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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남자 요즘 연애
김정훈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6년 3월
평점 :
절판
연애 칼럼니스트 김정훈의 <요즘 남자 요즘 연애>는 약 18개월 동안 연재했던 칼럼 ‘김정훈의 썸’을 재구성한 것이라고 한다. 남자 버전의 ‘섹스 앤 더 시티’를 써보고 싶지만, 그렇게 되지 못했다고 하는데 그렇게 되지 않은 것이 도리어 다행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설정 자체는 ‘섹스 앤 더 시티’나 ‘신사의 품격’같은 드라마가 떠오르지만, 여성의 환타지가 투여된 이야기와는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기 때문이다. 개성이 뚜렷한 태희, 준, 세운, 주영은 정말 현실적인 바로 우리 곁에서 살아가는 그런 사람처럼 느껴져서 그들이 들려주는 사랑과 이별 그리고 일과 삶에 대한 이야기에 더욱 귀를 기울이게 된다.

연애 칼럼니스트라는 꿈에 몰두하기 위해 사표를 던졌던 날, 여자친구에게 이별 통보를 받은 태희가 관찰자가 되어 이야기가 구성된다. 태희라는 인물이 감각적이고 유머러스해서 그가 들려주는 남자들의 연애가 더욱 재미있었다. 또한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라서 그런지, 요즘 사람들의 연애가 이렇구나 하는 생각도 문득문득 들었다. 나는 무남독녀로 성장하기도 했고, 연애를 할 때도 제멋대로인 편이여서, 남자들의 속내를 잘 모르는 사람인 거 같다고 생각해왔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역시 그랬네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만큼 네 남자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솔직해서, 함께 고민하기도 하고 때로는 여자들은 쉽게 따라가기 힘든 사고의 흐름에 ‘킥킥’ 웃게 되기도 했다.
공감되는 이야기가 정말 많았는데, 그 중에 여자친구와의 충격적인 이별을 경험한 태희가 자신이 마치 ‘비극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주인공’처럼 느껴졌다고 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그는 여자친구가 양다리를 걸치고 있었다는 것, 어쩌면 조건 때문에 자신을 버렸을지도 모른다는 것들이 다 꿈 이길 바라며 다음 페이지에 반전이 있기를 기대하며 살아갔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자신의 감정을 추스를 수 있게 됐을 때, 비로서 ‘소설책의 주인’이 된 기분이라고 고백한다. 물론 나도 비슷한 시간을 건너온 적이 있기 때문에 더욱 마음에 와 닿았지만, 이런 감정의 흐름은 비단 연애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하기 때문이기도 했다. 주인이 된다는 것, 그것은 ‘소설을 덮어버릴 수 있는 독자’가 되는 것이다. 그렇게 내 삶의 한 장을 덮어가는 과정이 삶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