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시대의 경영학
최수형 외 지음 / 피앤씨미디어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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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민완 저널리스트일 뿐 아니라, 중국에서 그의 경력 상당수를 쌓은 편이기도 합니다. 이 말은 그가 중국 현지의 사정에 정통한, 몇 안 되는 인 물 중 하나라는 뜻인데요. 최근 10년을 중국이 폭발적으로 쏟아내는 성장의 거대한 스트림에 의존해서 가까스로 버텨 내었던 세계 경제가, 이제 그 성장 동력이 꺼져 가는 시점을 맞이하여 앞으로 믿을 만한 엔진을 어디서 찾을 것인지를 두고 고민에 빠져 있을 때, "창조 경제"라는 키워드를 갖고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비전을 제시하는 이 책을 통해 도움을 받을 것을 제안하는 중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창조경제"라고 하면, 정부의 슬로건과 무조건 단세포식 조건 반사로 동일시(그에 대한 찬성, 반대를 막론)하고 보거나, 혹은 이스라엘식 벤처 열풍만을 연상하는 분위기가 우리 나라에서는 지배적입니다. 그런데 이 책은, 한국의 신정부 출범은 물론, 이스라엘의 "후츠파이즘chutzpahism"이 성황을 이루기 이전 시점에 이미 나온 책입니다(원서 기준). 그러니, 성장의 방식, 동인 물색에 치열한 고민이 이뤄지는 지금, "창조경제"의 원전 격인 이 책을 읽어 보는 건, 개인이나 정책 결정자에게나 공히 의미 있는 작업이 아닐까 생각할 수 있습니다.

 

우 선 이 책은 도입부가 상당히 신선합니다. 영화 반지의 제왕 CG 성과는, 이 영화를 본 세계 수억의 인구가 동의하듯, 종래와는 차원이 다른 역동성과 생동감으로 빛났습니다. 그런데 이 놀라운 알고리즘의 고안을 두고, <반지...> 제작진은 이후 시스템의 인수라든가 후속 작품 제작을 위한 사용 계약 따위를 제안하지 않더라는군요. 본디 헐리웃은 개별 발주 건별로 생산 요소를 물색할 뿐이며, 대상이 (재고 공간을 차지 하지 않는 무형 자산이라고 해도) 그 영속적 보유라는 부담을 원치 않는 게 보통의 태도라는 거죠. 애써 개발해 둔 성 과물을 아깝게 사장할 위험에 처했으나, 엉뚱하게도 영국의 교통 신호 체계 개선이나, 화재 발생 같은 때 비상구의 구조 고안 같은 데에 이 체계가 대단히 요긴하게 쓰였다고 합니다. 요즘 경영 서적을 읽으며 대단히 자주 발견되는 게 "혁신"의 키워드인데, 이 혁신의 가장 흔한(그러나 유용한) 패턴 중 하나가, 특정 상품, 장치, 서비스를 기 존의 용도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사용하는 방식이라고 합니다. "창조"라는 게 순전한 무(無)로부터 대단히 유용한 무엇을 창조해야만 하는 부대조건이 붙는 건 아니죠. 실물의 창의성뿐 아니라, 그 용도상의 창의성도 역시 창의성임은 분명하니까요. 간단한 발상의 전환으로 최대한의 성과를 이룬다면 그때 창의성이란 오히려 더 빛나게 마련 아닐까요.

 

이어 저자는, 이 창의성에는 물적 설비나 거대 자본이 소요되지 않으므로, 누구나 자신 개인의 "사고력"만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이 런 창조경제 종사자, "thinker"들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기업들도 더 저렴하고 더 효율적인 아웃소싱이 가능하므로, 시장의 기능 역시 더욱 활성화된다는 겁니다. 여기서 저자는 의미심장한 말을 덧붙이고 있습니다. "노조는 이를 두고 비정규직화라는 쪽으로 인식하고 거부감을 드러낼 수 있으나... " 여기서 창조경제는 어찌보면 신자유주의와 친화점을 보이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인간 존재의 본질 중 가장 두드러진 요소인 "창의성"이 잘 구현되는 게 그 번영과 생존을 위해 절실히 요구된다는 점이 분명하므로, 이데올로기의 구획 노력보다 이 이슈가 더 상위 차원에 놓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미숙련 노동의 잉여는 상대적으로 어디서나 풍부한 편이나, 구미와 중국 모두 숙련 인력("창의력, 창조성을 충분히 갖춘 인적 자원"을 의미하는 걸로 보입니다)을 조달하는 데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저자는 특이하게도, 이 어려움은 중국보다는 구미에서 더 가중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그 근거는 분명히 제시되어 있지 않은데, 우리 독자는 일단 중국통인 저자의 휴리스틱 진단을 믿고 갈 수밖에요.

 

그 다음에 전개되는 내용은 솔직히 좀 아쉽습니다. 전통적인 지식재산권에 대한 설명이 이어지는데, 물론 각국의 법제와 실제 사례(대학 교재에서 곧잘 제시되는 고전적 실례들)가 책 안에 이렇게 실 리면 무게감이 더해지는 건 사실이죠. 그런데, 1) 창조경제 = 지식경제의 등식이 성립하는 건 아닙니다. 그렇게 보면 스케이프가 넓어지는 장점이 있지만, 대신 "창조"의 내용이 "비창의적"으로 변질될 수 있습니다. 2) 책이 좀 오래 되다 보니 냅스터의 사례, dvd 불법 복제 등 낡은 이야기가 많습니다. 3) 지 식재산권에 대한 설명은 다른 책에서 많이 봐 오던 내용이고, 너무 규격화되어 있습니다.  p204 밑에서 다섯 번째 줄에 나오는 서술은 번역이 불명료합니다. 주어가 생략되어 있으니, 그런 성질을 띠는 것이 상표 등록 대상이 된다는 것인지, 예외로서 안 된다는 것인지가 모호합니다. p138의 "최혜국 조항"은, 과연 "국'이라는 말 뜻이 뭔지를 정확히 알고 그리 옮긴 건지 의문스럽습니다. 이런 책은 저자의 주장하고자 하는 바를 단어 하나까지 정확히 전달하는 쪽에 초점을 둬야 하지, 그저 겉으로 무난하게 보이게만 하는 윤문 작업에 그쳐서는 안 되는 것 아닐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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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케티의 新자본론 - 지난 10년 피케티가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한 자본주의 문제들
토마 피케티 지음, 박상은.노만수 옮김 / 글항아리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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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은 본디 "정치경제학"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출범한 학문입니다. 이는 애덤 스미스 때도 그러했고, 리카도와 맬서스의 시대까지 부인할 수 없는 팩트였던 것이, "순수" 과학으로서의 경제학이란 존립 가능성이 의심스러웠다기보다, 그 존재 이유가 위태로웠기 때문입니다. "모든 문제는 결국 정치 문제이며, 따라서 정치 이슈를 해결하지 못하는 경제학이 무슨 쓸모가 있을까?" 아니면, 계량적 분석 방법이 채 발달하지 못했던 시대 상황의 한계도 작용했을 터입니다.

물리학에서나 쓰이던 고등 수학의 방법론이 경제학에 도입되고 난 후, 이 학문은 이제 가치 판단이나 계급 간의 (추한) 대립으로부터 자유로운, 순수 이론 세계가 구축할 수 있는 아름다움에 대해 과도한 비중을 두기 시작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 마르크스적 세계관을 바탕에 둔 비주류는, "어차피 서로 다른 전제에서 출발했음"을 명분으로, 이론적 통합의 가능성을 배제한 채 제 갈 길만 가는 모습도 보였지요. 그나마 최근의 모습은, (주류로부터 "경제학을 파괴하려는 자"라는 비판을 받았던) 로빈슨 부인 같은 경향도 다소 완화되고, 주류 내부에서도 "비등하는 대중의 분노와 모순을 가뜩 노정하는 엄연한 경제 현실"을 이론이 반영해야 한다는반성이 일고 있습니다.

피케티는 어느날 갑자기 등장한 벼락출세자가 아니라, 18세때 파리 고등 사범에 입학한 수재였으며, 학부 시절부터 "불평등 이슈" 쪽으로 파고들어 美 MIT에서도 이 분야의 경력을 혁혁히 쌓았으며, 그간의 학문적 성과를 집대성한 <21세기 자본>이 최근에 학계는 물론 미디어의 주목까지 받으면서 대중에 유명해진 것 뿐입니다. 당장 이 책만 해도 일찍이 1997년에 그 초판이 나온 것인데, 이 책에서 그는 이미 "될성부른 나무"의 싹수를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그가 상당히 젊은 나이에 집필한 이 책은, 짧은 분량(본디 교과서라는 게, 각론에서는 분량이 많지 않습니다)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무게로 다가옵니다. 흔히 갖는선입견대로 "불평등에 대해 불만이나 털어 놓는" 대중서가 아니라, 학생들 공부하라고 지어 놓은 교과서의 성격이 기본이기 때문이죠. 그는 여기서 기존 학문적 성과를, 굳이 이런 것까지 일일이 출처를 밝혀 가며 인용할 필요가 있을까 싶게, 그것도 주로 자신이 반대하는 주장의 소스까지 성실히 끌어오며 꼼꼼하고 치밀한 논변을 펼치고 있습니다. 자신의 극복해야 할 테제에 대해, 먼저 그 진의를 파악하고 성실한 인용을 베푸는 것이, 피케티와 같은 수재들이 언제나 잊지 않는 기본적인 아카데미즘 스탠스이기 때문입니다.

먼저 그는 주로 프랑스의 현실에 주목하여, 상위 계층과 하위 계층 사이에서 두드러진 건 임금 소득의 재분배 부분이라고 지적합니다. 하위 계층은 사회 보장 섹터에서 지급, 보조 받는 비율이 높기 때문에, 이들의 차이를 가르는 건 기본적으로 근로 소득이라는 것입니다. 세습 부문(그는 굳이 이 용어를 쓰네요)의 영향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으나, 다만 그 분배의 불공평이 극심할 뿐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그는 밀턴 프리드먼이 제안했던, 상속-증여와 이전 소득에의 과세 통합을 주 내용으로 하는 부의 소득세(물론 우리 나라 경제학 교과서에도 소개되는 개념입니다. 재정학이라든가 타 분야에서도 익숙하죠. 이 책은 아무래도 프랑스어 원문이라서, 피수식어가 수식어의 앞에 위치하는 이 같은 어휘가 난무합니다. 페이지를 넘기는 내내 원 없이 보실 수 있을 겁니다. impot negatif. 영어라면 네거티브 인컴 택스라고 하죠)를 다시 환기합니다. 프리드먼이라는 이의 족적을 아는 독자라면 이 대목에서 구태여 이 이름을 들고 나온 피케티의 의도를 눈치 채고 미소가 씩 지어졌을 만합니다. 다른 사람도 아닌 그가 생전에 이미 이 이야기를 했다는 걸, 많은 사람들은 이미지만 기억하고 디테일을 생략하는 나쁜 습관 때문에 아마 잊고 있었을 텝니다.

그는 여기서 다시 쿠즈네츠의 법칙을 "까기" 시작합니다. 사실 왜, 세이의 법칙 이래 아름다운 경제학 법칙들은 도통 현실에서 실현될 줄을 모르고 책 안에서만 폐쇄적 유희를 즐기고 있는 걸까요? 경제학의 거의 관성적 진리에 의하면, 선진국의 생산성은 하락하고, 개도국의 역동적 성장은 이와 대조되듯 각국의 자본을 끌여들여야 마땅합니다. 이로서 궁극적으로는 선진국과 후진국의 격차가 실종되고 공평한 부의 향유로 수렴해야 마땅하나.. 그 현실이야 우리가 보는 바대로입니다.

피케티의 결론은, "완전 균형 완전 시장 청산"이 신화에 가깝듯, 불평등의 문제는 자본주의에 있어 항상적 특질에 가깝다는 것입니다. 왜 인도의 한계 생산성이 그리 높음에도 불구하고, 해외 자본은 인도를 향해 러시하지 않는가? 그는 예리하게도 "생산 수단의 불공평한 분배가 아닌, 인적 자본의 공평성 척도"에 그 원인이 있음을 지적합니다. 충실한 기존 성과의 인용에 이어, 이처럼 자신만의 독창적 견해를 치밀한 분석과 함께 클리어한 명제로 척척 이어가고 제시하는 솜씨, 과연 프랑스가 낳은 엘리트만이 보여 줄 수 있는 탁월한 재주입니다.

피케티의 주장 말고도 예컨대 가족 계수(quotient familial) 같은, 프랑스에만 특유한 제도나 개념, 기법에 대해서도 알 수 있습니다. 책 말미에는 용어 사전도 나와 있어서, 경제학 개념이 생소한 독자들을 배려하고, 쉽지 않았을 텐데도 일일이 참고 문헌 목록을 싣고 있습니다. 이 책은 아직 영어로도 번역되지 않은 내용인데, 한국에서의 피케티 열풍을 감안하여 거의 세계 최초로 외국어 번역본이 나온 셈입니다. 관심 있는 독자들은 피케티의 "리즈 시절"을 이 책을 통해 머리에 그릴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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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만한 내 아이 집중력 높이는 방법 - 머리는 좋은데 산만해요
리처드 궤어, 페그 도슨, 콜린 궤어 지음, 정보경 옮김 / 리스컴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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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력"을 두고 근력, 지구력, 순발력 등과 함께 체력 영역에 분류하는 사람은 거의 없지 싶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특히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학급 담임을 맡은 분)들은, 집중 안 하는 애들을 두고 "정신적인 문제점[나태, 산만함 등]"을 집중 훈육하곤 하죠. 덕분에 옆에 앉아 있던 착한 애들까지 함께 혼이 나곤 하지만 말입니다. 우리가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집중 못 하는 건 태도의 문제지, 무슨 타고난 체력이 나빠서라든가, 환경의 요인 때문으로 돌리진 잘 않습니다.

그런데 저자는, 집중의 문제를 이렇게 접근하다가는 큰 문제에 봉착할 수 있다고 합니다. 즉, 아무리 노력해도 집중을 할 수가 없고, 원인을 엉뚱한 데서 찾다 보니 정작 잘 되어가고 있는 영역에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거죠. 또한, 집중력이 설사 본질적으로는 정신의 문제라고 쳐도, 그렇게 접근해서 나쁜 현황이 개선될 기미를 안 보인다면 실용적 측면에서 폐기해야 마땅한 입장이라는 겁니다. 저자의 관점에서라면, 집중력 향상은 거의 전적으로 "체질, 외적 습관, 당사자의 건강"이라는 요인들에 좌우됩니다. 따라서 이런 "정신 외적"인 문제를 먼저 건드리지 않는다면, 집중력 문제는 향상의 기미를 볼 수가 없습니다. 저자는 이어서 "집중을 잘 하면 어떤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는가"에 대해서도 상세한 분석을 이어가는데, 사실 그에 대해서야 구태여 언급이 없더라도 우리가 절실히 바라마지 않는 사항들이겠습니다. 저는 2년 전쯤에 "올바르지 못한 수면이 우리에게 가져올 수 있는 치명적 결과"를 다룬 책(물론 그와 연관된 다른 주제가 핵심이었지만)을 읽었는데, 그것과는 좀 다르겠죠. 잠은 좀 부족해도 괜찮다며 넘어가는 이들이 많지만, 집중력이 흐트러졌을 때 심각히 여기지 않고 대충 넘어가는 이들은 별로 없을 테니 말입니다.

일본인들이 정신의 우월성을 강조하며, 혹독한 시련을 겪고 다른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라는 식으로 가르치는 분위기는 전전에도, 그리고 전후에도 그 사회의 지배적인 분위기를 형성해 왔습니다. 그게 과연 그 사회에서나마 효과를 보고 통하는 말인지는 별론으로 하고, 요즘 사람들한테 이런 식으로 다그치면 아마 백이면 백 다 거부반응을 보일 것입니다. 아마도 저자가 일본인이라서 더욱, 정신 부문이 아닌 체력과 체질 면에서 눈에 보이는 개선, 변경을 시도하여 집중력을 개선한다는 이런 발상이, 참신하며 또 심리적으로 뭔가 반가운 감정을 독자에게 부르는 것 아닐까 생각합니다. 일단 그가 충고하는 구체적 실천 방안을 한번 살펴 보면,

첫째 수면은 3시간으로 충분하다고 합니다. 이 말은 순전히 개인적으로는 공감이 될 때도 있고, 전혀 와 닿지 않는 무리한 주문으로 느껴질 때도 있었는데요. 확실히, 완전히 정신을 소진하고 귀가한 후 쓰러지듯 잔 후에 눈을 떠 보면, 새벽 2시라든가 더 심하게는 밤 11시 정도일 때가 있었습니다. 그럴 때 속으로는 "아, 본래 이 정도 수면이면 다 해결되는 거였구나" 같은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런데 사람이 어디 그렇겠습니까. 오랜 시간 동안 지켜 온 습관은 지켜 줘야 몸에 탈이 안 날 것 같고, 또 괜히 누워서 잡생각을 하면 재미있으니까 누워 있게 되는 건데, 여튼 이 수면에 대해서 학자마다 또 실천가들마다 별의별 입장이 다 있는 줄 알고 있지만, 3시간은 너무 심했다 싶어도 좀 잠을 줄일 필요는 있지 않을까, 적어도 애써서 몇 시간씩 의무적으로 잘 필요는 전혀 없다는 걸 마음 속에 좀 주입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은 들었습니다. 야근을 안 한다 이런 건 내 마음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 집중력을 개선하려는 목적 자체가 일을 잘하려는 데 있다는 걸 생각하면 본말이 바뀐 거나 마찬가지라서 그부분은 대충 읽고 넘어갔습니다. 일 안 하고 건강만 신경 쓸 상황이라면 그때 가서 참고해도 되겠죠.

"침식을 잊는 경험을 해 보자" 실제로 해 본 적이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쌩쌩하게 돌아다녀서 당시 선배들한테 "너 인간이냐?"며 반은 장난인 말을 듣기도 했는데, 물론 이 책에서 말하는 건 그것과는 조금 다른 맥락이더군요. 저자가 강조하는 포인트는, 일단 오전 시간은 누구나 맑은 정신으로 보낼 수 있다는 전제에서, 제법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고 난 후의 오후 시간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보낼 수 있는지를 놓고 자신만의 방법론을 풀고 있는 겁니다. 이를 위해 저자는 "점심을 먹지 말아 보자"는 제언을 하는데, 이 이슈는 저자가 예전에 쓴 <1일 1식>과 연결 지어서 실천에 옮길 필요가 있을 겁니다. 앞에 나온 야근 문제와 더불어서 회식 문제도, 조직에 속한 사람이라면 임의대로 결정할 수 없는 부분이 크다는 현실적 애로가 있습니다. 이런 책을 읽을 때 독자로서 언제나 난감한 건, 현실적으로 도저히 이행할 수 없는 장벽에 부딪힐 때 어느 부분을 희생하고 어느 부분을 타협해야 하는지 그 취사선택의 문제입니다. 저자가 웹 상에서 독자들과 활발히 소통하는 분이라면(그렇게 해야 자기 말에 책임을 지는 어른이고 저술가 대접을 받을 자격이 있죠), 그런 주어진 자리에서 개인적 변용 실천에 대한 질문을 하고 "유권 해석"을 받을 수 있을 텐데 말입니다.

샐러드유나 드레싱 역시 이런 메뉴를 섭취할 때면 빼놓을 수 없는 필수 식도락의 요인인데, 저자는 이런 것도 다 커트해야 한다고 하셔서 마음이 좀 아팠습니다. 아마씨유 같은 건 사 놓고 잘 적용을 안 해봤는데, 저자는 대체 이런 것 하나하나를 자신의 일상에서 실천을 다 해 본 분인지, 아니면 개인이 체질 차이를 정말 고려해 보신 분인지, 일일이 유/무해를 논평해 놓고 있습니다. 술 문제는 확실히 고급 주류가 다음날 숙취 문제에 도움을 준다는 건 알겠고, 우엉차는 책에서 권유하는 대로 한번 지속적으로 적용해 봐야겠다 싶었습니다. 걷는 습관, 다리를 놀리는 습관은 매우 중요한데, 일단 어른들이 그렇게 싫어하는 다리 떠는 습관을 저자는 유지하라고 조언하네요. 서 있을 땐(서서 돌아다닐 때) 모델처럼 걷자는 말에도 공감합니다. 자세가 발라져야 집중력(을 넘어서 체력 전반)에 좋은 영향을 준다는 건 예로부터 타당성이 입증되었으니 말입니다.

사실 많은 독자들이 관심 있어 할 만한 대목은 "뇌의 관리를 통한 집중력 향상"을 다룬 5장일 것 같습니다. "머리 기억에서 몸 기억으로 이동"하라는 주문은, 특정 습관, 혹은 특정 정보를 처리할 때 머리 속에 쓱 메모하고 지나치는 게 아니라, 마치 프로야구 선수가 안타를 치거나 의도한 코스의 볼을 집어 넣을 때 특정 동작을 뇌와 몸 전체에 새겨 두는 것 같은, 신체 전체, 혹은 몸과 마음이 통합된 정신 작용으로 습관화를 하라는 교훈입니다. 뇌는 그저 두개골 속에 고정된 하나의 기관이 아니라, 신체 말단까지 곳곳에 뉴런을 뻗친 통합적 기능체이기 때문이겠죠? 6장은, 종래 집중력을 "정신만의 문제"로 치부한 입장에서 동의할 만한 내용으로 채워집니다. 그래서 온당한 주장은, 기존의 것을 전복하고 전부 새로운 내용으로 채우는 게 아니라, 반대로 기존의 타당한 주장을 이처럼 자기 안에 포섭할 줄 아는 것입니다. 특히 저는, 집중이 안 될 때는 반대로 여러 가지 과제를 자기 앞에 늘어놓고 조금씩 시도하라는 주장이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이 역시 고루한 노인네들은 아주 싫어할 법한 말인데, 중요한 건 실제로 해 보고 성공을 거둔 사람이 해 주는 말, 그게 타당한 주장이지, 본인도 실패한 주제에 그저 권위만 내세려우는 의미 없는 단정성 주문은 거부반응을 부르기에나 딱 좋다는 겁니다. 회사에서 짤린 무능자도 이런 좋지 않은 습관은 꼭 공유하고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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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이경신 내국소비세법 2019 관세사시험 대비 수험서 시리즈
이경신 지음 / FTA관세무역연구원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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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난 정부에서 유류세 환급 조치를 단행한 적 있고, 현 정부에서도 비슷한 조치가 있었거나 앞으로 이뤄지리라는 전망이 있습니다. 이런 정책을 펴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조세 부담의 역진성 이슈가 발생하기 때문인데, 예컨대 담배 한 갑을 사도 일용노동자나 부유한 사업가나 똑같은 금액을 부담하기 마련입니다. 이들의 보유 자산이 서로 엄청난 차이를 지닌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죠. 보유 자산 대비 간접세 부담 비율을 계산하면 가난한 사람이 오히려 세금을 더 내는 결과입니다. 비례세의 경우 획득한 소득에 비례하여 세금을 낼 뿐인데도 불평등 논란이 있는 상황과 대조하면 좋겠습니다.

부가가치세는 간접세이며 소비세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역진성의 모순을 안고 있습니다. 조세의 유효성이랄까 미덕을 평가할 때에는 그 징수의 편익도 함께 고려됩니다. 조세정의에 지극히 부합하는 누진구조의 소득세가 마냥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이유는, 징수 절차가 복잡하고 조세 저항을 크게 부르기 때문입니다. 법인세 역시 이중과세라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여전히 현대 정부가 선호하는 이유는, 바로 징수의 편의성 때문입니다. 법인 단계에서 일단 새로 발생한 소득의 상당액이 포착되면, 이후 개인 단계로 분배될 때 이를 추적하기 위한 노고 상당량을 덜 수 있습니다. 물론 한 번 과세되었다고 끝이 아니며, 개인별로 산정되는 이른바 "종합소득세"에서의 처리가 다시 이뤄져야 하겠지만 말입니다.

이 외에도 생필품이나 농산물에 대해서 부가가치세법은 원칙적으로 면세라는 태도를 취합니다. 이로써 생활 필수품을 소비하는 저소득층에 대해 일정 배려를 베푸는 셈입니다. 또, 1970년대부터 한국에서 특히 이런저런 논란을 낳은 제도로 이른바 특소세(특별소비세)라는 게 있었죠. 사치품의 구매에 대해서는 따로 간접세를 징수함으로써 과소비를 억제하고 간접적으로 누진성을 구현하려는 의도였는데 이는 이제 시대상의 변화에 따라 거의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현재는 "개별소비세"로 명칭이 바뀌었으며, 고급 승용차, 대용량 냉장고, 대형 TV, 보석류 등에만 적용되는 추세입니다.

개소세는 상품뿐 아니라 용역에도 적용되는데 예를 들어 유흥주점이나 카지노, 골프장, 경마장 등의 입장에 일률적으로 부과되는 식입니다. 이 서평 맨 위에서 유류세 환급에 대해 언급했는데, 지지난주 책프 서평에서도 매입세액 환급을 계속 다뤘으며, 근본적으로 세금이란 정당한 납부 사유와 근거가 있어야 내는 것이므로 만약 담세자에게 돌려줄 이유가 있다면 당연히, 또 지체없이 돌려줘야만 합니다. 개소세가 혹 인하되었다면, 판매액의 일부가 아니라 그저 납세의무를 대신 이행하기 위해 징수한 판매자는 이를 구매자에게 돌려 줘야만 하며, 이를 지니고 있거나 소유할 근거가 없습니다. 2년 전에 모 독일 메이커가 환급에 늑장을 부리다가 여론의 호된 질타를 받고 공정위 개입까지 부른 적 있는데, 아마도 "왜 한국에만 있는 제도 때문에 보관, 징수, 환급 의무까지 져 가며 인건비와 부대비용을 따로 부담해야 하는가" 같은 불만이 작용했을 듯합니다. 그러나 제도의 불합리성을 행정소송으로 따로 다툴망정, 소비자의 정당한 권익을 함부로 침해하거나 "뭉개면서 슬쩍 갈무리하려는" 태도는 매우 곤란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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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스터[684]번째 책이야기

드론 정비 개론 / 김영준, 유지창, 장선호, 최명수 저 / 류지형 감수

내가 몰랐던 책 책이야기 텍스터(www.texter.co.kr)
드론 정비 개론 / 김영준, 유지창, 장선호, 최명수 저 / 류지형 감수
■ 책 소개

미래 유망 직업, 무인항공기 드론 정비사 자격증 시대를 대비하라!
각종 상업용?업무용 드론을 제대로 고칠 전문가가 되기 위한 첫 입문서!

전무후무한 국내 첫 드론 정비 입문서!

드론 정비 개론


아시아경제 최근 기사에서 인용한 프라이스워커하우스쿠퍼스(PwC) 자료에 따르면 2020년 드론 시장 규모는 1,270억 달러(약 143조 원)로, 농업 드론 규모를 324억 달러(약 36조 원)로 전망했다. 이에 따르면 공공 기반 시설 분야, 농업, 수송, 보안, 미디어, 보험, 통신, 광산업 분야 등에 광범위한 드론 시장이 구성될 전망이다. 농업용 드론 활용 분야만 해도 KOTRA 자료에 따르면 지도 제작, 파종, 살포, 관개, 작물 관찰, 생육 상태 측정 등 다양한 기능이 활용될 전망이다. 이런 객관적인 자료 외에도 드론 택배, 드론 촬영, 드론 소방관, 드론 택시 등 사람을 대신해 무인항공기 드론이 할 수 있는 역할로 기대되는 분야만 해도 손꼽을 수 없을 지경이다. 그만큼 드론의 미래는 밝게 점쳐지고 있으며, 이에 따른 드론 연구나 개발뿐 아니라 이미 사용 중인 드론의 정비에 대한 수요도 필연적으로 폭발적으로 확대될 것이란 전망 하에서 이 책은 집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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