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마 말할 수 없는 이야기 - 코렛타 스콧 킹 대상 수상작 I LOVE 그림책
콰미 알렉산더 지음, 데어 코울터 그림,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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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잔혹한 과거의 비극을 입에 올리기 꺼리는 건 당연한 반응이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차마 말할 수 없는 이야기》는 흑인들의 아픈 역사를 다룬 그림책이에요. 미국 노예 제도가 흑인들의 인권을 유린한 끔찍한 범죄라는 것을, 그 역사적 사실을 말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알 수 있겠어요. 우리 아이들에겐 먼 나라의 이야기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가 짓밟힌 역사라는 점에서 우리의 이야기이기도 해요. 올바른 역사를 배워야 무엇이 옳고 그른지, 진실을 말할 수 있는 용기가 생긴다고 믿어요.

첫 장을 펼치면 깜깜한 밤 하늘에 구름 사이로 휘영청 밝은 달이 보이네요. 먹구름이 달을 가릴 순 있어도, 달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어요. "어떻게 말할까요? 아프리카에서 시작해 공포로 끝나는 이야기를, 밤에 숨겨진 사악한 계획과 큰 총들에 대한 믿기지 않는 이야기를. 호시탐탐..." 그림들을 보고 있노라면 아프고 슬프고 화가 나네요. 어떻게 인간이 인간에게 그토록 잔인하게 굴 수 있는 것인지, 단지 피부색과 인종이 다르다는 이유로 그럴 순 없는 거예요. "가축처럼 팔려 가 가족이 뿔뿔이 찢어지는 이야기를." 이라는 문구 아래에는 점토로 빚은 듯한 얼굴이 나오는데, 굳게 다문 입술과 질끈 감은 두 눈에 맺힌 눈물에서 찢어진 마음이 느껴지네요.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노예로 끌려온 흑인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마음을 아프게 해서 미안하다고 말하는데, 아이들은 이렇게 답하네요. "하지만, 선생님은 늘 우리에게 진실을 말하라고 하지 않나요. 시몬스 선생님, 힘들 때조차도요?" 그리고 아이들은 저마다의 생각을 커다란 종이에 적고 있어요. 우리가 할 일은, "목소리를 높이고, 한 손에는 역사를, 다른 한 손에는 희망을 움켜쥐는 것"이라고 알려주고 있어요. 역사의 진실을 기억해야만 한다는 것, 그래서 잘못된 것들을 바꿀 수 있으니까요. 차별과 혐오, 갈등을 조장하는 무리들이 나쁜 거예요. 나쁜 생각이 나쁜 행동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사람은 어릴 때부터 올바른 교육을 받아야 해요. 나쁜 사람들이 함부로 못된 짓을 하지 못하게, 좋은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해요. 저자의 말처럼 진실을 크게 외치고, 역사를 교훈 삼아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야 해요. 이 그림책은 콰미 알렉산더 작가가 쓰고, 데어 코울터 작가가 점토로 만들고 그려서 완성하기까지 거의 6년이 걸렸으며, '코렛타 스콧 킹 대상' 수상작이라고 하네요. 미국의 흑인 인권운동가이자 시민사회운동가,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아내인 코레타 스콧 킹, 그 이름을 딴 '코렛타 스콧 킹 상'은 아프리칸계 미국인 아동문학상으로, 인종 차별에 대항하고 극복하며 평화를 지향하는 작품을 선정한다고 하네요. 훌륭한 그림책을 보물창고의 I LOVE 그림책 시리즈로 만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차마 말할 수 없는 이야기이기에, 꼭 반드시 말해야 한다는 걸 배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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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셀 뒤샹, 변기를 전시회에 출품했다고? I LOVE 아티스트
파우스토 질베르티 지음,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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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현대미술은 난해한 것 같아요.

처음에 <샘>이라는 작품을 봤을 때 좀 놀랐어요. 변기가 예술품이 된다는 게 엉뚱한 장난처럼 느껴졌거든요. 미술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유명한 작품인 건 알겠는데 왜 대단한 작품이라고 이야기하는 걸까요.

《마르셀 뒤샹, 변기를 전시회에 출품했다고?》는 파우스토 질베르티 작가의 어린이 그림책이에요.

저자는 이탈리아 화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 어린이책 작가인데, 사랑하는 두 자녀에게 현대 예술을 쉽고 재미있게 알려주기 위해 이 그림책을 만들었대요. 일단 마르셀 뒤샹의 얼굴 그림이 인상적이에요. 깔끔한 몇 개의 선으로 특징을 잡아낸 것이 신기해요. 색감만 보면 흑백의 그림, 단순하지만 마르셀 뒤샹과 작품을 소개하는 데에 꽤 효과적인 방식인 것 같아요. 저자가 그림으로 표현한 뒤샹의 작품들을 사진으로 찾아보니 거의 똑같은 이미지더라고요. 무엇보다도 뒤샹의 예술 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작품 해설이 훌륭한 것 같아요.

"뒤샹의 작품은 정말 이상하고 특이했지. 그렇지 않아? 그것들은 그림도 아니고 조각품도 아니잖아! 그럼, 무엇이었을까?

많은 사람들이 이런 질문을 해 왔지. 예술 전문가들조차도 말이야. 하지만 그 답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

그래, 뒤샹에게 필요한 것은 이름이었어. 그는 눈을 감고, 숨을 고르며 가만히 있다가, 이렇게 말했지.

레디메이드!

... 이미 만들어진 물건들을 고르고, 사인하고, 제목을 붙여 전시한 저 소변기나 자전거 바퀴처럼 말이야. 그것들을 예술 작품으로 변화시키는 거야. 놀이야, 예술과 함께 노는 거야."

(*레디메이드 : 기성품, 즉 대량으로 미리 만들어 놓고 파는 물건을 뜻함. 뒤샹이 이미 생산한 제품을 예술 작품으로 전시하며 자신의 작품에 붙인 말.)

그러니까 뒤샹이 해낸 것은 기존의 예술적 개념을 뒤엎고 개념미술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탄생시켰고, 현대 예술가들에게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는 점이에요. 예술은 무엇인가, 뒤샹은 예술의 본질이 물질적 요소가 아닌 기성품에 의미를 부여한 제작 의도에 있다고 본 거예요. 물론 처음부터 인정받은 건 아니에요. 공중화장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남성용 소변기에 붓으로 'R. MUTT 1917' 사인을 하고는 <샘>이라는 제목을 붙여서 미국 뉴욕의 독립예술가협회 전시에 출품했는데, <샘>을 전시하느냐 마느냐를 놓고 난리가 났지만 결과적으론 전시 대상에서 제외됐다고 해요. 근데 협회 사람들이 몰랐던 놀라운 사실은, 당시 협회 작품설치 위원회 의장이었던 마르셀 뒤샹이 몰래 <샘>을 출품했던 거예요. 뒤샹의 의도를 읽는 것이 현대미술을 이해하는 단서가 될 수 있어요. 전혀 아름답지 않은 소변기를 통해 왜 예술은 아름다워야 하고 감각적이어야 하는지, 왜 이것은 예술이 아닌지를 생각하게 만든 거죠. 레디메이드 개념을 처음 고안한 뒤샹 덕분에 미술이란 작가의 행위 없이 선택만으로도 작품이 될 수 있다는 개념의 확장, 무엇이든 예술이 될 수 있다는 새로운 관점이 열린 거예요. 하지만 우리가 일상의 사물들을 가져다가 이름을 붙인다고 해서 뒤샹의 작품처럼 예술품으로 인정받지는 못할 거에요. 중요한 건 예술은 예술가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 누구든지 새로운 관점으로 특별한 뭔가를 발견할 수 있다면 그것이 곧 예술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아닐까요. 위대한 예술가 마르셀 뒤샹에 대해 제대로 알려주는, 멋진 그림책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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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의 고양이 - 페이퍼 커팅 아트
최향미 지음 / 클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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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고양이에 뿅, 재미있는 페이퍼 커팅 아트 도안북이에요~ 취미로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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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의 고양이 - 페이퍼 커팅 아트
최향미 지음 / 클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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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고양이를 좋아한다면,

귀여운 것에 푹 빠지는 타입이라면,

손재주는 없지만 잘 만들고 싶은 욕구가 있다면,

혼자서 할 수 있는 나만의 취미거리를 원한다면,

페이퍼 커팅 아트를 추천하고 싶어요.

일단 준비물이 필요해요. 칼과 고무 매트. 저는 그냥 문구칼 말고, 페이퍼 커팅 아트 칼을 구입했어요. 유일한 도구인데 은근 장비 욕심이 있어서 좋은 것으로 장만했네요. 그 다음에 필요한 건 바로 이 책, 《100일의 고양이》는 페이퍼 커팅 아트를 할 수 있는 고양이 도안 100가지가 담겨 있어요.

우와, 실물 책을 받자마자 귀여워서 감탄사가 절로 나오더라고요. 가로, 세로 13cm 정사각형 모양의 책을 펼치면 친절하게 설명이 나와 있어요.

"하루에 하나씩, 100일 동안 고양이 그림을 오려보세요! 준비물은 칼, 매트 꼭 필요해요, 마스킹 테이프오 클리어 파일은 있으면 좋아요."

귀엽고 매력적인 고양이 도안들 중 하나를 골라서, 한 장을 떼어낸 다음 고무 매트 위에 놓고 배경색을 칼로 잘라내면 돼요. 처음 페이퍼 커팅 아트를 한다면 책속 QR코드 스캔으로 도안 자르는 과정을 동영상으로 볼 수 있어요. 영상을 보면 너무나 부드럽게 쓱쓱 커팅이 이보다 더 쉬울 수가 없는데, 실제 해보면 힘 조절이 어려운 것 같아요. 의욕적으로 손에 너무 힘을 줬더니 직선은 시원하게 잘리는데 곡선에서 턱 걸리고, 너무 약하게 커팅하면 종이 마찰이 생기면서 잘리다가 살짝 뜯기는 부분이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적당한 힘으로 칼을 잡고, 종이에 닿는 칼날의 각도와 세기를 잘 조절하면서 곡선은 칼이 아닌 종이를 살살 돌리는 것이 요령이네요. 자꾸 해봐야 페이퍼 커팅의 감이 생기는 것 같아요.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종이백 안의 고양이부터 각양각색의 포즈로 매력을 뽐내는 고양이들을 만날 수 있어요. 결과물은 커팅 실력에 따라 차이가 날 수는 있지만 워낙 도안이 예뻐서 만족스럽네요. 살짝 서툰 칼질이 티나지만 그것 나름대로 좋았네요. 페이퍼 커팅 아트를 하는 과정 자체가 즐거워서 시간 가는 줄 몰랐어요. 한 손에 쏙, 조그만 책이라서 가방에 넣어뒀다가 언제든지 틈 날 때마다 꺼내어 놀면 될 것 같아요. 나만의 놀이책, 나만의 고양이를 가질 수 있는 《100일의 고양이》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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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캣의 어느 날 팡 그래픽노블
엔히키 코제르 모레이라 지음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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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아이들을 위한 그림책 말고 나만을 위한 그림책을 찾아 읽고 있어요.

왜 그림책을 읽느냐고 묻는다면, 그건 좋으니까요. 재밌기도 하고 때로는 소중한 것들을 배울 수 있거든요.

《미스터 캣의 어느 날》은 글 없는 그림책이에요. 손바닥만한 책, 음... 정확하게는 제 손보다는 살짝 크지만 그만큼 크기가 작은 책이에요. 글도 없는데 크기까지 작으니, 어떤 내용이 들어 있을지 무척 궁금하더라고요. 우선 표지에 주인공 미스터 캣이 혼자 서 있고, 뒤에 그림자가 보여요. 왜 주변에 아무도 없는 걸까요. 표지를 넘기니 상단에 손톱만한 집 그림, 빨간 지붕의 집 한 채가 그려져 있어요. 딱히 설명 없이도 미스터 캣의 집이구나, 그 다음 장에는 흔들의자에 앉아 노란색 표지의 책을 읽고 있는 미스터 캣이 있네요. 배경을 비워둔 채 필요한 것만 그려넣는 단순한 방식이 마음에 들어요. 단순해 보이지만 선명한 색감 덕분에 시각적으로 강렬하게 와닿거든요. 책을 읽던 미스터 캣은, 아마도 독서용 안경을 벗는 것을 보니 나이가 좀 있는 듯, 자리에서 일어나 차를 마실 준비를 하고 있어요. 차분하게 진행되는 일련의 동작들, 오로지 그림으로만 표현되어 있어서 제멋대로 일상의 소음이나 분위기를 상상하게 되네요. 애니메이션 영화 미녀와 야수에 나오는 촛대와 주전자처럼 미스터 캣의 집에도 시계와 주전자가 또롱또롱 눈동자를 굴리고 있어요. 가까이 근접하면 잘 보이면서도 안 보이는 게 있네요. 미스터 캣만 크게 보일 때는 혼자라고 생각했는데, 쭈욱 뒤로 물러난 듯 멀리서 바라보는 그림 속엔 갈색의 흔들의자, 노란 테이블, 빨간 테두리의 벽시계, 분홍색 가스레인지, 노란 주전자, 선반 위 알록달록 찻잔들, 빨간 창틀 너머로 바깥 풍경까지 아늑한 분위기가 느껴져요. 불쑥 집 밖으로 나온 미스터 캣,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요.

어떤 이야기인지는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어요. 이것이 그림책의 매력인 것 같아요.

"팔락", "째각 째각", "얍!", "뿅", "이얍!", "똑똑" 그림책에 나오는 소리들이에요. 신기하게도 이 소리만으로도 장면이 떠올라요. 마지막 장을 보면서 미소가 절로 나오네요. 빙그레 웃게 되는 미스터 캣의 어느 날이네요. 혼자인 줄 알았더니 모두 함께라서 행복한 것 같아요.

이 그림책의 저자는 브라질 작가 엔히키 코제르 모레이라, 볼로냐 라가치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대단한 작가님이네요. 첫 그림책 《다시, 밖으로》로 볼로냐 라가치상, 세르파 국제 그림책 대상, 나미콩코르 금상을 수상했고, 《미스터 캣의 어느 날》로 2025 볼로냐 라가치상 코믹스 부문 스페셜 멘션을 수상했는데, "글 없는 책이지만 단순하고 매력적인 일러스트, 유머러스하고 장난기 가득한 이야기 덕분에 어린 독자들에게 매우 친근하게 다가간다. 시작은 진지하지만 점차 유머로 이어지며 혼자서도, 친구들과 함께여도 행복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어린 독자들과 부모 세대에게 만화의 언어를 자연스럽게 소개하는 작품이다." (뒤표지) 라는 심사평에 대해 전적으로 동의하는 바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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