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과 노래
장연정 지음, 신정아 사진 / 인디고(글담)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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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하루의 낙이라고 한다면 모두가 잠든 밤 홀로 전등 아래에서 책을 읽는 것입니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일어나는 일상 속에 지치곤 하지만 모두가 잠이 든 밤이 찾아오면 괜스레 마음이 허전해짐을 느끼고 책을 읽으면서 저만의 위로를 하거나 때론 상상의 나래 속에서 자유롭게 날아다니곤 합니다.

그러다 이 책을 알게 되었습니다.

『밤과 노래』 

특히나 이 책의 뒷표지에 이런 문구가 있습니다.

"다시 밤이 온다.

오늘의 나를

보듬어주어야 할 때다."

마치 제 이야기 같았습니다.

어둠이 내려앉은 밤.

이 책과 함께 제 마음을 위로하고자 읽어보았습니다.


책 속엔 4가지 이야기가 담겨 있었습니다.

[밤과 일상] 가짜 어른의 위태로운 하루

[밤과 여행] 그곳에서는 어제와는 다른 나를 만날 테니까

[밤과 사랑] 같은 시간에 우리는 어쩌면 서로를

[밤과 위로] 삶은, 홀로 파도에 맞서는 일같아서

각 이야기 속에 담긴 노래와 저자의 이야기들.

노래를 들으면서 저자의 이야기를 읽어내려가면 어느새 심야 라디오방송을 듣는 듯한 착각에 빠져들곤 하였습니다.

특히나 이 책을 읽으면서 몰랐던 노래를 알게 되고 그 노래를 통해 또하나의 제 이야기를 만들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또한 이 책은 두고두고 곱씹으며 읽기에 좋았습니다.

어느 페이지를 펼쳐 읽더라도 공감을 할 수 있었고 위로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첫 노래부터 제가 좋아하는 노래가 소개되었습니다.

옥상달빛의 <수고했어 오늘도>에서 그녀는 이렇게 이야기하였습니다.

온종일 울리지 않는 전화기를 들여다보는 사이

졸음이 밀려온다.

나는 휘적휘적 화장실로 걸어간다.

그리고 머리를 질끈 묶고 양치질을 하고,

세수를 시작하는 순간,

갑자기 눈물이 툭, 터진다.

왜 이러지.

고개를 들어 거울을 바라보니

그 안에 눈이 새빨개진 내가 서 있다.


거울 속의 내가 거울 바깥의 나에게 얘기한다.


"오늘, 힘들었지?" - page 18

임신을 하고 육아를 하면서 이 노래를 좋아했던 이유 중 하나였습니다.

어느 누구에게 인정을 받고자 하는 일은 아니지만 조금은 고충을 알아주었으면 좋겠다며 이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위로를 받았었는데 저자의 이야기를 듣자마자 또 울컥하였습니다.

"오늘, 힘들었지?"

자꾸만 되뇌는 말.

그리고 이어지는 대답.

수고했어 오늘도


그리고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노래, 윤상의 <그대 모든 짐을 내게>.

이 노래와 함께 저자의 이야기를 들으니 지금 내 곁에 있는 남편에게 이 노래를 선사하고 싶었습니다.

벽을 보고 누운 그대의 등 뒤에 오늘도 축 늘어진 날개가 고이 접혀 있다.

그 곁을 쓰다듬어본다. 외로움의 촉감.

가만히 그대의 등 뒤에 누워본다.

그대의 숨소리, 굽은 등 너머로 들려오는.


그대의 모든 무거운 짐이 모두 다 내게로 쏟아져내렸으면.

그대의 모든 아픔이 모두 다 내게로 와주었으면.

잠든 그대를 향한 나의 기도는 늘 변하지 않는다.


밤은 이렇게 흘러가고,

나는 그대의 품 안에 누워 시계의 초침이 지나가는 소리를 듣는다.


그리고

이대로 우리 둘이 함께 저물더라도 슬프지는 않으리라, 생각한다.

가난과 불안과 불확실과 냉정함과 불신이 없는

어느 곳으로 당장 사라져버린다 해도

후회스럽지 않으리라, 두렵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 page 289


그녀를 통해 노래에 대해, 그 노래의 가사에 대해 좀 더 알게 되었습니다.

익숙하지만 익숙하지 않았던 노래들.

그렇기에 우리는 저마다 자신의 노래를 가지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저자가 앞서 이런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우리는 때로 음악 안에 마음을 실었다.

수많은 말을 하기 버거워서,

그 생각들을 기록하기엔 마음이 너무 아팠으므로.

음악 속에 흘려보낸다고 생각했지만

오롯이 내 안에 고여 있는 이야기들.

가끔 물끄러미 내 안의 우물을 들여다본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그때의 음악 소리.

나는 그 안에 빠질 듯, 말 듯

온몸을 깊이 낮춰 그 심연을 들여다본다.

잠시 숨겨두었을 뿐인 그때의 기억들이 선명하게 다가온다.

기쁘고, 슬프다.


그렇게 한 발 한 발 나는, 밤에 숨는다.

내 편이라고 믿으면, 밤은 이내 따뜻해진다. - page 10


다시 밤이 온다

오늘의 나를 보듬어주어야 할 때다.

느릿느릿 밤의 푸르름을 끌어안고,

나의 음악들을 모아본다. - page 11

그녀를 따라 저도 저만의 음악을 하나둘 모아보려 합니다.

그 노래 속엔 나의 어떤 이야기를 실을지, 아니면 전과 다른 느낌의 이야기가 담길지 기대하며 오늘 밤도 하나의 노래를 들으며 책을 펼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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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물검역소
강지영 지음 / 네오픽션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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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문구가 눈에 띄었습니다.

꽃도령 함복배와 화란 선비 박연의 여심 저격 브로맨스!

조선시대 얼리어답터들이 펼치는 예측불허 서스펜스

요즘들어 핫한 브!로!맨!스!!

하필이면 '여심 저격'까지 했으니 책을 읽지않아도 벌써부터 설레이는 가슴 두근두근~♥

이미 책표지의 그림부터가 제 마음을 사로잡았으니 안 읽으면 오히려 서운함이 들 이 책, 『신문물검역소』.

함복배를 만나러 책장을 펼쳐들었습니다.


태어날 때 울음소리를 내지 않아 벙어리인 줄 알고 자라던 아이, 함복배.

하지만 함복배는 입으로 글을 읽지 않았을 뿐 참으로 영특하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이상도가 자신의 딸 연지를 데리고 온 날 사건이 터지게 됩니다.

함복배의 아버지인 함익현은 자신의 아들과 이상도의 딸과의 정혼의 뜻을 비치고자 자신의 아들이 벙어리임을 밝히려던 찰나, 아들의 입에서 마치 박수무당 공수 터지듯 말을 하는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놀라면서도 한편으로는 안도에 찬 이들 사이에 연지의 한 마디.

"내 일찍부터 복배 네가 총명하다는 소리는 아버님을 통해 들었다만 참으로 무례하구나. 아버님, 소녀 그만 물러가도 되겠습니까?" - page 11

총명하기로는 복배 못지않은 연지의 모습에 복배는 그녀를 향한 가슴앓이(?)가 시작되면서 이야기는 진행됩니다.


그의 나이 스물살에 과거를 보게 됩니다.

과거에 급제는 하지만 땅끝 제주도의 '신문물검역소'라는 기관에서 외국에서 들어온 신문물에 대해 임금께 보고하는 역할을 맡게 됩니다.

신문물을 보는 그와 동료(?)들의 관점은 실로 놀랍기만 하였습니다.

불아자, 치설, 만앙경, 곤도미, 코길이, 로손......

신문물을 향한 그들의 상상력과 그에 따른 신조어가 지금에서도 쓰인다는 사실에 흥미로웠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임금님으로부터 귀양살이를 받게 된 '코길이'까지.

정말 신문물검역소는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연쇄 살인 사건이 일어나게 됩니다.

혼인을 앞두고 있는 처녀들의 죽음과 둘러싼 음모들.

그리고 청나라에서 들어온 아편으로 인한 마을 전체의 소란들.

이 사건들로 하여금 읽는 이들에게 긴장감을 불러 일으키며 같이 사건 해결을 하는 것마냥 몰입하게 하였습니다.


그 후 시간이 흘러흘러 다시금 제주를 찾게된 함복배 부부.

이제는 '신문물검역소'가 아닌 '신문문연구소'가 되며 이야기는 끝을 맺게 됩니다.

"송일영 대감께 전하여라. 신문물연구소는 신문물만 연구할 뿐 외국인이나 외국의 동물, 연쇄 살인범을 연구하는 기관이 아니라고 말이다. 그리 말씀드리면 아실 것이다." - page 306

그리고 이어진 반가운 이.

"나리, 방금 머리가 노란 자들이 떼로 제주에 밀려왔답니다. 하멜인지, 하메리인지 하는 자가 대장 격인데 화란 말을 한답니다. 막말로 이게 그놈 대가리에서 뽑은 머리카락인데, 보십쇼."

영보가, 아니 그의 아들 동팔이 지푸라기 같은 머리카락을 한 줌 들고 신문물연구소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함복배는 말을 타고 감영으로 향하는 우탁의 등을 맥없이 바라보았다.

"웰-꼼!"

그건 박연이 함복배에게 가장 처음 가르쳐준 '환영합니다'라는 뜻의 화란 말이었다. 백발이 성성한 함복배가 먼 바다를 향해 나직이 외쳤다.

"웰-꼼, 하 선생.신문물연구소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 page 309 ~ 310


한 편의 드라마를 본 것 같았습니다.

말 그대로 여심 저격을 제대로한, 재미와 예측 불허 서스펜스가 골고루 조합된 이야기, 『신문물검역소』.

책을 읽으면서도 머릿 속에 상상이 되었는데 드라마나 영화로 나온다면 또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것 같아 조금은 기대해 보고 싶었습니다.

조선 시대의 얼리어답터들의 모습.

작가의 상상력까지 더해져 이야기가 더 풍성해졌고 또다시 저자의 작품을 기다리게끔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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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것들의 수집가
루스 호건 지음, 김지원 옮김 / 레드박스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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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것들의 수집가』 

제목부터 뭔가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을 것 같았습니다.

또한 이 책에 대한 찬사가 책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내기도 하였습니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 읽기 딱 좋은 책이지만 손에서 내려놓기 어려우니 시간을 잘 확인할 것! - 「북백」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줄 새로운 시작과 자기 발견에 관한 매혹적인 작품 - 「우먼&홈」

따스한 봄바람과 함께 이 책을 읽으면 왠지모를 따뜻함마저 선물받을 것 같아 읽어보기로 하였습니다.


첫 장부터 독자들로 하여금 궁금증을 자아내게 하였습니다.

유명한 소설 작가인 '앤서니 퍼듀'.

그는 결혼 직전 약혼녀가 세상을 떠나게 되는 비극적인 일을 겪게 됩니다.

또한 약혼녀가 세상을 떠난 날 그녀가 선물했던 물건을 잃어버린 후 그에겐 조금은 독특한 습관(?) 아닌 습관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그것은 바로 잃어버린 물건을 주워다 서재에 보관하면서 언젠가 그 물건의 주인들을 찾아주겠다는 것.

하지만 그녀는 오지 않았고, 그날 집으로 돌아갈 무렵 그는 둘 다 잃고 말았다. 그는 메달리온을 찾으러 돌아갔었다. 길거리와 배수로를 샅샅이 뒤졌지만 가망 없는 행동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그녀를 두 번 잃는 것 같았다. 그것은 그녀가 떠난 후에도 그녀와 그를 연결해줄 보이지 않은 실이었는데, 이제는 그가 했던 약속과 함께 부서져버렸다. 그의 서재의 물건들은 그가 그것을 보상하려고 했던 증거였다. - page 72

앤서니가 수집한 물건들은 종류도 다양했고 그 물건에 대한 사연 역시도 다양했습니다.

다른 이가 보기엔 과연 이 물건이 의미가 있을까라고 생각될만큼의 물건들도 나름의 사연이 담겨 있었기에 그 가치는 실로 헤아릴 수 없음을 느끼게 하였습니다.

그런 그도 세월이 흐르면서 자신의 서재를 비서 '로라'에게 맡기게 됩니다.

자신이 평생 이루지 못한 그 꿈, 잃어버린 물건의 주인을 찾아 그들의 상처를 치우해주겠다는 그 꿈을 부탁하면서 말입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로라의 이야기.

책의 찬사처럼 한 번 읽기 시작한 소설은 시간가는 줄 모르게 전개되면서 기어코 끝을 보게끔 하였습니다.


책 속의 문장들은 깊은 인상과 함께 여운을 남겨주었습니다.

대부분의 물건들은 별 가치가 없고 돌려받고 싶어 하는 사람도 없을 거라는 걸 알아. 하지만 자네가 단 한 사람이라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면, 그들이 잃어버린 걸 되찾아줘서 단 하나의 부서진 심장이라도 고쳐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가치가 있을 거야. - page 108


"로라, 과거는 놓아줘야 돼. 넌 행복해질 자격이 있지만, 네 스스로 그 행복을 이뤄야 해. 그건 네 책임이야. 빈스를 만났을 때 넌 열일곱살밖에 안 된, 아직 어린애였어. 하지만 이제는 어른이니까, 어른처럼 행동해야지. 네가 그 시절에 했던 일로 너 자신을 자꾸만 학대하지 말고, 그렇다고 그걸 변명으로 삼지도 마. 너한테는 이제 진짜 멋진 인생을 살아갈 기회가 있잖아. 그걸 꽉 붙잡고 놓치지 마." - page 176


책을 읽고 난 뒤 물건에 대해, 그 물건과 함께 했던 추억에 대해 잠시나마 생각에 잠기곤 하였습니다.

누군가에겐 그저 그런 물건이 나에겐 소중한 물건이 될 수 있음을, 나에게도 그런 물건들이 존재하는 것에 감사함을 느끼곤 하였습니다.

또한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에 대해서도 생각하게끔 하였습니다.

살아가는 동안에 겪는 슬픔, 아픔, 고통이 있겠지만 그래도 행복과 사랑이 있기에 이 모든 것이 아름다웠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책의 마지막에 그녀 자신도 결국 꿈을 좇을 준비가 되어있었습니다.

로라는 마침내 자신의 꿈을 좇을 준비가 되었다. 완벽한 이야기를 찾았고 아무도 그것을 너무 '무던하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사랑과 상실, 삶과 죽음, 그리고 무엇보다도 구원에 관한 장대한 이야기니까. 이것은 사십 년이 넘도록 이어져 마침내 해피엔딩을 이뤄낸 위대한 열정을 그린 이야기였다. 미소를 띠고서 그녀는 타이핑을 시작했다. 이미 완벽한 서두를 생각해뒀다.......


잃어버린 것들의 수집가 - page 350

끝없는 이야기 속에 다시금 빠져들고픈 소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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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와 운명 모리스 마테를링크 선집 2
모리스 마테를링크 지음, 성귀수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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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도 예쁜 책이었습니다.

알고보니 『파랑새』의 작가, 노벨문학상 수상자, 벨기에의 셰익스피어인 '모리스 마테를링크' 의 산문집이라고 하였습니다.

잃어버렸던 저의 '파랑새'도 이 책을 읽고나면 찾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가지며 책을 읽어갑니다.


 

 


책을 읽어가면 갈수록 사색에 잠기게끔 하였습니다.

그리고 마치 제 옆에서 저자가 속삭여주는 듯 하였습니다.

우리의 삶에서 중요한 지혜, 사랑, 행복의 의미와 그 가치들에 대해 잊지 말라고 외치고 있었습니다.


인상적인 문장들이 있었습니다.

불행한 사람들은 행복을 어딘가 특별하고 아득히 멀기만 한 무엇으로 생각하기 쉽습니다.그러나 만약 스스로 행복하다고 믿는 사람들이 그 행복의 동기를 간명하게 설명할 수 있다면, 슬픔과 기쁨 사이의 차이라는 것이 실은 어떤 상황에 대한 분하고 우울한 굴종과 웃으며 긍정하는 태도 사이의 차이에 불과하다는 차이에 불과하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편협다고 완고한 해석과 폭넓고 조화로운 해석의 차이 말입니다. 그제야 사람들은 이렇게 탄식하지요. "고작 이 정도 차이였어! 그럼 우리 마음속에도 행복의 씨앗이 존재하는 거로군!" 사실이 그렇습니다. 당신은 행복의 씨앗을 가지고 태어났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행복을 만만하게 봐선 안 됩니다. 가장 행복한 사람은 무엇보다 자신의 행복을 가장 잘 인지하는 사람이며, 자신의 행복을 가장 잘 인지하는 사람은 인간적인 용기아 지칠 줄 모르는 자긍심으로 비탄에서조차 행복을 추출해낼 줄 아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 page 21


분명히 말하지만 행복은 얼마든지 배워 터득할 수 있으며, 행복만큼 쉽게 깨칠 수 있는 것도 없습니다. 자신의 삶을 축복할 줄 아는 사람들과 더불어 살다 보면 머지않아 당신도 당신 삶을 축복하게 될 겁니다. 미소는 눈물만큼이나 전염성이 강하지요. 행복하기 위해서는 행복에 대한 이야기가 풍성해야 합니다. 사실 우리 삶에 모자란 것은 행복이 아니라 '행복의 깨달음'입니다. 스스로 행복하다는 사실을 모른다면 아무리 행복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가장 작은 행복을 절실하게 실감하는 것이 엄청난 행복을 아무렇지도 않게 누리는 것보다 훨씬 행복한 일입니다. - page 102


저 역시도 '행복'은 운명에 결부시키지 않으려 하였기에 그 행복을 그저 좇아야한다고만 생각하였습니다.

하지만 사실 우리의 행복은 그 '깨달음'에 있다는 것을, 스스로 행복하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면 소용이 없음을 느끼게 하였습니다.

'지혜'와 '운명'.

이들은 '행복'을 향한 불가분의 관계임을, 그렇기에 어느 한 곳에 치우쳐서는 '행복'에 도달할 수 없음을, 결국 그 '행복'을 향해 가는 것은 자신이기에 자신의 행복을 위해 사랑에 걸맞는 사람이 되어야함을 일깨워주었습니다.

그리고 '파랑새'는 결국 자신의 행복을 잘 아는 이에게 보인다는 것을 말해주었습니다.


책을 덮고나서도 이 이야기가 머릿 속에 맴돌았습니다.

사랑하십시오. 당신은 지혜로워질 것입니다. 지혜로워지십시오. 당신은 사랑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진심을 다해 사랑을 하는 사람은 자기도 모르게 더 나은 존재로 거듭날 수밖에 없습니다. 더 나은 존재로 거듭나는 것은 보다 지혜로워지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아무리 평범한 사랑이라 해도, 누군가를 사랑하면서 자기 영혼의 어떤 부분이 나아지지 않는 사람은 없습니다. 사랑을 멈추지 않는 사람은, 세상을 살아가면서 더 나은 존재로 거듭나기를 멈출 수 없기에 끊임없이 사랑하는 것입니다. - page 64 ~ 65

파랑새를 찾기 위해 저도 사랑을 하고 행복을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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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라이터즈
김호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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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김호연'을 알게 된 것은 『망원동 브라더스』였습니다.

세계문학상 수상작이라는 그 작품에서 작가의 필체에 빠져들어 인연의 끈을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런 그가 다시금 우리 앞에 돌아왔습니다.

이번에는 『고스트라이터즈』.

최근에 일드로 이와 관련된 내용을 보았었는데 마치 필연처럼 다가온 이 책.

또다시 작가가 만든 세상 속으로 빠져들었습니다.


책을 펼치기 전에 표지에 이런 문구가 있습니다.

"당신은 내가 쓴 대로 살게 된다!"

조금은 무서운 이 말.

이 말이 이 책의 내용을 알려주는 'key'라는 것을 새기며 책을 읽기 시작하였습니다.


이번 소설 속에서도 주인공 '김시영'은 뛰어난 인물이 아닌 장편소설로 등단한 지 4년째이지만 아직까지 첫 소설 이후엔 작품을 내지 못하고 웹소설계의 대부 밑에서 대필 작가로 연명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그에게 조금은 황당한 제안을 받게 됩니다.

바로 배우 '차유나'를 주인공으로 그녀의 미래를 설계해서 글을 쓰라는 제안이었습니다.

한치 앞의 일도 예상하기 어려운게 현실인데 미래를 예상하라는 것.

말이 안 되는 것 같지만 알고보니 차유나의 삶은 고스트라이터들로 인해 진행되었음을 알게 됩니다.

점점 일이 진행됨에 따라 그의 고스트라이팅 능력을 눈치 챈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강태한'에게 납치를 당하고 그로부터 차유나의 고스트라이터로 활동하다 종적을 감춘 사람들을 만나면서 소설가로서의 삶을 찾아가기 위한 싸움이 시작됩니다.


책 속엔 역시나 작가의 인상적인 문구들이 많았습니다.

천국과 지옥 사이에 연옥이 있듯이, 유명작가와 무명작가 사이에 '유령작가'가 있다.

흔히 '고스트라이터'라 불리는 유령작가는 남의 작품 대신 써주기, 대리 번역, 자서전 집필 등 자신의 이름으로 할 수 없는 글쓰기에 주력한다. 대가는 물론 원고료다 장당 이천 원부터 이만 원까지 천차만별이지만 그 이상은 어렵고, 수차례 유명인의 대리 집필 사태로 인해 익명성이 더욱 강조되는 요즘, 추후 이 작품의 필자임을 밝히지 않는다는 비밀유지 조항에도 동의해야 한다. '그거 사실 내가 쓴 거야'라고 말해선 안 된다는 말이다.

푼돈에 창작력과 주체성을 파는 작업. 그래서 무명도 아니고 유령인 것이다. 창공을 떠도는 구름처럼, 강물을 부유하는 썩은 나뭇가지처럼, 그렇게 어디 하나 자리하지 못한 채 글을 쓰는 것. 그들에겐 뿌리가 없으므로 작품이란 나무는 자라지 않는다.

지금 나는 고스트라이터다. - page 20


파란만장이라고 하는 게 맞을 듯하다. 아리와 헤어졌고, 아카로스와 싸웠고, 차유나를 만나 그녀 인생의 고스트라이터가 되었고, 오진수와 성미은이란 이상한 사람들과 엮였고, 이제 거의 끝판왕 급의 괴물에게 잡혀 '글감옥'에 갇혀 있다.

이제 나는 무엇을 써야 하는 것일까? 나는 과연 이곳에서 탈옥할 수 있는 것일까? 인터넷도 전화도 되지 않는다. 오직 텅 빈 모니터와 독대해야 하는 시공간이 내게 주어졌다. 마치 그동안 모니터를 외면하고 술독에 빠져 지낸 날들에 대해 내리는 형벌처럼 느껴졌다.

(중략)

글감옥. 어쨌거나 책상 앞에 앉아 무언가 써내지 않으면 출소일을 맞이할 수 없다. 이곳에 나를 가둔 녀석은 작가라는 생물에 대해 잘 알고 있다. 나는 뽕잎을 먹고 비단을 짜내야 하는 잠사에 갇힌 누에다. - page 155


나는 내 책을 똑바로 바라봤다. 저것은 내가 다시 이야기를 쓸 수 있다는 증거다. 저것은 내가 한 시절을 앓아가며 쓴 병상의 기록이다. 저것은 내가 여자 연예인과 엮이고 악당에게 잡히고 총구 앞에 놓여가며 살아남아 챙겨온 전리품이다. 저것은 내가 더 이상 남의 글을 써주는 고스트라이터가 아닌 저스트 라이터라는 선언이다.

다시 무명작가가 되었다. 그래도 괜찮았다. 세상은 이름 없는 것투성이고 나는 그것들에 대해 쓰면 그만이었다. 나는 이야기를 씀으로 그들도 모르는 그들에 대해 알려줄 것이고, 사람들은 이야기를 읽고 저마다 이름을 붙일 것이다. - page 327 ~ 328


그는 이제 행복해지기 위해서 쓴다. 자신이 읽고 싶은 이야기를 창조하고, 그 이야기를 읽는 다른 사람들의 삶도 풍요로워지길 바라며 쓴다. 그와 독자들은 이야기를 나눔으로 풍요로워지고, 살아 있다고 느끼고, 행복해진다.

그럼에도 글쓰기는 힘이 들었다. 지칠 때마다 그는 책상 옆 벽에 붙여놓은 포스트잇을 바라보았다. 거기에는 아이작 디네슨의 짧은 글이 적혀 있었다.

'희망도 절망도 없이 매일 조금씩 글을 쓴다.'

그래. 희망하지 말 것, 절망하지 말 것, 매일 조금씩 뭐라도 할 것. 그렇게 그는 곡식을 씹듯 글귀를 곱씹고, 다시 글을 썼다.

조금씩, 매일. - page 334

 

책을 통해 '유령작가' 일명 '고스트라이터'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었습니다.

글쓰는 것이 좋아서 시작한 것이 자신의 뿌리는 없이 떠돌아다녀야하는 그들.

그들의 숨은 노력이 있었기에 대가들이 더 빛을 밝혔다고 생각됩니다.

그들의 땀과 눈물을 이제라도 들여다보아야 함을 다시금 느꼈습니다.

그리고 그들에게 유령이 아닌 작가로써의 인정받아야함을, 그들의 이야기에 관심과 애정을 가져야함을 깨달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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