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과 나 - 배명훈 연작소설집
배명훈 지음 / 래빗홀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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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화성이 보름달이 보이는 자리에(태양-지구-화성, 이 위치를 '충'이라고 한다) 위치한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었다. 그래서 밤하늘에 보름달 근처에서 보이던 유난히 붉었던 별이(사실 행성이지만) 생각났다. 유난히 붉다라고 생각했던 것이 화성이었다. 화성이었을테다. 별이라 보기에는 좀 크게 보였으니까 분명 화성이 맞았을 것이다. 나는 짚어주지 않으면 별자리도 잘 모르는 사람이니까, 혹은 아닐수도 있겠지만 나는 화성이라고 믿는다. 화성은 그렇게 우리와 가까운 행성이다. 만약 지구에 문제가 생겨서 다른 행성으로 이주해야 한다면 거부감이 들었겠지만, 화성은 밤하늘에서도 찾아볼 수 있기 때문에 위화감은 없다. 다만 공기는 매우 희박하고 물이 흘렀던 자국만 있을뿐 물이 없는 메마른 땅이라는 것이 맘에 걸리긴 하다. 그렇다고 상상하지 못할 일은 아니다. 작가도 외교부로부터 "먼 미래에 화성 이주가 본격화 되면 화성에 어떤 세계가 들어설 것인가"라는 주제로 연구 의뢰를 받았다고 하니, 언젠가는 실현 가능한 일이 아닐까.

이 책에는 「붉은 행성의 방식」, 「김조안과 함께 하려면」, 「위대한 밥도둑」, 「행성봉쇄령」, 「행성 탈출 속도」, 「나의 사랑 레드벨트」의 제목을 가진 6편의 단편이 담겨있다. 「붉은 행성의 방식」은 화성 초기 정착 단계에서 일어난 첫 살인사건을 다룬다. 살인사건이라고 특별하게 스릴러 같다고 보이지만 그런 분야는 아니다. 초기 정착단계이기도 하고, 화성의 환경을 고려하면 살인자는 도망갈 곳도 없다. 나는 이 사건보다 다른 점에 눈이 갔다. 초기 정착 단계였기 때문에, 사람들은 여러가지 일을 병행할 수 있어야 한다. 다른 이야기에도 등장하지만, 화성으로 초기 이주한 사람들은 여러분야에 박사학위를 가진이들이다. 한개의 박사학위는 명함도 못 내밀판이다. 이동하는 시간이나 그런 예산을 미루어 볼때 임무들이 겹친다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희나는 이 점을 '화성의 회복력'이라고 말하는 것이 꽤 인상적이다. "무슨 일을 겪어도 화성인은 반드시 회복하거든요. 그래서 지금까지 살아남은 거예요. 사실 처음부터 그렇게 설계가 돼 있죠. 위성도 조종사도 필수 인력이나 핵심 장비도, 서로서로 임무가 포개져 있어요. 하나를 잃어도 다른 개체가 이어받도록. 애초에 그렇게 구성해서 화성으로 보내진 거예요.(p.43)" 사고로 희나의 빈자리가 있었지만, 그 자리는 다시 지요가 채우고 있었다. 그게 붉은 행성의 방식이었다. 그런데, 아마도 지요는 희나의 자리를 채워서 임무는 수행해 나가지만 지요의 마음 속에 생긴 희나의 빈자리는 채워지지 않을 것 같다. 그건 사람의 살아가는 방식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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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나잇 칠드런 다산책방 청소년문학 19
댄 거마인하트 지음, 이나경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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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 코요테의 놀라운 여행 >을 아주 재밌게 읽었었다. 이 책도 참 기대되었고, 나의 기대감은 충분히 보상받을 만큼 재미있는 이야기였다.

시골마을에 사는 외톨이 소년 라바니.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그렇기 때문에 도니에게 매번 괴롭힘을 당한다. 부모님도 그게 걱정이다. 그런데 어느날, 허리를 다쳐 요양원으로 떠나 아무도 살지 않는 앞집에 아이들이 도착했다. 어떤 가구도 없이 아이들만 그렇게 도착을 했다. 그리고 눈이 마주친 자신 또래의 여자아이 버지니아, 어쩐지 라바니는 그들과 친구가 될 수 있을것 같았고, 친구가 되었다. 하지만 가장 맏형인 트리스탄은 아이들과 만나지 말라고 경고를 했지만, 이 순수한 아이들을 막을 수는 없었다. 마침내 버지니아는 자신들의 비밀을 라바니에게 털어놓게 되었고, 그들의 비밀을 지켜주겠다고 약속을 한다.

어떤 영혼은 짊어져야 할 것이 너무 많으면 강해지기도 한다.(p.133)

라바니는 그들의 비밀을 지키겠다는 약속을 하면서 강해지게 될까. 요즘 세상에 남의 비밀 같은 것은 아랑곳하지 않고, 뒷담화를 하는 이들도 많고, 그 사실을 빌미로 무리한 요구를 하기도 한다. 이 이야기에서는 도니가 그런 아이이다. 우연히 엿듣게 된 이야기를 빌미로 라바니를 괴롭히는 도구로 사용하며 돈을 갈취하고, 노예처럼 부리기도 한다. 못된 것! 하지만 라바니는 꽤 용감했다. 아이들을 쫓는 사냥꾼에게서도 그들을 보호하기 위해 분투하는 모습이 대견스럽기 까지 하다.

모든 사람은, 한 명도 빠짐없이, 가정을 이루고 가족과 함께할 자격이 있습니다.(p.9)

꼭 그것이 혈연으로 맺어진 관계가 아니더라도, 가족으로 거듭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참으로 따듯하고 기분좋은 그런 이야기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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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영혼이 짊어져야 할 것이 너무 많으면 강해지기도 한다. - P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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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죽었다 생각학교 클클문고
정해연 지음 / 생각학교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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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재밌지. 이런 제목의 책을 읽는다는 것이... 엄마의 죽음에 얽힌 비밀을 찾으려고 투쟁이라도 할 수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하루에도 열두번씩을 하게 된다. 하지만 투쟁을 할 수가 없었다. 민우와 같은 이유는 아니었으니.. 민우는 세상을 향해 투쟁하지만, 나는 나를 향해 투쟁한다. 왜 그렇게 밖에 하지 못했냐면서. 보통때와는 다르게 민우에게 엄청난 감정이입을 하면서 읽은것 같다. 엄마를 잃는다는 느낌을 아니까. 2년전 아빠의 죽음으로 세상에 홀로 남을 민우를 위해서라도 엄마는 죽을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엄마는 민우 앞에서 몸을 던져 버리고 말았다.

코로나가 세상을 휩쓸고 지나가고 새로운 전염병이 생겼다. 이번에는 고양이 열병인 CIF(Cat Infectivity Fever)가 세계를 위협하기 시작했다. CIF가 확인된 고양이는 살처분된다. 예전에 구제역으로 돼지를 생매장 했을 때가 떠올랐다. 당시 방역을 하던 공무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기도 했었다. 엄마는 그렇게 생매장되는 것을 항의했다고 한다. 그리고 생매장은 안락사 방법으로 바뀌었고, 엄마는 포획팀에서 살처분으로 자리 이동이 있었다. 민우는 이대로 가만히 있을수 없었다. 엄마는 나를 홀로 남겨두고 자살을 선택할 사람이 아니었다. 진실을 알기 위한 민우의 투쟁이 시작된다.

이 이야기는 청소년 문학이라고만 생각해서는 안 될 것이다. 나의 이익을 위해서는 남의 불행따위는 신경쓰지 않는다라는 사회에 만연한 문제점을 깊이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갈수록 생각은 얕아지고 정의를 외면하려 한다. 더군나다 권력을 위해 거짓에 동조하고 은폐하려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엄마의 억울한 죽음을 위해, 그리고 또 다른 피해자가 없기 위해 나아가는 민우를 보고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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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는 대로 낭만적인 - 스물여섯, 그림으로 남긴 207일의 세계여행
황찬주 지음 / 흐름출판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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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는대로 낭만적인 스물여섯, 그림으로 남긴 207일의 세계여행

이 책을 처음 만났을 때, "부럽다... "라는 말밖에 할 수가 없었다. 207일동안 긴 여행을 한다는 것은 내 인생에서는 없었기 때문이다. 긴여행이라고 해봤자 일주일을 넘기지 않았으니까. 나는 왜 젊을때 그러지 못했을까 생각해봤는데, 여러가지 이유도 있었겠지만 가장 큰 문제점은 나는 '되는대로'가 안된다는 것이다. 사정에 따라 여건이 바뀔 수도 있겠지만, 나는 가는 거리, 시간까지 체크하면서 계획을 짜기 때문에 200여일이라는 장기간 여행을 생각해보면 도무지 엄두가 나지 않는다. 10여년전쯤 엄마와 배낭여행을 떠난 이의 에세이를 읽고는 오래 걷지 못하는 엄마와 나는 이런 세계여행을 할 수 없겠구나 생각했는데, 이제는 내가 무릎이 아파서....ㅜㅜ(하지만 체력은 좋으니 한번 도전해볼까나? 마음만.. 마음만이다... 이제는 동적인 일을 별로 좋아하지 않으니..... 역시, 핑계 없는 무덤은 없다더니....^^;;)

군대에서 만난 후임병 K와 배낭하나 덜렁 메고 여행을 떠났다. 아시아, 유럽, 남미 3개 대륙의 18개국 50여개의 도시다. 물론 여행을 갈거야라는 선언을 하고 경비를 모았다. 그리고 최저예산을 계획하고 드디어 출발이다. 에세이를 읽는 내내 정말로 맨땅에 헤딩하듯 떠나는 이 청년들 모습에 나도 긴장을 하고 있었다. 낯선 땅에서 기다리고 있는 일들이 궁금해진다. (이럴거면, 나도 떠나도 될 것 같은데 말이다.) 버스에도 입석표가 있는지 모르고 구입했다가 오랜시간 울퉁불퉁한 길을 서서 갔던일, 한산한 기차에서 슬쩍 잘못 찾아온 듯 들어간 에어컨이 시원하게 가동되던 방. 뭐.. 직원이 여기가 아니라는 안내에 자리를 옮기려다 직원의 제안에 시원하고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었던 것은 무계획 여행을 하면서 느낄 수 있는 묘미가 아닐까. 그 직원은 그렇게 협상한 돈을 어떻게 했을까라는 엉뚱한 상상을 해보기도 한다. 배탈이 났는지, 식중독이었을지 타국에서 몸이 아픈 것은 정말 난감하다. 설상가상 피라미드를 보기 위해 갔던 곳에서 탔던 말이 넘어지면서 다쳤을 때는 얼마나 당황했었을까. 약간 삐긋한 다리에 의사는 쉬라고 했지만 어찌 편안하게 쉴수만 있을까. 아마도 나여도 그랬을 것 같다. 그리고 낯선 곳에서 만난 친구들.. 청춘이 있어 가능한 일들일 것만 같다.

'해야할 것'도 '먹어야할 것'도 '가야할 곳'도 정하지 않고 발길이 가는대로, 해보고 싶은대로 하는 이 낭만적인 여행이 참 부럽다. 아마 남들 다 하는대로, 남들이 먹는대로, 남들이 가는 대로 했던 여행이라면 그다지 기억에 오래 남지도 않을테고, 그것을 바라보는 독자의 입장에서도 식상했을지도 모르겠다. 나도 그런 여행을 하고 싶다. 발 길 닿는대로는 아니어도 그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자연을 바라보며 책을 읽다 풍경을 바라보다 하는 나 나름대로의 낭만적인 여행이 하고 싶은데, 과연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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