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지로부터 배우다 - 환경부 2018 우수과학도서 선정
스즈키 마모루 글.그림, 황선종 옮김, 이정모 감수 / 더숲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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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밀하고 아름다운 일러스트로 그려낸 동물들이 짓는 집을 만나볼 수 있는 <둥지로부터 배우다>

동물의 집 이름과 동물 건축가의 프로필그리고 집 짓는 방법으로 일목요연하게 109개의 집을 소개하고 있다. 동물의 이름으로 둥지를 예측할 수 있는 경우도 있다. ‘붉은가마새는 이름처럼 가마같이 단단한 둥지를 만들어내고, 심지어 밖에서 안이 보이지 않는 구조를 이용하여 자신을 지킨다. 이쯤 되면 동물건축가라는 호칭이 당연하게 느껴진다. ‘긴꼬리재봉새역시 나뭇잎 서너 장을 거미줄로 바느질하여 둥지를 만들어, 나뭇가지 끄트머리에 매다는 지혜를 보여준다. 또한 특이한 형태의 둥지도 있다. ‘스윈호오목눈이같은 경우는 양털로 펠트의 같은 느낌의 둥지를 만든다. 아니 느낌만이라고는 할 수 없겠다. 몽골의 유목민 아이는 이 둥지를 가지고 신발로 사용한다니 따듯한 둥지임에 분명하다. ‘자색쇠물닭이 사는 곳은 안데스의 산지의 호수이다.이 호숫가 근처에는 숨을 곳이 없어서, 호수 위에 둥지를 만든다. 돌을 가져와 토대를 만드는 형식인데, 큰 둥지는 폭이 4m, 높이 1m에 이른다니 놀랍기 그지없다. ‘미국악어무덤새는 알을 직접 품지 않고, 둥지를 활용한다. 태양열과 발효열을 이용해 알을 따듯하게 만들고 보호도 하고, 또 그 속에 마른 잎과 흙을 두어 식량저장고로도 활용한다. ‘떼베짜는새는 낮과 밤의 기온차가 큰 지역에서 서식하기 때문에 둥지 안을 쾌적하게 유지하기 위해 특이한 출입 형태의 집을 짓는다. 또한 그들의 둥지는 대형아파트 같은 형태라 그 정교함이 신기하기도 했다.

우리는 많은 것들을 자연으로부터 배워왔다. 하지만 자연을 착취하지 않고, 자연과 어우러지는 둥지를 만드는 법은 어느새 잊어버려서, 이 책을 통해 다시 배울 수 있기를 바란다고 이 책의 감수자는 말한다. 물론 그런 것도 있겠지만, 나는 책을 읽으면서, 동물이 갖고 있는 생명력과 적응력에 감탄할 때가 더 많았다. 물론 동물들의 삶이 자연의 거대한 흐름의 하나라는 것이 놀랍기는 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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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쓰다 - 여행자를 위한 라이팅북
최은숙.석양정 지음, 이세나 손글씨.그림 / 조선앤북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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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좋아하다 보니, 여행에 대한 책 역시 즐겨 읽게 된다. 그 중에 여행자를 위한 라이팅북 <여행을 쓰다>는 정말 독특한 매력을 갖고 있다. 나처럼 여행과 여행책을 좋아하는 두 명의 여행 작가의 짧은 글과, 국내외 작가들이 여행지에서 쓴 문장 117개를 만나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직접 필사를 해볼 수 있는 공간도 있다.

할아버지 혹은 부모님의 손을 잡고 다니던 여행도 좋았지만, 중학교 때 걸스카웃 활동을 했던 것이 나에게 큰 영향을 미친 것 같다. 세계 잼버리에 참여하면서 마치 어른이 된 듯한 느낌도 받았고, 세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고 다양한지를 맛볼 수 있었다. 후지와라 신야의 <인도방랑>에 나온 글처럼 말이다. 원래부터 좋아하던 문장이라, 다이어리에 적어놨던 원문을 다시  필사해보기도 했다. “세계는 좋았다. 그리고 아름다웠다. ‘여행은 무언의 바이블이었다언제 읽어도 참 마음에 와 닿는 글이다.

장 피에르 나디르&도미니크 외드 <여행정신>에 인용된 어느 현자의 말이 떠오른다. “길을 잃을 자유조차 잃게 되리라” 20대때 나의 여행은 상당히 계획적이었다. 친구와 함께 여행을 하면 많이 싸우게 된다고 한다. 하지만 나와 친구가 함께 한 두 달간의 유럽여행에서 우리는 오로지 그 부분에서만 부딪쳤다. 그때의 나는 고집스럽게 내가 사진으로 봤던 것들을 눈으로 보고 싶어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참 어리석은 일이었다. 최근의 여행 중에서도 TV프로그램을 보고 그 루트 그대로 여행했던 대만이 가장 희미하게 기억에 남는다. “그림엽서처럼 뻔한 풍경”, “집단 수용 천국같은 여행은 이제 그만하고 싶어진다. 길을 잃을 자유를 위해서 말이다. 후칭팡의 <여행자>에 나온 “’나의뉴욕, ‘나의파리, ‘나의도쿄’”를 만나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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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방
박완서 지음, 이철원 그림 / 열림원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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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박완서님은 1996년부터 1998년까지 천주교 <서울주보>에 그 주일의 복음을 묵상하고 쓴말씀의 이삭을 썼다. 그리고 그 것을 갈무리하고, 미수록 원고 5편과 <노란집>의 일러스트를 그린 이철원 작가의 그림을 더한 것이 <빈방>이다. 처음 이 책의 제목을 봤을 때, 조성모가 불러서 유명해졌던 복음성가 가시나무가 떠올랐다. ‘내 속에 내가 너무도 많아 당신의 쉴 곳이 없다라던 그 노래는 이 책을 읽는 내내 내 귓가를 맴돌았다. 내가 종교인이 아니라서 그런가 어려운 내용도 생각보다 많았고, 가끔은 소 귀에 경읽기가 바로 이런 것이구나 하는 순간도 있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시간의 흐름이 그대로 살아 있는 이 책의 작가 박완서님 역시 처음부터 신실한 종이 아니었고, 그러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담백하지만 충실하게 담아냈다. 그래서 마냥 멀게만 느껴지는 책은 아니었다.

요한 9 1-41저 사람이 소경으로 태어난 것은 누구의 죄입니까?”, 길을 걷던 그녀는 하반신이 없는 맹인이 구걸을 하는 모습을 보고 이천 년 전 주님의 제자가 가졌던 물음을 다시 떠올렸다. 심지어 그 맹인은 주님을 찬양하는 노래를 있기에 그녀의 마음은 더욱 간절했다. 주님은 거기에 자기 죄 탓도 아니고 부모의 죄 탓도 아니다. 다만 저 사람에게서 하느님의 놀라운 일을 드러내기 위한 것이다라고 답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 질문이 그녀의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래서일까? 그녀는 주머니에 있는 작은 것 조차 맹인과 나누지 못했다. 생각의 둑에 갇혀 몸이 움직이지 못했던 것이다. 어쩌면 주님이 말했던 하느님의 놀라운 일이라는 것은 아주 큰 것이 아니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누고, 그와 함께 기꺼이 행복하게 주님을 찬양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을까? 팔다리가 없이 태어난 닉 부이치치는 자신이 행복하다고 말한다. 그의 책을 몇 권을 읽으면서, 내가 갖고 있던 그에 대한 감정은 대단하다였다. 마치 내가 성취할 수 없는 것을 가진 사람을 바라보는 선망이라고 할까? 말 그대로 하느님의 놀라운 일이라고 생각해 온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박완서님의 글을 읽고 나서, 다시 한번 그가 떠올랐다. 그리고 내 마음속에는 감사라는 단어가 새겨졌다.

그녀는 예수가 갈릴리 호숫가에 있는 산 위에서 그리스도 인으로서 갖추어야 할 덕을 말하던 산상수훈에서 나온 마음이 가난한 사람은 행복하다에 대해 의구심을 갖기도 한다. 마태복음 5 13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다에도 그러고 싶지 않다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럴때면 “예수의 위선을 까발리기 위해서 성서를 통독했다는 작가의 말이 자꾸 떠오른다. 하지만 그런 의심은 곧 깨달음으로 나아간다. 사실 종교에 맹목적인 믿음이라는 말을 어렵지 않게 떠올리는 나로서는, 이런 과정이 참 신선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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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무인은 어떻게 싸웠을까? - 무지와 오해로 얼룩진 사극 속 전통 무예
최형국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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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나 영화의 사극 속에서는 수많은 영웅과 그들을 더욱 빛내줄 전투신이 등장한다. 물론 현실에 어느 정도 바탕을 둔 가상의 이야기라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실제 역사 속 인물과 사건이 등장할 수 있는 사극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어느 정도 고증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한국의 사극, 특히 사극 속 전통 무예는 환타지소설처럼 시공간을 넘나들고 있다는 것이다. 주몽(B.C. 58-B.C 19)이나 선덕여왕(?~647)1900년대 도입된 영국식 말 안장을 사용하는 수준이니 말이다. 그래서 역사서의 기록과 훈련을 통해 조선시대 무인의 실체를 그려낸 <조선의 무인은 어떻게 싸웠을까>라는 책이 의미가 있게 느껴진다.

나도 몰랐던 이야기들이 정말 많았다. 사극이나 유적지에서 수문장들이 의례히 들고 있던 당파(삼지창 형태의 무기)’는 실제로는 임진왜란 이후에 도입된 것이라고 한다. 심지어 널리 사용된 것이 아니고, 용맹과 위엄 그리고 담력이 뛰어난 사람이 사용하던 무기라고 한다. 거기다 아무래도 삼국지의 영향이겠지만, 지휘관의 일기토(一騎討)같은 것은 실제로 이루어질 수 없었다. 조직적이고 전술적으로 전쟁에 지휘해야 할 지휘관이 그런 무모한 행동을 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이다. 물론 아주 끝으로 가면 어쩔 수 없이 패싸움의 형태로 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조선 후기 폭력조직조차 오와 열을 맞추어 전투훈련을 했다고 하는데, 우리가 보는 사극 속 전투는 시작부터 난장판이라는 것이 문제이다. 은연중에 서양의 사극에서 보는 전투대형 같은 것을 보며 부러워할 수 있지 않은가? 또한 박물관에 전시된 갑옷을 보면, 저걸 입고 다니는 것부터 체력이 많이 소모되겠다는 생각을 하곤 해서 주인공의 칼 앞에서 단칼에 베어지는 갑옷이 문제가 있다는 것도 공감이 갔다.

이와 반대로 투구착용에 대한 문제는 어쩔 수 없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마블 코믹스에 등장하는 토르는 헬멧을 사용하고 있지만,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등장하는 토르는 그 멋진 헬멧을 거의 착용하지 않는다. 아무래도 배우의 연기를 너무 가로막기 때문이지 않은가 싶다. 물론 현재 우리가 보고 있는 사극들이 너무나 고증이 엉망인 것은 문제이겠지만 말이다. 과장은 못해도, 깎아 내리지는 말아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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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연 : 나를 깨우는 짧고 깊은 생각
배철현 지음 / 21세기북스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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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기꺼이 인생의 초보자가 되십시오! ”

이 문구가 참 좋아서, <심연>이라는 책을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짙은 푸르름으로 물든 표지를 열 때마다, 나 역시 내 마음의 심연(深淵)속으로 빠져드는 기분을 받았다. 28개의 아포리즘과 서울대 배철현 교수의 글이 더해진 에세이는 그렇게 진정한 나를 돌아보게 만들어주었다.

시간은 세상에서 가장 지혜롭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것이 밝혀지기 때문입니다.”

첫 번째 아포리즘이었던 탈레스의 경구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삶을 살아가면서, 나 역시 비슷한 생각을 한 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배철현교수의 글을 읽으며 그렇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나는 그저 웅크리고 앉아서 그저 시간이 흘러가기만을 기다렸다. 무엇이 밝혀지기를 바란 적도 없고, 시간의 지혜라는 것을 상상조차 못햇었다. 그저 내가 움켜쥐고 있는 감정들이 흩어지기만을 바랬다. 아무리 손아귀에 힘을 주어도 결국 손가락 틈으로 빠져 나가버리는 모래를 쉼없이 연상했었다. “나의 정체성을 만들어주는 것도 바로 시간의 흔적이다.”, “이 결정적인 순간이 삶을 좀 더 진실에 가깝게 해줄 것이다.” 라는 글에서 시선을 뗄 수 없었던 이유도 거기에 있지 않을까 한다. 아무래도 나는 나에게 주어진 귀한 선물을 너무 쉽게 다루고 있는 것 같다.

세상에는 두 종료의 선생님이 있습니다. 당신을 수많은 총알로 무장시켜 더 이상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사람과, 당신의 등을 살짝 밀어 당신을 창공으로 뛰어내리게 하는 사람입니다.”

로버트 프로스트의 잠언을 처음 읽고 떠올랐던 생각과 배철현 교수의 글을 다 읽고 떠올랐던 생각은 정말 정반대였다. 다른 이에게 겨누었던 원망의 화살이 결국 나에게 향했다. 책을 읽으면서 이런 경험을 참 많이 했다. 결국 마음 깊은 곳에 감춰져 있던 심연에는 결국 나 자신이 있지 않은가 한다. 이런저런 포장을 하고, 은근슬쩍 다른 이에게 미루어 지금의 상황을 넘어가려 했다. 하지만 고독, 관조, 자각, 용기라는 4단계의 자기 성찰의 과정을 거치다보면, 결국 그 모든 것에는 내가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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