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슬프고 우울하고 아픈 일들로 넘치니 페북 역시 그러할 수 밖에.

˝아프게 사라진 모든 사람들은 그를 알던 이들의 마음에 상처와도 같은 작은 빛을 남긴다.˝

최윤 작가의 ‘회색 눈사람‘의 마지막 문장을 음미하게 된다.

이 구절에 가려 제대로 생각하지 못했지만 이 문장 앞에 이런 구절들이 있다.

˝이번 겨울에는 동네 아이들을 모아 비어 있는 들판에 커다란 눈사람을 만들어볼까. 며칠 전에 지구를 뜬 그녀의 별에 전파가 닿게끔 머리에 긴 가지로 안테나도 꽃고..그러나 사람이 죽은 다음에 별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그 아이들이 더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작가의 말대로 사람은 죽어 별이 되는 것은 아니고 상처와도 같은 빛으로 기억되는 것이 아니겠는지.
당연히 빛 같은 존재가 아니어도 살아남는 것이 우선이고 과제이고 당위이리라. 가슴 아픈 이별(자살)이 더 이상 없기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본격 재미 탐구‘라는 이름으로 출간된 마이클 폴리(Michael Foley) 책의 원제는 ’Isn‘t This Fun?‘이다. ’이것 재미 있지 않아?‘ 정도의 의미이다.

사실 공자의 ’논어’에서도 재미는 언급되었다. 배우고 때로 익히면 즐겁지 않은가란 말이 그것이다.

즐기는 자가 살아남는다는 ’낙자생존(樂者生存)‘이란 모토를 제시한 ’즐거움, 진화가 준 최고의 선물(Pleasurable Kingdom)‘이란 책도 얼핏 생각난다.

최근 글이 흥미롭다는 평을 들은 내게 특별히 관심이 가는 책들이다.

차이가 있다면 ‘본격 재미 탐구‘는 인간을 중심에 놓은 책이고, ’즐거움, 진화가 준 최고의 선물‘은 동물들을 중심에 놓은 책이라는 점이다.

평소 글을 재미 없게 쓴다는 생각을 하는 내게 컨텐츠가 흥미롭다는 평이 내려진 것은 반갑고 기쁜 일이지만 나는 여전히 재미가 무엇인지 잘 모른다.

다만 새로운 것 또는 상투적이지 않은 것들을 충분히 배치하는 것이 글이 재미있다는 평가를 들을 수 있는 한 요인이 되리라 생각한다. 이제 시작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염이) (포처럼) (내리) 찌는(=쬐는) 날들이 계속되고 있다. 푹푹 찌는 날들이 아니라 폭폭(暴瀑) 찌는 날들이다. 정말이지 밤새도록 찌고 새벽부터 찐다. 김수영 시인의 '폭포'를 읽는다.

 

"폭포는 곧은 절벽을 무서운 기색도 없이 떨어진다.." 폭포의 이미지가 손에 잡힐 듯 선명하고 생생하다. 묘사 시의 대표격이다.

 

김수영 시인의 어법대로 표현하면 햇볕은 무서운 기색도 없이 우리 머리 위를 수직으로 떨어진다는 말이 된다. 묘사가 시각적이라면 진술은 청각적이다. 묘사하지 않는다면 즉 은유를 쓰지 않는다면 햇볕은 햇볕 햇볕은 햇볕 식의 말을 해야 하리라.

 

이 경우 바다에서 보이는 일몰을 해가 끓어넘치는 금속의 대양 속에 닻을 내린 것으로 묘사한 카뮈 '이방인'(이정서 번역 '이방인' 85 페이지)과 같은 서정은 기대할 수 없는 것이다.

 

철학적인 과학자 에른스트 페터 피셔는 우리는 집을 본다고 말하지만 실제로 는 집이 아니라 색, , 그림자 등의 빛만을 보는 것이라는 말을 했다.('아인슈타인과 피카소가 만나 영화관에 가다'138 페이지)

 

피셔는 곰브리치가 "우리는 사물을 더이상 있는 그대로 묘사하지 않는다. 우리는 사물을 개별적인 형태로부터 조립할 것이다. 우리의 목표는 모방이 아니라 조립이다."란 말을 했음을 언급한다.('84 페이지)

 

시 쓰는 평론가 이수명은 최근 나온 '표면의 시학'이란 시론집에서 "현대시는 내용과 관념으로 포커스를 맞추어나가기보다는 형식과 허사, 빈말들을 향해 움직이고 있"다는 말을 했다.(66 페이지) 나도 햇볕은 햇볕이라는 빈말을 더했다. 다만 시가 아닐 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전쟁이 없는 세계를 상상하려던 내 마음은 남자가 없는 세상에 도달하게 되었다. 남자 자체가 없는 세상, 늘 남자인 존재, 자신을 증명하려는 존재가 없는 그런 세상에..˝

페미니즘에 바탕을 둔 SF를 쓴 어슬러 르 귄이 ‘어둠의 왼손‘ 발간 40주년 기념 서문에 쓴 글이다.
만일이라는 가정법을 써서 현실이라 불리는 것들을 체계적으로 줄이거나 지우는 것을 ‘세계의 축소‘라 부른 프레드릭 제임슨의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으리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16명이 각각 한 가지씩 주제를 맡아 한 권의 책을 쓰는 1책 프로젝트에서 나는 직지(直指)를 맡게 되었다.

현금(弦琴), 주먹도끼, 천상열차분야지도, 수원화성 등 다른 주제들도 좋지만 현재와 연결지을 수 있는 여지가 가장 많은 직지를 맡은 것은 가장 잘된 일이라 생각한다.

물론 이는 글을 쓰기 전에는 알지 못하던 부분이다. 마감 시한을 이틀 남겨둘 때까지 미적거렸지만 자료는 열심히 찾은 것이 도움이 되었다.

어떻든 이틀을 남겨두고 쓰기 시작해 장담대로 글을 마쳤다. 다 쓰고 계수해 보니 10700 여 글자가 나왔다.

꼬리를 무는 형식으로 여덟 가지의 목차를 선정했다.

약속을 지키는 것이 예의이기에 기한 내에 다 썼지만 글은 아무나 쓰는 것이 아님을 깊게 통감했다.

글을 쓰기 시작할 때까지 구상도 하며 불안감을 떨쳐버리기 위해 미적거리더라도 쓰기 시작하면 한 번에 마치는 것이 필요하다는 말은 하고 싶다.

한 번 쉬고 다시 시작하면 갈피를 잡기도 어렵고 동력을 다시 얻기도 힘이 든다.

어떻든 내가 맡은 주제가 전기한 다른 것들이었다면 나는 아직도 글을 짜내느라 애쓰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번 과제 수행으로 조금이나마 더 자료를 다루고 글을 취사선택하는 방법에 대해 알았다.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자평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