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MIDNIGHT 세트 - 전10권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세트
프란츠 카프카 외 지음, 김예령 외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8월
평점 :
품절


나는 고독을 즐기는 편이다. 외동으로 살아온 분들은 많이들 공감하실테지만 고독은 외동에게 삶 자체일 수도 있다. 어릴 때 내가 외동이라고 대답하면 가장 많이 돌아오는 질문은 '외롭지 않냐?'는 것이었다. 아니, 형제가 여럿 있다가 혼자 떨어져야 외로운거지. 처음부터 혼자였는데 어떻게 외롭다는거지? 많은 사람들 틈속에 살다가 무인도에 떨어진 사람은 혼자 남았을때 두렵고 외로울 수 있다. 사람들과 살다가 혼자가 됐으니 그럴 수 있는거다. 그러나 처음부터 무인도에 혼자 살던 사람은 누군가 무인도에 들어오는게 더 무섭고 불편할 수도 있다. 외동이 아닌 사람들은 이 사실을 실감하지 못하는 것 같다. 물론 이런 나도 어딘가 아플 땐 극도로 외로움을 느낀다. 외동의 삶도 다른 경우와 마찬가지로 친구를 사귀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교감하고 싶을 때 교감하고 언제든 나의 고독의 자리에 되돌아올 수 있지만 질병이라는 고독은 이렇듯 조절할 수 있는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몸이나 마음이 아프면 누구나 예외없이 절대적으로 고독해진다. 이 아픔을 나만큼 공감해 줄 사람은 나 말고는 세상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다. 언제든 꺼내서 타인들과 나누어 가지기엔 아픔은 너무나 주관적이다. 비슷한 아픔을 가진 사람이라도 모든것이 동일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거기에도 역시 한계가 있다. 무서운 것은 그렇게'아픔'이라는 쓸쓸한 고독을 느끼는 와중에 '죽음'이라는 고독의 끝판왕이 나를 보며 버티고 앉아 있다는 사실을 어렴풋이라도 보게된다는 점이다. 죽을 때는 모두 혼자다. 로맹가리가 '삶은 죽음의 패러디'라고 했던 것처럼 인간들은 사는동안 어떻게든 죽음을 외면하기 위해 발버둥치치만 결국 게임의 최종 단계에 이르듯 죽음의 마지막 고독에 모두가 예외없이 다다른다. 


이번에 읽은 톨스토이의 <이반 일리치의 죽음>은 이렇듯 평소 우리가 애써 외면하는 '죽음의 고독'에 대해 이야기 한다. 주인공 이반 일리치는 성공적인 삶을 살아온 품위 있는 판사로 자신의 삶에 대해 만족하며 살아왔다. 

아니 그렇게 믿었다고 하는것이 정확할 것이다. 그는 어느 날 새로 이사한 집의 이곳저곳을 꾸미다가 그만 사다리에서 떨어져 옆구리를 다친다. 그 후로 옆구리가 점점 더 아파오고 몰골은 변해간다. 수많은 덕망있는 의사들을 만났지만 아무도 이 병이 과연 무엇인지 확답을 주지 못한다. 3개월 동안 그렇게 이반 일리치는 '죽음의 고독'속에  죽어간다. 그리고 그제서야  자신의 삶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된다. 


그가 옳다고 생각했던 것들, 당연하게 느끼던 것들이 다른 모습을 띄게된다. 자신이 과연 무엇을 위해 이토록 애쓰며 살아왔는지를 비참하게 스스로에게 되묻게 된 것이다. 결혼생활에는 사랑이라고 할 만한 것이 없었고 그래서 더욱 일에 몰두하며 사회적 성공만을 향해 달렸다. 그의 삶을 독자로써 아프게 읽다보니 이런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다. 만일 그가 아내와 진실된 관계였다면 이렇게까지 외롭지 않았을거라고, 그도 아내도 단지 결혼이라는 틀에 서로를 묶고 살았을 뿐 '공유'하는 것이 없었다. 그런 면에서 '사랑'은 삶을 살만하게 하는 것이고 때로 죽음까지도 위로하는 가치를 지닐지도 모른다. 아편이나 모르핀이 아닌 진실한 공감과 사랑만이 죽음을 온전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해준다고. 사실상 이반 일리치를 가장 고통스럽게 한 것은 아내를 포함한 사람들의 기만이었다. 그래서 유일하게 진실된 하인 게라심과 아들의 눈물에서만 그는 자신의 고통을 '수용'하게 된다. 죽음에 관해 진지하게 생각해봤다면 그 무게를 느끼고 싶다면 한번쯤 읽어볼만한 수작이다. 


그가 보기에 주변의 모든 사람들은 죽음이라는 무섭고 끔찍한 의식을 그저 어쩌다가 발생한 불쾌한 사건, 품위가 떨어지는일 정도로(마치 고약한 냄새를 풍기며 응접실로 걸어 들어오는 사람을 대하듯이) 격하시켰다. 그가 평생토록 지키려 애썼던 품위라는 게 고작 그런 것이었다. 그도 알다시피 그를 불쌍히 여기는 사람은 없었다. 아무도 그의 처지를 이해하려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직 단 한 사람, 게라심만이 그의 처지를 이해하고 그를 가엾게 여겼다. 그래서이반 일리치는 오로지 게라심과 있을 때에만 마음이 편했다.  - P85


이반 일리치가 느끼기에 의사는 (잘 지내시죠?) 라고 말하려 하다가 그건 좀 아니라는 생각에 (밤새 안녕하셨나요?)라고 물어보는 것 같았다. 이반 일리치는 (그렇게 거짓말을 하는 게 부끄럽다는 생각은 안 드시나?) 라는 표정으로 의사를 바라보았다.그러나 의사는 그의 표정을 이해하려 들지 않았다. - P92


그는그들에게서 자기 자신을 보았고, 자기 자신의 삶의 방식을보았다. 그리하여 자신이 살아온 삶 전체가 <그게 아닌 것>이었다는 사실을, 모든 게 삶과 죽음의 문제를 가려 버리는 거대하고 무서운 기만이었다는 사실을 분명히 깨달았다.- P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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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01-15 17:24   좋아요 9 | 댓글달기 | URL
전 <이반 일리치의 죽음>을 읽고나서 ‘열심히 살면 뭐하냐 즐기면서 살아야지‘ 하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결국 인간은 혼자구나 라는 생각도 하고 ㅋ 저는 열린책들 35주년 세트를 통해 재독을 한건데 한번 더 읽으니까 다르게 느껴지더라구요~!!

이제 열린책들 35주년 세트 얼마 안남으셨을거 같아요^^

청아 2022-01-15 17:41   좋아요 8 | URL
맞아요! 저도 새삼 그렇게 마음먹기도 했고요ㅋ 어제 친구랑도 얘기한건데 남의 눈치를 너무 보며 살았구나하는 생각도 했어요. 이 작품은 저에겐 처음이지만 확실히 재독은 깊은 맛이 나는것 같아요^^

저 열린책 미니 은근히 많이 남았어요ㅋㅋ

2022-01-15 17: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1-15 17: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22-01-15 19:2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톨스토이의 삶을 반영한 것 같기도 하네요.
톨스토이 몇 작품 읽고 안 읽은지 꽤 오래 됐네요. 다시 붙들어야 할 텐데...
즐기는 인생도 중요하지만 고독과도 친해져야 할 것 같아요.ㅠ

청아 2022-01-15 19:49   좋아요 6 | URL
그 유명한 ‘메치니코프‘의 형이 판사였는데 톨스토이와 친분이 있었나봐요. 그 사람을 모델로 이 이야기를 썼다고해요. 아내에 관해서는 스텔라님 말씀처럼 톨스토이 개인의 경험이 반영되었을것 같아요. 톨스토이는 역시 놀라운작가입니다^^*

coolcat329 2022-01-15 21:40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 읽고 ‘나도 뭐라도 깨닫고 눈 감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을 했어요.그리고‘ 죽어서 행복하다‘ 이런 생각하며 세상과 이별하고 싶어요.

청아 2022-01-15 21:44   좋아요 7 | URL
고전이 좋은게 이런점인것 같아요! 정작 중요한데 모르고 살아가는 문제에 관해 깊게 생각해볼 기회를 주는거요. 저는 ‘원없이 책 읽었다‘생각하며 떠나고 싶어요ㅋㅋㅋ

coolcat329 2022-01-15 21:47   좋아요 5 | URL
오 그것도 좋네요. 사놓은 책은 다 읽고 가기 위해 화이팅!

청아 2022-01-15 21:53   좋아요 5 | URL
잔뜩 읽고 저 세상에서 또 책얘기해요!ㅋㅋ작가들도 만나고요ㅋ화이팅👍

persona 2022-01-15 22:13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요즘 고독사의 방식이랑 너무 비슷한 거 같아요. 외롭냐는 질문에 대한 말씀 공감이 갑니다. 다른 방향으로 이해한 걸 수도 있는데 제일 이해가 안가는 질문인데, 외로워 본 적이 없는 거 같아요 저는. 혼자가 더 재밌고. 이 코로나 시국에도 사람 못만나 괴롭고 이게 아니라 나홀로 카페놀이를 못한다는 거 뿐, 저 개인에게는 별로 영향이 많지는 않은 거 같더라고요. 그럼에도 어릴 때 이 단편 읽고 혼자 사는 게 무섭다고 느낄 땐 있었던 거 같아요. ㅎㅎㅎ

청아 2022-01-15 22:29   좋아요 6 | URL
아! 고독사... 그렇네요!!! 생각해보니 이반 일리치에게 거의 그런 셈이었네요?!
제 주변에도 코로나 시국이라고 특별히 불편을 못느낀다는 친구들이 몇 있어요ㅎㅎ 반면에 아이들이 좀 많이 딱하긴해요. 소통의 차원에서 예전만 못하고 아이들이 선택한게 아니니까요. 그래도 마스크에 입이 가려지니까 눈으로 감정전달을 하려고 애쓰게되니(눈웃음이라던지,..) 분명 새로운 변화의 측면도 있고요.
으아~ 어릴때 이 작품 읽었다면 저도 더 무서웠을것 같아요!ㅎㅎ

persona 2022-01-15 22:32   좋아요 5 | URL
애들에겐 하루 한달이 엄청난 발달 단계를 달려가는 시간인데, 표정을 못 읽고 타인을 이해하는 발달이 느려질까 걱정도 되더라고요. 그건 그렇고 요즘 아기들 눈 땡그랗고 반짝 거리고 눈 속에 온 우주가 담긴듯 표정이 풍부해서 너무나 예쁘긴 합니다. 정말 왜들 그렇게 이쁜 건지. ㅎㅎㅎ

청아 2022-01-15 22:35   좋아요 5 | URL
네! 그걸 우려한 책도 최근에 나왔더라구요? 워낙 인간이란 적응력이 좋으니 두고봐야죠ㅎㅎ아이들은 다 천사들이죠ㅎㅎ 날개없는 귀한 천사들♡

페넬로페 2022-01-16 12:10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딸아이가 외동이라 미미님의 글이 더 가슴에 와 닿아요. 근데 딸아이는 많이 외로워하고 앞으로의 외로움도 힘들어해요.
엄마, 아빠 없을 날을 생각하면 넘 괴롭다고~~그래서 꼭 결혼하고 싶어하고 자식도 둘 낳고 싶대요^^
이반 일리치의 죽음 읽으며 삶이 참 허무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어차피 인간은 혼자인것 같기도 하고요~~
특히 육체의 고통은 나만 느낄수 있다는 것도 슬프고 그러기에 중요한건 지금 이순간이라고 생각했어요^^

청아 2022-01-16 12:20   좋아요 6 | URL
물론 저도 늘 그렇진 않았던것 같아요. 특히 사촌들이 와서 자고가면서 하나 더 낳아달라고 엄마에게 조르고요ㅎ 형제많은 친구들보고도 부러운적도 분명 있었거든요. 아이도 저는 제가 한 6명쯤 낳는다고 말했었어요ㅎㅎ제 외동 친구들은 저랑 비슷하지만 외동이라고 다 똑같진 않겠죠.^^*
‘지금 이순간‘노래가 갑자기 떠오르네요~♡홍광호버젼 가장 좋아했는데ㅎ

책읽는나무 2022-01-16 12:5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전 남동생이 둘 있긴한데...외동딸이어서 어릴 때부터 언니나 여동생이 있었음 싶더라구요.
그 마음은 지금도 여전하네요.
주변에 자매들 모여 살면서 서로 의논하고, 밥도 먹고, 차도 마시고....^^
가까이 살아서 몰라도 될 고민거리를 더 안고 살게 되는 단점이 있다 해도 부러운 부분들이 더 많아 보여요. 욕심이 많아서인지도 모르겠지만요^^
그래서 전 딸이 둘 있어 걔들은 좀 다행이겠다!싶다가도 딸들마저 부러운 거에요ㅋㅋㅋ
이것도 외로움일까요??ㅋㅋㅋㅋ
카프카의 책이군요?
그러고 보니 카프카 책도 제대로 읽어본 게 없네요?ㅜㅜ 아~읽을 책이 이리도 많다니????
참 저 이제 생각났는데요~~ 어젯밤 꿈에 스텔라님이랑 미미님이 그 단디 클럽 1 년?을 운영해서 두 분이 책 내시는 꿈을 꾼 듯 합니다?? 정확히 기억은 안나는데 책 관련해서 그런 비슷한 꿈을 꿨네요^^

mini74 2022-01-16 16:5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는 산을 오르는 줄 알았지만 실제로 산에서 계속 내려오고 있는 중이란 문장이 항상 기억에 남더라고요. 미미님 말씀처럼 죽음의 무게를 느끼게 하는 책이었어요. 저도 넘 좋았어요 ~~

그레이스 2022-01-17 01:0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좋았던 책, 얇은데 많은 생각을 했던 책이었습니다.
메멘토 모리 그 이상이었어요.
 

그가 키제베터(독일의 철학자) 논리학에서 배운 삼단 논법, 즉 카이사르는 사람이다. <사람은 죽는다, 그러므로 카이사르도 죽는다>는 카이사르에게나 해당되는 것이지 자신에게는 절대로 해당될 리 없다고 생각하며 평생을 살아왔다. 

카이사르는 인간, 즉 일반적인 인간이니까 삼단 논법이 적용되는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는 카이사르, 즉 일반적인 인간이 아니었고, 항상 다른 모든 존재들과 구분되는 특별한,
아주 특별한 존재였다.  - P73

이반 일리치는 정신을 집중해서 통증에 대한 생각을 떨쳐버리려 했지만 통증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러더니 죽음이찾아와 그의 앞에 떡 버티고 서서 그를 빤히 바라보는 것아닌가. 온몸에 소름이 쫙 끼치며 눈앞이 캄캄해졌다.  - P76

무엇보다 끔찍한 것은, 죽음이 이반 일리치를 자꾸만 자기 쪽으로 끌어당기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가 무언가를 하도록 하기 위해 그러는 게 아니었다. 단지 그로 하여금 형언할 수 없는 고통을 겪으며 죽음만을 쳐다보도록, 아무것도하지 못하면서 오로지 죽음만을 똑바로 바라보도록 하기위해 그러는 것이었다.
- P76

근래 들어 이반 일리치는 자신이 직접 꾸민 응접실에 부쩍 자주 나오고는 했다. 이 응접실은 그가 사다리에서 떨어졌던 곳이다. 그때 다친 옆구리에서 병이 시작되었으니까 그는 결국 목숨을 바쳐 응접실을 꾸며 놓은 꼴이었다.
그 생각을 하면 쓴웃음이 절로 나왔다.  - P77

배뇨와 배변 시에도 특수 제작된 용변기를 사용해야 했는데, 이를 사용하는 것은 매번 고통의 연속이었다. 불결함과 창피함과 냄새가, 그리고 용변조차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그를 너무나 괴롭혔다.
- P80

이반 일리치를 가장 고통스럽게 한 것은 거짓이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몰라도 모두가 묵인하고 있는 거짓말,
그는 죽어 가는 것이 아니라 단지 아플 뿐이다. 그러니 잠자코 치료를 받으면 좋아질 거라는 그 거짓말이 그를 괴롭혔다. 그는 앞으로 뭘 어떻게 하든 병에서 회복될 수 없으며 갈수록 더욱 심해지는 고통과 죽음만이 남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 P84

거짓, 거짓, 그의 죽음을 코앞에 두고도 행해지는 이거짓, 무시무시하고 장엄한 죽음의 의식을 한낱 문병이니커튼이니 식사에 나온 철갑상어니 하는 것들로 격하시키는 이런 거짓이 이반 일리치를 무섭도록 고통스럽게 했다.
- P84

그가 보기에 주변의 모든 사람들은 죽음이라는 무섭고 끔찍한 의식을 그저 어쩌다가 발생한 불쾌한 사건, 품위가 떨어지는일 정도로(마치 고약한 냄새를 풍기며 응접실로 걸어 들어오는 사람을 대하듯이) 격하시켰다. 그가 평생토록 지키려 애썼던 품위라는 게 고작 그런 것이었다. 그도 알다시피 그를 불쌍히 여기는 사람은 없었다. 아무도 그의 처지를 이해하려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직 단 한 사람, 게라심만이 그의 처지를 이해하고 그를 가엾게 여겼다. 그래서이반 일리치는 오로지 게라심과 있을 때에만 마음이 편했다.  - P85

그는 이따금 자신의 다리를 높이 올려 든 게라심이 옆에서 밤을 꼬박 새우면서 (걱정하지 마세요, 이반 일리치나리, 저야 아무 때나 자면 되니까요)라고 말해 주는 것이정말 좋았다. 아니면 불쑥 친근한 어투로 (안 아프셨더라도 뭐 이 정도 못해드리겠어요?)라고 애교를 부리는 것도좋았다. 

오직 게라심만이 그에게 그 어떤 거짓말도 하지않았다. 모든 점에서 볼 때, 게라심 하나만이 문제가 무엇인지를 이해하고 있었고, 이를 굳이 숨기려 하지 않았으며,다만 점차 쇠잔해 가는 나약한 주인을 가엾게 여기고 있었다.  - P85

「우리는 언젠가 다 죽습니다요. 그러니 수고 좀 못 할 이유가 없지 않겠습니까?」 그의 말에는 죽음을 앞둔 사람을위해 고생 좀 하는 것이 전혀 힘들거나 괴롭지 않으며, 그또한 언젠가 죽을 때가 되면 누군가가 자신을 위해 이렇게수고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는 심정이 담겨 있었다.
- P86

거짓말 외에, 아니 거짓말 때문에, 이반 일리치를 고통스럽게 했던 또 한 가지는 그 누구도 그가 바라는 만큼 그를 가엾게 여겨 주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오랜 기간 고통스럽게 병마와 씨름하면서 이반 일리치는 사실대로 고백하는 것이 부끄럽기는 해도 누군가가 자신을 병든 어린아이 대하듯 마냥 불쌍히 여겨 주기를 그 무엇보다 간절히소망했다. 

아이를 달래며 보살피듯 다독여 주고 입을 맞춰주고 자기를 위해 울어 주기를 바랐다. 수염이 하얗게 세어 가는 나이의 권위 있는 판사에게 그렇게 해줄 수 없다는것쯤은 그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는 여전히 누군가가그렇게 해주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런데 게라심과의 관계에는 그 비슷한 무언가가 있었고, 그래서 그는 게라심과 있을 때면 위안을 얻었던 것이다. - P86

이반 일리치가 느끼기에 의사는 (잘 지내시죠?)라고 말하려 하다가 그건 좀 아니라는 생각에 (밤새 안녕하셨나요?)라고 물어보는 것 같았다.
이반 일리치는 (그렇게 거짓말을 하는 게 부끄럽다는 생각은 안 드시나?)라는 표정으로 의사를 바라보았다.그러나 의사는 그의 표정을 이해하려 들지 않았다.
💫💫💫💫💫 - P92

고요 속에서 그는 어떤 소리에 정신을 집중했다. 언어로 된 목소리가 아닌 영혼의 소리, 자신의 마음 깊은 곳에서 솟구쳐 올라오는 생각의 흐름에 귀를기울였다.(너한테 필요한 게 무엇이냐?) 그가 맨 처음 들은 가장확실하고 분명한 소리를 인간의 언어로 표현하자면 이랬다. (필요한 게 뭐냐고? 무엇이 필요하지?) 그는 스스로에게 되물었다. (무엇이냐고? 더 이상 고통받지 않는 것. 사는 것.)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그리고 그는 통증조차 못느낄 정도로 온 정신을 집중하여 귀를 기울였다.
(사는 것이라고? 어떻게 사는 걸 말하는 거지?) 영혼의목소리가 물었다.
(그래, 사는 것. 예전처럼 편안하고 행복하게.)
(예전엔 그렇게 편안하고 행복하게 살았어?) 목소리가물었다. 그는 머릿속에서 자신의 즐거웠던 삶 중에서도 가장 좋았던 순간들을 하나씩 되새겨 보기 시작했다. 그런데이상하게도, 즐거웠던 삶에서의 좋았던 순간들이 이제는완전히 다르게 느껴졌다. 어린 시절의 기억을 제외한 모든것이 다 그랬다. 그때, 어린 시절에는 진짜로 기쁜 무언가가 있었다.  - P103

그러나 그런 기쁨을 누리던 인간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어린 시절을회상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사람을 회상하는 것처럼 느껴겼다.
- P104

나는 산에 올라가고 있다고 상상했지. 하지만 일정한 속도로 내려오고 있었던 거야, 그래, 그랬었던 거야. 분명 사람들 눈에 나는 올라가고있었어. 하지만 정확하게 그만큼씩 삶은 내 발아래서 멀어져 가고 있었던 거야…. 그래. 다 끝났어. 죽는 것만 남았어!
💫💫💫💫💫 - P105

소파 등받이에 고개를 처박고 누워 지내는 요즘 이반 일리치는 고독과 함께 살았다. 그것은 수많은 사람들이 우글대는 도시 한가운데에서 느끼는 고독이었고, 지인들과 가족들이 북적대는 곳에서 느끼는 고독이었다. 바닷속 저 깊은 곳에서도, 땅 밑 저 아래에서도 결코 찾아 볼 수 없는 절대 고독이었다.  - P108

전에는 절대 그럴 리 없다고 여겼던 생각, 즉 자신이 인생을 잘못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것이 어쩌면 진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높으신 분들이 옳다고 여기는 것에 저항하고 싶어 했던 한때의 희미한 충동, 그러나머릿속에 떠오르자마자 곧바로 떨쳐내 버리곤 했던 그 충동만이 진짜이고, 그 나머지는 모두 잘못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의 업무, 그가 삶을 살아온 방식, 가족, 사회와 직장에서의 이해관계 같은 것들이 모두 잘못된것일지도 몰랐다. 이반 일리치는 자신의 눈앞에 있는 이모든 것들을 변호하려고 애썼다. 하지만 돌연 자신이 변호하려고 하는 이 모든 것들이 모두 허접하기 그지없다는 느낌이 들었다. 변호할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 P113

그는그들에게서 자기 자신을 보았고, 자기 자신의 삶의 방식을보았다. 그리하여 자신이 살아온 삶 전체가 <그게 아닌 것>이었다는 사실을, 모든 게 삶과 죽음의 문제를 가려 버리는 거대하고 무서운 기만이었다는 사실을 분명히 깨달았다.
💫💫💫💫💫 - P114

죽어 가던이반 일리치는 절망적으로 울부짖으며 필사적으로 두 팔을 내젓고 있었다. 그의 손이 소년의 머리에 부딪혔다. 소년은 아버지의 손을 잡아 자신의 입술에 대고 울음을 터뜨렸다.
바로 이 순간 이반 일리치는 나락으로 굴러떨어져 빛을보았다. 그는 지금까지 자신이 살아온 인생이 그래서는 안되는 삶이었지만 아직 그것을 바로잡을 수 있으며 바로잡아야만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것>이 도대체 뭐지?
그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는 조용히 입을 다문 채 귀를 기울였다. 그때 누군가가 자신의 손에 입을 맞추는 것이 느껴졌다. 눈을 뜨자 아들이 보였다. 아들이 불쌍했다.
- P119

<용서해 줘>라고 덧붙이고 싶었지만 <가게 해줘>라고말하고 말았다. 그러나 고쳐 말할 힘조차 없어서 손을 내저었다. 알아들을 사람은 알아듣겠지.
💫💫💫💫💫 - P120

저들을 해방시켜 주고나 자신도 이 고통에서 해방되어야 해. (얼마나 좋아, 얼마나 단순해.) 그는 이렇게 생각했다. (통증은?) 하고 그는자신에게 물었다. (통증은 어디로 갔지? 이봐, 너, 어디로간 거야?)그는 귀를 기울였다.
(아, 여기에 있었군. 그래, 뭐, 거기 있으라고 해.)(그런데 죽음은? 죽음은 어디로 갔지?)그는 그동안 익숙해진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찾아보았지만 찾지 못했다. 죽음은 어디 있지? 무슨 죽음? 두려움은이제 없었다. 죽음이란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죽음이 있던 자리에 빛이 있었다.
- P120

주인공의 모델이 된 인물의 동생으로, 노벨 생리학상 수상자인메치니꼬프는 (죽음의 공포를 이보다 잘 묘사한 작품은 없을것)이라고 했다. 하이데거는 <존재와 시간>에서 죽음으로 향하는 존재인 인간의 모습을 보여 주는 작품으로 이 소설을 언급하고 있다. 구로사와 아키라의 영화 <이키루>는 이 소설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다.
- P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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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사람의 얼굴이 으레 그러하듯 이반 일리치의 얼굴은 살아 있을 때보다 한결 잘생겨보였고 무엇보다도 훨씬 더 의미심장해 보였다. 그의 얼굴은 마치 해야 할 일을 다 했고 또 제대로 했다고 말하고 있는 듯했다. 뿐만 아니라 그의 표정에는 산 자를 향한 모종의 비난과 경고까지 담겨 있었다.  - P13

그가 숙연한 태도로 그들과 인사를 나눈 후, 고인이안치된 방으로 가려 할 때 계단 아래쪽에서 이반 일리치를섬뜩하도록 빼닮은 중학생 아들이 나타났다. 그 모습은 뽀뜨르 이바노비치가 기억하는 법률 학교 시절의 소년 이반일리치 그대로였다. 울어서 퉁퉁 부은 두 눈은 순수함을잃어버린, 열서너 살 된 남자아이들에게서 자주 볼 수 있는 그런 눈이었다. 뾰뜨르 이바노비치를 본 아이는 시무룩한 표정을 짓더니 창피한 듯 얼굴을 찌푸렸다.  - P21

이반 일리치의 삶은 지극히 단순하고 평범했으며, 그래서 대단히 끔찍한것이었다.
- P23

이반일리치는 시쳇말로 〈le phénix de la famille(집안의 자랑거리)>였다. 그는 형처럼 지나치게 냉정하지도 계산적이지도 않았고 동생처럼 방만하지도 않았다. 이반 일리치는형과 동생의 중간쯤 되는, 똑똑하고, 활달하고, 유쾌하고,
예의 바른 인간이었다.  - P24

그는 법률 학교 재학 시절에 본인이 생각해도 추악한 행동, 스스로를 혐오할 수밖에 없는 그런 행동을 저지른 적이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른 후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도 그런 행동을 저지르며,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자 생각을 바꿨다. 바람직한 행동이라 할 수는없겠지만 그냥 다 잊어버리고 더 이상 괴로운 기억을 되살리지 않기로 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맥락이 이어진다. 역시 톨스토이!) - P25

〈il faut que jeunesse se passe(젊음과 방탕은 통하는 법)〉라는 프랑스어 격언  - P27

공무를수행하며 느끼는 기쁨은 자존심이 충족되는 데서 오는 기쁨이었고 사교 활동을 하며 느끼는 기쁨은 허영심이 충족되는 데서 오는 기쁨이었다.  - P48

갑자기 문제가 전혀 다른 각도에서 보이기 시작했다. "맹장? 신장?" 그는 혼잣말을 했다. "이건 맹장 문제도 아니고 신장 문제도 아니야. 이건 삶, 그리고…… 죽 죽음의 문제야. 그래, 삶이 바로 여기에 있었는데 자꾸만 도망가고 있어. 나는 그걸 붙잡아 둘 수가 없어. 그래, 뭣 하러나를 속여? 나만 빼고 모두들 내가 죽어 가고 있다는 걸 알고 있어. 남은 시간이 몇 주냐, 며칠이냐, 그것만이 문제야.어쩌면 지금 당장일 수도 있어.  - P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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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2-01-14 19:0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뽀뜨르 이바노비치... 창비에서 나온 책인줄 알았네요.^^;
미미님, 즐거운 주말과 기분 좋은 금요일 저녁시간 보내세요.^^

청아 2022-01-14 19:10   좋아요 3 | URL
아끼면서 읽고 있어요!ㅋㅋㅋ러시아 이름 재밌죠?! 유쾌한 금요일 보내세요^^

새파랑 2022-01-14 19: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건 <이반일리치의 죽음>이군요~! 완전 명작 중의 명작 ^^ 미미님도 곧 열린세트 완독 ^^

청아 2022-01-14 19:30   좋아요 2 | URL
너무 재밌어요! 문제는 이 책 저책 양다리,아니 문어다리를 걸치고 있다는 거예요ㅋㅋㅋ올해 클리어 예정 ^^

새파랑 2022-01-14 19:32   좋아요 2 | URL
2월까지로 기간을 드리겠습니다 🤭

청아 2022-01-14 19:33   좋아요 2 | URL
헉! 최대한 달려보죠 뭐ㅋㅋㅋ✌

scott 2022-01-15 01: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열책 미니 세트 달리기 끝은

이달의 당선 !으로 마무리 ^ㅎ^

청아 2022-01-15 08:48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저 많이 남았는데ㅋㅋ 열심히 써볼께요 스콧님^^👍
 

여성이 태어나는 게 아니라 만들어진다면, 남성도 당연히 그러하다. 과학도 그러하다." 정치와 정치 이론 역시 마찬가지다. 오늘날의 인문학 연구자라면 인간세계의 모든 게 구성된 것이라는 데 대부분 동의할 것이다. - P6

정치 이론은 서양사에서도 특히 남성의 관점이 강한 분야로,갖가지 양상으로 남성성이 깊게 스며들어 있다. 정치 이론의 고전에는 여성이 정치에서 어떻게 역사적으로 배제되고 종속적 지위로 떨어졌는지 기술되어 있으며, 남성적 공권력, 질서, 자유,정의에 대한 표현이 매우 풍부하게 담겨 있다.
- P7

많은 이들은 페미니즘 연구이면서 여성을 최우선 관심사로두지 않는 사실을 인정하지 못한다. 페미니즘은 여성에 대한 것이고, 페미니즘을 제외한 이 세상 모든 것이 인간, 즉 남성에 관한 것이라는 세계관에서는 내 연구가 들어설 자리가 없었다.
- P7

여성 문학이든 여성 권리든여성 문제에 한정된 페미니즘은 그 문제 밖에 있는 이들에게 도전이나 위협으로 보이지 않고, 따라서 쉽게 받아들여진다. 여성과 관련된 것으로만 구성된 페미니즘은 페미니스트가 아닌 남성도 별다른 고충이나 상처 없이 다양하게 지지, 협력, 감내 또는 주변화할 수 있는 대상이 된다. 

이 모든 것이 전혀 남성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페미니즘이라면 교육과정에 끼워넣을 수 있고, 강연 자리에서 고개를 끄덕여 가며 들을 수 있고,
학술회의의 한 대목으로 엮을 수도 있으며, 전문가 조직의 자리를 하나 따내거나 구직 면접의 기회도 얻게 할 수 있고, 교육법수정안 9조의 통계치로 변환할 수도 있다. 

그런 페미니즘은 부족한 일자리를 두고 어쩌다 여성 우대 정책에 대한 갈등이 빚어질 때나 가족 모두가 피곤한데 누가 설거지를 하면 좋을지 옥신각신할 때 정도를 빼고는 남성과 무관해 보인다.
💫💫💫💫💫 - P8

 사회가남성적으로 구축한 다양한 담론 규율·제도  - P10

나는 정치학과 정치 이론이 남성에게 독점되고 있을 뿐 아니라, 시대를 가로지르며 연속적이면서도 다양하게 남자다움이라는 사회적으로 고안된 속성 및 자만과 동일시되고 있음을 감지했다. 정치적 삶에 여성을 받아들인다고 해도 이런 것들이 변치않으리라는 점을 감지했다. 서구 정치학은 남성주의적이며 그형식·정신 · 내용에서, 범주에서, 특징에서, 가치를 판단하고 혐.
오의 대상을 정하는 데서, 그 호감과 반감에서 여성 혐오일 수있다는 점을 감지했다.  - P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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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2-01-13 23:3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요즘 미미님의 서재에도 여성학이나 사회학 책이 많이 보이네요.
이 분야에 관심이 많으신 것 같습니다.
오늘 날씨가 많이 추웠습니다. 따뜻한 밤 되세요.^^

청아 2022-01-13 23:42   좋아요 4 | URL
네^^ 계속 공부하려고요. 오늘도 정말 추웠죠! 서니데이님도 따뜻하고 편안한 밤 되세요^^*
 

후보자에 여성이 없다는 말이 아니다. 여성가족부는 무슨 범죄집단이나 세금갉아먹는 기생충 취급을 당하고 있고 제1야당 후보는 저출산 문제 해결을 강조하면서도 같은 입으로 여성가족부 폐지를 주장한다. (심지어 선거공약으로 넣었다)연일 뉴스에 노출되는 이들의 아우성에 정작 여성가족부의 존립이유의 한 요소인 ‘여성‘의 목소리는 주목받지도 잘 ‘노출‘되지도 않는다. 세상에 어떤 부처가 이런 공격을 당하나(잠시 통일부가 그랬구나..ㅋ)

이정도면 여성가족부가 선거에 ‘악용‘되고 있다고 생각될 정도다. 제1야당에도 여성의원들이 존재하지만 이들이 이 문제를 과연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언론에 잘 나오지도 않는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08/0004695513

그들이 여성가족부를 혐오하는 이유

국민의 50프로가 여성인데 이들은 여성들의 표는 의식하지 않는걸까? 이런 상황에도 유일한 여성대통령후보인 정의당 심상정의원의 지지율은 참혹하다. 그녀는 이른바 ‘지지율 쇼크‘를 받은 모양새다. 대통령선거가 남자는 남자후보뽑고 여자는 여자후보뽑고 그런식의 단순구도로 흘러가야한다는건 당연히 아니지만 역대 최악의 막말대잔치로 불러도 손색없을 이번 대통령선거기간 중 막말한번 한적없는
논리적이고 서울대씩이나 나온 똑똑한 여성후보의 지지율이 이렇게나 바닥을 치는 현실이 과연 후보개인의 문제인지 이 시점에 나는 너무 궁금하고 의아하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도 여성들은 양당후보사이에서 대통령이 나오길 바라는건가?
아님 대세가 양강구도니 어쩔수없다고 체념하고 둘 중에 고르는 중인가? 끊임없이 막말하고 이대남을 쳐다보며 여성가족부폐지주장하고 이어 보란듯이(여가부 폐지는 선물이고 이건 뽀나스야 라는듯)이대남을 위한 게임공약?까지 뻔뻔하게 뿌려대는데도 지지율은 끄덕없다. 여성들은 다 어디갔나?
살아갈수록 느낀다. 정치는 우리 삶과 아주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여성의 목소리를 귀담아듣기는 커녕 꿔다놓은 보릿자루처럼 여기고 오히려 여혐을 조장하는 현실앞에서 이 선거가 제발 빨리 끝나버리기를 간절히 바랄뿐이다.
지금 대한민국 정치권력은 온통 남성들 손에 쥐어져있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28/0002571507

남초표심에 붙은 국민의 힘



https://n.news.naver.com/article/021/0002499530

젠더갈등 넘어 젠더전쟁


권김현영 (여성학자): 40대 또래 친구들을 페미니스트 전사로 만들었던 말은 ‘맘충’이었다. 특히 한때 운동권이었던 이들은 더욱 분노했다. 여성 혐오가 엄마에게로까지 확산되자 순식간에 판이 달라졌다. 최근 몇 년은 그야말로 혁명적 순간이었다. 하지만 혁명의 시간이 지나면 반혁명의 그림자도 찾아오는 법, 최근 페미니스트에 대한 공격이 점점 가속되는 중이다. 이제 그 친구들은 자녀에게 이런 말을 듣는다고 했다.“엄마 페미야?”
맘충이란 소리에는 분노했는데 “엄마 페미야?”라는 말에는 다리가 풀렸다는 친구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우석훈의 처방이 도움이 될 거라 확신한다. 좌파란 모름지기 인기가 없어도 버티는 거 하나는 잘하지 않는가. 그러므로 우리는 지는 법이없다. 웃으면서 끝까지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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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2-01-13 15:0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오 이 책 저자인터뷰 오늘 봤는데요!

https://n.news.naver.com/article/021/0002499530
저도 이책 찜합니당~

청아 2022-01-13 16:25   좋아요 4 | URL
권김현영님 추천사보고 올렸는데 역시 읽어봐야겠어요!
지금 가서 기사읽고 바로 본문에 추가했습니다.
링크 감사해요 괭님~👍

demianee 2022-01-13 15:4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저는 이번에 투표안하려구요...

청아 2022-01-13 16:26   좋아요 2 | URL
그것도 하나의 방법이죠. 저는 그래도 꼭 투표할꺼예요. 짜장과 안경한테는 안줄꺼고요.😊

레삭매냐 2022-01-13 15:5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교육 구조와 노동 시장 관리 실패가
한국형 마초의 탄생을 불러왔다는
저자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정치의 존재 이유가 갈등의 해소
인데, 이런 갈등을 부추기며 자신
들의 사익을 추구하는 집단이
다수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사실
이 그저 하이퍼리얼리스틱할 뿐입
니다.

청아 2022-01-13 16:29   좋아요 3 | URL
거기다 언론도 양강구도에 한 몫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종일 두 후보에 관해서만 보도하고 있으니 마치 두 후보 뿐인것처럼 분위기가 굳어지는 느낌입니다. 선택권을 더 보여줘야 하는데 언론부터가 그 기능을 하려는 의지가 없어보여요.

singri 2022-01-13 16:1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주아주아주 밀접함에도
누구하나 똑소리내는 정치가 없다는것이
정말 이게 최선인가 묻게됩니다.
읽어봐야겠네요 .

청아 2022-01-13 16:31   좋아요 4 | URL
선거도 얼마 안남았는데 어처구니없는 공약들을 보면서 이게 대체 뭐하는 건가 싶어요. 이번 선거는 질적으로 너무 후퇴했습니다. 결국 정치란것이 국민을 위한 것이 아닌 한낯 돈벌이 수단이 되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새파랑 2022-01-13 16:28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요새 뉴스를 보면 좀 정치에 대해서 회의를 갖게 됩니다 ㅜㅜ 관심을 가져야하는데 이상하게 관심이 멀어지더라구요 ~~!!

청아 2022-01-13 16:34   좋아요 4 | URL
저들이 노리는 게 그런걸지도 몰라요. 국민들이 관심갖지 않으면 자기들끼리의 잔치로 끝나겠죠. 침묵을 동의로 받아들이는게 정치인들이니 화나고 불편해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 같아요. 😢

가필드 2022-01-13 17:2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책은 1월 20일 출시네요 저도 정치에 무지한 편인데 눈이 번쩍떠집니다.

청아 2022-01-13 17:39   좋아요 4 | URL
네! 저는 예약구매를 했어요^^ 권김현영선생님 추천이라 믿고 함 보려고요.

단발머리 2022-01-13 20:0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이대남들이 과대표 되는 건 사실인 거 같아요. 자기들의 이익이 관철되면 우르르 몰려가고 자기들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또 우르르 몰려가더라구요. 투표율은 오히려 20대 여성들이 더 높다고 하던데요. 흐미.
양당제의 한계 속에서도 어떻게든 답을 찾아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도 그나마 나은 사람을 골라야 한다고, 먹을 거 없어도 밥은 먹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반찬 맘에 안 든다고 막 단식투쟁하고 그럴 수는 없으니까요. 어른이니까요 ㅠㅠㅠ

청아 2022-01-13 20:04   좋아요 4 | URL
막말이 상대적으로 큰 목소리로 받아들여지나봐요. 가재는 게편이고 초록은 동색이라 그런건지ㅠㅠ
어거지 부리고 혐오하면 어른이고 대통령후보니까 지적할건 지적해줘야하는데 이건 뭐 얼쑤모드에 게임독려...없던 혈압이 오르는 요즘입니다ㅠ

stella.K 2022-01-13 20: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2, 제3 야당이 정권을 잡기는 정말 어려운 것 같아요.
지난 번에 누가 칼럼을 썼는데 미국예를 들면서 미국은 공화당 아니면 민주당이 보통
2대에 걸쳐 똑같이 나눠 먹기식 물론 트럼프 같은 경우는 가끔 나올 수 있고.
암턴 그런 것처럼 울나라도 민주당 아님 한나라 나눠 먹는 거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말하더군요. 그래서 대충 누가 대통령이 될지도 짐작하고 있다는 식으로 얘기하더군요.

모르긴 해도 울나라는 박근혜 땜에 향후 30년 안에 여성 대통령이 못 나오지 싶어요.
심상정이 자신이 안 될 거라는 거 어느 만치는 알고 있을텐데
쇼크라고 철회하는 건 좀 의외다 싶어요.
여성이란 상징성만 가지고도 언젠가 이 나라에 제대로된 여성 대통령이 나와야 한다는
이런 의지를 끝까지 가져가도 박수 받을텐데 왜 그러는지 모르겠어요.
그럴 거 같으면 아예 첨부터 나오지 말든가. 좋게 봐 주려고 했는데...

청아 2022-01-13 20:33   좋아요 3 | URL
나눠먹기도 너무 적나라하고 뻔뻔하게 하고있죠. 언론에서 다뤄줘야 그나마 기회가 생길텐데 언론이 갈수록 자본의 영향을 받다보니 권력눈치를 보지않을수 없는듯해요. 저는 언론이 제일 밉고요. 심상정은 뉴스에서 지지율 추이를 보니 충격받을만 하던데요. 양당에서 빠진표가 철수에겐가도 심상정에게는 안가니까요. 나름의 액션을 보여줌으로써 주목받으려는 걸 수도 있고요. 저는 이럴 때일수록 여성후보에게 힘을 실어주고싶어요. 이쯤이면 여성들이 꿈틀이라도 해야하는데 계속 침묵하니 해가 갈수록 대놓고 폐지론갖고 야단입니다. 여성의원수가 너무 적으니 당눈치나보고 기를 못펴며 꼭두각시노릇만 하는걸로 보여요ㅠㅠ

페넬로페 2022-01-13 22:39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이번 선거에 여성만 없는 게 아니라 모든 것이 없는것 같아요.
도대체 누구를 선택해야하는지 답이 없어요^^

그레이스 2022-01-13 22:40   좋아요 4 | URL
ㅎㅎ
모든것....ㅠ

청아 2022-01-13 22:59   좋아요 4 | URL
페넬로페님 현인의 답 같아요!! ㅎㅎ 이번 선거에 없는 것 투성이죠. 국민에 대한 존중도,배려도,상식도..후..🧔

scott 2022-01-13 23:22   좋아요 4 | URL
깊이 동감🖑^^

mini74 2022-01-13 23:2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는 예전 스콧님 리뷰에 네거티브 투표 소개해주신 글 생각나요. 어떻게든 다음 기회라도 얻으려면 어떻게 해여되나 고민도 되고 지역감정으로 갈라치고 이젠 남녀를 갈라놓고 서로 혐오토록 부추기는 언론이며 선동글들이 너무 싫어요. 정말 올 선거는 페넬로페님 말씀처럼 아무 것도 없어서 허공에다 투표해야 하나 하는 기분입니다. 미미님 글에 공감공감 ㅠㅠ 하는데 참 화나요.

청아 2022-01-13 23:36   좋아요 3 | URL
N번방 방지법에 대한 대권후보의 근거없는 막무가내식 태도도 그렇고 계속해서 여성혐오에 기름을 붓고있어서 화도나고 무섭더라구요. 군대 성문화나 끊이지 않는 여성에 대한 폭력문제도 관심은 커녕 잠시 이용하기 바쁘고 전반적으로 여성들의 눈치를 더이상 보지 않는듯해요ㅠㅠ

블랙겟타 2022-01-16 18: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안녕하세요 글 잘 읽었어요
제가 몇번의 국정감사를 보면서 느낀 것이 여가부차원에서 뭘 해보기가 진짜 힘들다는 것이였어요.
담당해야되는 분야는 많으면서도 자체적인 권한이 워낙 없어요. 다른 부처에 도움을 받아야 하는 일들이 많지만 부처사이에서도 그렇게 호의적이진 않은 것 같더라구요. 그럼에도 그 가운데 유의미한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도 사실입니다. 옥의 티라면 언론이 이런 장면엔 전혀 관심이 없다는 것이 문제겠지요. 어쩔 수 없이 여가부라는 단어자체가 워낙 오염된 탓에 젊은 남성들 사이에서는 조롱거리로 전락한 현실이 매우 안타깝습니다만 이러한 상황을 차치하더라도 정치인들은 쉽게 이런 흐름에 타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욕 먹을 각오를 하더라도 그 한계를 말하면서 설득해야죠.
제 생각엔 더 강화되야한다고 보지만 미미님이 말씀해주신 것처럼 그 책임감을 느껴야할 대선 후보들은 눈치보기 바쁩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언론에서는 정치권은 MZ세대의 표심을 잡아야한다고 하지만 반만 말하고 있는거죠. 커뮤니티나 일부 댓글에서 보이는 젊은 남성를 향한 표심이겠죠. 이준석이라는 정치인이 거대야당 당대표가 선출되는 것을 보고 우리사회가 한동안은 왜곡된 젠더갈등의 늪으로 빠지겠구나를 느꼈어요. 어떻게 보면 젊은 정치인의 본격적인 등장으로 새로운 바람이라고 볼 수 있지만 이 정치인이야말로 소위 남성커뮤니티의 목소리를 대표하던 사람이었고 이 갈등과 혐오를 자양분 삼아 앞으로의 정치를 펼칠 것 같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사실 걱정이 더 커요.ㅜㅜ

우리 정치 환경에서 제3세력, 혹은 제 3지대가 아직은.. 뿌리내리기 어렵다고 봐요. 그나마 이때까지 버텨준 곳이 정의당이죠. 정의당을보면 얼마나 격랑의 파도를 넘었었나요.. (지금의 심후보의 상황을 보면 안타깝긴 합니다.)그렇게 할 수 있지 않은 한 3세력으로 남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소위말하는 새정치라는 단어로 3세력을 만들려는 몇몇의 인물들도 그 면면을 보면 거대양당에서 떨어져 나온 구 세력들의 집합에 불과했어요. 그들을 가지고 새정치를 논한다..? 몇몇의 결과를 보더라도 흐지부지되었죠.
제가 너무 냉소적으로 바라보고 있는걸까요…어떻게든 지금의 상황과 다른 새로운 정치형태를 만들어내야할텐데 저도 어떤 계기로 어떤 방법으로 나올지는 잘 모르겠네요.

댓글을 쓰다보니 장황해져버렸네요. 😅
미미님 글을 읽고 갑자기 급발진해서 그만… 그만큼 미미님 시의적절한 글이 저에게 많은 생각을 해주었기 때문이죠.
암담한 현실이지만 저도 더 고민해보려구요.
마지막으로 다른 선진국의 경우도 비슷한 것같은데요.. 유럽이나 미국에는 극우 포퓰리즘이 우리보다 더 극심해졌고 옆나라 일본의 경우에도 자민당 장기 집권을 견제할만한 세력이 보이지 않은 이 상황이 우리의 상황에 비추어 조금은 위로가 될까요? (그럼에도 크게 안되겠죠? 죄송합니다…😭)

아 저도 대학생때 우석훈학자에게 빠졌던 적이 있었어요. 시리즈 책 나오는 것마다 다 사보면서 말이에요 ㅎㅎ 이번에 새로이 책이 나왔군요. 나중에 기회되면 저도 읽어봐야겠어요 책 소개도 감사합니다.😄

청아 2022-01-16 18:09   좋아요 1 | URL
블랙겟타님 제 글 읽어봐주신것도 감사한데 중요한 지점들을 짚어주셔서 더 감사해요♡
저는 처음에 이준석씨가 당대표 출마후 인터뷰한 내용을 듣고 제 귀를 의심했어요. 그가 ‘여성‘에 대해 주장하는데 거기 ‘진짜여성‘은 없고 커뮤니티에 떠도는 이상한 말만 있었거든요.
그런뒤 당대표가 되자 남초커뮤니티 반응은 예상대로 뜨거웠고 슬슬 걱정스럽더라구요.ㅠㅠ

역시나 시작이 그랬으니 이후에도 같은 기조를 유지하는건 그가 남초커뮤니티를 의식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선거에도 적극활용할 정도니 믿음이 대단한거죠.
의견은 다를 수 있고 더 나은 방향으로 정치가 나아가기 위해선 다양한 의견이 오고가야한다고 생각해요. 방식은 ‘서로의 의견‘에 대한 존중과 토론이고요.

하지만 오늘의 정치는 다른 의견은 묵살될 뿐더러 이게 제일 코미디인 부분인데 정작 ‘당사자‘의 의견은 들어있지도 않다는거죠.
말씀하신대로 이런 정치문제가 세계적인 추세라고도 하더라구요.

관련 저서들도 속속 나오고 있어 저도 기회닿는대로 공부해보려고해요.
저는 무엇보다 경제에서는 소비자가 정치에서는 시민이 깨어야 판도가 바뀔거라고 믿어요. 우리 지금 상황이 너무 답답하고 지치더라도 계속 공부하고 함께 지켜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