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과 나아감에 대하여 - 인생의 오아시스를 만나는 예일대 명강의
마릴린 폴 지음, 김태훈 옮김 / 북플레저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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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그것이 딱 필요한 순간에 나를 찾아준다면 맹물 한 잔도 인생의 은인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이 책의 영어 원제를 보면 <An oasis in time>인데, 제때에 발견한 오아시스는 내 인생의 구원에 다를 바 없습니다. 그런데 이런 태도와 시각을 확장하여, 내가 내 인생에서 마주한 모든 것을 그 시각의 오아시스로 수용한다면, 삶의 매순간이 기쁨과 보람, 감사함으로 가득할 것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p26을 보면 "스트레스가 당신을 죽인다"는 말이 있습니다. 적절한 스트레스는 유기체의 건강 유지에 도움을 주지만,  스트레스가 시도때도 없이 계속되면 죽음까지는 몰라도 그 사람의 육체적, 정신적 건강을 엉망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스트레스의 원인은 다양합니다. 10대들에게도 peer-pressure라는 게 있고(p30), p33에 인용된 토니 슈워츠는 "인생에서 아무것도 않고 가만히 있어도 별 문제가 없다는 걸 나는 늦게서야 받아들일 수 있었다"란 말을 했습니다. 현대인은 그만큼이나, 무엇인가를 하지 않고 쉬는 것에 큰 죄책감을 느끼는 존재인 거죠. 참고로 이 토니 슈워츠가, 도널드 트럼프의 <거래의 기술>을 대필한 바로 그 사람입니다.  

아무튼 누구라도, 스트레스가 임계점을 넘었다 싶은 바로 그 순간에 오아시스 타임(p43, p98 등)을 가져야 합니다. 장수하는 사람들은 어떤 공통점이 있는가? p27을 보면 이런 블루 존(blue zone)을 형성하는 사람들의 성격적 특징이 바로 timeless congeniality입니다. 이 책에서는 "한결같은 친화성"이라고 번역합니다. 한결같은 친화성이 가식이나 억지춘향놀음이 아니라 당사자의 진심이어야 하며 이런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정화하는 강력한 기제가 정신 안에 내장되어 있습니다. 

p89에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를 쓴 엘리자베스 길버트가 인용됩니다. 그녀는 현대인들이 가장 경계해야 하는 게, 멈추지 말고 무작정 달리기만 해야 한다고 믿는 성과지상주의라고 강조합니다. 오아시스 타임은 양(量)이 중요한 게 아니라 적절한 리듬을 되찾는 게 필수인데, 무엇의 리듬이냐면 "이걸 반드시 해 내고 말거야"와 "그냥 이대로도 좋으니 여기서 행복감을 느끼자" 사이의 균형이라고 합니다(p96). p142 이하에 이 휴식의 리듬을 찾고 만드는 구체적인 방법이 나옵니다. 

쉰다고 해서 그 시간들이 다 내것으로 되는 게 아닙니다. 그저 빈둥거리기만 한다면 쉼이 쉼이 아니라 불안감 혹은 지루함으로 점철된 지옥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 p147에는 그 쉼의 시간이 오롯이 내 것으로 소화되게 돕는 체크리스트가 나옵니다. 이렇게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실천을 위한 계획표를 만들어도, 그 실천에 압박을 느끼고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참 역설적인 결과가 나옵니다. 그래서 저자는 p153에서 "융통성을 발휘하라"는 충고를 덧붙입니다. p156 이하에는 오아시스 타임 연습의 구체적인 사례들이 나오므로, 독자들은 이 중에서 자신에게 맞는 걸 골라 적용하면 될 듯합니다. 

미국에서는 알코올 의존증, 고도비만, 금연실천자, 마약중독 등 다양한 문제를 안고 있는 이들이 공통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룹을 지어 정기적으로 모여 고민을 나누고 자신의 실천(또는 실패담)을 공개적으로 발언하는 풍조가 활성화되어 있습니다. p225를 보면 일중독자 모임이 나오는데, 자신의 일에 몰입하고 딴 생각을 안 할 정도면 이보다 더 바람직한 사회인이 있을까 싶어도 저자는 워커홀릭 역시 결국은 자신을 파멸로 몰고 갈 수 있는 질환자로 보고 있습니다. p252를 보면 <타임푸어>라는 책 내용 일부가 소개되는데 이 책은 2015년에 저 제목으로 우리나라에 번역되어 나왔습니다. 원제는 저게 아닌데 참 기발하게 번역되었다고 당시에 전 생각했었습니다. 이 저자 이름은 Brigid Schulte인데 Brigitte Schult라고 잘못 알기 쉽습니다. 

아무리 좋은 원칙과 아이디어, 계획이라도 이를 자신의 삶에 올바로 적용하는 게 중요합니다. p277을 보면 정서적 경계, 즉 걱정과 불안으로부터 거리를 두는 방법이 설명되는데 저자의 친구 수잔이라는 분의 실제 사례로부터 추출된 교훈이라서 독자가 소설처럼 읽으며 핵심 레시피를 챙길 수 있습니다. 사례와 구체적인 지침이 많아 독자가 읽으면서 맞춤형으로 자신에게 도움의 시나리오를 세팅해 나갈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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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읽기 시크릿, 법칙 101 - 패턴 뒤에 숨어 ‘세상을 움직이는 법칙들!’
이영직 지음 / 스마트비즈니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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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런 이치나 필연적 논리 없이 무작위로 흘러가는 것만 같지만 그래도 세상에는 어떤 도리나 법칙 같은게 있을지 모릅니다. 저자 이영직 대표님은 다양한 경력을 거친 분인데, 예쁘고 컴팩트하게 만들어진 이 책에는 저자가 추출한 법칙 101개가 정리되었습니다. 이 법칙을 통해 우리는 세상의 패턴을 읽을 수 있고, 세상의 추세에 현명하고 체계적으로 대응할 수 있으며, 나아가 내 삶을 긍정적이고 보람차게 가꿔 갈 수 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p65의 014번에는 "피터의 원리"라는 게 나옵니다. 그 바로 앞에는 파킨슨의 법칙이 잠시 언급되었는데, 이는 한계수확 체감의 법칙과 함께 조직이 그저 크기만 할 뿐 효율성을 결여하고 최적화되지 못했을 때 어떤 부작용이 일어나는지 잘 말해 줍니다. 자신의 능력으로 감당할 수 없는 자리까지 기어이 꾸역꾸역 올라가고야 만다는 게 저 원리의 내용인데, 저자도 말하듯이 이는 조직의 병리적인(pathological) 현상을 지적하기 위함입니다. 저자는, 위로 올라갈수록 다양한 개성들을 조율하고 조정하는 능력이 훨씬 중요한데, 맥아더 같은 이는 비록 본인의 능력이 뛰어났을망정 지나치게 독선적인 인물됨이었으므로 후배였던 아이젠하워보다 부족했던 리더임이 명백하다고 단언합니다. 

p85의 020번 법칙을 보면 문명사학자 토인비가 정립한 하나의 도그마가 나오는데 그게 바로 도전과 응전의 법칙입니다. 아무리 찬란한 문명을 과거에 완성했다고 해도, 시대의 조건과 기류가 바뀌면 더 이상 과거의 시스템은 원활하게 작동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이때에는 과감하게, 과거의 틀을 바꾸어야 합니다. 만약 이건희 회장이 부친에게서 물려받은 재산과 가업에만 안온하게 머물렀다면, 현재의 글로벌 기업 삼성은 과연 존재할 수 있었을까요? 세계적인 거인으로 우뚝 서기는커녕, 한국 1위 기업이라는 자리조차 지키지 못했을 것입니다. 

p109에는 프레임의 법칙이라는 게 나오는데, 세상만사는 그 보는 관점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가치를 지니는 것으로 파악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1등보다 2등이, 그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더 행복할 수 있다는 게 저자의 가르침입니다. "기도할 때 담배를 피워서는 안 되지만. 담배 피울 때조차 기도는 가능하다"는 랍비의 말은 앞뒤가 맞지 않는 모순이 아니라, 따지고 보면 인생의 심오한 진리를 한 줌 품고 있는 것입니다. 동메달을 딴 자가 가장 만족스럽고, 청소부가 자기 일에 대해 가장 큰 긍지를 느낀다니 그 역시 인생의 역설이라 하겠습니다. 

p147에는 질투의 법칙이 나오는데, 비록 테슬라의 교류가 에디슨의 직류를 이겼으나 미국이 유고슬라비아 출신의 괴짜 천재를 질투하여 테슬라에 대해 정당한 명예를 부여하지 않았다는 저자의 의미부여입니다. 교류가 직류에 대해 이겼음은 역사적 팩트입니다만, 그 이후에 공산권 출신 천재에 대한 질투가 끼어들어 테슬라가 묻혔다는 견해는 저로서는 처음 듣는 바입니다. 커런트 워는 19세기 후반의 일이고, 유고에 공산 정부가 들어선 건 아무리 이르게 잡아도 1940년대 초입니다. 아무튼 질투의 법칙에 대해 그런 식의 해석을 시도하며 테슬라와 에디슨의 대립을 이에 적용하는 저자의 견해는 매우 흥미롭습니다. 

세상 모든 것이 그자리에 머물지 않고 끝없이 변천의 과정을 겪는다는 이치는 서양에서는 헤겔이 변증법을 정립하면서 보편적으로 받아들이게 되었으나, 동양에서는 공자의 시대보다도 훨씬 전에 이미 <주역>이라는 경전이 저술되어 신비스럽게 해석되고 존중되어 왔습니다. p210을 보면 저자는 0과 1로 세상의 모든 것을 변환하는 디지털의 원리야말로 사실은 수천 년 전 주역(周易)에서 이미 확고하게 밝혀 놓았다고 말합니다. 그 핵심은, 음(陰)과 양(陽)이 교섭하여 온갖 이치가 빚어지니 窮, 變, 通, 久의 4단계 변천이 돌고돌아 세상사 천태만상이 유발된다는 심오한 묵시이니, 후세인들은 이를 생각하면 할수록 그 탄탄한 교의의 구조 앞에 숙연해집니다. p223에는 유연한 전술을 구사하여 농민의 마음을 얻어 대륙의 패권을 차지한 마오의 승리 비결이 서술되는데, 이 대목도 매우 재미있게 읽었네요. 우리 국민들도 이제 마오의 삶을 더 깊이 공부해야 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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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빛 컬러링 엽서북 : 음식 여행 - 다채로움의 마법에 걸리는 꿈빛 컬러링 엽서북 5
후나바시 잇타이 지음, 곽현아 옮김 / 시원북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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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photo)이 발명되고 나서 그림은 아무 소용이 없어졌다는 말도 잠시 돌았으나 인상파, 후기 인상파, 입체파 등의 대가들이 속속 출현하여 예술의 독자적 가치를 입증했습니다. 음식 사진도 이를 전문으로 찍는 분들이 있고, 이런 분들이 내놓는 작품은 일반인들의 그것과는 질감이나 구도부터가 다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지금 이 책은 일본인 예술가 후나바시 잇타이(船橋一泰)의 작품들을 바탕으로 꾸민 엽서북인데, 그저 음식들을 사진으로 재현한 것과는 또다른 맛이 있습니다. 사진도 잘못 찍으면 이게 대체 뭘 보고 나온 건지 헷갈리기도 하죠. 그러나 후나바시 씨의 그림들은 한번에 피사체가 인식이 되는 건 물론, 그 음식이 풍기는 따스한 느낌, 그에 얽힌 행복한 추억 등이 작품에 그대로 배어 나온다는 게 독특합니다. 이래서 우리들이 그림, 회화(繪畵)라는 예술 형태를 끝까지 버릴 수가 없나 봅니다. 

이 책은 엽서북이긴 하나 관제엽서보다는 조금 작은 사이즈의 엽서 둘이 붙어 있습니다. 절취선을 따라 조심스럽게 뜯으면 분리될 수 있습니다. 형식은, 왼쪽에 완성된 작품(풀컬러)이 있고, 오른쪽에는 흰색 빈 공간의 그림이 독자의 컬러링을 기다립니다. 내가 컬러링을 색연필로 완성하면 그건 이제 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의 엽서로 재탄생하는 것입니다. 물론, 내 눈에는 이처럼 빈 흰 공간에 선만 그린 상태로 그대로 있는 편이 더 예쁘다고 생각한다면 그대로 놓아 두어도 되겠고 바로 우표만 붙여 엽서로 써도 될 것입니다. 요즘은 이동전화, 소셜미디어, 이메일이 워낙 널리 보급되어 누가 편지, 엽서 등을 쓸까 싶어도 사람의 낭만이라는 게 꼭 그렇지 않습니다. 

앞에서 제가, 그림에는 형상의 단순한 재현을 넘어 그를 바라보는 사람의 느낌, 추억이 담겼다고 했는데, 저자도 같은 말을 합니다. 앞부분에 저자의 설명이 실렸는데, 어떻게 하면 음식이 맛있게 보이게 할 수 있을까 하는 게 아마 인스타에 사진 찍어 올리는 많은 이들의 고민일 것입니다. 일단 피사체를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부터가 어떤 감성으로 충만해야 합니다. 이게 안된다면 아무리 억지로 어떤 기술을 부려도 결과물에 그 감정(있지도 않았던)이 배어날 수가 애초에 없는 것입니다. 

일단 색의 종류가 많아야 질감이 살고, 일반적으로는 더 맛있어 보이는 느낌이 늘어난다는 게 저자의 말입니다. "맛있어 보이게 한다"는 말이 많은 이들에게 호기심을 부를 텐데, 우리 독자들이 궁금하던 바를 짧은 말로 잘 대답한 문장 같습니다. 이 설명 파트에는 오징어순대가 나오는데, 오징어순대를 한국 토종 음식으로 알지만 일본에도 비슷한 게 이카메시(いかめし)라고 있죠. 홋카이도와 강원도 동해안은 같은 바다를 사이에 끼고 있습니다. 위도 자체는 훗카이도가 약간 높아도 해류의 이동이라든가 농사 중심의 생활 양식이 닮았기에 이렇게 비슷한 음식이 생기기도 합니다. 

먹음직스러운 랍스터 요리가 보입니다. 곁에 흔한 버터구이 같은 것 말고 일본식 김밥 노리마키나 대형 굴부터 해서 밑에는 마카롱까지 참 독특한 컴포지션입니다. 이걸 사와치[皿鉢]라고 하는데 그냥 봐도 진수성찬에 군침이 꿀꺽 돕니다. 이게 일곱번째 작품이며, 열다섯번째 작품은 호우토우 우동이라고 나오는데 이게 전국시대 야마나시의 다케다 신겐이 그의 보도(寶刀. 이걸 일본식으로 호-토-라고 읽습니다)로 면을 잘라서 만들었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습니다. 

모든 음식에는 그 원산지랄까 음식의 본고장이라고 부를 만한 지방 이름이 하나하나 다 표기되었습니다. 간략하게나마 일본 명물 음식에 대한 지식도 늘릴 수 있어 더욱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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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운더리 - 최신 뇌과학과 인지심리학이 알려주는 마음의 중심을 잡아줄 보호막
김현 지음 / 심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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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럼비아 의과대 교수 김현 박사님이 저술한, 마음다잡기의 체계적 방법론에 대한 책입니다. 사회 생활을 하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누구나 최선을 다합니다. 그런데 설령 의도를 이루더라도, 그 과정에서 내가 더이상 종전의 나로 남지 못한다면, 애써 무엇인가를 거머쥔 보람이 하나도 없습니다. 일상에서, 경쟁 속에서 나를 지켜낼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을, 박사님이 최신 뇌과학과 심리학의 성과를 원용하여 독자에게 차분히 가르쳐 주는 내용이라서 많은 도움을 받게 되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우리가 사회 생활에서 그릇이 크다는 말을 들으려면, 나만의 경계에 갇혀 있지 않고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귀담아 들으며 상대의 요구나 감정 표출도 거리낌없이 수용하는 처신이 필요합니다. 이게 잘 되려면 정말로 감정이 탄력적으로 회복되어야 하고 타인의 심리, 동기에 대해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객관적이고 대담한 해석이 가능해야 합니다. 그러나 남자건 여자건 이게 자유롭게 되는 사람은 매우 드물며, 이 작업이 쉽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일종의 보호막으로 자아 둘레에 바운더리를 치고 삽니다. 그 바운더리가 지나치게 협소하고 경직되었다면 타인과의 교류가 힘들어집니다. 너무 넓다면 (앞에서 말한, 아주 그릇이 큰 사람이 아닌 다음에야) 자아에 상처가 나고 결국 정신 건강에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p38에서 저자는 이 바운더리를 세 가지 종류로 나눕니다. 강철 장벽과 그물 벽, 이 둘은 서로 반대 유형이며 각각의 문제가 있습니다. 단단하면서도 문이 달려 있는, 나를 지키되 타인과 적절히 소통할 수 있는 바운더리라야 바람직합니다. 다른 사람의 요구를 무조건 수용하는(그물) 바운더리도, 나의 선택권만을 내세우는(강철) 바운더리도 아닌, 그 중간선에서 적정 타협점을 찾는 중용에의 지향이 중요합니다. 그물 바운더리는 자기에 대한 비하, 과소평가 끝에 자기분열(self-splitting)의 위험이 있습니다. p43에서 저자는 "명확한 바운더리를 갖고 상대를 대하는 사람이라야 타인과의 관계도 만족스럽고 그 타인과 공동의 목표를 추구하며" 자아 성취를 효과적으로 이룰 수도 있다고 합니다. 

그러면 그런 바람직하고 건강하게 탄탄한 (나 자신의) 바운더리는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 p68 이하에 자세한 내용이 나옵니다. 1단계 들여다보기, 2단계 규정하기, 3단계 소통하기, 4단계 보여주기, 5단계 감정처리하기, 6단계 재검토하기 등입니다. 자신을 먼저 갈무리하고 보호하고 챙기는 게 누구에게나 가장 중요한 과제인데, 사람에 따라서는 과도한 책임감이나 부채의식 때문에 너무 남한테 잘보이려고만 하는(이기적인 의도 아님) 유형이 있습니다. 이런 이들이 사람들을 만족시키려고 드는 건 일종의 people pleasure(p81) 때문인데, 타인을 위하는 저런 태도야 칭찬받아 마땅하지만 무엇이든 과하면 곤란한 법입니다. 이게 강박의 단계까지 가 버리면 이미 질병입니다. 물론 (반대로) 일체의 책임감과 성실성을 모조리 강박으로 몰아가는 유형보다는 윤리적인 사람입니다. 

바운더리 설정뿐 아니라 세상 모든 일에, 각자의 우선순위(priority)를 정확히 매기고 이를 실천하는 건 매우 중요합니다. 우선순위에 혼란이 생기면 아무리 유능한 사람이라도 성과가 날 수 없습니다. p107에서 저자는 마치 서커스에서 저글링하는 곡예사처럼, 다양한 역할 행동들이 부여된 개인에게 우선순위에 따라 어떤 과업을 먼저 행하고 나중에 행하는지가 그 사람의 성공/실패 여부를 좌우한다고 설명합니다. 전전두엽, 측두엽, 두정엽 등을 아우르는 기본신경망(default mode network. p124)은 사람이 쉬는 동안에도 자기 나름대로 일을 하며, 이 책에서 박사님이 수시로 강조하는 포인트들 중 하나가 "적절한 휴식"인 이유가 또한 이것입니다. p135에는 비(非)렘수면, 렘수면에 대한 알기 쉬운 설명이 나옵니다. 

건강하고도 강건한 바운더리를 만드는 핵심 요소는 아무래도 마인드셋이겠습니다. p180 이하에 마인드셋을 기르기 위해 감정을 다루는 4단계가 나오는데 저는 이 대목이 참 좋았습니다. 의식, 분리, 정의, 해석이 그것입니다. 내 감정을 잘만 다루면 내 역량보다도 훨씬 많은 일을 해 낼 수 있고, 반대로 감정이 다치면 할 수 있었던 일도 못합니다. 바운더리를 잘 설정하여 내가 나를 온전히 통제한다고 느낄 때 생기는 저신감은 그 무엇보다도 든든한 무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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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익 시험이 크게 개편되고 스피킹 테스트가 신설된 후 많은 이들이 취업 준비를 위해 이 시험에 응시하고 있습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현장에서 영어가 술술 입에서 나올 수 있는 인재를 선호하는 게 당연하며, 회화 능력을 잴 수 있는 객관적 척도가 진즉에 마련되었어야 했다고 여겼죠. 이제 이 새 유형이 도입된 지도 근 이십 년이 가까워지는데 아직도 수험생 입장에서 고득점을 올릴 수 있는 국룰이 무엇일지는 아무도 자신있게 말을 못합니다. 다만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할 뿐이겠죠.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그간 스피킹 테스트 대비라면 너무 템플릿 위주로 가는 게 문제였습니다. 템플릿 몇 개를 딸딸 외우고 약간의 융통성, 순발력을 발휘해서 질문에 답하는 식이었는데, 사실 그런 방식은 처음부터 한계가 있었습니다. 이제 이 책을 보니 한국 수험가도 드디어 구태에서 벗어나 말하기 실력의 구체적인 향상방법에 대해 고민한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지금 이 책 제목은 실전모의고사 20회분이라고 되어 있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모의고사 해설의 형식 중에 체질적 실력 향상을 위해 좋은 팁들, 강조 포인트, 예를 들어 어디에 강세를 둘 것인지, 모음 장단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등을 자세히 풀어 줍니다. 이런 교육 방식이, 단순히 어학공인시험 스펙 쌓기 속성 요령을 떠나 학습자의 실력을 근본적으로 상향시켜 준다는 데서 바람직합니다.  

교재의 구성은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스피킹 시험 대비를 위한 일반이론을 정리합니다. 이 부분만 정독해도 도움이 꽤 됩니다. 이어 이 교재의 본체라고 할 수 있는 모의고사 15회분이 나옵니다. 그런데 보통 모의고사라고 하면 단색 인쇄에 문제만 쭈르륵 늘어놓고 뒷부분에 해답과 해설을 제시하는 우중충한 포맷, 혹은 봉투모의고사 같은 걸 떠올리기 쉽죠. 이 책은 그렇지 않고 올컬러 배색인데다, 기계적인 문제 풀이 (혹은 템플릿 암기) 중심이 아니고, 문제 유형을 제시한 후 그 유형을 모두 마스터하기 위한 설명 비중이 높습니다. 또 해설이 그냥 형식적인 해설이 아니고, 해설이 메인이라고 해도 될 만큼 자세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 책을 문풀용이 아니라 기본서, 실력 배양용으로 활용했습니다. 

본문 모의고사 15회에다 별책으로 모의고사 15회분이 나옵니다. 그런데 합이 30회분이나 되는 건 아니고 뒤의 별책 모의고사는 본문의 문제와 그 내용이 동일합니다. 그러니 수험생들은 별책의 실전모고를 진짜 시험에서처럼 풀어 보고, 그 후에 다시 앞으로 돌아와 자신의 약점이 뭐였는지, 무엇을 중점적으로 보완해야 하는지 심도 있게 리모델링할 수 있는 것입니다. 별책이라고는 했는데 자동으로 분책이 척 되진 않습니다. 면도날 같은 것으로 조심스럽게 잘라내어야 합니다. 

고득점 포인트가 자세한 게 참 좋은데 예를 들어 p61을 보면 시간과 장소 표현은 강세를 두어 천천히 말하라고 조언합니다. 이 문제가 그 부분에 중점을 두는 답을 요구하기에, 저렇게 해야만 고득점이 나오는 것입니다. 또 페이지 하단에 보면 8번에 대한 추가연습문제가 나오는데, 이 역시도 우리가 생각의 포인트를 확장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아무리 스피킹시험이라고 해도 사람 생각이 바뀌어야 실력이 늘지, 머리의 엔진은 꺼 놓고 혀만 열심히 놀린다고(그렇게 할 수도 없지만) , 원래 없던 생각이 말이 되어 입 밖으로 나오겠습니까? 

p111를 보면 미래의 일정에 대해 미래 시제만 쓰이는 게 아니라, 이미 확정된 미래일 경우 그대로 현재 시제를 쓰기도 한다고 나옵니다. 이런 사항이 문법에서만 쓸모가 있는 게 아니라, 스피킹에서라고 해서 무슨 다른 원리가 적용될 리는 없는 것입니다. p125를 보면 고득점 포인트라고 해서 "열거된 세 개의 명사, 형용사들이, 하나하나 콤마가 찍혀 있다면 그 각자의 끝을 모두 올려서 발음하라고 나옵니다. 또 형용사와 부사 중 부정적인 의미를 갖는 것에 강세까지 같이 오는 경우가 많다고도 합니다. p175에 보면 stability의 경우 -bil-에 강세가 오므로 앞 음절이 [스터] 비슷하게 발음된다고 하는데 이런 구체적이고 생생한 팁들이 많아서 뭔가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교재라서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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