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무용단 단원들이, 장충동 보금자리에서 잠시 떠나 강남의 LG아트센터로 나들이를 했다! 지난 2016년, 2017년에 국립극장 무대에서 추었던 "시간의 나이"를 LG아트센터에서 춤 추는 경험이 어떠할까? 고양이의 호기심으로 궁금하다. 국립무용단 무용수들이 2019년 3월 15일~17일 무대를 어떻게 느꼈을지.



지난 2015~16년, 프랑스 샤오국립극장 시즌 폐막식에서 "Shigane Nai(시간의 나이)"는 관객의 기립박수 환호를 이끌어냈다 한다. 이후, 유럽 무용계에서 뜨거운 러브콜을 받고 있다는데 과연 본국 한국에서는 어떤 반응일까?

일단 전석 매진!



마지막 공연이 있던 17일 일요일 오전, 15시 공연 티켓 추가 예매를 하려 인터파크 로그인해보니, 이미 판매마감. 다급한 마음에 국립극장 측과 통화해보니 "전석 매진! 티켓 구매 불가"

와우! 최근 국립현대무용단의 전석 매진 행보과 연결지어 생각해보면, 검증된 퀄리티의 현대무용 공연이라면 "매진" 보증되나 싶었다. 고무적이다.



공연 시작 10분 전, LG아트센터 로비는 혼잡 그 자체였다. 티켓 발권하려는 관객들 줄이 길게 늘어섰다. 특히 한눈에 봐도 '직업 무용수, 무용수 지망 꿈나무'로 보이는 관객이 많았다. 객석은 만석. 내 좌석은 2층 맨 뒷줄 중에서도 가장 끝자리인지라 시야가 답답하다. 내년에 "시간의 나이" 다시 공연될 때는 1층에서!



프랑스의 세계적 안무가 조세 몽탈보(Jose Montalvo)는 한국 무용 무용수들이 타악 연주와 춤을 동시에 능숙히 수행하는데 감명 받아 "시간의 나이(Shigane Nai)"를 안무했다고 한다. 안무를 위해, 한국을 수차례 오가며 한국춤을 면밀히 관찰하고 그 특유의 "흥"을 알아갔다고 한다. 그는 국립무용단의 무용수, 즉 한국의 무용수들이 이미 가진 몸 어휘에 자신의 스토리를 입혀 변화를 꾀했다고 한다.

아래 기사 내용으로 추측하건대, 그 변화의 폭이 상당해서 '익숙한 레퍼토리'를 반복하며 완성도를 높여온 국립무용단 측에서 살짝 부담도 있었나 보다. 안무지도를 맡은 윤상철이 "이래도 되나 싶긴 하지만, 조금씩 굉장히 새로워지겠구나"라고 했다기에 드는 생각이다.

인터미션 없이 70분간 이어지는 공연의 막이 오른다. "시간의 나이"는 3부 구성이다. 1부 "기억," 2부 "세계 여행에의 추억," 3부 "포옹"으로 이뤄지는데 각 부마다 음악과 무대미술의 질감과 느낌이 확연히 달라지기에 공연안내 팜플렛을 미리 보고 오지 않은 관객도 쉽게 구성을 따라갈 수 있다.



1부. 몽탈보가 감명받았다는 "한국 전통무용의 타악기"를 전면에 배치한다. 몽탈보는 마치 '킹콩' 영화의 고릴라 몸짓같은 춤 어휘를 한국 전통 무용과 결합시켰다. 무용수들은 알 수 없는 괴성, 환호를 지르거나 "날 좀 보소, 날좀 봐, Look at me!"를 외쳐댄다. 외치지만 소통("날 좀 보라"는데 다른 무용수들은 정작 반응이 없다)은 없다. 혹자가 이 작품을 두고, "오리엔탈리즘"을 언급했다던데, 실은 나 역시 "한국의 전통과 프랑스의 현대성이 결합된 춤"이라는 어떤 평을 보고 당혹감을 금치 못하겠더라.

몽탈보의 의도는 긴 시간성에도 이어내려오는 몸짓의 정신, 몸짓 어휘의 역사를 관객에게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시각예술 전공자답계 몽탈보는 영상자료를 무대미술로 끌어왔다. 2부의 주역은 국립무용단 단원 플러스 다큐멘터리 "휴먼"이다. 몽탈보는 "human의 영상을 후면에 배치하여 무대 위 현재성의 몸짓으로 영상을 살려내려는 안무를 시도했다. "세계여행의 추억"이라는 부제를 단 2부는, 실은 '소풍으로서의 여행'이 아닌, 생존으로서의 떠돌아다님, 즉 유럽의 난민문제를 표현한 것이 아닌가 싶을 만큼 비장했다. 음악도, 춤도, 비장미와 우울감을 강화시키는 느린 몸짓. 한국춤의 부드러운 상체 움직임이 돋보인다.

2부 부채춤 2인무 파트가 "시간의 나이" 전체에서 가장 몽탈보스러웠고 가장 만족스러운 안무 시퀀스였다.



3부는 라벨의 볼레로를 써서 소위 한국 전통 무용에서의 "신명, 흥"을 현대 무용 작품에서 보여주려는 의도가 다분해 보였다. 마찬가지로 고릴라 몸짓이 계속 등장한다.국 전통 춤에서의 흥은 떠들석 각자 야단스러워보일지라도 그 안에 집단의 리듬이 있는데, 국 전통 춤에서의 흥은 떠들석 각자 야단스러워보일지라도 그 안에 집단의 리듬이 있는데, 국 전통 춤에서의 흥은 떠들석 각자 야단스러워보일지라도 그 안에 집단의 리듬이 있는데, 한국 전통 춤에서의 한국 전통 춤에서의 '흥'은 떠들석 각자 야단스러운 느낌이지만 그 안에 집단성이 있는데 몽탈보가 안무한 군무의 흥은 다소 혼자 통통 튀거나 고립되며 발산하는 느낌? 볼레로를 배경음악으로 썼다는 메리트 외, 뭐가 더 있는지 잘 모르겠다.



만석 객석에서는 우뢰같은 박수가 쏟아진다. 공연이 끝나고도 따뜻한 응원의 박수와 출연진측의 인사가 오래 이어진다. 막공연 커튼콜의 매력이다. 국립무용단 단원들이 다음번에도 현대무용 콜라보레이션 레퍼토리를 확장했으면 좋겠다. 손바닥 얼얼해질 정도로 박수로 보답드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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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심 가득한 마음으로 찜해두었던 클래식 음악 공연이었습니다. "김재원 & 프랜즈!" 바로 이 포스터 때문입니다.

김재원 피아니스트는 일년이면 100회 이상 무대에 오른다니 저처럼 클래식 저 변방을 기웃거리는 청중이어도 얼굴이 익숙하지만, 그의 친구들때문에 꼭 공연 가보고 싶었습니다. 젊음 그 자체가 매혹적인 세 명의 아티스트, 그들의 음악도 젊음처럼 열정적이고 자유로울 것 같아 꼭 연주 듣고 싶었습니다.

 

화이트데이를 맞아 준비한 무대라는데, 공연이 있던 3월 15일 저녁엔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돌풍과 함께. 교통 상황이 좋지 않았습니다. 8시 정각에 도착 못해서, "오은철" 작곡가의 "마리오네트의 춤"을 놓쳤습니다. 많이 속상했습니다.

"김재원 & 프랜즈"는 피아니스트 김재원, 첼리스트 배성우, 바이올리니스트 권명혜, 비올리스트 이신규 순으로 각각 피아노 반주로 독주를 들려준 이후, 삼중주, 사중주로 연결되는 구성의 프로그램을 선보였습니다.

 

먼저, 첼리스트 배성우.

현재 유명한 배우의 젊은 날을 떠올리게 하는 날렵한 턱선과 호리호리한 체구, 귀족적인 외모인데 연주에서 자유분방한 자신감이 느껴졌습니다. 이날 앵콜 곡이었던 libertango연주할 때는 구둣발을 굴러가며 연주에 몰입한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간만에, 누구간와 사랑에 빠지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만큼 매혹적인 아티스트였습니다. 권명혜 바이올리니스트, 그녀의 악기인 바이올린은 첫 활을 켤 땐 낯설고 거칠다는 첫인상을 주었지만 이내 권명혜의 분신으로서 그녀의 개성을 맘껏 드러내습니다. 익숙했던 Carmen Fantasy였지만 권명혜의 연주로 들으니 처음 듣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비올리스트 이신규.

연주 직전에 피아니스트 김재원과 대화 형식으로 자신의 선곡에 대한 소개를 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유머 감각을 거침없이 하이킥 수준으로 드러내시더군요. 악기 소개를 해달라고 하자, "제 악기요? 비올라요?"라고 하지를 않나, 3월 15일인데도 "오늘이 화이트데이인데 커플들이 청중석에 많이 보이지 않는다"고도 해서 객석에 깜짝 웃음을 선사했습니다. 3월 16일이 여동생의 결혼예정일이라며 축하하는 마음으로 Bruch의 Romance Op.85를 연주했습니다. 비올라 단독 연주를 들을 기회가 많이 없어서 귀를 쫑긋하고 온 마음으로 들었습니다. 이신규 비올리스트는 너무나 편안한 표정으로 직립자세를 시종일관 유지하며 연주하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곡의 절정으로 다다를수록 자세가 꼿꼿해지며 등을 곧추세우는 모습이 무척 이채로웠습니다. 팜플렛을 살피니 줄리어드 음대 학사 석사 전액 장학생이자 현재 많은 대학에 출강하며 후학을 양성중인 아티스트인데, 겸손한 분이구나 싶었네요.

3월 15일 "김재원&친구들" 덕분에 넘 좋은 곡을 새로 알았습니다. 바로 '스메타나' 작곡의 피아노 삼중주와 타네예프의 피아노 사중주. 연주회 다녀온 이후 계속 이 두 곡을 찾아 듣고 있습니다.

김재원 피아니스트와 네 분의 호흡이 어찌나 자연스럽게 맞고 연주가 편안하면서도 열정적이던지, 빠지지 않을 수 없었네요. 이 곡들은 한국에서는 흔히 연주되는 곡이 아닌가 봅니다. 김재원 피아니스트가 곡 해설하면서, "국내 초연"은 확신할 수 없지만 "최소한 성남 초연"을 확실하다고 덧붙였거든요. 다른 아티스트들의 연주이지만 이 "스메타나"의 삼중주와 "타네예프"의 피아노 사중주 링크도 걸어봅니다.

체온이 족히 2도는 올라갈만큼 열정적으로 박수 쳤습니다. 이처럼 멋진 음악을 들려준 김재원, 권명혜, 이신규, 배성우 아티스트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는 길은 청중으로서의 박수 밖에는. 덕분에 이분들의 연주 몇 분이나마 더 들을 수 있었어요. 앵콜 곡으로 Libertango를 이신규 비올리스트가 편곡한 곡으로 선물 받았거든요.

돌풍에 비가 많이 오던 금요일 저녁이었지만 TLI아트센터 객석도 많이 찼고, 멋진 음악과 박수로 다들 마음이 후끈해져서 공연장을 나왔을 거예요.

클래식 음악 공연장, 이 기쁨에 찾는구나를 느끼게 해준 고마운 공연이었습니다.

김재원, 권명혜, 이신규, 배성우 네 분의 협연 자주 들을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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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 학전블루. 자주 드나들진 못했어도 청춘의 기억 퍼즐 한 조각인 이곳을 이제 "어린이 무대" 보러 다시 찾으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지하철 1호선"과 "김민기"로 상징되는 이 문화예술공간이 세월이 흘러도 한자리를 지켜준다는 게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요. "학전 어린이 무대" 작품이라면 놓치지 않았다고 자부하지만, "아빠 얼굴 예쁘네요"는 소재 정도만 알고 지나쳐왔습니다.


1980년대 탄광촌, 강원도 사북을 배경으로 했다기에 왠지 (아이들이 이해하기엔) 어두운 내용일 것 같다는 편견 때문이었습니다. 가난, 노동자, 열악한 주거환경과 교육환경 등 뻔히 그려지는 밑그림에 어떤 이야기를 수 놓은들, 풍요가 당연한 권리인줄 아는 21세기 꼬마들이 공감할까 걱정되었고요. 그렇게 작품을 일부러 지나치니,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외면한다고 생각 안해볼 문제가 아니니까요. 그래서 지난 주말 대학로를 찾았습니다.




사전 정보 없이 방문했습니다. "학전 어린이무대" 연극이 대부분 120분 내외인데 반해 "아빠 얼굴 예쁘네요"는 50분 소요되는 노래극이었습니다. 막이 오르고 본격 연극으로 넘어가기 10분 동안은 이홍재 배우가 직접 얼굴에 숯검댕 얼굴에 광부의 옷차림을 하고는 "석탄, 탄광촌, 화석연료," 등을 어린이관객에게 설명해주더군요. 12개월 내내 난방, 냉방 장치에 계절의 온도감도 모르고 심지어 3구짜리 가스레인지조차 낯설어할 아파트 키즈들이 연탄을 어찌 알겠나요? 꼬마 친구들은 겨울에 나무뗄감, 연탄 쟁이고 번개탄으로 연탄 살리기 등은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 꾸며낸 이야기라고 생각할지도 몰라요. 그래서일까요? "아빠 얼굴 예쁘네요"는 참 잘 만든 연극이지만 주 관람객이 10세 전후의 어린이임을 고려하면 다소 어려울 수 있겠네요.




이야기의 배경은 강원도 탄광촌, 초등학생 연이가 일기를 쓰며 시작합니다. 연이와 동갑내기 단짝 '순이'에게는 부모님께서 모두 탄광촌에서 일하신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실은 '순이'아버지께서 갱도에서 사고를 당해 돌아가셨으므로 엄밀히 말하면 두 아이는 비슷하고도 다르군요. 순이는 아빠 잃은 슬픔이 크지만, 꿋꿋하게 하루하루 살아나갑니다. 장난꾸러기 탄이가 "아빠 없다"고 놀려댈 때만 마음이 무너지지만요.


이형자 작가의 평면회화


어느 날, 탄광에서 사고가 납니다. 연이 아버지가 탄이 아버지를 무사히 구해 나오셨지만 탄이 아버지는 사고로 다리를 잃으시고 실의에 빠집니다. 술로 세월을 보냅니다. 탄이가 신문배달도 하고, 탄광촌 잡 심부름을 하며 푼돈을 모아와도 탄이 아버지는 술을 마십니다. 설상가상, 탄이를 중학교에 진학시키지 않겠답니다. 탄이는 기르던 흑염소를 팔아서라도 중학생이 되고 싶어했지만 완고한 아버지 뜻을 거스르지 못하고 그만....그 흑염소로 아빠 보양식을 해드리라고 하네요. 하지만, 정말 배우고 싶어합니다. 더 큰 학교에 가서 더 많은 것을.



부모를 향한 효심. 어려운 상황에서도 더 배우고 싶어하는 그 열망. 육신의 에너지를 팔아서 소위 식솔을 먹여살리다가 불구가 된 육체 노동자의 고통, 냇가의 찬물로 탄광촌 광부의 작업복을 맨손으로 빠는 아낙의 강인함. 강요받은 강인함.



"아빠 얼굴 예쁘네요"는 21세기 아파트 키즈들에게는 생소할 정서, 고통, 인간유형, 인간관계가 등장하지만 노래극의 형식에 밝은 캐릭터를 주인공 삼아서 극의 분위기가 밝고 따뜻합니다. 또한 이형자 작가의 평면회화, 김지현 작가의 찰흙 오브제를 배경 영상으로 십분 활용하여 무대 분위기에 다채롭게 변화를 주었습니다. '노래와 영상'이 있으니 50분도 짧게 느껴집니다.




"고추장 떡볶이", "우리는 친구다," "무적의 삼총사," "진구는 게임중" 등 학전블루 어린이 무대 작품이라면 빼놓을 수 없는 유머코드 대사들, 객석에 웃음폭탄 터뜨리는 한방의 대사는 적은 편이지만 "아빠 얼굴 예쁘네요"는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도 밝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성공한 듯 합니다.

"배움은 소중하다." "가족은 소중하다." "생명은 소중하다" "그 소중한 것들을 지키기 위해서는 사랑, 그 중에서도 가족과 이웃 사랑이 가장 중요하다"의 메시지.






"아빠 얼굴 예쁘네요"는 오는 3월 24일(일)까지 공연됩니다. 주인공 역의 김다영 배우님, 학전블루 무대를 통해 이미 낯익은 방진수 배우, 김지윤 배우, 그리고 탄이 역에 이홍재 배우님 모두 미세먼지에 건강관리 잘 하셔서 3월 마지막 공연까지 좋은 목소리로 지금처럼 좋은 노래 들려주세요^^ 다음 번 공연장을 찾을 땐, CD를 구해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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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노 사피엔스 - 스마트폰이 낳은 신인류
최재붕 지음 / 쌤앤파커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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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o religious," "Homo economist,"온갖 "사피엔스"와 "호모Homo" 아류는 배운자들의 과시용 언어유희일까요?  리스트에 자꾸 신조어가 추가되니 어느 시점에서인가 "~ Sapiens" "Homo~" 표현에 식상해졌습니다. 솔직히 『포노 사피엔스Phono Sapiens』도 저자 최재붕 교수(성균관대)가 새로 제시한 단어라고 속단했는데 2015년 "The Economist" 특집 기사에서 처음 등장했다고 합니다. 바로 IT기술이 바꾼 새로운 인간형을 칭하는 표현이지요. 




혼밥, 혼술 하더라도 페이스북 친구가 300명, 자연휴양림 찾는 일은 없어도 온라인 게임 속에서 정글과 숲을 누비며 환호하는 포노 사피엔스. 호오가 분명히 갈릴테니, 이를 21세기에 거부할 수 없는 생존환경변화와 함께 올 인류의 변화라고 천명하는 데에는용기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최재붕 교수는 아주 명확한 입장에 서서 이야기를 전개합니다. 소위 "스마트폰과 뇌가 동기화 되고 폰 기기를 손으로 삼는 포노 사피엔스가 인류 문명을 새로 쓰고 있으니 대세를 거스르면 폭망한다. 개인 수준이 아니라, 대한민국이라는 국가 수준에서 폭망이 뻔하니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그 물결을 같이 타자! (직접인용이 아니라 저자의 주장을 저는 그렇게 해석했습니다)"라고 깃발을 올려듭니다.

*

저자는 아마도 "X세대"에 속할 연배일듯 한데, "신세대는 이미 구세대"라며 눈개리개 칭칭 머리에 두른 꼰대 취급합니다. 물론 '포노 사피엔스'로의 전환을 거부하고 억합하는 일부 사람들에 대해서요. 저자는 디지털 게임은 사람을 좀비 만드는 정신마약이 아니라 '유희적 인간'에서 스릴과 재미를 주는 신인류의 필수품인데 이를 법규로 규제하려 하는 이들을 비판합니다. 



"롤드컵 결승전에 8000만 명이 모렸다는 데이터를 우리나라국회에 제시한다면 틀림없이 이렇게 얘기할 것 같습니다. '그것 봐라, 이렇게 중독된 사람들이 많다. 그러니 마약이 아니냐. 규제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 이것이 대한민국 국민을 대표하는 사람들의 생각입니다. 가슴이 콱 막힙니다. (본문 153쪽)"







국내 최고 4차 산업혁명의 권위자이자, 2014년부터 기업, 정부기관, 교육기관 등에서 '포노 사피엔스' 관련 강연만 12,000여회 진행해왔고 현재는 Jtbc프로그램에도 출연한 화려한 약력에 걸맞게『포노 사피엔스』를 통해 저자가 소개하는 예시는 설득력있고도 방대합니다. 우리(대한민국 정부)가 어떻게 '포노 사피엔스 시대, 혁명의 시대'를 준비해야 하는지? 시장의 패러다임 변화와 그 속도를 어떻게 분석할 수 있으며 변화를 어떻게 주도할지? 갑질의 시대는 가고 소비자가 왕이자 권력인 온디맨드(on demand) 비즈니스가 왜 살길인지? 디지털 문명의 부작용은 무엇이고 어떻게 대응해야할지?


주장이 흔들림 없고, 제시하는 대안과 해법도 분명합니다. 

다만, 단순희 '디지털 문명'에도'인의예지'를 갖춘 사람됨됨이가 중요하다는 식의 가벼운 성찰을 더해서는 이 디지털 문명이 낳을(물론 줄인다고도 볼 수 있겠지만) 불평등의 격차, 왜 소비주의를 무비판적으로 촉진시켜야하는지에 대한 반성이 약해질 듯 합니다. "포노 사피엔스"라는 강요된 연결성에서 스스로 소외되고 싶은 자들을 어떻게 살아야하고 살게 될까요? 남의 이야기가 아니네요. 


"4차 산업혁명" 구구단외듯 단어로만 외웠던, 저같은 초보 독자에게 훌륭한 입문서로 『포노 사피엔스』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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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9-03-04 14: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득권층과 마약업체와의 정경유착을 제대로 근절하지 못하면서 게임을 ‘마약’이라고 규정하는 정부의 태도가 우습네요... ^^;;

2019-03-06 10: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정우 배우처럼 걷기예찬할 수준은 아니지만 "뚜벅이" 성적 B+이상인 제가...하필 3월 1일 5000보, 3월 2일 10000보를 꼬박 외부에서 걸어다녔답니다. 


아이러니한 것이, 숫자가 올라갈 수록 "Burn the fat! 아싸!" 이런 기분이 아니라,

"오호, 통재라. 내 수명이 1주일 단축되는 구나...꺼이꺼이"의 패배자 기분이듭니다. 


어제 종로, 한남동, 혜화 일대를 누볐는데 하늘이 아주......회색 장막 덮어쓴 공포영화 배경같더군요. 


아래 사진은 그래도 미세먼지가 3월초보다는 훨씬 괜찮았던 2월 중순에 찍은 것인데도 멀리 보이는 산 윤곽이 뭉개져 있습니다. 외부에서 자연과 교감하며 걸을 수록, 수명 단축....환경대쟁앙 시대 슬픈 아이러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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