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덟, 일터로 나가다 - 현장실습생 이야기 사탐(사회 탐사) 5
허환주 지음 / 후마니타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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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진학율이 80%가 넘는다이제 대학은 전형적인 교육 과정처럼 느껴질만큼 대학 진학은 당연하게 되었다.

매년 수능 난이도, 대학입시 경쟁률 등 보도하며 고3 수험생 이벤트등 시끌벅적하지만 고등학교를 채 마치지 못하고 현장실습이라는이름으로 험한 작업장에서 힘겹게 버티는 어린 아이들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은 드물다. 서울 지하철 구의역에서 김군이 스크린 도어 수리 도중 그 처참한 사고를 당하기 전까지.. 그리고 태안화력발전소의 김용균 군의 안타까운 사고가 있기 전까지 그 어린 현장실습생들은 이 사회에서 잊혀진 존재들이였다.


『열여덟, 일터로 나가다』의 저자 허환주 기자는 인터넷 언론매체 "프레시안"의 기자로 현장실습생들의 산재 사건에 관한 현실 그리고 왜 이 사고들이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일어나는지를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그 원인을 분석하고 어떻게 이 악순환을 끊어내야하는지 이 책을 통해 진지하게 고민한다.


먼저 전주의 한 LG유플러스 하청업체로 콜센터에서 근무하며 회사의 성과제 압박과 쏟아지는 고객으로부터의 폭언 끝에 결국 자살을 택한 18세 홍은주 양의 죽음을 소개한다. '애완동물'과를 공부하고 애완동물 미용사가 되고 싶었던 은주 양에게 학교가 소개해 준 곳은 전공과 전혀 관련 없는 통신사의 콜센타.. 그 곳에서 끊임없는 압박과 시달림 끝에 홀로 마지막을 택한 은주양에게 회사의 변명은 가정의 불화로 인하여 스트레스가 많았다는 구차한 변명뿐이었다.

한 노동자의 인권보다는 실적만으로 평가받는 시스템으로 인해 끝내 죽음에 내몰리게 된 은주양의 죽음과 함께 현장실습에 취직했지만 몸을 던져 자살을 시도한 박영수 군의 죽음을 통해 저자는 그 원인의 뿌리를 추적해간다.


저자는 박정희 시대로부터 거슬러 올라간다. "전 국민의 과학화"를 외치며 기술력을 갖춘 노동력을 제공하기 위해 공업고등학교를 육성하고 한국과학기술원을 설힙했던 시대로부터 시작한다. 이러한 직업계고의 설립으로 '산업역군'을 배출하였지만 IMF로 인한 고용유연화 이후 외주화가 본격적으로 희생되면서그 외주화의 한 가운데 직업고교를 나온 학생들이 그 외주화란 이름으로 어떻게 이용되고 있는지 차근차근 분석해간다.


대학 진학이 당연시 느껴지는 요즘이지만 집안 형편에 스스로 공고 또는 직업고등학교를 선택할 수 밖에 없던 중학생들, 또는 성적이 되지 못해 어쩔수 없이 직업고등학교로 내몰린 아이들은 처음부터 문제아라는 딱지를 떼고 임하게 된다. 같은 직업고교이지만 재학생들의 취업률에 따라 학교 예산이 정해지는 정부의 정책으로 인해 회사의 구조와 학생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무작정 아이들을 위험한 일터로 내모는 이 교육정책은 아이들의 꿈과 희망을 짓밟아 버린다.



평등한 교육의 권리가 보장되어야 하는 공교육에서마저 소수의 엘리트들만을 집중적으로 교육하며 나머지 아이들은 방치하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는 교육의 현장.. 취업률 하나로 회사에 대한 변변한 정보 없이 아이들을 일터로 내몰고 책임을 지지 않는 학교어리다는 이유만으로 변변한 근로계약서 없이 이용하지만 사건이 일어나면 아이의 태도를 문제삼고 아이들의 부주의라고 매도하는 사업주들.. 그들의 무책임 속에 아이들이 죽어간다.


지하철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던 김군의 죽음에는 외주화가 있었고 21조의 안전 원칙도 지켜지지 않았고 태안화력발전소에서의 23세의 김용균도 그 위험한 장비 앞에 안전 수칙이 지켜지지 않은 채 목숨을 잃어야 했다.

돈이 많이 투입되는 안전에 관한 부분은 외주화로 돌려버리고 편한 사무직 정규직은 있는 자들이 독식하는 그 시스템에서 위험한 외주화의 자리는 현장실습생들이 차지하게 되었다.


이명박, 박근혜 그리고 현 문재인 대통령까지 이 끝나지 않는 악순환 속에서 이들의 이름을 건 법안이 제정되지만 여전히 변한 건 없는 사회.. 현 정권마저 주변의 압박 속에 정책은 진보는 커녕 후퇴해만 간다.


이 막막한 현실 속에 아직도 고 김용균군의 어머니는 거리에 나와서 온전한 법 개정을 외치며 더 이상 이런 사고가 없어야 한다고 외치지만 아직까지 우리의 안전을 위한 바램은 기득권들에 의해 막연하기만 하다.

저자 또한 이 현실 앞에 대안을 마련해주지 않는다. 다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우리가 그들을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끊임없이 목소리를 높일 때, 음지에 있던 그들을 양지로 끌어낼 때 조그마한 변화라도 이루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일하러 가는데 목숨을 걸어야 하는 세상은 과연 정상인가?

                     바로 이 세상 끝에 열여덟 우리 아이들이 서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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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우리 집에 온 날 - 운명과 기적으로 만난 엄마와 딸
차예은.신애라 지음, 김물길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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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 《내가 우리 집에 온 날》만을 보았을 때 제목에 의아함을 갖게 됩니다.

하지만 이 책이 두 딸을 입양한 배우 신애라씨와 입양한 딸 예은 양의 사랑편지임을 아는 순간 책 제목은 의아함에서 감탄사로 바뀌게 됩니다.

이 그림책이 특별한 건 바로 엄마인 신애라씨의 글만이 아닌 딸 예은양의 사랑이 묻어나는 그림책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우리 집에 온 날》 은 바로 짐작하듯이 예은양이 입양되어 엄마 아빠의 품에 오게 된 날입니다.

바로 12월 15일이죠.

부모와의 인연으로 만난 예은양은 처음부터 솔직하게 밝힌 부모님 덕분에 자신의 입양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입니다.

때로는 안 됐다는 동정도 받을 때도 있고 처음부터 부모님의 자녀로 태어났으면 좋았을 걸 하며 말하는 예은양에게 어린 시절의 고민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현실을 감사함으로 받아들이는 예은양의 마음은 결국 차인표·신애라 부부의 진실된 사랑이였음을 느끼게 해 줍니다.

입양이라는 사실을 숨기기보다 아이를 위해 사실 그대로 말해주며 이겨낼 수 있도록 더 큰 사랑을 주는 마음이 닿아서 있는 모습 그대로 자신의 모습을 받아들이며 자신도 더 큰 사랑을 나눌 수 있게 됨을 느낍니다.

처음 본 순간부터 이미 아기 예은양을 자신의 딸이였음을 고백하는 신애라씨의 고백과 붉은 실로 연결 된 아이 그림은 이 모녀가 처음부터 서로 가족이 될 수 밖에 없음을 더 깨닫게 해 줍니다.

비록 핏줄은 아니지만 서로가 없는 존재는 전혀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깊은 사랑으로 맺어진 이 가족은 누가 뭐라 해도 가족임을 알게 해 줍니다.

부모의 사랑이 만나 자신도 입양을 하겠다고 고백하는 예은양과 그 딸을 자랑스러워하는 엄마.

하나의 사랑이 또 하나의 사랑을 낳게 됨을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게 해 줍니다.

평소 딸에게 편지를 많이 받는다는 신애라씨의 이야기와 이 그림책에 담긴 예은양의 엄마를 향한 고백을 들으며 편지에도 이런 사랑의 고백이 듬뿍 담겨 있겠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사랑. 있는 모습 그대로 인정해 주는 게 결국 사랑임을 느낍니다. 그 사랑이 두 모녀의 편지와 따뜻한 그림이 어우려져 깊은 감동을 줍니다.

특히 자신을 입양해 줘서 고맙다는 예은양의 고백과

앞으로 자신도 다른 아이를 입양하겠다는 예은양의 다짐을 보며 부모의 사랑이 얼마나 예은양을 단단하게 만들었는지 알게 해 줍니다. 그리고 저 또한 아이들에게 그러한 사랑을 주고 싶다는 마음을 품게 해 줍니다.

그동안 방송에서 부모인 신애라씨의 마음은 잘 알고 있었지만 처음으로 접한 딸 예은양의 마음을 알게 되어 많은 감동을 줍니다. 많은 부모들에게 이 책이 이 겨울의 끝자락을 따뜻한 온기가 되어 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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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진 시절 소설Q
금희 지음 / 창비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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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한석규와 최민식이 주연하던 시절의 [서울의 달] 드라마가 있다.


서울의 달동네를 배경으로 성공하기 위해 애쓰며 살아가는 여러 소시민들의 모습을 그린 드라마에서 한석규가 동경하던 그 상류층의 모습과 초라한 달동네가 대비되며 그들의 애환을 보여주곤 했다.

금희 작가의 소설 《천진 시절》을 읽고 있노라면 그 드라마가 떠오른다.

중국이 급성장하던 시기, 많은 젊은이들이 성공하기 위해 고향을 떠나 상하이, 천진 등 대도시로 몰려와서 자리잡기 위해 열심히 일하지만 여전히 밑바닥인 시절, 그 한계에서 만족하는 사람도 있고 그 한계에 좌절하거나 쉬운 방법을 택하는 사람 등 그들이 타지에서 살아가기 위한 그들의 모습이 소설 속에 그려진다.

소설 《천진 시절》은 주인공 상아가 우연히 천진에 거주하던 시절 직장 동료였던 정숙과 통화하게 되며 그동안 잊고 지냈던 천진 시절을 회상하며 시작된다.

사랑하기보다 고향을 떠나 도시로 갈 수 있다는 희망에 남자 친구 무군과 천진행을 택한 상아는 무군과의 미래를 꿈꾸며 열심히 일을 하지만 여전히 밑바닥 인생인 자신과 무군의 모습을 보며 한계를 느껴간다.

밑바닥 인생이지만 현실에 만족하는 무군과 성공하기 위해 구사장과 동거를 하며 풍족한 생활을 하는 미스 신과 남자에게 스폰서를 받으며 생활하는 친구 춘란을 보며 상아는 무군과 그들의 모습을 바라본다.

그 초라한 생활에 만족하며 해맑게 웃는 무군의 모습이 상아에게는 영원히 이신세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자각으로 다가온다.


나의 약혼자가 저런 사람이었던가,

내가 저런 사람이랑 결혼하려고 여태 이렇게 살아왔단 말인가 하는 생각이 갈마들 때마다 나는 맛도 없는 음식을 허겁지겁 먹다가 체한 사람마냥 속이 더부룩했다.



나는 삶의 어떤 변화, 질적으로 더 나은 변화를 원하고 있었다.

내 욕망이 정당하다고 생각했다.


드라마 [서울의 달]이 남자인 한석규가 상류층 사모님들을 공략하며 출세를 꿈꿨다면 이 《천진 시절》에서는 여러 여자들이 성공을 위해 헤어지거나 또는 스폰서를 받는 등의 방법을 통해 성공의 사다리를 오르고자 한다.

한 때는 외로운 타지 생활에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연인 관계도 자신들의 현실과 욕망 앞에서는 사랑도 더 이상 존재되지 못할 뿐이다.


어떤 의미에서 사랑은 음식에 가해진 '알맞게 뜨거운 열기'였다.

사랑이 떠나면서 가지고 간 그 열기는 음식을 냉랭하게,

더이상은 맛없는 요리로 만들어버렸다.




지금과 달리 교육은 오직 소수자의 몫이었고 타지에서 힘들게 일하지만 여전히 밑바닥 인생을 살아갈 수 밖에 없는 그들의 갈등과 고민이 그려진다.

그리고 작가는 살려고 버둥거리는 그녀들의 선택을 비난 대신 그 땐 그럴 수 밖에 없었노라며 그들을 감싸준다.

성공을 위해 각자 다른 선택을 하지만 애석하게도 그들의 현 모습은 과거와 별반 다를 게 없다.

그 때의 모습을 회상하며 정숙은 묻는다.

"넌 혹시 후회한 적 있니?"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은 없지만 상아는 현실은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 때 자신들의 욕망을 꿈꾸던 천진 시절, 상아와 정숙의 연인들은 그녀들에게 충실했지만 그녀들은 자신의 욕망에 충실했다. 비록 결과는 달라진 게 없다한들 그녀들에게는 삶과 자신의 결정을 택한 것이다.

그러하기에 상아와 정숙은 그 때의 결정을 후회하지 않았으리라 생각한다.

읽노라면 내가 가장 욕망에 충실하던 시절이 언제였는지 생각한다. 나 역시 상아처럼 현실에 안주하는 애인을 다그치며 노력하라고 다그치다 이별을 고한 시절이 있었다.

비록 지금은 그 꿈과 노력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 인정 속에 계속 삶을 살아간다.

하지만 내가 현실이 꿈 꾼다고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걸 알고 그 때로 돌아간다고 해도 나는 똑같은 선택을 했을 것이다. 나는 상아와 정숙 모두 천진 시절로 돌아간다 해도 선택은 같았으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지금 내가 이렇게 살아가듯 상아와 정숙도 하나의 추억으로 남기고 열심히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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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회 한민족 이산문학 독후감 2021-07-29 16: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안녕하세요.
한국문학번역원이 주최하는 제5회 한민족 이산문학 독후감대회를 소개해드리고자, 이렇게 댓글을 남깁니다. :)

이번 독후감대회는 한국어를 사용하는 국내외 애독자 모두가 참여 대상자이며,
미주유럽, 일본, 중국, 러시아, 북한 등 디아스포라 문학작품으로 구성된 총 25종의 대상도서 가운데 한 권을 읽고 독후감 작성 후, 독후감대회 공식 홈페이지에 제출해주시면 됩니다.
제출 기간은 2021.8.31.(화)까지입니다.

독후감 대상 작품 중 하나인 [천진 시절]에 대한 북리뷰를 써주신 것을 읽고,
저희 대회에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리고자 이렇게 초대 댓글을 남깁니다. :)
37명의 수상자를 선정할 예정이며, 총 1,750만원 상당의 상금이 기다리고 있으니,
해외한인문학작품에 관심 있으신 분들의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

보다 자세한 내용은 “소통과 평화의 플랫폼” 웹사이트(www.diasporabook.or.kr)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제5회 한민족 이산문학 독후감대회 사무국 드림-
 
당신이 글을 쓰면 좋겠습니다 - 나와 당신을 돌보는 글쓰기 수업
홍승은 지음 / 어크로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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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글쓰기 공동체에 등록해 글을 쓴다. 남편에게 글쓰기 수업을 등록하겠다고 말했을 때 남편은 "너 작가가 되려고 그려냐? 등단하기가 쉬운 줄 아냐?"하며 나를 비아냥거렸다.

글쓰기를 쓸모 없는 일로 치부하며 반대하는 남편을 가까스로 설득해가며 수업을 시작한 내게 남편 이외의 또 다른 장벽이 있었다. 그건 바로 온전한 나의 이야기를 쓰기가 힘들다는 점이었다.

특히 최근 글쓰기 주제였던 '나의 가족'이라는 주제에서는 앞으로 더 이상 나아갈 수 없었다. 비록 온라인 카페에서 글쓰기도 해보고 자유롭게 이야기하며 글쓰기의 힘을 믿었지만 여자의 입장에서 무한 공감을 해 주었던 입장과 달리 중년 남성도 상당수 있는 글쓰기 수업에서 나의 이야기를 솔직히 말하기가 조심스러웠다.

가부장적인 결혼 제도에 숨막혀하는 나의 모습을, 모성애라는 이름에 짓눌러 사는 나의 모습이, 가족이 내게 보금자리보다 무거운 십자가로 받아들여지는 나의 정의가 타인에게 특히 남성분들에게 비판의 대상이 될까봐 조심스러웠다. 거짓으로 행복한 척 쓸 수 없었고 솔직한 나를 말하자니 두려웠다.

그렇게 나의 글쓰기는 멈춰져 있었다.

사전서평단으로 만나본 홍승은 작가님의 《당신이 글을 쓰면 좋겠습니다》에서 작가님은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풀어나간다. 남들에게 맞추기 위해 상대방과의 키스가 첫키스였다고 거짓말하고 자신의 모습을 숨기며 살아왔던 과거를 말한다. 그리고 그 속에서 글을 쓰며 자신이 느꼈던 점을 질문해가며 자신의 일을 글쓰기로 치환해낸 과거를 이야기한다. 글을 쓰면서 점점 자유로워지는 자신의 마음을 이야기하며 우리에게 숨겨져 있던 우리의 이야기를 풀어써보라고 이야기한다.

앞서 내 이야기를 쓰는 데 힘들어하는 내게 이 책은 나의 이야기는 오직 나만이 쓸 수 있는 것임을 강조한다.

내 삶의 서사를 타인에게 휘둘리지 말 것을 이야기하며 당당히 나의 이야기를 들려줄 것을 이야기한다. 저자가 전작 <당신이 계속 불편하면 좋겠습니다>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면 이제는 아직까지 우리의 마음 속에 웅크린 말들을 꺼내서 들려주라고 말한다. 말하는 순간, 글을 쓰며 표현하면서 그 언어가 힘을 갖게 된다고 이야기한다.

저자의 글을 읽으면서 과연 좋은 글은 무엇일까 진지하게 고민하게 된다. 은유 작가님은 자신의 삶을 공적인 언어로 풀어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홍성은 작가님은 좋은 대답이 아닌 좋은 질문을 할 수 있는 글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자신의 부당했던 경험들 속에 과연 이것이 옳은지를 질문해가며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 속에 변화가 일어난다고 이야기한다. 말하지 않으면 "없던" 일이 되고 말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과연 나는 나의 삶에 몇 번의 질문을 했나를 진지하게 고민하게 된다. 내 글이 남들에게 어떤 질문을 던지기 위해서는 나 자신을 진지하게 탐구해야 함을 깨닫게 해 준다. 지금까지 이 사회는 너무 많은 부정의 의미를 내게 가져다 주었다. 생각할 겨를도 없이 사회가 정의해 준 부정의 의미에 따를 것을 강요받으며 판단되어야 했다.

저자의 글을 읽으면서 내가 함께 글쓰기를 배우는 남성분들의 시선을 두려워하는 내 모습 또한 사회가 정해 준 판단에 나를 옭아매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나를 나답지 못하게 만드는 이 사회에서 주눅들어 있는 나의 모습을 직면하게 해 주었다. 무엇이 되든 내 서사의 편집권은 남성들이 아닌 나 자신에게 있음을 이야기하며 온전한 나의 이야기를 들려줄 것을 따뜻하게 권유해준다.

"이런 내 이야기를 솔직하게 써도 될까?"라고 질문하는 내게 저자는 나 자신을 믿으라고 말해준다.

그리고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리고 대답해준다. 내 자신의 이야기가 타인의 이야기와 엮어 거대한 변화가 일어날 수 있음을 말해준다. 함께 질문하고 답을 찾아가자고 격려해준다. 글쓰기를 시작한 후 이 책을 만날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내 삶의 이야기는 오직 나만이 쓸 수 있다. 용기를 내어 나의 이야기를 쓰자.

내 이야기를 '없던'일로 만들지 말자. 말하면서 내게 주어진 부정의 의미를 긍정으로 바꾸어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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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둘리 2020-01-30 08: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 발 더 나아가기가 참 어려운 것 같아요... 새로운 도전, 응원합니다! :)
 
가끔 너를 생각해 아르테 미스터리 2
후지마루 지음, 김수지 옮김 / arte(아르테)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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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이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사신 아르바이트를 다루었던 소설 「너는 기억 못하겠지만」의 작가 후지마루의 두 번째 소설 《가끔 너를 생각해》가 출간되었다.

전작인 「너는 기억 못하겠지만」의 소재도 독특했는데 《가끔 너를 생각해》의 소재는 더 업그레이드 된 마녀이다.

주로 그림책이나 동화책에 나오며 하늘을 나는 마녀다.

소설 《가끔 너를 생각해》의 주인공 시즈쿠는 대학생이지만 자신이 마녀라는 사실을 밝히면서 시작한다. 대대로 할머니와 손녀로 전해 오는 마녀이며 자신에게 소중했던 할머니를 닮고 싶었던 시즈쿠였지만 할머니의 사망 이후로 시즈쿠는 모든 의욕을 상실한다. 홀로 외롭게 살아가던 시즈쿠에게 십 년 전 홀연히 사라졌던 친구 소타가 찾아오고 소타는 시즈쿠가 마녀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며 시즈쿠의 집에 머물며 그들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소설은 이 시즈쿠가 소타와 함께 마녀 임무를 행해가며 마녀의 임무에 시큰둥하던 시즈쿠가 서서히 달라져가는 시즈쿠의 모습과 함께 홀연히 사라졌던 소타의 정체와 잊혀진 기억들이 퍼즐처럼 맞춰져가며 진행된다.

사람들의 행복을 전하는 마녀의 임무를 이루기 위해 의뢰를 받고 마녀들의 도구인 마도구의 힘에 의존하며 사람들의 고민을 해결해 간다. 자신에게 문제를 의뢰해 온 의뢰인들의 모습 속에 자신의 모습이 비춰지고 비로소 혼자라고만 생각했던 시즈쿠의 마음에 점차 다른 이들이 들어선다.

이 소설이 진정 빛을 발하는 순간은 마도구의 힘만 의지하던 시즈쿠가 자신의 힘으로 남을 돕기 시작하면서이다.

자신만 몰랐던 힘, 진정한 마법의 힘은 단지 도구에만 있지 않다는 것을 시즈쿠의 오랜 친구인 소타가 시즈쿠에게, 그리고 시즈쿠는 다른 의뢰인인 사나나 미래의 손녀 고즈에에게 전해주며 그 한 명에게 베푼 친절이 타인에게 어떻게 마법이 되는지를 소설은 이야기해준다.

시즈쿠의 변화와 함께 갑작스레 나타난 소타의 과거와 밝혀지는 비밀 속에 점점 드러나는 둘 사이의 관계.

시즈쿠는 둘의 관계가 어떻게 끝날지 모르는 불안함 속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초조하지만 결국 서로를 믿고 앞으로 나아가며 불안함을 극복해간다. 항상 소타에게 받기만 한다며 뭔가를 주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던 시즈쿠지만 시즈쿠의 존재 자체만으로 소타에게는 하나의 마법이고 힘이었음을 전해주며 더욱 강한 여운을 남긴다.

아이에게 마법사는 엄마이고 나 자신이 타인에게 친절과 사랑이라는 도구로 마법을 할 수 있다.

나와 당신이 서로에게 마법이 되어 줄 수 있다. 서로의 마음만 있다면...

마음이 마법을 능가한다.

과연 나는 내 지인들에게 마법사가 되어 줄 수 있을까?

내 존재가 당신에게 마법을 일으키는 따뜻한 마법사가 되기를 소망해본다.


사람은, 누군가를 행복하게 해주면

자신도 행복해질 수 있는 마법사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소중한 마법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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