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마실 - 제주에서 낭만을 즐길 시간 마실 시리즈 2
김주미 지음 / 시공사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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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제주를 다녀오기도 하고, 며칠 뒤에도 늦은 여름 휴가로 제주에 갈 예정이기도 하다. 너무 좋아하는 여행지 중의 하나라서 제주에 관한 책들도 그 동안 많이 읽어 왔다. 그 중에서도 <제주 마실>은 기존의 여행 에세이들과는 조금 다르게, 제주도의 마을들을 소개하는 아기자기한 공간들을 만나볼 수 있을 것 같아 굉장히 기대가 되었다. 특히나 대중교통으로 찾아가기 쉬운 장소들은 제주에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곳들일 것 같아 더욱 궁금했다. 항상 제주로 가면 렌트한 차로 이동하고, 주요 관광지나, 맛집들만 찾아 다녔으니 말이다. 이 책을 통해서 이번에 다녀오는 제주 여행은 조금 다른 풍경 속에서 지내다 오게 되지 않을까 생각 중이다.

 

몇 년 전, 제주도에 처음 여행을 갔을 때는 나도 유명 관광지 위주로 다녔던 것 같다. 처음 가는 곳이었고, 언제 또 다시 제주도에 오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짧은 일정 동안 부지런히 다녔던 것 같다. 그랬으니 당연히 제주라는 여행지의 매력을 충분히 느끼지 못해서, 제주에 여러 번 다녀오는 사람들을 보며 별로 이해가 안 되기도 했다. 왜냐하면 국내 여행지였지만 물가가 저렴한 편이 아니라 사실 가까운 일본 등의 해외 여행을 다녀오는 비용이나 제주 여행 비용이나 비슷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제주도에 두 번째 다녀오고, 세번째 다녀오고.. 그렇게 횟수가 여러번 거듭될수록 그만한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사실 제주의 핫한 카페들과 맛집들은 서울의 웬만한 그것보다도 더 멋지고, 감각적이고, 좋았다. 매년 제주에 갈 때마다 전혀 다른 곳을 둘러 보았고, 전혀 다른 맛을 느꼈고, 처음 보는 풍경들 속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돌아 왔다. 그래서 매번 갈 때마다 마치 처음 가는 곳인 것처럼 설레임을 느끼게 되는 것이 바로 제주이다.

이 책의 저자는 멀리 이동하고 많이 둘러보는 대신 한 곳에 오래 머물면서 천천히 그 마을의 분위기를 느껴보길 권한다. 그야말로 처음 가보는 제주가 아닌, 나처럼 여러 번 제주를 가는 사람들을 위한 최적의 가이드북이 아닌가 싶다. 특히나 이 책의 매력은 바로 대중교통으로 찾아가기 쉬운 마을과 주변 관광 명소, 로컬 맛집, 예쁜 카페와 숍 등 젊은 감각과 디테일이 살아 있는 장소를 안내하고 있다는 거다. 제주에 숱하게 다녀왔지만, 그곳의 대중교통을 이용한 적은 단 한번도 없었고, 그럴 생각도 전혀 해보지 않았던 내게는 정말 신선한 가이드가 아닐 수 없다. 대부분 제주는 렌트한 차로 이동하기 때문에 나처럼 그곳의 대중교통은 전혀 상상도 해보지 않은 이들이 많을 것이다. 진짜 제주스러운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여행 안내서가 아닐 수 없다.

 

함덕리, 평대리, 종달리, 세화리, 하도리, 위밀, 고산리와 모슬포, 애월읍까지 제주의 여러 마을 중에서 저자가 소개하는 것은 먹고, 놀고, 쉬기 좋은 마을 7곳이다. 그리고 그 7곳의 마을 분위기를 각 챕터 첫번째 페이지에 예쁜 일러스트로 소개하고 있어 더욱 그곳에 직접 가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다. 에머랄드 빛 바다, 아름다운 해변, 로맨틱한 분홍빛 수평선을 볼 수 있는 함덕리, 비자림이 있고, 인기 있는 맛집이 모여 있는 평대리, 제주의 새로운 여행 트렌드인 플리마켓 열풍이 시작된 아름다운 세화리와 하도리 등등... 기존 관광지 중심으로 소개되던 제주가 아닌 특색있는 마을 중심으로 소개되는 제주는 정말 매혹적이다.

 

 

저자가 포토그래퍼로 활동하고 있기에 책 속에 실린 사진들은 전부 그림처럼 아름답다. 그저 이동하는 중에 스쳐 지나갔던, 내가 알지 못했던 제주의 마을들이 이렇게 아름다웠구나 새삼 감탄하면서 보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소개하고 있는 장소도 특별한 것이 베테랑 여행 작가가 운영하는 숙소라든지, 여행자들을 위한 독립 서점이라든지, 어른들을 위한 아기자기한 문방구라든지.. 그 어디서도 만날 수 없었던 이색적인 장소들이 가득하다. 올해 나의 제주 여행 경로는 이 책 덕분에 예전과는 완전히 달라질 것 같은 예감도 든다.

그리고 올해 8월말부터 제주 버스 노선이 변경되었다고 한다. 이전에 비해 제주 전 지역을 더욱 빠르게 이동하며, 버스로 가기 힘들었던 대표 관광지들 다수도 노선 편성에 포함되었단다. 급행 버스, 간선 버스, 지선 버스, 관광버스가 서울처럼 색상으로 구분되어 있고, 환승도 된다고 하니 하차 시에는 버스 카드 단말기에 카드를 꼭 찍어야 한다. 그리고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제주 버스'가 노선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어 활용도가 좋다고 하고, 모든 버스 내에서 무료 와이파이가 가능해 언제라도 노선 정보를 체크할 수 있다고 하니 더욱 편리할 것 같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내 마음은 벌써 제주로 내려가 있는 듯한 느낌이다. 비행기를 타려면 아직 며칠 남았는데 말이다. 그만큼 마음을 움직이는 사진들과 처음 보는 풍경들이 여행 가고 싶은 욕구를 마구 자극하는 것 같다. 이곳에 소개된 카페와 맛집, 예술 공간, 동네 서점, 숙소 등이 무려 100곳이나 된다. 마음 같아서는 매년 골라서 순회하며 다 돌아보고 싶은 기분이다. 정말 핫한 제주에 관한 정보가 필요하다면, 자주 다녀왔지만 올해는 조금 다른 제주를 경험하고 싶다면, 남들과는 다른 제주의 모습을 발견하고 싶다면, 이 책을 적극 추천한다. 그 어디서도 만날 수 없었던 특별한 제주의 풍경을 만나게 될 것이다.  

 

사은품으로 주는 마실 엽서이다. 여행지의 풍경을 담아 나만의 엽서를 만들 수 있는데, 제주도에 갈때 챙겨가서 그곳 풍경과 함께 멋진 사진을 찍어 오려고 한다. 제주도의 어떤 풍경도, 이 엽서를 통해서 본다면 그림처럼 예쁠 것 같다. 제주도에 갈 때마다 '여기 또 오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아마도 이 책 덕분에, 그 동안 숱하게 다녀왔던 제주도의 여행들과는 조금 다른 풍경들도 사진 속에 담기게 될 것 같아 설레인다. 이틀 뒤, 수요일에 제주도로 내려갈 예정인데 너무 기대가 된다.

이 책의 저자는 멀리 이동하고 많이 둘러보는 대신 한 곳에 오래 머물면서 천천히 그 마을의 분위기를 느껴보길 권한다. 그야말로 처음 가보는 제주가 아닌, 나처럼 여러 번 제주를 가는 사람들을 위한 최적의 가이드북이 아닌가 싶다. 특히나 이 책의 매력은 바로 대중교통으로 찾아가기 쉬운 마을과 주변 관광 명소, 로컬 맛집, 예쁜 카페와 숍 등 젊은 감각과 디테일이 살아 있는 장소를 안내하고 있다는 거다. 제주에 숱하게 다녀왔지만, 그곳의 대중교통을 이용한 적은 단 한번도 없었고, 그럴 생각도 전혀 해보지 않았던 내게는 정말 신선한 가이드가 아닐 수 없다. 대부분 제주는 렌트한 차로 이동하기 때문에 나처럼 그곳의 대중교통은 전혀 상상도 해보지 않은 이들이 많을 것이다. 진짜 제주스러운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여행 안내서가 아닐 수 없다.

 

함덕리, 평대리, 종달리, 세화리, 하도리, 위밀, 고산리와 모슬포, 애월읍까지 제주의 여러 마을 중에서 저자가 소개하는 것은 먹고, 놀고, 쉬기 좋은 마을 7곳이다. 그리고 그 7곳의 마을 분위기를 각 챕터 첫번째 페이지에 예쁜 일러스트로 소개하고 있어 더욱 그곳에 직접 가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다. 에머랄드 빛 바다, 아름다운 해변, 로맨틱한 분홍빛 수평선을 볼 수 있는 함덕리, 비자림이 있고, 인기 있는 맛집이 모여 있는 평대리, 제주의 새로운 여행 트렌드인 플리마켓 열풍이 시작된 아름다운 세화리와 하도리 등등... 기존 관광지 중심으로 소개되던 제주가 아닌 특색있는 마을 중심으로 소개되는 제주는 정말 매혹적이다.

 

 

저자가 포토그래퍼로 활동하고 있기에 책 속에 실린 사진들은 전부 그림처럼 아름답다. 그저 이동하는 중에 스쳐 지나갔던, 내가 알지 못했던 제주의 마을들이 이렇게 아름다웠구나 새삼 감탄하면서 보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소개하고 있는 장소도 특별한 것이 베테랑 여행 작가가 운영하는 숙소라든지, 여행자들을 위한 독립 서점이라든지, 어른들을 위한 아기자기한 문방구라든지.. 그 어디서도 만날 수 없었던 이색적인 장소들이 가득하다. 올해 나의 제주 여행 경로는 이 책 덕분에 예전과는 완전히 달라질 것 같은 예감도 든다.

그리고 올해 8월말부터 제주 버스 노선이 변경되었다고 한다. 이전에 비해 제주 전 지역을 더욱 빠르게 이동하며, 버스로 가기 힘들었던 대표 관광지들 다수도 노선 편성에 포함되었단다. 급행 버스, 간선 버스, 지선 버스, 관광버스가 서울처럼 색상으로 구분되어 있고, 환승도 된다고 하니 하차 시에는 버스 카드 단말기에 카드를 꼭 찍어야 한다. 그리고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제주 버스'가 노선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어 활용도가 좋다고 하고, 모든 버스 내에서 무료 와이파이가 가능해 언제라도 노선 정보를 체크할 수 있다고 하니 더욱 편리할 것 같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내 마음은 벌써 제주로 내려가 있는 듯한 느낌이다. 비행기를 타려면 아직 며칠 남았는데 말이다. 그만큼 마음을 움직이는 사진들과 처음 보는 풍경들이 여행 가고 싶은 욕구를 마구 자극하는 것 같다. 이곳에 소개된 카페와 맛집, 예술 공간, 동네 서점, 숙소 등이 무려 100곳이나 된다. 마음 같아서는 매년 골라서 순회하며 다 돌아보고 싶은 기분이다. 정말 핫한 제주에 관한 정보가 필요하다면, 자주 다녀왔지만 올해는 조금 다른 제주를 경험하고 싶다면, 남들과는 다른 제주의 모습을 발견하고 싶다면, 이 책을 적극 추천한다. 그 어디서도 만날 수 없었던 특별한 제주의 풍경을 만나게 될 것이다.  

 

사은품으로 주는 마실 엽서이다. 여행지의 풍경을 담아 나만의 엽서를 만들 수 있는데, 제주도에 갈때 챙겨가서 그곳 풍경과 함께 멋진 사진을 찍어 오려고 한다. 제주도의 어떤 풍경도, 이 엽서를 통해서 본다면 그림처럼 예쁠 것 같다. 제주도에 갈 때마다 '여기 또 오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아마도 이 책 덕분에, 그 동안 숱하게 다녀왔던 제주도의 여행들과는 조금 다른 풍경들도 사진 속에 담기게 될 것 같아 설레인다. 이틀 뒤, 수요일에 제주도로 내려갈 예정인데 너무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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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
콜슨 화이트헤드 지음, 황근하 옮김 / 은행나무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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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방울. 어떤 감정이 코라를 덮쳤다. 코라는 나뭇조각을 사방으로 튀기며 블레이크의 개집에 도끼날을 내리꽂았던 그때 이후로 요 몇 년은 그 마법에 걸리지 않았다. 코라는 남자들이 나무에 매달려 독수리와 까마귀 밥이 되는 것을 보았다. 여자들은 아홉 가닥 채찍에 살이 벌어져 뼈가 드러나도록 맞았다. 산 사람과 죽은 사람의 몸이 장작더미 위에서 타들어갔다. 도망가지 못하게 발이 잘렸고, 도둑질을 하지 못하게 손이 잘렸다. 코라는 그 동안 체스터보다 어린 소녀와 소년이 얻어맞는 것을 보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날 밤 어떤 감정이 코라의 가슴을 다시 꽉 채웠다. 그 느낌이 코라를 휘어잡았고, 제 안의 노예가 인간의 발목을 붙잡기 전에 그녀는 방패처럼 소년의 몸 위로 엎드렸다.

이 책이 읽기도 전부터 두툼한 띠지 속의 놀라운 문구들이 시선을 사로 잡는다. '단 한 권의 책이 이뤄낸 놀라운 기록'이라는 문구가 과장이 아님을 보여주듯이 23년 만에 전미도서상과 퓰리처상을 동시에 받았으며, SF 작품들에게만 주어지는 아서 클라크 상에다 오바마가 휴가철 읽은 도서, 올해의 책 선정 등등... 전부 나열하기 어려울 만큼 엄청난 기록을 가지고 있다. 미국의 과거와 현재를 이해하는데 필수적인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는 평을 받는 이 작품은 그래서 시작부터 기대감을 한껏 키워주었다.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작가 콜슨 화이트헤드는 미국의 역사적인 흑인 노예 해방 조직인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에 대해 그것이 실제 땅속에 있는 지하철도일 거라고 상상해 왔다고 한다. 어린 시절 자신이 믿고 있었던 그것이 나중에 비유였음을 알고는 약간 화까지 났다고. 그래서 그는 '지하철도가 실제 기차였다면 어땠을까?'라는 물음으로 이 작품을 구상했고, 그것이 세상에 빛을 보기까지 17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여타의 문학 작품들을 통해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듯이 미국의 1800년대는 노예제에 찬성하는 남부와 노예제에 반대하는 북부로 나뉘어져 대립하던 시기이다. 당시에 남부의 노예들이 북부의 자유 주나 캐나다로 탈출할 수 잇도록 도왔던 비밀조직의 이름이 바로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였다. 최근에 화제가 되고 있는 뉴스였던 미국의 20달러 지폐 인물로 거론되고 있는 흑인 여성 인권운동가 해리엇 터브먼 역시 바로 이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의 조직원으로 당시 수많은 노예들을 탈출시켰던 장본인이다. 작가는 바로 그 비밀 지하조직을 비유가 아닌 실제로 만들어, 노예 소년 코라가 자유를 찾아 지하철도에 오르는 과정을 그려내고 있다. 노예제도가 공식 폐지된 이후로 150년이 더 지난 지금, 지나간 과거의 그것이 시대를 역행하며 현재에 이토록 격렬한 반응을 일으키고 있는 이유가 궁금해졌다.

진실은 당신이 보지 않을 때 누군가에 의해 뒤바뀌는 상점 쇼윈도의 진열과 같았다. 그럴싸하고 결코 손에 닿지 않는.

.........훔친 땅에서 일하는 훔친 몸들. 그것은 피로 가는 보일러, 멈추지 않는 엔진이었다. 스티븐스가 설명한 수술로 백인은 진정한 의미에서 미래를 훔치기 시작했다고 코라는 생각했다. 당신의 배를 갈라서 피를 뚝뚝 흘리는 미래를 들어내는 것. 누군가의 아기를 뺏어 간다는 건 바로 그런 것-미래를 훔쳐 가는 것이었다. 그들이 이 땅에 있는 동안은 온갖 방법을 동원해 괴롭히고, 훗날 그들의 후손이 더 나은 삶을 살리라는 희망마저 앗아 가버리는 것이었다.

주인공 코라는 할머니가 아프리카에서 노예로 잡혀 온 이래로, 농장에서 태어나고 농장을 둘러싼 늪 밖으로는 나가본 적 없는 소녀다. 당연히 그녀에게 농장을 탈출하는 것은 곧 존재의 근본 원칙을 이탈하는 것이었으니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녀가 열 살이던 해, 엄마 메이블은 그녀를 버리고농장에서 유일하게 탈출한 노예가 된다. 메이블이 사라지자 코라는 버려진 아이가 되었고 비록 어리고 작고 이제는 그녀를 돌봐줄 사람이 아무도 없었지만, 그녀는 꿋꿋하게 할머니 때부터 남겨진 땅을 지키기 위해 싸우며 살아온다. 그런 그녀에게 북부에서 팔려온 시저라는 청년이 지하철도의 존재에 대해 이야기하며 함께 탈출하자고 제안을 한다. 당연히 코라는 싫다고 말하지만, 3주 뒤 그녀는 생각을 바꾼다. 자유의 땅 북부로 간다는 것은 제정신은 놓아버려야만 하는 일이었지만, 더 이상 백인 주인이 도망갔다 잡혀 온 흑인들에게 자행하는 일들을 묵인하고 견디지 않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코라가 기차를 타고 이동하며 새로운 역에 도착할 때마다 마주하게 되는 참상이란, 19세기 미국 남부 노예들의 삶과 인종 우월주의를 보여주는 백인들의 광기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태어난다. 그러나 당시 백인들은 흑인 노예들을 사람이 아니라고 규정하고 있는 것처럼 대하고 있었다. 코라가 자유를 찾아 탈출하는 여정에 더해 도망친 노예들을 쫓는 노예 사냥꾼들의 모습이 그려지면서 이야기는 더욱 긴박감 넘치게 진행된다. 그렇게 무려 15개월 동안 이어진 코라의 탈출 여정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노예 제도는 피해자인 흑인들 뿐만 아니라 가해자였던 백인들 역시 피폐하게 망가트리고 있었음을 보여주고, 우리가 인간이라는 존재로서 가져야 할 자유라는 것에 대해서 생각하게 만들어 준다. 자유라는 것의 가치와 그것을 지키기 위해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말이다. 마치 현대판 고전을 읽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여운이 많이 남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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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달아서 끈적한 것 - 박상 본격 뮤직 에쎄-이 슬로북 Slow Book 2
박상 지음 / 작가정신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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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음악이 없는 삶은 지루하다. 너무 평면적이라 그럴 것이다. 길은 길이고 운전은 그냥 이동이고 카페는 목을 축이는 데고 로또 판매점은 걸리지 않을 종이 쪼가리를 파는 곳이며 시사는 에너지를 보충하는 행위에 불과하다. 그런 게 평면이다. 그러나 음악이 거기 끼어들면 입체적인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현상들의 의미가 확장된다.

길은 시가 되고 운전은 이벤트가 되고 카페는 이야기와 향기가 되고 로또 판매점은 꿈을 파는 상점이 되며 식사는 쾌락이 된다. 이어폰을 귀에 꽂으면 세상과 내가 단절되는 게 아니라 음악적 감각이 더해지며 아름답게 쩍 벌어지는 것이다.

인생이라는 긴 여정을 보내면서 누구나 자신만의 도피처가 하나씩은 다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아니 뭐, 이런 게 하나쯤 있어야 사람이 살지. 싶은 그런 것들 말이다. 누군가에게는 그것이 연애일테고, 누군가에게는 친구, 또 누군가에게는 술이고, 또 누군가에게는 쇼핑이고, 여행일 것이다. 이 작품으로 인해 처음 만나게 된 작가 박상에게는 바로 그것이 음악과 여행인 것 같다. 제목부터 어쩐지 키치적인 냄새를 물씬 풍기는 이 책은 본격 뮤직 에세이라고 되어 있는데, 저자가 다닌 나라를 보고 있자면 웬만한 여행 에세이 못지 않게 엄청나다. 저자는 자신을 무명작가라 소개 하고 있으며, 그의 여행기를 통해 알게 되는 그의 상황 역시 그다지 풍족해 보이지는 않는데도 대체 어떻게 이 많은 나라를 여행한 것일까. 궁금해질 정도로 말이다. 스페인, 이탈리아, 베트남, 홍콩, 일본, 영국, 이스탄불 등등.. 세계 곳곳을 여행 다닌 그는 그 모든 순간을 음악과 함께 한다.

재미있는 것은 기존의 잔잔하고 어딘지 감상에 젖게 만드는 그런 에세이와는 완전히 다르다는 점이다. 독특한 유머와 생활 밀착형 언어들은 그가 여느 작가와는 다른 색깔을 지닌 존재라는 것을 매 페이지마다 보여주고 있다. 그는 밴드말도 안 돼의 기타리스트로 활동하고, ‘록 정신을 주제로 한 장편소설을 집필하는 등 문학과 음악을 아우르는 독자적인 행보를 걸어온 작가답게 평범함을 거부하는 문장으로 시종일관 자신의 ''을 풀어낸다. 그렇게나 숱한 여행지를 다녀왔고, 그곳에서 생긴 다양한 에피소드를 풀어내면서도, 이 책에는 그 흔한 여행 사진 한 장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토록 흥미진진한 여행 에세이라니, 게다가 그가 가진 음악에 대한 식견의 폭과 깊이는 놀라울 정도이다. 그러니 이 책에는 매 페이지마다 쿵짝쿵짝 리듬감 넘치는 음악이 흐르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굉장히 독특한 독서 체험을 선사하는 에세이집이라고나 할까.

더 잦은 봄비를 기원하며 <비와 당신>을 자꾸 듣는다. 이건 뭐, 우선 마음의 공해가 깨끗이 씻기는 느낌이다.

이 곡의 노랫말처럼 바보같이 눈물이 자꾸 나도 좋으니 봄비가 많이 오면 좋겠다. 울고 나면 기분도 말끔해지지 않던가. 우리가 다 잘못했으니 하늘도 울어서 기분 풀고, 다시 말끔한 파란색 보여주시길.

이따위 봄, 음악으로 견디는 수밖에. 음악 에세이라고 만날 음악으로 견디라고 결론 내는데 아아, 공기청정기 살 돈 없지 않은가, 음악뿐이지 않은가(나만 없나.....)

 

그 어떤 순간에도 유머 감각은 포기하지 않겠다는 그는 당차게 여행하다 말고 대차게 가을을 타서, 감상에 빠진 노래를 부르며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소음 때문에 한 해 동안 이사를 세 번이나 한적도 있을 정도로 예민한 청각을 가졌지만, 의외로 그 외의 모든 것들에 대해서는 케세라세라 식의 인생관을 보여주기도 한다. 너무 외로워서 부산에 여행 갔다가 충동적으로 현해탄을 건너고 만 사연부터 10년전 이탈리아에서 만난 사람들의 인간성이 개떡 같았다는 것, 아침에 눈뜨자마자 음악을 듣는 건 낭만적인 이유가 아니라 침대에서 기어 나올 빌미가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것 등.. 그가 들려주는 에피소드는 이리 갔다 저리 갔다 주제와 관점을 종횡 무진하면서 읽는 이의 혼을 쏙 빼놓는다. 대학 때 자신이 문학 천재인 줄 알고 바보 같은 행동만 골라하고 다녔는데도 신기하게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다는, 그녀와의 아련한 추억에 관한 이야기도 있고, 어학연수를 빙자한 외화벌이 알바 중에 혼자 쓸쓸한 크리스마스를 보내야 했던 사연 등 한때 누구나 겪었을 법한 그의 에피소드들에는 항상 그 당시의 음악이 함께 한다. 그에게 음악이란 언제나 무언가를 견디게 해주었던 그것이었던 것이다.

생각해보면 나 역시 그처럼 생의 매 굴곡마다 음악으로 위로를 받으며 살아 왔다.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을 때, 삶이 허무할 때, 지치고 힘들 때, 이별로 슬퍼할 때, 기쁨을 주체할 수가 없을 때, 남자친구에게 고백을 받았을 때 등등... 중요한 매 시기마다 항상 음악이 함께 했었다. 나도 어떤 음악에 한번 꽂히면 질릴 때까지 들어 째끼는 스타일인데, 저자가 말하는 것처럼 긴장과 욕심이 사라진 상태로 들어야 음악을 제대로 탐닉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저 단순하게 그 시기엔 그 음악을 아무리 들어도 지루하지 않고, 들을 때마다 좋기 때문이기도 하다. 얼마 전까지는 영화 '라라랜드' OST를 주구장창 듣고 다녔는데, 요즘은 다른 영화의 음악, 최근에 보았던 뮤지컬 넘버로 차츰 옮겨 가는 중이다. 아무리 짜증나는 일이 있어도 이어폰만 꽂으면 그 순간을 버틸 수 있다고 생각하는 세상의 수많은 음악 애호가들에게, 그리고 일상에서 가난하고 찌질 하게 살더라도 여행만큼은 가고 싶을 때, 원하는 나라로 거리낌없이 떠날 수 있어야 한다고 믿는 여행 애호가들에게도 이 책은 동지 같은 존재가 되어 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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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시본의 노래
게리 폴슨 지음, 홍한별 옮김 / 양철북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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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주위 모든 것, 네 삶, 네가 무얼 했는지, 무얼 할지. 네가 보고 느끼고 듣는 모든 것, 네가 하는 모든 것. 네가 어떤 사람인지. 네 삶에서, 제대로 보고 제대로 알면, 스스로 생각해서 안다면 평생 그걸 걸치게 될 거야. 너의 모든 것, 네가 될 모든 것이 마치 외투 같을 거다. 여러 가지 빛깔로 된 외투 같을 거야.

 

이 작품은 캐도 계곡 숲에 살고 있는 소년과 노인 피시본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우리는 소년이 어떻게 피시본과 함께 살고 피시본 손에 키워지고 피시본에게 맡겨져 가족이 되었는지에 대한 명확한 과정을 알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 사연에 대해서 노인이 소년에게 들려준 이야기가 여러가지 버전이기 때문이다. 피시본은 사실인 것처럼 보이는 수많은 이야기를 소년에게 했지만, 같은 이야기의 다른 버전 또한 소년에게 이야기한다. 매번 빈틈없는 이야기였고, 매번 실제로 있었던 일처럼 들리는 이야기를. 그들이 살고 있는 숲속 외딴 오두막에서는 시간이 흐르는 방식이 다르다. 따라서 소년은 나이도 정확하지 않고, 이름도 알 수 없고, 나이가 아주 많다고 설명되는 피시본 또한 마찬가지이다. 왜 노인이 피시본, 그러니까 생선뼈라고 불리는지에 대한 사연도 버전이 너무 여러 가지라서 뭐가 진짜인지 소년도, 우리도 알 수 없다. 소년은 피시본이 들려주는 이야기들이 다 사실이거나 아니면 사실로 생각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언제 어디에서 무슨 일이 있었든지, 핵심은 그가 이야기를 듣는 바로 그 순간에 있었다.

그러니까 사실이다. 내가 어떻게 피시본과 같이 살게 되었는가 하는 이야기 모두. 아니면 사실일 수 있다. 사실로 생각된다.

사실로 생각.

어쩌면 전부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

보고 듣고 느끼고 먹고 경험하고 말하는 모든 것이 자신이 걸치는 외투 같은 것이 된다는 피시본의 가르침대로 소년은 조금씩 성장해 나간다. 글을 배우고, 피시본의 이야기와 노래를 듣고, 감정을 배우고, 사냥을 하고, 세상을 배운다. 피시본은 소년에게 말한다. 사냥을 하면 반드시 먹어야 하고, 어떤 얘기는 아주 먼 이야기부터 시작해야 하고, 갖지 않고도 영원히 가질 수 있는 사랑이 있고, 거미나 다람쥐나 사람이나 똑같다고. 조금씩 나이를 먹으면서 소년은 빛을, 나뭇잎을, 동물을, 곤충을, 물방울을 보며 피시본의 이야기 속에 담긴 진짜 의미를 깨달아 나간다.

나쁜 일이 일어나지 않길 바란다면 나쁜 일을 생각하지 마라.

네가 무언가 붉다고 생각하면, 붉은 것이다.

네가 무언가 작은 것을 많이 생각하면, 그게 커질 거다. 무언가 큰 것을 많이 생각하면 그건 더 커질 것이다. 물고기나, 빚이나.

집은 무언가를 밖에 두기 위한 것이지 안에 두기 위한 게 아니다. 날씨. 물 것. 뱀 같은 것들.

 

뉴베리상을 세 번이나 수상한 작가 게리 폴슨은 청소년 소설의 대가라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인지 이번 작품은 마치 시처럼, 노래처럼 읽혀서 청소년 소설이라는 카테고리에 넣기에는 폭이 넓지만, 한 소년의 성장 이야기가 실제로 소년, 소녀들에게도 굉장히 좋은 영향을 끼칠 것 같다는 느낌이 들게 한다. 내 아이가 자라면 꼭 읽히고 싶은 그런 책이라는 말이다. 뚜렷한 줄거리도 없고, 주요 등장 인물은 단 두 명에 그들의 배경이나 정체 또한 자세히 설명되어 있지 않다. 간결한 묘사와 맥락 없이 툭툭 끊기는 느낌의 문장들은 낯설지만 매혹적이다. 추천평에 '독자들은 이야기라는 얽히고설킨 부드러운 덫에 꼼짝없이 걸려버려 정적에 휩싸이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라는 말이 있던데, 그야말로 고요한 숲 속 한 가운데 우두커니 서 있는 듯한 느낌이 드는 책이기도 하다

우리가 여기에 있는 까닭은, 무슨 까닭일까? 거기에 없기 때문이지. 우리가 보이기도 하고, 보이지 않기도 하고.

산문으로 된 시 같은 작품은 처음 만나는 거라, 행간에서 묻어나는 그 느낌이 꽤 오래 잔상처럼 남을 것 같다. 이 작품은 한 소년이 어떻게 자라고, 무엇을 배우고, 어떤 생각을 하면서 세상에서 자신을 찾아가는 가에 관한, 굉장히 세련되고 함축적인 성장 드라마이기도 하다. 피시본은 소년에게 항상 비유를 하거나, 과거의 일화를 말하며 암시를 하거나, 노래를 불러 함축적으로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전달한다. 덕분에 소년은 자라면서 겉에 드러나 보이는 이야기 자체보다, 그 속에 숨겨진 의미를 찾아내는 법을 배우게 된다. 소년의 아름다운 내면이, 내 마음 마저 순수하게 비춰주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정적과 비움의 미학은 그렇게 때묻고 타성에 젖은 어른들의 투명하게 만들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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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민 코믹 스트립 완전판 1 : 1954~1956
토베 얀손 지음, 김민소 옮김 / 작가정신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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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후쿠오카에 여행을 갔다가 무민 카페에 들렀던 기억이 난다. 후쿠오카에 갈 때마다 시선을 사로 잡았던 카페였는데, 워낙 인기있는 곳이라 오히려 가지 못했던 것 같다. 이번에는 마음 먹고 방문했는데, 예상보다 훨씬 좋았다. 물론 카페의 음료나 음식 자체는 특별한 것이 없었지만, 무민 캐릭터가 그려진 예쁜 라떼 아트도 깜찍했고, 테이블 곳곳에 무민과 그의 친구들 캐릭터들이 하나씩 자리를 잡고 있어 마치 만화 속으로 들어간 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무민은 나온 지 70년이나 지난 캐릭터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여전히 세련되고 핫한 캐릭터가 아닐까 싶다. 캐릭터 상품들을 그다지 사용하지 않는 나에게도, 무민은 오래 전부터 완소하던 캐릭터였으니 말이다. 집안을 둘러 보면 어디라도 하나씩은 꼭 있을 수밖에 없는 국민 캐릭터가 아닐까 싶다.  

 

이번에 출간된 <무민 코믹 스트립 완전판>은 핀란드의 작가이자 화가였으며, ‘무민’ 캐릭터를 만든 토베 얀손이 1954년부터 런던의 [이브닝 뉴스]에 연재한 무민 만화를 국내 최초 완역본으로 선보이는 작품이다. 토베와 라스 얀손의 ‘무민 코믹 스트립’을 모두 엮어 여섯 권으로 구성했다. 그중 『무민 코믹 스트립 완전판 1』은 1954년부터 1956년 4월까지 발표한 토베의 초기작 일곱 편이 담겨 있다.

순백의 얼굴과 동글동글한 귀여운 몸매의 무민. 사실 처음에는 무민이 하마인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무민은 트롤(초자연적 괴물 또는 거인)이라는 존재로 색깔은 희고 포동포동하며 주둥이가 커서 전반적으로 하마를 닮은 캐릭터이다. 이들은 핀란드의 숲 속에 있다는 무민의 골짜기에서 사는데, 동화 속에서 친구들과 함께 다양한 모험을 한다. 

 

완전판 첫번째 시리즈에 실린 일곱 편의 에피소드들에서 무민 가족은 그들만의 매력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너무 착해서 다른 이들에게 싫은 내색을 할 줄 모르는 무민은, 집에 손님들이 열다섯 명이나 와 있어서 머리가 너무 아프지만 말을 못하겠다고 스니프에게 하소연한다. 스니프의 도움으로 손님들을 집에서 내쫓으려고 갖은 궁리를 하지만, 결국 그들에게 집을 빼앗겨 거리로 내몰리고 만다. 하지만 덕분에 팜므파탈 스노크메이든을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된다. 두 번째 이야기에서는 잃어 버렸던 가족을 찾게 되고, 그들 가족이 화려한 호텔에서 휴가를 보내고, 무인도에 가서 모험을 하기도 하는 등 다양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사실 무민 캐릭터는 오래 전부터 만나 왔지만 무민 만화는 이번에 처음 만나게 되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유쾌하고, 흥미진진하고, 재미있어서 무민의 매력에 더 흠뻑 빠져들게 된 것 같다. 이들 가족은 굉장히 무모하고, 이상하고, 매사에 엉망진창이지만, 끊임없이 모든 걸 즐겁게 바라보며 살아간다. 이들 앞에는 항상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고, 이렇게 착해 빠진 무민 가족들은 그 소동 속에서도 나름의 기지를 발휘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선한 시선으로 매번 삶을 즐기는 모습을 보여준다.

 

 

처음에 토베 얀손은 무민 가족과 대홍수라는 동화를 만들어서 인기 캐릭터 무민을 탄생시켰다. 인기를 얻은 무민은 동화 시리즈로 사랑을 받았고, 그 동화 이야기를 각색한 만화가 핀란드 신문에 실린 후 세계 최대의 영국 일간지에 연재되기 시작하면서 전세계 사람들을 매혹시키는 캐릭터가 된 것이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무민 애니메이션, 인형극 쇼, 티비 시리즈가 제작되고, 영화가 만들어지기도 하고, 무민 미술관, 무민 테마파크 등 다양한 모습으로 무민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이번 달 초부터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무민 원화전이 진행되고 있는데, 엄청난 관람객이 방문해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하니 언제 시간 내서 가보고 싶어 졌다.

 

무민 코믹 스트립은 고전적인 형식의 흑백 스트립으로 짜여 있다. 일간지에 연재가 되던 방식이라 그런지 굉장히 빽빽한 구성에 이미지도 가득, 작은 글자들도 꽉꽉 채워져 있어서 처음 읽기 전에는 약간 부담스럽기도 했다. 만화라고 하면 여백의 미가 어느 정도 있고, 술술 페이지가 넘어가는 맛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웬걸, 한 페이지, 두 페이지 넘기면서 지루하거나 루즈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단 한 페이지도 없었다. 읽다 보면 그 독특한 전개 방식과 굉장히 엉뚱하면서도 이상하게 흘러가는 이야기 속에 삶을 통찰하는 예리한 시선이 엿보여서 감동적인 대목도 있었다.

 

 

무민은 “그저 감자를 키우고, 꿈을 꾸면서 평화롭게 살고 싶”어 하는 매사 만사태평인 캐릭터이다. 사랑과 행복, 모험과 평화를 추구하고, 그 가치관을 일상의 매순간순간으로 고스란히 보여주는 캐릭터라고나 할까. 무슨 불행이 있어도, 어떤 골치 아픈 일이 생겨도, 누군가 자신을 불편하게 만들더라도, 그저 무민은 너그럽게 이해하며 다 받아들이는 것이다. 소심하고 겁 많은 순둥이 무민, 뭐 신나는 일 없을지만 고민하는 무민파파, 정리정돈 집안일에는 관심없는 무민마마, 질투심 많은 무민의 여자친구 스노크메이든... 그 외에도 각자 독특한 개성과 성격을 자랑하는 그들의 친구들까지 모두 하나같이 사랑스럽기 그지 없다.

토베 얀손은 생전 인터뷰 속에서 이런 말을 했었다.  

“간단히 말하면 이렇다. 싫증 내지 말라. 흥미를 잃지 말라. 무감각이 자라게 하지 말라. 귀중한 호기심을 잃지 말라. 그리고 미련없이 죽어라. 이 얼마나 단순한가.”

재미있게 살고, 미련없이 죽으라는 단순 명쾌한 그 말은 무민과 그의 가족들에게도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는 삶의 가치관이 아닌가 싶다.

 

무민 코믹 스트립 1∼3권은 토베 얀손이 1954년부터 1959년까지 발표한 작품이며, 4∼6권은 라스 얀손이 1960년부터 1975년까지 발표한 작품이다. 1,2권을 시작으로 총 6권으로 마무리 될 이 시리즈는 무민이라는 캐릭터를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소장용으로도 너무 좋을 것 같다. 하드 커버 표지도 예쁘고, 표지를 열면 제일 먼저 만날 수 있는 노란색 내지에도 다양한 모습의 무민 캐릭터들이 자리잡고 있어 정말 귀엽다. 그리고 무엇보다 어찌보면 너무도 단순하고, 또 어떻게 보면 황당한 에피소드들이 이어지지만, 그것들 모두 우리의 일상과 닮아 있고, 그 속을 들여다보면 삶에 대한 토베 얀손의 철학이 담겨 있어 페이지를 덮고 나서도 여운이 길게 남는다. 유쾌한 만화를 읽고 나서 깊은 여운이 남는다니... 대단하지 않은가.

내가 그동안 만화를 많이 보아 왔다고는 할 수 없지만, 무민 코믹 스트립은 내가 봤던 만화 가운데 가장 독특하고, 솔직하고, 귀엽고, 독특한 작품이 아닐까 싶다. 일상적이면서도 환상적이고, 유쾌하고 익살맞으면서도, 인간적이고 감동적이다. 게다가 무민이라는 사랑스러운 캐릭터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느낌도 든다. 이제 휴가철도 다 지나고 일상이 재미없고, 선선한 가을 날씨에 옆구리 허전하고 외로운 분들에게 적극 추천한다. 읽는 동안 내내 가슴이 따뜻해지고, 행복해지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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