

이제서야 나만의 시간이 생기고 나를 위한 공부를 하고 싶었기에 이 책을 빌미로 '공부하는 엄마'가 되고자하였습니다.


저자의 <책을 시작하며>부터 제 이야기가 담겨 있었습니다.

남편은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겼어도 큰 변화가 없었다. 오히려 해가 갈수록 직장에서 인정받고 인간관계도 넓어졌다. 반면 나는 결혼을 하고 출산과 양육의 시기를 지나면서 세상과 자연스럽게 분리되었다. 이 와중에 다시 예전의 직장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아니면 경력과 경험을 꿰맞추어 새로운 경력을 쌓아갈 수 있을까 등을 놓고 고민하게 되었다. - page 5

저 역시도 하나의 꼬리표로 남게 된 '경력단절'.

그래서 저도 스스로에게 많은 질문을 던졌었고 오롯이 나를 위해 '공부'를 하고 싶었습니다.


엄마가 공부를 해야하는 이유!

냉정히 말하면 '늘어난 살, 짜증과 우울'로 가득한 불만족스런 삶은 엄마 '스스로'가 선택한 것이다. '주위 사람들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지 내 탓이 아니야'라고 답한다면 자기 합리화를 위한 변명에 가깝다. - page 22

저를 꾸짖는 말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바로 '공부'로써 나만의 쉼터를 찾거나 재충전을 위해 노력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오롯이 나를 위함이라고 이야기하였습니다.


그렇다면 공부할 시간은 어떻게 정해야할까?

저자는 이렇게 이야기하였습니다.

그동안 공부와 담쌓고 지냈는데 갑자기 공부하겠다고 무리해서 계획을 세우면, 스트레스가 심해 공부를 지속할 수가 없다. 처음에는 시간을 조금 느슨하게 잡되, 계획한 시간은 엄격하게 채우는 자세가 필요하다. 공부의 반은 어떤 습관을 들이냐에 달려 있음을 잊지 말자.

이렇게틈틈이공부를 하다 아이가 자라면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이 점점 더 좋아진다. 3일 공부에서 4일 공부, 하루 3시간에서 4~5시간으로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난다. 아이가 초등학생 이상이 되면 같이 공부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미루지 말고 '지금'시작하는 것이다. - page 59

저도 공부를 하려고 시도는 무수히 했었습니다.

계획표를 짜서 나름 빠듯하게 세워진 계획표를 바라보며 므흣~

하지만 결과는 작심삼일이 채 되기도 전에 끝나버렸다는......

너무나 큰 욕심이었고 육아와 살림 모두가 엉망이었습니다.

이제라도 당장 지금이라도 조금씩 욕심내지말고 느긋하게 시작을 해 보아야겠습니다.


내가 공부를 할 때 동반자로써의 '남편'을 '남의 편'이 아닌 동반자로 만드는 법이 소개되어 있었습니다.

나는 특히 육아와 집안일을 '도와준다'고 생각하는 남편의 태도가 불편했다. 돈을 벌어 오니 집안일과 육아는 당연히 아내인 내 몫이라는 것이 확고한 남편의 생각이었다. - page 74

제 남편도 그랬었고 그것으로 많이 다투었었는데......

남의 남편도 비슷하구나라고 생각이 드니 조금은 아쉽기도 하였습니다.

그런 남편과 그녀는 끊임없이 육아와 살림에 대한 생각 차이를 좁히기 위해 절충하는 방안을 찾으며 노력을 한다고 합니다.

'우리'의 아이와 '우리'의 가정을 위해......


책 속에서 특히나 인상깊었던 문장이 있었습니다.

일, 육아, 살림은 의지대로 술술 풀리는 법이 드물었지만, 공부는 순전히 자신의 의지에 달려 있었다. 육아는 정말이지 뜻대로 되지 않는다. 살림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공부는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유일한 것 같다고 말했다. 내가 멈추면 멈추고, 계속 달리면 달리는 거였다. 다른 사람을 신경 쓸 필요가 없으니 공부가 제일 쉬웠다는 말이 새삼 이제야 와 닿았다고 한다. 단지 공부를 시작한 것뿐인데 우울증, 소심함, 스트레스가 줄어들었다. - page 200

제가 공부를 해야하는 이유를 찾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오롯이 나를 위해 조금씩이나마 공부를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남들처럼 멋진 전공이나 글 쓰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할 수 있는 것, 좋아하는 것으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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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혼자가 되다
이자벨 오티시에르 지음, 서준환 옮김 / 자음과모음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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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 '외로움'이 느껴졌었습니다.

그래서 무심결에 손을 들어 책을 살펴보니 이런 문구가 있었습니다.

추위와 굶주림만이 존재하는 고독한 섬

그곳에서 우리는 문득, 혼자였다!

잠시 생각에 잠기게 되었습니다.

문득, 혼자, 고독한 섬......

괜스레 머릿 속으로 곱씹으며 책을 읽어보았습니다.


이 소설, 『갑자기 혼자가 되다』는 세계 최고 혼자 배를 타고 세계 일주에 성공한 여성 항해사인  '이자벨 오티시에르' 가 쓴 세 번째 소설이었습니다.

그래서 책을 읽다보면 너무나 사실적으로 다가왔기에, 그리고 등장인물들의 심리가 너무나 잘 표현되어 있기에 작가가 자신의 항해했던 일을 바탕으로 하였기에 가능했던 것이라 생각되었습니다.


이야기는 세계 일주를 떠난 젊은 남녀-루이즈와 뤼도비크-가 무인도에 고립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남극(파타고니아와 혼 곶 사이)에 있는 어느 무인도.

새삼 이곳에는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날아다니는 새도 없고 파동도 없다. 풀 한 포기 보이지 않는다. 두 사람이 여기서 죽어 없어진다 해도 달라질 게 전혀 없다. 이내 불러닥칠 바람에 누군가 여기 머문 적이 있었다는 작은 흔적조차 쓸려나가고 말테니까. - page 34 ~ 35

점점 무인도에서의 생활은 열악해질 수 밖에 없고 서로 사랑하는 연인이었음에도 점점 증오로, 결국 스스로에게 좌절과 절망, 고독감만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며칠 동안 루이즈는 안개에 휩싸인 평지를 계속 헤매고 다닌다. 나침반 없이는 올바른 방향으로 따라가기가 불가능해 보이는데도 무턱대고. 그러다 신기루 같은 햇살이 짙은 안개의 장막을 가르고 어느 한 지점으로 비쳐들자 그녀는 그쪽에 멈춰 서서 잠시라도 그 빛을 쬐려고 한다. 그러면서 돌아보니 여긴 이미 지나온 길이다. 황당하다. 하지만 묘하게 마음이 푸근해지기도 한다. 순백의 설원이 너무나도 아름다워 기분 좋은 현기증을 자아내기 때문이다. 여기는 인간 존재가 발을 디뎌본 적이 없는 처녀지나 마찬가지다 등반할 때였다면 크나큰 희열을 안겨다줬을지도 모를 이 느낌이 지금 순간에는 그녀를 까닭 모를 두려움의 심연으로 몰아넣는다. 그녀가 그토록 절박하게 찾아 헤매고 있는 인간들은 도대체 어디 있는 거지? 인간들은 어디론가 감쪽같이 소멸해버린 것처럼 보일 지경이다. 그녀는 이 세상에 혼자다. - page 181 ~ 182


과연 내가 이 상황이라면 어떤 모습이었을까......

인간이 살아가기 위한 기본 조건들 중 어느 하나라도 부족한 상황과 더불어 사람과 사람 관계 속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

춥고 배고픔과 사랑이 증오로 변하게 될 때 과연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그 상황이 당연하다고 받아들여야하는걸까?

아니면 스스로를 자책하면서 자기만의 고독과 외로움에 허덕여야하는 것일까?

책을 읽으면서 저에게도 되물어보게 되었습니다.

한 번쯤 꿈꾸는 로맨틱한 상황.

하지만 그 속엔 '현실'이 존재하면서 양날의 칼날을 지니고 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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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라일라 더크와 터키 중위 딜라일라 더크 시리즈 1
토니 클리프 지음, 정송 옮김 / 문학세계사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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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노블'.

사실은 생소한 단어였습니다.

이 책을 만나기 전까지......

하지만 이 책, 『딜라일라 더크와 터키 중위』를 만나고나니 왜 많은 찬사를 받게 되었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이미 디즈니에서도 실사 영화화 확정하였다는 이 책.

저에게 이 책이 매력적이었던 이유는 '여자'영웅의 등장이었습니다.

<겨울왕국>에서 비롯하여 최근 개봉되었던 <원더우먼>까지 '여성'의 권위를 높였다는 점에서 매력적이기까지 하였습니다.

화려한 표지로 시선을 끌었으니 이제는 본격적인 내용을 향해 달려볼까 합니다.


책 제목에서도 알려주듯 우리의 영웅, '딜라일라 더크'.

그녀는 영국인 외교관 아빠와 그리스인 엄마 사이에 태어나 여러 나라를 다니며 다양한 경험을 합니다.

인도의 정글에서 생존하는 법부터 시작하여 일본의 이교도 사권에서 전투 기술을 익히는 등 그녀의 스킬은 47가지 서로 다른 검술의 달인이자 적어도 세 왕실의 고위 구성원인 참으로 매력적인 여성입니다.

딜라일라 더크가 콘스탄티노플에 찾아온 이유.

성에 있는 고대 문서를 '회수'하기 위함이었습니다.

그 어려운 일을......

감히 그녀는 해내고 맙니다!

그뿐만 아니라 앞으로 펼쳐질 여행의 동반자 터키 중위 '에르데모글루 셀림'도 만나게 됩니다.

거짓말 같은 하늘을 나는 경험도 해 보고 평화와 품위가 주 였던 그에게 '모험'이라는 힘들지만 짜릿한 순간을 맛보게 되면서 그녀와의 동반 여행이 시작됩니다.


이 책은 1권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시리즈로 출판된다고하니 짧은 1권의 아쉬움을 다음 권에 대한 기대감으로 채울 수 있었습니다.

책을 보다보면 화려한 색채뿐만 아니라 역동적인 모험이 담겨 있어서인지 책을 펼치는 순간부터 눈을 떼지 않고 단번에 책을 읽어내려갔다는 점!

과연 디즈니에선 어떻게 표현해줄지 벌써부터 기대가 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녀가 여행을 하게 된 이유.

"왕궁에서의 삶과 영국에 가족들이 있잖아요? 포근하고 따뜻한 침대에서 자고 싶지는 않나요? 진수성찬이 그립진 않아요? 또 영국의 무토회는 굉장히 호화롭다고 들었어요."

(중략)

"덥고, 습하지. 밀랍이랑 땀, 향수 때문에 냄새는 지독하고, 우웩. 하찮은 말들에다가 보석이나 옷으로 남들보다 멋져 보이려고 기를 쓰고... 다들 진심은 숨기고 가식적인 연기를 하지. 당신 알잖아. 거기서도 똑똑한 양반이었으니까. 지휘관한테 잘 보이려고 어떻게 하셨더라?"

"그건... 원래 그런 거니까요."

"여기선 아니지." - page 125

이 말이 인상깊었습니다.

그래서 더크 양의 모험이 더 진솔하게 다가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앞으로 펼쳐질 더크 양의 모험.

다음 편엔 어떤 모험이 기다릴지 벌써부터 흥미진진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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