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쓰지 않은 이야기 - 빅토르 프랑클 회상록
빅토르 E. 프랑클 지음, 박현용 옮김 / 책세상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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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죽음의 수용소에서"로 유명하다. 이 책은 참 많이 읽혔다고 하고, 무언가 고통 속에 빠져 허우적 대는 사람에게 그래도 삶은 의미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하는데 도움을 주는 책이기도 하다.

 

지금 우리나라는 자살률이 세계최고를 기록하고 있지 않은가. 이 얘기는 더이상 삶에서 의미를 찾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는 이야기다. 그것도 세계 최고로.

 

이때 삶은 살아야 하는 의미가 있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당신이 이 세상에 온 이유가 있다고 하는 사람이 있다면?

지금의 고통이 당신 삶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렇다면 그 고통도 인생의 한 부분이 되고, 내 것으로 내가 함께 지니고 가야할 무엇으로 인식할 수 있게 되리라.

 

이런 일을 프랑클이 해주고 있다. 아니 해주었다. 그는 20세기 격동기를 온몸으로 살아낸 사람이고, 자신의 삶으로뿐만 아니라 책을 통해서, 또 강연을 통해서 사람들에게 삶의 의미를 깨우치도록 했던 사람이다.

 

죽음의 수용소에서 가족들이 죽음을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삶에 대해 의미를 찾고 이를 이겨낸 사람...

 

그가 90세를 맞이하여 자신의 인생을 종합적으로 회고하는 책을 펴냈다고 한다.

그 책이 바로 이 책이다. 그래서 이 책은 그가 창시했다고 알려져 있는 '로고테라피'에 관한 책도 아니고, 또 죽음의 수용소에서 겪었던 그 긴박했던 순간들의 이야기도 아니고, 90이 된 프랑클이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면서 '아, 그 땐 그런 일이 있었지.'하면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가족 사항부터 시작하여 자신의 어린시절, 그리고 학창시절, 수용소 생활, 학자로서 강연자로서의 생활을 시간 순으로, 그러나 자신의 기억 속에 있는 인생에서 중요하다고 하는 순간들을 중심으로, 결코 길지 않게 정리해서 들려주고 있다.

 

하여 그의 삶이 짧막한 한 권의 책에 다 녹아들어있기에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읽은 사람이라면 한 번 읽어보면 좋겠단 생각이 든다. 한 인간의 회고록이니 말이다.

 

책을 읽어가면 그가 산 시대의 전반부는 상당히 암울한 시대일텐데, 그가 얼마나 낙관적으로 견뎌냈는지를 알 수가 있다. 그리고 그러한 낙관적인 태도가 삶에서 의미를 발견해내었을테고, 그 의미의 발견이 절망의 구렁텅이로 그를 몰아가지 않았겠단 생각이 든다.

 

우리의 생활은?

수용소와 비교할 수는 없지만, 지금은 결코 밝지는 않다.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하고 있다. 그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프랑클이 지닌 태도를 알게 해주고 싶다.

 

우리의 모든 삶은 의미가 있기 때문에 우리 삶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 하는 것을 추구하기 보다는 삶을 살아가면서 삶의 의미에 대한 대답을 하는 것이라는 말...

 

자, 우리는 삶의 의미를 우리의 삶으로 대답할 수밖에 없다. 그리하여야만 한다. 좌절하고 절망만 하기에는 우리의 삶이 너무도 아름답지 않은가. 우리의 삶이 대답을 요구하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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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은 있다 - 좋은 선생도 없고 선생 운도 없는 당신에게
우치다 타츠루 지음, 박동섭 옮김 / 민들레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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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가 "선생님은 훌륭하다"란다. 이런 제목을 스승은  있다로 바꾸었다.

 

반면교사라는 말이 있듯이 스승은 도처에 있다. 단지 우리가 찾아내느냐 찾아내지 못하느냐에 있을 뿐이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대화, 소통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다. 스승과 제자란 서로 소통하는 관계이고, 이 소통을 통해서 존재의 상승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통에는 오해가 깔려 있다고 한다. 즉 언어의 명징성으로 소통을 하는 것이 아니라, 오해를 깔고 있는 언어들을 통해 우리는 소통을 한다고 한다. 너무도 명확한 언어는 우리의 소통을 오히려 방해한다는 언뜻 우리가 이해하기 힘든 말을하기도 한다.

 

오해에 기반한 소통이라, 둘의 대화가 자명한 것들로만 이루어질 수 없다는 뜻이다. 그래서 서로의 말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고, 자신만의 해석을 가미할 수밖에 없어진다는 뜻이다. 결국 이러한 오해는 수수께끼로 귀결이 되며, 수수께끼를 푸는 존재는 바로 제자 자신일 수밖에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스승은 있다는 말은 다른 말로 하면 우리가 스스로 제자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 된다. 즉 자신이 무언가를 찾지 않으면 스승은 절대로 발견되지 않고, 자신도 자신을 한 단계 상승시킬 수 없게 된다.

 

제자되기, 이는 의문을 가지기라고 할 수도 있다. 명확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에 대해서 한 번쯤 다른 각도에서 보기, 의심을 하기.

 

이런 의심을 풀려는 과정에서 스승을 만날 수 있고, 제자가 될 수 있다.

 

이 책은 그런 이야기를 해주고 있다. 스승을 못 만났다고 한탄하지 말고, 과연 나는 제자가 되어 본 적이 있나 먼저 생각을 해보라는.

 

내가 제자가 되는 순간, 스승은 우리 주변 곳곳에서 발견되고, 나는 내 존재를 한 단계 상승시킬 수 있게 된다.

 

그래, 우리 먼저 제자가 되자. 의심하는 사람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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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다큐 - 우주비행사가 숨기고 싶은 인간에 대한 모든 실험
메리 로치 지음, 김혜원 옮김 / 세계사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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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지구와 그래도 환경이 가장 유사하지 않을까 하는 행성. 우주에 생명체가 있다면 가장 유력한 곳이 바로 화성이라고 하는데... 그래서 우리는 소설이나 영화 속에서 화성인들을 외계인으로 등장시키곤 했는데...

 

지금은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무인 우주선이 화성에 도착하여 화성을 탐사하고 있기도 하다. 그만큼 인간의 과학기술은 엄청나게 발전을 했다. 아직 우리나라 이야기는 아니지만.

 

우리나라도 우리나라에서 로켓을 우주로 쏘아보내려고 하고 있는데... 나로호. 아직은 성공을 하지 못했지만, 올해 안으로 다시 도전을 한다니.. 물론 100퍼센트 우리나라 기술이 아니라 러시아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태이지만, 첫걸음이 중요하니, 우선은 성공하고 볼 일이다.

 

미국은 벌써 화성을 탐사하고 있고, 러시아는 최초로 인간을 우주로 내보냈다가 귀환시켰으며, 중국은 우주선 발사를 성공시키고 있단 소식이 들리니, 아직 우리나라 우주공학기술은 멀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당장 먹고사는 문제와 관련이 없는 우주공학, 우리의 드넓은 상상력이 필요한 우주공학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많은 투자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에 몰두할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 그러한 사람들이 나오기 위해서는 상상력을 키울 수 있는 교육이 이루어져야 하고, 무엇보다도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우주공학기술이라는 최첨단 기술이 단지 응용과학만으로 이루어질 수는 없고, 튼튼한 기초학문의 바탕위해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을 보면 기초학문에 대한 투자, 준비가 절실함을 느낄 수 있다. 우주로 인간이 나가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실험이 있었고, 투자가 있었으며,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아주 작은 부분까지도 생각해내고 준비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해주고 있다.

 

달까지는 인간이 갔다 올 수 있는 기술이 확보되어 있다지만, 그것을 화성으로 늘리면, 화성에 갔다오는 시간을 이 책은 약 2년을 잡고 있다. 2년 동안 사람들이 좁은 우주선에서 살아야 한다. 그렇다면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무엇일까?

 

우선 식량이다. 우리 인간은 단지 생존을 위해서만 먹지 않는다. 우리는 맛을 음미하기도 하고, 사교를 목적으로 식사를 하기도 한다. 우주인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이들에게 단지 살기 위해서만 먹으라고 하면 그것도 2년 동안을, 아마도 견디기 힘든 일이 될 것이다. 그래서 우주 음식에 대한 연구가 일어나고 있으며, 이 음식과 더불어 인간이 배출해내는 분비물에 대해서도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중력이 없는 밀폐된 공간에서 배설물을 처리해야 하는데, 2년 동안의 배설물은 엄청난 양이라고 한다. 그 양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가와 그렇다면 배설물을 적게 배출하는 음식을 만들어내는 일은 연결이 되고, 이 책이 마지막 부분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오줌을 정화하여 물로 만들어 사용하는 방법이 나오고 있으니, 이도 참...

 

또한 무중력 상태에서 인간의 뇌가 정상적으로 작동할지 여부, 뼈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씻는 문제-이것은 어느 정도 해결이 되었다고 하던데-, 또 귀환하다 만약 사고가 났을 경우 탈출하는 문제, 도대체 시속 10000킬로미터가 넘은 속도로 떨어지고 있는 우주선 캡슐에서 탈출을 하면 인간의 몸이 시속 1000킬로미터가 넘는 속도로 날아간다고 하는데, 이 때 과연 인간이 견딜 수 있을까 하는 실험, 그리고 인간의 성적 욕구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 그것이 건강에 문제가 되지 않을까 하는 연구 등등

 

그냥 우주선을 타고 멋있게 갔다왔다고 생각했는데, 많은 우주인들이 멀미를 한다는 사실까지 이 책에는 나와 있다. 결코 우주여행이 낭만적이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는데...

 

그럼에도 인간은 화성에까지 가려고 한단다. 2년이나 걸리는 일. 아직은 2030년까지를 목표로 삼았는데, 투자가 되는지 잘 모르겠다고, 엄청난 돈이 든다고 하는데... 미국이 이라크 전쟁에 소비한 5천억 달러 정도가 든다고 하는데, 그렇게까지 하면서 화성에 갔다올 이유가 있는지... 이런 의문도 제기하고 있긴 하지만...

 

책에서는 벤자민 프랭클린의 말을 인용해 화성에 갔다오는 일이 의미있음을 역설하고 있다.

"갓난아기가 무슨 소용이 있느냐고요?"(410쪽) 이 질문은 화성에 가려는 인간의 노력은 이제 갓 태어난 갓난아기와 같다는 뜻이다.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는 앞으로 그 아이가 자라면서 보여주듯이 우리 인간의 우주 탐사 노력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나타난다는 뜻으로, 지레 포기하지 말자는 뜻으로 해석이 된다.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읽을 때와는 다른 감흥을 준다. 세이건의 책을 읽으면서는 우주의 방대함에 황홀함을 느끼면서 무한한 상상력을 펼치게 되는데, 이 책은 그러한 상상력을 현실에서 구체화하는 방법에 대해서 생각하게 한다.

 

무한하게 뻗쳐가는 상상을 현실로 만들 수 있는 방법, 아니 만들어가는 모습을 생동감있게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상당히 과학적인 내용일 거라 생각하고 전문가만 읽을 수 있는 내용이라 생각하는데, 아니다. 누구나 읽을 수 있다. 그리고 우주과학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없어도 재미있게 읽어 나갈 수 있다. 

 

사실 이 책의 저자는 전문 과학자가 아니기에, 그녀가 지닌 의문은 우리가 지닌 의문과 비슷하기 때문이고, 그 의문에 대한 답을 여러 우주인, 과학자들과의 인터뷰 또는 자신이 직접 실험에 참가함으로써 풀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위대함은 현실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인간은 발은 땅에 딛고 있지만 머리는 하늘을 향해 있다. 이는 인간은 늘 또다른 세계를 꿈꾼다는 말이다. 꿈은 꾸되, 발을 현실에 딛고 있는 인간. 그래서 이 책은 우주에 대한 꿈을 꾸는 사람들이 그 꿈을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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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에 한 번 인권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두 달에 한 번, 다른 때보다는 더 인권이 내게 전면적으로, 집중적으로 다가온다.

 

"세상을 두드리는 사람"이 오기 때문이다. 물론 "녹색평론"을 통해서나, "삶이보이는창"을 통해서도 인권에 대해서 접하게 되고 생각하게는 된다.

 

그렇지만 녹색평론은 생태를 표방하는 잡지이고, 삶이보이는창은 노동을 주로 다루고 있는 잡지라면 사람은 인권을 주로 다루고 있기에 인권에 대한 전반적인 생각은 이 '사람'을 통해서 하게 된다.

 

인권이라는 안경을 쓰고 세상을 보면 세상 참 갑갑하다. 도대체 반인권, 비인권적인 요소가 얼마나 많은지...

 

정치권은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노동계에서 이루어지는 반인권, 비인권, 그리고 하다못해 교육계에서 이루어지는 인권적이지 않은 일들이 얼마나 많은가.

 

이번 호에서는 다루지 않았지만 경기도 모 초등학교에서 여교사들이 성추행 혐의로 교장에 대해 민원을 제출했는데, 교육청에서는 양 쪽 모두를 처벌했다는, 세상에 민원 낸 사람을 다른 징계건으로 처벌하고, 교장에게는 겨우 경고를 내렸다는 비인권적인 결정이 신문에 나기도 했으니...

 

이뿐인가? 인권은 사람의 천부적인 권리이기도 하지만, 그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우리가 자연과 공생해야 하는데, 자연에 가하는 폭력은 반인권적인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지 않은가.

 

이번 호의 특집은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후보에 대한 이야기다. 그가 지닌 역사관과 그가 여성이라는 이유가 어떤 의미인지를 다루고 있다. 

 

역사인식은 단지 과거를 판단하는 문제, 즉 과거의 문제가 아니라 현재의 문제이자, 미래의 문제이다. 그러므로 역사인식이 잘못되었다면 그것은 과거에 머무르는 퇴행이 아니라 현재, 미래의 심각한 문제이기에 엄정하게 평가해야 한다.

 

우리가 일본의 또는 중국의 역사인식을 문제삼는 이유도 여기에 있지 않은가. 그런데 우리나라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이 우리나라의 과거 역사에 대해 잘못된 인식을 지니고 있다면 이것은 너무도 큰 문제이다. 결코 가볍게 넘길 문제가 아니다. 거기다 그러한 역사인식에는 사람이 목숨도 걸려 있지 않았는가.

 

인간에 대한 예의, 인권에 대한 개념, 그것이 역사인식의 기본이 된다.

 

역시 마찬가지로 인권과 관련지어서 국회의원 선거제도에 대한 기획이 마음에 든다. 지금의 국회의원 선거제도로는 소수자들은 자기의 대표를 뽑을 수 없다는 말에 동의한다. 그래서 제도를 고치자는 데도 동의한다.

 

이것을 이번 대선후보들에게 쟁점으로 삼도록 하자는 말에도 동의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대선후보들의 공약에 이러한 선거제도의 개혁이 포함되도록 할 것인가? 그것은 대선후보들에게 이런 공약을 포함해주세요 해서는 안된다. 그들이 받아들일 리가 없다.

 

그렇다면 이번 호에서도 언급이 되었지만 각 도시들이 인권도시를 표방하며 인권조례를 만들고 있지만 이것이 위로부터의 제정에 불과해 주민들에게는 실효성이 없다는 말에서 우리가 할 일을 찾아야 한다.

 

각 인권단체든, 시민단체든 밑에서부터 선거제도 개혁을 외쳐야 한다. 유력 정치인들이 들을 수 있게끔. 아니 들을 수밖에 없게끔. 그렇지 않으면 이것은 찻잔 속의 폭풍으로 그치고 만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풀뿌리 민주주의, 좋은 제도를 시민사회에서, 노동사회에서, 소수자에서 점점 다수에게로, 제도권에로 옮겨가게 하는 일, 그것은 누가 대신해주지 않는다.

 

우리가 각자 자기 자리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낼 때 가능해진다는 생각이 든다.

 

인권, 세상을 바라보는 잣대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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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의 생각 - 우리가 원하는 대한민국의 미래 지도
안철수 지음, 제정임 엮음 / 김영사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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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수신(修身)

모른다. 사실 얼마나 자기 자신을 잘 닦았는지는 자신만이 알 수 있다. 아니 어쩌면 자신도 모를 수도 있다. 자신이 자신을 속이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그래서 옛사람들은 수신(修身)을 첫 덕목으로 삼았는지도 모른다.

 

안철수가 얼마나 자신을 잘 닦았는지는 모른다. 그의 말이나 행동을 통해 짐작할 뿐이다. 그가 대통령선거에 나오겠다고 선언하기 전까지 그는 우리나라에서 존경받는 사람 중의 하나였다. 사람들은 그가 기업을 사적 이윤을 위해서 운영한다고 생각하지 않았고, 또 대학교수가 되었어도 자신의 이익과 명예를 위해서 교수가 되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만큼 그는 사회에서 신망을 얻고 있었다.

 

이런 신망은 그냥 얻어지지 않는다. 또 강요될 수도 없다. 자연스레 시간이 흐르면서 그의 삶이 사람들에게 진실로 다가올 때 신망이 생기게 된다. 그리고 그러한 신망 속에서 권위가 싹트게 된다.

 

말과 행동이 하나가 되었을 때 신망이 싹틀테니, 지금껏 그는 자신의 말에 책임을 지고 살아왔다고 해도 좋으리라.

 

그는 말한다.

"진로를 결정할 때 저는 항상 세가지를 생각했습니다. 의미가 있는 일인가, 열정을 지속하고 몰입할 수 있는 일인가,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인가. (28쪽)

"저는 지금까지 인생의 큰 전환기마다 '내가 우리 사회의 긍정적인 변화에 얼마나 보탬이 될 수 있을까'를 판단 기준으로 삼고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실천하기 위해 노력했어요."(30쪽)

"제가 지금까지 살아온 과정은 안주하지 않는, 도전과 결단의 연속이었습니다."(32쪽)

"저는 말이나 생각보다 중요한 것이 결국 선택과 행동이라고 봅니다."(35쪽)

 

2. 제가(齊家)

자신의 몸을 닦은 다음에는 가정을 다스려야 한다. 가정이 화목해야 한다. 자신의 가정에서조차 문제가 발생한다면 그는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없다. 그리고 가정이 제대로 유지되지 않는다면 그는 수신에 성공했다고도 할 수 없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이건 완전 가부장적 발언 같다. 아니면 가정이 해체된 집들은 문제가 있다고 하는 말과 같다.

 

그러나 가정을 다스린다는 말을 가정을 꼭 남들과 같은 형태로 유지한다고 생각하지 말자. 가정을 다스린다는 얘기는, 적어도 가정의 구성원이 사회에서 물의를 일으키지 않도록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이자.

 

가족 구성원 때문에 고초를 겪은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사회를 위해 옳은 일을 한 사람 때문에 가족이 고초를 겪은 일은 여기서 제외한다. 그것은 우리가 권장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와 반대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가족 구성원들을 힘들게 한 사람들을 우리는 많이 알고 있다. 이들 때문에 자신이 쌓아왔던 모든 것들이 하루아침에 와르르 무너지는 경우를 얼마나 많이 보아 왔는가.

 

지금까지 안철수의 가족 이야기는 별로 나오지 않는다. 가끔 문제를 삼는 언론이 있었는데, 그후 지속되지 않고 있으니, 그냥 문제제기였을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마도 앞으로 치밀하게 이 쪽 부분에서 문제제기가 나오리라.

 

이 책을 통해서는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알 수가 없다. 사실, 할 필요도 없고. 다만 지금까지는 가족 때문에 어떤 심각한 문제가 있단 얘기는 듣지 못했으니, 앞으로 지켜볼 일이다.

 

아주 많은 사람들이, 또 많은 언론들이 가족들의 문제를 캐고 들테니 말이다. 여기서 우리에게 필요한 덕목은 진실을 가릴 줄 아는 눈을 지니는 일이다. 진실은 밝혀지게 마련이니 말이다.

 

3. 치국(治國)

점점 앞으로 나아간다. 몸에서 가족으로 가족에서 나라로. 이들을 순차적으로 보아도 좋고, 동시에 일어나는 일이라고 해도 좋다. 사실 이를 순차적으로 하나하나의 단계로 보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이것은 순차적이기도 하지만 동시적이기도 한 일이다.

 

이제 안철수는 치국의 단계로 나아가고자 한다. 그가 며칠 전에 이번 대통령 선거에 후보로 출마하고자 한다고 선언을 했다.

 

이 선언이 나로 하여금 이 책을 읽게 했다. 내가 알고 있는 안철수는 의사이자 백신개발자, 또 안철수 연수소 경영자, 그리고 대학교수였기에, 그가 대통령 선거라는 정치판에 뛰어든 일은 의외였기 때문이다.

 

도대체 그는 나라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가? 이 생각이 이 책에 들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안철수의 생각"이라는 책은 우리사회를 바라보는 그의 시각이 종합적으로 정리되어 있는 책이다.

 

한 마디로 정리하면 정말로 우리 사회를 바라보는 상식이 바로 안철수의 생각이다. 이를 거꾸로 이야기하면 이런 상식이 아직까지 상식 대접을 받지 못한 것이 바로 우리 사회다. 그것이 그가 대선에 후보로 나서게 된 배경이기도 하리라.

 

그렇담 이런 상식을 확인하는 것에서 그치면 안된다. 그가 말하지 않았는가. 말이 중요하지 않고 선택과 행동이 중요하다고. 앞으로 그가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할지에 따라서 그가 이 책에서 한 말들이 진정성 있게 다가올 것인지 아니면 한낱 수사에 불과할지 판가름날 것이다.

 

지금 우리는 그가 앞으로 어떻게 자신의 구상을 정책으로 구체화해나갈 것인지 지켜보면 된다. 이 책을 중심으로 이 책의 상식이 어떤 식으로 구현될지 지켜보는 일. 이것은 이번 대선을 지켜보는 우리들이 의무이자 권리일 터이다.

 

4. 평천하(平天下)

여기까지 가진 않으리라. 이는 세계화가 된 지금도, 하루면 지구 반대편으로 갈 수 있는 지구화, 세계화의 시대에도 이런 꿈은 좀 허황되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이 말을 다르게 하면 우리나라 뿐만이 아니라 우리와 관계있는 모든 존재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하는데 자그마한 힘을 보태겠다는 것으로 받아들이면 된다.

 

5. 백척간두 진일보(百尺竿頭 進一步) 

아렌트는 말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했다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는 말은 사실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다'는 말이었다고.

 

사적 영역에서 공적 영역으로 나아가는 길, 그것이 바로 정치라고. 그래서 정치를 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전 존재를 걸 용기라고.

 

백척이나 되는 꼭대기에서도 과감하게 한 발을 내디딛는 일, 그것이 바로 정치라고.

 

안철수가 이 일을 했다. 그는 자신이 한 일을 중도에 그만두지는 않는다고 했다. 그가 이미 한 발을 내디딘 상태에서 그는 자신의 전존재를 건 용기있는 발걸음을 내디뎠다고 생각한다.

 

사적 영역에서 충분히 부와 명예를 다 거머쥐고 살 수 있는 존재에서 그는 한 치 앞도 보기 힘든 정치판에 자신의 몸을 내던졌다.

 

옛날, 자신이 공부한 만큼 사회에 돌려주겠다고 정치계로 뛰어든 선비들을 생각나게 하는 장면이었는데... 이 선비들 중에 정치판에서 살아남아 자신의 뜻을 펼친 사람도 있고, 좌절한 사람도 있는데... 안철수는 어떤 길을 밟을지...

 

그가 한 말이 그의 앞으로의 정치역정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실수를 안 하는 사람이 아니라 실수를 하지만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타입인 거죠. ... 저 역시 기성 정치권의 나쁜 경험이 전혀 없다는 게 장점이 될수 있다고 생각해요. 또 제가 비록 정치인으로서의 경험은 없지만 긴 기간 동안 사회에서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일을 열심히 해왔고 나름대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었기 때문에 만일 정치를 한다면 이런 경험들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39쪽)

 

"제 인생에서 성공의 정의는 '삶의 흔적을 남기는 것'입니다. ... 그저 크로마뇽인의 벽화처럼, 누구인지도 잘 알 수 없지만 사람들의 생각을 변화시키거나 좋은 제도, 좋은 책, 바람직한 조직 등을 통해 세상에 흔적이 남기를 바랍니다." (257쪽)

 

덧말

이 책에 나온 대부분의 안철수 생각은 우리 사회의 상식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하나 강정마을에 대한 이야기는 좀 동의하기가 어렵다. 국책사업에 관한 문제이기도 한데, 4개 정부에서 하나같이 추진했기에 타당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는데... 모든 정부가 같이 추진한다고 옳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게 내 생각인데, 예를 들면 새만금은 노태우 정부 때 시작하여 김대중 정부, 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 물막이가 완공(?)이 되었는데, 이게 과연 옳은가?

 

"또 만약 옳지 않다면 그 정부에 참여했던 분들이 당시 판단에 거짓이나 오류가 있었다는 점을 먼저 설명하고 반대하는 것이 정상적인 과정이겠지요."(220쪽)란 말은 참여정부 때 찬성했던 사람들이 강정마을에 대해 반대한다고 생각하게 만드는데, 과연 그럴까 하는 생각도 들고, 그렇게 하는 정치인이 얼마나 될까 하는 생각도 들고, 안철수는 아직 정치인의 물이 덜 들어서 그런가 하는 생각도 든다.

 

이 부분은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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