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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연 : 나를 깨우는 짧고 깊은 생각
배철현 지음 / 21세기북스 / 2016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매일 아침, 기꺼이 인생의 초보자가 되십시오! ”
이 문구가 참 좋아서, <심연>이라는
책을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짙은 푸르름으로 물든 표지를 열 때마다,
나 역시 내 마음의 심연(深淵)속으로 빠져드는
기분을 받았다. 28개의 아포리즘과 서울대 배철현 교수의 글이 더해진 에세이는 그렇게 진정한 나를 돌아보게
만들어주었다.
“시간은 세상에서 가장 지혜롭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것이 밝혀지기 때문입니다.”
첫 번째 아포리즘이었던 탈레스의 경구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삶을
살아가면서, 나 역시 비슷한 생각을 한 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배철현교수의 글을 읽으며 그렇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나는 그저 웅크리고 앉아서 그저 시간이
흘러가기만을 기다렸다. 무엇이 밝혀지기를 바란 적도 없고, 시간의
지혜라는 것을 상상조차 못햇었다. 그저 내가 움켜쥐고 있는 감정들이 흩어지기만을 바랬다. 아무리 손아귀에 힘을 주어도 결국 손가락 틈으로 빠져 나가버리는 모래를 쉼없이 연상했었다. “나의 정체성을 만들어주는 것도 바로 시간의 흔적이다.”, “이
결정적인 순간이 삶을 좀 더 진실에 가깝게 해줄 것이다.” 라는 글에서 시선을 뗄 수 없었던 이유도
거기에 있지 않을까 한다. 아무래도 나는 나에게 주어진 귀한 선물을 너무 쉽게 다루고 있는 것 같다.
“세상에는 두 종료의 선생님이 있습니다. 당신을 수많은 총알로 무장시켜 더 이상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사람과, 당신의
등을 살짝 밀어 당신을 창공으로 뛰어내리게 하는 사람입니다.”
로버트 프로스트의 잠언을 처음 읽고 떠올랐던 생각과 배철현 교수의 글을 다 읽고 떠올랐던 생각은 정말 정반대였다. 다른 이에게 겨누었던 원망의 화살이 결국 나에게 향했다. 책을 읽으면서
이런 경험을 참 많이 했다. 결국 마음 깊은 곳에 감춰져 있던 심연에는 결국 나 자신이 있지 않은가
한다. 이런저런 포장을 하고, 은근슬쩍 다른 이에게 미루어
지금의 상황을 넘어가려 했다. 하지만 ‘고독, 관조, 자각, 용기’라는 4단계의 자기 성찰의 과정을 거치다보면, 결국 그 모든 것에는 내가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