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That Chamber" 2019년에 총 6회 예정된 공연 중 첫 공연에 다녀왔습니다. 평소에도 공연장을 자주 찾지만 상대적으로 Chamber Music, 실내악 경험이 없네요. 친밀하고 따스한 분위기에서 청중과 교감하는 연주회일 거라는 상상을 하면서 "T. L. I 아트센터"를 찾았습니다. 성남시에 "성남아트센터"만 있다고 생각해오신 분들은 살짝 눈 돌려서 이 "클래식 음악 전용극장"에도 관심 가져주세요. 좌석이 모두 R석, 244석으로 비교적 아담한 규모이지만 244석 중 60여 석이 가변 좌석이기에 다양한 공간 연출과 활용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이번에 리뷰 쓰며 검색해보니, 이 아트센터에서 제가 좋아하는 선우예권, 대중적으로 사랑받는 손열음 피아니스트의 연주회도 있었네요.



이번 6회 시리즈 연주를 맡아주실 분들은 '코리안 솔로이스츠'인데요, 실력파 음악인들로 구성된 단체라고 합니다. 2019년에 T. L. I. 아트센터와 손잡고 기획한 All That Chamber의 첫 공연은 '바흐'와 '비달디' 작품으로 구성되어습니다. 일부러 대중에게 친숙한 곡들로 선곡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클래식 음악 잘 모르는 저까지도 전곡을 십수번은 들어본 곡들이네요. "바흐의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제 3번 G장조"와 비발디의 가장 대표적 협주곡인 "Four Seasons." 모든 관객에게 program note를 나눠주시고, '코리안 솔로이스츠' 첼리스트인 임재성이 곡 해설을 친절하게 해주십니다. 덕분에 인터미션 없이 진행되는 70분 동안 곡들이 귀에 쏙쏙 들어옵니다.



비발디의 "사계"의 경우, 봄, 여름, 가을, 겨울을 각각 다른 바이올리니스트가 주도하였기에 보는 재미, 듣는 재미가 상당했습니다. 귀가 트이지는 않은 클래식 문외한이지만, 바이올리니스트만의 색깔이 느껴지는 연주였습니다.

"봄"을 연주한 이서정은 뭐랄까, 곡을 차갑게 이지적으로 해석한다는 인상? 그녀가 입은 하늘거리는 연노랑 실크 블라우스와 대조적으로 근엄하고도 지적인 표정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여름"의 한규현 바이올리니스트는 선화예중,선화예고, 한예종을 거쳐 미국 신시내티 음대 박사과정까지 수료한 재원이시네요. 이분은 달콤해보이는 외모와 달리, 카리스마가 넘치고 격정적인 연주가 인상적이었습니다.


"가을"의 양정윤은 바로 이 분 이신데요. 처음엔 수줍은 듯한 태도로 무대 중앙으로 자리를 옮기더니, 이내 온몸으로 곡에 몰입하는 모습이 놀라웠습니다.



"겨울"은 바이올리니스트 김혜지가 이끌었는데, 이 분이십니다. 평소 저는 David Garrett의 연주로 "Four Seasons" 전곡을 많이 듣는데, 제 귀에 익숙했던 템포보다 빨라지는 느낌. 그만큼 격정적이고 바이올리니스트의 개성이 묻어나는 연주였습니다. 좋았습니다.


이날 관객들은 아껴두었던 박수를 마지막에 크게 터뜨리셔서, 커튼콜에 답하러 무대에 2번이나 다시 등장한 '코리안 솔로이스트' 단원 분들을 오래 볼 수 있었습니다. 좋은 연주, 좋은 프로그램 고맙습니다. 앞으로 남은 5회의 공연에도 관심 갖고 연주회 날짜 챙겨두어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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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01 15: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2-02 22: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카알벨루치 2019-02-01 2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얄라알라북사랑님 설 연휴 보내시고 늘 언제나 감사한 나날들 되십시오 ^^

얄라알라 2019-02-02 22:25   좋아요 1 | URL
카알벨루치님, 이렇게 인사주시니 많이 고맙습니다.
설 연휴에 좋은 책뿐 아니라, 좋은 음식도 많이 드시고 행복한 시간 보내세요.
 
나는 습관을 조금 바꾸기로 했다 - 죽어야 고치는 습관, 살아서 바꾸자!
사사키 후미오 지음, 드로잉메리 그림, 정지영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 덕분에 몸살림(kg)까지는 아니더라도, 방살림은 확연히 가뿐해진 이들, 저만이 아닐 테죠? 저 역시, 이 책 읽던 날 새벽까지 분리수거 쓰레기 장을 들락거렸던 기억이 납니다. 이 책으로 일본에서뿐 아니라, 해외 21개국에 이름을 알린 사사키 후미오. '미니멀라이프' 열풍의 회오리를 일으킨 분인데 이런 유명세를 얻자 되레 침체기를 겪었나 봅니다. 속된 말로 "까라진 채" 이년반을 허송했다 하네요. 심지어는 본업인 글쓰기조차 놓았었나 봐요? 3년여 만에 새로 펴낸 『나는 습관을 조금 바꾸기로 했다』에서 '글쓰기'라는 바퀴에 윤활유도 안 치고, 바퀴를 굴리지도 않았기에 신간 쓰며 고전분투했다고 반성하거든요.

자, 이번 신간도 과연 일본에서만 16만 부 팔렸던 전작의 기록을 깰 수 있을 까요? 어찌 보면 "습관을 바꿔라"라는 진부하디 진부한 자기계발서 단골 주제인데 과연 독자들이 사사키 후미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까요? 읽기 전에는 반신반의했습니다. 하지만 『나는 습관을 조금 바꾸기로 했다』를 다 읽고 나니, "이 책 힘이 있구나! 많이들 읽으시겠구나!" 싶었습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고요? 지극히 주관적이지만 감상을 적어봅니다.



습관의 중요성, 반복의 힘을 강조하는 자기 계발서야 서가에 꽂고도 넘쳐 눕혀놓아야 할 지경으로 많겠죠. 이런 류 저자의 대다수는, 소위 '가르쳐들려는' 어투로 지시하고요. "~~해야 한다. 나는 ~~이렇게 했는데 되더라." 소위, 독자 주눅 들게 하기 전략. 그런데 사사키 후미오는 다릅니다. 대놓고 가상의 독자를 이렇게 상정했습니다. "스스로 의지가 약하다고 믿는 모든 사람에게" 게다가 어떤 소제목은 아예 "사람에게는 원래 집중력이 없다"라고 적고 있습니다. 겸손을 넘어 자기비하의 경계를 넘나 싶을 만큼 자신을 '의지와 재능이 없는 사람'으로 어필합니다. 저자가 이렇게 스스로 낮추고, 허물을 드러내니 독자는 주눅과 죄책감에서 해방됩니다. 대신 독자는 '아! 사사키 후미오도 그랬구나. 남들도 다 그랬구나. 내가 부족한 게 아니라... 해 보자! 그래 바꿔보자!'의 뜻을 세웁니다.


사사키 후미오는 주장은 프롤로그의 제목으로 압축시킬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재능이 아니라 지속이다." 우리가 천재라고 믿는 이들이 번개 맞듯 영감을 얻어 큰 성취를 이룬 것이 아니라, 지극히 평범한 반복을 통해 큰 성취의 조각을 쌓아갔다는 것입니다. 인간, 심지어는 매일 달리기로 유명한 하루키나 프로 마라토너조차도 운동화 끈을 죄여 매기 전엔 '아! 하기 싫다'라는 생각도 하고요. 그걸 이겨내고 자동반사적인 습관으로 만들려면 설계를 해야 한다네요. 저자는 찰스 두히그가 "신호→ 반복행동 →보상"이 습관을 만드는 3가지 요소라고 주장하는 데 동의합니다. 나아가 깨알 팁, 아주 구체적으로 습관을 만드는 방법 50가지를 소개하는데요. 그중, 제게 인상 깊었던 전략 몇 가지를 적어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step 28: 남들의 시선을 이용한다. step29: 미리 선언한다." 즉, 아직 실천하지는 않았으나 마음먹은 일을 SNS 등을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 자랑질합니다. 때로는 미래형 시제를 과거형으로 고치는 변칙도 씁니다. 탈고하지 않았는데 "탈고 후, 비엔나 커피는 달콤 그 자체"라는 식으로 완료형 문장을 과시하다 보면, 스스로 양심에 찔려서라도 그 일을 하게 된다나요? 가장 솔깃했던 팁이었습니다. 저자의 경우, 차기작으로 "즐거운 금주"를 가제로 제시하네요. 저도 뭔가를 '선언'부터 내질러버리고 싶은데요? 여러분은 어떤 '선언'을 하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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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9-01-30 1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간의 집중력은 개인의 천부적인 능력보다는 주변 환경 등 외부적인 영향에 의해서 생기는 것 같습니다. 집중력이 좋지 않다고 해서 능력이 부족하다고 여기는 건 일종의 편견이라고 생각합니다. 스마트폰이야말로 집중력을 떨어뜨리게 만드는 주범입니다. ^^;;

2019-01-30 16: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혼자 빵 터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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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9-01-30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번역기가 아주 직설적인 성격이네요... ㅎㅎㅎㅎ

2019-01-30 16: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최근에 온라인에서 떠도는 쪽글 중 인상 깊어 기억하는 문장은 "모두가 책 쓰려고만 하려 들고(작가 타이틀 달고 싶어 하지만) 읽지는 않는 시대" 이다. 소장용 책 사기는커녕, 대출하려 도서관 가는 일도 손꼽는 경우가 대다수. 이 와중에 동네 서점들은 어떻게 살길을 모색할까? 어떻게 변별할 것인가? 요즘 작은 동네 서점이 뜨는 이유이다.

한 열흘 전 우연히 과학책방 "갈다," 이름을 들었다. 검색해보니 오호, 콘텐츠뿐 아니라 설립 취지까지도 '과학' 중심으로 특화된 독특한 서점. 뜻을 같이한 과학계 종사자 100여 명이 합심해 연 과학전문서점이다. 단순히 책 판매가 목적이 아니라, 저자와의 만남이나 강의 등을 통해 대중에게 과학을 친숙하게 소개해주는 가교 역할을 하려는 서점으로 이해했다.


이렇게 흥미로운 공간을 새로 알았는데 그냥 지나칠 수 있을까? 내친김에 바로 강연 예약을 한다. "항공우주연구원- 우주와 항공 이야기"


사진: 과학책방 갈다 인스타그램


찾기 어렵지는 않았는데, 금요일이라 명동 종로 거쳐 이동하는 데 시간이 좀 걸렸다. 이 책방 대표인 이명현 박사가 어린 시절을 지냈다는 삼청동에 위치한 서점이다. 늦은 오후에 도착한지라 사진이 어둡다. 로고 "갈다"는 "갈"과 "다"의 앞 글자를 따서 만들었다는데, 과학사의 위인을 잘 모르는 이들도 금방 유추할 수 있겠다! "갈릴레오"와 "다윈"!


이명현 박사의 인터뷰 내용 중, 어린이를 따로 염두에 두고 꾸린 공간이 아닌 이유로 엄마들 손에 끌려서 아이들이 이 서점 찾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말씀이 있었다. 자발적으로 찾아오는 아이들이 더 반갑다는 이야기인데, 오늘 강연에는 놀랍게도 9살 꼬마가 '강릉'에서 찾아왔다고 한다. 맨 앞줄에서 어찌나 리액션을 강렬하게 하며 유쾌한 분위기를 주도하던지! 게다가 척척 박사. 항공우주에 관심과 열정이 큰 친구이구나를 느꼈다.


지하 1층에 마련된 강연장에서 7시 30분에 예정된 강의는 실제로는 7시 40분쯤 시작했는데 강의자인 '임철호' 원장님이 어찌나 분위기를 잘 리드하며 청중과 소통하던지 90여 분이 훌쩍 지나간 듯. 120여 페이지에 이르는 방대한 PPT 자료 중 청중이 더 흥미롭게 듣는 부분에 집중해서 우리나라 항공우주 발전상과 현 모습을 알려주었다.


강연 듣고 나니, 서점 문 닫을 시간이라 2층에 있다는 카페를 구경하지는 못했으나 1층 서가는 비교적 매의 날카로움으로 스캔하고 왔다. 저 "시녀 이야기"는 여기저기서 추천해주시는 분들이 많았는데, 여태 미루고 있었다. 2월 도전작으로 선정!


"갈다"에서는 앞으로도 많은 강연, 강의가 열린다니 예의 주시! 이명현 대표의 말처럼 "과학문화" 분위기를 주도하는 공간으로 성장하여 오래 그 자리에 뿌리를 내리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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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9-01-30 15: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명헌 박사의 그 갈다!
요즘 동네책방이 뜨는가 본데 그렇게 시간 날 때마다
한군데씩 다녀 보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2019-01-30 16: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근래 다녀온 전시회들은 입소문으로는 '역대급'일지라도, 실제 가보면 인생샷 배경으로 스스로 낮춘 전시라는 인상을 받아서 웬만한 강추 리뷰에도 마음이 쉽게 움직이지 않습니다. 게다가, 키스 해링의 작품은 어디에선 지 기억은 안 나더라도 많이 보아왔기에 왠지 겉만 알고도 아는 듯 착각하고 있었지요. 그러나, 그의 이름이 Kiss가 아닌 Keith Haring임을 검색하다 알게 된 이상 부끄러워서라도 꼭 전시회 가봐야겠단 결심이 생겼지요. 전시회장이 유치한 DD도 평소 지나치기만 했지, 내부에 들어가 본 적 없으니 자하 하이드(Zaha Hadid)의 DDP도 구경하면, "키스 해링展" 나들이는 "꿩 먹고 알 먹고"의 보람 삼겠다는 예감이 들습니다. 그 예감, 잘 맞았습니다. 오래간만에 만족스러운 전시 다녀와서 10,000보 걸었더라도 다리도 가뿐, 마음도 흐뭇합니다.


DDP 구조를 미리 살피고 갔더라면 헛걸음을 안 했을 텐데, 곡선 건물 외곽을 따라 반바퀴 크게 돌고 2층으로 올라갔다가 다시 아래로 2층 내려가는 뱅뱅 맴맴을 했습니다. 헤매다 원점으로 돌아와 매표소를 찾았습니다.

매표소 못 찾아서 문의하시는 분들, 저뿐만은 아니어서 창피함은 덜 했습니다. 신한 카드 소지자는 20% 할인받으실 수 있어요. 저는 '고작 몇천 원'하며 그냥 갔다가, 기념품으로 티셔츠 2벌을 제 값 다주고 사려니 속이 쓰렸어요. Goods 구매 시, 신한카드로 결제하면 10% 할인받을 수 있거든요.


도슨트는 11시, 13시, 15시, 17시 평일에만 4회 진행합니다. 3시 20분에 입장한 저는 도슨트를 포기하고, 오디오 가이드를 신청했어요. 신분증이 없으면 신용카드를 맡겨야 하므로, 오디오 가이드 대여하실 분은 꼭 신분증 챙겨가세요.

전체적으로 키스 해링전의 기본 설명 틀은 키스 해링에 대한 다큐멘터리에 많이 의존해 짠 듯하더군요. 전시회 다녀와서 아래의 다큐멘터리를 찾아보았는데, 전시회에서 소개했던 짤막한 동영상들 출처가 이 다큐였어요. https://youtu.be/GPlzHR_WyVA



전시장 입구에서 "키스 해링" 展임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아티스트 대형 사진에 대형 작품 이미지, 덕분에 입장 전부터 기대 수치가 올라갑니다. 단순화된 아이콘, 왜 키스 해링이 그래피티 하면서 최단 시간에 완성할 수 있는 단순화된 이미지를 그렸는지를 금새 알게 되었어요.


전시장 들어서면, 짐작대로 "뉴욕"에서의 키스 해링부터 소개하기 시작합니다. 키스 해링이 1980년대 뉴욕 지하철에 낙서 같은 분필 그림들을 그려대면서 유명해졌다는 건, 다들 아시는 이야기니까요. 키스 해링은 경찰에 잡혀갈 위험을 되레 짜릿한 스릴 삼아, 지하철역 광고판의 검은 바탕을 생기 넘치는 선들로 채웠어요. 엄청 빠르더라고요. '치고 빠지기' 전략이 생각났어요. 잽싸게 그리고 잽싸게 자리를 뜨기. 하루에 40점의 작품을 그리기도 했다더군요.


소수 엘리트만 향유하는 예술이 아니라, 모두를 위한 예술을 꿈꿨다던 키스 해링. 자신은 예술가로 태어났기에 가능한 한 많은 그림을 그리겠다는 강렬한 소명의식도 보입니다.

The Public has a right to art

The public is being ignored by most contemporary artists

....

Art is for everybody.

키스 해링의 일기장 中



20대의 젊은 나이에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키스 해링, 이번 전시회에서는 그 유명한 baby 아이콘 외에도 키스 해링의 다소 음란한 이미지 작품도 볼 수 있었네요. 또한 키스 해링이 다른 아티스트나 셀러브리티들과도 활발한 교류가 있었음을 짐작하게 하는 작품도 처음 알았어요. 예를 들어, 80년대 미국 자타공인 최고 미녀 브룩 쉴즈와의 사진작업, 그 전설적인 무용수이자 안무가인 Bill T. Jones와의 바디 페이팅 작업, 스스로를 상업화시킨 아티스트라는 평가에서 공통점이 많은 앤디 워홀을 모티브로 한 'Andy Mouse'까지. 특히 저는 아름다운 뒤태에서 눈을 못 떼고 있었는데 빌 T. 존스의 몸이라니 작품 앞에서 떠나기가 싫었습니다.



빌 티 존스의 팬이라면 키스 해링과의 작업과정을 담은 아래 동영상도 감상해보세요.

https://youtu.be/iw2hADJQrmo



이 전시회를 관람하지 않았다면, 저는 키스 해링을 예술계의 엘리티시즘에 반발한 독창적 이단아이자 성공한 아티스트쯤으로 생각하고 그쳤을 거예요. 키스 해링은 31살이라는, 너무도 이른 나이에 세상을 뜨기 전에 어마어마한 일들을 해냈더군요. 그리고 또 그리고, 그리고 아마도 그의 작품으로 상상하건데 사랑하고 또 사랑하고, 사람들 만나고 작품 팔고 돈 벌고, 또 다시 아이들과 사회 소수자(특히 성 소수자)를 위해 그 돈 환원하고....

우주 비행선과 외계인, 우왕좌왕하거나 혹은 외계존재를 우상화하는 사람들 이미지는 키스 해링 초기 작품에서도 등장하던데, '탈핵무기'를 주장하는 포스터가 참 인상적이지요?



그 외, 앨범표지 작업도 많이 했더라고요. "Album Art" 라고 부르네요



공공 장소에 놓일 대형 조각이나 배너 등의 작업도 했습니다.



독창적인 그림책도 있습니다. 20개의 이미지를 두고, 보는 이가 자유롭게 이야기를 만들도록 유도하는 작품인데요. 직접 20장의 그림을 눈으로 천천히 감상하며 이야기 만들어보심이 어떠할까요?



키스 해링, Untitled (1985)

전시회 외벽 대표 이미지화한 작품인 "무제 (1985)"는 직접 보니 규모가 상당하네요. 밝음 에너지 뿜뿜. 발랄하고 통통 튀니 아무튼 가까이 두고 싶은데, 작품 메시지는 다를지도 모릅니다. 키스 해링에 대한 글들을 읽다보니, 그는 반전, 소수자 인권 등 무거운 주제를 다루면서도 이를 '가볍게, 대중에게 어필하도록' 표현하는 데 재능을 발휘했다고 하니까요.



말 그대로 '눈 떠보니 명예와 부'를 거머 쥔, 예술계의 스타 아이콘으로 떠오른 키스 해링. 성공하면서 삶의 반경도 분명 뉴욕 밖으로 넓어졌습니다. 일본, 이집트, 세계의 곳곳을 여행하고 많은 이들을 만나며 경험 세계가 깊어지자 작품에서도 그 폭과 깊이가 느껴지네요. 예를 들어 이집트 방문 경험은 아래와 같은 피라미드 형상의 작품을 탄생시켰습니다. 피라미드를 가까이서 보면, 역시나 해링의 아이콘들이 버글버글.






마찬가지로 세계의 문화적 다양성, 토착미술에 영감 받은 작품.



죽음을 모티브로 그렸다지만, 역시나 키스해링스러운 발랄함(?)이 느껴지는 작품. 전시장의 핑크와도 색감이 어울립니다.



이 리뷰를 쓰며 키스 해링을 검색해보니, 그는 '게이 아트' 예술가라고도 불리는 군요. '아기' 형상을 대표 아이콘으로 내세우고, 평소에도 아이들을 너무나 좋아해서 아이들과 작업도 하고 아이들을 돕는 일도 많이 했다기에 저는 그와 그의 작품에서 섹슈얼리티를 더해 생각해보진 않았어요. 막상 이번 전시회에 가보니, 눈만 크게 뜨고 본다면 엄청 섹슈얼한 이미지와 상징들이 그의 작품에 많이 배치되어 있네요. 특히 그가 유명해지기 전 그려서 많이 팔았다는 작품의 원본 이미지들을 보니 놀라웠습니다. 하긴, 새삼 '놀랍다'고 하기엔 그는 늘 금기를 무시하고 금기를 넘으려던 캐릭터였죠?




천재는 요절한다? 너무 일찍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래도 그는 요즘처럼 SNS 채널이 활성화되기 이전인 80년대에도 충분히 자신을 적극 드러냈기에 이름을 제대로 남기도 떠났네요.



Shop을 운영하며 대중들이 쉽게 그의 작품, 이미지를 소비할 수 있도록 팔았다네요. 이번 DDP전시에 판매 중인 작품은 생각보다 저렴했어요. sold out이 많아서 원하는 옷을 고를 수는 없었지만 저 역시 기념품을 남깁니다. 이렇게 키스 해링은 대중의 마음을, 욕구를 잘 읽었나봅니다.




일단 출구로 나오면 재입장 불가, 다시 한 번 더 들어가고싶을 만큼 만족스러운 전시였습니다. 시간 여유두고 천천히 다녀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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