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에서 할머니는 하느님께 왜 이렇게 불공평한지 물었다. 어째서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우며 인생에서 겪어 볼 만한 고통인 사랑을알지 못하고, 새벽 4시에 일어나 집안일을 한 뒤 밭에 나가 일하고, 그 따분하기 짝이 없는 수예 교실에 나가고, 머리에 물동이를이고 샘까지 가서 마실 물을 길어 오고, 열흘에 한 번씩 빵을 만드느라 밤을 꼬박 지새우고, 우물에서 두레박을 끌어올리고, 닭에게 모이를 줘야 하는지 물었다. 그러니까 할머니는 하느님이 사랑한 번 해 볼 기회도 주지 않고 어떤 식으로든 죽이려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할머니의 고해성사를 들은 신부님은 이런 생각들이아주 큰 죄이고 세상에는 다른 일도 많다고 말했지만, 할머니에게 사랑 외에 중요한 일은 없었다.
- P11

칼리아리 사람들은 그 어떤 일에도 노여워하지 않고 폐 끼치는 행동도 하지않았다. 바닷바람이 사람들을 더 자유롭게 만든 듯했다. - P17

세상일에 관심 없는 할머니 말고는 다들 라디오 런던을 들었다. 1944년 봄 이탈리아 북부에서 600만 명이 파업을 하고 로마에서 독일인 32명이 살해됐으며, 독일군은 이에 대한 보복으로이탈리아인 320명을 색출해 총살했다. 제8군(Eighth Army, 1941년제2차 세계대전 중에 창설된 영국의 아전군, 1945년 전쟁 종결과 함께 해체되었다. 옮긴이)은 또 다른 도발에 대비하는 중이었고, 6월 6일 첫새벽에 연합군이 노르망디에 상륙했다
- P18

남편들은 모두 공산주의자라 러시아를 응원했다. 러시아군은1945년 1월 17일 바르샤바를 정복하고 28일은 베를린에서 150킬로미터 떨어진 곳까지 진격했다. 연합군은 3월 초에 쾰른을 짐령했다. 처칠은 이제 연합군의 진격과 독일군의 퇴각은 그리 큰문제가 아니라고 장담했다. 3월 말 패튼과 몽고메리 장군이 패주하는 독일군을 뒤쫓으며 라인강을 넘었다.
- P21

할머니는 도시 사람들답지 않게 매사에 심각해하지 않는 이웃들이 좋았다. 술리스 이웃들은 일이 잘 안 풀려도 "뭐 됐어!" 하며 넘어가고, 무척 가난한 살림살이에 접시를 깨뜨려도 어깨나한번 들썩이며 깨진 조각을 주웠다. 타인의 불행 위에 자신의 행운을 만들어 부를 쌓기보다 차라리 가난한 삶에 만족하는 사람들이었다. 칼리아리 같은 도시는 검은 돈을 챙기거나 전쟁으로집을 잃은 불쌍한 사람들이 그나마 쓸 만한 물건이 있나 찾으러오기 전에 폐허를 뒤져서 도둑질하는 사람이 많았다. 술리스 이웃들은 굳이 말 안 해도 알지!‘라는 마음으로 살았다. 할머니는바다와 파란 하늘 그리고 기센 바람이 부는 바스티오니 성벽에서바라다보이는 거대한 풍경이 보잘것없는 작은 삶일지라도 멈출수 없게 만드는 거라고 생각했다.
- P22

하지만 할머니는 그런 시적인 속내를 단 한 번도 내비치지 않았다. 그런 말을 내뱉으면 할머니더러 제정신이 아니라고 할까봐 두려웠기 때문이다. 대신 붉은 테두리를 두른 조그만 검은색노트에 모든 생각을 적어서 식비‘ 약값‘ ‘임대료‘라고 적힌 돈봉투들과 함께 비밀스런 물건을 넣어두는 서랍에 숨겨 놓았다.
- P23

할머니는사랑이라는 게 참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사랑은 스스로 원하지않으면 잠자리를 함께 하거나 친절하게 대하고 착한 행동을 해도찾아오지 않았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랑이 다가오게 만들도리가 없다는 것도 이상했다.
- P26

방에 들어서자 창문 아래 책상이 보였다. 할아버지가 노발대발 화를 내더라도 다시 역으로가서 배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지 않은 건 순전히 그 책상 때문이었다. 할머니는 책상이라는 걸 가져 본 적이 없었고 탁자에 앉아서 글을 쓸 수도 없었다. 언제나 남몰래 무릎에 노트를 놓고 쓰다가 누가 오는 기척을 느끼면 얼른 감추곤 했다.

책상에는 호텔 이름을 새긴 종이가 가득 든 가죽 파일과 잉크병, 펜촉을 끼운 펜 그리고 압지가 놓여 있었다. 할머니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코트도 벗지 않은 채 가방에서 노트를 꺼내 책상의 가죽 파일에 넣은 것이었다. 혹시 누가 갑자기 들어와 노트에 적은걸 보기라도 할까 봐 문을 굳게 걸어 잠그고 나서야 커다란 더블침대에 앉아 저녁 먹을 시간을 기다렸다.
- P28

그 재향군인은 허름한 가방을 들었지만 차림새는 매우 세련되었으며 한쪽 다리를 목발에 의지했어도 아주 잘생긴 사내였다.
할머니는 저녁을 먹고 방으로 돌아오자마자 책상에 앉아 재향군인에 대해 상세히 기록했다. 호텔에서 더 이상 만나지 못하더라도 그를 잊지 않기 위해서였다. 훤칠한 키에 짙고 깊은 눈동자, 부드러운 피부, 가느다란 목, 강하고 긴 팔, 크지만 어린아이처럼 순박해 보이는 손, 약간 곱슬거리는 짧은 수염, 선명하고 도톰한 입그리고 살짝 구부러진 코.
그날 이후 할머니는 식당이나 베란다에서 그를 훔쳐보았다. 남자는 필터 없는 나지오날레 담배를 피우거나 책을 읽고, 할머니는 식탁용 매트에 지루해 죽을 때까지 수를 놓으러 베란다에 나가곤 했다. 할머니는 남자 조금 뒤쪽에 의자를 놓고 앉아서 남자의 이맛살과 날렵한 코, 무방비 상태로 튀어나온 목젖, 흰 머리가나기 시작한 곱슬머리, 소매를 걷어 올린 풀 먹인 새하얀 셔츠 안의 바싹 마른 몸, 힘센 팔, 고운 손, 바지 속에 감춰진 탄탄한 다리한쪽, 낡았지만 완벽하게 광을 낸 구두까지, 무엇인가에 홀린 듯넋을 놓고 바라보았다. 말로 표현할 수 없지만, 장애가 있는데도여전히 강하고 아름다운 몸에서 풍기는 위엄 때문에 눈물이 날것 같았다. - P30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 창 너머 언덕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기다가 다시 자리로 돌아와 할머니를 향해 투명한미소를 지어 보이면, 할머니는 너무 좋아서 가슴앓이를 하며 온종일 흥분에 휩싸였다.
- P30

어릴 때부터 에밀리오 살가리의 모험소설을 읽다가 해군에 자원했는데, 원래 바다와 독서를 좋아했다. 아주 힘든 시기에 위안이 된 시들을 특히 좋아했다. 전쟁이 끝난 뒤 대학을 졸업하고, 얼마 전 제노바에서 밀라노로 이사해 이탈리아어를 가르치는데 어떻게든 제자들이 지루해하지 않을 방법을 찾고 있었다. 지금은 과거의 흔적을 전혀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온통 하얗게 칠한 방 두 개짜리 반지하 연립에서 살았다. 1939년에 결혼하여 초등학교 1학년짜리 딸도 있었다.
- P31

부모님은 어떤 식으로든 딸을 계속 공부시켜야 한다는 의무를 지는 게 두려워 집에 붙잡아 두었다. 선생님에게는 자기들 사정을 모르니 다시는찾아오지 말라고 못 박았다. 하지만 할머니는 읽고 쓰는 법은 배워서 평생 동안 남몰래 글을 썼다. 할머니의 글은 시였다. 아마도할머니의 생각이 담겼을 것이다. 할머니에게 일어나는 일들을 살짝 꾸며서 적은 시들이었다. 할머니는 글 쓴다는 걸 다른 사람들이 알면 미친 사람으로 취급할까 봐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하지만 재향군인에게는 만난 지 한 시간도 안 되어 털어놓았다.
그만큼 믿음이 갔던 것이다.
- P32

할머니도 그에게 손을 가져갔다. 며칠 동안 베란다에 앉아 관찰한 그 남자의 머리카락과 부드러운 목덜미, 셔츠의 천, 탄탄한두 필과 어린아이처럼 고운 손, 방금 닦아 윤기 나는 구두 속에 들어 있는 한쪽 다리와 나무 의족을 위대한 예술가의 조각품을 만지듯 조심스럽게 만져 보았다.
- P35

"우리의 미소에 입 맞출까요.?"
그가 할머니에게 제안했고, 두 사람은 촉촉한 키스를 끝없이나누었다. 잠시 후 재향군인이 이 미소 입맞춤은 단테가 《신곡》의 〈지옥편) 5곡에서 서로 사랑하지만 이루어질 수 없는 파올로와 프란체스카를 위해 생각해 낸 것이라고 말해 주었다.
- P36

할머니는 새로 짓는 집은 정말 아름다울 거라 믿었다. 집 안에 볕이 가득 들어오고,
방마다 창밖으로 배가 떠다니는 바다 풍경과 함께 오렌지색과 보라색 석양, 아프리카로 떠나는 제비 떼가 보일 것이다. 아래층에는 파티룸과 오랑주리 (orangery, 유럽 북부 한랭지에서 오렌지 등의 과수를재배하는 건물-옮긴이)가 있으며, 계단에는 붉은 카펫을 깔고, 베란다에는 물을 뿜는 분수까지 만들 것이다.
- P37

이제 할머니의 공허함은 만노거리의 집과 피아노가 채워 줄 것이다. 재향군인은 할머니를 품에 안고 귓가에 콘트라베이스와 트럼펫, 바이올린, 플루트 소리를 들려주었다. 그는 모든 오케스트라 소리를 낼 줄 알았다. 정신 나간 사람처럼 보일 수 있지만, 장시간 눈밭 행군을 할 때나 수용소 들판에서 독일군들을 즐겁게해 주느라 개들과 음식 쟁탈전을 벌일 때, 머릿속의 오케스트라악기 소리와 시로 버틸 수 있었다.
- P40

엄마는 아주 오래전부터 조용히 아빠를 사랑했다. 아빠의 모든것을 좋아했다. 심지어 싸늘한 표정으로 피아노를 연주하는 것도좋았다. 아빠는 언제나 스웨터를 뒤집어 입고 나타났으며 계절이바뀌는 것도 몰라서 기관지염이 올 때까지 여름 티셔츠를 입고다녔다. 다들 정신 나갔다고 아빠를 손가락질했다. 그렇게 미남인데도 이런 모습 때문에 여자들이 가까이하려 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아빠의 음악에 대한 광기가 유행에 맞지 않았는데, 아빠가 천재성을 보인 고전 음악도 여자들의 취향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엄마는 아빠가 기절하도록 좋았다.
- P44

내가 태어난날 아빠는 뉴욕에서 라벨의 〈콘체르토 인 솔〉을 연주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내가 태어났다는 소식에 흥분해서 연주를 망칠까 봐 아빠에게 전화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조금 자랐다 싶자 엄마는 박스와 보행기, 카시트, 유아용 그릇을 하나씩 더 사서이곳 만노거리에 갖다 두었다. 그 후 아기 용품을 급하게 챙길 필요 없이 할머니에게 나를 맡긴 뒤 곧바로 비행기를 타고 아빠에게 날아갈 수 있었다.
- P44

 할아버지는 집안 형편이 나아져서 할머니가 쇼팽이나 드뷔시, 베토벤의 음악에 흠뻑 빠져오페라를 듣고, 나비부인》과 《라 트라비아타 때문에 훌쩍이거나, 전차를 타고 바다를 보러 포에토 해변에 가거나, 그것도 아니면 돌로레타 부인, 판니 부인과 커피를 마시는 모양이라고 넘겨짚었다.
- P48

피아노가 집으로 오는 날 할머니는 너무 행복해서 메렐로거리에서 만노거리까지 트럭을 앞질러 뛰어왔다. 머릿속으로는 재향군인이 할머니를 위해 쓴 시의 앞부분을 점점 빨리, 쉼표도 마침표도 없이 단숨에 읊었다.

"당신이 스쳐 가는 인생에 가느다란 신호를 남겼다면, 당신이스쳐 가는 인생에 가느다란 신호를 남겼다면, 당신이 스쳐가는인생에 가느다란 신호를 남겼다면,
- P49

빈 화분에 들어가서 머리에 나뭇가지를 붙이고 숨은 적도 있었다. 그다음 날도 똑같은 소동을 벌였다. 인형이나 장난감을 집에 가져가려 하지도 않았다. 나중에 더 커서는 책도 가져가지 않았다. 공부하려면 어쩔 수 없이 할머니 집에 있어야 하는데, 특히 사전을 들고 다니기가 불편하다는 핑계를 댔다. 친구들을 초대할 때도 할머니 집이 테라스가 있어서 더 좋았다. 무엇이든 다 할머니 집이 좋았다.
- P51

지지부진한 농업 개혁이 농부들을 파산시켜 삶터를떠나게 만들었다. 여자들은 남편이 가장 수치스러워하는 하녀 일을 다니고, 남자들은 인간으로서 존중받지도 못하며 보호 장비조차 없이 유독성 산업 물질을 마셔야 했다. 아이들은 학교에 가면사르데냐 출신임을 보여 주는 ‘우(u)‘ 발음이 들어가는 성을 부끄러워했다.
- P72

이주자들이 사는 아파트가 벌집처럼 모여 있는데, 전에 살던 옥상방과달리 화장실과 주방도 있고 에스컬레이터도 있었다. 그리고 이주민도 밀라노 주민으로 받아들여져 이주민을 두고 수군대지 않았다. 이제 남북 간의 싸움은 뒷전이 되고 산바빌라성당을 둘러싼적색분자(공산주의자, 사회주의자)와 흑색분자(네오파시스트)의 분쟁이화두가 되면서 남부 사람들을 ‘테룬‘이라 부르지도 않았다.
- P73

사촌들은 아빠가 정치에 무심한 것과 부자를 미워하지 않는 것, 파시스트를 때려 본 적도 맞아 본 적도 없다는 사실을 용서하지 못했다. 사촌들은 아직 어린데도 카파나(Capanna, 도시 빈민의 인권 보호를 주장하는 학생 운동 - 옮긴이) 집회를 따라다녔다. 1969년 5월에는 밀라노에서 시가 행렬에 참가하고, 1971년에는 국도 점령 시위에동참했다. 몇 번 다투긴 했지만 아빠와 사촌들은 서로 좋아하고매번 화해했다. 심지어 그 유명한 1963년 11월, 부모님 몰래 창문으로 빠져 나와 지붕을 돌아다니며 놀던 시절 다락방에서 의형제까지 맺었다.  - P74

할머니는 전화를 끊고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아들에게 사랑을 쫓아 버리는 광기 같은 걸 물려준 게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밀려온 것이었다. 아빠는 어릴 때부터 아무에게도, 그 어디에서도 초대받지 못해 항상 혼자였으며, 어쩌다 시도한 애정 표현도 유치하고 서툴러서 그 누구도 함께 하려 하지 않았다. 고학년이 되어서는 조금 나아졌지만 만족할 정도는 아니었다. 할머니는 세상엔 다른 일도 많다는 것을 알려 주려 했고 할아버지도 설득해 봤지만,
아빠는 그저 웃고 말 뿐이었다.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1969년 7월21일 밤 암스트롱이 달에 상륙했을 때도 아들이 졸업 연주회 때문에 브람스의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변주곡 작품 35-1>을 끝없이연주하던 모습을 잊지 못했다.
- P75

같은 단어의 중복 사용 같은 실수를 찾아낼 때마다 할머니 엉덩이를 한 대씩 살짝 때리거나 머리카락을 헝클어뜨리며 나중에 다시 쓰라고 했다.
"마음에 들지 않아, 마음에 들지 않아."
재향군인이 제노바와 밀라노 억양으로 지적해도 할머니는 불쾌하기는커녕 오히려 세상 즐거웠다.  - P82

재향군인이나 그의 친구 조르지오 카프로니 혹은 정신병원에서 사망한 가여운 시인 디노 캄파나의 묘사를 보면, 칼리아리도제노바처럼 어둡고 미로 같고 신비롭고 습하다가 어느 순간 예상치 못하게 눈부신 지중해의 빛이 쏟아지는 길이 나타나는 곳이다. 그런 곳에 이르면 바쁘게 지나다가도 낮은 담이나 철제 난간너머로 고개를 내밀고 그토록 ‘풍요로운‘ 하늘과 바다, 태양을 즐기지 않을 수 없다.  - P82

할머니는 칼리아리와 바다 그리고 나무와 벽난로, 말똥, 비누,
밀, 토마토, 따끈한 빵 냄새가 뒤섞인 고향을 참 좋아했다.
하지만 그 남자, 재향군인을 좋아하는 만큼은 아니었다. 세상그 무엇보다 그 남자가 좋았다.
- P84

그에게는 아무것도, 심지어 결석을 배출하느라 함께 소변을 보는 일도 부끄럽지 않았다. 평생 달나라에 사는 여자 같다는 말을 들었는데, 드디어 같은 달나라 남자를 만난 것 같았다. 그것이할머니가 오래전부터 그리워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
- P84

아버지의 돌 사진에는 할머니가 없다. 사람들이 "생일축하합니다."를 외치며 축가를 부르기 시작하자 감정이 북받친나머지 방으로 도망쳐 울고 말았던 것이다.  - P86

엄마 말에 의하면 한 집안에서 누군가는 혼란을 짊어져야 한단다. 인생이란 원래 둘 사이의 균형으로 이루어지는 것인데, 균형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세상이 굳어지고 언젠가는 멈춰 버린단다. 밤에 악몽 없이 편안하게 잠들고, 엄마 아빠의 결혼생활이 별다른 충돌 없이 유지되고, 내가 첫 남자 친구와 결혼하고, 우리 가족에게 큰 위기가 닥치지 않고, 우리 중 자살을 기도하거나 쓰레기통에 뛰어들거나 몸에 자해하는 사람이 없는 것은 할머니가 그값을 치러 준 덕분이었다. 모든 가정에는 희생을 치르는 사람이있기 마련이다. 그래야 질서와 무질서의 균형이 지켜지고 세상도멈추지 않는다.
- P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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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1-12-21 16: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이렇게나 많은 밑줄!

청아 2021-12-21 16:28   좋아요 2 | URL
다 읽고 울었어요ㅠㅇㅠ

건수하 2021-12-21 19:2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밑줄긋지 않았던 문장들이 있어 다시 보니 좋네요.
이래서 같은 책을 읽고 공유하는게 좋아요 :)

청아 2021-12-21 19:33   좋아요 2 | URL
맞아요!ㅋㅋㅋ 저 밑줄 너무 많이해서 ‘내가 왜이러고 있나‘ 했어요. 다 마음에 와닿더라구요😅
 

집은 깨끗하지 않았다. 지난 몇 년 동안 깨끗했던 적이 없었다. 에밀리는 이 집에, 자기 자신에게, 나오지 않는 라디오에,
타이어가 구멍 난 자기 자전거에 애정을 잃었다. 두 방문객은여름 파리를 여태 쓸지 않았다는 것, 비질을 한 곳이 없다는것을 알아차렸을 것이다.
- P23

두려움이에밀리가 말한 사랑을 고갈시켜 껍데기만 남았지만, 방문객앞에서 그랬듯 에밀리는 사랑의 잔재를 부정하지 않았다. 슬퍼할 수 없었고, 애도할 수 없었다. 너무 적은 것만이 남았고,
너무 많은 것이 파괴되었다. 차를 타고 떠난 그들은 이 사실을알까? 다른 이들이 물으면 이 사실을 설명해줄까?
- P27

"레깃 짓이야." 매클루스가 말했고 나머지는 말이 없었다.
네이피어만이 함께 레깃을 의심했다. 올리비에를 제외한 나머지는 당황했다. 새들은 목이 부러졌고 그중 한 마리는 머리가뜯겨 있었다. 흙 위에 누워 있는 새들의 깃털은 이미 축 늘어졌고 구슬 같던 눈은 흐릿해졌다. "잔인한 놈들." 뉴컴이 심드렁하게 말했다. 목소리에 항의나 감정의 기미는 없었다. 올리비에는 그 소녀의 짓임을 알았다.
- P29

올리비에는 교실로 어슬렁어슬렁 걸어가면서 부당한 보복을 예상했으나 자신이 스스로의추측을 발설하지 않으리란 걸 알았다. 그러지 않는 것은, 자기생각을 비밀로 감추는 것은, 다른 사람이 모르는 것을 아는 것은 즐거운 일이었다.
- P34

올리비에를 제외한 모두가 그 생각을 했다. 다인스는 이 세계의 질서 바깥에 있었다. 이들은 다인스를 때리거나 괴롭힐수 없었고, 그에게 이 문제에 관해 이야기조차 할 수 없었다.
그 잡역부가 갈까마귀를 키우는 곳을 알긴 했지만 혐의를 물으면 자신이 그동안 침묵해온 것들을 폭로할 가능성이 높았기때문이다. 다인스는 다루기 힘든 사람이었다.
- P37

올리비에가 그곳에 있으면 마치 더 잘 만들어진 예시처럼 보였고, 나머지는 부주의하게 만들어진 것처럼 보였다. 다른 학생들은 청소년의 느낌이 두드러졌다. 재킷 소매가너무 짧았고 머리카락이 제멋대로 뻗쳤으며, 목소리가 걸걸하고 막 자라기 시작한 까칠한 수염 아래 피부가 울긋불긋했다그러나 올리비에가 이 성년의 서곡을 벗어났다는 사실을, 다른 친구들이 남겨진 데 대한 유감 없이 받아들인 그 깡마른 꼴사나움을 벗어났다는 사실을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 P38

원래는 상대가 알아채지 못하게 사생활에 침입하는 데 능했고, 스스로도 자부심이있었다. 그러나 올리비에는 두 번, 혹은 세 번이나 불시에 시선을 돌려받고 감시하던 눈을 즉시 내리깔아야 했다. 이 식당가정부의 이름은 벨라였다. 하지만 식당과 바깥에서 벨라는‘그 소녀‘로 통했다.
- P40

책이 꼭 필요했던 여자는 가게에서 나오면서, 차에 타면서 그라일리스의 눈에 자주 띄었다. 그가 여태까지 알았던 종류의 여성들과는 달랐다. 그녀는 키가 크고 나름의 아름다움이있었다. 침착한 태도와 옷차림에서 남들과는 다르다는 것이드러났고, 해버티 씨가 은퇴한 것을 모르고 멍한 얼굴로 그가어디에 있는지 궁금해할 때는 더욱더 다른 사람들과 달라 보였다. 그녀는 그라일리스와 이야기를 나눌 때 미소를 지었고,
그는 전에 그녀의 미소를 본 적이 없었다. 다음번에는 대화가더 길어졌고, 그다음 번에는 더욱 쉬워졌다. 

그녀에게 어떤 소설가를 추천하느냐고 물었을 때 그는 프루스트와 맬컴 라우리를, 포스터와 매덕스 포드를, 개스켈 부인과 월키 콜린스를 소개해주었다. 그는 그녀를 위해 더블린 사람들》을 한 권 더 들여놓았는데, 기존에 있던 책은 비를 맞아 글씨를 알아볼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브라이턴 록》과 《밤은 부드러워로 그녀의 관심을 이끌었다. 그녀는 혼자서 엘리자베스 보웬을 찾아냈다.
점심시간이면 그는 깔끔한 그녀의 거실에서 와인을 따랐다.
그들은 자신이 경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자신들은 그런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은 스콧 피츠제럴드 소설 속의 경솔한 사람들에 대해, 팰리스 플롭하우스에 대해, 취한 광장과 돌코테 물방앗간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 P116

그들은 자기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데는 관심이 없었다. 그들의 대화는 그렇지 않았으나, 본인들이 모르는 사이 그들의우정으로 전과 달라진 방 안에는 그들의 삶이 있었다. 두 사람은 감정을 건드리지 않았고, 후회나 과거에 있었을지 모를 것들을 건드리지 않았다. 그들은 단어를 통제하는 능력을 잃지않았다. 그녀는 지나간 과거를, 그는 아직 그곳에 있는 것을배신하지 않았다. 그녀가 커피를 내오면 그는 내리는 비나 차가운 봄의 햇살을 바라보다 고개를 돌렸고, 다시 와일드펠 홀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녀는 넓은 현관을 배경으로 계단 위에서 있었고, 그의 백미러에 보이던 그녀의 모습은 곧 버드나무로 바뀌었다.
- P117

이 모든 것은 가식, 일종의 기만과 관련이 있었다. ‘유감이에요.‘ 로즈는 이렇게 말하고 싶었다. 그리고 박스트리 카페에서 내뱉은 그토록 많은 말을 주워 담을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하고 싶은 이유를 알지 못했다. 로즈는 부버리 씨의 신뢰를 함께 나누고 싶었지만 부버리 씨가 신뢰를보이기도 전에 이미 그를 배신했다.
- P196

무용 선생이 연주한 음악은 그때의 바이올린 연주자가 연주한 것과 차원이 달랐다. 이음악은 쏜살같이 달려나가다 부드러워졌고, 잔잔했고, 느렸다. 진홍색 벽지와 초상화 속 인물들의 시선 위에서 음악이 춤을 추었다. 음악은 아무도 앉지 않은 의자 위에, 꽃병과 장식품 위에 머물렀다. 그러다 점점 위로 떠올라 천장의 새하얀 꽃잎에 닿았다. 브리지드가 두 눈을 감았고, 무용 선생의 음악이어둠 속에 서서히 스며들었다. 음악의 선율이 사라졌다가, 다시 돌아왔다가, 달라졌다. 개똥지빠귀의 노랫소리가 있었다.
멀리서 들려오는 천둥과, 브리지드가 스케나킬라 언덕을 넘을 때 옆에서 세차게 밀려들다 졸졸 흐르는 개울이 있었다. 음악이 멈췄을 때 침묵은 전과 같지 않았다. 마치 음악이 침묵을바꿔놓은 듯했다.
- P262

2월의 그날 밤, 언덕의 자갈길에는 서리가 끼어 있었고 하늘에선 별들이 환하게 타올랐다. 브리지드는 그 별들이 아까 들은 음악을, 그 아름다움을, 자신이 느낀 감정을 더욱 찬양하는것 같았다. 노력해보았지만 그 선율은 다시 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어떻게 보면 쉽게 얻을 수 없는 것이 당연했다. 그 쏜살같음과 느림과 잔잔함, 지금 곁에 흐르는 개울이 만들어내는음악은 거실에서 눈을 감았을 때 들렸던 것만큼 완벽하지 않았다. 그러나 스케나킬라 언덕을 넘는 동안 브리지드는 그때 있었던 것을 충분히 지니고 있었고, 그것은 브리지드가 아침에 일어났을 때도,부엌 뒷방에서 일을 시작했을 때도 충분히 남아 있었다. - P264

"괜찮아요?" 그녀가 물었다. "괜찮은 거예요?" 말투에 불안한 기색을 드러내지는 않았다. 그럴 필요가 없었다. 그래야 할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그녀는 사랑의 까다로운 특성을 잘 알았다. 사랑은 거의 언제나 잘못된 대상을 향했다.
- P269

"비밀의 그림자 속에
겨울 꽃이 흩어져 있었고,
기만이 조용한 사랑을 기다렸다."

트레버는 이 소설들을 통해서 누구나 마음속 깊이 자신만의 비밀을간직하며 살아가고, 그 비밀이 우리를 끝내 고독하게 만든다고 말한다. 하지만 소설을 읽고 난 후 나는 조금도 외롭지 않았다. 놀랍게도 트레버 덕분에.
그 고독이 삶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되었으니까.

_ 백수린(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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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24 14: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2-24 14: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2-24 14: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2-24 14: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고인곁에 앉다


우리는 살면서 다양한 감정을 소모하기 때문에 감정의 물꼬가 어떤 방향으로든 트여 끊임없이 흘러갈수 있도록 해야 한다. 보통은 나름의 취미생활로, 또는 타인과의 소통으로 그렇게 자연스럽게 흘려보내며 살아간다. 하지만 어떤 사람은 자의에 의해 혹은 타의에 의해 그 흐름을 차단당한다. 그러다 보면 감정은 외부로 폭발할 수도 있고 돌연 미쳐버리거나 견딜수 없어 아무한테나 쏟아낼 수도 있다. 미망인이 된 에밀리에게 카톨릭단체 소속의 자매가 방문한다. 고인이 2층에 누워있는 상황에서 위로하러 들른 두 자매에게 미망인은 의외의 TMI를 쏟아낸다. 누군가 갑작스럽게 토로하는 고통에 어떤 사람은 가식과 일반적인 잦대를 들이대고 또 어떤이는 애틋한 공감과 슬픔을 느낀다. 


지금껏 이렇게 이상하게 변한 방문은, 자매의 예상과 이렇게 달랐던 방문은 없었다. 그들은 이런 이야기를 나누었고, 잠시 침묵이 이어지다 캐슬린이 최종 의견을 내놓았다. 위층에 고인이 있어서 자신들이 들은 내용이 더욱더 듣기 끔찍했다고. 어두운 차 안에서 어꺠를 움츠리고 있던 노라는 그 말에 얼굴을 찌푸렸다. 바로 입을 열진 않았지만,1.5킬로미터쯤 더 달린 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난 우리가 고인 옆에 앉아 있었던 거라고 생각해." P.28


전통


이 작품을 읽다가 어느 대목에선가 영화 '책 읽어주는 남자'가 떠올랐다. 물론 그 영화처럼 두 사람에게 특별한 일이 있지는 않았지만 둘 사이에 흐르는 묘한 긴장감이, 초반에는 스릴러로 그려지다가 후반에 정확한 자리를 잡는다. 윌리엄 트레버는 공포와 설렘이 닮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끔찍한 짓을 저지른 범인은 갑작스럽게 조명이 꺼지게 한 자가 아닐까? 어쨋든 전통은 그렇게 이어진다. 


새들은 목이 부러졌고 그중 한 마리는 머리가 뜯겨 있었다. 흙 위에 누워 있는 새들의 깃털은 이미 축 늘어졌고 구슬 같던 눈은 흐릿해졌다. "잔인한 놈들"뉴컴이 심드렁하게 말했다. 목소리에 항의나 감정의 기미는 없었다. 올리비에는 그 소녀의 짓임을 알았다. P.29


그라일리스의 유산


한 남자가 거액의 유산 상속을 거절한다. 왜그랬을까? 멀쩡히 다니던 은행을 그만두고 도서관에서 일할만큼 책을 사랑하는 그에게는 한 때, 책이 필요없던 아내와, 책이 필요했던 여자가 있었다. 그는 그 후에 무엇을 잃었고 무엇을 얻었을까. 일에 있어서는 자신이 바라는대로 선택했지만 남의 시선을 의식하느라 정작 더 중요한 것은 놓친게 아닐까. 기만과 위선에 대해서 생각하게 한다. 


그녀에게 어떤 소설가를 추천하느냐고 물었을 때 그는 프루스트와 맬컴 라우리를, 포스터와 매덕스 포드를,개스켈 부인과 윌키 콜린스를 소개해 주었다.그는 그녀를 위해 '더블린 사람들'을 한 권 더 들여놓았는데, 기존에 있던 책은 비를 맞아 글씨를 알아볼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브라이턴 록'과 '밤은 부드러워'로 그녀의 관심을 이끌었다. P.116


'밀회'에는 12개의 단편이 담겨있다. 전반적인 묘사가 입체적이다. 때로 트레버의 단편은 여러 시.공간을 아우르며 복잡하게 연주된다. 대충 읽을수가 없었다. 온통 집중해야만 미세의 파동을 느낄 수 있는것과 같다. 뭐든 그렇긴 하지만 때에 따라,사람에 따라 와닿는 지점이 다를 것이다. 덧없는 것에 대한 우수를, 그럼에도 온건한 위로를 얻을 수 있었다.  


무용 선생이 연주한 음악은 그때의 바이올린 연주자가 연주한 것과 차원이 달랐다. 이 음악은 쏜살같이 달려나가다 부드러워졌고, 잔잔했고, 느렸다. 진홍색 벽지와 초상화 속 인물들의 시선 위에서 음악이 춤을 추었다. 음악은 아무도 앉지 않은 의자 위에, 꽃병과 장식 품 위에 머물렀다. (...)멀리서 들려오는 천둥과 , 브리지드가 스케나킬라 언덕을 넘을 때 옆에서 세차게 밀려들다 졸졸 흐르는 개울이 있었다. 음악이 멈췄을 때 침묵은 전과 같지 않았다. 마치 음악이 침묵을 바꿔놓은 듯했다.P.262 '무용선생의 음악' 중에서



사실 올 여름쯤 도서관에서 <비온뒤>를 빌려 조금 읽다가 어떤 지점에서 지루했었는지 더이상 진도를 나가지 못하고 반납했었다.그 책도 단편모음이니까 좀 더 읽어봤으면 달랐을지 모르는데 당시엔 단편을 읽는 마음가짐이 덜 되었었나보다. 선수도 늘 홈런만 칠수는 없는 노릇이고 뭔가 그날따라 코드가 안맞은 걸수도 있는데 성급했다는 생각이 이 책을 읽고나서야 든다. 이 책에서도 두어편은 정말 지루해서 졸음이 쏟아졌었다. 그 외에는 다 훌륭했다. 다시 읽고 싶을 만큼! 제임스 설터에 이어 윌리엄 트레버의 작품을 읽으니 점차 단편소설의 맛을 알아가는 기분이다. 



아일랜드 소설가이자 소설가들의 소설가라는 윌리엄 트레버. 해설에 따르면 '2016년 8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글쓰기를 멈추지 않았다. 트레버의 아들은 아버지가 오전에는 집필을, 오후에는 정원 일을 하며 조용한 삶을 살았고, 웬만한 일로는 오래 화를 내지 않았으며, 말년에 더 이상 글을 쓸 수 없게 되었을 때 처음으로 아버지의 불행한 모습을 보았다고 말했다.' P.288 그의 작품을 계속 읽어봐야겠다.




*Modus Vivendi 모두스 비벤디(라틴어):생활방식


*Chacun a son goût 샤캥 아 송 구 (불어):모두에게 저마다의 취향이 있다.

난티나무님 감사해요~^^*♡









앞으로 읽어볼 윌리엄 트레버의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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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1-12-20 17:0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제부터 읽기 시작했습니다.

12개 중에서 2개 읽었네요.

청아 2021-12-20 17:36   좋아요 1 | URL
레삭매냐님은 어떻게 읽으실지 궁금해요^^*

2021-12-20 17: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2-20 17: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2-20 17: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mini74 2021-12-20 17:0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글 읽으면서 뭔가 트래버란 작가님답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덧없는 것에 대한 우수를 그럼에도 온건한 위로를 얻을 수 있었다는 미미님 문장이 작가님 글의 특징? 매력같기도 하고 ~~ 미미님 문장 넘 좋아요 *^^* 하옇튼 저도 얼릉 읽고싶어요 ~~ 쌓아놓은 책 말고 이 책을 !!! ㅎㅎㅎ

청아 2021-12-20 17:39   좋아요 2 | URL
지루한 단편도 있긴했는데요. 전반적으로 매력있었어요~♡ ^^*

stella.K 2021-12-20 17:48   좋아요 2 | URL
저도 동감이어요. 읽지만 마시고 본격적으로 써도 좋을 것 같은데...
지난 번에 미미님한테 걸레 한 번 만들어 보자고 했는데
걸레는 오히려 제가 만들면 될 것 같고 미미님은 레이스가 달린 화병 받침은
될 것 같은데 고걸 안하시네요.ㅎㅎ

청아 2021-12-20 17:55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제가 스텔라님께 찰진욕을 듣고싶어서라도 꼭 써볼께요 단편을^^♡

stella.K 2021-12-20 17:56   좋아요 1 | URL
ㅎㅎㅎㅎㅎ 어머머, 제가 무슨 찰진욕을...!
하긴 작가가 되려면 찰진욕도 좀 아는 게 나쁘진 않죠.ㅋㅋㅋㅋ

새파랑 2021-12-20 17:1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이건 단편집이군요. 전 트레베의 <펠리시아의 여정> 한권만 읽었는데 ㅋ 미미님은 벌써 많이 읽으셨군요 ^^
프루스트, 더블린 사람들, 브라이턴 록 추천한 트레버는 책잘알? 😆
미미님 별다섯이면 장바구니로~!
전 올해 책 구매 끝. 내년에 살겁니다~!! 10일은 참을 수 있겠죠? ^^

청아 2021-12-20 17:41   좋아요 2 | URL
맨아래 책들은 그냥 올린거예요ㅋㅋ이 책이 처음임요. 다음은 <펠리시아의 여정>^^*

새파랑 2021-12-20 17:49   좋아요 2 | URL
예전에 미미님 ˝트레버˝ 읽으셨다는 글을 본 거 같은데 제가 착각했나봐요 ㅜㅜ 저도 그럼 ˝트레버˝읽기를 따라해야 겠군요 ^^

stella.K 2021-12-20 17:50   좋아요 2 | URL
내년 1월 10일에 새로 사실 것 같은데 참는 것 보단 기다리는 걸로...^^

새파랑 2021-12-20 17:52   좋아요 2 | URL
오늘도 한권 업어 와서요 ㅜㅜ 절제가 필요합니다 😅

stella.K 2021-12-20 17:55   좋아요 2 | URL
아, 새파랑님 얘기였군요. 저는 미미님인 줄 알고. 10일이라고 해서.ㅋㅋ

청아 2021-12-20 17:56   좋아요 1 | URL
오 처음이예요!ㅋㅋ<비온뒤>읽다가 반납했었어요. 후회중입니다ㅠ

청아 2021-12-20 17:58   좋아요 2 | URL
책 구입일10일 ,20일로 정한건 저예요 스텔라님ㅋㅋㅋ🖐

책읽는나무 2021-12-20 17:1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예전에 <여름의 끝>을 읽었네요.내용은 하나도 기억나지 않은데 윌리엄 트레버 작가 책 더 찾아 읽어 보고 싶단 생각은 했던 것 같아요.<비온 뒤> 사다 놓고 읽진 않았군요^^
집중해야만 미세의 파동을 느낀다!!
문장도 좋고, 공감도 하게 됩니다^^🧔🧔

청아 2021-12-20 17:42   좋아요 3 | URL
아 제가 <비온뒤>읽다반납했었거든요?다시 봤습니다!!^^♡ㅋㅋ🧔🧔

독서괭 2021-12-20 17:2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우와 미미님, 윌리엄 트레버 저 책들 다 읽으신 거예요? 저는 올해 <펠리시아의 여정>으로 처음 만난 작가인데, 이 책도 궁금하네요!

청아 2021-12-20 17:43   좋아요 3 | URL
앞으로 읽고싶어 올렸는데ㅋㅋ이따 적어놔야겠어요ㅋ이 책이 처음이예요^^♡

페넬로페 2021-12-20 18:4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이 책이 트레버의 단편집이군요~~
저는 ‘펠리시아의 여정‘만 읽어서 트레버의 단편도 넘 궁금해요^^
스텔라님 말씀처럼 미미님 본격적으로 글 써보세요^^
응원합니다**

청아 2021-12-20 18:53   좋아요 2 | URL
아 스텔라님이 전에 소설창작 모임 하셨대요. 쓰고나서 서로 비평하다보면 감정도 상하고 그런가봐요. 저는 욕을 먹더라도 재밌을것 같다고 했거든요ㅋㅋㅋㅋ 페넬로페님이 함께 하심 바로 할께요!(물귀신작전)^^♡

stella.K 2021-12-20 20:43   좋아요 2 | URL
ㅎㅎㅎ 이거 하긴 해야겠구만요.
조만간 모집 광고해야겠는데요?ㅎㅎ
독서 모임도 있는데 창작 모임 하나 발족하죠.
그래서 생각해 봤는데요, 이름이 있어야할 것 같아요.
<창작집단: 걸레>
어때요?ㅋㅋㅋ

청아 2021-12-20 20:46   좋아요 1 | URL
아 그건 너무 심한것같아요ㅋㅋㅋㅋ
조금 완화해서 누더기는 어때요?ㅋㅋ🤔(진지)

stella.K 2021-12-20 20:51   좋아요 1 | URL
ㅎㅎ 헤밍웨이를 생각한 건데 좀 심하긴 하죠?
누더기는 좀 그렇고, 좀 더 고민해 봐요.ㅋㅋ

청아 2021-12-20 20:53   좋아요 1 | URL
앗 그런건가요?!😅 네! 스텔라님이 지어주세요~♡ㅎㅎ

stella.K 2021-12-20 20:58   좋아요 2 | URL
헉, 우리 정말 하는 거예요?ㅋㅋㅋㅋ

청아 2021-12-20 21:04   좋아요 2 | URL
더 사람 모아서 해요 스텔라님!!ㅋㅋㅋ재밌을것 같아요!🥰

stella.K 2021-12-20 21: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으따, 화끈해서 좋구만요!🤣
그럼 좀 생각해 보입시다.
뭐 좋은 의견있으면 기탄없이 말씀하구요.ㅋㅋ

얄라알라 2021-12-20 23:2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들이 이야기하는 아버지의 일상 모습에서, 타고나기를 작가, 마지막까지 쓰는 사람으로서의 체화된 작가다움이 느껴지네요

청아 2021-12-20 23:43   좋아요 4 | URL
이런 성실함이 많은 작품을 남긴 원동력이었겠죠? 작가의 사진을 찾아보니 마침 거의 노년의 모습이라 아들이 말한 슬퍼하는 모습이 눈앞에 그려지더라구요.^^♡

persona 2021-12-21 00:0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윌키 콜린스 엘리자베스 개스켈, E.M. 포스터 좋아하는데 다른 작가들도 적어두고 이 작가도 찜해둬야겠어요. 어쩜 책 표지가 이렇게 이쁘죠. ㅠㅠ 표지만 봐도 좋을 거 같게 생겼네요.

청아 2021-12-21 00:10   좋아요 3 | URL
페르소나님 작가님과 통하셨네요? ^^♡ 저는 프루스트랑 E.M.포스터만요! 나머지는 몰라서ㅋㅋ요. 저도 표지부터 끌렸어요.

persona 2021-12-21 00:40   좋아요 2 | URL
모르는 작가들 저도 알아보려고요. ㅎㅎㅎ 왠지 느낌이 좋네요? ㅎㅎㅎ

coolcat329 2021-12-21 13: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벌써 구매하셔서 읽으시다니 역시 ☺
저도 트레버 읽고 단편 소설의 맛을 알게 된 거 같아요. 제임스 설터 읽고 트레버로 오셨군요.
트레버 책 다섯 권 있는데
딱 한 권 읽었어요. ㅎ 보기만해도 기분좋은 책들입니다.

청아 2021-12-21 13:42   좋아요 2 | URL
여름에 <비온뒤>를 대출해서 읽다가 초반에 포기하고 반납했는데요, 이 책을 읽다가 이 책이 그 책 라인인걸 글의 특징을 보고서야 깨달았어요. 자기만의 색깔이 있다는건 넘 멋지네요! 더 알고싶어요🥰

coolcat329 2021-12-21 14:03   좋아요 2 | URL
초기작품이죠? 저는 <비온뒤>가 없어요. 이상하게 안 사게 되네요.
책 읽으면서 혼자 뭔가 깨달을 때 참 짜릿하죠! 😆

청아 2021-12-21 14:11   좋아요 2 | URL
네! 그맛에 읽는것 같아요. 다른책도 더 읽어봐야겠지만 윌리엄 트레버의 단편들 읽고나서 삶의 순간순간에 더 눈떠야할 필요성을 느꼈어요!😄
 

사람들 각자가 고유한 내력을 지닌다는 사실을인식하면 타인에게 수치를 주거나 책망하는 단순한 행위가 복잡해지고, 개개인의 역사를 알아갈수록 사람들이 왜 그런 행동을 하게 되었는지 이해하기가 더 수월해진다.

-리처드 홀러웨이, 『무신론적 도덕』

🌟🌟🌟🌟🌟 - P26

진솔한 대답을 위해서는 무엇을 발견할지 알기에 파헤치고싶지 않은 부분들까지 철두철미하게 들여다보는 내면 성찰의 기술이 필요하다. 귀중한 유물들이 땅속에서 발굴되듯이 가장 소중한 말들은 종종 품을 들여 자기 자신으로부터캐내어져야만 한다. 그래서 나는 매우 철저해야 하며, 깊이파야 한다.
- P29

약과 술이 고질적으로 남용된다. 사람들은 중독 때문에거리 성매매를 하게 되는 헤로인 중독자의 전형적인 모습에 익숙하다. 성매매에서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 모습을 본적이 있다. 그러나 오히려 애초에 중독 문제가 없었던 여성들이 성매매를 하게 되면서 술, 바륨, 처방 진정제, 코카인에 중독되는 모습을 훨씬 더 자주 목격했다. 성관계하기 역겨운 수많은 낯선 이들과 관계해야 하는 끔찍함에 무뎌지려고 이런 약물들을 사용한다. 성구매자들은 그들이 인지하든 하지 않든 모두가 어느 정도는 성매매 여성들에게 학대적인 태도를 취하며, 많은 수가 여성들을 고의적으로 학대한다. - P33

성매매 당사자는 약물이나 술에 의존하게 되면서 감정적, 심리적 측면에서 ‘평범한‘ 사회와 더욱 분리된다. 중독은 강도가 심해질수록 오직 돈만이 채울 수 있는 허기가 되어 많은 경우에 약물 의존은 성매매 유입 기간을 장기화한다. 그 여파는 자명하다. 성매매는 중독이라는 형태로 실질적인 장벽을 만들어내고, 여성에게 성매매를 강요하게 되면서 주류 사회로부터 더욱 멀어지게 되는 누적적 결과를낳는다.
- P33

때로는 자신이 속한 현실의 범주에서 벗어나 새로운 사람들과 관계를 형성하는 것조차 불가능하다고 느낀다.
는 뜻이다. 불법적으로 생계를 유지하면서 정직하게 주택융자나 사업 융자를 받기는 불가능하고, ‘정상적으로 기능하는 대중의 한 사람으로서 여겨질 수 없어 갈수록 소외된다.
- P33

성매매 당사자는 성매매의 범주 내에서만수용되고, 그래서 역설적으로 가장 안전하지 않은 곳에서안전하다고 느끼기 시작한다.
- P34

우리는 세상과 맺은 관계를 통해서만 세상을알게 된다.

-모건 스콧 펙, 『가지 않은 길』 - P42

어린이들은 수백 가지 방식과 수천 가지 이유로 더 잘 안다. 문제 가정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유아기때 이미 자신의 가정이 다른 가정과 다르다는 사실을 자각한다.  - P45

그녀는 자연적이고 치유가 되는 수많은 영향력을 피해 은둔했기에, 창조주가 지정한 순리를모든 마음들이 거스르듯, 거슬러야만 하듯, 거스를 것처럼 음울하고 고독한 그녀의 마음은질병으로 번졌다.

- 찰스 디킨스, 『위대한 유산』 - P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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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업에서 여성이 하는 일은 중도동이고 위험한 노동이다. 여성이 사망해도, 공권력도 가족도 나서지 않는 보이지 않는 노동이다. ‘성노동‘ 담론이 여성 혐오에 근거한 무지의 산물임에도 한국 사회에서 그럴듯하게 통용되는 이유는, ‘노동의 신성화‘ 라는 서구 근대이데올로기를 벗어나지 못하는 식민주의 인식 때문이다.
- P11

10대 때 저와 같이 성매매되던 다수는쉼터에서 함께 지내는 아이들이거나 다른 쉼터에 사는 아이들이었습니다. 우리는 모두 가난, 중독, 정신 질환, 성 학대가 한두 가지 혹은 모두 뒤섞인 불우한 가정 출신이었습니다. 물론 어떤 경험이든지 문화의 영향을 받기 마련이지만 성매매 경험에는 보편적인 현실이 있기에 여느 나라의여성들처럼 한국의 여성들에게도 그 현실이 존재한다고 믿을 수밖에 없습니다.

인간의 경험을 설명하는데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언어는 상황에 대한 우리의이해를 구성하며 특히나 성매매는 아주 절실하게 이해가필요한 영역입니다.  - P18

거의 4천만 명의 여성이 전 세계적으로 성매매라는 구조 안에서 학대된다고 추정됨에도 불구하고 전체 인구에 비하면 여전히 적은 수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성매매를 경험한 적이 없이 성매매에 대한이야기를 한다는 점입니다. 더군다나 성매매를 경험한 사람들은 수치심 때문에 이를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성매매를 벗어날 정도로 운이 좋았던 여성들 중 대부분은 그저 상처를 보듬으며 삶을 살아가고 그 경험에 대해 언급하기 꺼려하기 때문에 공개적으로 이야기하는 경우는 더욱 드물니다. 이로 인해 성매매가 존속되고 비밀스런 상태가 유지되며, 정확하게는 바로 그 비밀스러움이 성매매를 정상적이고 그럴듯하게 채색합니다. 

또한 성매매를 그렇게 보이도록 하는 이들은 주로 국제적인 성매매에 이권이 개입되어 있는 사람들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그들이 거짓말을 하게끔 두는 이유는 진실을 말하기가 두려워서입니다. 저는그 상황에 있는 여성들과 공감할 수 있습니다. 저 또한 진실을 말하기 두려웠지만, 달라진 점이 있다면 제 자신의 두려움에 의해 조종되기를 거부했다는 점입니다.
- P19

성매매여성(능동적표현)ㅡ>성매매된 여성 - P21

감사의 글

무엇보다도 본명을 이 책에 쓰라고 말해주며 나이가 몇배나 많은 어른들보다 더 진정한 남성임을 보여준 나의 아들에게 특히 감사하다. (ㅠㅠ) - P23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을 포함하여 성매매에대항해 목소리를 내는 남성들에게 각별한 감사를 전하고싶다. 성매매는 인류 전체를 훼손하므로, 남성들 자신과 우리 여성들을 위해 함께 싸울 남성들이 필요하다.

🌟🌟🌟🌟🌟🌟🌟🌟 - P23

궁전의 건전함을 위해서는 하수 설비가 필요하다고 교회 신부들은 말했다. 일부 여성을 희생하고 다수의 여성을 지켜 더 심각한 문제들이 생겨나지 않게 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해왔다 (…) ‘창피한 줄 모르는 여성‘ 계층이 있기 때문에 ‘정숙한 여‘
들을 더욱 신사적으로 배려하며 대할 수 있다. 성매매 여성은 희생양이다. 남성은 극악무도한 행위를 성매매 여성에게 쏟아내면서도 그녀를 경멸한다. 성매매가 경찰의 관리감독 아래 합법적으로 이루어지는 은밀하게불법적으로 이루어지는 성매매 여성은 사회에서 버림받은 자로 취급된다.
- 시몬 드 보부아르, 제2의 성 - P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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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19 13:3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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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19 13:5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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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20 17:1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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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20 17:4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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